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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정치, 파탄의 의회주의… '도(道)'를 잃은 국회에 고함
[경제일보] 대한민국 국회가 길을 잃었다. 갈등은 민주주의의 숙명이지만,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건강한 경쟁이 아니라 정치의 자기 파괴에 가깝다. 대화는 실종되고 타협은 조롱받으며, 상대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된다. 의회는 민의를 수렴하는 광장이 아니라 다수의 힘과 소수의 저항이 충돌하는 전쟁터로 변질되고 있다. 이는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 전체가 맞닥뜨린 심각한 위기다. 최근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나타난 다수당의 일방적 강행 처리와 입법 독주, 이에 맞선 소수당의 무기력한 저항은 우리 정치가 의회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대화와 절제, 타협을 잃어버렸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수는 숫자의 우위를 절대 권력으로 착각하고, 소수는 국정 운영의 동반자가 아니라 발언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협치는 사라지고 힘만 남았다. 숫자가 정의를 대신하고, 권력이 상식을 밀어내는 순간 민주주의는 이미 병들기 시작한다. 특히 필리버스터마저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필리버스터는 단순한 시간 끌기가 아니다. 다수결이 놓칠 수 있는 소수의 목소리를 국민에게 끝까지 전달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마지막 안전장치다. 토론이 귀찮다고 토론을 없애고, 반대 의견이 불편하다고 침묵을 강요하는 국회라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수의 지배일 뿐이다. 효율은 행정의 가치일 수 있지만, 민주주의의 가치는 숙의와 합의에 있다. 역사는 오만한 권력이 오래가지 못했음을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성경 잠언은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라고 경고한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민심은 숫자로 계산되지 않는다. 오늘 절대다수의 의석을 가진 정당도 내일은 국민의 심판 앞에 설 수 있다. 민심은 배를 띄우는 물이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는 거센 파도가 되기도 한다. 노자는 『도덕경』 제9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득 채우고 또 채우는 것은 적당한 때에 멈추는 것만 못하며, 지나치게 날카롭게 갈면 오래 보존할 수 없다." 오늘의 국회는 바로 이 경고를 되새겨야 한다. 다수당은 의석을 끝까지 채우려 하고, 야당은 상대를 겨누는 창끝만 더욱 날카롭게 벼른다. 그러나 지나친 것은 반드시 모자람만 못하다. 힘은 절제될 때 권위가 되고, 권력은 양보할 때 존경을 얻는다. 끝없이 채우려는 욕망은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민주주의는 100 대 0의 승부가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와 가치를 조정하여 국민 전체의 이익을 찾는 과정이다. 51 대 49로 결정되더라도 나머지 49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다수는 소수를 품을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원칙이지만, 다수의 횡포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국회의 존재 이유도 법안을 빨리 처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론하고 설득하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토론 없는 국회는 거수기에 불과하고, 협치 없는 의회는 민주주의의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은 국회가 싸우라고 권력을 준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한을 위임했다. 오늘날 정치권이 가장 크게 잃어버린 것은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이다. 정당은 경쟁하지만 국가는 공동체다. 여야는 선거에서는 경쟁자일지라도 국정에서는 동반자여야 한다.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순간 정치의 본질은 사라지고 적대만 남는다. 소수당 역시 국민이 선택한 헌법기관이다. 그들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것은 그들을 지지한 국민의 목소리를 지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 국회는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첫째, 여야가 참여하는 상설 협치협의체를 제도화해 원 구성과 주요 법안은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처리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둘째, 필리버스터와 상임위원회 토론권 등 소수 의견을 보장하는 제도를 정치적 편의에 따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셋째, 다수당은 숫자의 힘보다 책임의 무게를 먼저 생각하고, 소수당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넷째, 국회의원 개개인은 당리당략보다 헌법과 국민을 우선하는 의회주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다.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이 말은 더욱 절실하다. 국민 위에 정당이 있을 수 없고, 국민 위에 국회도 있을 수 없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것일 뿐이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대결보다 대화를, 독주보다 협치를, 승리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의회주의는 힘이 아니라 절제에서 완성되고,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꽃핀다. 지금 국회가 되찾아야 할 것은 더 많은 권력이 아니라 더 깊은 겸손이며,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넓은 포용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오만과 독선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인가, 아니면 상식과 협치의 길로 돌아갈 것인가. 역사는 언제나 힘보다 품격을 기억했고, 국민은 언제나 권력보다 책임을 선택했다. 국회는 이제라도 '도(道)'를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무너져가는 의회주의를 살리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2026-07-03 16: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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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미국행에 청문회·혁신위까지…월드컵 참사가 흔든 한국 축구
[경제일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후폭풍이 한국 축구 전체를 흔들고 있다. 대표팀의 성적 부진은 감독 책임론에 머물지 않고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구조, 감독 선임 과정, 선수단 관리, 유소년 육성 시스템, 축구 행정의 투명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미국 출국 논란, 국회의 청문회 추진 움직임, 문화체육관광부 주도의 ‘K-축구 혁신위원회’ 출범까지 맞물리면서 한국 축구는 사실상 전면적인 재검증 국면에 들어섰다. 귀국 이틀 만에 미국행…커진 ‘책임 회피’ 논란 가장 먼저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홍 전 감독의 출국이다. 홍 전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뒤 지난달 30일 귀국했지만, 불과 이틀 뒤인 2일 미국으로 떠났다. 홍 전 감독은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할 얘기는 있는데 언젠가 이야기가 잘 나올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단 내분설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내분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고, 귀화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의 규율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출국 시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청문회 추진을 검토하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 전 감독의 증인 출석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출국이기 때문이다. 국회 문체위가 축구협회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으며 홍 전 감독과 정 회장 등의 출석이 거론된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홍 전 감독의 미국행을 두고 ‘청문회 회피성 출국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됐다. 물론 홍 전 감독의 출국을 곧바로 ‘도피성’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직 공식적인 증인 채택이 이뤄진 단계가 아니고 출국을 제한할 법적 근거도 없다. 가족이 있는 미국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한 개인 일정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축구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표팀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인물이 충분한 설명 없이 해외로 떠난 것은 공적 책임의 측면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는 점과 별개로 국민적 실망이 큰 상황에서 감독이 직접 설명하고 책임지는 절차가 필요했다”며 “지금의 논란은 출국 자체보다 설명 부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축구 행정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홍명보 전 감독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대표팀 운영과 협회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폐쇄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감독 선임 논란부터 선수단 갈등설까지…쌓였던 불신 폭발 이번 월드컵 부진은 경기력 문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홍명보호는 대회 전부터 감독 선임 절차의 공정성 논란에 시달렸다.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 이후 대표팀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새 감독 선임 과정은 투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력강화위원회와 협회 수뇌부가 어떤 기준으로 후보군을 압축했고 왜 홍 전 감독을 최종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그동안 축적된 불신을 한꺼번에 폭발시킨 계기가 됐다. 선수단 내부 갈등설도 논란을 키웠다. 