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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물이 빠지면 돌이 드러난다. 수락석출(水落石出). 소동파의 글에서 비롯된 이 말은 세월이 지나 정치의 언어가 됐다. 격랑이 높을 때는 무엇이 바닥인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물이 빠지고 나면 감춰졌던 돌, 곧 본질이 드러난다. JTBC 드라마「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24일 막을 내렸다. 최종회에서 황동만은 신인감독상을 받는다. 실패와 열등감, 자조와 체념 사이를 오가던 인물이 끝내 자기 이름으로 불리는 장면은 요란한 승리라기보다 조용한 회복에 가까웠다. 이 드라마가 남긴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인가.” 이 물음은 개인의 마음속에서 시작되지만,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는 어느새 정치의 언어가 되고 있다. 지금 정국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오는 6월 3일 치러진다. 여야는 일찌감치 ‘심판’과 ‘견제’, ‘개혁’과 ‘저지’의 언어를 앞세워 총력전에 들어간 상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여야 하지만, 우리 정치에서 선거는 자주 상대를 무너뜨려야 내가 선다는 싸움으로 변질된다. 그 과정에서 국민은 유권자가 아니라 동원 대상이 되고, 시민은 주권자가 아니라 진영의 숫자로 환산된다. 문제는 정치권의 말이 국민의 삶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민생은 여전히 팍팍하다. 정부도 올해 초 민생 체감 정책을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려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정치는 여전히 멀다. 물가, 일자리, 주거, 교육, 노후의 불안 앞에서 시민은 묻는다. “나는 이 나라에서 존중받고 있는가.” “성실하게 살아도 내 삶은 나아질 수 있는가.” “정치는 내 불안을 알고 있는가.” 드라마 속 인물들이 싸운 것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안의 무가치감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국민이 싸우는 무가치감은 개인의 성격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 정직하게 일해도 뒤처지는 느낌, 법과 원칙이 강자에게는 느슨하고 약자에게는 엄격하다는 의심, 말 잘하는 사람은 앞서가고 묵묵한 사람은 잊힌다는 체념이 쌓일 때 공동체는 병든다. 정치가 국민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당신의 삶은 하찮지 않다”는 확신을 제도와 결과로 증명하는 일이다. 논어에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정치가 의로움보다 유불리에 밝아질 때, 사회는 빠르게 냉소로 기운다. 원칙은 상대를 공격할 때만 꺼내는 칼이 되고, 상식은 내 편을 변호할 때만 적용되는 방패가 된다. 그러면 국민은 정치인을 믿지 못하고, 정치인은 국민의 불신을 다시 선동의 재료로 삼는다. 악순환이다. 오늘 한국 정치에 필요한 것은 더 센 말이 아니다. 더 정확한 책임이다. 잘못한 일에는 변명보다 사과가 먼저여야 하고, 약속한 일에는 홍보보다 이행이 먼저여야 한다. 법 앞의 평등, 기회의 공정, 약자에 대한 배려, 세금의 책임 있는 사용이라는 기본이 회복돼야 한다. 기본이 무너지면 어떤 개혁도 오래가지 못한다. 원칙 없는 개혁은 구호가 되고, 상식 없는 승리는 또 다른 패배를 낳는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결말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주인공이 세상을 정복해서가 아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공공성이다. 서로를 무가치하게 만드는 정치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의 하루를 가치 있게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 선거가 다가오면 말은 거칠어지고 편은 더 선명해진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남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삶이다. 수락석출. 물이 빠지면 돌이 드러난다. 6월의 선택 이후에도 남아 있을 돌은 무엇인가. 정치권은 그 질문 앞에 서야 한다. 국민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워왔다. 이제는 정치가 그 싸움을 덜어줄 차례다.
