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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파괴적 혁신과 극기(克己)의 리더십
[경제일보] 현대 산업 지형에서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만큼 극단적인 찬사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존재는 드물다. 누군가는 그를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라 추앙하고, 누군가는 위태로운 도박사라 평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가 자동차 산업의 질서를 바꾸고 인류의 시선을 지구 너머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그의 경영은 상품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 불가능이라는 관념을 무너뜨리는 하나의 전쟁에 가깝다. 이 전쟁의 출발점에는 의외로 ‘가정’이라는 가장 작은 공동체가 놓여 있다. 머스크는 이혼한 어머니 아래에서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 성장했다. 외형적 조건만 보면 불안정한 환경이었으나, 그 안에는 철저한 자기 통제와 학습, 그리고 독립적 사고를 중시하는 교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안락함보다 자립을, 의존보다 책임을 가르쳤다. 그 결과 세 남매는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기업가, 투자자, 창작자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외부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과 실행으로 길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경영자의 뿌리는 종종 시장이 아니라 가정에서 형성된다. 조직을 이끄는 힘은 결국 인간을 어떻게 길러냈는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동양 최고의 군사 전략서인 손자병법은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이라 했다. 이겨 놓은 뒤에 싸운다는 뜻이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바로 그 원리를 현실에서 구현했다. 전기차가 조롱받던 시절, 그는 단순한 차량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저장, 소비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먼저 설계했다.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소프트웨어까지 수직 계열화한 구조는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승리의 조건’을 미리 만들어 놓은 셈이다. 그는 전쟁에 나가기 전에 이미 전장을 재편했다. 또한 손자는 “병귀신속(兵貴神速)”이라 했다. 전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속도다. 테슬라의 경쟁력은 속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속도는 단순한 빠름이 아니다. 그것은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실행의 속도다. 여기서 머스크 리더십의 본질이 드러난다. 그는 관리자가 아니라 해결사다. 조직이 막힐 때, 회의를 늘리고 책임을 분산하는 대신 스스로 문제의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생산이 지연되면 공장 바닥에서 직접 공정을 점검하고, 기술이 막히면 엔지니어들과 밤을 새워 해결책을 찾는다. 그의 리더십은 지시가 아니라 개입이며, 통제가 아니라 돌파다. 현대 기업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문제를 구조로 숨기는 것이다. 보고 체계와 승인 절차 속에서 문제는 흐려지고 책임은 분산된다. 그러나 머스크는 그 반대의 길을 택한다.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그 해결을 조직의 최우선 과제로 만든다. 리더가 해결사가 될 때 조직은 멈추지 않는다. 리더가 관망자가 되는 순간 조직은 정체된다.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있다. 그의 집요함은 유교 경전 중용이 말하는 “지성무식(至誠無息)”과 맞닿아 있다. 지극한 정성은 쉬지 않는다는 뜻이다. 파산 직전의 공장에서 잠을 청하며 문제를 해결하던 그의 모습은 단순한 근면이 아니라, 스스로 설정한 사명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극기의 의지였다. 그 멈추지 않는 정성이 기가팩토리라는 불가능을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의 화엄경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한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뜻이다. 머스크는 ‘제1원리 사고’를 통해 산업의 전제를 해체했다. 배터리는 비쌀 수밖에 없다는 통념을 거부하고, 원자재 단위에서 다시 계산했다. 한계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틀 속에 있었다. 그는 그 틀을 부수는 데서 출발했다. 성경 히브리서는 말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 머스크의 경영에서 이 믿음은 단순한 신념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현재로 끌어오는 힘이다. 화성 이주와 자율주행이라는 비전은 허상이 아니라, 확신이 만들어낸 실체였다. 시장과 자본은 결국 확신의 방향으로 흐른다. 그러나 도덕경은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라 경계한다. 그의 거침없는 언행과 독단은 때로 이 경계를 넘나든다. 위대한 혁신가의 빛이 강렬할수록, 그 그림자 또한 짙어지는 법이다. 오늘의 대한민국 경영 현장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승리의 구조를 먼저 설계하고 있는가. 우리는 문제 앞에서 멈추는가, 아니면 그 문제를 돌파하는가. 길이 없으면 찾아야 하고, 찾아도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의 출발점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한 사람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가정에서 길러진 자립의 정신, 그리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의 결단이 조직의 운명을 가른다. 승리는 시장에서 얻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가정에서 길러지고 현장에서 완성된다.
