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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기 병목' 줄일 길 찾았다…KAIST, 전류 흐름 나노미터로 포착
[경제일보] 반도체가 작아질수록 전기가 흐르는 통로는 좁아지고 열과 전력 손실은 커진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전기 병목’을 줄일 수 있는 단일 소재 구조를 구현하고 전류가 경계를 통과하는 모습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직접 관찰했다. KAIST는 신소재공학과 홍승범·강기범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학교 조성범 교수팀과 공동으로 2차원 반도체 소재 안에 준금속과 반도체 영역을 연속적으로 연결하고 전하 이동 과정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매터(Matter)’ 2026년 7월호에 게재됐다. 논문은 지난달 12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다. ◆ 칩 작아질수록 커지는 ‘접촉 저항’ 반도체 소자는 금속 전극에서 반도체로 전류를 전달해 작동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물질이 맞닿는 경계에는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벽이 형성된다. 이때 발생하는 접촉 저항은 소자의 처리속도를 떨어뜨리고 전력 손실과 발열을 키운다. 소자 크기가 줄어들면 반도체 내부 저항보다 금속과 반도체 접점에서 발생하는 저항의 비중이 커진다. 실리콘 미세공정의 물리적 한계를 보완할 후보로 원자층 두께의 2차원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지만 높은 접촉 저항은 상용화를 가로막는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연구팀은 외부 금속 전극을 반도체 위에 붙이는 기존 방식 대신 백금 다이셀레나이드(PtSe₂) 한 소재 안에 전기가 잘 흐르는 준금속 영역과 전류를 제어하는 반도체 영역을 만들었다. PtSe₂는 두께에 따라 전기적 성질이 달라지는 특성을 지닌다. 상대적으로 두꺼운 4개 층은 준금속, 얇은 2개 층은 반도체로 작동하도록 설계해 두 영역을 하나의 연속된 계면으로 연결했다. 연구팀은 원자힘현미경(AFM)을 이용해 PtSe₂ 내부의 전류 이동을 나노미터 해상도로 측정했다. 그 결과 준금속 영역에서 반도체 영역으로 넘어가는 전류가 경계에서 끊기거나 우회하지 않고 연속적으로 흐르는 것을 확인했다. 논문은 이를 계면에 ‘유의미한 전하 수송 장벽이 없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접촉 저항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라기보다 서로 다른 금속과 반도체를 접합할 때 생기는 추가적인 계면 장벽을 크게 줄일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반도체 영역에 전기장을 가해 전류를 조절하는 전계효과도 검증했다. 단순히 전류가 잘 흐르는 소재를 만든 데서 그치지 않고 트랜지스터의 스위치처럼 전류를 켜고 끌 수 있는 기능적 접합 구조임을 확인했다. ◆ AI 반도체 적용 전 대면적 공정·내구성 검증 필요 이번 성과는 별도 금속 전극과의 접촉 문제를 동일 소재 내부의 두께·상 변화로 풀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접촉 저항과 발열을 줄이면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AI 반도체와 초저전력 로직 소자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원천기술 단계다. 실제 반도체 공정에 적용하려면 웨이퍼 규모에서 준금속·반도체 영역을 균일하게 만들고 기존 제조공정과 결합해야 한다. 반복 작동에 따른 신뢰성과 온도 변화, 대량생산 수율, 실제 접촉 저항 수치도 추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홍승범 KAIST 교수는 “2차원 반도체 계면에서 전류가 흐르는 모습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직접 확인했다”며 “단일체 계면이 전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한 만큼 차세대 반도체의 접촉 저항 문제를 해결할 원천기술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13 09:17:13
센서·디스플레이·연산을 소재로…한화토탈에너지스, '고분자'로 미래 연다
[경제일보] 국내 석유화학 기업 한화토탈에너지스가 고분자 기반 첨단 소재 연구를 지원하며 '전통 화학기업'에서 '첨단 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학술상 후원을 통한 기초과학 투자 확대가 반도체·디스플레이·헬스케어 등 차세대 산업과의 접점을 넓히는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한화고분자학술상' 2026년 수상자로 박철민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선정했다. 박 교수는 자기조립 고분자의 나노구조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초저전력 인공지능(AI) 디스플레이와 인공신경망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해당 기술은 인체 정보를 감지하고 이를 표시·저장·학습까지 수행하는 '센싱-디스플레이-연산' 통합 구조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기존 전자소자와 차별화된다. 특히 초저전력 기반이라는 점에서 웨어러블 헬스케어, 고령자 모니터링 등 응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고분자 소재는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영역으로 분류되지만 최근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재평가되고 있다. 