2026-05-25 15: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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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충남, 전국소년체육대회 e스포츠 초대 챔피언 등극
[경제일보] 강원특별자치도와 충청남도가 전국소년체육대회 e스포츠 종목 초대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 처음 전국소년체육대회 정식종목으로 도입된 e스포츠에서 강원은 개인전, 충남은 단체전 정상에 오르며 제도권 학교 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강원특별자치도와 충청남도가 제55회 전국소년체육대회 e스포츠 종목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43명의 선수가 참가했으며 부산이스포츠경기장에서 FC 온라인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나뉘어 경기가 진행됐다. 개인전에서는 강원특별자치도 홍석우가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결승에서 충청남도 최연우와 맞붙은 홍석우는 1세트와 2세트를 연달아 가져가며 주도권을 잡았고 3세트에서도 접전 끝에 승리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홍석우는 16강 진출전부터 결승까지 총 5경기를 치르며 개인전 참가 선수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끝에 정상에 올랐다. 개인전 2위는 충청남도 최연우가 차지했다. 공동 3위에는 충청북도 진무율과 제주특별자치도 황진환이 이름을 올렸다.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홍석우에게는 대한체육회장상과 상패가 수여됐다. 단체전 초대 우승은 충청남도 팀이 차지했다. 충남은 최연우, 최시우, 윤예준이 출전해 결승에서 제주특별자치도 팀을 상대했다. 양 팀은 1세트부터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이어지는 접전을 펼쳤으나 이후 충남이 흐름을 주도하며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승리했다. 단체전 2위는 제주특별자치도 팀이 차지했다. 공동 3위에는 강원특별자치도와 대전광역시가 올랐다. 개인전 입상자에게는 대한체육회장상과 메달이 수여됐으며 단체전 입상팀에는 대한체육회장상과 메달, 트로피가 함께 전달됐다. 이번 대회는 e스포츠가 전국소년체육대회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스포츠는 2014년 전국체육대회 동호인 종목으로 운영된 이후 약 10년 만에 국가 공인 체육대회 무대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학생 선수들의 경기 활동과 성과가 체육회 경기 기록 시스템에 등재돼 향후 진로와 진학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현장에서는 경기 외에도 FC 온라인 체험존, 퀴즈 이벤트, 지역별 선수단 응원, FSL 선수와 이벤트 매치, 스탬프 투어, 학교 이스포츠 홍보 부스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운영됐다. 선수 가족과 시도 협회 관계자, e스포츠 팬 등 약 500명이 방문해 대회 분위기를 더했다. 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은 폐회사를 통해 “e스포츠는 이번 소년체전 정식종목 참가를 계기로 학교 스포츠 현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협회는 앞으로 e스포츠가 학교 스포츠 및 제도권 스포츠에 안착할 수 있도록 기반 마련과 학교 e스포츠 생태계 조성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체전 정식종목 입성도 조속히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55회 전국소년체육대회 e스포츠 종목은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부산광역시, 부산광역시교육청, 부산광역시체육회, 한국e스포츠협회가 공동 주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후원했다.
2026-05-25 14: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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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파업의 밤을 넘겼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숙제는 이제 시작됐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은 아직 완결된 상태가 아니다. 노사는 총파업 직전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고, 노조는 5월 22일 오후부터 27일 오전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투표가 가결돼야 협상은 공식 타결된다. 당장의 파국은 피했다.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도 일단 멈췄다. 하지만 안도의 박수를 치기에는 이르다. 이번 삼성전자 합의는 한 기업의 임금협상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한국 대기업 노사관계의 새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핵심은 분명하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노동자가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업 이익은 기계와 자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개발자의 밤샘, 생산라인의 긴장, 영업 현장의 압박, 실패를 견딘 조직의 시간이 쌓여 실적이 된다.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을 나눈 직원들이 호황기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문제는 그 상식이 어느 순간 공식이 되는 데 있다.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 “순이익의 몇 퍼센트”라는 요구가 산업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흐름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삼성의 합의가 다른 기업 노조들에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달라”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조짐은 뚜렷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담았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규모와 보상 체계를 둘러싸고 파업 준비에 나섰고,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쟁점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다. 