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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조 '수퍼 재정', 미래를 위한 투자인가 미래를 담보 잡는 도박인가
[경제일보] 국가 예산은 한 해의 살림살이를 넘어 국가의 철학과 미래를 담는 설계도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800조 원 안팎의 '수퍼 재정'으로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고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기술 등 첨단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미래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계가 기술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거는 시대에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향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재정은 의지만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흐름과 재정 원칙 속에서 집행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기를 놓치면 독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긴 고물가와 고금리의 터널을 겨우 벗어나 거시경제의 안정을 회복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물가는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고,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역시 언제든 다시 과열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10%를 넘는 초확장 재정을 집행할 경우 물가와 자산 가격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정부의 재정 확대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도 충돌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유지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대규모 재정을 풀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재정과 통화정책은 경제라는 수레의 두 바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결국 국민 경제가 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재정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명확하다. 경기가 좋을 때는 재정을 비축하고 국가채무를 줄이며, 어려울 때 과감히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세수 여건이 개선된 것은 반도체 산업의 호조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이를 구조적인 세수 증가로 착각해 지출을 대폭 늘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판단이다. 일시적인 호황을 영구적인 성장으로 오인하는 순간 재정 건전성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늘어난 세수는 무엇보다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우선 활용해야 한다. 국가 부채는 미래 세대가 반드시 갚아야 할 부담이다. 지금 곳간이 조금 채워졌다고 해서 소비부터 늘리는 것은 가계든 국가든 바람직한 재정 운용이 아니다. 미래의 경기 침체가 닥쳤을 때 사용할 재정 여력을 미리 소진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더 큰 우려는 막대한 예산이 정치적 논리에 휘둘릴 가능성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원성 사업이나 현금성 지원이 확대된다면 재정은 성장의 마중물이 아니라 포퓰리즘의 연료가 된다. 과거에도 선심성 재정은 단기적인 인기만 남겼을 뿐 국가 경쟁력을 높이지 못했다. 특히 경직성 복지와 현금성 지원은 한 번 시작되면 줄이기 어려워 국가 재정을 장기간 압박하는 구조적 부담으로 남는다. 정부가 신설하려는 미래대응기금은 반드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분야에 집중되어야 한다. AI와 반도체, 바이오, 양자컴퓨터, 차세대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은 물론, 기술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생태계 구축에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동시에 사업 선정부터 집행, 성과 평가까지 전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철저한 사후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은 규모보다 효율이, 속도보다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 아울러 저출생과 고령화, 노동시장 구조개혁, 지역 균형발전 등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재정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단순한 경기부양보다 국가 체질을 개선하는 데 쓰이는 예산만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오늘의 인기와 정치적 성과를 위해 미래의 부담을 키우는 재정 운용은 결코 책임 있는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정부는 800조 원이라는 숫자의 화려함보다 그 예산이 가져올 거시경제적 파급 효과를 더욱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면서 미래 산업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균형 감각, 그것이 지금 정부가 보여야 할 진정한 국가 운영의 지혜다. 풍년일수록 흉년을 준비하라는 경제의 기본 원칙을 잊지 않을 때만이 대한민국의 재정은 미래 세대에게 희망이라는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2026-07-14 12: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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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신분증,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서 막는다…사진까지 진위 확인
