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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기업에서 '소버린 에이전틱 OS'로…한컴, AI로의 '대전환' 선언
[경제일보] "소버린 에이전틱 OS기업, 이것이 '한글과컴퓨터'가 아닌 '한컴'으로서 앞으로 36년을 이끌 비전" 19일 김연수 한컴 대표는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전략 발표회 '한컴 : 더 시프트'에서 이같이 밝히며 글로벌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연수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소버린 에이전틱 OS' 전략과 AI 사업 성과, 글로벌 진출 계획 등을 공개했다. 한컴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순 인공지능(AI) 기능 추가 수준을 넘어 데이터 주권과 AI 실행 환경을 통합 제공하는 차세대 AI 운영체제 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소버린 에이전틱 OS는 조직 내부 데이터와 외부 AI 모델, 기존 업무 시스템 및 권한 체계를 하나의 안전한 환경에서 연결·통제하는 통합 AI 에이전트 운영체제다. 공공·국방·금융·헬스케어처럼 데이터 보안과 통제가 중요한 산업군이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AI 시장은 단순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동시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개인정보와 업무 데이터를 외부 AI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 'AI 주권' 확보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AI Act와 GDPR 등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면서 데이터 통제와 온프레미스 기반 AI 수요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에 한컴은 '데이터 주권'을 앞세워 AI 운영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는 "유럽은 AI 주권 유구가 가장 빠르게 제도화된 시장"이라며 "유럽 시장은 한컴이 추진하고 있는 소버린 에이전틱 OS에 대한 수요가 가장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 한 컴은 유럽 편집 파트너 세 곳과 MOU를 체결했거나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컴은 이날 처음으로 AI 사업 실적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지난해 한컴 별도 기준 매출은 1753억원으로 전년 1591억원 대비 10.2%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매출 증가분 가운데 절반 이상이 AI 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매출 성장세는 올해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1분기 AI 매출 비중은 11%를 넘어섰으며 월 기준 AI 매출은 당초 사업계획 대비 평균 200% 이상 초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컴은 기존 20만 고객 기반 위에 AI 패키지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AI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신규 고객 확보 경쟁보다 기존 기업 고객을 AI 서비스로 전환하며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실제 지난해 SaaS 방식으로 한컴 솔루션을 사용하던 기업 고객의 절반 이상이 갱신 과정에서 AI 패키지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컴은 현재 중앙부처와 교육청, 금융사, 공공기관 등을 포함한 대규모 B2B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컴은 이날 AI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문서 파싱·비정형 데이터 처리 기술, 공공·금융 중심 데이터 보안 역량, 20만 고객 기반, 개방형 AI 아키텍처 등을 제시했다. 특히 지난해 공개한 오픈소스 데이터 처리 기술 '오픈데이터로더(ODL)'는 글로벌 벤치마크 주요 부문에서 경쟁 오픈소스를 제치고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ODL은 문서 데이터를 대형 언어 모델(LLM)이 읽을 수 있는 구조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한컴은 자체 LLM 개발 경쟁 대신 다양한 AI 모델을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는 'LLM 비종속 구조' 전략도 강조했다. 고객이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직접 선택·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AI 플랫폼 시장에서 주목받는 팔란티어와 유사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데이터 통합과 운영 체계 자체를 장악하는 방식이다. 한컴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첫 타깃은 유럽 시장이다. 한컴은 최근 유럽 현지 AI·데이터 기업들과 연이어 협력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과는 양해각서(MOU) 체결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개인 정보 보호와 AI 규제가 가장 강력한 시장인 만큼 '소버린 AI'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한컴은 이날 36년 만의 사명 변경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기존 '한글과컴퓨터'에서 글로벌 브랜드 중심의 '한컴(HANCOM)'으로 변경한다. 