기업 이익을 노동, 주주, 투자 사이에 어떤 원칙으로 배분할 것인가다. 여기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러나 성과 배분이 미래 투자까지 잠식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오늘의 이익으로 내일의 공장을 짓는 산업이다. 자동차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전환의 한복판에 있다. 통신은 AI 데이터센터와 보안 투자, 네트워크 고도화를 피할 수 없다. 조선과 방산도 호황이 왔다고 해서 불황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이들 산업에서 영업이익은 단순한 현금 보따리가 아니다. 다음 경쟁을 준비하는 종잣돈이다. 성과급을 주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은 더 투명하게 줘야 한다.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산식을 공개하고, 경영진 보상과 직원 보상의 기준을 같은 원칙 위에 올려야 한다. 회사가 “미래 투자”를 말하려면 어디에, 왜, 얼마나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성과급 제도와 임원 중심 보상 체계를 그대로 둔 채 노동자에게만 절제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노조도 물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의 성과 배분 요구가 한국 노동 전체의 정의와 맞닿아 있는가.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에게도 같은 기회가 열려 있는가. 대기업 내부의 몫만 커지고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그것은 노동의 승리라기보다 노동 내부 불평등의 확대일 수 있다. 삼성은 언제나 기준이었다. 임금도 기준이었고, 복지도 기준이었고, 성과급도 기준이었다. 삼성에서 만들어진 관행은 삼성 안에 머물지 않는다. 다른 기업 노조는 비교의 근거로 삼고, 다른 기업 경영진은 방어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이번 잠정 합의안은 삼성만의 문서가 아니다. 한국 기업사회 전체가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이익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익만 앞세워 의를 잃지 말라는 경계다. 노동도, 경영도, 주주도 이 말을 피해 갈 수 없다. 노동은 자신의 몫을 요구하되 기업의 내일을 보아야 한다. 경영은 투자를 말하되 직원의 기여를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주주는 배당과 주가만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 정부는 노사 자율을 존중하되,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성과 배분 경쟁이 노동시장 격차를 더 키우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고민해야 한다. 삼성이 파업을 피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한국 경제가 숙제를 푼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성과 배분을 정교한 원칙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기업마다 비율 경쟁을 벌이는 소모전으로 흘려보낼 것인가. 원칙 없는 보상 경쟁은 결국 모두를 지치게 한다. 기업도, 노동도,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단단한 기준이다. 삼성의 잠정 합의가 성과급 도미노의 면허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26-05-24 0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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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픽' 김용남 vs '개혁 선명' 조국 vs '3선 토박이' 유의동
[경제일보] 6·3 재보궐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팽팽한 3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진보당 김재연 후보와 자유와확신 황교안 후보까지 가세하며 표심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선두 지키는 김용남, 턱밑 추격 조국…‘보수 단일화’시 사정권 진입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 후보가 근소한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조 후보가 바짝 추격하고 있고, 유 후보는 보수층 결집을 통한 반등을 노리는 형국이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MBC 의뢰,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 2026년 5월 16~18일, 경기 평택시 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통신 3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 응답률 14.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 후보는 31.0%, 조 후보는 27.0%, 유 후보는 17.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에서는 김 후보 33.0%, 조 후보 32.0%로 두 후보의 격차가 단 1%포인트 차이에 불과한 초박빙 접전 양상을 보였다. 중앙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중앙일보 의뢰, 케이스탯리서치 조사, 2026년 5월 17~19일, 경기 평택시 을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 대상, 무선전화 가상번호 면접 방식, 응답률 17.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흐름은 비슷했다. 김 후보 29.0%, 조 후보 23.0%, 유 후보 17.0%의 지지율을 보였다. 해당 조사에서 범여권 단일화를 전제로 한 가상 대결의 경우, '김용남 대 유의동'은 47.0% 대 29.0%, '조국 대 유의동'은 43.0% 대 31.0%로 조사됐다. 