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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이 맛집 넘어 여행까지 짠다…카카오, 'AI 예약 비서' 승부수
[경제일보] 카카오톡이 검색창을 대신하려 한다. 친구와 주말 약속을 이야기하면 AI가 장소를 고르고, 채팅방에 공유하고, 예약까지 이어주는 방식이다. 카카오가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앞세워 대화형 AI를 실제 생활 서비스로 묶는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대표 정신아)는 최근 카나나 인 카카오톡의 장소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하는 업데이트를 지난 7일 진행했다. 기존 식당 중심의 추천·예약 기능은 관광지와 숙박, 전시·공연·영화관, 주유소·편의점·자동차 정비소 등으로 확대됐다. 이용자는 카카오톡 대화 중 주말 일정이나 모임 장소를 이야기하면 카나나를 통해 맥락에 맞는 장소를 추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와 “주말에 뭐 하지”라고 대화하면 전시, 팝업 행사, 근교 나들이 장소 등을 제안받고 추천 내용을 채팅방에 공유한 뒤 예약까지 이어갈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베타 서비스 이후 일정과 답변을 연결한 장소 추천 기능도 고도화하고 있다. 특정 지역 방문 일정이 카나나에 등록되면 매일 아침 제공되는 일정 브리핑에서 해당 지역 맛집이나 방문 장소의 주차·메뉴 정보 등을 함께 알려준다. 장소 추천 답변 뒤에는 이용자가 이어서 물어볼 만한 후속 질문도 제안한다. 이번 업데이트는 카카오가 말해온 ‘에이전틱 AI’ 전략의 구체화다. 에이전틱 AI는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 의도를 해석해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고 실행까지 돕는 AI를 뜻한다. 카카오톡 안에서 대화, 검색, 지도, 예약을 연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카카오가 가진 생활 플랫폼의 결합력이 커질 수 있다. 카카오는 향후 카나나 인 카카오맵에서 제공하는 업종별 맞춤 추천 기능도 카나나 인 카카오톡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1박 2일 여행” 같은 대화를 나누면 원하는 지역의 숙소와 관광지, 맛집을 묶어 추천하는 방식이다. 여행 일정을 카카오맵과 연동해 시간대별 방문 장소를 지도에 표시하는 기능도 검토 중이다. 배경에는 AI 수익화 압박이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인 이용자 접점을 갖고 있지만 생성형 AI 경쟁에서는 빅테크보다 늦게 출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카카오가 선택한 길은 범용 모델 경쟁보다 카카오톡, 카카오맵, 카카오톡 예약하기, 선물하기, 카카오페이 등 내부 서비스를 AI로 엮는 생활형 에이전트다. 관건은 완성도다. 장소 추천은 빠를 수 있지만 실제 예약과 결제, 일정 반영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면 이용자 신뢰는 쉽게 떨어진다. 카나나가 대화 맥락을 제대로 읽고 적절한 장소를 제안하는지, 예약 가능한 상품으로 정확히 연결하는지, 광고성 추천과 이용자 편익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중요해진다. 카카오 관계자는 “장소 에이전트 강화로 질문에 단순히 답하는 검색을 넘어 이용자 의도를 해석하고 필요한 기능을 스스로 판단해 조합하는 에이전틱 AI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톡의 AI 전략은 화려한 모델 발표보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작은 행동을 얼마나 줄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약속 장소를 찾고, 비교하고, 공유하고, 예약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불편이다. 카나나가 이 과정을 자연스럽게 처리한다면 카카오톡은 메신저를 넘어 생활 실행 플랫폼으로 한 단계 더 움직일 수 있다.