단순 범용 플라스틱에서 기능성·지능형 소재로 진화하면서 산업 내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AI와 결합한 고분자 소재는 '전자소자의 유연화·저전력화'를 가능하게 하며 차세대 디바이스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수상 연구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사례로 해석된다. 이 같은 변화는 석유화학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증설이 이어지면서 기존 화학 제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요 화학기업들은 '스페셜티(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와 첨단 소재 개발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배경이다. 한화토탈에너지스가 지난 2005년부터 고분자학술상을 지속해온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단기적인 사업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기술 기반 확보를 위해 학계 연구를 지원하는 간접 투자 방식이다. 이는 연구 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수상 연구가 보여준 '고분자+AI+디스플레이' 융합 기술은 향후 산업 지형 변화의 단서를 제공한다. 센서, 디스플레이, 연산 기능이 하나의 소재 기반 플랫폼으로 통합될 경우 기존 반도체 중심 구조와 다른 새로운 디바이스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석유화학 기업이 단순 소재 공급자를 넘어 기술 플랫폼의 일부로 진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기초 연구 성과가 실제 산업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소재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전자·바이오 기업과의 협업도 필수적이다. 학술 지원이 곧바로 사업 성과로 이어지기보다는 중장기 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전략 일관성이 요구된다.
2026-04-10 11:05:17
미켈란젤로의 500년 숙제 풀었다… KAIST, 중력 거스르는 '액체 제어' 기술 개발
[경제일보] 중력 때문에 천장에서 떨어지는 액체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정밀 코팅은 물론 우주 환경에서의 유체 제어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 연구팀은 거꾸로 매달린 액체가 중력에 의해 아래로 쏟아지는 ‘중력 불안정성’을 소량의 휘발성 액체 혼합만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일상생활에서 목욕탕이나 냉장고 천장에 맺힌 물방울이 점점 커지다가 떨어지는 현상은 중력 불안정성 때문이다. 액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지점에 집중되고 결국 중력을 이기지 못해 낙하하게 되는 물리적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액체 표면에서 발생하는 ‘마랑고니 효과’를 활용했다. 휘발성이 강한 액체를 소량 혼합하면 증발 과정에서 표면 농도 차이가 생기고, 이에 따라 표면장력 차이로 미세한 액체 흐름이 형성된다. 이 흐름이 아래로 떨어지려는 액체를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겨 낙하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외부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액체 자체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중력에 의한 낙하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정밀 코팅과 인쇄, 적층 제조 공정 등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는 액체 재료를 매우 얇고 균일하게 도포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력에 따른 흐름이나 뭉침 현상은 공정 불량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다.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기울어진 표면이나 복잡한 구조 위에서도 액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 박막 코팅이나 반도체 미세 패턴 인쇄 공정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별도의 복잡한 장비 없이 액체 조성만 조절해 구현할 수 있어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번 원리가 우주 환경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선 내부에서는 미세 중력 환경 때문에 액체 흐름을 제어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표면장력 기반 제어 기술을 활용하면 추진제 유출 방지나 유체 이송 시스템 안정화에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형수 교수는 “외부 에너지 없이 중력 불안정성을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향후 다양한 화학 조성의 액체 시스템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액체의 표면장력과 증발 특성을 이용해 스스로 안정성을 유지하는 ‘자기 제어형 유체 시스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산업 공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6-03-12 14: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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