[경제일보] 간편송금 계정 개설 때 위조 주민등록증을 쓰는 방식이 더 어려워진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가 정부의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시스템을 활용해 사진 정보까지 대조하는 체계에 들어간다. 행정안전부는 9일 토스 신논현 사옥에서 네이버페이(대표이사 박상진), 카카오페이(대표이사 신원근), 비바리퍼블리카(대표 이승건), 금융감독원, 금융결제원과 ‘전자금융업자의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채병득 금융결제원장,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이사,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이승건 토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간편결제·송금 서비스의 신원확인 수준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전자금융 서비스가 생활 금융의 입구가 되면서 타인 명의 계정 개설, 보이스피싱 자금 이동, 범죄수익 은닉 시도도 정교해졌다. 정부가 전자금융업자까지 신분증 진위 확인망을 넓히는 이유다. 그동안 전자금융업자는 고객 확인 과정에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발급일자 등 제한된 정보만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을 포함한 주민등록증 원본 정보와 실시간 대조하기 어려워 위·변조 신분증을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는 정부 시스템을 통해 주민등록증 사진정보를 포함한 진위 확인 기능을 이용하게 된다. 고객이 앱에 제출한 주민등록증 정보를 행안부 발급 정보와 대조해 실제 발급된 신분증인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름과 번호만 맞추는 수준에서 벗어나 사진 기반 검증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기관별 역할도 나뉜다. 행안부는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시스템 제공과 제도 정비를 맡고, 금감원은 보안 점검과 감독을 담당한다. 금융결제원은 전자금융업자와 정부 시스템을 잇는 중계기관 역할을 한다. 행안부는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시스템 이용에 관한 고시’도 제정할 계획이다. 주민등록 법령상 ‘금융회사 등’의 범위에 전자금융업자를 포함하고 진위 확인 방법과 절차를 명확히 해 법적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올해는 금융결제원 금융 연계망을 활용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다. 정부는 운영 성과와 안정성을 검증한 뒤 내년부터 기준을 갖춘 전자금융업체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서비스 확대는 보이스피싱과 자금세탁 등 금융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공공의 신원확인 기반 시설을 민간과 연계해 국민이 안심하고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7-09 16: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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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 생성형 AI로 항생제 내성 대응…글로벌 연구 플랫폼 구축
[경제일보]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공공보건의 최대 과제 중 하나로 꼽히는 항생제 내성(AMR) 대응에 나선다. 전 세계에 흩어진 연구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AI를 활용해 새로운 내성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신약 개발과 공공보건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3일 AWS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임페리얼 칼리지 헬스케어 NHS 트러스트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플레밍 이니셔티브'의 글로벌 AMR 인텔리전스 플랫폼 구축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AWS는 최대 수백만 파운드 규모의 클라우드와 AI 기술, 기술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MR은 세균과 바이러스, 진균, 기생충 등이 변이를 일으켜 기존 항생제나 항균제가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는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물 내성 감염이 증가하면서 의료 시스템은 새로운 내성 패턴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기관들은 의료와 실험실, 지역사회 등에 분산된 데이터를 통합하기 어려워 연구와 대응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이에 플레밍 이니셔티브는 AWS의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에 분산된 AMR 관련 데이터를 하나의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화합물 라이브러리와 감시 신호, 연구 데이터를 연결해 기존에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내성 패턴과 연구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새로운 위협을 보다 빠르게 식별하는 것이 목표다. 앨리슨 홈스 플레밍 이니셔티브 디렉터는 "항생제 내성은 단일 기관이나 국가, 데이터셋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전 세계적 과제"라며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접근성 높은 데이터 생태계를 지원함으로써 연구자와 공공보건 리더가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며, AMR 위기에 걸맞은 속도와 규모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WS는 생성형 AI 서비스인 '아마존 베드록'을 통해 연구 환경도 지원한다. 