2026-07-08 07: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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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서비스 팔고 로봇 내보내고…여름 항공권은 낮췄다
[경제일보] 중국 경제에서 수출의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처럼 공산품만 대량으로 내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식재산권과 문화 콘텐츠, 여행 같은 서비스 수출이 늘고 있고, 공장 자동화에 쓰이는 산업용 로봇도 해외 시장으로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항공 운임 부담이 낮아지면서 여행 수요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서비스 수출이 무역수지 끌어올려 6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비스무역 규모는 3조994억8000만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했다. 수출은 1조2304억6000만위안으로 15.9% 늘었지만, 수입은 1조8690억2000만위안으로 0.4% 증가에 그쳤다. 서비스무역 적자는 6385억6000만위안으로 1년 전보다 1607억2000만위안 줄었다. 수입이 크게 줄었다기보다 수출이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지식집약형 서비스는 전체 서비스무역의 44.2%를 차지했다. 지식재산권 사용료와 개인 문화·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수출 증가율이 높았다. 여행 서비스 수출도 31.3% 늘었다. 중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방문객 증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서비스무역 적자 축소를 중국 서비스산업의 전면적 변화로 볼 단계는 아니다. 서비스무역은 환율, 해외여행, 운송 수요에 따라 수치가 크게 움직인다. 그럼에도 콘텐츠와 기술, 지식재산권 사용료가 수출 항목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 로봇 수출, 완제품 판매 넘어 공장 설계로 산업용 로봇 수출도 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산업용 로봇 수출은 8만6597대로 전년 동기보다 39.5% 증가했다. 5월 한 달 수출은 2만90대로 51.2% 늘었다. 중국 로봇 기업들은 로봇 한 대를 납품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생산라인 설계, 자동화 설비 구축, 소프트웨어 연결, 유지·보수까지 묶어 공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로봇 가격보다 설치 이후가 더 중요하다. 기존 설비와 연결되지 않으면 생산성이 오르지 않고, 고장이 났을 때 현장 대응이 늦으면 공장 전체가 멈출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자동화 설비와 운영 서비스를 함께 내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가격 경쟁력과 부품 조달 능력은 중국 기업의 강점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전자제품 생산 현장에서 쌓은 자동화 경험도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밀 감속기와 고성능 제어장치, 센서, 반도체 등 핵심 부품에서는 일본·유럽·미국 기업이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 해외 서비스망과 브랜드 신뢰도도 중국 업체들이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수출 물량이 늘었다고 해서 장기 경쟁력까지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유류할증료 인하, 7월 초 항공권도 하락 중국 국내 여행시장에서는 항공료 부담이 낮아졌다. 중국 항공사들은 7월 5일부터 국내선 유류할증료를 내렸다. 800㎞ 이하 노선은 1인당 50위안, 800㎞ 초과 노선은 100위안으로 조정됐다. 직전보다 각각 30위안, 50위안 낮아진 수준이다. 항공권 가격은 유류할증료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항공사 증편 규모와 예약률, 휴가철 수요, 노선별 경쟁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유류할증료 인하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여행비를 낮추는 요인이다. 7월 상순에는 항공사 공급 확대와 휴가 수요의 시차가 겹치면서 일부 노선에서 정상 운임의 10~30% 수준 항공권도 나왔다. 베이징~항저우 노선은 항공권과 공항시설 사용료, 유류할증료를 합친 가격이 고속철도 2등석보다 낮게 형성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 흐름이 휴가철 내내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학교 방학과 직장인 휴가가 본격화되는 7월 중순 이후에는 인기 관광지와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임이 다시 오를 수 있다. 유류할증료 인하가 여행 수요를 자극할 수는 있어도, 여름 성수기의 가격 상승을 모두 막기는 어렵다. ◆ 수출은 바깥으로, 소비는 안에서 최근 중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비스 수출과 산업용 로봇 수출은 늘고 있지만, 내수 소비는 업종별 차이가 크다. 항공료 인하는 여행 수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가계의 전반적 소비심리 회복을 뜻하지는 않는다. 중국이 기대를 거는 분야는 서비스 수출과 제조업 고도화, 국내 여행 수요다. 서비스에서는 기술과 콘텐츠를 수출하고, 제조업에서는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앞세우며, 내수에서는 여행과 생활 소비의 부담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와 로봇 수출의 증가는 중국 경제가 단순 조립·가공 수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수출 증가가 기업의 이익과 고용, 가계 소득으로 이어져야 내수 회복에도 힘이 붙을 수 있다. 항공권이 싸졌다는 소식만으로 소비가 되살아났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2026-07-06 18: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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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도 스테이블코인 시대...안랩, 블록체인 결제·정산 검증