홍 전 감독은 “전체적인 내분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팬들의 의문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손흥민 등 핵심 선수 기용 문제,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 귀화 선수 활용과 규율 관리, 전술적 일관성 부재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팀 내부 사정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된 것은 그 자체로 대표팀 소통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성적이 좋았다면 묻혔을 문제가 성적 부진과 결합하면서 감독 리더십과 협회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셈이다. 국회 청문회 추진…정몽규 체제도 심판대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국회 청문회가 현실화될 경우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될 전망이다. 먼저 감독 선임 과정의 적정성이다. 또 월드컵 준비와 대표팀 운영의 책임 소재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 거버넌스와 정몽규 회장 체제의 구조적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대한축구협회의 독선과 무능이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축구계에서는 청문회가 단순한 망신주기식 책임 추궁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독 선임 과정의 회의록 △후보군 평가 기준 △협회 내부 의사결정 라인 △대표팀 지원 체계 △기술위원회 기능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누가 사과하고 물러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라며 “청문회가 열린다면 협회 운영 구조와 대표팀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 앞세운 혁신위 출범…‘보여주기식 쇄신’ 넘을까 문체부도 별도 대응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휘영 장관과 박지성 FIFA 분과위원회 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K-축구 혁신위원회’를 오는 6일 출범시키기로 했다. 혁신위에는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 등 축구인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유영근 변호사, 김대희 부경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는 축구 거버넌스, 유소년 선수 육성, 첨단 기술 시스템 도입 등 한국 축구의 중장기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현장에서 논의된 다양한 고민을 담아 대한민국 축구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설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휘영 장관도 혁신위가 주요 과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신뢰받는 축구인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축구의 비전이 수립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축구협회 운영 문제를 단순 감사 차원이 아니라 구조개혁 의제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혁신위가 실질적인 개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실패 때마다 쇄신을 약속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책임은 흐려지고 제도 개선은 미뤄졌다. 유소년 육성, 기술 철학 정립, 지도자 시스템 개선, 협회 투명성 강화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과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위원회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권한으로 무엇을 바꾸고 언제까지 실행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한국 축구의 상대는 이제 ‘불투명한 시스템’ 스포츠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한국 축구의 ‘거버넌스 위기’로 본다. 한 체육계 인사는 “대표팀 감독 선임부터 월드컵 평가까지 모든 과정이 사후적으로 설명되는 구조에서는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협회가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지 못하면 국회와 정부의 개입 명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는 지금 세 개의 심판대 앞에 서 있다. 팬들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묻고 있다. 국회는 협회 운영의 투명성을 따지려 한다. 정부는 혁신위를 통해 구조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홍명보 전 감독의 미국 출국 논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지만 더 넓게 보면 책임 있는 설명과 투명한 의사결정이 실종된 한국 축구 행정의 민낯을 드러낸 장면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월드컵은 끝났지만 한국 축구의 진짜 평가는 이제 시작됐는데 상대는 더 이상 조별리그 상대국이 아니다”라며 “불투명한 감독 선임, 폐쇄적 협회 운영, 책임 없는 리더십, 반복되는 임시방편이 한국 축구가 넘어야 할 진짜 상대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에도 성적 부진을 몇몇 개인의 사퇴로만 봉합한다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한국 축구는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2026-07-03 15: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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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의 잔인한 48시간, '책임'에 분노하고 '헌신'에 눈물짓다
[경제일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은 한국 스포츠의 영욕(榮辱)이 가장 날것의 형태로 교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거대한 환호와 꽃다발이 쏟아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날 선 비판과 엿사탕이 바닥을 뒹구는 잔인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순차적으로 입국한 지난 이틀이 그랬다. 월요일 새벽의 공항은 날 선 분노로 가득 찬 ‘아수라장’이었고, 이튿날인 화요일 새벽은 눈물 어린 위로가 감싼 ‘치유의 장’이었다. 단 24시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이 극명한 반전은, 지금 한국 축구 팬들이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보여주는 엄중한 메시지다. 월요일의 아수라장은‘과정의 불통’과 ‘실패의 책임’에 던진 야유 지난 월요일(6월 30일) 새벽 3시 40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 게이트의 공기는 얼어붙어 있었다. 현지에서 전격 사퇴를 발표한 홍명보 감독과 박항서 국가대표 지원단장, 그리고 일부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고성과 야유가 입국장을 사정없이 때렸다. 새벽 시간임에도 현장을 찾은 수백 명의 팬들은 "홍명보 나가라!", "축협 해체"를 연호했다. 일부 팬들은 비난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흔들며 분통을 터뜨렸고, 공항 경비 인력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몸으로 방어벽을 쳐야 할 만큼 현장은 난장판 그 자체였다. 별도의 귀국 행사도 없이, 홍 감독은 쫓기듯 공항을 빠져나갔다. 2002 한일 월드컵의 영웅이자 한국 축구의 굵직한 궤적을 함께해 온 거장이 마주하기엔 너무나도 잔인한 귀국길이었다. 팬들이 홍명보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수뇌부를 향해 이토록 격렬한 분노를 쏟아낸 이유는 단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선임 과정에서부터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 논란, 소통 없는 독단적 운영, 그리고 본선 무대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전술적 졸전까지, 그동안 누적되어 온 ‘불통의 리더십’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었다. 팬들은 실패 그 자체보다, 그 실패를 초래한 과정과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던 축구 행정의 오만에 대해 가장 강력한 언어로 항의한 것이다. 화요일의 반전은 고개 숙인 ‘캡틴’을 품어 안은 팬들의 품격 그러나 불과 하루 뒤인 화요일(7월 1일) 새벽,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풍경은 180도 달랐다.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캡틴인 손흥민을 비롯한 후발대 선수 9명이 입국장에 들어섰을 때, 공항을 채운 것은 야유가 아닌 따뜻한 박수와 격려의 함성이었다. 게이트 주변을 지킨 팬들의 손에는 "평생 가자 손흥민", "고개 숙이지 말아요" 같은 문구가 들려 있었다. 태극마크의 무거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걸어 나오는 선수들을 향해 팬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을 보냈다. "고생하셨어요!", "괜찮습니다, 파이팅!" 취재진의 질문에 손흥민은 "죄송하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섰지만, 그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묵묵히 팬들에게 사인을 건넨 배준호 등 막내급 선수들의 눈에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하루 전 홍명보 감독이 마주했던 서슬 퍼런 공기가, 하루 만에 선수들을 위로하는 온기로 바뀐 순간이었다. 팬들은 '실패'가 아닌 '태도'를 본다 상반된 두 장면은 한국 축구 팬들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동시에 무서운 경고장으로 읽힌다. 과거의 팬들은 성적이 나쁘면 감독과 선수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팬들은 ‘책임져야 할 자’와 ‘그라운드에서 피땀을 흘린 자’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안다. 전술 부재와 행정적 과오로 비판받아야 마땅한 수뇌부에게는 가차 없는 회초리를 들지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마지막 순간까지 쥐가 나도록 달린 선수들의 ‘헌신’에는 아낌없는 위로를 보낼 줄 아는 품격을 갖춘 것이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직후 SNS를 통해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팬들이 나를 필요로 하실 때까지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다. 팬들이 바란 것은 바로 이러한 ‘진정성’과 ‘태도’였다. 인천공항이 보여준 잔인하고도 따뜻했던 48시간의 온도 차는 우리 축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축구가 이 무서운 민심(民心)을 엄중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적·구조적 인적 쇄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다음 귀국길에 마주할 분노의 크기는 이번보다 훨씬 더 파괴적일 것이다. 팬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지만, 그들의 인내심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축구협회와 지도자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2026-07-02 10: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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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거점 1조원대 도박사이트 적발…경찰, 2319명 검거