2026-04-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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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중동,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이유
전쟁은 대개 눈에 보이는 순간으로 기억된다. 미사일이 날아오르고, 전투기가 이륙하며, 국경이 긴장으로 요동치는 바로 그 장면이다. 우리는 그때 비로소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전쟁은 그런 순간에 시작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충돌은 언제나 마지막 단계일 뿐이며, 그 이전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 선택과 계산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 역사는 반복해서 그 사실을 보여준다. 지금의 중동이 바로 그러한 국면에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이 얽힌 긴장이 반복적으로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동의 핵심 국가들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는 눈에 띄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군사적 개입도, 강한 외교적 발언도 제한적이다. 표면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이 오히려 한 발 물러서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면을 단순히 ‘소극성’이나 ‘눈치보기’로 해석하는 것은 전쟁을 평면적으로 보는 오류에 가깝다. 입체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드러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실재를 지배한다”고 했고, 손자는 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 했다. 이 두 문장을 겹쳐 놓고 보면, 지금 중동의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전략이며, 후퇴가 아니라 재배치에 가깝다. 현재 중동 국가들의 선택은 하나의 공통된 구조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전쟁의 성격 자체가 변했다는 점이다. 과거의 전쟁이 영토와 군사력, 즉 물리적 충돌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전쟁은 경제와 에너지, 그리고 공급망이라는 흐름의 문제로 이동했다. 이 구조에서 전쟁은 더 이상 ‘이길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바뀐다. 실제 데이터를 보더라도 이 변화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하고, 해상 물류 비용이 상승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이 변동성을 키운다.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는 단순한 해상 통로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동맥으로 기능한다. 이곳이 흔들리는 순간, 전쟁의 영향은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된다. 전쟁의 대상이 군대에서 시장으로, 전장에서 시스템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사우디, UAE, 카타르의 선택은 더욱 명확해진다. 이들에게 전쟁은 정치적 선택지가 아니라 경제적 리스크다. 사우디는 국가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대전환의 시기에 있으며, UAE는 금융과 물류를 기반으로 한 신뢰 위에서 존재하는 국가이고, 카타르는 갈등을 조정하는 외교적 위치를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세 국가 모두에게 전쟁은 ‘승리의 기회’가 아니라 ‘손실의 확정’으로 작용한다. 손자는 “전쟁은 국가의 중대한 일이며, 생사의 문제이니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전쟁은 신중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쟁을 확대하면 경제적 충격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될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억제하면 억지력이 약화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결국 중동의 국가들은 ‘개입’과 ‘비개입’ 사이가 아니라, ‘통제된 긴장’이라는 훨씬 더 복잡한 균형 위에 서게 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의 침묵이 평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동은 안정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충돌이 지연된 상태에 있다. 갈등의 원인은 사라지지 않았고, 단지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군사적 충돌이 줄어든 자리에는 경제적 압박과 외교적 신경전이 들어섰고, 직접적인 공격 대신 간접적인 영향력 행사가 확대되고 있다. 노자는 또 말한다. “큰 나라는 흐름을 장악하는 데 있다.” 지금의 중동은 바로 그 흐름을 둘러싼 경쟁의 장이다. 누가 더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시장을 안정시키고, 혹은 흔들 수 있는가가 중요해졌다.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 자체가 바뀐 것이다. 지금의 중동은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싸우기에는 잃을 것이 너무 많아진 상태에 가깝다. 전쟁은 더 이상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발생시키는 위험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침묵’의 실체다. 이 침묵을 단순한 절제나 전략으로만 해석하면, 우리는 전쟁을 오해하게 된다. 지금의 전쟁은 눈에 보이는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손익이 결정된다.
