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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연령은 낮추고, 국가는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경제일보] 소년범죄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나이는 첫 번째 질문이 아니다. 흉기에 다쳤다면 상처가 남고, 집단폭행을 당했다면 학교에 다시 가는 일부터 두려워진다. 성범죄 피해를 입은 아이와 가족에게는 일상이 무너진다. 가해자가 열세 살이라는 사정이 피해의 크기를 줄여주지는 않는다. 현행 형법은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소년부 심리를 거쳐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송치 같은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형사재판을 받는 것과 같은 무게의 책임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와 가족의 눈에는 법이 가해 소년의 나이부터 살피고, 자신들이 겪은 고통은 뒤로 미루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촉법연령은 낮춰야 한다. 살인과 강도, 성폭력, 흉기 사용, 집단폭행처럼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심각하게 침해한 범죄라면 더욱 그렇다. 보호처분을 받고도 폭력과 절도를 반복하는 소년에게도 마찬가지다. 범행의 결과를 알면서도 타인에게 중대한 해악을 입히는 행위까지 나이 하나만으로 형사사법의 바깥에 둘 이유는 약하다. 소년에게 성인과 똑같은 처벌을 하자는 뜻은 아니다. 열세 살의 판단력과 책임 능력을 성인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수사와 재판, 형의 집행도 소년의 발달 단계와 회복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책임의 경계는 분명해야 한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누군가의 삶을 어떻게 훼손했는지, 그 행동에 왜 법적 책임이 따르는지를 가르치지 않는 교화는 훈계에 그치기 쉽다. 형벌에는 재범을 막고 사회를 지키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응보 역시 형벌의 중요한 목적이다. 응보는 피해자의 분노를 대신 풀어주는 보복이 아니다. 국가가 범죄의 위법성과 피해의 무게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가해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일이다. 법원이 책임을 선언할 때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일이 사적인 불운이나 아이들 사이의 다툼으로 축소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소년범죄 논의에서는 가해 소년의 성장 가능성과 교화 필요성이 자주 강조된다. 그 원칙은 필요하다. 그러나 가해 소년의 장래를 살핀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상처와 불안을 주변으로 밀어낼 수는 없다. 피해자 보호는 소년사법의 부수적 과제가 아니다. 소년사법이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기준이다. 촉법연령 하향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법의 문턱만 낮춰 놓고 소년을 다시 방치한다면, 제도는 또 다른 실패를 낳는다. 가해 소년은 더 깊은 비행으로 들어가고, 피해자는 계속 늘어난다. 소년분류심사원의 현실은 국가가 소년범죄에 얼마나 임시방편으로 대응해 왔는지를 드러낸다. 지난해 새로 위탁된 소년은 5489명이었다. 4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2025년 하루 평균 수용 인원은 460명으로 정원 410명을 넘어섰다. 원칙상 한 달인 위탁 기간도 절반가량이 연장됐다. 심사원은 이미 정원을 넘긴 인원을 안고 돌아가고 있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단순히 소년을 머물게 하는 시설이 아니다. 법원이 처분을 정하기 전 가정환경과 학교생활, 또래관계, 정신건강, 중독 문제를 살피고 재비행 위험을 판단하는 기관이다. 심사관이 작성한 분류심사서는 소년의 처분을 정하는 재판부 판단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런데 전국 심사관은 22명에 불과하다. 한 사람이 해마다 250건 안팎을 맡아야 한다. 정신질환과 약물·도박 문제, 가정 해체와 학대 경험, 학교 부적응까지 겹친 소년을 짧은 기간에 파악하고 적절한 처우를 정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심사원에 들어오는 소년 세 명 중 한 명이 정신질환을 안고 있다는 현장 진단까지 나온다. 상담과 치료, 교육을 맡을 인력은 부족하고, 심사관들은 사건 처리와 행정 업무, 야간근무까지 감당해야 한다. 심사원 안에서 달라지는 소년도 적지 않다. 규칙적인 생활을 배우고, 끼니를 챙겨 먹으며, 상담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밖에서 굶거나 약물에 손댔던 소년이 생활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평균 44일의 변화는 심사원 문을 나서는 순간 흔들리기 쉽다. 소년은 다시 가출을 반복하던 집으로 돌아간다. 학교에서는 이미 낙오자로 취급받고, 범행을 함께했던 또래는 연락을 기다린다. 도박과 폭력, 성착취와 마약에 닿는 온라인 공간도 그대로 남아 있다. 심사원에서 재비행 위험을 진단해 놓고도 가정과 학교, 보호관찰소와 지역사회가 뒤를 잇지 못하면 심사 결과는 보고서에 머문다. 재위탁률이 40%를 넘는 현실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심사원에 여러 차례 드나드는 소년이 생기는 이유를 개인의 의지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보호관찰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학교 출석이 무너진 소년에게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생활 기반부터 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돌볼 여력이 없고, 학교는 손을 놓으며, 보호관찰관은 지나치게 많은 사건을 맡는다. 지역사회 상담기관은 도움을 청하는 소년에게만 문을 연다. 가장 먼저 손을 내밀기 어려운 소년에게 스스로 찾아오라고 요구하는 방식이다. 국가의 관리 실패는 결국 새로운 피해로 돌아온다. 재비행은 숫자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두 번째 폭행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처음 겪는 공포다. 가해 소년을 제대로 붙들지 못한 국가는 다음 피해자를 막을 기회도 놓친다. 재범 방지는 가해 소년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피해자 보호 정책이다. 촉법연령을 낮춘다면 처벌 뒤의 관리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중대 범죄나 반복 비행으로 보호처분 또는 형사처분을 받은 소년에게는 전담 사례관리자가 필요하다. 보호관찰소와 학교, 지방자치단체, 상담기관이 각자 공문만 주고받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한 명의 담당자가 소년의 출석과 치료, 가정환경, 또래관계, 직업교육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기관을 연결해야 한다. 보호자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 부모의 방임과 폭력, 중독과 가정 붕괴가 비행의 배경이라면 소년만 교육해서는 달라질 것이 없다. 보호자 상담과 교육, 필요한 경우 가정에 대한 개입이 병행돼야 한다. 아이를 심사원에 맡긴 뒤 집안은 예전과 다름없이 두고 “다시 잘해 보라”고 돌려보내는 방식은 재비행을 막지 못한다. 학교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재적만 유지한 채 교실에서 사실상 밀려난 소년이 적지 않다. 일반 학교로 돌아가기 어렵다면 대안교육과 직업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수업을 듣지 않고, 일할 곳도 없으며, 집에서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소년에게 보호관찰 준수만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처방이다. 촉법연령 하향은 소년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더 이른 시점에 책임을 가르치고, 그 책임이 다음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가가 더 오래 관리하자는 요구다. 피해자에게는 “당신이 겪은 피해를 법은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가해 소년에게는 “나이가 책임을 지워주지는 않지만, 국가는 당신을 다시 범죄로 밀어 넣지도 않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촉법연령을 낮추는 일은 출발일 뿐이다. 심사원에서 44일을 보낸 뒤에도 국가가 소년의 삶을 붙들 수 있어야 한다. 책임을 묻되 방치하지 않고, 피해자를 보호하되 소년의 재기를 포기하지 않는 제도. 그 두 가지를 함께 해내지 못한다면 촉법소년 논쟁은 언제까지나 같은 자리만 맴돌게 된다.
