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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호 지분 전량 매각…위메이드는 왜 중국에 팔렸나
[경제일보] 위메이드 최대주주 박관호 의장의 9200억원 규모 지분 매각은 단순한 주식 거래가 아니다. 창업자가 보유 지분 전량을 중국계 알리바바 관계사 네오펄스(NeoPulse)에 넘기기로 하면서 위메이드는 최대주주와 성장 전략이 동시에 바뀌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중국 측이 노린 것은 위메이드라는 회사 이름보다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 힘을 가진 ‘미르’ 지식재산권(IP), MMORPG 개발력, 그리고 AI 게임 전환 가능성으로 보인다. 위메이드는 30일 박 의장이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거래 금액은 약 9200억원이다. 거래가 최종 완료되면 네오펄스는 위메이드 지분 39%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다만 박 의장은 사내 공지를 통해 “최종 절차와 잔금 납입이 모두 마무리돼야 비로소 실행된다”며 거래 종결 전까지 회사를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측이 가장 먼저 본 자산은 미르 IP다. ‘미르의 전설’은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오랜 기간 생명력을 유지한 한국 게임 IP다. 위메이드가 자회사 전기아이피 등을 통해 라이선스 사업을 이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게임 시장은 판호와 현지 퍼블리싱, 규제 리스크가 높지만 이미 인지도가 검증된 IP에는 여전히 프리미엄이 붙는다. 신규 IP를 처음부터 키우는 것보다 미르를 다시 확장하는 편이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박 의장도 이 지점을 분명히 짚었다. 그는 사내 공지에서 “미르라는 IP는 중국에서 여전히 거대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고 동시에 북미와 유럽이라는 또 하나의 큰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축을 온전히 우리의 성장으로 전환하려면 그에 걸맞은 파트너와 자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거래가 단순한 엑시트가 아니라 중국과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자본·네트워크 확보라는 논리다. MMORPG 개발력도 투자 명분이다. 위메이드는 ‘나이트 크로우’ 흥행을 통해 개발과 퍼블리싱 역량을 다시 입증했다. 모바일 MMORPG 시장은 성장 둔화 논란이 있지만 중국과 동남아, 중동 등에서는 대형 IP 기반 게임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 네오펄스가 위메이드를 통해 노릴 수 있는 것은 단순 지분 수익이 아니라 미르와 나이트 크로우 계열 신작을 중국 및 글로벌 유통망에 태우는 사업이다. AI 게임 전환도 이번 거래의 중요한 배경이다. 중국 빅테크와 게임사는 이미 생성형 AI를 게임 개발 공정, 그래픽 제작, NPC 대화, 라이브 운영에 적용하고 있다. 박 의장은 “AI는 게임을 만드는 방식도, 즐기는 방식도 바꾸고 있다”며 “시장이 게임에 기대하는 완성도와 품질의 기준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위메이드가 보유한 IP와 MMORPG 운영 경험에 중국 IT 기업의 AI 기술과 유통망이 결합하면 개발비 절감과 콘텐츠 생산 속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메이드는 매각해야 할 만큼 어려웠나. 회사가 당장 존속 위기에 몰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한때 블록체인 게임과 위믹스 생태계를 앞세워 높은 기대를 받았던 위메이드는 이후 변동성이 커졌다. 위믹스 상장폐지 논란과 재상장, 규제 불확실성, 블록체인 게임 시장 침체는 기업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게임 본업 역시 신작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큰 구조다. 위믹스 사업은 거래 이후 가장 큰 관심사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과 토큰 생태계를 회사의 차별화 전략으로 밀어왔다. 그러나 국내외 규제 환경은 여전히 엄격하고 게임 내 토큰 경제에 대한 시장 신뢰도 예전 같지 않다. 새 최대주주가 들어설 경우 위믹스는 유지되더라도 우선순위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코인 중심 확장보다 IP 라이선스, 중국 퍼블리싱, AI 게임 개발, 글로벌 유통이 더 앞에 놓일 수 있다. 중국 자본 성격의 투자자가 주도한다는 점도 위믹스에는 변수다. 중국은 가상자산 거래와 토큰 발행에 엄격한 규제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위믹스를 중국 시장 확장의 핵심 무기로 쓰기는 어렵다. 오히려 위믹스는 글로벌 일부 지역과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에 남기되, 중국 사업에서는 미르 IP와 일반 게임 퍼블리싱 중심으로 전략이 짜일 가능성이 크다. 박 의장의 지분 매각은 창업자의 퇴장이라는 상징성도 크다. 그는 “위메이드는 제게 자식과 같은 회사”라며 “부모가 다 자란 자식을 더 큰 세상으로 떠나보내듯 그날이 오면 한 걸음 물러나 그 성장을 응원하려 한다”고 밝혔다. 창업자가 보유 지분 전량을 넘긴다는 것은 전략적 제휴를 넘어 회사의 주도권이 바뀐다는 의미다. 위메이드가 오랫동안 추진해 온 블록체인 게임, 위믹스, 글로벌 퍼블리싱, AI 게임 전략은 새 주주의 의사에 따라 재정렬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번 거래는 위메이드가 힘들어서 헐값에 팔린 거래라기보다 기존 전략만으로 다음 성장을 설득하기 어려운 시점에 외부 네트워크와 자본을 끌어들인 선택에 가깝다. 문제는 매각 이후다. 중국 시장은 크지만 규제와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위믹스는 상징성이 크지만 사업 우선순위가 흔들릴 수 있다. 미르 IP는 강하지만 오래된 자산이다. 네오펄스가 사들인 것은 위메이드의 과거 영광만이 아니다. 중국에서 다시 통할 IP인지, AI로 개발 구조를 바꿀 수 있는지, 위믹스 이후의 성장 서사를 만들 수 있는지를 검증해야 하는 부담까지 함께 산 것이다.