[경제일보]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함께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실제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안랩블록체인컴퍼니가 단순 디지털 화폐 발행을 넘어 사용처와 유효기간 등 정책을 화폐 자체에 담는 '프로그래머블 머니' 구현을 진행하면서 지역화폐를 시작으로 정책자금과 디지털 바우처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전망이다. 6일 안랩블록체인컴퍼니는 BNK부산은행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발행·유통·결제·정산 전 과정을 검증하는 개념증명(PoC)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디지털화폐 인프라 기술 얼라이언스 'K-STAR(KRW 스테이블코인 테크 얼라이언스 for 레볼루션)'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BNK부산은행과 안랩블록체인컴퍼니를 비롯해 오픈에셋, 카이아, 람다256 등이 참여해 실제 금융 환경에서 운영 가능한 디지털 지역화폐 모델을 검증했다. 이번 실증은 기존 지역화폐 운영 방식을 블록체인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용처와 사용 기한, 정산 방식 등 정책 조건을 화폐에 직접 내장한 '정책형 지역화폐'를 구현해 발행부터 충전, 결제, 정산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블록체인 환경에서 처리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랩블록체인컴퍼니는 프로젝트 설계와 사용자 지갑, 거래, 정산 구조 구현을 담당했다. 오픈에셋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자산 정합성 관리, 카이아는 메인넷 제공, 람다256은 노드 운영과 거래 흐름 모니터링을 맡았다. 이를 통해 발행과 인프라, 정산, 보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디지털화폐 운영 체계를 검증했다. 특히 안랩블록체인컴퍼니는 이번 실증의 핵심이 프로그래머블 머니 구현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래머블 머니는 스마트 계약을 활용해 화폐 자체에 정책 조건을 내장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특정 업종이나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용 기한이 종료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업종별 차등 정산이나 정책 목적에 따른 지급 조건도 자동으로 적용할 수 있어 기존 지역화폐보다 정책 집행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당 기술은 지역화폐뿐 아니라 청년 지원금, 재난 지원금, 복지 바우처 등 다양한 정책성 자금 지급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이뤄질 경우 기업 간 결제와 디지털 자산 거래, 국경 간 송금 등으로도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능 검증도 함께 이뤄졌다. BNK부산은행의 실제 결제 운영 데이터를 반영한 부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정상·혼잡·최대·복합 불규칙 등 4개 환경에서 24시간 연속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모든 구간에서 트랜잭션 성공률 100%와 1초 이내 처리 성능을 기록했다. 낮은 거래 비용과 수수료 대납 기반의 사용자 경험(UX),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도 함께 검증했다. 안랩블록체인컴퍼니는 이번 실증이 정부와 금융권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으며, 금융권 역시 디지털 지급결제 인프라 구축과 상용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이번 실증이 향후 제도 정비 이후 실제 금융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선행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주영 안랩블록체인컴퍼니 총괄은 "이번 프로젝트는 디지털화폐 기반 지역화폐 서비스가 실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음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각 참여사들은 전문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화폐 디지털 전환은 물론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자산, 국경 간 결제·정산 등 차세대 금융 생태계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7-06 08: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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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승부는 공장부터…제조기업 로봇 전략 갈린다
[경제일보] 피지컬 AI 경쟁이 휴머노이드에서 제조 현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제조업 중심의 AI 로봇 보급과 핵심 부품 육성에 나서면서 제조 현장이 피지컬 AI 확산의 출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흐름 속에서도 기업들의 투자 전략은 엇갈린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전자는 로봇으로 공장을 혁신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HD현대로보틱스와 로보티즈는 로봇과 핵심 부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로봇을 팔 것인가, 로봇으로 공장을 바꿀 것인가’를 둘러싼 전략 차이가 제조기업들의 새로운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 제조업이 먼저 검증한다…피지컬 AI 경쟁력은 데이터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로봇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피지컬 AI를 차세대 제조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업종별 특화 AI 로봇을 매년 1000대 이상 산업 현장에 보급하고, 10대 업종별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액추에이터와 로봇손, 센서 등 핵심 부품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향후 5년간 AI 로봇 전문인력 1만명을 양성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부가 제조업을 피지컬 AI 확산의 출발점으로 선택한 것은 제조 현장이 기술의 경제성과 활용성을 가장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처럼 움직이고 판단하는 기술을 구현해야 하는 만큼 가격과 안전성, 작업 효율, 양산성까지 함께 확보해야 한다. 