[경제일보] 경찰이 베트남에 사무실을 두고 1조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을 적발했다. 단순 도박 행위자를 잡는 데 그치지 않고 총책과 해외 거점, 범죄수익, 사이트 제작·공급망까지 겨냥하면서 사이버도박 수사가 한층 넓어지는 모습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1일부터 올해 5월31일까지 사이버도박 집중단속을 벌여 1746건, 2319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54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 규모 도박자금을 굴린 운영자급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대표 사례는 베트남 사무실을 기반으로 한 1조3100억원대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이다. 이들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도메인과 운영 계좌를 수시로 바꾸며 수사망을 피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사건에서 피의자 63명을 검거했다. 베트남과 국내에 사무실을 두고 2021년부터 올해 1월까지 3395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 17명도 적발됐다. 경찰은 해외 도피 피의자 75명에 대해서도 체류국 수사기관과 공조해 신병을 확보했다. 필리핀과 캄보디아 등에 사무실을 두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주요 가담자 15명은 국내로 송환한 뒤 구속했다. 경찰은 운영조직의 자금줄 차단에도 집중했다. 외제차와 예금채권 등 범죄수익을 추적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강화한 결과 1072억원을 환수·보전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7억원 늘어난 규모로 2.3배 증가한 수준이다. 사이버도박은 사이트가 폐쇄되더라도 운영진이 도메인과 계좌를 바꿔 다시 문을 여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범죄수익 환수에 무게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돈줄을 끊지 못하면 사이트는 이름만 바꿔 다시 살아난다. 경찰은 하반기 수사의 초점을 도박사이트 공급망 차단으로 넓힐 계획이다. 압수한 관리자 페이지와 피의자 진술을 분석한 결과 다수 도박사이트가 같은 기술 기반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정황이 확인됐다. 운영진만 잡아서는 유사 사이트가 계속 생기는 구조라는 판단이다. 피의자 연령대는 30대가 2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 23.6%, 40대 22.1%, 50대 12.9%, 10대 10.3%, 60대 이상 6.4% 순이었다. 20·30대는 스포츠토토 비중이 높았고, 50대 이상은 경마·경륜·경정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10대 단순 도박행위자는 도금이 소액이고 전과가 없는 경우 청소년선도심사위원회에 넘기는 등 선도와 재범 방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박우현 경찰청 사이버수사심의관은 “경찰은 하부조직원 검거에 머무르지 않고 도박사이트 총책과 도박사이트 공급업자를 적극 검거하고,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2026-06-28 11: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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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왜 다시 수도권으로만 가는가
대한민국의 산업은 늘 수도권으로 흘렀다. 돈도 사람도 정보도 그랬다. 기업 본사는 서울에 있고 연구소는 판교에 있고 인재는 강남과 여의도와 마포로 모였다. 지방은 공장을 내주고 전기를 보내고 청년을 떠나보냈다. 우리는 그것을 효율이라고 불렀다. 국가는 그것을 성장이라고 불렀다. 그 질서가 AI 시대에도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AI 고속도로를 말한다.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을 말한다. 지역 AI 경쟁력을 말한다. 말은 맞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것은 다르다. AI는 정말 지방으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데이터센터 건물만 지방으로 보내고 돈과 인재와 의사결정은 여전히 수도권에 남겨두려는 것인가. AI는 더 이상 화면 속 기술이 아니다. 챗봇이 답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문서를 요약하는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AI는 공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병원과 물류망, 농업과 조선소, 전력망과 국방 시스템으로 들어가고 있다. AI가 현실의 기계와 설비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산업의 지리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서울의 머리로 지방의 몸을 움직이는 낡은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심장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심장은 피를 먹고 뛴다. AI 데이터센터가 먹는 것은 전기다. 물이다. 땅이다. 송전망이다. 지역의 수용성이다. 수도권은 이미 꽉 찼다. 부지도 부족하고 전력망도 버겁다. 주민 반발도 커진다. 그래서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보내야 한다고 한다. 이 말도 맞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지방은 또 무엇을 내주는가. 전기를 내주고 땅을 내주고 세제 혜택을 내주고 인허가 속도까지 내준다. 그 대가로 무엇을 받는가. 몇몇 운영 인력인가. 건설 기간의 일시적 경기인가. 기업 홍보자료에 등장하는 지역 상생 문구인가. 이것이 전부라면 AI 데이터센터는 지역의 미래가 아니라 또 하나의 부담 시설이다. 우리는 이미 같은 장면을 봤다. 산업단지는 지역 성장의 상징으로 출발했다. 시간이 지나자 환경 부담과 노동 격차의 현장이 됐다. 발전소와 송전탑은 국가 전력망의 필수 시설이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에게는 희생의 상징이 됐다. 데이터센터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 이름은 미래 산업이지만 결국 땅 위에 짓는 시설이다. 전력망에 기대는 산업이다. 주민과 함께 살아야 하는 인프라다. AI 고속도로라는 말은 듣기 좋다. 그러나 고속도로가 어느 방향으로 뚫리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더 빠르게 올라가는 길인가. 수도권 기업이 지방의 전기와 부지를 더 쉽게 쓰는 길인가. 아니면 지역 산업이 스스로 AI를 쓰고 지역 대학이 인재를 길러내고 지역 중소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는 길인가. 길은 이름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어디로 이어지는지가 본질이다. 피지컬 AI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제조 현장과 AI를 결합하겠다고 한다. 그 방향은 맞다. 한국이 가진 진짜 힘은 챗봇 하나가 아니다. 반도체 공장, 자동차 생산라인, 조선소, 기계 산업, 통신망, 물류 현장이다. AI가 이 현장에 들어갈 때 한국 제조업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미국 빅테크가 장악한 모델 경쟁과는 다른 길이다. 그러나 피지컬 AI가 대기업 공장 안에서만 작동한다면 그것은 국가 전략이 아니다. 대기업 생산라인은 AI로 고도화되는데 협력사는 여전히 사람 구하기 어렵고 장비 바꾸기 어렵고 데이터 쓸 여력이 없다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은 올라가지 않는다. 대기업의 생산성은 높아지고 중소기업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AI라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양극화의 새 이름이다. 지방 AI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센터가 지방에 들어와도 핵심 인력은 서울에 있고 운영 판단은 본사에서 하고 수익은 수도권 기업으로 흘러가면 지방은 껍데기만 갖는다. 지역 대학은 여전히 학생을 잃고 지역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지역 기업은 AI 전환 비용 앞에서 멈춰 선다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건물만 내려간다고 산업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유치전의 심판이 아니다. 설계자여야 한다. 어느 지역에 어떤 데이터센터를 둘 것인가. 그 전력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지역 대학과 어떤 인재 과정을 만들 것인가. 지역 중소기업은 그 인프라를 어떻게 쓸 것인가. 주민에게는 무엇이 돌아갈 것인가. 전기와 물, 땅과 세금의 계산서는 누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AI 균형발전은 또 다른 구호가 된다. 기업도 답해야 한다. 지방의 전기와 부지를 쓰면서 지역에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지역 대학과 인재를 키울 것인가. 협력사에 AI 도구와 데이터를 나눌 것인가. 지역 스타트업이 인프라를 활용할 길을 열 것인가. 아니면 세제 혜택과 낮은 비용만 취하고 떠날 것인가. AI 시대 기업의 책임은 기부금 몇 줄로 끝나지 않는다. 지역의 자원을 쓰는 만큼 지역의 역량을 키우는 책임도 져야 한다. AI 시대의 가장 큰 착각은 기술이 스스로 균형을 만든다는 믿음이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격차를 줄이기도 하고 키우기도 한다. AI 데이터센터가 수도권 기업의 비용 절감 도구가 되면 지방은 또 뒤처진다. 피지컬 AI가 대기업 공장의 효율화 장치에 그치면 중소기업은 또 밀려난다. AI 고속도로가 지역 산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것은 미래의 길이 아니라 낡은 집중의 새 포장도로일 뿐이다. 우리는 이제 물어야 한다. AI는 수도권만의 산업인가. 지방은 또다시 전기와 땅과 청년을 내주는 역할만 해야 하는가. 데이터센터는 지역의 미래인가 아니면 지역이 감당해야 할 새 비용인가. 피지컬 AI는 제조업 전체를 바꿀 것인가 아니면 몇몇 대기업의 공장 안에서만 작동할 것인가. AI를 모르는 것도 위험하다. 그러나 AI를 너무 좁게 보는 것은 더 위험하다. 챗봇 성능만 보는 나라, 데이터센터를 건물로만 보는 나라, 지방 분산을 입지 문제로만 보는 나라는 AI 시대의 본질을 놓친다. AI는 이미 국토의 문제다. 전력의 문제이고 지역 산업의 문제이며 교육과 일자리의 문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AI 인프라는 지역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건물만 가서는 안 된다. 인재도 가야 한다. 데이터도 가야 한다. 교육도 가야 한다. 산업 효과도 가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짓되 지역과 함께 짓고 피지컬 AI를 키우되 지역 제조 생태계와 함께 키워야 한다. 미래는 기술만으로 오지 않는다. 기술을 어디에 놓고 누구와 나누며 어떤 질서로 운영할 것인지 정할 때 온다. AI 시대의 경쟁은 더 큰 모델을 가진 나라와 작은 모델을 가진 나라의 싸움만이 아니다. 기술의 과실을 어디에 남길 것인지 설계하는 나라와 끝내 설계하지 못한 나라의 싸움이다. AI가 다시 수도권으로만 간다면 우리는 또 한 번 같은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산업은 바뀌었는데 국토의 문법은 그대로인 나라. 기술은 미래를 말하는데 운영 방식은 과거에 갇힌 나라. 그런 나라가 AI 강국이 될 수는 없다.