2026-06-30 18: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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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전용 사모펀드 출자 약정액 13.9조원 ↑…금감원 "투자방식 다변화 추세"
[경제일보] 지난해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시장이 펀드 수와 출자약정액, 투자이행액 모두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인수합병(M&A) 시장 성장 둔화 속에서 경영참여형 투자는 소폭 줄었으나 기업대출과 메자닌 등 비경영참여형 투자가 늘며 투자 방식이 다양해졌다. 1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총 1195개로 전년 말보다 58개 증가했다. 출자약정액은 167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3조9000억원 늘었다. 투자이행액은 124조3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6조8000억원 증가했다. 약정액 대비 이행률은 74.2%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설된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211개로 전년 173개보다 38개 늘었다. 신규 출자약정액은 27조8000억원으로 전년 19조2000억원 대비 8조6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규모별로는 대형 PEF가 26개로 전년 9개보다 크게 늘었다. 대형 PEF 신규 출자약정액은 15조8000억원으로 전체 신규 약정액의 56.8%를 차지했다. 중형 PEF는 51개, 소형 PEF는 134개가 새로 설정됐다. 유형별로는 투자 대상을 사전에 정하고 설립하는 프로젝트 펀드가 136개로 64.5%를 차지했다.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운용사 역량을 바탕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블라인드 펀드는 75개로 35.5%였다. 운용사도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PEF를 운용 중인 업무집행사원(GP)은 455사로 전년보다 18사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업 GP는 332사로 전체의 73.0%를 차지했다. 금융회사는 65사, 창투계회사는 58사였다. 투자자들의 대형 GP 선호도 이어졌다. 출자약정액 기준 대형 GP 운용펀드 비중은 2024년 66.2%에서 지난해 68.7%로 2.5%포인트(p) 높아졌다. 중형 GP 비중은 27.0%, 소형 GP 비중은 4.3%로 낮아졌다. 지난해 PEF의 투자집행 규모는 28조1000억원으로 전년 25조1000억원보다 3조원 증가했다. 이 중 경영참여형 투자는 23조7000억원, 비경영참여형 투자는 4조4000억원이었다. 경영참여형 PEF는 지난해 국내외 343개 기업에 총 23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투자는 22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94.5%를 차지했다. 해외 투자는 1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4000억원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투자가 15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65.4%를 차지했다. 이어 전기·가스공급업 1조3000억원, 운수·창고업 1조2000억원 순이었다. 제조업과 전기·가스공급업, 운수·창고업 등 상위 3개 업종에 대한 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늘었다. 추가 투자여력을 나타내는 미집행 약정액은 지난해 말 43조2000억원으로 전년 36조1000억원보다 7조1000억원 증가했다. 금감원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PEF 업계가 신중한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경영참여형 투자는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중인 비경영참여형 PEF는 128개로 전년보다 50개 증가했다. 약정액은 10조7000억원, 이행액은 5조8000억원으로 각각 78.3%, 114.8% 늘었다. 비경영참여형 PEF 중 90개 펀드는 지난해 4조4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전년 1조원보다 3조4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투자 대상별로는 기업대출이 1조4000억원으로 32.3%를 차지했고 메자닌이 1조2000억원으로 27.6%를 차지했다. 부동산·인프라는 6000억원, 소수지분 인수는 5000억원이었다. 금감원은 M&A 시장 성장 둔화 등에 따라 전통적 지분 투자에서 벗어나 기업대출과 메자닌 구조 등을 활용한 중위험·중수익 자산 투자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투자회수 규모도 증가했다. 지난해 PEF 투자회수액은 20조6000억원으로 전년 18조5000억원보다 2조1000억원 늘었다. 중간 회수는 6조7000억원, M&A와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최종 회수는 13조9000억원이었다. 지난해 해산된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153개로 전년보다 11개 줄었다. 평균 존속기간은 4.7년이었다. 해산 사유는 정관상 존속기간 만료가 63개로 가장 많았고 투자집행 후 회수 완료 45개, 사원총회 해산결의 42개 순이었다. 금감원은 기관전용 사모펀드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펀드 수 약정액이 증가하고 추가 투자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성장 과정에서는 대형 GP 선호와 신규 GP 유입 증가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최근 M&A 시장 성장 둔화 등으로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경영참여형 투자가 소폭 감소한 반면 비경영참여형 투자가 확대되는 등 PEF의투자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은 PEF가 신성장 산업 육성, 기업구조 개선이라는 본연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려하도록 지도하겠다는 방침이다.
