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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을 다시 품은 오월 정신, 이제는 '헌법 전문 수록'으로 응답하라
[경제일보] 1980년 5월, 신군부의 총칼에 맞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외쳤던 광주 5·18민주광장이 다시 한번 뜨거운 연대의 열기로 가득 찼다.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오월, 다시 광장을 품다’를 주제로 초청장 없는 ‘열린 기념식’ 형태로 엄수된 것은 매우 뜻깊다. 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을 기념하는 국기 게양식에서 과거의 오월 영령이 현재의 청년들에게 태극기를 이어주는 모습은, 오월 정신이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인권의 뿌리임을 다시금 일깨웠다. 그러나 광장의 감동 뒤편에 가려진 정치권의 모습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은 크다. 최근 국회에서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기 위한 개헌안 표결이 끝내 무산됐다. 여야가 선거철마다 한목소리로 약속했던 시대적 과제가 또다시 당리당략과 진영 논리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표결 불참 방침으로 개헌 논의를 무산시킨 야당의 행태는 1980년 신군부의 언론 통제에 맞서다 해직된 언론인들의 외침처럼,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당 역시 거대 의석을 보유하고도 이를 관철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과 정치적 설득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단순한 문구 삽입이나 특정 지역·세력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법 체계의 근간인 헌법 전문에 오월의 역사를 새기는 일은 국가폭력의 비극을 성찰하고, 다시는 이 땅에 ‘12·3 비상계엄 사태’와 같은 헌정 질서 훼손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민주공화국의 다짐이다. 동시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4·19 혁명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정통성으로 인정하듯, 5·18 정신 역시 헌법적 가치로 확고히 자리 잡아야 비로소 소모적 역사 왜곡과 국론 분열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 이제 5·18 정신은 광주라는 지역적 담론을 넘어 부마민주항쟁과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거대한 흐름으로 승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통렬한 반성과 함께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전국적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교육 현장에서도 교사들이 정치적 부담 없이 헌법적 가치에 기반해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미래 세대가 이를 올바르게 배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오월의 진실을 기억하는 유족들은 늙어가고 있지만, 그들이 피로써 지켜낸 정의와 공동체 정신만큼은 결코 퇴색돼서는 안 된다. 46년 전 광주 시민들이 고립된 상황 속에서도 주먹밥을 나누며 지켜낸 대동(大同)의 정신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글로벌 K-민주주의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원동력이 됐다. 정치권은 더 이상 오월 정신을 정쟁의 도구로 소비하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멈춰야 한다. 여야는 후반기 국회 개원에 맞춰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초당적 논의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 그것이 광주의 영령들 앞에 국가가 보여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며,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물려주는 길이다.
2026-05-18 11: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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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東進)의 깃발과 텃밭의 침식, 6.3 지방선거 엄중한 경고
[경제일보]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했다. 그러나 작금의 6.3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풍경은 생동하는 생명력보다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질서'와 '혼돈'의 서사시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단순한 지역 일꾼 뽑기를 넘어선다. 그것은 '기득권에 안주한 세력의 몰락'과 '외연 확장을 향한 전략적 진격'이 충돌하는 거대한 지각변동의 전초전이다. 여당의 '동진정책'과 김부겸의 상징성 집권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른바 '동진정책'을 전면에 내걸었다. 단순히 표를 얻겠다는 계산을 넘어,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겠다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겠다는 포석이다. 그 정점에는 김부겸 전 총리의 대구시장 출마 공식화가 있다. 김 전 총리의 대구행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그는 과거 '지역주의 타파'라는 깃발 아래 험지인 대구에서 사투를 벌여 승리했던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여당이 그를 다시 대구라는 상징적 전장에 세운 것은, 보수의 심장부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영남권 전체의 지형도를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놀라운 것은 여론의 반응이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으로 분류되던 60대를 넘어 이제는 70대마저 보수 정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변심이 아니다. 무능한 기득권 보수 세력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서적 호소만으로는 더 이상 노년층의 냉철한 현실 감각을 붙잡아둘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당의 동진정책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야당의 자중지란: 텃밭에서 시작된 '사망 선고'의 전조 반면 야당의 모습은 처참하다 못해 비극적이다. 자신들의 안방이자 텃밭이라 자부하던 지역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잡음은 이제 '몸살' 단계를 넘어 조직 전체의 '괴사'를 우려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가장 뼈아픈 실책은 공천 과정의 불투명성과 공정성 상실이다. 경선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단독 행보는 야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진 의원이 당의 결정에 불복하고 독자 노선을 걷는다는 것은 공천 시스템이 무너졌음을 방증한다. 여기에 경선 후보들 간의 진흙탕 싸움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책과 비전은 실종된 채, 오로지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는 데에 혈안이 된 모습은 야당이 과연 수권 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유권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텃밭이라는 안일함에 빠져 오만방자하게 굴며 서로의 살점을 뜯어먹는 행태를 목도한 민심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기본과 상식의 붕괴, 그리고 민심의 준엄한 심판 정치의 기본은 민생이며, 상식은 공정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순차적으로 공천을 진행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사이, 야당은 기초적인 상식조차 지키지 못하고 지리멸렬(支離滅裂)하고 있다. 