2026-06-28 11: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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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뒷전, 당권만 좇는 여의도의 씁쓸한 자화상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선장과 항해사는 서로 조타기를 잘못 잡았다며 멱살잡이만 하고 있다. 갑판 아래에서는 승객들이 물이 차오르는 공포에 떨고 있는데도 말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의 모습이 꼭 그렇다.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선거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선거의 교훈을 되새기기는커녕 선거 결과를 둘러싼 책임 공방과 당권 투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의도는 민심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권력을 계산하는 공간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예외가 아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자 지도부를 향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진정 묻고 있는 것은 누가 대표직을 유지할 것인가가 아니다. 왜 국민이 등을 돌렸는가, 왜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가에 대한 성찰이다. 안타깝게도 정치권은 그 질문을 외면한 채 차기 권력의 향배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투표용지 부실 관리 사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였다. 선거 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고 국민의 신뢰는 상처를 입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고민하고 청년들은 취업난에 신음하며 노년층은 생활비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민생 대책이 아니라 계파 갈등과 권력 재편 이야기뿐이다.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정치인 자신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자가 바르면 백성도 자연히 바르게 따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는 바름보다 유불리를 먼저 따지고 있다. 국민의 고통보다 당내 권력 지형에 더 관심을 보이고, 국가의 미래보다 다음 전당대회와 공천을 더 걱정하는 모습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성인은 자기 자신을 뒤로하고 백성을 앞세운다"고 했다. 또한 "강한 것은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이 살아남는다"고 가르쳤다. 지도자는 권력을 움켜쥐려 할수록 결국 그 권력에 갇히게 되고, 백성의 목소리를 낮은 자세로 듣는 자만이 오래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권은 어떠한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대신 상대 진영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데 더 익숙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양당 모두 선거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한다는 점이다. 국민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이를 내부 권력투쟁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선거 책임론이 본래의 의미를 잃고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순간, 정치의 품격은 무너진다. 국민의 채찍질은 쇄신을 위한 것이지 계파 싸움의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책임 정치다. 권한을 가졌다면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는 책임지는 지도자를 찾기 어렵다. 모두가 남의 탓을 한다. 정부는 야당을 탓하고 야당은 정부를 탓한다. 당 지도부는 전임 지도부를 탓하고 계파는 상대 계파를 탓한다.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 서로를 향한 비난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성경 잠언에는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라는 구절이 있다. 지도자가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고 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는 순간 몰락은 시작된다는 경고다. 역사를 돌아보면 국민의 경고를 무시한 정권과 정당 가운데 오래 살아남은 사례는 없다.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저성장과 고물가, 인구 감소와 청년 실업, 인공지능(AI) 시대의 산업 재편,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문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권력 다툼에만 몰두한다면 국가는 방향을 잃고 국민은 희망을 잃게 된다. 정당은 권력을 얻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적 기관이다. 대표직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당권은 국민을 위한 봉사의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수단이 목적이 되고 봉사가 권력욕으로 변질되면 정치는 본래의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배가 침몰할 때 필요한 것은 서로의 잘못을 따지는 싸움이 아니다. 승객을 구하기 위한 협력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에도 필요한 것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다. 국민은 더 이상 변명하는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다. 국민은 책임지는 지도자, 듣는 지도자, 행동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여야는 이제 당권이라는 독배를 내려놓아야 한다. 선거 결과에 담긴 국민의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민생이라는 본분으로 돌아와야 한다. 쇄신 없는 권력투쟁의 끝은 공멸이다. 반대로 책임 정치와 협치의 정신을 회복한다면 위기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치는 권력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일이다. 그 가장 단순한 진실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오늘 대한민국 정치가 가장 먼저 되찾아야 할 상식이다.
2026-06-18 17: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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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데드크로스 맞은 이재명 대통령, SNS 정치 접고 국정 기조 쇄신해야
[경제일보] 정권 출범 초기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동력의 바로미터다. 국민은 선거 결과를 통해 새로운 정부에 기대와 희망을 보내고, 대통령은 그 기대를 국정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 그러나 취임 후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오던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처음으로 '데드크로스'를 맞았다.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수치 자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안에 담긴 민심의 경고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단순한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최고 책임자를 기대한다. 특히 경제 불안과 민생 침체,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은 안정감 있는 리더십과 통합의 정치를 원한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의 행보는 이런 기대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등 외교 무대에서 일정한 존재감을 보였다. 국제 사회와의 협력 강화,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외교 성과가 국내 민심의 냉랭한 평가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를 대통령 스스로 깊이 성찰해야 한다. 정치의 중심은 해외가 아니라 국민의 삶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외교 성과보다 물가와 일자리, 주거와 교육, 그리고 정치적 안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여당 내 갈등은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이 이를 조율하고 정리하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모습보다 SNS를 통해 직접 메시지를 내고 정치 현안에 개입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오히려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일반 정치인의 발언과 무게가 다르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곧 정부의 방향으로 해석되고 시장과 국민은 이를 정책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런 점에서 SNS를 통한 즉흥적 소통이나 특정 정치 현안에 대한 직접 개입은 자칫 국정 운영의 중심을 흐릴 수 있다. 더욱이 여당 내부 문제나 정치적 갈등에 대통령이 지나치게 관여할 경우 당정 관계마저 왜곡될 수 있다. 역대 정부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이 여당 운영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당의 자율성은 약화되고, 반대로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충돌할 경우 이를 조정할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 결국 갈등은 증폭되고 국정 동력은 약화된다. 만약 향후 여당 대표와 대통령 간에 정책 노선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대치 국면이 형성된다면 누가 이를 중재하고 조율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심판과 선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순간 정치의 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정책 추진력을 잃고, 여당은 분열하며, 국회는 정쟁에 빠진다. 경제와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고 국민은 또다시 정치의 혼란을 감내해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은 당내 권력 다툼을 관리하라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라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정 기조의 전면적인 쇄신이다. 대통령은 정파의 수장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정치적 지지층만 바라보는 메시지에서 벗어나 중도층과 무당층, 그리고 비판적 국민의 목소리까지 경청해야 한다. 민심은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의 방향을 바로잡기 위한 나침반이다. 공자는 "군자는 화합하되 같아지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도자는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면서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국민이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갈등의 중심이 아니라 조정의 중심에 서라는 것이다. SNS 정치로 박수를 받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번 데드크로스는 단순한 여론조사 수치의 변화가 아니다. 국민이 보내는 경고장이자 국정 쇄신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대통령이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한다면 지지율 하락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그러나 겸허하게 민심을 수용하고 국정 운영 방식을 재정비한다면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더 많은 정치가 아니라 더 나은 국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은 SNS 정치에서 벗어나 민생과 통합, 그리고 책임 있는 국정 운영으로 답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며,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는 유일한 길이다.
2026-06-18 08: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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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지만 민심은 끝나지 않았다
지방선거는 막을 내렸지만 국민의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투표함이 닫히는 순간 민심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선거는 국민이 정치권에 보내는 가장 분명한 명령이며, 정치는 그 명령을 실천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 이후 여야의 모습을 보면 국민이 던진 준엄한 경고보다 당권 경쟁과 책임 공방에 더 몰두하는 모습이다. 승자는 승리의 이유를 자화자찬으로 포장하고, 패자는 패배의 책임을 내부 갈등과 특정 인물에게 돌리기에 급급하다. 정작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민주주의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정당은 국민의 뜻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당권을 둘러싼 세력 다툼과 계파 갈등에 빠져들고 있다.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언론을 장식하는 것은 오직 사퇴 요구와 책임론, 내부 분란뿐이다. 국민의 삶보다 정치인의 자리가 더 중요한 것처럼 비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노자는 《도덕경》 제66장에서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기 때문이다(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라고 말했다.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이 결국 모든 것을 품듯이, 정치도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아래에서 섬겨야 한다는 뜻이다. 권력은 높이 오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을 향해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민심이라는 바다를 바라보기보다 당권이라는 작은 언덕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밀어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대통령이 “집권 여당은 진영이 아니라 국민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당은 특정 계파나 지지층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공적 기관이어야 한다. 여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자세로 국민을 바라봐야 하고, 야당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견제 세력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책임 정치의 본령이며 의회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유교 경전 《서경》은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하다(民惟邦本 本固邦寧)”고 가르친다. 정치의 모든 출발점은 백성이고, 모든 종착점 또한 백성이다. 선거 역시 국민이 권력을 위임하는 절차일 뿐 권력을 사유화하는 면허증이 아니다. 국민이 맡긴 권한으로 국민을 외면한다면 그 정치의 정당성은 이미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가 아니다. 치솟는 물가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청년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자영업자의 빚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것인지,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답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계파 계산과 차기 권력 구도에만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 국민의 고통은 정치 일정에 밀려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민주주의는 승자독식의 게임이 아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함께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 공동체의 약속이다. 여당은 책임 있는 국정 운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야당은 합리적 견제와 대안 제시를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정쟁보다 협력이, 권력투쟁보다 민생이 우선될 때 비로소 정치의 존재 이유가 살아난다. 역사는 민심을 거스른 권력이 오래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국민은 침묵하는 것처럼 보여도 모든 것을 기억하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가장 냉정한 심판자가 된다. 선거에서 드러난 유권자의 뜻은 진영 논리가 아니라 합리와 실리, 갈등이 아니라 협력, 권력 다툼이 아니라 책임 정치였다. 이를 외면한다면 다음 심판은 더욱 엄중할 수밖에 없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지 정당을 위한 것이 아니다. 주권자는 여야가 아니라 국민이다. 이제 정치권은 당권이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국민이라는 넓은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민심을 두려워하고 민생을 최우선에 두는 정치,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이며 국가를 바로 세우는 유일한 길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민심은 아직도 정치권을 향해 말하고 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자만이 미래를 얻을 수 있다.
