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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돌아본 기러기 아빠의 눈물
[경제일보] 5월이면 세상은 가족을 이야기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이어지고 방송과 광고는 웃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비춘다.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는 풍경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의 가족이 언제나 그런 모습인 것은 아니다. 어떤 가족은 오래전부터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같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있지만 마음의 거리는 이미 멀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공개된 한 기러기 아빠의 사연은 그래서 많은 생각을 남긴다. 50대 가장 A씨는 10년 넘게 한국에 남아 돈을 벌었다. 아내와 딸은 미국에서 생활했다. A씨는 원룸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생활비와 학비를 보냈다고 했다. 그렇게 미국으로 송금한 돈만 7억~8억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본 것은 미국에서 파티를 즐기고 골프를 배우는 아내의 모습이었다. 딸이 대학에 입학한 뒤 이제는 함께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돌아온 것은 “계속 한국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한다. A씨는 그 순간 자신이 남편이나 아버지가 아니라 생활비를 보내는 존재로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사연은 부부 갈등으로만 보기 어렵다.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기러기 가족의 그림자가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때 기러기 가족은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자녀 교육을 위해 아버지는 한국에 남고 어머니와 자녀는 해외로 떠났다. 영어와 해외 학벌이 경쟁력이 되던 시절이었다. 부모의 희생은 미덕으로 포장됐다. 공항에서 가족을 배웅하고 혼자 돌아오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책임감 강한 가장의 모습처럼 소비됐다. 그 시절에는 누구도 크게 묻지 않았다. 가족이 몇 년씩 떨어져 살아도 정말 괜찮은 것인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영어와 스펙만인지 말이다. 중요한 것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이었다.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가족의 분리도 쉽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사람의 삶은 입시 전략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몇 년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의 시간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아이는 현지 문화에 익숙해지고 배우자 역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한다. 반면 한국에 남은 가장은 혼자 늙어간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지만 정작 가족의 일상에서는 점점 멀어진다. 무엇보다 가장 무거운 문제는 가족이 감정이 아니라 경제로만 유지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생활비는 꼬박꼬박 보내지만 대화는 줄어든다. 서로의 하루를 묻는 시간보다 송금 날짜가 더 중요해진다. 부부 관계도 점차 생활비를 보내는 사람과 그것을 받는 관계처럼 변해간다. 이번 사연에서 많은 이들이 씁쓸함을 느낀 것도 그 때문이다. A씨가 미국으로 가겠다고 했는데도 계속 한국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이 돌아왔다는 대목이다. 그 순간 가족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아니라 경제적 역할만 남은 관계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모든 기러기 가족이 이런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를 믿고 버티며 다시 함께 살아가는 가족도 많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기러기 생활 자체를 지나치게 쉽게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몇 년쯤 떨어져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족은 그렇게 단순한 관계가 아니다. 같이 살아야 서로의 변화를 안다. 함께 밥을 먹어야 말다툼도 하고 화해도 한다. 아이 역시 부모와 시간을 보내며 자란다. 가족은 결국 일상을 함께 쌓아가는 관계다. 생활비만으로 유지되는 공동체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이번 사연에서 가장 아픈 부분은 딸이 A씨를 낯설어했다는 대목이다. 등록금은 보냈지만 함께한 시간은 부족했다.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A씨는 늘 한국에 있었고 딸은 미국에서 자랐다. 그 시간의 간극은 돈으로 메워지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가 가장 늦게 돌아봐야 할 문제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랫동안 가장의 희생을 너무 당연하게 여겨왔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병원을 가고 혼자 늙어가는 삶도 가족을 위한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은 기계처럼 살 수 없다. 가족 안에서 자신의 자리가 사라졌다고 느끼는 순간 누구라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이야기가 이제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은퇴를 앞두고 가족과 대화가 끊긴 중년 가장도 적지 않다. 자녀와 어색해지고 집 안에서 점점 말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회사에서는 평생 버텼지만 정작 가정에서는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는 삶이다. 이번 사연을 단순히 어느 한 배우자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사회가 가족보다 경쟁을 앞세워온 시간에 있다. 좋은 대학과 영어 실력을 위해서라면 가족의 분리도 감수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외로움은 늘 뒤로 밀렸다. 하지만 가족은 원래 함께 사는 이름이다. 같은 공간에서 부딪히고 대화하고 시간을 나누며 살아가는 관계다. 돈은 가족을 유지하는 수단일 수는 있어도 가족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송금이 사랑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번 사연에서 A씨가 느꼈던 허탈함도 결국 거기서 시작됐을 것이다. 돈을 잃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가족을 위해 살아왔는데 정작 가족 안에는 자신의 자리가 남아 있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가정의 달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가족 광고가 아니다. 지금 우리 가족은 정말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일이다. 아이의 스펙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일이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의 희생만 당연하게 요구되고 있지는 않은지도 돌아봐야 한다. 사랑은 송금액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많은 돈을 보냈다고 해도 함께 살아온 시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2026-05-10 09:12:49
