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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1주, 정부 대응에 필요한 것은 '정책'보다 '신뢰'다
[경제일보]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국내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군사 충돌이 현실화하자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국내 휘발유 가격도 즉각 반응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00원을 넘어선 것은 3년 7개월 만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리터당 2000원을 넘는 주유소도 등장했다. 통상 국제 유가 변동은 1~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시장에서는 담합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국내 석유와 가스 비축량이 충분해 단기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한국은 국제에너지기구 기준을 훨씬 웃도는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고 단기간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물리적인 수급만 놓고 보면 정부 설명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시장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물량’이 아니라 ‘신뢰’다. 주식시장은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금융시장은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고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은 냉정하다. 정책보다 신뢰가 흔들릴 때 더 크게 흔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김민석 국무총리와 방송인 김어준 씨의 설전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김 씨는 대통령 해외 순방 중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며 “아빠 없는 자식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고 총리실은 즉각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총리실은 중동 사태 직후부터 관계 장관 회의를 매일 개최했다고 밝혔다. 누가 옳은지는 지금의 핵심 쟁점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논쟁 자체가 국민에게 불안을 준다는 사실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 메시지가 혼선 없이 전달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 관리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정책의 부재가 아니라 신뢰의 붕괴다. 이재명 대통령은 휘발유 가격 급등과 관련해 ‘유류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매점매석과 폭리 행위를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10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시장 변동성에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실제로 효과적인 정책이 될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격 통제는 역사적으로 대부분 실패했다.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서기 301년 ‘최고가격 칙령’을 내려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공식 시장은 위축되고 암시장만 번성했다. 프랑스 혁명기에도 ‘최고가격법’이 시행됐지만 식량 공급은 오히려 악화됐다. 경제는 명령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폭리나 담합을 단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장 가격 자체를 행정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은 언제나 부작용을 낳았다.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공급과 수요가 만들어내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 신호를 억지로 누르면 문제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든다. 10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 안정 장치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시장은 정부의 자금 규모보다 정책의 방향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 정책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할 때 시장은 스스로 안정된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기를 잘 관리한 지도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상황을 과장하지도 않았고 숨기지도 않았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전쟁 초기 국민에게 “피와 수고와 눈물과 땀”을 요구했다. 불편한 진실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신뢰가 생겼다.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은 그런 솔직한 리더십이다. 정부는 에너지 수급 다변화와 지역 에너지 생산·소비 체계 같은 중장기 정책을 언급하고 있다.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국민이 먼저 보고 싶은 것은 거대한 구호가 아니라 명확한 현실 인식이다. 시장은 늘 정부보다 한발 앞서 움직인다. 불안이 커질 때 투자자들은 정책 문장 하나 발언 한 줄까지 분석한다. 그래서 위기일수록 정부 메시지는 단순하고 분명해야 한다. 지금의 중동 위기는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국제 유가 급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 여러 변수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자산은 석유 비축량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잃어버리는 데는 단 하루면 충분하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시장을 통제하려는 조치보다 시장과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정책의 강도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다. 위기 속에서 국가를 지탱하는 것은 결국 숫자가 아니라 믿음이기 때문이다.
2026-03-06 10:00:15
이지스자산운용, 중국계 PEF에 넘어가나…투자자 정보 유출 우려 확산
[이코노믹데일리]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중국계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제시한 흥국생명이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계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 플랫폼 인수에 따른 투자자 정보 유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힐하우스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전날(9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절차는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았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흥국생명은 "당초 주주대표와 매각주간사는 본입찰을 앞두고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며 "이를 믿고 지난달 11일 본입찰에서 최고액을 제시하며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본입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더니 힐하우스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하며 인수 희망 가격을 본입찰 최고가 이상으로 올려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본입찰 실시 27일 만에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흥국생명은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던 매각주간사의 당초 약속은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높이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다"며 "매각주간사가 힐하우스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하면서 흥국생명의 입찰 금액을 유출했을 가능성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힐하우스로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한국의 부동산 투자 플랫폼을 노린 중국계 사모펀드와 거액의 성과급에 눈먼 외국계 매각주간사가 공모해서 만든 합작품"이라며 "이는 매도인에게 부여된 재량의 한계를 넘어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와 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흥국생명은 "이번 입찰 과정에서의 기만과 불법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로 시장에서는 기업 가치를 8000억~1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매각 대상은 창업주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 손화자 씨가 보유한 지분 12.4%와 재무적 투자자의 보유 물량 등을 합친 지분 60% 이상이다. 대신파이낸셜그룹과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 측 등의 지분까지 포함될 경우 매각 대상이 최대 98%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상 경영권 전체가 매각 대상인 셈이다. 금융당국도 이번 매각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본입찰에 참여한 힐하우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의 경영권 매각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해 인수자의 재무 건전성과 경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며 "특히 외국 자본의 국내 금융사 인수 시에는 투자자 보호와 정보 보안 체계까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보험사가 인수할 경우 금융그룹 내 시너지 창출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안정적인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중국계 자본의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시 투자자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로 수많은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민감한 투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관투자자의 투자 전략과 자금 규모, 포트폴리오 구성 내역은 물론 개인투자자의 자산 현황과 투자 성향 등 고도로 민감한 금융정보가 포함돼 있다. 최근 중국계 자본과 관련한 정보 유출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쿠팡 등 국내 주요 플랫폼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고 중국 현지에서는 유출된 개인정보가 온라인 암시장에서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 금융정보를 포함한 민감 정보의 유출 피해 사례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데이터 현지화 정책과 국가정보법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당국의 요청 시 보유 데이터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어 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의 투자자 정보가 중국계 자본 손에 넘어갈 경우 정보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지스자산운용이 보유한 정보는 단순한 개인정보 수준을 넘어 국내 부동산 시장의 주요 투자 동향과 기관투자자들의 전략적 의사결정 정보까지 포함하고 있어 파급력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보유한 투자자 정보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의 투자 전략과 자금 규모가 포함돼 있다"며 "중국계 자본이 인수할 경우 이 같은 핵심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체투자 운용사는 부동산과 인프라 등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 정보까지 보유하고 있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정보 보안 문제를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의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태광그룹 산하 보험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이지스자산운용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강한 인수 의지를 보여왔다. PEF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을 인수하면 보험사의 자산운용 역량 강화와 운용사의 안정적 자금 조달이라는 측면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대체투자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무적으로 안정된 국내 보험사가 대주주로 들어오는 것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잔금 지급 등으로 거래가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부정적 입장과 흥국생명의 법적 대응 예고로 인해 매각 절차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IB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대체투자 운용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번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어 금융당국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2025-12-10 08: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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