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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듯 서킷브레이커…'오징어게임' 전락한 韓증시, 주범은 삼전닉스 레버리지?
[경제일보] 코스피 지수가 연일 크게 출렁이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자본 이탈과 개인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 위험도 덩달아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업계에선 반도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하락장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해당 ETF가 충분한 외부 자문 없이 도입돼 파생상품이 현물 주가를 왜곡하는 현상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과 금융당국 안팎을 중심으로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09.52포인트(5.35%) 급락한 7246.79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에는 삼성전자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했지만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결국 이날 장중 지수가 8% 넘게 폭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연이어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6번째다. 지난 2000년 해당 제도를 도입한 이후 역대 발동 횟수는 총 12차례다. 전체 발동 건수의 절반이 올해 집중됐다. 특히 지난 보름동안 서킷브레이커가 세 차례나 발생했다. 현재 국내 증시 변동성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시장 변동성을 극대화한 배경으로 지난 5월 27일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지목되고 있다. 해당 상품은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매일 기초자산 비중을 재조정하는 구조다. 따라서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내리면 매도하는 기계적 매매가 반복된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두 기업의 주가가 출렁일 때마다 해당 파생상품이 현물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 국내 증시에 일상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상장 레버리지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1일 기준 36조51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8755억원에서 431% 급증했다. 전체 레버리지 상품 자산 가운데 40%가 넘는 14조9526억원이 두 반도체 종목에 집중됐다. 이처럼 자본 쏠림이 가속화하면서 생겨난 주요 부작용은 △개인 투자자 손실 확대 △환매 증가 △포지션 재조정에 따른 주가 변동성 증폭 등으로 꼽힌다. 특히 횡보장에서는 원금이 녹아내리는 음의 복리 효과가 발생해 개인 투자자 손실률이 최고 35.9%에 달했다.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외국인 자본은 국내 증시를 이탈하는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7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한국 증시가 극단적인 변동성에 노출돼 자칫 '오징어게임'과 같은 카지노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떠나면 결국 국내 개미들만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제도 도입 과정에서 외부 기관의 객관적인 자문을 전혀 거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당초 비대칭 규제를 해소해 해외 유출 자금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취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허용했다. 시장 파급력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나 시뮬레이션 절차를 생략한 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상장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거세지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라며 "증시 변동성이 오면 가계에 큰 충격이 될 수 있어 별도의 안전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금융당국 수장들의 파면을 촉구했다. 이어 "지금의 롤러코스피 추세가 지속되면 우리 증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잡주로 취급받을 것"이라며 "증시 정상화를 위해 상장폐지를 포함한 강력한 교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또한 7일 본인의 소셜미디어에서 "결국 시장 교란이 심해지고 변동성이 커지고 변동성에 취한 개미들이 몰려들면서 주식시장이 도박판이 되고 말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026-07-08 17:40:04
양도세 중과 앞둔 부동산 시장, 집주인은 관망하고 세입자는 불안하다
[경제일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서울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묘하다. 현장에서는 집을 내놓기보다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단순한 거래 감소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은 늘 전월세시장이다. 정부가 기대한 그림은 비교적 명확했다. 세 부담이 커지기 전에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공급이 늘면서 시장도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실제로 봄 들어 일부 급매물이 출회되며 거래가 잠시 살아나는 듯한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급매물은 빠르게 소화됐고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수는 다시 6만건대로 내려왔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결국 불확실성이다. 양도세 중과 재개뿐 아니라 추가 세제 개편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다주택자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 집을 팔았다가 몇 달 뒤 세제 방향이 또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시장에 퍼져 있다. 정책 변화 가능성이 커질수록 시장에서는 매도와 매수 모두 늦춰지는 흐름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전월세시장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집을 팔지 않겠다는 선택은 결국 임대 물건 감소로 연결된다. 집주인들이 직접 거주를 택하거나 증여로 방향을 돌리면 시장에 남는 전세 물건은 더 줄어든다. 최근 전세시장에서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세시장은 원래 시장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이다. 매매시장이 막히면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임대시장으로 이동한다. 집 구매를 미룬 사람들은 전세시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공급은 충분하지 않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줄고 기존 임대 물건도 감소하고 있다. 시장의 압력이 자연스럽게 전세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동하는 인구가 다시 늘어난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수원과 용인, 성남, 고양처럼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이동이 몰리고 있다. 단순한 생활권 이동이라기보다 서울에서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밀려나는 모습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서울 집값보다 더 무거운 것은 전세 보증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도 시장을 그대로 둘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다주택 투기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은 정책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거래를 억누르면 시장이 잠시 조용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거래 감소가 곧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공급 전망까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착공 감소 흐름이 이어지면서 몇 년 뒤 공급 부족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급 불안 심리가 커질수록 집주인들의 관망 분위기 역시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금 시장에 필요한 것은 추가 규제 경쟁이 아니다. 시장이 예측 가능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신호다. 세금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공급은 실제 얼마나 이뤄질지, 임대시장은 어떻게 안정시킬지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집주인도 세입자도 움직일 수 있다. 다주택자 규제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 나타나는 신호 역시 함께 볼 필요는 있다. 시장은 거래량보다 실제 체감 불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커지는 것은 집값보다 ‘살 집을 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불안이다.
2026-05-10 09:45:22
원자재 시장을 흔드는 지정학의 그림자
[경제일보] 국제 원자재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철광석과 구리 가격이 출렁인다. 겉으로 보면 수요와 공급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시장의 움직임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다른 흐름이 읽힌다. 원자재 가격을 움직이는 중심축이 경기에서 지정학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동 긴장이 고조되자 국제 유가는 단기간에 크게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커지면서 해상 운송 보험료도 빠르게 뛰었다. 이런 변화는 에너지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철광석과 비철금속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자재 가격이 생산과 소비의 균형만으로 결정되던 시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철광석 시장은 오랫동안 중국 경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중국 철강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고 건설 경기가 식으면 가격이 내려갔다. 지금도 중국 경제는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다만 최근 시장에서는 수요보다 비용 요인이 더 자주 거론된다. 중동 긴장이 높아지면 해상 운임이 오르고 전쟁 보험료가 상승한다. 연료 가격도 함께 움직인다. 공급이 중단되지 않더라도 거래 비용이 높아지면서 가격에 압력이 더해진다. 철광석 시장을 수요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구리 시장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구리는 전통적으로 경기 민감도가 높은 금속이지만 최근에는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등 새로운 산업이 구리 수요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동시에 주요 광산의 생산 차질과 공급 집중 문제도 겹쳐 있다. 공급이 쉽게 늘어나지 않는 시장에서 지정학 변수까지 더해지면 가격 변동성은 자연스럽게 커진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각국은 핵심 광물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전략 광물 비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망 협력 협정도 잇따르고 있다. 원자재 확보가 경제 정책을 넘어 국가 전략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이 점점 정치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제 원자재 시장이 보여주는 변화는 단순한 가격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과 해상 물류 위험, 자원 확보 경쟁이 동시에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경기 흐름을 통해 어느 정도 가격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이제는 국제 정치 상황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 철광석과 구리 가격의 움직임은 단순한 시장 신호가 아닐지도 모른다. 세계 공급망이 얼마나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 자원 확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일 수 있다.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상품 시장이 아니다. 세계 경제의 긴장과 균열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공간이 되고 있다.
2026-03-09 11: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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