2026-07-05 14: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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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라이프, 희망드림봉사단 아동시설 쿠킹클래스 진행 外
[경제일보] KB라이프, 희망드림봉사단 아동시설 쿠킹클래스 진행 KB라이프가 자사 희망드림봉사단이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아동보호·양육시설 삼동보이스타운을 찾아 아동들과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봉사활동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정서적 교류를 지원하고 임직원과 아동이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날 행사에는 KB라이프 임직원 16명과 삼동보이스타운 아동 17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1대1로 짝을 이뤄 케이크를 만들며 교류했으며 완성된 케이크는 체험에 참여한 아동뿐 아니라 시설에 거주하는 아동들에게도 전달됐다. KB라이프는 지난해 삼동보이스타운 아동들과 아쿠아리움 체험활동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시설을 방문해 교류를 이어갔다. 행사 이후에는 아이들이 사전에 희망한 학용품과 물놀이용품 등을 전달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KB라이프 관계자는 "지난해 함께했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포용금융의 가치를 바탕으로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함께 성장하는 돌봄 중심의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KDB생명, 소비자보호 수기·제도개선 공모전 성료 KDB생명이 '2026 소비자보호 보험금 수기 및 제도개선 아이디어 공모전'을 마쳤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고객 지향적 문화를 확산하고 현장 의견을 경영 전반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됐다. KDB생명은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영업지원시스템 등을 통해 고객과 임직원의 참여를 받았다. 심사는 10개 유관 부서장이 참여하는 2단계 절차로 진행됐다. 보험금 수기 부문은 진정성과 공감성을, 제도개선 아이디어 부문은 실현 가능성과 창의성, 소비자보호 효과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최종 수상작은 보험금 수기 부문 5편, 제도개선 아이디어 부문 4편 등 총 9편이다. 보험금 수기 부문 최우수상은 가족의 암 투병 과정에서 보험금 지급을 계기로 보험설계사의 길을 선택한 사연이 선정됐다. 제도개선 아이디어 부문 최우수상은 인터넷과 모바일 창구 내 계약사항에서 약관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안한 고객에게 돌아갔다. KDB생명은 해당 제안을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반영할 계획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은 보험 상품이 지닌 상부상조의 가치와 사회 안전망 역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소비자 권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고객의 삶을 지키는 동반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교보모두지킴종신보험(무배당)' 출시 교보생명이 납입한 보험료를 생활자금 등으로 활용하면서도 사망보장을 유지할 수 있는 '교보모두지킴종신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상품은 사망보장을 유지하면서 납입한 보험료를 생애주기에 따라 생활자금이나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품은 베이직형과 프리미엄형으로 나뉜다. 베이직형은 기본적인 사망보장과 자금 활용을 원하는 고객에게, 프리미엄형은 보장과 환급 기능을 강화하려는 고객에게 적합하다. 보험료 납입 완료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객은 납입보험료 100% 상당액을 생활자금 등으로 받을 수 있다. 베이직형은 10년에 걸쳐, 프리미엄형은 10년에 걸쳐 라이프플랜자금과 계약자적립액 인출 방식으로 지급된다. 생활자금을 수령하더라도 사망보장은 유지된다. 고객은 납입보험료 상당액을 받은 뒤에도 사망 시 최초 가입금액 수준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자금을 받지 않으면 사망보험금이 추가로 늘어난다. 베이직형은 납입보험료의 최대 50%, 프리미엄형은 최대 70%까지 사망보장금액이 증가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상품은 납입한 보험료를 노후자금 등으로 활용하면서도 사망보장은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라며 "노후준비와 가족보장을 함께 고민하는 고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6-29 10: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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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나눔, 상반기 5000명 만났다…기부 넘어 '현장형 사회공헌' 확대
[경제일보] 빗썸의 사회공헌 브랜드 빗썸나눔이 올해 상반기 전국 현장을 찾아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했다. 단순 기부보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직접 만나고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현장 중심 나눔에 초점을 맞췄다. 빗썸나눔은 2026년 상반기 아동, 어르신, 장애인, 복지 사각지대 이웃을 대상으로 30여 차례 나눔 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누적 지원 인원은 5000여 명이다. 후드집업, 에코백, 다이어리, 텀블러 등 생활 후원물품과 연탄 3000장, 이불 세트 등을 포함해 총 7억5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다. 아동양육시설과의 동행이 가장 눈에 띈다. 빗썸나눔은 꿈나무마을 초록꿈터, 동광모자원, 성애원, 신명아이마루 아이들과 겨울철 스키와 물놀이, 놀이공원 나들이를 진행했다. 봄부터는 아동푸른센터, 꿈을키우는집, 꿈나무마을 파란꿈터, 혜명메이빌, 명진들꽃사랑마을, 삼동보이스타운 등을 찾아 바비큐 파티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프로그램도 단순 나들이에 그치지 않았다. 드론 교육, 어린이 안전교육, 심폐소생술, 화재 대피 훈련, 호신술 강의 등 배움 요소를 더했다. 여아 시설에는 네일아트와 비즈팔찌 체험을, 남아 시설에는 호신술 강의를 마련하는 등 시설 특성에 맞춘 활동도 진행했다. 어르신 지원도 이어졌다. 설을 앞두고 창신동쪽방촌 주민 150명에게 명절 음식을 대접했다. 3·1절에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 600명과 태극기를 나눴다. 보훈원 국가유공자 어르신을 위한 전통 간식·체험 프로그램과 서울 중구 독거 어르신 60명을 위한 생신잔치도 열었다.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는 사회적 장벽을 낮추는 활동에 집중했다. 장애인의 날에는 부천혜림원과 특수학교를 찾아 학생과 교사를 격려했다. 동대문구 거북이 걷기대회에서는 빗썸 임직원들이 시각장애인 참가자와 1대1로 매칭돼 4km 구간을 함께 걸었다. 복지 사각지대 지원도 넓혔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 시설 산모들에게 영종도 힐링 여행을 지원했고 한부모 가정 시설에서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3월에는 동두천 에너지 취약계층 가구에 연탄 3000장과 이불을 전달했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정의 지역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김장나눔 봉사도 진행했다. 올해는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빗썸나눔은 지난 3월 제주 동제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제주 지역 첫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같은 달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빗썸나눔 사회공헌 자원봉사단’ 1기도 출범했다. 대학생 봉사단은 기획부터 실행까지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외 평가도 이어졌다. 빗썸나눔은 지난 4월 ‘2026 동행서울 누리축제’에서 장애인 복지 증진 공로로 서울시장 표창 우수상을 받았다. 보훈문화, 아동, 장애인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총 6차례 주요 기관 표창도 받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빗썸나눔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과 함께 화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며 “일회성 지원을 넘어 관계를 이어가는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건강한 나눔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상자산 업계의 사회공헌은 시장 신뢰와도 연결된다. 거래소가 단순 기부 규모를 앞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 접점을 넓히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빗썸나눔의 과제는 상반기 활동의 열기를 지속적인 프로그램과 투명한 성과 공개로 이어가는 일이다.