또한 '한컴오피스 2024'를 마지막으로 연식제 패키지 판매를 종료하고 AI 기반 플랫폼 구조로 제품 정책도 전환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제 한컴은 글로벌 소버린 에이전트 OS 기업으로 최종 전환하려 한다"며 "지난 수년의 AI 기술 개발과 사업화는 바로 이번 전환을 준비하기 위한 역량 축적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2026-05-19 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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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OIN 2.0' 가입…소프트웨어 특허 방어망 강화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기아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SS) 관련 특허 분쟁 대응 체계를 강화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특허 네트워크인 ‘OIN(Open Invention Network) 2.0’에 가입했다. OIN은 리눅스 기반 오픈소스 생태계의 특허 분쟁 예방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회원사 간 특허 사용을 허용하는 상호 라이선스 체계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특정 기업이 보유한 특허를 이유로 다른 회원사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도록 하는 구조다. 현재 아마존과 구글, IBM, 도요타, 닛산 등 글로벌 IT·자동차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기존 대비 보호 범위를 확대 적용한 ‘OIN 2.0’ 체계가 새롭게 도입됐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누구나 활용 가능한 공개형 개발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개발 속도를 높이고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허 권리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특히 차량 소프트웨어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오픈소스 활용 범위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차량 운영체제(OS)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클라우드 서비스, 자율주행 개발 과정에서 리눅스 기반 오픈소스 활용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2015년 OIN 1.0에 가입한 바 있다. 이번 OIN 2.0 참여를 통해 SDV와 커넥티드 서비스, 클라우드 플랫폼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영역에서 특허 리스크 대응 체계를 강화하게 됐다. SDV는 차량 기능 상당 부분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고 업데이트하는 구조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 대비 차량용 소프트웨어 비중이 크게 늘어나며 운영체제와 보안, 데이터 처리 기술 중요성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최근 완성차 업계에서는 차량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 경쟁도 치열해지는 흐름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확대되면서 차량용 운영체제와 통신, 데이터 플랫폼 관련 지식재산권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내 소프트웨어 비중 확대에 맞춰 자체 운영체제 개발과 클라우드 서비스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량 성능 개선과 신규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적용 범위도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차그룹 역시 SDV 전환 전략을 핵심 미래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차량 전자·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통합하고 차량 기능 상당 부분을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구현하는 방향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OIN 2.0 가입을 계기로 글로벌 오픈소스 생태계 내 역할도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 회원사 참여를 넘어 특허 보호 범위를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에도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SDV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개발뿐 아니라 법적 요소까지 관리하여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며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협력은 물론 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6-05-13 10: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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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가상자산 시장 3분기 공식 출범 예고…韓 거래소 협력 속도 붙나
