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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 호황'에 취해 미래 투자를 잊은 한국 경제, 2년 뒤 닥칠 '복합 위기'가 두렵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극적인 합의로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파국은 일단 면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최대 0.5%포인트 갉아먹을 뻔했던 시한폭탄의 초침이 멈추면서 정부와 재계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남긴 상흔과 경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개별 기업의 노사 갈등이 국가 경제 전체를 마비시킬 뻔한 미증유의 위기는, 반도체라는 단일 업종에 기댄 대한민국 경제의 취약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부가 21년간 사문화되었던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만지작거리며 노사 중재에 나섰던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방증할 뿐이다. 눈앞의 파업 리스크가 해소되었다고 해서 경제의 펀더멘털이 회복된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경기 회복은 온전한 자생적 성장이 아닌,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일부 완성차 수출에 기댄 ‘착시 호황’이다. 실제로 올해 초 대한민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5%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투톱’이 주요 대기업 영업이익의 60%,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독식하는 기형적 구조다. 이들 대기업이 거둔 천문학적인 실적의 착시에 가려, 내수 경기는 바닥을 기고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지갑은 닫힌 지 오래다. 이른바 산업 간, 소득 간 ‘K자형 양극화’의 심화다. 더 큰 문제는 이 호황이 가져온 고질적인 부작용이다. 반도체 실적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노사는 벌어들인 수익을 ‘누가 더 많이 나눠 가질 것인가’라는 분배 놀음에만 몰두하고 있다. 성과급의 액수를 두고 벌어지는 소모적인 갈등 속에 미래를 위한 초격차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원천 기술 확보와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걸어도 모자랄 판에, 당장 손에 쥐어질 성과급 잔치에 한눈을 파는 사이에 대외 경쟁력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런 해이함의 대가는 머지않은 미래에 혹독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반도체의 호황 사이클은 결코 영원할 수 없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기술 추격이 본격화되는 1~2년 뒤, 반도체 사이클이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면 우리 경제를 지탱할 기둥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또 다른 축인 완성차 산업 역시 위태롭기는 매한가지다. 막대한 자본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공습은 이미 글로벌 시장을 넘어 우리 내수 안마당까지 위협하고 있다. 1~2년 내에 반도체의 한계와 자동차의 위기가 동시에 도래하는 ‘퍼펙트스톰(복합 위기)’이 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엄중한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만약 이 경고가 현실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게 된다. 성장 동력이 꺼진 경제는 고용 절벽과 세수 결손으로 이어져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다. 특정 강소 산업에 기댄 외풍 취약형 경제 구조를 전면 개혁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처지를 벗어날 수 없다. 지금 반도체 호황이 벌어다 준 ‘금쪽같은 시간’은 분배의 축제를 벌일 시간이 아니라, 경제의 체질을 뜯어고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노사는 당장의 이익 조율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미래 경쟁력 확보가 선행되어야 분배도 존재한다는 자명한 시장의 상식을 되새겨야 한다. 정부 역시 노조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어 사회적 갈등을 키우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 조정자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정부와 기업은 머리를 맞대고 반도체와 자동차를 이을 포스트 먹거리 육성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로봇, 방산, 원전,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세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정 산업의 변수에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는 기형적이고 위태로운 구조를 타파하고, 지속 가능한 다변화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만이 다가올 2년 뒤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유일한 활로다. 위기는 경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지금의 착시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그다음은 파국뿐이다.
2026-05-22 09: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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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 소수주주연대, 주주연대로 확장…"거버넌스 절차 본격화"
[이코노믹데일리] 한국앤컴퍼니 소수주주연대가 주주연대로 확장 전환했다. 특정 지분 규모나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회사 가치와 주주권 보호라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모든 주주에게 열려 있는 연대체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앤컴퍼니 소수주주연대는 11일 발표한 공식 입장문에서 "최근 법원이 조현범 회장의 이사 보수와 관련한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회사의 지배구조와 이사회 운영 전반에 대한 주주들의 문의와 참여 요청이 이어져 조직의 성격을 '소수주주연대'에서 '주주연대'로 확대·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 보수 결정 과정의 적정성과 이사회 견제 기능, 이사 책임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기존 소수주주를 넘어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과 문의가 연대에 전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앤컴퍼니 주주연대는 지난해 하반기 결성된 소수주주연대를 모태로, 이사 보수 및 책임 문제에 대한 법적 대응과 관련 제도 개선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조현식 전 고문도 소수주주연대의 입장에 공감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연대 측은 설명했다. 연대는 주주들의 의견과 법원 판결의 취지를 바탕으로 향후 대응과 방향을 판단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앞서 법원은 조현범 회장이 이해관계인임에도 보수 한도 승인 과정에 관여한 점 등을 문제 삼아, 해당 보수 결의가 상법상 절차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취소했다. 