2026-06-26 10: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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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창의력 키운다…스마일게이트 퓨처랩, 어린이 학습앱 '아하오호' 공개
[경제일보]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이 어린이 창의 학습 플랫폼을 선보이며 AI 시대 미래 인재 육성에 나선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교육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단순 지식 습득보다 창의력과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는 교육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은 어린이 창의 학습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아하오호'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했다고 밝혔다. '아하오호'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직접 만들고 공유하며 배우는 경험 중심 학습 플랫폼이다.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이 지난 10년간 오프라인 공간에서 운영해 온 창의교육 철학과 프로그램을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교육업계에서는 생성형 AI 활용이 확산되면서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AI가 글쓰기와 이미지 제작, 정보 검색 등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단순 지식 습득보다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 협업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 현장에서도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과 자기주도 학습, 창의성 교육 강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능력뿐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설계하는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은 학습자가 직접 창작 활동에 참여하고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춰 아하오호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창작 활동을 기록하는 아카이빙 기능과 AI 기반 맞춤형 피드백, 회고 및 보상 시스템 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단순히 결과물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친구들과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플랫폼의 기반에는 퓨처랩이 자체적으로 발전시켜 온 '창의 루프' 학습 모델이 적용됐다. 이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 교수이자 퓨처랩 부이사장인 미첼 레스닉의 '창의 학습 나선'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탐색과 창작, 공유, 피드백, 회고, 재도전 과정을 반복하며 학습이 이뤄지는 구조다. 교육 현장을 위한 지원 기능도 함께 제공된다. 퓨처랩은 교사와 교육자가 학생들의 창작 활동과 학습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전용 웹 플랫폼을 마련했다. 교육자는 학생들의 창작 여정과 회고 데이터를 분석해 보다 체계적인 학습 환경을 설계할 수 있다.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은 플랫폼 효과 검증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신종호 교수 연구팀과 함께 아하오호가 아동의 창의적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내달에는 실제 이용자로 구성된 어린이 서포터즈 '아크크'를 운영해 교육 현장의 활용 사례를 발굴하고 서비스 개선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은 AI 시대 교육 경쟁력이 단순 기술 교육을 넘어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하오호를 통해 오프라인 중심 교육 경험을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하고 더 많은 어린이와 교육자가 창의 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백민정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센터장은 "AI가 결과물을 대신 만들어 주는 시대일수록, 학습자가 직접 만들고 시도하고 실패해 보는 창작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며 "아하오호가 어린이들에게는 나를 표현하는 즐거운 창작 놀이터가, 교육자들에게는 미래세대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는 도구가 돼 문제 해결력,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미래교육의 새로운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6-22 17: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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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의료의 저울을 바로잡을 때다
사회가 발전하고 문명이 화려해질수록 우리는 종종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잊곤 한다. 의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첨단 의료기술과 고가 장비가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지만, 정작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화려한 의료산업의 성장 이면에서 산부인과는 사라지고, 소아과 진료 공백은 심화됐으며, 외과와 응급의료 분야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려 왔다. 생명의 최전선을 지켜야 할 의료체계가 오히려 가장 취약한 분야로 전락한 것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개편안은 이런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개편안의 핵심은 CT·MRI 등 고가 영상검사의 수가를 조정하는 대신 20년 가까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해온 기본 진찰료를 인상하고, 산과·소아과·외과 등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데 있다. 이는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곳에 우선 배분하겠다는 정책적 선언이다. 의사의 가장 기본적인 의료행위인 진찰의 가치를 회복하고,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를 살려내겠다는 점에서 상식과 원칙의 회복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의료체계는 지나치게 검사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환자들은 가벼운 증상에도 고가 검사를 선호했고, 병원 역시 첨단 장비를 활용한 검사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를 형성했다. 반면 환자를 직접 만나 상담하고 진찰하며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기본 진료 행위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을 받아왔다. 그 결과 필수의료 분야는 인력 유출과 적자 누적으로 점차 붕괴의 길을 걸었다. 노자는 《도덕경》 제77장에서 "하늘의 도는 남는 곳에서 덜어 부족한 곳에 보태지만, 사람의 도는 부족한 곳에서 덜어 남는 곳에 바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의료 수가 체계는 안타깝게도 후자에 가까웠다. 검사와 장비 중심의 분야에는 수익이 집중된 반면, 국민 생명을 지키는 필수의료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이번 개편은 이런 비정상을 바로잡고 의료 자원을 보다 합리적으로 재배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도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고가 영상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중증 환자와 희귀질환 환자들의 부담 증가 가능성이다. 암 환자나 희귀질환 환자에게 CT와 MRI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수단이다. 