울산 아파트서 60대 남성 신고 후 추락… 현장서 전처 숨진 채 발견
3일 울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8분경 60대 남성 A씨가 "아내를 죽였다"고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과 소방 당국이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A씨는 신고 2분 만에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A씨의 집 거실에서는 전처 B씨가 흉기에 찔린 채 쓰러져 있었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달 초 법적으로 이혼한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일 B씨는 남은 짐 등을 정리하기 위해 A씨의 집을 방문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 인근 CCTV 분석 결과, B씨가 아파트 내부로 들어갈 당시 강제로 끌려간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범행 동기나 심경을 담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피해자 B씨는 과거 A씨와의 갈등으로 인해 경찰로부터 신변 보호 조치를 받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잠정 조치의 일환으로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으나, 8월에 조치가 해제됐다"며 "이후 두 사람은 정상적인 이혼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제삼자 개입 여부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나, 피의자인 A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2026-05-04 08:33:44
"여교사 및 직원 12명 도촬"… 어린이집 원장 남편에게 징역 3년 구형
아내가 운영하는 경기 용인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통학 차량 기사로 근무하던 40대 A씨의 추악한 범행 전말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23일 수원지법 형사11단독(지선경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 따르면, A씨는 2025년 8월부터 12월까지 어린이집 1층 교직원 화장실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여교사 등 직원 12명을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했다. 특히 A씨는 선반에 있던 카메라를 직접 개조해 좌변기에 설치하는 등 고도로 치밀하고 대범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의 질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범행 발각 이후 A씨의 행태였다. 지난해 12월 교사들이 카메라를 발견하고 수사를 요청했음에도 A씨는 즉시 신고하지 않고 수일간 시간을 끌었다. 이 기간에 그는 사설 업체에 포렌식을 맡겨 증거 삭제를 시도하는 한편, 증거가 담긴 SD카드를 변기에 버리고 강원 동해시로 도주해 범행 기기를 바다에 던져버리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수사 결과 확인됐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10년간의 취업제한, 신상정보 공개 등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어린이집 대표격인 지위에서 보호해야 할 직원들을 상대로 장기간 반복 범행을 저질렀고, 적발 후 증거를 인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A씨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가족의 생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깊은 상태다.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6월 18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2026-04-23 15:13:55
의붓딸 성폭행·친딸 학대한 '인면수심' 40대 아빠, 항소심도 징역 10년 중형
[경제일보] 의붓딸을 수차례 성폭행하고 어린 친딸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18일 대전고법 형사3부(부장 김병식)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강간)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A(41)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형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형 부당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죄질의 중대성을 재확인했다. A씨는 충남 금산의 한 빌라에서 아내와 세 딸을 양육하며, 10대 의붓딸 B양을 상대로 수차례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그는 범행 과정에서 “엄마에게 일러도 교육한 것이라고 말하면 된다”며 B양을 억압하고 입막음을 시도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끔찍한 범행은 의붓딸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A씨는 두 살배기 막내딸이 밥을 먹다 뱉는다는 이유로 이마와 등을 뒤로 넘어질 정도로 강하게 때리는 등 상습적인 학대를 일삼았다. 열 살이 채 되지 않은 둘째 딸 역시 모진 폭행을 견뎌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5년간의 정보 공개·고지 명령과 5년간의 보호관찰도 함께 명령했다. 그러나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어떠한 사정도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이번 판결은 가정 내에서 가장 안전한 보호자가 되어야 할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고인이 친족 관계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저지른 점, 피해 아동들이 겪었을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극심하다는 점 등이 중형 선고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2026-04-18 14:15:00