제조 현장은 용접과 조립, 검사, 물류, 이송 등 적용 분야가 명확하고 생산성 향상 효과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 기술을 실증하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평가된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화 설비였다면 피지컬 AI는 작업 환경을 인식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학습해 작업 방식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생산설비와 작업자, 물류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공정 효율과 품질을 함께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피지컬 AI 경쟁력은 로봇 자체보다 제조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의 양과 활용 역량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많을수록 인공지능의 판단 정확도와 작업 완성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데이터팩토리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도 제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다만 같은 제조업 기반을 두고도 기업들의 선택은 다르다. 일부는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일부는 로봇과 핵심 부품을 새로운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피지컬 AI 시장이 확대될수록 이러한 전략 차이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LG는 로봇 활용, HD현대로보틱스·로보티즈는 로봇 공급 현대자동차그룹은 피지컬 AI를 생산 현장에 먼저 적용하고 있다.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부품 분류 등 안전성 검증이 가능한 작업부터 적용하고, 2030년부터는 조립 등 고도화된 공정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제조 데이터다. 현대차그룹은 HMGMA에 로봇 전용 학습 공간인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구축해 로봇 학습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생산라인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며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반영해 로봇 성능과 공정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투자 계획도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50조5000억원을 인공지능, 로보틱스,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동화, 수소 등 미래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제조와 생활공간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피지컬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에서 축적한 자동화 기술을 홈로봇과 AI홈, 서비스 로봇으로 확대 적용하고, 스마트 가전과 연계한 공간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로봇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가전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AI홈을 중심으로 가전과 로봇이 이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공간을 관리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 검증한 자동화 기술을 소비자 생활공간과 기업간거래(B2B) 영역으로 확장해 제조와 서비스 경쟁력을 함께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KDB산업은행과 KY PE로부터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확보한 자금은 피지컬 AI 기반 차세대 로봇 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확대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도입이 확대될수록 산업용 로봇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고,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로보티즈는 사람 손 구조를 구현한 로봇핸드와 초소형 핑거 액추에이터를 앞세워 핵심 부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액추에이터는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 휴머노이드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보급이 늘어날수록 로봇 관절과 손을 구성하는 부품 수요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제조기업과 로봇기업 가운데 어느 한쪽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산업”이라며 “생산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로봇, 핵심 부품 기술이 함께 발전할 때 산업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2026-07-03 17: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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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생계도 지키고 일자리도 지켜야 한다