2026-04-08 16: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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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을 울린 '종소리', 이제 AI 신약의 비트(Bit)가 되다
광고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종근당’이라는 이름은 시각보다 청각으로 먼저 다가온다. TV 화면 가득 황금빛 종이 흔들리며 내는 묵직하고 깊은 울림. 수십 년간 대한민국 거실을 채웠던 그 소리는 단순한 기업 로고송을 넘어, 질병의 두려움 속에 있던 국민들에게 건네는 “안심하십시오, 우리가 곁에 있습니다”라는 무언의 약속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자란 세대에게 종근당은 단순한 제약사가 아니라, 우리 집 건강의 한 축을 묵묵히 지켜온 오래된 친구와 같다. 거인의 결단, 전통의 종소리에 AI의 지능을 입히다 85년이라는 긴 시간은 자칫 기업을 경직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 초 이장한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던진 메시지는 파격적인 ‘대전환’이었다. 모든 산업에 AI가 적용되는 변곡점에서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확보를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은 광고인의 눈에도 매우 도전적인 브랜딩 전략으로 읽혔다. 전통의 가치를 계승하면서도 가장 파괴적인 기술을 수용하겠다는 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태도는 종근당이 왜 여전히 K-제약의 선봉에 서 있는지를 증명한다. 실적과 혁신의 병행, 데이터로 타격하는 미래형 타종 2026년 상반기, 종근당의 행보는 신년사의 약속을 하나씩 실현해가는 과정이다. 과거의 종소리가 아날로그적 울림이었다면, 오늘날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정교한 데이터가 빚어낸 ‘디지털 비트’다. 자체 AI 플랫폼을 통해 신약 후보 물질 탐색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ADC(항체-약물 접합체) 항암제의 가시적인 임상 성과를 낸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주요 품목의 교체기에도 불구하고 신규 도입 품목의 안착을 통해 연 매출 1.7조 원대를 바라보는 견고한 실적(팩트)을 유지한 점은, 내실과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선두 기업의 저력을 보여준다. 장(腸) 프로젝트의 철학, 약장에서 식탁 위로 내려온 진정성 기업의 거시적 혁신이 신약 개발이라면, 미시적 케어는 종근당건강의 ‘장 프로젝트’에서 빛을 발한다. 광고쟁이의 시선에서 ‘락토핏’의 성공은 단순한 마케팅의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장 건강이 모든 건강의 시작’이라는 보건학적 본질을 국민의 일상적인 ‘습관’으로 치환해낸 브랜딩의 기적이다. 거창한 병원 침대 위가 아니라, 매일 아침 우리 가족의 식탁 위에서 건강을 챙기겠다는 종근당의 의지는 제약사의 역할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확장시켰다. 국민의 생애주기 전체를 책임지는 주도적 역할은 이제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되었다. 혁신의 공명, 글로벌 무대를 흔들 희망의 복음 세상은 변하고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기업이 지향하는 ‘생명 존엄’의 가치다. 85년 전 새벽을 깨우던 그 종소리의 진심은 이제 AI라는 정교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뻗어가고 있다. 내실을 다지며 미래의 파고를 넘고 있는 종근당의 뚝심은 그래서 더 믿음직스럽다. 전통의 종소리가 이제는 글로벌 무대를 흔드는 혁신의 소리가 되기를, 그리고 우리 국민의 삶을 끝까지 책임지는 든든한 동반자로 남기를 광고쟁이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응원한다.