반면 보수 진역의 '유의동·황교안 단일화'를 전제로 한 3자 가상 대결에서는 김용남 30.0%, 유의동 25.0%, 조국 23.0%로 나타나 선두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크게 좁혀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인 3색 전략…‘여당 프리미엄’ vs ‘개혁 선명성’ vs ‘토박이론’ 김 후보는 ‘여당 프리미엄’을 최대 무기로 삼았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부터 ‘이재명의 선택’을 전면에 내걸고 이재명 대통령과의 강력한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곧바로 이어지는 집권 여당 후보인 자신이 당선되어야 평택의 교통·산업·생활 인프라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특히 교통 문제를 핵심 승부처로 보고 ‘강남권 30분 이동 시대’를 약속했다. 주요 공약으로 순환형 대중교통 공영제 추진, 가칭 평택교통공사 설립, 광역버스 확대 및 2층 버스 도입, 38번 국도 단계적 확장 등을 제시했다. 조 후보는 높은 인지도와 ‘개혁 선명성’을 전면에 배치했다. 그는 “조국혁신당의 13번째 국회의원이 되어 진짜 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재보선인 만큼 자신이 나서야 민주개혁 진영의 확실한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평택의 높은 지역내총생산(GRDP)에 비해 시민들의 삶의 질이 낮다고 지적하며, 고급형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조기 도입, 신안산선 안중역 연장, KTX 경기남부역 건설을 공약했다. 아울러 AI 특화 과학영재학교 및 국립평택해양대학교 유치 등 굵직한 인물론 중심의 공약을 내세우며 골목길을 직접 걷는 ‘뚜벅이 유세’에 집중하고 있다. 유 후보는 ‘지역 토박이’ 정서와 ‘3선 의원의 관록’을 내세우고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평택을 찾은 외지인이 아니라, 평택의 발전을 위해 정치를 선택한 진짜 지역 일꾼이 필요하다는 명분이다. 그는 평택을 고덕(교통·교육), 팽성(산업·일자리), 서부권(평택항·물류) 등 3개 축으로 묶어 동시 발전시키는 ‘골든 트라이앵글’ 전략을 발표했다. 막판 뒤집기를 위한 유 후보의 핵심 변수는 보수 표심의 재결집이다. 황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만큼 보수 단일화가 성사되어 황 후보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가 막판 최대 변수로 꼽힌다. 평택을 재선거의 향방을 가를 ‘3대 변수’는 복합적인 지역 특성을 가진 평택을 재선거의 향방은 세 가지 지점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민들은 KTX 신설 같은 거대 담론보다 당장 출퇴근길에 체감할 수 있는 버스 노선 확대나 지제역·서정리역 연계 교통망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 미군기지, 평택항, 농어촌이 공존하는 도농복합 지역인 만큼 생활권별 교통 불편을 누가 더 구체적으로 긁어주느냐가 표심을 움직일 전망이다. MBC 조사에서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53.0%)이 ‘필요하다’(36.0%)보다 높게 나타났다. 다만 단일 후보 선호도에서는 조 후보(39.0%)와 김 후보(36.0%)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개혁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이 막판에 어떤 방식으로 결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주요 후보들이 외지 출신이라는 점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거부감과 뿌리 깊은 토박이 정서가 맞물려 있다. 전국구 인지도를 앞세운 후보들 사이에서 “누가 선거가 끝난 후에도 평택에 남아 약속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진정성 싸움이 막판 표심을 흔들 수 있다. 현재 지지율 수치상으로는 김용남 후보가 한발 앞서 있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후보가 적극 투표층을 중심으로 턱밑까지 추격 중이고, 유 후보 역시 보수 단일화와 지역 정서가 맞물릴 경우 판세를 뒤흔들 잠재력을 갖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평택을 선거에서 유권자 앞에는 ‘정권과 통하는 힘 있는 후보’, ‘전국적 인지도의 선명한 개혁 후보’, 아니면 ‘지역을 오랫동안 지켜온 토박이 후보’라는 세 갈래의 선택지가 놓여 있다”면서, “최종 선택은 이 질문에 대한 유권자들의 최종 해답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2026-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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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김두겸 초접전…박맹우 변수 흔드는 울산시장 선거
[경제일보] 6·3 울산광역시장 선거가 전국 지방선거 판세를 가늠할 대표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후보와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 초접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무소속 박맹우 후보의 존재감까지 커지면서 선거 막판까지 치열한 혼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울산시장 선거는 단순한 지방권력 경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으로 대표되는 산업수도 울산이 경기 둔화와 산업 재편 압박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기도 하다. 동시에 영남 보수 지형 변화 가능성과 야권 확장성까지 시험하는 정치적 상징성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 텃밭 흔드는 노동벨트 표심 울산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북구와 동구를 중심으로 노동계와 진보 진영 기반 역시 전국 최고 수준으로 강하다. 현대자동차와 조선업 노동벨트 영향력이 뚜렷한 지역 특성 때문이다. 실제 울산은 과거 진보정당이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던 몇 안 되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이번 선거 역시 이러한 지역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현직 시장인 김두겸 후보가 재선에 도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상욱 후보를 앞세워 정권 심판론과 산업 전환론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울산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박맹우 전 시장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보수 진영 내부 균열 가능성까지 현실화됐다. 