연구진은 아마존과 앤트로픽, 메타, 코히어 등 다양한 기업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 연구인 인실리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년이 걸리던 연구 과정의 일부를 단축하고 신약 후보 물질 발굴과 내성 예측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이번 플랫폼은 연구기관과 의료기관, 산업계, 공공기관이 국가와 기관의 경계를 넘어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 역할도 수행한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관이 늘어날수록 데이터 규모와 분석 정확도가 함께 향상돼 글로벌 AMR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협력은 생성형 AI의 활용 범위가 업무 자동화를 넘어 의료와 생명과학 분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과 질병 예측, 의료 데이터 분석 등 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AWS 역시 클라우드와 AI를 기반으로 의료·생명과학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롤랜드 일링 AWS CMO 겸 글로벌 헬스케어·생명과학 부문 디렉터는 "클라우드와 AI 기술의 힘을 활용해 갈수록 커지는 항생제 내성이라는 전 세계적 과제 해결에 나서는 플레밍 이니셔티브를 지원하게 되어 기쁘다"며 "그동안 분리돼 있던 데이터셋을 클라우드를 통해 안전하고 대규모로 연결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새로운 연구 인사이트를 도출함으로써 연구자와 공공보건 리더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고, 연구 성과 창출을 앞당기며, 갈수록 커지는 이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03 13: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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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아닌 고열"…소아 요로감염, 조기 진단이 신장 지킨다
[경제일보] 소아에서 반복되는 고열은 흔히 감기나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기침이나 콧물 등 호흡기 증상이 동반되지 않은 채 고열이 지속되거나 아이가 평소보다 처지고 구토·식욕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단순 감기가 아닌 요로감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증상을 명확히 표현하기 어려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적지 않다. 최근 한 보호자는 아이가 고열과 구토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 방광요관역류와 급성 신우신염이 동반된 상태로 진단됐다. 초기에는 감기로 판단해 경과를 지켜봤지만 열이 떨어지지 않고 전신 상태가 악화되면서 뒤늦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이다. 방광요관역류는 소변이 방광에서 요관을 거슬러 올라가 신장으로 역류하는 질환으로 소아에서 비교적 흔한 선천성 요로 질환 중 하나다. 주로 요관과 방광이 연결되는 부위의 기능적 미성숙으로 발생하며 자체로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요로감염이 동반될 때다. 세균이 역류를 통해 신장까지 도달하면 급성 신우신염으로 이어질 수 있고 반복될 경우 신장에 흉터를 남길 위험이 있다. 최근 국내 의료계에서도 소아 요로감염의 조기 발견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소아 요로감염은 성인과 달리 전형적인 배뇨통이나 옆구리 통증 없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쉽지 않다. 특히 영유아에서는 원인 불명의 발열, 보챔, 수유 감소, 구토, 설사 등 비특이적 증상으로 나타나 장염이나 감기로 오인되기 쉽다. 이 때문에 첫 발열성 요로감염 이후에도 적절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재발을 반복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반복적인 발열성 요로감염은 단순 감염을 넘어 장기적인 신장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장에 흉터가 형성될 경우 향후 고혈압이나 만성 신질환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일부 연구에서는 어린 시절 반복된 신우신염이 성인기 신장 기능 저하와 연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주요 의심 증상으로는 △원인을 알기 어려운 고열 △구토 및 식욕 저하 △보챔 및 기력 감소 △소변 냄새 변화 △혈뇨 △빈뇨 또는 절박뇨 등이 있다. 특히 감기 증상 없이 열이 38도 이상으로 지속되거나 이전에 요로감염 병력이 있는 아이가 다시 발열을 보일 경우에는 요로감염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진단은 기본적으로 소변검사와 소변배양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후 필요에 따라 신장 및 방광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구조적 이상을 확인하고 방광요관역류가 의심될 경우 배뇨방광요도조영술(VCUG)이나 핵의학 검사를 통해 역류의 유무와 정도, 신장 손상 여부를 평가한다. 치료 전략은 환아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감염이 확인되면 항생제 치료가 우선이며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치료로 호전된다. 방광요관역류가 경미한 경우에는 성장과 함께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사례도 많아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시행한다. 다만 발열성 요로감염이 반복되거나 역류 정도가 높은 경우에는 예방적 항생제 치료, 내시경적 주입술, 수술적 교정 등이 고려된다. 심지성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이 반복된다면 단순 감기로 판단하기보다 요로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변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신장 손상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환아는 성장하면서 방광요관역류가 자연적으로 호전되지만 그 과정에서 감염이 반복되면 신장에 비가역적 손상이 남을 수 있다”며 “보호자는 아이의 체온 변화뿐 아니라 소변 양상, 활동성, 식사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이상 신호를 조기에 포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6-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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