2026-04-06 1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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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보이는 전쟁과 보이지 않는 전쟁...고립이 아니라 재배치다
전쟁은 언제나 총성과 함께 시작된다고 믿기 쉽다. 그러나 진짜 전쟁은 총성이 울리기 훨씬 이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결판이 나기 시작한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이란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미사일과 드론, 그리고 긴박한 외교 발언들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훨씬 더 정교한 '전자 병법'과 '심리의 전쟁'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번 국면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의 고립, 혹은 미국의 외교적 실패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 전쟁을 그렇게 단순하게 읽는 것은, 전쟁을 평면으로만 보는 오류다. 입체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드러난다. 손자는 말했다. "병자는 궤도야(兵者, 詭道也)." 전쟁은 속임수라는 뜻이다. 그리고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한다. "대직약굴, 대교약졸(大直若屈, 大巧若拙)." 큰 곧음은 굽은 것 같고, 큰 교묘함은 서툰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이 두 문장을 겹쳐 놓고 지금의 이란 전쟁을 보면, 우리가 보고 있는 '미국의 후퇴'는 실제 후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의도된 '보이는 후퇴', 즉 전략적 재배치일 수 있다. 최근 국제 정세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이 더 이상 모든 전선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였다면 중동에서의 긴장은 곧 대규모 군사 개입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다르다. 동맹에게 역할을 요구하고, 비용을 분담시키며, 자신은 한 발 물러선 위치에서 전체 판을 조율한다. 이를 두고 '고립'이라고 말하는 것은 피상적 해석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지휘 방식의 변화'다. 전면에 서서 싸우는 장수가 아니라, 뒤에서 판을 짜는 장수로의 전환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동맹국들이 주저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전쟁은 명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각국의 이해관계, 에너지 의존도, 국내 정치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호위함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맹이 붕괴된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오히려 이는 동맹이 '명령 체계'에서 '협상 체계'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반대로 중국의 움직임을 보자. 겉으로는 조용하다.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외교적 언어를 유지하며, 경제적 관계를 관리한다. 많은 분석이 이를 두고 '중국의 미소'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 역시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중국은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의 불안은 곧 에너지 가격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는 중국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따라서 중국의 전략은 개입이 아니라 회피, 확대가 아니라 안정 유지다. 이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의 전략이다. 여기서 우리는 전자 병법의 개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전쟁은 물리적 충돌 이전에 이미 전자기파, 정보, 금융 네트워크에서 시작된다. 위성, 통신, 사이버 공격, 금융 제재가 동시에 작동한다.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이미 상대의 경제와 정보망이 흔들린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도 이러한 양상은 뚜렷하다. 금융 제재는 더욱 정교해졌고, 정보전은 더욱 은밀해졌으며,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국제 유가는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전장의 온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이 지점에서 "Trump Always Chickens Out"이라는 이른바 TACO 프레임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일정 부분 후퇴하는 패턴을 두고 '겁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협상의 본질을 오해한 해석이다. 손자는 또 말한다. "이길 수 있을 때 싸우고, 이길 수 없을 때 피한다." 후퇴는 패배가 아니라, 다음 수를 위한 준비일 수 있다. 실제로 현대의 국제정치에서 '전면전 회피'는 능력 부족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인 경우가 많다 결국 지금의 이란 전쟁은 두 개의 층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물리적 충돌의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아래에서 진행되는 구조의 전쟁이다. 전자는 눈에 보이지만, 후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언제나 후자다. 미국은 물러난 것이 아니라 구조를 재배치하고 있고, 중국은 승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이 차이를 읽지 못하면 우리는 전쟁을 오해하게 된다. 노자는 또 말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다투지 않으면서도 결국 모든 것을 이긴다. 지금의 국제정치는 바로 그 물과 같은 흐름 속에 있다. 강하게 부딪히는 것보다, 흐르면서 상대를 바꾸는 방식이 더 중요해졌다. 전쟁의 형태가 바뀐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 변화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에너지 수입 구조, 공급망, 안보 전략 모두가 이 전쟁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어느 한쪽의 입장에만 기대어 상황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고립'이라는 단순한 이야기에도, '중국의 승리'라는 단정적인 이야기에도 경계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구조를 읽는 것이다. 누가 물러났는가가 아니라, 누가 판을 바꾸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방향은 드러나고 있다. 보이는 전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전쟁, 총성이 아니라 구조의 변화,ㄹ 충돌이 아니라 재배치. 이것이 지금 이란 전쟁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본질을 읽는 자만이, 다음 시대를 준비할 수 있다.