야당이 텃밭에서 겪고 있는 내홍은 단순한 세력 다툼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과거의 관성에 매몰된 세력의 필연적인 붕괴 과정이다. 반면 여당의 동진정책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의명분과 함께, 소외되었던 유권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영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여당의 동진정책은 상당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야당은 텃밭을 지키기는커녕 안방마저 내어주는 사상 초유의 참패를 맛볼 수도 있다. 민심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야당은 망각하고 있다. 유권자는 '비전'을 선택한다 6.3 지방선거는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가 걷는 길은 너무나도 다르다. 한쪽은 확장과 통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다른 한쪽은 고립과 분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결국 승패는 '누가 더 기본에 충실했는가'에서 갈릴 것이다. 상대를 비방하는 낡은 정치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세력만이 선택받을 수 있다. 야당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자중지란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들이 자랑하던 '텃밭'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여당의 동진정책이 한국 정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 아니면 야당이 극적인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오만한 권력은 반드시 민심이라는 단두대 위에 서게 된다는 점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정치는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 준엄한 상식을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
2026-03-31 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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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마이웨이' 전쟁에 동맹국 줄세우기…한국, 중동 파병 딜레마 빠지나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호위 작전에 한국 등 동맹국의 파병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규모와 원유 수입 의존도 등 사실과 다른 수치까지 동원하며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해, 향후 한미 간 파병 및 방위비 협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일본과 한국에 각각 4만5천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며 "우리가 이 나라들을 방어해주고 있는데, 호위 작전 동참을 요구하면 그들은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주한미군 규모(4만5천명)는 실제(약 2만8천500명)와 큰 차이가 있다. 주일미군 역시 5만명 수준이다. 또한 그는 "일본은 원유의 95%, 중국은 90%, 한국은 35%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지만 미국은 1% 미만"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원유 의존도는 60%를 웃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된 수치 인용 이면에는 다분히 의도적인 계산이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고 중동의 원유가 아쉽지 않지만, 동맹국들을 위해 피를 흘리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워 파병을 강제하거나, 파병을 거부할 경우 향후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 다른 형태의 비용 청구서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도와야 한다"며 동맹국들을 향해 "빠르고 열정적으로 관여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프랑스 등 나토(NATO) 동맹국들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노골적인 실망감을 드러내며 글로벌 동맹 체제를 자국의 이익(America First)에 복무하도록 줄 세우고 있다. ◆ 韓 정부의 깊어지는 딜레마… 파병이냐, 중동 관계 악화냐 한국 정부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원유 수입의 생명줄인 만큼 항행의 자유 확보가 절실하다. 하지만 미국의 대(對)이란 '참수 작전'에 군사적으로 동참할 경우, 1962년 수교 이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이란과의 외교적 단절은 물론, 중동 내 반한(反韓) 감정을 자극해 현지 교민과 기업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앞서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압박이 있었으나, 당시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한시적으로 넓히는 선에서 절충안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이란 영토와 지도부를 직접 타격하는 전면전 양상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우회적 파병'이 통할지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17일째를 맞은 이란과의 전쟁 전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이스라엘과의 합동 공습 당시 표적이 됐던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에 대해 "한쪽 다리를 잃고 심하게 다쳤거나 죽었을 수도 있다"며 "누가 이란의 지도자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작전 개시 이후 이란의 7000개 이상 목표물을 타격해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 능력이 90% 이상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최대 불안 요소인 국제 유가 급등에 대해서는 "이번 작전이 끝나면 유가는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며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이란의 주요 정유 시설 타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제3차 오일 쇼크'가 글로벌 경제를 덮칠 것이라는 공포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트럼프의 '마이웨이' 중동 전쟁은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에게 경제적 피해(유가 상승)와 외교·안보적 부담(파병 압박)을 동시에 안겨주는 거대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정교한 외교적 줄타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2026-03-17 08: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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