베트남이 이르면 올해 3분기 가상자산 시장의 공식 운영을 시작한다. 현지 당국이 5개 거래소 서비스 제공업체를 승인하면서 그동안 해외 거래소 중심으로 움직이던 베트남 가상자산 거래가 제도권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의 빗썸과 두나무도 현지 금융사와 손잡고 거래소 인프라 구축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응우옌 덕 찌(Nguyen Duc Chi) 베트남 재무부 차관은 12일 하노이에서 열린 ‘2026 디지털 트러스트 인 파이낸스’ 포럼에서 “이르면 올해 3분기 안에 투명하고 안전한 관리 체계 아래 베트남 가상자산 시장의 첫 공식 활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재무부와 공안부 중앙은행이 협력해 가상자산 거래 시장을 운영할 5개 서비스 제공업체를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의 움직임은 단순한 시장 허용보다 제도권 편입에 가깝다. 로이터는 베트남 재무부 문서를 인용해 Techcombank, VPBank, LPBank 계열사와 VIX Securities, Sun Group 관련 법인 등 5곳이 초기 자격 심사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정부는 해외 플랫폼을 통한 거래를 줄이고 자본 흐름과 투자자 보호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가상자산 시장 중 하나다. 로이터는 체이널리시스 자료를 인용해 베트남이 글로벌 가상자산 채택 지수에서 4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6월까지 12개월 동안 베트남 거래자들의 거래 규모가 2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다만 베트남에서 가상자산은 법정통화나 공식 지급수단으로 인정되지 않아 지금까지 상당수 이용자는 바이낸스 OKX 바이비트 등 해외 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해왔다. 이번 시범 사업은 5년간 운영되는 구조다. 베트남 정부 결의에 따르면 거래소 운영사는 베트남 현지 법인이어야 하며 최소 정관자본 10조동, 약3억8000만달러를 갖춰야 한다. 외국인 지분율은 49% 미만으로 제한된다. 이는 외국 기술과 자본을 활용하되 시장 주도권은 베트남 국내 법인이 쥐도록 설계한 장치다. 이런 구조는 한국 거래소에 기회와 제약을 동시에 준다. 한국 거래소가 단독으로 베트남 거래소 라이선스를 받기는 어렵지만 현지 금융사와 합작하거나 기술·운영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거래 시스템, 지갑, 수탁, 보안, 위험관리, 자금세탁방지, 투자자 보호 체계 등에서 이미 대형 거래소 운영 경험을 가진 한국 기업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빗썸(Bithumb)이다. 빗썸은 베트남 대형 증권사 SSI Securities의 자회사 SSI Digital Technology와 현지 디지털자산 거래소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측은 거래소 설립과 운영, 기술 아키텍처, 지갑·수탁 시스템, 보안·리스크 관리, 규제 준수 지원, 기관 서비스 등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빗썸의 베트남 진출은 국내 거래소의 해외 확장 전략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현지 이용자를 대상으로 단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규제 시장 안에서 현지 금융기관과 함께 인프라를 구축하는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베트남이 해외 거래소 이용을 줄이고 국내 승인 거래소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할 경우, 현지 파트너와 조기 협력한 사업자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두나무(Dunamu)도 베트남을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정부 포털은 지난해 두나무가 MB Bank와 베트남 디지털자산 거래소 플랫폼 개발 협력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파이낸셜뉴스도 두나무가 지난해 8월 MB Bank와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을 위한 기술 협력 MOU를 맺고, 거래소 구축과 법·제도, 투자자 보호 체계 마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협력한다고 보도했다. 두나무는 업비트(Upbit) 운영 경험을 앞세워 거래소 시스템과 보안, 운영 노하우 수출 모델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 현지 금융기관이 라이선스와 규제 대응을 맡고 한국 거래소가 기술 인프라와 운영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은 베트남의 외국인 지분 제한 구조와도 맞아떨어진다. 