2026-04-0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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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말하는 전쟁의 본질...군사가 아니라 경제를 겨누는 시대
전쟁은 언제나 총성과 함께 시작되지만, 그 승패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결정된다.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미사일과 전투기의 굉음은 전쟁의 표면일 뿐이며, 그 이면에서는 숫자와 흐름, 자원과 시장이 더 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 이란 전쟁이 바로 그러하다. 겉으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처럼 보이지만, 그 내막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전쟁의 무대는 이미 군사에서 경제로 이동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실재를 지배한다”고 말했고, 손자는 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 했다. 이 두 문장은 오늘의 전쟁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언어다. 최근 국제 데이터 분석은 이 전쟁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이벤트 데이터 분석 결과, 이스라엘의 공격 강도는 개전 직후 급격히 상승하며 압도적인 수준에 도달했고,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군사적 주도권이 분명히 이스라엘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면 이란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직접적인 군사 충돌의 강도를 상대적으로 낮추면서, 전장의 중심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다. 그것이 바로 경제다. 이란의 전략은 단순하면서도 치명적이다. 걸프 지역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하고, 해수 담수화 시설을 위협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려는 시도를 반복한다. 나아가 제3국 선박까지 공격하며 전선을 확대한다. 이는 군사적 승리를 목표로 하는 전쟁이 아니다.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아 상대의 의지를 꺾으려는 전략이다. 손자병법은 “적의 싸울 뜻을 꺾는 것이 최상”이라 했다. 이란은 바로 그 길을 택한 것이다. 전장에서 이길 수 없다면, 전장의 정의 자체를 바꾸는 것이 전략의 본질이다. 이 전쟁이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곳이 흔들리면 유가는 즉각 반응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며, 금리가 흔들리고, 결국 세계 경제 전체가 충격을 받는다. 이는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글로벌 시스템 전체를 겨냥한 공격이다. 전쟁의 대상이 군대에서 시장으로 확장된 것이다. 노자가 말한 “큰 나라는 흐름을 장악하는 데 있다”는 구절처럼, 이란은 힘이 아니라 흐름을 흔드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역시 단순한 군사 대응에 머물 수 없다. 전쟁을 확대하면 경제 충격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질 수 있고, 축소하면 억지력이 약화된다. 결국 양측은 ‘통제된 긴장’이라는 미묘한 균형 위에 서게 된다. 이른바 치킨게임이다. 누구도 먼저 물러설 수 없지만, 끝까지 가면 모두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손자병법은 “싸움은 국가의 중대한 일이며, 생사의 문제이니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전쟁은 신중함과 위험이 동시에 공존하는, 그야말로 위험한 균형 위에 놓여 있다. 데이터 분석은 이 전쟁이 일정 시점에서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시사한다. 이란은 자금과 자원의 한계를 안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역시 전면전이 아닌 관리 가능한 수준의 충돌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전쟁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갈등은 형태를 바꾸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군사 충돌이 줄어든다 해도 경제적 긴장은 계속될 것이다. 전쟁은 끝나지 않고, 다만 모습을 바꿀 뿐이다. 이 전쟁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현대전은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력과 시스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둘째, 약자는 정면승부 대신 비대칭 전략으로 강자를 흔든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은 더 이상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다.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이러한 구조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전쟁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협 하나, 항로 하나가 곧 우리의 경제와 직결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했다. 이란의 전략은 바로 이 구절을 현실에서 구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직접적인 군사 충돌에서는 열세일지라도, 경제의 흐름을 흔들며 상대를 압박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큰 파괴력을 지닌다. 손자 역시 “전쟁은 속임수”라 했다. 눈에 보이는 전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이 진정한 전략이다. 결국 이번 이란 전쟁은 새로운 시대의 전쟁을 상징한다. 총성과 포연이 아니라 유가와 금리, 공급망과 물류가 전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전쟁의 승패는 더 많은 무기를 가진 쪽이 아니라, 세계 경제를 더 오래 흔들 수 있는 쪽이 결정한다. 그리고 그 순간, 전쟁은 이미 군사의 영역을 넘어 경제의 영역으로 완전히 이동해 있다. 이는 단순한 전쟁의 변화가 아니라 문명의 전환이다. 우리는 지금, 총이 아니라 시장이 지배하는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2026-04-03 12: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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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잠수함 잡을 '시호크' 첫 작전 투입