2026-06-14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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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이라는 신기루, 민생이라는 대지
선거는 끝났지만 국민의 삶은 끝나지 않았다. 지방선거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정치권은 또다시 당권 경쟁과 책임 공방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승자는 겸허하지 않고 패자는 성찰하지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사퇴를 요구하고, 공천을 탓하고,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보낸 메시지를 철저히 외면한 결과다. 민생은 뒷전이고 권력만 앞세우는 정치의 민낯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수십 년간 정치를 지켜본 경험으로 보더라도 선거 직후 이처럼 민심을 왜곡하고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국민은 고물가와 경기 침체, 일자리 부족과 주거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정치권은 국민이 맡긴 권한을 민생이 아닌 당내 권력투쟁에 허비하고 있다. 민심은 생존을 말하는데 정치권은 자리만 말하고 있다. 노자는 《도덕경》 제66장에서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스스로를 낮추고 민심 속으로 들어가는 정치만이 정당성을 얻는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권은 민심이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가기보다 당권이라는 성벽 안에서 누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를 놓고 싸우고 있다. 국민이 요구한 것은 권력 재편이 아니라 민생 회복인데, 정치인들은 그 준엄한 명령을 자신들의 유불리에 맞게 왜곡하고 있다. 유교 경전인 《서경》에는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다”는 말이 있다. 정치의 존재 이유는 오직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있다. 이것이 정치의 기본이며 원칙이고 상식이다. 선거 역시 국민이 정치인에게 임시로 권한을 맡기며 평가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렇다면 선거가 끝난 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승패를 떠나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여야의 시선은 당 대표 선거와 계파 이해관계, 다음 총선 전략에만 머물러 있다. 국민의 고통보다 권력의 향배에 더 관심이 많은 정치가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여당은 선거 결과를 야당의 발목 잡기나 내부 공천 문제로 돌리고 있고, 야당은 지도부 책임론과 계파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모두가 남 탓만 할 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책임의 정치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정치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상대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성찰해야 한다. 여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자세로 협치를 제안해야 하고, 야당 역시 무조건적인 반대를 넘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쟁이 아니라 협력이 국민이 원하는 정치다. 정치권이 외면하는 사이 민생의 현실은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미래를 포기하고, 소상공인들은 늘어난 부채와 소비 침체 속에서 폐업을 고민한다. 직장인들은 치솟는 물가와 금리 부담에 허덕이고, 서민들은 주거비와 교육비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국민이 체감하는 위기는 이미 삶의 현장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정치가 바라봐야 할 곳은 국회의 당 대표실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민생의 최전선이다. 당권은 결국 한때의 권력이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도 승자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민생은 국가를 지탱하는 토대이며 국민의 삶 자체다. 토대가 무너지면 권력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역사는 민심을 외면한 권력이 오래가지 못했음을 수없이 증명해 왔다. 국민은 침묵하는 듯 보여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가장 냉정한 심판자가 된다. 이제 정치는 본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당권 경쟁이라는 신기루를 좇는 대신 민생이라는 대지 위에 굳건히 서야 한다.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 청년과 서민의 삶을 살리는 정책을 놓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민은 누가 당권을 차지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누가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만드는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정치의 기본은 국민이고, 원칙은 책임이며, 상식은 협력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잊는 순간 정치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이번 선거가 정치권에 남긴 가장 큰 교훈도 바로 여기에 있다. 눈을 들어 당권이라는 신기루가 아니라 민생이라는 대지를 바라보라. 그것이 국민이 내린 명령이며, 대한민국 정치가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를 또다시 외면한다면 다음 심판은 지금보다 훨씬 더 냉혹하고 준엄할 것임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2026-06-12 10: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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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고 경제의 계산서가 남았다
[경제일보]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승패를 말한다. 어느 지역을 지켰고 어느 지역을 잃었는지 따진다. 표의 흐름을 분석하고 다음 선거의 유불리를 계산한다. 그러나 선거 뒤 정치권 앞에 놓이는 것은 결국 숫자다. 성장률 전망치와 물가 상승률, 가계부채와 재정 여력이 다시 고개를 든다. 선거 때는 약속으로 넘길 수 있었던 문제들이 이제 예산과 금리, 세금과 시장의 반응으로 돌아온다. 6·3 지방선거 이후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장면도 다르지 않다. 감세와 지원금, 대출 완화와 규제 완화, 부동산 안정과 공급 확대, 민생 회복과 재정 확대가 동시에 거론됐다.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모두 그럴듯하다. 그러나 정책은 말의 선의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된다. 재원이 없는 약속은 결국 다른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부작용을 말하지 않는 처방은 정책이 아니라 표어에 가깝다. 지표만 보면 낙관의 근거도 있다. 지난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늘어난 87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 수출은 169.4% 증가하며 전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수출이 살아나면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증시도 반응한다. 선거 이후 정치권이 경제 회복을 말할 수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그 숫자만으로 경제 전체가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호황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반도체가 잘된다고 해서 골목상권의 계산대와 건설현장의 자금 사정,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 서민의 장바구니 사정까지 함께 풀린 것은 아니다. 수출 대기업의 회복과 내수 현장의 체감경기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경제가 좋아졌다는 말이 국민의 생활에서 확인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도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 물가는 그 간극을 가장 먼저 드러낸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3.3% 상승했다. 숫자는 건조하지만 가계에는 다르게 닿는다. 전기요금과 교통비, 외식비와 식료품 가격은 통계표가 아니라 매일의 지출이다. 선거 때 물가는 구호가 되지만 선거 뒤에는 가계부가 된다. 성장률 전망이 올라갔다는 말만으로 식탁의 부담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가계부채도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로 남아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관리대상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설정하고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뜻이다. 그런데 선거 때마다 대출 완화와 주거 지원은 손쉬운 공약으로 등장한다. 집값이 불안하면 대출을 풀자는 요구가 나오고 경기가 나쁘면 돈을 더 돌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빚으로 떠받친 민생은 오래가지 못한다. 대출 완화는 당장의 숨통을 틔울 수 있지만 다음 위기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포퓰리즘의 위험은 돈을 쓰자는 주장 자체에 있지 않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재정은 필요하다. 취약계층과 한계 상황에 몰린 소상공인을 외면하는 국가는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문제는 누구에게 왜 얼마나 지원할 것인지 묻지 않는 정치다. 모든 국민에게 같은 방식으로 돈을 나눠주는 일은 가장 쉬운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쉬운 선택이 곧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다. 재정은 정치권의 현금 인출기가 아니다. 오늘의 지출은 내일의 세금이거나 미래 세대의 부담이다. 선거판의 언어는 짧고 강하다. 깎아주겠다. 풀어주겠다. 지원하겠다. 막아주겠다. 경제의 언어는 훨씬 까다롭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누가 혜택을 보고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부작용은 어느 시장에서 나타날 것인가. 정책은 몇 년을 버틸 수 있는가. 선거 이후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겼다는 이유로 계산을 생략해서도 안 된다. 선거에서 졌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서도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은 그 충돌이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말은 늘 반복된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약속도 빠지지 않는다. 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주장과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주장도 동시에 나온다. 그러나 현실의 부동산 시장은 한 문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공급은 인허가와 금융, 공사비와 지역 민원, 시행 리스크와 시공사 수익성에 묶여 있다. 대출은 가계부채와 직결된다. 세제는 시장 심리와 맞물린다. 선거 구호는 시장의 불안을 잠시 덮을 수는 있어도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건설과 부동산 현장의 체감은 더 복잡하다. 공사비는 올랐고 금융 비용은 부담으로 남아 있다. PF 부실 우려는 시장 곳곳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정책 방향은 맞다. 그러나 현장은 자금 조달과 수익성, 분양성, 인허가 지연이라는 벽을 만난다. 정치권은 공급 확대를 말하지만 공급은 선언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땅을 확보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입주까지 이어지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의 위험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 정하지 않은 공급 대책은 구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기업 활동을 막는 불필요한 규제는 걷어내야 한다. 