[경제일보] 2027년 최저임금 논의가 막판으로 가고 있다. 노동계는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했다. 경영계는 동결을 제시했다. 한쪽은 생계를 말하고 다른 한쪽은 지불 능력을 말한다. 양쪽 모두 현실을 말한다. 그래서 더 어려운 문제다. 최저임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한 달 생계의 기준이고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는 매달 감당해야 할 고정비다. 노동자에게는 너무 낮고 사업주에게는 이미 높다. 이 모순을 외면한 채 어느 한쪽의 구호만 앞세우면 최저임금 논의는 매년 같은 자리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 우리는 먼저 노동자의 현실을 봐야 한다. 물가는 올랐고 주거비와 식비, 교통비와 공공요금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에게 몇백 원의 인상은 숫자가 아니라 하루의 식비이고 월세의 일부이며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다. “최저”라는 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생활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이 생계의 최소선조차 지켜주지 못한다면 제도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그러나 또 다른 현실도 있다.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곳은 대기업만이 아니다. 편의점, 음식점, 동네 카페, 작은 제조업체, 지역 영세 사업장이 그 부담을 함께 진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요금, 원재료값이 동시에 오르면 버틸 수 있는 사업주는 많지 않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노동자의 소득은 늘 수 있지만 고용 시간이 줄고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선의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 논의가 해마다 정치 구호처럼 반복된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대폭 인상을 외치고 경영계는 동결을 말한다. 공익위원이 중간선을 그으면 양측은 불만을 말하고 다음 해 다시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방식을 되풀이할 것인가. 최저임금은 숫자 싸움이 아니라 한국 노동시장과 자영업 구조의 민낯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식이다. 생계를 외면한 동결은 답이 아니다. 지불 능력을 무시한 급격한 인상도 답이 아니다. 최저임금은 올라야 한다. 다만 그 인상은 일자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설계돼야 한다. 특히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보완책 없이 숫자만 올리는 것은 책임 있는 정책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도 분명하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으로 책임이 끝나지 않는다.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보완할 근로장려세제, 사회보험료 지원, 주거비 부담 완화, 직업훈련과 전직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 영세 사업주에게는 임금 부담만 전가할 것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 디지털 전환, 임대료와 수수료 부담 완화 같은 구조 대책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회의장 안 숫자 하나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플랫폼 노동과 도급제 노동 문제도 더는 미룰 수 없다.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프리랜서 노동자는 전통적 임금 노동자의 틀 안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일한 시간은 흐릿하고 보수는 건당으로 책정되며 비용은 개인에게 떠넘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을 최저임금 제도 밖에 방치하면서 노동시장 보호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영역 역시 성급한 일괄 적용보다 직종별 실태와 소득 구조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보호는 필요하지만 설계 없는 보호는 또 다른 혼란을 부른다. 기업도 할 말만 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 부담을 말하려면 노동자의 생활 현실도 함께 봐야 한다. 임금을 비용으로만 보면 노동시장은 메마른다. 노동자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지나치게 낮으면 내수도 약해진다. 최저임금은 기업의 부담인 동시에 경제 전체의 구매력을 지탱하는 장치다. 경영계가 동결만 외칠 것이 아니라 업종별 부담과 고용 여력을 근거로 정교한 대안을 내야 하는 이유다.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생계비를 말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모든 사업장이 같은 지불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이고 특히 청년과 고령자, 취약계층의 근로 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노동의 가치를 지키는 일과 일자리의 문을 지키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지키는 최소 안전망이어야 한다. 동시에 일자리를 무너뜨리는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하나에 생계, 복지, 자영업 대책, 플랫폼 노동 보호, 중소기업 생산성 문제를 모두 떠넘기는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은 매년 결정되지만 그 결과는 한 해의 장사와 한 가정의 생활을 바꾼다. 숫자는 작아 보여도 파장은 크다. 정부와 노사는 이제 답해야 한다. 노동자의 생계를 지킬 것인가. 사업주의 지불 능력을 볼 것인가. 둘 중 하나만 고르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 생계도 지키고 일자리도 지키는 균형, 그것이 최저임금 논의의 기본 원칙이어야 한다.