정치권에서는 애초 국민의힘 우세 구도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김상욱 후보와 진보당 김종훈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에 사실상 합의했고 조국혁신당 황명필 후보도 김상욱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선거 구도는 김상욱·김두겸·박맹우 후보를 중심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조사마다 엇갈린 판세…공통점은 ‘초박빙’ 실제 여론조사 흐름은 혼전 양상을 보여준다. KBS울산방송과 울산매일신문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2026. 5. 4.~5. 울산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다자대결 기준 김두겸 후보 37.1%, 김상욱 후보 32.9%, 김종훈 후보 14.2%, 박맹우 후보 8.5%로 집계됐다. 양자대결에서는 김두겸 후보 41.8%, 김상욱 후보 40.0%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반면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는 김상욱 후보 우세 결과가 나왔다. 2026. 4. 25.~26. 실시된 조사에서 다자대결 기준 김상욱 후보 40.3%, 김두겸 후보 28.9%, 김종훈 후보 15.4%, 박맹우 후보 8.9%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였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꽃 조사에서도 접전 양상은 이어졌다. 2026. 5. 21. 발표 조사에서는 다자대결 기준 김상욱 후보 36.7%, 김두겸 후보 34.7%, 김종훈 후보 15.8%, 박맹우 후보 6.1%로 집계됐다. 두 주요 후보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었다는 점에서 울산 선거가 사실상 초박빙 구도로 재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두겸의 안정론 vs 김상욱의 교체론 선거 전략도 뚜렷하게 엇갈린다. 김두겸 후보는 현직 프리미엄과 안정론에 집중하고 있다. 울산시정 연속성과 중앙정부 네트워크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산업도시 특성상 행정 경험과 기업 투자 유치 역량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특히 조선업 회복 흐름과 산업단지 투자 확대, 도시 인프라 사업 등을 주요 성과로 강조하며 “하던 일을 마무리할 적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울산 선거를 ‘영남 보수 방어선’ 성격으로 보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만약 울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단순한 지방선거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김상욱 후보는 변화와 산업 전환을 전면에 세우고 있다. 울산 산업경쟁력이 과거 방식만으로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래산업과 청년 일자리 확대를 핵심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동시에 노동계와 중도층을 함께 겨냥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 진영 결집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울산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지만 노동계 기반 역시 탄탄한 만큼 진보 진영 표 결집이 이뤄질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박맹우 완주 여부가 최대 변수 박맹우 후보 존재 역시 선거 흐름을 흔드는 변수다. 박 후보는 울산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경륜을 앞세워 보수층 일부를 흡수하고 있다. 그는 정당보다 지역 발전과 행정 경험을 강조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 지지율 자체보다 보수표 분산 효과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박 후보 완주 여부를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 박 후보가 한 자릿수 후반 지지율만 유지해도 김두겸 후보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표심도 중요한 변수다. 남구와 울주군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하다. 반면 북구와 동구는 노동계 영향력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중구는 상대적으로 중도·부동층 비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어느 후보가 자기 진영 결집을 넘어 중도층과 부동층을 끌어오느냐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산업수도 울산의 미래를 묻는 선거 투표율 역시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지방선거 투표율이 낮아질 경우 조직력이 강한 정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선거 막판 이슈가 커지면서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중도층 이동 폭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울산 경제 상황 역시 민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조선업은 일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석유화학 업황 둔화와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는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산업도시 특성상 유권자들이 이념보다 일자리와 지역경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울산시장 선거를 전국 선거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영남 확장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이고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전통 지지기반 유지 여부가 걸린 상징적 승부처라는 의미가 있다. 결국 울산시장 선거의 막판 승부처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민주·진보 단일화 효과가 실제 투표장에서 얼마나 나타날 것인가. 둘째 박맹우 후보가 보수표를 어느 정도 흡수할 것인가. 셋째 중도층과 부동층이 마지막 순간 어느 후보로 이동할 것인가다. 산업수도 울산의 선택은 이제 단순한 지역 행정 수장을 뽑는 차원을 넘어 영남 정치지형 변화 가능성과 산업도시 미래 전략까지 함께 결정하는 선거로 확장되고 있다.