노동시장과 산업 현장의 변화에 맞지 않는 제도는 손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안전과 책임까지 함께 낮추려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안전은 비용 항목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기준이다. 기업 부담을 줄이자는 요구는 경제 현실에서 나온다. 동시에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자는 요구도 현실에서 나온다. 정책의 성패는 어느 한쪽의 구호를 택하는 데 있지 않다. 비용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 설계하는 데 있다. 정책도 공적 약속이다. 공적 약속에는 권한과 책임이 따른다. 선거 공약이라고 해서 책임의 원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정책은 선의로 면책되지 않는다. 결과와 부작용까지 함께 심판받는다. 지원금이 필요하다면 대상과 재원을 밝혀야 한다. 감세가 필요하다면 세수 감소분을 설명해야 한다. 대출 완화가 필요하다면 가계부채와 집값에 미칠 영향을 함께 말해야 한다. 규제를 풀겠다면 안전과 공정의 빈틈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답해야 한다. 민생을 앞세운 포퓰리즘은 늘 선의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국민이 어렵다. 소상공인이 힘들다. 청년이 지쳐 있다. 노후가 불안하다. 이 말들은 대체로 사실이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고통이 사실이라고 해서 모든 처방이 옳아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이용해 재원 없는 약속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순간 민생은 다시 정치의 도구가 된다.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정확한 처방이다. 정책에는 순서가 있다. 물가가 다시 오르는 국면에서 무차별적 현금 살포는 소비 여력을 키우는 동시에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다. 가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대출 완화는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부동산 가격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감세와 지출 확대를 동시에 말하면 결국 국채 발행이나 다른 세목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정치가 이 연결고리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포장이다. 선거가 없는 시간은 정치권의 휴식기가 아니다. 책임을 미뤄둔 정책을 처리해야 할 시간이다. 선거를 앞두고는 표를 의식해 하기 어려운 말이 많다. 지원이 필요하지만 전 국민 지원은 맞지 않다고 말하기 어렵다. 부동산을 안정시켜야 하지만 대출 완화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기업을 살려야 하지만 안전 책임을 낮출 수는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선거가 끝난 지금이 그런 말을 해야 할 때다. 정치권은 경제를 지나치게 쉽게 설명하려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전 정부 탓이나 현 정부 탓으로만 돌리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물가는 국제 원자재와 환율, 유통 비용과 임금, 공공요금과 수요가 함께 움직인 결과다. 부동산은 금리와 공급, 세제와 심리, 지역 개발과 금융규제가 함께 만든 결과다. 가계부채는 주거비와 소득 정체, 금융 관행과 자산 가격 기대가 쌓인 결과다. 복잡한 문제를 한 줄 공약으로 해결하겠다는 말은 편하지만 위험하다. 언론도 이 대목에서 책임이 있다. 선거 이후 정치권의 약속을 단순히 누가 더 많이 지원하느냐의 경쟁으로 중계해서는 안 된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선심성 경쟁의 중계가 아니다. 약속의 가격표를 독자 앞에 펼쳐 보이는 일이다. 현금 지원을 말하면 대상과 재원을 물어야 한다. 감세를 말하면 세수 감소분을 물어야 한다. 대출 완화를 말하면 가계부채와 집값 영향을 물어야 한다. 규제 완화를 말하면 안전과 소비자 보호의 공백을 물어야 한다. 선거가 끝난 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승패 해설보다 약속의 검증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이중적인 얼굴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수출은 강하다. 그러나 내수와 체감경기는 여전히 무겁다. 성장률 전망에는 기대가 있지만 가계부채와 물가에는 부담이 있다. 증시는 웃지만 자영업자의 장부는 웃지 못할 수 있다. 이 간극을 외면한 채 경제 회복만 말하면 국민은 설득되지 않는다. 반대로 수출 호조와 산업 경쟁력의 기회를 외면한 채 위기만 말해도 균형을 잃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도 비관도 아니다. 숫자를 있는 그대로 보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포퓰리즘은 이 균형을 무너뜨린다.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명분 아래 모든 사람에게 같은 약속을 한다. 미래 부담을 말하지 않고 현재의 혜택만 강조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흐리고 재정의 한계를 감춘다. 선거 때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집권 이후에는 숫자로 되돌아온다. 물가로 돌아오고 부채로 돌아오고 세금으로 돌아온다. 결국 국민이 계산서를 받는다. 정치권은 이제 더 솔직해져야 한다. 모든 부담을 줄이고 모든 지원을 늘리며 모든 규제를 풀고 모든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 선택에는 비용이 따른다. 감세를 하면 세수가 줄고 지출을 늘리면 재정 부담이 커진다. 대출을 풀면 부채가 늘 수 있고 대출을 묶으면 실수요자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 공급을 늘리려면 지역 반발과 인허가 문제를 넘어야 하고 안전을 강화하려면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정치는 이 불편한 사실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선거 이후 경제 현실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지원은 더 정밀해야 한다. 감세는 더 신중해야 한다. 대출은 더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 부동산 공급은 말이 아니라 실행 일정과 재원, 인허가 개선으로 보여줘야 한다. 규제개혁은 기업의 숨통을 틔우되 안전과 공정의 기준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것이 선거 이후 정책의 최소한이다. 경제는 결국 신뢰의 문제다. 정부가 숫자를 속이지 않는다는 신뢰, 정치권이 재원 없는 약속을 남발하지 않는다는 신뢰, 시장이 정책을 예측할 수 있다는 신뢰,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더라도 그 부담이 공정하게 나뉜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포퓰리즘은 이 신뢰를 갉아먹는다. 달콤한 약속은 빠르게 퍼지지만 신뢰는 천천히 쌓인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더 많은 돈으로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 정치권은 약속의 가격을 말해야 한다. 민생을 돕겠다면 재원을 밝혀야 하고 부동산을 안정시키겠다면 대출과 공급의 부작용까지 설명해야 한다. 기업을 살리겠다면 안전과 책임의 기준도 함께 세워야 한다. 포퓰리즘은 선거에서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경제는 박수로 움직이지 않는다. 경제는 결국 숫자와 책임으로 돌아온다. 선거의 시간이 끝난 뒤 경제의 시간이 시작됐다.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다음 선거보다 더 중요하다.
2026-06-08 08: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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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왜 정원오가 아니라 오세훈을 택했나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는 결국 서울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차지하는 흐름 속에서도 서울만은 달랐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개표 막판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서울시장 사상 첫 5선 고지에 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후보는 49.22%의 득표를 얻어 정 후보(48.07%) 1.15%포인트, 6만259표 차로 이겼다. 지상파 출구조사에서 정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던 흐름을 뒤집은 ‘대역전극’이었다. 서울은 민주당이 ‘이겼어야 할 선거’였고, 국민의힘이 ‘반드시 지켜야 할 선거’였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수도 서울까지 가져와야 정권 안정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는 서울이 마지막 수도권 교두보였다. 경기와 인천이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서울마저 내주면 보수 정당의 전국 확장성은 사실상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오 후보의 승리는 단순한 서울시장 1석의 승리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간신히 붙잡은 정치적 생명줄이었다. 전국은 민주당, 서울은 국민의힘…수도 표심은 달랐다 이번 지방선거의 큰 흐름은 민주당 우세였다.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다만 민주당은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하면서 ‘미완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서울 유권자는 전국적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다. 정당 구도보다 후보의 시정 경험, 부동산 기대, 도시 운영 능력을 따로 떼어 판단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서울 선거는 정권에 힘을 실어주느냐, 야당에 견제력을 주느냐의 선거이기도 했지만, 막판에는 ‘내 집값과 내 동네 개발을 누가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좁혀졌다”며 “전국 선거의 바람이 서울의 생활경제 계산을 완전히 덮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국 승리 흐름에 기대 서울에서도 정권 안정론이 먹힐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서울은 한국 정치의 상징 공간인 동시에 가장 예민한 생활경제의 현장이다. 부동산 가격, 재건축 속도, 교통망 확충, 세금 부담, 도시개발 방향이 유권자의 일상과 자산에 직접 연결된다. 정권에 대한 호감과 지지는 있었지만, 그것이 곧바로 서울시장 교체 요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원오의 생활행정, 서울 전체 시장감으로 확장 못 했다 정원오 후보는 성동구청장 3선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행정형 후보’ 이미지를 내세웠다. 성수동 변화, 지역 행정 경험, 젊고 실용적인 행정가 이미지는 분명 강점이었다. 실제 선거 초중반 정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뿐 아니라 일부 중도층에서도 신선한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구청장 성공 모델을 서울 전역의 시장감으로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은 25개 자치구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 부동산·교통·재건축·재개발·도시계획·복지·일자리·안전이 동시에 작동하는 초대형 생활권이다. 정 후보의 생활행정 이미지는 호감도는 만들었지만, 막판 초박빙 승부에서 “서울 전체를 맡겨도 되느냐”는 질문을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했다. 특히 TV토론을 둘러싼 소극적 대응 논란은 정 후보의 확장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 후보는 서울시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TV토론에는 참석했지만, 오세훈 후보 측이 요구한 추가 토론에는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신문은 선거 기간 중 오 후보가 정 후보의 토론 회피를 비판했고, 정 후보가 과거 발언 등을 거론하며 맞받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5월 28일 열린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은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TV토론이 됐다. 