신형 해상작전헬기 MH-60R '시호크'가 작전에 처음으로 투입된다. 최강의 해상초계기로 평가되는 P-8A '포세이돈'과 함께 북한 잠수함을 견제할 입체 작전이 가능해진다. 해군은 1일 경남 진해 제62해상항공전대에서 MH-60R 인수식을 열고, 전력화가 완료된 MH-60R 2대가 공식 작전 배치됐다고 밝혔다. 한국은 2020년 12월 미국 정부와 MH-60R 12대를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중 2대가 처음으로 작전배치된 것이다. MH-60R은 뛰어난 탐지 장비와 무장을 바탕으로 해상에서 대잠전, 대수상함전, 감시·정찰, 인명 구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주로 동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보조 연료 탱크를 장착하면 4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해상 레이더, 디지털 전자광학(EO)·적외선(IR) 장비 등 고성능 감시 정찰 장비, 전자전 장비(ESM) 등을 탑재하고 있다. 또한 잠수함 신호를 탐지·식별·추적할 수 있는 가변 심도 음탐기(디핑 소나)와 음향 탐지 부표(소노부이)를 활용해 넓은 해역에서 대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무장은 북한 공기부양정을 비롯한 수상함 등 해상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헬파이어 대함 유도탄, 수중 잠수함 공격용 MK-54 경어뢰를 운용할 수 있다. 최대 중량 10.2t, 길이 16.18m, 폭 4.37m, 높이 5.18m에 최대 시속 180노트(333㎞)다. 김경률 해군참모총장(대장)은 축사에서 "오늘부터 본격적인 작전을 펼치게 될 시호크는 매의 위용처럼 뛰어난 탐지·추적 능력과 무장, 신속한 기동력으로 적에게 참담한 패배를, 아군에게 압도적 승리를 안겨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상 해군항공사령관(준장)은 "MH-60R은 현존하는 해상 작전 헬기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검증된 항공기"라며 "확장된 탐지 범위와 강화된 공격 능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해양 주권을 더욱 확고히 사수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04-01 1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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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직맹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달성 총진군"
북한 노동당의 외곽 근로자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직맹)이 전체 근로자들을 향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달성을 위한 '총진군'을 독려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직맹 중앙위원회가 최근 제8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제9차 대회를 5월에 소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에서 직맹은 제9차 노동당대회, 제15기 최고인민회의 등의 결정사항 관철을 독려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전국의 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을 대상으로 발표했다. 직맹은 호소문에서 "제9차 대회가 가리킨 승리의 진로 따라 새로운 5개년 계획의 빛나는 완수를 위한 전 인민적 총진군이 시작됐다"면서 "더 과감하고 공세적인 투쟁을 벌려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기를 힘 있게 추동하자"고 강조했다. 직맹은 금속공업, 화학공업, 전력·석탄공업, 건설, 철도운수, 경공업, 수산업, 과학·기술자, 군수노동계급 등 각 분야를 거론하면서 "모든 일터와 초소들은 위대한 내 나라를 떠받드는 주추"라며 "누구나 증산으로 애국하고 충성하며 최고의 기록을 향해 분투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 인민의 이상과 포부는 반드시 실현되며 새로운 5개년 계획의 빛나는 완수는 확정적"이라며 제9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완수를 다짐했다. 직맹은 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과 함께 '4대 근로단체'로 불린다. 북한은 제9차 당대회를 마무리한 이후 새로운 집행부 구성 등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각 근로단체마다 새로운 기수 출범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노동당 9차 대회를 마치고 가장 먼저 찾은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 공장을 '본보기'로 내세우며 주민들에게 증산 의지를 독려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증산기적을 창조해 나가고 있는 상원 노동계급처럼 어디서나 새 기준, 새 기록 창조의 기운을 고조시키며 걸음걸음을 부단히 재촉해 당대회 이후 5개년 계획 수행의 첫해부터 괄목할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조선직업총동맹은 북한 조선노동당의 노동자 정치조직이다. 조선노동당에 가입하지 못한 30세 이상의 노동자·기술자·사무원 등 모든 직장인이 가입돼 있다. 1945년 김일성 지시로 '북조선직업총동맹'가 결성됐으며, 1947년 5월에 '세계직업연맹'에 가입했다. 1951년 북한의 '북조선직업총동맹'과 남한의 '조선노동조합 전국평의회'가 통합해 '조선직업총동맹'으로 개칭했다. 조선직업총동맹은 노동자들의 권익 실현을 위한 순수한 노동자 단체가 아니라 북한 조선노동당의 적화혁명 노선을 노동 분야에서 수행하는 전위대다.