과잉진료를 줄이겠다는 취지가 자칫 필요한 검사마저 위축시키거나 환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면 정책의 정당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공동체의 정의는 가장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인류의 오랜 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중증 환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별도의 보호장치를 마련해 어떠한 의료 사각지대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다른 과제는 의료계 내부 갈등이다. 이번 개편은 필연적으로 이해관계의 충돌을 수반한다. 검사 수익 비중이 높은 병원과 의원들은 수익 감소를 우려할 수밖에 없고, 필수의료 분야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게 된다. 정책이 잘못 추진될 경우 의료계의 집단 반발이나 새로운 편법 진료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도덕경》 제60장에 나오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는 말은 오늘날 의료개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작은 생선을 자주 뒤집으면 살이 부서지듯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의료체계를 무리하게 흔들 경우 오히려 시스템 전체가 손상될 수 있다. 정부는 일방적인 집행자가 아니라 정교한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수가 인하의 영향을 받는 의료기관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필수의료 종사자들에게는 단순한 경제적 보상뿐 아니라 직업적 자긍심과 지속 가능한 근무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의료진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개혁이다. 의료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다루는 공공재이자 사회적 안전망이다. 따라서 의료정책은 수익성과 효율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생명 존중과 형평성, 그리고 공동체적 책임이라는 가치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이번 건강보험 수가 개편은 왜곡된 의료 생태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수가를 올리고 내리는 데 달려 있지 않다. 필수의료를 실질적으로 살릴 수 있는 후속 대책, 환자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한 세심한 보호장치, 의료계와의 지속적인 소통과 조정 능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의료개혁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할 길은 의료를 다시 생명 중심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정부와 의료계, 국민 모두가 당장의 이해관계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미래를 바라볼 때 비로소 대한민국 의료는 균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뒤틀린 의료의 저울을 바로잡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 고통을 감내할 때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태어나고, 아플 때 언제든 치료받을 수 있는 건강한 의료체계가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2026-06-21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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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사내 경진대회 'AX 레시피'로 현업 혁신과제 발굴 外
[경제일보] GS건설은 전 임직원이 AI를 일상적인 업무 도구로 활용하고 실질적인 업무 개선 성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사내 AI 활용 경진대회인 ‘AX 레시피’를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AX 레시피’는 임직원이 직접 AI를 활용해 업무상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업무 방식을 발굴하는 사내 AI 활용 경진대회다. 지난해 처음 도입했으며 올해는 개인 중심의 참여 방식에서 현업 조직 중심의 팀 단위 방식으로 개편했다. AI 에이전트(AI Agent) 개념을 적용해 기존에 직원이 수행하던 업무 일부를 AI가 수행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참가팀은 AI·데이터 활용 도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실제 업무와 연계된 혁신과제를 수행한다. 데이터 분석, 의사결정 지원,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오는 9월 우수 과제를 선정하고 검증된 과제는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최우수 과제로 선정된 팀의 대표에게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전시회인 ‘CES 2027’ 참관 기회를 제공한다. 임직원들이 글로벌 AI·디지털 기술의 발전 방향을 체험하고 이를 회사의 사업과 업무에 접목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GS건설 관계자는 “AI 내재화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 모두가 기존의 업무 방식을 재설계하고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라며 “교육과 실습, 현업 적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계를 강화해 AI가 모든 임직원의 일상적인 업무 역량으로 자리 잡도록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두산건설, 수도방위사령부 장병 AI 역량 강화 교육지원 두산건설은 ‘장병 북돋움 내일 PASS’를 통해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에게 AI 자격증 취득 교육과정을 지원했다고 18일 밝혔다. 지원 전달식은 지난 17일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진행됐으며 수도방위사령부 지영준 참모장(준장)과 두산건설 오세욱 상무 등이 참석했다. ‘장병 북돋움 내일 PASS’는 장병들의 자기계발과 생산적인 복무 환경 조성을 위해 국방부가 운영 중인 민·군 협력 사업이다. 독서, 진로 설계, 건강 증진과 함께 AI·드론 등 첨단 분야 자격 취득 기회를 제공하며 장병들의 미래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두산건설은 이번 지원을 통해 2000만원 상당의 ‘License PASS’ AI 자격증 취득 과정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에게 제공했다. 군 복무 중에도 AI 및 디지털 분야 학습 기회를 확보하고 전역 후 사회 진출에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수도방위사령부는 이번 지원이 장병들의 AI·디지털 분야 이해도를 높이고 첨단 과학기술 중심으로 변화하는 국방환경에 필요한 기초 역량을 함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신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혀 미래 전장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과학기술 기반으로 발전하는 군의 변화에 대응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하는 청년 장병들이 군 복무 기간 동안 미래 역량을 키우고 사회 진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이번 지원을 마련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호건설, 제13회 아테라 하모니 콘서트 개최 금호건설은 서울 관악구 물댄동산 난곡지역아동센터에서 ‘제13회 아테라 하모니 콘서트’를 개최했다고 18일 밝혔다. ‘아테라 하모니 콘서트’는 금호건설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더불어배움이 함께하는 문화 지원 프로그램이다. 지난 2020년부터 지속된 사회공헌 활동이며 올해 13회를 맞았다. 아테라 하모니 콘서트는 금호건설 임직원과 아티스트의 재능 기부로 운영되며 매회 다른 지역 아동센터를 찾아가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콘서트에는 물댄동산 난곡지역아동센터 소속 초·중학생 30여 명과 연주자인 금호건설 박용출 수석 매니저, 인디밴드 ‘카키마젬’이 참여했다. 공연은 금호건설 박용출 수석 매니저의 베이스 기타 연주로 막을 올렸다. 박 수석 매니저는 T-스퀘어의 ‘Sailing the Ocean’과 바트 하워드의 ‘Fly Me to the Moon’을 선보였다. 이어 ‘카키마젬’이 무대에 올라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한 사운드와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아이유의 ‘Love wins all’ 등을 비롯한 커버곡을 연주하며 공연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조완석 금호건설 사장은 “다채로운 음악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26-06-18 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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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대학 졸업장은 아직도 밥벌이를 보장하는가