경향신문은 해당 토론에서 후보들이 안전 문제와 부동산 정책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고 전했다. 정 후보 입장에서는 앞선 판세를 지키기 위한 ‘리스크 관리’였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는 인지도와 시정 경험을 검증받는 무대다. 도전자에게 TV토론은 현직의 실정과 자신의 대안을 동시에 부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 후보가 추가 토론 공방에서 보다 공세적으로 나섰다면 성동구청장 이미지를 넘어 서울시 전체를 이끌 후보라는 인상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후보는 생활행정 이미지를 통해 호감도를 높였지만, 막판에는 서울 전체의 비전과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 더 필요했다”며 “TV토론 추가 개최 논란에서 방어적으로 비친 점은 ‘검증을 피한다’는 프레임을 국민의힘에 허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도 “정 후보가 성동구에서 보여준 성과는 분명 경쟁력이 있었지만, 선거 막판에는 ‘성동구청장 정원오’와 ‘서울시장 정원오’ 사이의 간극을 국민의힘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며 “민주당이 서울 전체의 도시 비전을 더 압축적이고 선명하게 보여줬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정 후보의 패인은 후보 개인의 문제만으로 좁혀볼 수 없다. 민주당은 서울에서 ‘왜 바꿔야 하는가’는 설명했지만, ‘바꾸면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충분히 각인시키지 못했다. 생활행정의 성과는 강조했지만 서울시 전체의 재건축·교통·도시경쟁력 구상에서는 오 후보의 경험론을 압도하지 못했다. 여기에 TV토론 추가 공방에서 적극적 검증 무대를 넓히지 못한 점까지 겹치면서, 정 후보는 마지막 국면에서 ‘참신한 구청장’ 이미지를 ‘준비된 서울시장’ 이미지로 완전히 전환하지 못했다. 오세훈의 승부수는 새로움이 아니라 안정감이었다 오세훈 후보에게 새로움은 없었다. 장기 재임 피로감도 분명했다. 그러나 서울 유권자 일부는 바로 그 점을 장점으로 받아들였다. 재건축·재개발, 한강벨트 개발, 교통망 확충, 주택 공급, 도시계획 연속성 같은 의제에서는 실험보다 연속성을 택한 셈이다. 오 후보는 ‘시작된 변화, 압도적 완성’을 내걸고 “4년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서울에서 오세훈 후보가 이긴 것은 당의 승리라기보다 후보 경쟁력과 부동산 민심의 결합에 가까웠다”며 “서울 유권자는 정권 심판이나 정권 지원이라는 큰 구호보다 당장 눈앞의 도시 운영 안정성을 더 따졌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국민의힘에도 착시를 경계하게 한다. 오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 전체의 회복이라기보다 서울에서 작동한 특수한 조합의 결과였다. 오 후보 개인의 인지도, 서울시정 경험, 부동산·도시개발 이슈에서의 비교우위, 그리고 민주당의 전국 승리에 대한 견제 심리가 한꺼번에 맞물렸다. 강남3구·마용성·한강벨트…승부 가른 자산투표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해석하는 핵심 열쇠는 ‘자산투표’다. 서울의 표심은 단순히 보수냐 진보냐로 갈라지지 않았다. 내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인가, 재건축 규제는 풀릴 것인가, 교통망은 빨라질 것인가, 세금 부담은 늘어날 것인가, 도시개발은 멈추지 않을 것인가가 유권자의 선택을 움직였다. 정권에 힘을 실어주자는 구호보다 내 생활과 자산을 지키겠다는 심리가 더 강했던 것이다. 정치컨설팅 업계의 한 전문가는 “서울은 이미 계층·자산·주거 형태에 따라 정치적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도시가 됐다”며 “강남3구와 마용성, 한강벨트, 재건축 기대지역에서는 정당 호감도보다 자산 방어 심리가 더 강하게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대로 민주당이 강점을 기대했던 지역에서도 투표율과 막판 결집이 충분하지 않으면 서울 전체 승부를 가져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강남3구와 마용성, 한강벨트, 재건축 기대지역의 표심을 따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의 선거는 더 이상 단일한 수도권 민심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강남권과 강북권, 아파트 밀집지역과 다세대·임대주택 밀집지역, 재건축 기대지역과 주거 불안 지역의 투표 동기는 다르다. 민주당은 서울 전체의 정권 안정론을 기대했지만, 국민의힘은 부동산과 도시개발의 불안을 파고들었다. 민주당엔 서울형 민심, 오세훈엔 5선 책임 남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출구조사와 실제 개표 흐름의 차이도 컸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개표 과정에서는 16시간에 걸친 초접전 끝에 오 후보가 역전했다. 막판 보수층 결집과 지역별 개표 순서, 사전투표와 본투표 간 표심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 선거는 마지막 1%의 조직력과 위기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라며 “국민의힘 지지층 입장에서는 경기·인천·부산·충남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서울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컸고, 그 절박감이 본투표와 막판 결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서울 패배는 뼈아프다. 전국적으로 승리했지만, 수도 서울을 내줬다는 사실은 향후 국정 운영과 정치 구도에서 계속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서울은 단순한 광역단체 하나가 아니다. 정치적 상징성, 언론 집중도, 부동산 시장 파급력, 중산층 민심의 방향을 동시에 보여주는 공간이다. 민주당이 서울에서 다시 승리하려면 정권 안정론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동산과 세금, 교통과 재건축, 일자리와 도시경쟁력에 대해 더 정교한 답을 내놔야 한다. 서울 유권자에게 “정권을 도와달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당신의 집, 당신의 출근길, 당신의 세금, 당신의 동네가 어떻게 나아질 것인가”를 설득해야 한다. 오 후보의 승리도 압승은 아니었다. 0.6%포인트 차 승리는 승자의 자신감보다 경고장을 먼저 읽어야 할 결과다. 서울 유권자는 오 후보를 다시 선택했지만, 무조건적 지지를 보낸 것은 아니다. 장기 재임 피로감, 시정의 관성, 약자 주거와 교통 격차, 강남·비강남 간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사상 첫 5선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기록은 정치적 훈장이면서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다. 서울 시민은 오 후보에게 다시 기회를 줬지만, 그 기회는 무한정한 신뢰가 아니다. 재건축과 개발의 속도를 높이되 주거 약자를 배제하지 않는 균형, 한강벨트와 강남권의 경쟁력을 키우되 강북과 외곽의 박탈감을 줄이는 조정 능력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는 서울이 정권의 바람만으로 이길 수 없는 도시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서울 유권자는 정권보다 집값, 후보보다 생활의 안정, 구호보다 도시 운영 능력을 먼저 따졌다. 민주당에는 서울형 민심을 다시 읽으라는 숙제를 남겼고, 국민의힘에는 서울 승리를 전국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는 경고를 남겼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서울의 선택은 명료했는데 전국의 정치 바람보다 내 동네의 집값과 교통, 개발과 세금이 더 가까웠다”며 “이것이 0.6%포인트 역전극의 본질이다. 서울을 얻으려는 정당은 거대한 구호보다 생활의 계산서를 먼저 읽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2026-06-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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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심판한 민심의 엄중한 명령, 여당은 자만 버리고 민생·통합에 올인하라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결과는 준엄했고 거침이 없었다. 민심은 불법 비상계엄의 상흔과 퇴행적 정쟁에 매몰되어 있던 제1야당 국민의 힘을 향해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고, 출범 1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에는 국정 동력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선택을 했다.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인천, 대전, 충청, 강원 등 지난 선거에서 잃었던 격전지를 대거 탈환했을 뿐 아니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와 부·울·경 등 영남권에서도 경이로운 선전을 펼치며 사실상 전국을 아우르는 압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집권여당은 입법과 행정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무한 책임의 정치 무대에 서게 되었다. 이번 선거는 본질적으로 제1야당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유권자들의 철저한 심판이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내란 사태라는 헌정사적 비극을 겪고도 성찰하기는커녕, ‘윤 어게인’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다수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정권 심판론만을 무한 반복했다. 심지어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합리적 목소리를 내치고 극우 성향의 강성 세력에 휘둘리는 자멸적 분열을 자초했다. 유권자들이 이번 투표를 통해 보수 진영의 파괴적 혁신과 인적 쇄신을 명령한 이유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최근 코스피 최고치 경신과 수출 호조 등 경제 회복의 청신호와 실용주의 노선을 바탕으로 60%대의 견조한 국정 지지율을 증명해 내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당의 압승이 곧 현재 삶에 대한 국민의 완전한 만족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승리의 기쁨에 도취하기보다 그 결과가 지닌 무게감을 무섭게 인식해야 한다. 우리 정치사에서 지방선거와 총선의 압승 뒤 오만에 빠져 독주하다가 순식간에 정권을 내주거나 참패했던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전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권력이 한곳으로 과도하게 집중될 때 견제 장치가 사라진 집권 세력이 스스로 제어력을 잃고 독선에 빠지는 순간, 민심의 역풍은 언제든 다시 불어닥칠 수 있다. 내란 청산이나 과거 지우기 같은 이념적 과제에만 과도하게 매몰된다면 피로감을 느낀 중도층과 지지층마저 제일 먼저 등을 돌릴 것이다. 이제 이재명 정부와 여당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어내는 ‘국민 통합’과 고달픈 삶을 현장에서 보듬는 ‘경제 살리기’다. 지표상으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 냉골은 여전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산가와 저소득층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른바 ‘K자형 양극화’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시한폭탄과 같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삼중고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는 자영업자와 취약 계층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다면 어떤 화려한 거시경제 지표도 허명에 불과하다. 다행히 2028년 총선까지 앞으로 2년간은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다. 나라 전체를 소모적인 정치적 블랙홀로 밀어 넣을 표 계산과 정쟁의 유인이 사라진, 그야말로 국정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금쪽같은 기회다. 이재명 정부의 첫해 가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준비 기간이었다면, 집권 2년 차부터는 손에 잡히는 정책적 성과로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본격적인 실행의 시간이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일방적인 법안 처리라는 독선적 행태를 지양하고, 법치와 협치의 정신을 바탕으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포용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국민이 실어준 압도적인 힘을 오직 민생을 따뜻하게 보듬고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만 쏟아붓기를 기대한다. 성과 없는 독주는 준엄한 심판을 부른다는 것이 이번 선거가 남긴 가장 엄중한 교훈이다.