2026-04-01 11: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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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2기' 신한지주, 화려한 숫자가 아닌 '고객의 체감'으로
[경제일보] 신한금융그룹이 ‘진옥동 2기’ 체제의 돛을 올렸다. 고졸 사원으로 입사해 금융지주 회장까지 오른 그의 서사는 여전히 한국 금융계의 상징적인 이정표다. 지난 1기 임기 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과감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며 경영 능력 또한 충분히 입증해 보였다. 그러나 연임 확정과 함께 시작된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하는 시장의 시선은 축하보다 엄중한 질문에 쏠리고 있다. “과거의 성과가 미증유의 복합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물음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은 가혹하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고, 고금리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표상의 숫자보다 무서운 것은 현장의 비명이다.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자영업자와 원자재 가격·환율 상승의 이중고에 짓눌린 중소기업들에게 지금의 금융은 ‘금리 몇 %’라는 산술적 수치가 아니다. 그들에게 금융은 당장의 숨통을 틔워주느냐, 아니면 마지막 생명줄을 조이느냐는 생존의 문제다. 진옥동 2기의 성패는 바로 이 지점, ‘고객 중심’이라는 선언이 공허한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금융권에 요구되는 ‘상생’은 이제 시혜적 차원의 사회공헌이 아니다. 벼랑 끝에 선 소상공인의 대출 금리를 단 0.5%포인트라도 낮춰주는 결단, 환율 폭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판단이 절실하다. 이자 부담으로 무너지는 가계를 위한 정교한 채무조정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다. 연체를 방지하고 고객을 살려내 금융사 자신의 건전성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전략이다. 고객이 무너지면 은행도 공멸한다는 ‘운명 공동체’ 의식이 진정한 상생 금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진 회장이 강조하는 디지털 전환과 AI(인공지능) 전략 역시 ‘편의’의 차원을 넘어 ‘가치’의 혁명으로 진화해야 한다. 단순히 뱅킹 앱의 UI를 개선하고 속도를 높이는 수준으로는 빅테크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신한이 내세운 ‘AI 금융’은 고객의 소비 패턴과 현금 흐름을 정밀하게 분석해 “다음 달 이자 부담이 위험 수준”임을 미리 경고하고, 자동으로 최적의 대환대출이나 자산 배분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한다. 기술이 고객의 손실을 막고 자산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될 때, 비로소 혁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글로벌 전략 또한 외형적 성장이 아닌 내실 있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해외 점포 숫자를 늘리는 양적 팽창의 시대는 지났다. 베트남에서의 성공 모델을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하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시기일수록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덜 벌더라도 확실하게 버는 구조,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이다. 무엇보다 신뢰의 근간인 내부통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금융 사고는 단 한 번의 방심으로도 공들여 쌓은 공든 탑을 무너뜨린다.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각종 횡령과 부정 행위는 시스템의 미비보다 도덕적 해이와 실적 지상주의 문화에서 기인했다. ‘책무구조도’ 도입은 시작일 뿐이다. 성과보다 윤리를, 이익보다 정직을 우선시하는 조직 문화가 신한의 DNA로 각인되지 않는다면 어떤 첨단 시스템도 무용지물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미래 비전보다 “내 소중한 자산이 안전하다”는 확신 그 자체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정교한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시장은 높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원하지만, 지금은 전례 없는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위기 대응 체력을 비축해야 할 시기다. 지나친 낙관론에 기대어 기초 체력을 소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잘 나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폭풍우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낼 수 있는 맷집이다. 결국 진옥동 2기는 화려한 ‘스토리’가 아니라 차가운 시장의 ‘체감’으로 심판받을 것이다. 고객이 위기의 순간 “신한이라서 다행이다”라고 느끼는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일류 신한’의 위상은 공고해진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고객의 신뢰를 잃은 숫자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금융의 본질은 신뢰이며, 그 신뢰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위기의 현장에서 고객의 편에 서는 작은 결정들의 축적에서 완성된다. 진옥동 회장이 이 엄중한 원칙을 2기 임기 내내 지켜낼 수 있을지 시장과 국민이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
2026-03-3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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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東進)의 깃발과 텃밭의 침식, 6.3 지방선거 엄중한 경고