2026-06-28 11: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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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조업은 버티고 자동차는 밖으로 나갔다
[경제일보] 중국 경제가 제조업과 소비 회복을 바탕으로 완만한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의 그림자가 남아 있지만, 고기술 제조업과 장비 제조업은 기준선을 웃돌았다. 자동차 산업은 고급차와 전기차를 앞세워 해외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0이었다. 전월보다 0.3포인트 낮아졌지만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선은 지켰다. 제조업 전반이 힘 있게 살아났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생산 활동이 급격히 꺾인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고기술 제조업이 제조업 지탱 눈에 띄는 것은 고기술 제조업과 장비 제조업이다. 5월 고기술 제조업 PMI는 52.9, 장비 제조업 PMI는 52.1을 기록했다. 두 업종 모두 기준선인 50을 웃돌았다. 고기술 제조업 PMI는 16개월째 확장 구간에 머물렀다. 중국 제조업의 무게가 전통 업종에서 반도체·통신장비·산업 자동화·신에너지 분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경기 회복세가 균등하지는 않다. 소비재와 건설 관련 업종은 여전히 부진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기술 집약적 제조업은 설비 투자와 수출 수요를 바탕으로 버티고 있다. 비제조업도 다시 기준선을 넘었다. 5월 비제조업 경기지수는 50.1로 전월보다 0.7포인트 올랐다. 노동절 연휴를 계기로 여행과 외식, 생활 서비스 소비가 늘었고 정보서비스업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다만 중국 소비가 본격적인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형 소비와 부동산 관련 지출은 여전히 약하다. 소비 서비스업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가계가 고가 내구재와 주택 관련 소비까지 늘릴 만큼 심리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고급차로 바뀌는 중국 자동차 수출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은 중국 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자동차 수출은 올해 1~4월 312만7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5% 늘었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수출이 증가했고,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과 호주, 중동, 중앙아시아 시장으로 판매망을 넓힌 영향이 컸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저가 차량을 수출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전기차와 고급 브랜드를 통해 제품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비야디(BYD)의 고급 브랜드 양왕은 최근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모터쇼에서 U7, U8, U8L, U9 등을 선보였다. 신형 모델에는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와 초급속 충전 기술을 적용했다. 전기차 성능 경쟁이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에서 충전 속도, 전자제어, 주행 보조기술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양왕은 지능형 주행 기능과 관련한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한 보상 서비스도 내놨다. 자율주행 기능을 둘러싼 사고 책임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기술만 내세우는 대신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는 불안을 줄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보상 범위와 적용 조건은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더 분명하게 제시돼야 한다. 수출에서 현지 생산·서비스 경쟁으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단순 수출만으로는 해외 시장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점도 알고 있다. 유럽과 호주 등 주요 시장에서는 충전 인프라, 정비망, 부품 공급, 중고차 가치, 현지 규제 대응이 판매량만큼 중요하다. 이에 따라 비야디(BYD), 체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등은 현지 판매 법인과 물류망, 서비스 거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조립 공장이나 부품 생산기지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차량을 배에 실어 보내는 단계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과 금융, 정비, 부품 공급을 함께 갖추려는 움직임이다. 이 변화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과제를 보여준다. 수출 대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해외 소비자가 중국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선택하게 하려면 품질과 안전성, 서비스 대응 능력이 뒤따라야 한다. 전기차는 한 번 팔고 끝나는 상품이 아니다. 충전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배터리 관리, 사고 수리까지 구매 이후의 경험이 브랜드 신뢰를 좌우한다. 제조업 회복의 온도차 중국 경제는 지금 업종별 온도차가 크다. 고기술 제조업과 자동차 수출은 비교적 강한 흐름을 보이지만, 내수 전반과 부동산 관련 소비는 여전히 무겁다. 제조업 PMI가 50.0에 머문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중국 정부가 첨단 제조업과 신에너지차, 인공지능, 장비 산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수 회복만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술 제조업과 수출이 빈자리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분야다. 전기차 공급망과 배터리, 전력반도체, 소프트웨어, 완성차 생산 능력이 한데 맞물려 있다. 중국이 자동차를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수출과 기술, 고용을 함께 끌고 갈 산업으로 보는 이유다. 5월 PMI와 자동차 수출 실적은 중국 경제의 현재 위치를 보여준다. 제조업은 기준선 위에서 버티고 있고, 고기술 업종은 비교적 강하다. 자동차는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이 흐름이 중국 경제 전체의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수출 증가가 기업 수익과 고용, 가계 소비로 연결돼야 한다. 그 연결이 약하면 첨단 제조업의 성장도 경제 전반의 체감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2026-06-22 17: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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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대들보 역할 기업은행 65년… 자산 500조 종합금융회사로