[경제일보] 대학 졸업장이 한 사람의 인생을 보증하던 시대가 있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첫 직장을 정했고 첫 직장이 평생 소득의 궤도를 만들었다. 부모는 아이를 학원으로 보냈고 학생은 시험 한 번에 청춘을 걸었다. 한국 사회는 그것을 경쟁이라 불렀고 국가는 그것을 교육이라 불렀다. 그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명문대의 힘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좋은 대학의 이름은 여전히 통한다. 기업도 아직 학벌을 본다. 사람도 학벌을 본다. 한국 사회에서 간판의 힘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그 졸업장이 앞으로도 밥벌이를 보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이미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은 대학 졸업장의 권위를 정면에서 흔들고 있다. 보고서 초안, 코드 작성, 회의록 정리, 시장 조사, 번역, 디자인 시안, 법률 문서의 1차 검토까지 AI가 처리한다. 예전 같으면 신입사원이 회사에 들어가 몇 년 동안 배우며 하던 일이다. 그 일이 사라지고 있다. 사다리의 첫 칸이 없어지는 것이다. 청년에게는 잔인한 변화다. 과거에는 회사에 들어가 낮은 단계의 일을 하며 조직을 배웠다. 문서를 고치고 보고를 다시 쓰고 선배에게 깨지면서 업무 감각을 익혔다. 실수할 시간이 있었다. 지금 기업은 신입에게도 처음부터 AI를 다루고 결과물을 검증하고 판단까지 하라고 요구한다. 배울 시간은 줄었고 요구 수준은 높아졌다. 대학은 이 변화를 알고 있는가. 한국 교육은 오랫동안 선발에 몰두했다. 아이를 잘 가르치는 제도보다 아이를 잘 줄 세우는 제도를 더 정교하게 만들었다. 누가 더 빨리 정답을 고르는지, 누가 더 실수 없이 문제를 푸는지,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를 시험했다. 그렇게 뽑힌 학생에게 사회는 우수하다는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AI 시대에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은 더 이상 인간만의 경쟁력이 아니다. 기계가 더 빨리 찾고 더 많이 요약하고 더 그럴듯하게 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이다. 판단이다. 맥락을 읽는 능력이다. 기계가 내놓은 답을 의심하고 잘못된 결론을 바로잡고 현실의 사람과 조직 안에서 문제를 풀어내는 힘이다. 대학 졸업장이 아니라 평생 역량이 경쟁력이라는 말은 구호가 아니다. 이미 노동시장에서 벌어지는 냉정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 교육은 여전히 입시의 관성에 갇혀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입시를 향해 달린다. 중학교는 고등학교를 준비하고 고등학교는 대학을 준비한다. 대학은 취업을 준비한다. 정작 사회에 나가 평생 배워야 할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은 허약하다. 아이들은 왜 배우는지 모른 채 문제를 풀고 대학생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른 채 졸업장을 받는다. 이것이 교육인가. 정부는 AI 교육을 말한다. 디지털교과서도 말하고 AI 교실도 말하고 미래 인재도 말한다. 그러나 교실에 태블릿을 넣는다고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 칠판이 전자칠판으로 바뀌었다고 좋은 수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다.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배운 것을 현실 문제에 적용하고 실패한 뒤 다시 고치는 경험이다. AI 시대 교육개혁의 핵심은 기계를 더 많이 쓰게 하는 데 있지 않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인간이 더 잘하게 만드는 데 있다. 대학도 자기 역할을 다시 물어야 한다. 대학은 그 자리에 무엇을 하러 있는가. 4년 동안 학점을 모아 졸업장을 나눠주는 기관인가. 입시에서 이긴 학생에게 사회적 신분증을 발급하는 기관인가. 아니면 산업과 사회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배우고 전환할 수 있는 지식의 플랫폼인가. 앞으로 대학은 청년기에 한 번 통과하는 관문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직장인이 돌아와 AI와 데이터, 반도체와 바이오, 경영과 디자인을 다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중장년이 일자리를 바꾸기 위해 대학 문을 두드릴 수 있어야 한다. 지역 대학은 지역 산업과 연결돼야 하고 전문대학은 현장 기술의 중심이 돼야 한다. 대학이 변하지 않으면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을 먼저 흔들고 AI가 그 존재 이유를 다시 흔들 것이다. 기업도 책임에서 빠질 수 없다. 기업은 늘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재는 완제품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과거 기업은 신입을 뽑아 가르쳤다. 지금은 즉시 투입 가능한 사람만 찾는다. AI가 초급 업무를 대신하자 신입 채용은 줄고 다시 경력직만 찾는다. 그러면 청년은 어디서 경험을 쌓는가. 사다리의 첫 칸을 기업이 걷어차 놓고 대학에만 인재 양성을 요구할 수는 없다. 정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교육부는 교육을 말하고 고용노동부는 직업훈련을 말하고 산업부는 인재 수급을 말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모두 하나의 문제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기업에서 어떻게 성장하며, 중장년이 어떻게 다시 일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부처별 사업을 늘어놓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평생학습은 복지 사업의 한 항목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돼야 한다. AI 시대에 인문교육이 덜 중요해졌다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이다.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AI가 답을 만들수록 인간은 질문해야 한다. AI가 계산할수록 인간은 판단해야 한다. AI가 효율을 높일수록 인간은 방향을 정해야 한다. 기술이 강해질수록 기준 없는 사회는 더 위험해진다. 읽기와 쓰기, 역사와 철학, 윤리와 시민교육은 낡은 과목이 아니다. AI 시대를 버티게 하는 기본 체력이다. 한국 사회는 학벌의 효용을 너무 오래 믿었다.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가면 삶이 안정된다는 공식은 한때 현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공식이 빠르게 낡고 있다. 대학 간판은 출발선을 앞당겨줄 수 있다. 그러나 결승선까지 데려다주지는 못한다. 한 번 얻은 학위보다 계속 갱신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 문제는 이 변화가 모두에게 공정하게 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돈 있는 집 아이는 더 좋은 AI 도구와 더 좋은 교육 기회를 먼저 얻는다. 대기업 직원은 사내 교육과 재훈련 기회를 갖지만 중소기업 노동자와 자영업자, 경력 단절자에게는 그런 기회가 드물다. 평생학습을 개인의 노력으로만 떠넘기면 교육 격차는 더 벌어진다. AI 시대의 교육개혁은 학벌 경쟁을 줄이는 일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격차를 막는 일이기도 하다. AI는 사람을 밀어내는 기술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의 능력을 키우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될지는 교육에 달려 있다. 준비된 사람에게 AI는 날개가 된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벽이 된다. 그 벽 앞에서 다시 학벌만 붙잡는 사회가 된다면 한국 교육은 또 한 번 실패할 것이다. 이제 물어야 한다. 대학은 학생에게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기업은 청년에게 성장할 시간을 주고 있는가. 정부는 국민이 평생 다시 배울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졸업장 한 장이 인생을 보장한다고 믿고 있는가. AI 시대의 진짜 학력은 대학 이름이 아니다. 낯선 기술 앞에서 다시 배우는 힘이다. 기계가 만든 답을 검증하는 힘이다. 남이 낸 문제를 푸는 능력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다. 한국 교육이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대학 졸업장을 숭배하는 교육에서 평생 역량을 키우는 교육으로 가야 한다. 졸업장은 한 번 받는다. 그러나 역량은 평생 갱신해야 한다. AI 시대에 더 위험한 사람은 AI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더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더 위험한 사회는 대학 간판을 가진 소수에게만 기회를 몰아주는 사회다. 