[경제일보]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했다. 그러나 작금의 6.3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풍경은 생동하는 생명력보다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질서'와 '혼돈'의 서사시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단순한 지역 일꾼 뽑기를 넘어선다. 그것은 '기득권에 안주한 세력의 몰락'과 '외연 확장을 향한 전략적 진격'이 충돌하는 거대한 지각변동의 전초전이다. 여당의 '동진정책'과 김부겸의 상징성 집권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른바 '동진정책'을 전면에 내걸었다. 단순히 표를 얻겠다는 계산을 넘어,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겠다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겠다는 포석이다. 그 정점에는 김부겸 전 총리의 대구시장 출마 공식화가 있다. 김 전 총리의 대구행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그는 과거 '지역주의 타파'라는 깃발 아래 험지인 대구에서 사투를 벌여 승리했던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여당이 그를 다시 대구라는 상징적 전장에 세운 것은, 보수의 심장부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영남권 전체의 지형도를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놀라운 것은 여론의 반응이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으로 분류되던 60대를 넘어 이제는 70대마저 보수 정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변심이 아니다. 무능한 기득권 보수 세력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서적 호소만으로는 더 이상 노년층의 냉철한 현실 감각을 붙잡아둘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당의 동진정책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야당의 자중지란: 텃밭에서 시작된 '사망 선고'의 전조 반면 야당의 모습은 처참하다 못해 비극적이다. 자신들의 안방이자 텃밭이라 자부하던 지역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잡음은 이제 '몸살' 단계를 넘어 조직 전체의 '괴사'를 우려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가장 뼈아픈 실책은 공천 과정의 불투명성과 공정성 상실이다. 경선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단독 행보는 야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진 의원이 당의 결정에 불복하고 독자 노선을 걷는다는 것은 공천 시스템이 무너졌음을 방증한다. 여기에 경선 후보들 간의 진흙탕 싸움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책과 비전은 실종된 채, 오로지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는 데에 혈안이 된 모습은 야당이 과연 수권 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유권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텃밭이라는 안일함에 빠져 오만방자하게 굴며 서로의 살점을 뜯어먹는 행태를 목도한 민심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기본과 상식의 붕괴, 그리고 민심의 준엄한 심판 정치의 기본은 민생이며, 상식은 공정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순차적으로 공천을 진행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사이, 야당은 기초적인 상식조차 지키지 못하고 지리멸렬(支離滅裂)하고 있다. 야당이 텃밭에서 겪고 있는 내홍은 단순한 세력 다툼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과거의 관성에 매몰된 세력의 필연적인 붕괴 과정이다. 반면 여당의 동진정책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의명분과 함께, 소외되었던 유권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영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여당의 동진정책은 상당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야당은 텃밭을 지키기는커녕 안방마저 내어주는 사상 초유의 참패를 맛볼 수도 있다. 민심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야당은 망각하고 있다. 유권자는 '비전'을 선택한다 6.3 지방선거는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가 걷는 길은 너무나도 다르다. 한쪽은 확장과 통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다른 한쪽은 고립과 분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결국 승패는 '누가 더 기본에 충실했는가'에서 갈릴 것이다. 상대를 비방하는 낡은 정치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세력만이 선택받을 수 있다. 야당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자중지란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들이 자랑하던 '텃밭'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여당의 동진정책이 한국 정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 아니면 야당이 극적인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오만한 권력은 반드시 민심이라는 단두대 위에 서게 된다는 점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정치는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 준엄한 상식을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
2026-03-31 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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