2026-06-17 13: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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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대형 IB' 한투증권 vs '글로벌 영토 확장' 미래에셋
국내 증권업계 ‘빅2’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한쪽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있다. 정통 투자은행(IB),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자본 운용을 앞세운 국내형 초대형 IB 모델이다. 다른 한쪽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있다. 해외법인, 글로벌 자산관리, 연금, 대체투자를 묶어 증권사의 영토를 국경 밖으로 넓히는 글로벌 투자 플랫폼 모델이다. 양사의 경쟁은 단순한 순이익 1위 다툼이 아니다. 한국 증권업이 앞으로 어디서 돈을 벌 것인가, 은행 중심 금융시장 안에서 증권사가 어떤 방식으로 자본 공급자 역할을 키울 것인가를 가르는 시험대에 가깝다. 증시 활황은 두 회사 모두에 순풍이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거래대금이 식은 뒤에도 안정적인 이익을 반복해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투자증권, 1분기 순익 7847억원…‘육각형 수익구조’ 부각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9599억원, 당기순이익 784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5%, 순이익은 75.1% 늘었다. 1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에 육박한 것이다. 위탁매매, 자산관리, 기업금융, 운용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점이 특징이다. 수익 구조도 분산됐다. 1분기 기준 수익 비중은 위탁매매 33.3%, 자산관리 9.0%, 기업금융 18.6%, 운용 39.1%로 나타났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로 위탁매매 수익이 늘었고, 채권·발행어음·수익증권 판매 확대에 힘입어 자산관리 부문도 개선됐다. 개인 고객 금융상품 잔고는 지난해 말 85조1000억원에서 올 1분기 말 94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투증권의 성장 키워드는 자본 효율이다. 고객 자금과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기업금융 자산을 만들고, 이를 운용 수익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IMA와 발행어음은 이 전략의 핵심 무기다. 증권사가 단순 중개업자를 넘어 직접 자본을 배분하고 위험을 가격화하는 금융회사로 진화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이 성공하면 국내 자본시장의 체질도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은 은행 대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증권사를 통해 성장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투자자는 예금과 주식 사이의 중간지대에서 새로운 수익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증권사는 중개 수수료 중심의 전통적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자본 배분자로 올라설 수 있다. 한투가 ‘한국형 초대형 IB’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다만 자본 효율은 리스크 관리와 한 몸이다. IMA, 발행어음, 구조화금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신용위험과 유동성 부담도 키운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금융 자산의 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한투증권의 과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을 많이 굴리는 회사일수록 한 번의 판단 착오가 실적과 평판에 동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증권업계 첫 ‘분기 순익 1조’…글로벌 전략 결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조19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가 분기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1조3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했고, 세전이익은 1조3576억원으로 292% 늘었다.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9% 수준, 자기자본은 1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의 차별화 포인트는 글로벌 수익 기반이다. 1분기 말 국내외 총 고객자산은 660조원으로 3개월 만에 약 58조원 증가했다. 연금자산도 6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 합산 적립금은 36조8000억원으로 전 금융권 1위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5월 10일 기준 순자산(AUM)은 776조원, 연금자산은 74조원을 넘어섰다. 해외법인도 실적을 밀어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2432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홍콩, 인도, 베트남 등 해외 거점이 단순한 진출 지역을 넘어 실제 이익 기여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를 해외 네트워크와 글로벌 상품 공급력으로 돌파하려는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 셈이다. 미래에셋의 강점은 고객자산을 국내 주식 매매에 묶어두지 않는 데 있다. 해외주식, 글로벌 ETF, 연금, 대체투자, 해외법인 수익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한다. 국내 투자자가 미국 성장주와 인도 시장, 글로벌 채권, ETF, 사모·대체투자 상품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미래에셋은 중개자이자 운용자, 자산관리자로 수익을 얻는다. 단기 거래대금보다 장기 고객자산을 키우는 전략이다. 다만 미래에셋의 1분기 실적에는 대체투자 평가이익 효과도 컸다. PI 투자 부문에서 8040억원 규모의 평가이익이 반영됐고,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 등 해외 혁신기업 가치 상승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투자전략의 장점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변동성도 드러낸다. 평가이익은 실현이익과 다르다. 