다만 두나무의 베트남 거래소 참여가 최종 인가를 받은 단계인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사업화 여부는 베트남 당국의 라이선스 심사와 현지 파트너의 준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글로벌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 VPBank와 연결된 CAEX는 OKX Ventures와 HashKey Capital의 전략적 투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현지 매체와 관련 보도에 따르면 CAEX는 베트남의 자본 요건을 충족하고 제도권 거래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글로벌 거래소·디지털자산 금융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거래소만 여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경제를 2030년까지 GDP의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국가 목표 아래 조세 행정 전자세금계산서 디지털 세관 금융 데이터 연결 등 금융 디지털화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국영 통신은 정부가 2026년 2분기부터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시범 운영을 추진하고, 관련 메커니즘과 정책 정비를 3분기까지 검토·보완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향후 관건은 거래소 개장 자체보다 시장 신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베트남은 이용자 규모와 거래 수요가 크지만 그만큼 자금세탁, 해외 자본 유출, 투자자 피해, 과세 공백에 대한 우려도 크다. 베트남 정부가 공안부와 중앙은행을 함께 참여시킨 것도 거래소를 단순 산업 정책이 아니라 금융 안정과 보안 문제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거래소에는 세 가지 기회가 있다. 첫째는 거래 인프라 수출이다. 대규모 동시접속 처리, 지갑 보안, 이상거래 탐지, 콜드월렛 관리, 실명확인 연계 등 한국 시장에서 축적한 운영 경험을 현지 금융사에 제공할 수 있다. 둘째는 투자자 보호와 규제 준수 모델이다. 한국은 실명계좌, 자금세탁방지, 고객확인 등에서 비교적 촘촘한 제도 경험을 갖고 있어 베트남 초기 시장 설계에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셋째는 기관 서비스와 수탁이다. 제도권 거래소가 열리면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현지 금융회사와 기업의 디지털자산 수요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위험도 분명하다. 베트남은 외국인 지분을 49% 미만으로 제한하고 현지 법인 중심 운영을 요구한다. 한국 거래소가 시장을 직접 장악하기보다는 현지 파트너의 전략과 규제 변화에 따라 역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거래소 라이선스가 5곳 안팎으로 제한될 경우 경쟁은 초기부터 과열될 수 있다. 기술 파트너로 참여하더라도 최종 사업 성과는 현지 법인의 인가 여부와 자본력, 고객 확보 능력에 달려 있다.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도 중장기 변수다. 베트남이 거래소 시범 운영과 함께 RWA, 즉 부동산 인프라 녹색에너지 등 실물 기반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할 경우 시장은 단순 코인 매매를 넘어 디지털 자본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업은 거래소 시스템뿐 아니라 수탁, 토큰 발행 관리, 자산 검증, 투자자 공시 인프라 영역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베트남의 3분기 공식 출범 예고는 동남아 가상자산 시장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해외 거래소에 흩어져 있던 거래 수요가 현지 승인 거래소로 이동하면 거래 수수료와 데이터, 투자자 보호 기능이 베트남 내부에 쌓이게 된다. 빗썸과 두나무 등 한국 거래소 입장에서는 베트남이 단순 해외 진출지가 아니라 거래소 인프라와 규제 운영 노하우를 수출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베트남 가상자산 시장의 개방은 속도보다 신뢰가 승부처다. 승인 거래소가 안정적으로 출범하고 은행 계좌·디지털 신원·세무 시스템과 연결될 경우 베트남은 동남아 디지털자산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 반대로 과도한 투기와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초기 제도권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 거래소와의 협업도 결국 기술 이전이 아니라 보안과 준법, 투자자 보호를 함께 수출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6-05-12 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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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거울, 카네기와 록펠러에 길을 묻다
[경제일보] 역사의 변곡점에서 시대정신은 언제나 두 거인의 어깨 위에 내려앉는다. 한 명은 시대의 단단한 뼈대를 세우는 자이며 다른 한 명은 그 뼈마디 사이사이에 뜨거운 피를 돌게 하는 자다. 19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포효와 함께 미국이라는 미완의 대륙이 꿈틀거릴 때 역사는 두 사내를 선택했다. 스코틀랜드의 잿빛 가난을 짊어지고 대서양을 건너온 이민자 소년, 앤드류 카네기. 그리고 불우한 유년의 상처를 신앙과 회계장부로 봉합하며 자라난 청년, 존 D. 록펠러. 오늘 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해일 앞에 서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이 거대한 파도는 이제 인류 문명의 모든 해안선을 재정의하고 있다. 