IBK기업은행의 역사는 한국 중소기업 금융의 성장사와 맞닿아 있다. 출발점은 1961년 8월 설립된 중소기업은행이었다. 정부는 경제개발 초기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고, 중소기업자의 자주적 경제활동과 경제적 지위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은행법을 제정했다. 기업은행은 이 법에 따라 태어난 국책은행이다. 기업은행의 DNA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대기업 중심 산업화가 속도를 내던 시절, 중소기업은 담보와 신용이 약해 일반 금융회사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기업은행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자본금 2억원, 31개 점포망으로 출발한 작은 국책은행은 중소기업의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수출금융과 보증 연계 금융을 공급하며 한국 산업화의 밑단을 떠받쳤다. 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다른 길을 걸었다. 시중은행이 예대마진과 대기업 거래, 가계금융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생애주기를 따라 움직였다. 창업 초기 자금, 공장 증설 자금, 수출입 금융, 기술개발 자금, 위기 때의 유동성 지원까지 기업은행의 역할은 중소기업의 성장 단계와 함께 확장됐다. ◆중소기업 금융 DNA…산업화의 그늘을 메운 국책은행 1960~70년대 기업은행의 역할은 중소기업 금융공급이었다. 경제개발계획이 본격화되면서 대기업과 기간산업에 정책자금이 집중됐지만, 산업의 저변을 이루는 중소기업에도 자금이 필요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전담 금융기관으로서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의 경계에서 움직였다. 수출입국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은행의 기능도 넓어졌다. 외자 업무와 외국환 업무, 수출 중소기업 지원이 강화됐다. 중소기업이 내수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금융이 필요했다. 기업은행은 수출 관련 금융과 상담 기능을 확대하며 중소기업의 국제화에도 힘을 보탰다. 1994년 증권거래소 상장은 기업은행의 체질 변화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국책은행의 공공성을 유지하되 자본시장에서 평가받는 금융회사로 한 단계 올라선 것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업은행의 존재 이유를 다시 확인시켰다. 위기 때 가장 먼저 자금줄이 막히는 곳은 중소기업이었다. 기업은행은 시장이 위축될 때 뒤로 물러서지 않고 중소기업 유동성 공급 창구로 기능했다. ◆국책은행에서 종합 금융회사로…민간 역할까지 넓힌 IBK 기업은행의 두 번째 도약은 민간 금융 기능의 확장이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전담 국책은행이지만, 오늘의 IBK는 은행 단일 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저축은행, IBK자산운용, IBK벤처투자 등 계열사를 통해 기업의 자금 조달과 투자, 자산관리, 연금, 벤처 생태계까지 포괄하는 금융그룹형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이 변화는 중소기업 금융의 성격이 바뀐 데서 비롯됐다. 과거 중소기업 금융은 대출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중소기업은 △기술개발 자금 △지분투자 △인수합병 자문 △수출입 금융 △환위험 관리 △퇴직연금 △디지털 결제와 데이터 기반 경영지원까지 필요로 한다. 기업은행이 민간 금융 기능을 넓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BK투자증권과 IBK벤처투자는 혁신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돕는 축이다. IBK캐피탈은 설비투자와 리스, 기업금융을 보완하고 IBK연금보험과 자산운용은 중소기업 임직원과 기업주의 장기 자산관리 수요를 흡수한다. 국책은행의 울타리 안에서 민간 금융의 도구를 넓히는 구조다. ◆순익 2조·자산 500조 돌파…숫자로 드러난 성장세 현재의 기업은행은 더 이상 소규모 정책은행이 아니다. 2025년 말 기업은행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2조7189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순이익도 2조3858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전년보다 14조7000억원 늘어난 26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기준 총자산은 500조원을 넘어섰다. 자본금 2억원과 31개 점포로 출발한 중소기업 전담 은행이 60여 년 만에 500조원대 금융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이 숫자는 기업은행이 단지 정책금융기관으로 남아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중소기업 금융이라는 본업을 지키면서도 수익성과 건전성, 자본시장 기능을 함께 키워온 결과다. 2026년 출발도 본업의 방향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업은행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7534억원, 별도 기준 순이익은 6663억원을 기록했다. 환율 변수와 전년 역대급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순이익은 줄었지만,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64조2000억원으로 더 늘었다. ◆생산적금융 30-300 프로젝트…다음 성장판은 혁신 중기 기업은행의 미래 성장전략은 △생산적금융 △혁신기업 투자 △디지털 중기금융 △건전성 관리로 요약된다. 핵심은 ‘IBK형 생산적금융 30-300 프로젝트’다. 기업은행은 2030년까지 5년간 첨단·혁신산업, 창업·벤처기업, 지방 소재 중소기업 등 생산적 분야에 300조원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생산적금융은 기업은행의 설립 목적과 가장 잘 맞닿아 있다. 