대학 졸업장이 밥벌이를 보장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교육개혁은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2026-06-16 0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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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선거서 진보 교육감 약진이 던지는 교육계 메시지는?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에서 가장 조용했지만 가장 깊은 변화가 일어난 곳은 교육감 선거였다. 시장·도지사 선거의 함성, 여야 대표의 공방, 전·현직 정치 지도자의 지원 유세에 가려졌지만 유권자는 아이들의 교실을 맡길 사람을 따로 골랐다. 그 결과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11곳 안팎에서 승리하거나 당선이 유력한 흐름을 보였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9명 수준으로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교육계의 무게추가 다시 진보 쪽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 결과를 단순히 진보 진영의 승리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없다. 후보 이름도, 정책도, 성향도 유권자에게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선거 역시 후보 난립과 단일화 갈등, 낮은 관심 속에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 선거 전 교육감 선거에서 ‘지지 후보 없음’과 ‘모름’ 응답이 높아 유권자의 무관심이 심각했던 게 사실이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 여부가 판세를 좌우해왔지만, 이번에는 곳곳에서 다자 구도와 단일화 불복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진보 교육감이 약진했다면, 그 안에는 분명한 민심의 결이 있다. 첫째 메시지는 경쟁 일변도 교육에 대한 피로감이다. 학부모는 성적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초학력 회복, 디지털 역량, AI 시대 인재 교육, 대학 진학 경쟁력에 대한 요구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다만 아이를 점수와 서열의 사다리에만 묶어두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문제의식도 커졌다. 학교가 입시 공장만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 교육이 최소한 아이의 자존감과 공동체 감각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가 표심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둘째 메시지는 공교육 회복에 대한 주문이다. 사교육비 부담은 이미 가계 경제의 고질병이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 시간표가 아이의 하루를 지배하고, 중산층 가계조차 교육비 앞에서 허리가 휜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내세운 무상·보편 교육, 돌봄 확대, 교육복지 강화, 학교 현장 지원 공약은 이런 현실과 맞닿아 있다. 유권자는 이념의 깃발보다 “내 아이가 학교 안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는가”를 물었다. 교육감 선거 결과는 사교육에 밀린 공교육의 체면을 다시 세우라는 명령에 가깝다. 셋째 메시지는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교육 현장은 학생 인권과 교권 침해 논란으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일부 보수 진영은 학생 인권 조례를 교권 약화의 원인처럼 몰아갔고, 일부 진보 진영은 교사들의 절박한 호소를 충분히 껴안지 못했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이기는 공간이 아니다. 학생의 존엄과 교사의 권위는 함께 서야 한다. 진보 교육감 약진은 학생 인권을 지키되, 교사가 무너지는 학교를 방치하지 말라는 이중의 요구로 해석해야 한다. 넷째 메시지는 ‘교육의 정치화’에 대한 경고다. 교육감 선거가 진보 대 보수의 대리전으로 흐를수록 정작 교실의 문제는 뒤로 밀린다. 한 아이가 문해력을 잃고, 한 교사가 악성 민원에 지치고, 한 학교가 디지털 격차 앞에서 흔들리는 문제는 좌우의 구호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진보 교육감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그것은 백지수표가 아니다. 교육을 정쟁의 전초기지로 만들지 말고 학교의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요구다. 진보 교육감들이 특히 새겨야 할 대목도 있다. 과거 혁신학교, 민주시민교육, 학생인권조례는 진보 교육의 상징이었다. 이번 선거 결과로 민주시민교육,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자사고 정책 등이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정책의 이름이 곧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혁신학교가 실제 학력과 학교 만족도를 높였는지, 민주시민교육이 균형 잡힌 시민성을 길렀는지, 학생인권정책이 교권 보호 장치와 함께 설계됐는지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진보 교육이 다시 기회를 얻었다면, 이번에는 구호보다 성과로 답해야 한다. 보수 교육계도 반성할 대목이 적지 않다. 학력 회복과 학교 질서 회복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의제였다. 그러나 그것이 학생 인권의 후퇴, 과거식 입시 경쟁의 복원, 서열화 교육의 재가동처럼 비치면 중도 학부모를 붙잡기 어렵다. 보수 교육이 다시 신뢰를 얻으려면 ‘경쟁’만 말할 것이 아니라 ‘좋은 공교육 안에서의 실력’을 말해야 한다. 기초학력 진단은 필요하지만 낙인찍기가 되어서는 안 되고, 자율과 선택은 필요하지만 교육 격차를 방치하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동서양의 고전은 교육의 본질을 이미 오래전에 말했다. <논어>의 ‘유교무류(有敎無類)’는 가르침에는 부류가 없다는 뜻이다. 신분과 배경에 따라 배움의 문을 달리해서는 안 된다는 공자의 말이다. 오늘의 한국 교육에 옮기면 부모의 소득, 사는 지역, 장애 여부, 학교 유형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갈라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진보 교육감 약진의 가장 큰 의미도 여기에 있다. 유권자는 교육이 다시 기회의 사다리가 되기를 바랐다. 사다리가 사교육 시장 안에만 놓여 있다면 그것은 공교육의 실패다. 그러나 평등만으로 교육은 완성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탁월함은 반복된 습관에서 나온다고 봤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학교를 만드는 것과 높은 기준을 세우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공정한 기회 위에서 더 많이 읽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정확히 쓰고, 더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이끄는 것이 교육이다. 진보 교육감들은 이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평등의 언어만 있고 수월성의 설계가 없다면 학부모는 다시 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갈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교육계에 세 가지 숙제를 남겼다. 첫째, 공교육의 질을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기초학력, 학교폭력, 교권 침해, 돌봄 공백, 디지털 격차에 대해 지역별 목표와 지표를 공개해야 한다. 둘째, 교사를 교육개혁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주체로 세워야 한다. 교사가 지쳐 있으면 어떤 혁신도 교실 문턱을 넘지 못한다. 셋째, 이념형 정책보다 현장형 정책을 앞세워야 한다.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거대한 담론보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변화다. 교육감 선거는 무관심 속에서 치러졌지만, 그 결과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진보 교육감의 약진은 ‘아이들을 경쟁의 벼랑 끝에만 세우지 말라’는 호소이자 ‘공교육을 다시 믿을 수 있게 만들라’는 명령이다. 동시에 ‘진보 교육도 성과와 책임의 언어로 말하라’는 경고다. 교육은 정권보다 길고, 선거보다 깊다. 교육감의 임기는 4년이지만 한 아이의 삶에는 수십 년의 흔적을 남긴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교육계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학교를 이념의 전시장으로 만들지 말라. 아이가 배우고, 교사가 가르치며, 학부모가 믿을 수 있는 공교육을 복원하라. 진보 교육감들의 승리는 그 출발선일 뿐이다. 이제부터는 승리의 말이 아니라 교실의 변화로 답할 시간이다.