이 현기증 나는 전환의 시대에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화려한 기술의 신기루에 취해 길을 잃지 않으려면 역사의 거울을 들여다봐야 한다. 150년 전 철과 석유라는 문명의 두 기둥으로 세상을 재편했던 카네기와 록펠러의 삶은, 안개 자욱한 AI 시대의 본질과 승리 법칙을 놀라울 만큼 선명하게 투영한다. 이것은 낡은 위인전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생존에 관한 준엄한 질문이다. ◆ 미국의 뼈대를 벼려낸 자, 앤드류 카네기 앤드류 카네기의 삶은 아메리칸드림의 원형 그 자체다. 1848년, 13살의 소년은 증기선 뒷간에 숨어 신대륙에 첫발을 디뎠다. 손에 쥔 것이라곤 희망이라는 이름의 누더기뿐이었다. 방직 공장의 실패 감는 소년에서 전보 배달부, 철도 회사 직원을 거치며 그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속성을 뼈에 새겼다. 그가 본 것은 멈추지 않는 미국의 팽창 에너지였다. 서부로, 서부로 뻗어 나가는 철도,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르는 마천루, 대륙의 혈맥을 잇는 거대한 교량. 카네기는 이 모든 야망의 근간에 무엇이 꿈틀대고 있는지 보았다. 바로 ‘철(鐵)’이었다. 여기에 그의 위대한 통찰이 번뜩였다. "인프라의 기반을 장악하는 자가 시대를 지배한다." 그는 금광을 찾아 헤매는 투기꾼이 아니었다. 금광으로 가는 길을 깔고 그 길 위를 달릴 기관차를 만들고 금을 캐는 데 쓸 곡괭이를 만드는 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에게 철강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의 미래를 떠받칠 단단한 골격이었다. 그의 철강 제국은 광적인 집념으로 쌓아 올린 견고한 성채였다. 결정적 계기는 영국에서 목격한 ‘베세머 공정’의 혁명적 잠재력을 꿰뚫어 본 순간 찾아왔다. 펄펄 끓는 쇳물에 공기를 불어넣어 불순물을 태워버리는 이 신기술은 연금술에 가까웠다. 2주가 꼬박 걸리던 강철 생산 시간은 단 15분으로 줄었고 원가는 폭락했다. 남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때 그는 전 재산을 걸고 이 신기술의 심장을 미국으로 가져왔다. 기술의 급소를 정확히 찌르는 자만이 경쟁의 규칙을 파괴하고 새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는 마치 오늘날 AI 기업들이 최신 반도체 공정과 아키텍처에 명운을 거는 모습과 정확히 포개진다. 그의 제국은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스스로 호흡하는 유기체였다. 그는 ‘수직 통합’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만의 생태계를 완성했다. 철강 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었다. 미네소타의 철광석 광산에서부터 펜실베이니아의 석탄 광산, 원료를 실어 나르는 오대호의 증기선과 철도 회사까지. 원료 채굴에서 제품 생산, 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신의 제국 안에 편입시켰다.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누구도 원가로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을 구축한 것이다. 외부의 기술이나 자원에 의존하는 순간 제국의 고삐를 놓치게 된다는 냉엄한 현실을 그는 간파했다. 이 거대한 제국을 움직이는 피는 ‘원가’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었다. 그는 역사상 최초로 정교한 실시간 원가 회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일 아침 그의 책상에는 각 공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1센트 단위까지 보고되었다. “이익은 알아서 따라오게 하고 비용을 감시하라”는 그의 말은 카네기 제국의 제1계명이었다. 이 서슬 퍼런 숫자에 대한 집착이 그의 용광로에서 나온 쇠를 세계에서 가장 단단하고 값싼 강철로 만들었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지탱하는 우아하고도 강인한 강철 케이블, 미국 대륙을 동서로 관통한 수만 킬로미터의 철도 레일,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창조한 마천루의 H빔. 그 모든 것이 카네기의 용광로에서 벼려낸 미국의 뼈대였다. 그러나 그는 부를 쌓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다”라는 그의 신념은 더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그는 자산의 9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여 미국 전역에 1689개의 도서관을 짓고 카네기 홀을 건립했다. 그는 물리적 인프라를 넘어 지식과 문화라는 정신의 인프라까지 구축하고자 했던 것이다. ◆ 미국의 혈관을 장악한 자, 존 D. 록펠러 카네기가 미국의 단단한 골격을 만들었다면 록펠러는 그 거대한 몸에 검고 뜨거운 피를 돌게 한 인물이다. 그의 무기는 땅속에서 솟아난 검은 황금, 바로 ‘석유’였다. 그의 유년기는 카네기보다 더 어둡고 축축했다. 떠돌이 약장수였던 아버지 밑에서 그는 일찍부터 돈의 비정함과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가 독실한 신자였던 어머니에게 배운 것은 두 가지였다. 모든 수입과 지출을 1페니까지 기록하는 회계장부의 철저함과 수입의 10분의 1을 반드시 헌금하는 신앙의 경건함. 이 두 원칙이 훗날 그의 무자비한 사업 방식과 숭고한 자선 활동이라는 모순적인 삶의 두 축이 된다. 록펠러의 천재성은 남들이 ‘기름’이라는 노다지에 홀려 땅을 팔 때 그는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보았다는 점이다. 19세기 중반 펜실베이니아에 석유가 터져 나오자 수많은 사람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시추공에 달려들었다. 