단순히 대출을 많이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금이 산업과 기술, 일자리와 지역경제로 흐르게 하는 금융이다. AI, 반도체, 에너지, 소부장,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스마트제조 등 성장 산업의 중소기업은 대기업 공급망과 국가 전략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다. 기업은행은 이 분야에서 차별적 강점을 갖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한 중소기업 신용정보, 업종별 경기 흐름, 현장 영업망, 정책금융 집행 경험은 일반 시중은행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자산이다. 여기에 보증기관, 정책기관, 지방자치단체, 벤처투자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하면 기업은행은 단순한 대출기관을 넘어 중소기업 성장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18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8 07: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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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관광업 고용경고등…정부, 지원금 요건 완화·특별고용업종 검토
[경제일보] 중동 정세 불안과 유가·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항공·관광업계의 비용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부 항공사와 여행사를 중심으로 무급휴직 검토와 채용 보류 움직임이 감지된다. 정부는 고용 충격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지원 제도 요건을 완화하는 대응에 착수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김포공항에서 한국항공협회, 한국관광협회, 주요 항공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5차 비상고용노동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항공·관광업 고용 상황을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최근 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에 따른 원가 부담 확대,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른 수요 둔화 가능성이 주요 리스크로 제시됐다. 항공업계는 특히 연료비와 환율 영향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적 비용 압박을 호소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항공유 가격을 끌어올리고,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등 달러 결제 비용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유류할증료 인상이 항공권 총액을 끌어올리면서 성수기 수요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업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일부 항공사에서는 비용 부담 증가에 대응해 무급휴직 신청을 접수하거나 신규 채용 계획을 조정하는 사례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적인 수요 변동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고정비 구조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관광업계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요 여행사들은 항공권 가격 상승에 따른 패키지 상품 수요 둔화 가능성을 반영해 인력 운용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유급 또는 무급 휴직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익성 저하가 장기화될 경우 고용 조정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이날 회의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요구했다. 현행 제도는 매출 감소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지원이 가능해 업황 악화 초기에는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원금 지급 기준 완화와 함께 신청 절차 간소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확대, 고용·산재보험료 납부 유예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달됐다. 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적용 요건을 일부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매출 감소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업종 전반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고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지원 방식도 단순화된다. 오는 5월 12일부터는 휴업과 휴직으로 구분돼 있던 지원 유형을 하나로 통합하고, 신청 요건과 절차를 간소화해 기업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제도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부담을 줄여 실제 활용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준 역시 완화된다. 현재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고용 지표 악화가 12개월 기준으로 확인돼야 지정이 가능하지만, 이를 6개월 기준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행정예고된 상태다. 단기간 내 고용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업종의 특성을 반영해 보다 신속하게 정책 지원을 적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노동부는 항공·관광업계의 고용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 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여부를 신속히 검토할 방침이다. 업종별 협회 등이 지정 신청을 할 경우 관련 절차에 따라 요건 충족 여부를 조기에 판단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2026-04-28 08: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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