연대는 "이번 판결은 단순한 보수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이사 보수 결의 과정 자체의 공정성과 절차적 적법성이 훼손될 경우 주주총회 결의도 효력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연대 법률대리인 김학유 변호사는 "조현범 회장 보수 결의 취소 판결을 계기로 주주들 사이에서 이사회 운영과 지배구조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에 따라 연대 역시 보다 포괄적인 주주 참여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주주연대는 향후 확대된 연대 구조를 바탕으로, 사외이사 추천을 포함해 이사회 견제 기능 강화, 이사 책임과 보수 결정 구조에 대한 점검, 주주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 등 주주로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 전반에 대해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주주연대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이사 보수 및 책임에 대한 주주총회 안건 제안 등 구체적인 주주권 행사 방안을 검토·준비 중이며, 관련 안건은 향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주주제안으로 공식 제출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한국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주회사로, 이사회의 구성과 운영 방식은 단일 법인을 넘어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라며 "핵심 타이어 사업부문 매출이 10조원을 돌파한 글로벌 기업으로, 국내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 시장 신뢰와 주주권 보호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이사 보수 결의가 형식적 절차를 갖췄다고 해서 곧바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해관계인의 관여 여부와 결의 과정의 공정성이 핵심 판단 요소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연대는 "앞으로도 조현범 회장 보수 결의 취소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면서, 회사의 지속가능한 가치 제고와 주주권 보호를 위한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주주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2026-02-11 10: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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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해운 성장의 한복판에 섰던 이름, 권혁
[이코노믹데일리]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조세와 국적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반복돼 왔다. 존 프레드릭슨은 국적과 조세 거주지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도 합법적 절세라는 입장을 고수해 온 세계적 선주로 꼽힌다. 권혁 시도그룹 회장을 둘러싼 논란 역시 이와 유사한 문제의식 위에 놓여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권혁 회장은 ‘선박왕’으로 불린다. 권혁 회장이 실질적으로 운용해 온 선단의 영향력을 두고 “이순신 장군 함대 이후 가장 파워가 세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외부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 온 탓에 권혁 회장은 오랫동안 해운업계 내부에서만 거대한 존재로 인식돼 왔다. 권혁 회장이 일반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11년 국세청의 ‘역외 탈세 추적 프로젝트’였다. 당시 국세청은 조세회피처에 거주하는 것처럼 위장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 이들을 집중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 규모 추징 대상자로 지목된 인물이 권혁 회장이었다. 국세청이 산정한 추징금은 4101억원에 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권혁 회장을 둘러싼 대규모 조세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세청 고발 이후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권혁 회장은 횡령, 저축 관련 부당행위,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3년 2월 1심 재판부는 권혁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340억원을 선고했다. 종합소득세 1672억원과 법인세 582억원이 포함된 액수였다. 이 판결로 권혁 회장은 법정구속됐다. 항소심에서는 판단이 달라졌다. 시도그룹 핵심 해상운송 계열사인 시도카캐리어서비스(CCCS)를 둘러싼 법인세 포탈 혐의가 무죄로 인정되면서 판결의 방향이 바뀌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인세 포탈 혐의를 제외하고 종합소득세 2억4000여만원 포탈 혐의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형량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대폭 줄었다.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선박 중개업자 명의 해외 계좌에 입금해 관리한 중개수수료와 배당소득 7억원에 관한 사안이었다. 2016년 2월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판결로 권혁 회장을 둘러싼 형사 절차는 사실상 일단락됐다. 권혁 회장은 6·25 전쟁 발발 나흘 뒤인 1950년 6월 29일 태어났다. 1977년경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자동차사업부에서 근무했고, 이 시기의 경험은 이후 사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1980년 9월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법적 판단과는 별도로 권혁 회장의 사업 행보는 한국 해운 산업이 외형을 키워가던 흐름과 맞물려 전개됐다. 현대자동차 근무 경력은 권혁 회장이 해운업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였다. 국산 자동차의 해외 수출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에 주목한 권혁 회장은 자동차 전용선을 중심으로 한 해상 운송사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 전후 부산에서 동업자와 함께 시도물산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해운사업 준비에 나섰다. 일본을 거점으로 한 사업 구상도 같은 시기 진행됐다. 1993년 일본 도쿄 신바시에 시도해운을 설립했고, 중고 자동차선을 확보해 선주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확장했고, 선박 관리 업무를 외부에 맡기지 않기 위해 1995년 부산에 시도상선을 설립했다. 사세는 빠르게 커졌다. 권혁 회장은 2004년 시도쉬핑 한국영업소와 유도해운을 설립했고, 2009년에는 시도항공여행사를 인수했다. 2005년 12월까지 이들 회사를 대표이사로 직접 운영했으며, 이후에는 회장 직함으로 경영 전반을 총괄해 왔다. 시도상선은 한때 직원 수가 100명을 넘는 중견 해운기업으로 성장했다. 권혁 회장의 부는 해운 시황의 단기 변동에 기대기보다 자동차 전용선이라는 특정 시장을 장기간 선점하며 축적됐다. 선박을 직접 보유하거나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장기 운송 계약을 맺는 방식은 운임 등락과 무관하게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가능하게 했다. 선박 자체의 희소성과 선복 확보 능력이 곧 경쟁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러한 방식은 국제 해운업계에서는 비교적 익숙한 사업 모델로 받아들여져 왔다. 해상 운송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권혁 회장은 해외에 법인을 설립한 뒤 국내 회사에 업무를 맡기는 방식을 병행했다. 선박별로 단선회사를 두고 이를 통해 자산과 손익을 관리하는 방식은 선박금융 조달과 사업 확장 측면에서 유연성을 높였다. 이들 법인은 권혁 회장이 사실상 지배하는 형태로 운용됐다. 다만 이러한 사업 방식은 한국 해운업계에서는 흔치 않았다. 국내 해운 산업은 국적선과 법인 중심의 운영 체계 속에서 성장해 왔고, 개인 오너가 해외 법인을 축으로 대규모 선단을 사실상 통제하는 사례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차이는 국제 해운업계의 관행과 한국적 제도 환경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권혁 회장의 행보는 한국 해운 산업이 외형을 키워오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해상 운송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과정과 함께 대규모 조세 분쟁과 형사 절차라는 이력 역시 그의 이름과 병존해 있다. 권혁 회장이 일군 기업과 그 운영 방식은 이 같은 시간의 궤적 위에서 함께 놓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2026-01-06 10: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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