그러나 록펠러는 그 도박판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는 석유 채굴은 예측 불가능한 행운의 게임이지만 일단 채굴된 원유를 정제하고 운송하여 판매하는 것은 ‘반드시 돈이 되는 사업’임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석유 산업의 혈관, 즉 정제와 유통망을 장악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무기는 회계장부였다. 그는 카네기를 능가하는 비용 통제의 화신이었다. 원유 1갤런을 운반하는 데 쓰는 나무통 가격을 2.5달러에서 1달러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직접 통 제조 공장을 세웠다. 통을 밀봉하는 데 쓰던 40개의 땜납을 39개로 줄여보라고 지시한 일화는 그의 경영 철학을 상징한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이 작은 차이들이 모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거대한 가격 경쟁력의 성벽을 쌓았다. 그는 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장 치명적인 무기를 휘둘렀다. 바로 ‘유통망 장악’이었다. 당시 유일한 운송 수단이던 철도 회사와 비밀리에 리베이트 계약을 맺어 경쟁사보다 훨씬 싼 값에 석유를 운송했다. 심지어 경쟁사가 지불하는 운송비의 일부까지 자신에게 흘러 들어오도록 설계했다. 국가의 대동맥과도 같은 철도망을 자신의 사적인 무기로 만든 것이다. 경쟁사들은 이유도 모른 채 피를 말리며 고사해갔다. 마지막으로 그는 ‘합류가 아니면 파산’이라는 냉혹한 흡수 전략으로 시장을 평정했다.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과 유통망을 무기로 그는 경쟁 정유사들을 차례로 무릎 꿇렸다. 그는 경쟁사의 장부를 샅샅이 보여주며 스탠더드 오일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 거부하는 자에게는 무자비한 가격 전쟁을 일으켜 파산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무질서한 경쟁을 ‘죄악’으로 여겼고 독점을 통한 ‘질서’와 ‘안정’이야말로 산업의 발전이라 믿었다. 결국 그는 미국 정유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는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를 완성했다. 그의 석유는 등유가 되어 인류의 밤을 밝혔고 가솔린이 되어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스탠더드 오일은 현대 산업을 움직이는 운영 체제(OS) 그 자체였다. 그는 비정한 독점가라는 평생의 멍에를 짊어졌지만 훗날 록펠러 재단을 통해 의학과 교육 발전에 막대한 기여를 하며 부의 의미를 다시 썼다. ◆ AI 시대, 변하지 않는 법칙의 귀환 역사의 거울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카네기의 철과 록펠러의 석유. 이 둘은 2차 산업혁명 시대의 물리적, 에너지적 기반이었다. 오늘날 AI 시대의 철과 석유는 무엇인가. 카네기의 철은 단연코 AI 모델의 두뇌인 ‘반도체’다. 록펠러의 석유는 그 반도체를 깨우는 ‘전력’과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클라우드 인프라’다. 놀랍게도 오늘날 AI 패권 전쟁의 승자들은 150년 전 두 거인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복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라는 새로운 ‘철’의 생산 방식을 독점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석유 유통망’을 장악하고 전 세계 AI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통행세’를 거두고 있다. 이들 모두 반도체 설계부터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장악하는 수직 통합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제국을 견고히 쌓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거대한 지각 변동 속에서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뼈대를 만드는 카네기가 될 것인가, 그 뼈대 속을 흐르는 혈액을 공급하는 록펠러가 될 것인가. 혹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인프라 위에서 살아가는 단순한 소비자에 머무를 것인가. 카네기와 록펠러는 웅변한다. 시대의 본질을 꿰뚫고 그 기반이 되는 인프라를 장악해야만 미래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은 화려한 AI 모델을 가져다 쓰는 수준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우리만의 반도체를, 우리만의 데이터센터를, 우리만의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의 급소를 찌르는 혁신, 외부 의존도를 끊는 수직적 장악력, 상대를 질식시키는 원가 통제. 150년 묵은 이 법칙들은 AI 시대에 더욱 서슬 퍼렇게 귀환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그 운율은 반복된다. 철과 석유의 시대가 남긴 거대한 메아리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준엄한 경고이자 다시없을 기회다. 제2의 카네기, 제2의 록펠러가 될 수 있는 창은 아직 열려 있다. 그 창을 향해 과감히 몸을 던질 것인가, 아니면 그저 창밖의 풍경이 변하는 것을 구경만 할 것인가. 선택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2026-04-27 17: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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