시장 환경이 바뀌면 대체투자 자산의 재평가가 실적을 흔들 수 있다. ◆한투는 국내 자본시장 깊이, 미래에셋은 글로벌 외연 확장 두 회사는 같은 산을 오르지만 길은 다르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자본시장의 깊이를 파고든다. 기업금융, IMA, 발행어음, 구조화금융을 통해 한국 경제 안에서 자본 공급 통로를 넓히려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국경을 넘는다. 해외법인,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연금, 대체투자를 통해 국내 투자자의 자산을 세계 성장 자산과 연결하려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두 모델의 경쟁은 의미가 크다. 한국투자증권식 모델이 성공하면 국내 기업금융 시장의 자금 공급 능력이 커질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식 모델이 성공하면 한국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갇히지 않고 글로벌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활황장에서는 모든 증권사가 좋아 보인다. 거래대금이 늘면 위탁매매 수수료가 증가하고 신용공여와 금융상품 판매도 따라붙어서다. 그러나 시장이 차가워졌을 때 진짜 체력이 드러난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어도 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지 △부동산과 대체투자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지 △고객자산을 단기 상품 판매가 아니라 장기 관계로 묶어낼 수 있는지 등에 따라 실적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결국 증권 빅2 경쟁의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며 “방향은 뚜렷하다. 한국투자는 국내 자본시장의 심장부를 더 깊게 파고들고, 미래에셋은 세계 시장으로 더 멀리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증권업의 다음 10년은 이 두 전략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반복하고 얼마나 정교하게 위험을 통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04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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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SK브로드밴드 100% 완전자회사 전환…"합병 계획 없어"
[경제일보]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유무선 통신과 미디어, 기업 인프라 사업을 한층 유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지배구조 정비다. 다만 SK텔레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합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SK텔레콤 공고 등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달 29일 포괄적 주식교환 절차를 마무리하고 SK브로드밴드 지분 100%를 확보했다. 기존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지분율은 99%대였으며 이번 주식교환으로 잔여 지분을 모두 취득했다. 이번 주식교환은 신주 발행 없이 현금 교부 방식으로 진행됐다. SK텔레콤은 주식교환 대상 SK브로드밴드 주주에게 1주당 현금 1만5032원을 지급한다. 교부금 지급 예정일은 오는 8일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매수된 보통주 2만7408주는 이사회 결의에 따라 전량 소각됐다. ◆ 유무선·미디어 넘어 AI 인프라 결합 이번 완전자회사 전환의 핵심은 경영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의 100% 자회사가 되면서 투자, 사업 재편, 조직 운영 과정에서 이해관계 조율 부담이 줄어든다. SK텔레콤은 이를 통해 유무선 통신, IPTV·초고속인터넷, 기업 솔루션, 데이터센터 사업 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그동안 유료방송 시장 정체라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IPTV와 초고속인터넷은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으로 평가되지만 성장률은 제한적이다. 반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와 기업회선, 클라우드 연결망 수요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배경이다. 실제 SK그룹은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반도체, 통신, 에너지, 건설 등 계열사 역량을 묶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울산 AI 데이터센터 등 대형 인프라 사업에서 구축과 운영을 담당하는 축으로 거론된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AI 인프라와 통신망, 기업 고객 기반을 하나의 전략 아래 묶는 것이 중요해졌다. ◆ 합병보다 ‘원바디’ 경영 강화 다만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이번 조치가 경영 효율성과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완전자회사 전환이며 별도 합병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법인을 합치는 방식보다 자회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업 조율과 투자 실행력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완전자회사 전환 이후 SK브로드밴드의 사업 재편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해저케이블, 기업 전용망, 클라우드 연결 서비스 등은 대규모 투자와 장기 고객 확보가 필요한 영역이다.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해지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B2B 인프라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남은 과제는 기존 미디어 사업의 안정성과 신사업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일이다. IPTV와 초고속인터넷은 여전히 SK브로드밴드의 기반 사업이지만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 둔화는 뚜렷하다. AI 데이터센터는 성장성이 크지만 전력 확보, 냉각, 부지, 투자비 회수 기간 등 변수가 많다.
2026-06-01 16: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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