"딸 지키려던 엄마의 비극"… 12시간 폭행 끝 숨지게 한 사위, 시신 유기까지
딸을 보호하기 위해 신혼집에 들어갔던 어머니가 사위의 무자비한 폭행에 목숨을 잃는 참담한 비극이 발생했다. 피의자 조재복은 집안 정리가 늦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장모를 무려 12시간 동안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나 우발적인 분노 폭발로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 살인이다. 전문가들은 이 잔혹한 범죄 이면에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방치해 온 가정폭력 대응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건의 양상을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통제형 폭력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조재복은 장시간 폭행을 이어가며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 등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지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도구로 사용했다. 피해자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철저한 관리 대상으로 취급한 것이다. 폭력은 우발적인 충동의 결과가 아니라 관계 내의 절대적인 권력을 굳건히 다지려는 계산된 통제 행위였다. 가장 안타까운 대목은 피해자들이 그 긴 시간 동안 왜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취재 결과 피해자들은 오랜 기간 가해자의 심리적 통제 아래 놓여 극심한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는 일상적인 폭력에 더해 외부와의 연락을 철저히 차단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피해자의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마비시켰다. 범행 직후에도 아내의 외출을 막고 통신을 제한하며 신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피해자들에게는 폭력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보다 그저 가해자에게 순응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 전략처럼 굳어진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살인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돌발 변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재복은 과거에도 배우자를 상대로 빈번하게 가정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었으나 비극을 막을 기회는 번번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가정폭력 재범률은 꾸준히 10%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며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한 숨은 범죄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치는 훨씬 치솟는다. 초기 개입에 실패한 폭력이 점차 강도를 더해가며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력 범죄로 진화했음을 증명하는 뼈아픈 대목이다. 이토록 반복되는 폭력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핵심 원인은 가해자 처벌보다 가정 유지를 우선시하는 낡은 법 제도에 있다. 현행법상 단순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가해자의 잔혹한 보복이 두려워 혹은 거듭된 회유와 협박에 지쳐 피해자가 처벌 불원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사건은 가벼운 가정보호사건으로 흐지부지 종결되고 만다. 검경과 법원이 범죄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사건을 가정법원으로 이관하면서 가해자는 아무런 형사 전과도 남기지 않은 채 면죄부를 쥐게 되는 구조다. 국가가 앞장서서 개입해야 할 중대 범죄를 사적인 가족 문제로 축소하며 도리어 가해자의 폭력성을 키워준 꼴이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가정폭력의 패러다임을 물리적 타격에서 심리적 지배로 확장해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5년 중범죄법을 제정해 세계 최초로 친밀한 관계 내의 강압적 통제 행위를 형사 범죄로 명문화했다. 신체적인 폭력 흔적이 전혀 없더라도 피해자의 일상을 치밀하게 감시하고 경제권을 억압하며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행위만 입증되면 최고 징역 5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법망을 촘촘히 짰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역시 유사한 내용의 가정폭력법을 도입해 강압적 통제 행위를 엄단하고 있다. 물리적 폭력이 끔찍한 살인으로 번지기 전 단계부터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방어벽을 세운 것이다. 반면 한국은 긴급 임시조치나 접근금지 명령 같은 제도가 존재하지만 실효성 부족으로 현장에서는 무용지물로 전락하기 일쑤다. 가해자의 접근을 물리적으로 막아낼 확실한 강제 장치도 턱없이 부족하고 경제적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피해자가 안전하게 숨을 보호시설의 문턱도 여전히 높다. 폭력을 피해 집을 탈출해도 직장이나 자녀의 학교를 통해 가해자에게 다시 위치가 발각되는 등 신고 이후의 사후 관리 시스템도 완전히 구멍이 뚫려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가 가정폭력을 은밀한 집안싸움으로 취급하며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는 동안 빚어진 참혹한 예견된 참사다.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가정폭력을 가족 관계 회복이라는 미명 아래 덮어둘 경범죄가 아니라 개인의 영혼과 생명을 파괴하는 고위험 강력 범죄로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정서적 통제 행위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교제 살인이나 가정폭력 살인의 전조 증상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폭력이 반복될 조짐이 보이는 재범 위험군을 국가가 장기적으로 철저히 감시하는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가정이란 이름 뒤에 숨은 폭력은 절대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국가의 직무 유기가 만들어낸 구조적 참사라는 사실을 통절하게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2026-04-13 17: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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