2026-06-05 10: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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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한 표의 기준은 생활과 책임이다
[경제일보] 오늘 유권자는 다시 투표소 앞에 선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 권력 교체의 절차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이고, 국정 안정과 정권 견제라는 두 구호가 정면으로 맞붙는 정치적 시험대다. 여야는 저마다 심판을 말한다. 여당은 국정 동력을 위해 지방 권력의 교체를 호소하고, 야당은 거대 여당을 견제할 최소한의 힘을 달라고 말한다. 선거에서 심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본질이 심판 구호 하나로 덮여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을 다시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선거도 아니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이들이 다루는 것은 거대한 이념보다 가까운 생활이다. 버스 노선, 주차장, 학교 안전, 돌봄, 병원 접근성, 재난 대응, 쓰레기 처리, 노후 주거 정비, 지역 일자리, 산업단지 규제, 소상공인 지원이 모두 지방 행정의 영역이다. 주민의 하루를 바꾸는 일은 대개 중앙정치의 연설장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회의실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오늘의 한 표는 정당에 대한 호불호만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 어느 후보가 우리 지역의 재정을 제대로 이해하는가. 누가 선심성 공약과 실제 가능한 정책을 구분할 수 있는가. 누가 예산을 아끼고, 필요한 곳에는 과감히 쓸 수 있는가. 누가 개발 이익과 환경 보전, 성장과 복지, 교통과 주거의 균형을 설명할 수 있는가. 유권자가 물어야 할 기준은 분명하다. 내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할 사람인가. 지역의 돈을 자기 정치가 아니라 주민의 삶에 쓸 사람인가. 지금 지방은 위기 앞에 서 있다. 수도권은 과밀과 주거비에 눌려 있고,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에 흔들리고 있다. 지역 대학은 학생을 구하지 못하고, 중소도시는 병원과 학교와 일자리를 동시에 걱정한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말이 아니다. 반대로 일부 지역은 산업 전환의 기회를 맞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바이오, 관광, 물류, 에너지 산업은 지방정부의 판단에 따라 지역의 새 먹거리가 될 수도 있고,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지방정부의 실력이 곧 지역의 생존 능력이 되는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만 소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여야가 심판론을 외치는 것은 정치의 속성상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유권자까지 그 언어에 갇힐 필요는 없다. 중앙정치의 분노와 피로가 투표장을 지배하면 정작 지역의 문제는 뒤로 밀린다. 선거가 끝나면 중앙정치의 구호는 사라지지만, 부실한 지자체장과 무능한 지방의회는 4년 동안 주민 곁에 남는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이 치른다. 정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방선거를 정권 안정론이나 정권 견제론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태도는 이제 버려야 한다. 공천은 정당의 가장 엄중한 책임이다. 당선 가능성만 보고 후보를 세우고, 지역을 잘 아는 인물보다 계파와 충성도를 앞세운다면 지방자치는 허울만 남는다. 지방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집행부를 감시하지 못하는 의회, 예산서를 읽지 못하는 의원, 주민보다 정당의 눈치를 보는 지방정치는 민주주의의 하부 구조를 약하게 만든다. 교육감 선거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교육은 한 지역의 미래를 정하는 가장 긴 호흡의 정책이다. 기초학력, 사교육비, 학교폭력, 교권, 디지털 교육, 지역 간 교육 격차는 모두 현장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는 늘 정보 부족 속에 치러진다. 유권자가 후보를 모른 채 투표장에 들어서면 아이들의 학교는 다시 이념과 구호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교육감은 교육 행정가이지 진영의 대리인이 아니다. 오늘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냉정함이다. 마음에 드는 정당이 있어도 후보를 봐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정당이라도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인지 따져야 한다. 공약집을 읽고, 이력을 보고, 전과와 재산, 납세와 병역, 이해충돌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선거는 감정의 배출구가 아니라 책임의 계약이다. 투표용지에 찍는 도장은 분노의 낙인이 아니라 앞으로 4년을 맡기는 위임장이다. 투표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남이 결정한다. 정치가 싫다고 투표장을 떠나면 조직화된 표가 지역의 미래를 가져간다. 지방선거에서 한 표의 가치는 중앙선거보다 더 직접적이다. 몇 표 차이로 구의원과 군의원이 바뀌고, 그 한 사람이 조례와 예산을 바꾼다. 작은 선거일수록 한 표는 더 무겁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말이 아니다. 정해진 날, 정해진 장소에 가서 자기 판단을 남기는 일이다. 좋은 정치가 저절로 오지 않듯, 좋은 지방정부도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묻는 시민이 있어야 답하는 후보가 나오고, 따지는 유권자가 있어야 책임지는 정치가 가능하다. 오늘의 기준은 상식이어야 한다. 지역을 아는 사람, 예산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해결할 사람, 정당의 명령보다 주민의 삶을 먼저 볼 사람을 골라야 한다. 심판도 필요하고 견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는 것은 생활이고 책임이다. 6.3 지방선거의 한 표는 중앙정치의 함성 속에서도 결국 우리 동네의 내일을 선택하는 일이다.