2026-06-04 0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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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승' 흐름 속 대구는 재역전…서울·부산 우세, 평택을은 끝까지 안갯속
[경제일보] 6·3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가 자정을 넘기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4일 0시45분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흐름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우세한 흐름이다. 시·도지사 16곳 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다수 지역에서 1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경북과 경남에 이어 대구에서도 재역전 흐름을 만들며 영남 방어선 사수에 나서고 있다. 개표 초반부터 민주당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강원·충청권 일부와 호남·제주에서 앞서가며 ‘전국 정당’ 구도를 다시 확인하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통적 강세 지역인 경북에서 우위를 유지했고, 경남과 대구에서는 개표가 진행될수록 보수 결집세가 반영되며 접전 또는 역전 흐름을 만들고 있다. 특히 대구는 개표 초반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근소하게 앞섰으나, 개표율 44.86% 시점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50.02%로 김 후보 48.93%를 앞서며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수도권 3곳 민주 우세…서울 정원오, 경기 추미애, 인천 박찬대 선두 가장 상징성이 큰 곳은 서울이다. 4일 0시45분 개표 흐름에서 정원오 민주당 후보는 60%대 득표율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다. 서울시장 선거는 개표율 29.19%에서 정 후보 60.00%, 오 후보 37.43%였다.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다. 개표율 41.38%에서 추 후보는 55.02%로 당선이 확실시되는 흐름을 보였고, 양 후보는 39.46%에 그쳤다. 인천시장 선거도 박찬대 민주당 후보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는 흐름이다. 서울의 의미는 단순한 광역단체장 1곳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서울은 전국 선거의 바로미터이자 중도층의 방향을 보여주는 정치 지표다. 정 후보의 우세가 최종 승리로 굳어진다면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수도권 민심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명분을 얻게 된다. 부산 민주 우세, 대구는 추경호 재역전…영남 민심은 ‘균열과 결집’ 동시 표출 부산과 대구의 흐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두 지역은 선거 전부터 보수 결집 여부가 최대 변수로 꼽혔다. 개표 초반에는 민주당 후보들이 부산과 대구에서 모두 앞서며 영남 정치 지형 변화 가능성을 키웠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개표가 중반으로 접어들며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김부겸 민주당 후보를 다시 앞서기 시작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다. 개표율 60.94% 시점에서 전 후보는 52.02%, 박 후보는 46.44%를 기록했다. 부산은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산업 재편, 청년 유출 문제가 선거 내내 핵심 쟁점이었다. 전 후보의 우세가 유지된다면 부산 유권자가 보수 정당의 안정론보다 변화론과 지역경제 재설계론에 더 무게를 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대구시장 선거는 개표 중반 최대 접전지로 바뀌었다. 앞서 개표율 41.91%에서는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49.56%,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49.39%로 불과 0.17%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이후 개표가 더 진행되면서 추 후보가 재역전했다. 개표율 44.86% 시점에서 추 후보는 50.02%, 김 후보는 48.93%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09%포인트에 불과하다. 대구의 재역전은 이번 선거의 영남 민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김 후보가 대구에서 5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민주당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대목이다. 동시에 추 후보가 개표 중반 재역전에 성공한 것은 TK 보수층의 막판 결집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구 민심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 아성의 균열’과 ‘전통 지지층의 재결집’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대구는 단순히 국민의힘이 지키느냐, 민주당이 뚫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경제 침체, 청년 유출, 산업 전환 지연에 대한 불만이 기존 정치 구도에 균열을 냈고, 동시에 보수층은 막판 결집으로 방어선을 구축했다. 최종 결과와 관계없이 대구는 이번 선거 이후 양당 모두가 가장 깊이 들여다봐야 할 전략 지역이 됐다. 경남도 끝까지 봐야 한다. 경남지사 선거에서는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와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 개표율 50.25% 시점에서 박 후보는 51.90%, 김 후보는 48.09%다. 이후 개표가 진행되면서 창원권, 김해·양산권, 서부경남 표심이 어떻게 반영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마지막 투표함까지 확인해야 하는 핵심 접전지로 남았다. 재보선도 민주 우위…부산 북갑·평택을은 마지막까지 변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대체로 민주당 우세 흐름이지만, 일부 지역은 막판까지 예단하기 어렵다. 부산 북갑, 충남 공주·부여·청양, 울산 남갑, 경기 하남갑 등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앞서는 흐름이 보이고 있다. 부산 북갑은 민주당 하정우 후보와 무소속 한동훈 후보의 대결 구도가 선거 내내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3일 오후 9시20분 기준 부산 북갑은 개표율 5.06%에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53.96%,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38.35%,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7.68%를 기록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하 후보 42.6%, 한 후보 41.6%, 박 후보 15.8%로 나타나 두 후보 간 격차가 1.0%포인트에 불과했다. 경기 평택을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변수 지역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31.1%,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 30.6%, 김용남 민주당 후보 30.3%로 세 후보 간 격차가 모두 1%포인트 미만이었다. 초반 개표에서는 후보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정권 안정론’에 힘 실린 개표 흐름…국민의힘은 영남 방어선 사수 여부가 관건 이번 선거의 1차 의미는 ‘정권 안정론’의 우세다.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다수 지역과 재보선 상당수에서 앞서는 흐름이 유지된다면, 유권자는 정권 출범 이후 첫 전국 선거에서 야당의 정권 심판론보다 여당의 국정 안정론에 더 무게를 둔 셈이 된다. 특히 서울과 부산 등 상징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한 것은 여권에 강한 국정 추진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대구의 재역전은 국민의힘에 최소한의 반격 명분을 제공한다. 추경호 후보가 개표율 44.86% 시점에서 김부겸 후보를 1.09%포인트 차로 앞선 것은 TK 보수층이 막판에 결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경북의 확실한 우세, 대구의 재역전, 경남의 초박빙 흐름을 묶어 영남 방어선을 지키는 것이 선거 후폭풍을 줄이는 최소 조건이 됐다. 국민의힘에는 여전히 뼈아픈 성적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과 충청권, 부산 등에서 밀리는 흐름이 굳어진다면 지도부 책임론은 피하기 어렵다. 보수 결집만으로는 수도권과 중도층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특히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대구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50%에 육박한 것은 보수 정당의 지역 기반 전략과 세대 확장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신호다. 다만 최종 판세는 아직 ‘확정’보다 ‘윤곽’에 가깝다. 서울은 강남권 개표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선관위 설명, 대구는 후반 개표 흐름, 경남은 막판 표차, 평택을과 부산 북갑은 재보선 특유의 낮은 표본·작은 표차가 변수다. 개표율이 더 올라가면 초반 흐름이 굳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접전지는 마지막 투표함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지방권력의 교체 여부를 넘어 향후 정국 주도권을 결정하는 분기점이다. 민주당이 현재 흐름대로 압승에 가까운 결과를 얻는다면 이재명 정부의 개혁·경제정책 추진 속도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지도부 쇄신, 중도층 회복, 영남 의존 탈피라는 세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된다. 대구의 재역전은 보수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김부겸 후보의 선전은 보수 아성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2026-06-04 01: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