2026-06-03 13: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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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네이버페이 대출비교에 개인사업자 대출 입점 外
[경제일보] 카카오뱅크, 네이버페이 대출비교에 개인사업자 대출 입점 카카오뱅크가 네이버페이와 개인사업자 대출 지원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협력으로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을 네이버페이 대출비교 서비스에서 조회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뱅크 대출 상품이 네이버페이 대출비교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은 사업 운영자금과 사업장 구입자금 등 목적으로 최대 10억원까지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네이버페이 대출비교에서는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물건에 대한 대출을 우선 운영한다. 향후 집합상가까지 담보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구매 목적의 사업장 구입자금 대출은 불가능하며 사업 운영자금 목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 2022년 10월 출시 이후 잔액 기준 3조4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지난 1년 동안에는 2조1000억원을 공급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번 입점을 통해 보다 많은 소상공인들이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개인사업자 고객의 금융 부담을 줄이고 자금 마련을 돕기 위해 다양한 혁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호서대학교와 상호공동발전 업무협약 체결 신한은행이 지난 1일 충남 아산 호서대학교 아산캠퍼스에서 호서대학교와 상호공동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신한은행은 호서대학교의 주요 금융 파트너로서 대학 운영에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학생들을 위한 체크카드 겸용 학생증 발급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 교직원과 학생 등 대학 구성원이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서대학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첨단산업 분야 인재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양 기관은 교육 환경 조성과 학생 중심 지원 체계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호서대학교의 교육과 연구 행정 전반을 뒷받침하는 금융파트너가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편리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양 기관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상생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조손가정 아동 대상 'KB든든키트' 지원 KB국민은행이 조손가정 아동의 식생활 안정과 건강한 성장을 위해 'KB든든키트' 먹거리 지원사업을 실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경제적 어려움과 고령 조부모의 양육 부담으로 영양 불균형 위험에 놓이기 쉬운 조손가정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원 대상은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비수도권 7개 지역에서 18세 미만 손자녀를 양육하는 조손가정 800가구다. KB든든키트는 건강재료 간편식과 아동·조부모에게 필요한 영양제, 가정 내 필수 응급키트 등으로 구성됐으며 각 가정에 직접 전달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KB든든키트'가 아이들에게 든든한 한 끼의 기쁨이 되고 미래를 향해 씩씩하게 성장할 수 있는 따뜻한 응원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위한 맞춤형 포용금융 활동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6-02 17: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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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정권 심판보다 생활정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여야는 총력전에 들어갔다. 여당은 국정 안정을, 야당은 정권 견제를 내세우고 있다. 중앙정치의 시각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민심 평가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본령은 따로 있다. 주민의 삶을 누가 더 잘 돌볼 것인가, 지역의 살림을 누가 더 책임 있게 운영할 것인가, 낡은 행정과 무능한 의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묻는 선거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을 다시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선거도 아니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이들이 결정하는 것은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생활의 조건이다. 버스 노선 하나, 학교 주변 안전 하나, 노후 주택 정비 하나, 보육과 돌봄 예산 하나가 주민의 하루를 바꾼다. 지역 산업단지 규제 완화와 청년 창업 공간, 전통시장 주차장, 병원 접근성, 하천 정비, 쓰레기 처리, 재난 대응 역시 지방정부의 실력과 직결된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승패표로만 소비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론 이번 선거에 중앙정치의 의미가 없을 수는 없다. 정권 출범 이후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투표장에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가와 집값, 고용과 세금, 복지와 재정, 외교와 안보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도 선거에 담긴다. 그러나 모든 지방 의제를 정권 심판론 하나로 덮어버리면 정작 지역은 사라진다. 서울의 교통과 주거, 부산의 산업 재편, 대구·경북의 청년 유출, 호남의 인구 감소, 충청의 행정수도와 산업벨트, 강원의 접경지 경제, 제주 관광과 환경 문제는 모두 다른 해법을 요구한다. 하나의 정치 구호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후보의 간판이 아니라 실력이다. 어느 당 소속인가보다 무엇을 해왔는지 누구와 가까운가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이제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다. 지역 경제의 기획자이자 복지의 집행자이며 재난과 안전의 최전선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생존 전략을 짜야 하고 수도권에서는 과밀과 주거비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인공지능(AI) 산업과 디지털 전환,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도 중앙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둘 것인지, 전력망과 산업단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지역 대학과 기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지방의 미래를 좌우한다. 그런데 선거 현장은 여전히 낡은 정치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물 검증보다 진영 동원이 앞서고 정책 경쟁보다 상대 흠집 내기가 더 쉽게 소비된다.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보장되는 지역도 적지 않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자가 50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한 규모로 지방자치 경쟁이 얼마나 약화됐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선택지가 없는 선거는 유권자의 권리를 반쪽으로 만든다. 지방의원 선거가 생활정치의 입구가 아니라 정당 조직의 하부 구조로 굳어지면 지방자치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교육감 선거 역시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교육은 한 세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영역이다. 학력 저하와 사교육비 부담, 학교폭력, 교권 회복, 디지털 교육, 지역 간 교육 격차는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유권자는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충분히 알지 못한 채 투표장에 들어선다. 정당 표시가 없다는 이유로 정보는 부족하고 후보들은 이념 구호 뒤에 숨는다. 교육감은 아이들의 학교와 교사의 일터, 학부모의 삶을 바꾸는 자리다. 모른 채 찍는 투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유권자에게도 책임은 있다.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투표하지 않는 시민의 몫은 언제나 더 조직된 세력이 가져간다.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생활정치의 질을 떨어뜨린다. 주민이 묻지 않으면 후보는 답하지 않는다. 공약을 따지지 않으면 선거 이후 책임도 물을 수 없다. 누가 우리 지역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 빚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 개발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 복지는 지속 가능한지, 청년과 노인은 어디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꼼꼼히 물어야 한다. 정당들도 달라져야 한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전초전으로만 여기는 태도는 이제 버려야 한다. 좋은 후보를 키우지 않고 지역 정책을 준비하지 않고, 선거 때마다 심판론과 방어론만 반복하는 정당은 지방자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 공천은 정당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부실한 후보를 내놓고 당만 보고 찍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무책임이다. 지방의회 역시 거수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행부를 감시하지 못하는 의회, 예산을 읽지 못하는 의원, 주민보다 정당의 눈치를 보는 지방정치는 결국 지역을 병들게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의 기준은 단순해야 한다.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사람인가. 지역의 돈을 제대로 쓸 사람인가. 갈등을 키우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사람인가. 중앙정치의 바람에 기대는 후보보다 현장을 아는 후보를, 구호만 외치는 후보보다 숫자와 예산을 설명할 수 있는 후보를, 당색보다 책임을 아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반복되는 선택의 축적이다. 지방선거는 그중에서도 가장 생활에 가까운 민주주의다.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의 함성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심판도 필요하고 견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는 것은 주민의 삶이다. 정치가 다시 주민의 삶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 지방정부가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와 정치권 모두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2026-05-30 12: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