2026-05-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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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당한 국민통합위원장의 고언에 귀 기울여야
[경제일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경고성 이메일을 받았다며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국정과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보고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을 엄중히 고지한다”는 표현이 쓰였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부총리급 위원장에게 실무 행정관이 이런 문구를 보낸 것은 공직사회 상식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경위를 신속히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물론 대통령 보고와 국정과제 자료 제출은 중요하다. 그러나 행정에도 절차와 품격이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국민통합위와 본인의 행보에 불필요하게 관여하고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행정관 개인의 과잉인지, 윗선의 기류가 반영된 것인지는 확인돼야 한다. 다만 사실이라면 출범 1년을 앞둔 이재명 정부의 공직 기강과 참모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보수 성향 인사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진영에 합류했고,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았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내 편만의 정부’가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목소리까지 듣겠다는 상징적 인사였다. 국민통합은 비슷한 사람끼리 악수하는 행사가 아니다. 불편한 사람의 말을 제도 안으로 들이는 일이다. 그런 이 위원장이 여권의 정책 추진 방식에 쓴소리를 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법 왜곡죄와 사법개혁 3법 추진 방식에 대해 위헌 소지와 숙의 부족을 지적했다. 최근 대통령 자문회의·위원회 간담회에서도 “집단사고의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토론과 반대 의견 개진 없이 내려진 결정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귀에 거슬릴 수 있지만 정권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말이다. 어느 정부든 지지율이 높고 선거 승리가 예상될 때 가장 위험하다. 국정 동력은 강해지지만 내부 견제는 약해진다. 참모들은 대통령의 생각을 앞질러 읽고, 관료들은 반론보다 순응을 택한다. 여당은 속도를 미덕으로 삼고, 반대 의견은 개혁의 발목 잡기로 몰기 쉽다. 그러나 숙의 없는 속도는 개혁이 아니라 독주가 될 수 있다. 국민통합위원회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대통령이 놓칠 수 있는 민심, 여당이 외면하는 반론, 관료사회가 말하지 못하는 위험을 전달해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반복하는 기관이라면 국민통합위원회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통합의 본질은 동원과 일사불란이 아니라 조정과 경청이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려면 보수 인사를 장식품처럼 써서는 안 된다. 통합의 상징으로 영입했다가 막상 불편한 말을 하면 거리를 두는 방식은 곤란하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람은 박수치는 참모만이 아니다. 대통령의 판단이 빗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이번 이메일 논란은 단순한 말투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실이 자문기구를 협력 파트너가 아니라 하급 집행기관처럼 여기는 문화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공직사회에서 절차와 예우는 행정 질서를 지탱하는 기본이다. 그것이 무너지면 권한은 쉽게 오만으로 흐른다. <논어>에는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한다”는 말이 있다. 군자는 서로 다르더라도 조화를 이루지만, 소인은 겉으로 같아 보여도 속으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통합은 모두가 같은 말을 하는 상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의 규칙 안에서 조화를 찾는 과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메일 작성 경위와 지시 라인, 국민통합위와의 소통 과정에 부당한 압박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단순한 문구 실수라면 사과와 재발 방지로 바로잡아야 하고, 윗선의 의중이 반영됐다면 더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 자문기구의 독립성과 직언 기능도 보장해야 한다. 국민통합은 선거 때 필요한 수사가 아니다. 나라를 운영할 때는 지지층의 열광보다 반대편의 우려를 듣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이석연 위원장의 고언은 여권에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통합의 출발점이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모두의 정부가 되려 한다면 지금 귀 기울여야 할 말은 칭찬이 아니라 경고다.
2026-05-22 09: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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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정쟁의 광장'을 '생활의 일터'로 바꿀 유권자의 안목
[경제일보] 국민의 엄중한 선택을 기다리는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마침내 그 막을 올렸다. 앞으로 13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은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자들의 목소리와 현수막, 유세 차량으로 가득 찰 것이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고개를 숙이는 후보들의 행렬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목격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밤 9시까지는 확성장치를 통한 공개 연설이 허용된다. 이 시간적 제약은 민주주의의 축제를 즐기면서도 시민의 일상적 평온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자 법치의 기본이다. 모든 후보는 이 최소한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도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막이 오르는 오늘, 유권자들의 가슴속은 설렘보다 무거운 심난함이 앞선다. 언제나 그러했듯, 선거판의 서막을 장식하는 것은 지역 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정책이나 주민 삶을 보듬는 따뜻한 비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운동 첫날부터 서로를 향해 ‘내란 세력’, ‘독재 세력’, ‘청산 대상’이라는 극단적이고 거친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상대를 품어 안아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반드시 절멸시켜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증오의 정치가 또다시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이처럼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만 혈안이 된 진흙탕 싸움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은 저 멀리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본질을 다시 한번 엄중히 되짚어보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여야가 세 대결을 벌이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나 정권 심판 혹은 정권 지지의 시험대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고질적인 교통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지, 소멸해 가는 지역 경제의 불씨를 누가 살려낼 것인지,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어르신들의 복지, 그리고 일상의 안전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경쟁하는 ‘생활 정치’의 장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과거 행적을 들춰내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부풀리며, 무차별적인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정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재원 조달 계획도 없는 장밋빛 공약이 난무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악순환을 우리는 얼마나 더 반복해서 보아야 하는가.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라 가르쳤다. 군자는 주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되 맹목적으로 편을 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정치가 가져야 할 품격이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판은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말살하려는 거대한 ‘전쟁’처럼 보인다. 선거는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지만, 선거가 남긴 증오와 갈등의 상처는 지역 공동체에 깊게 패어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주민들은 같은 마을에서, 같은 이웃으로 살아가야 한다. 정치인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 흩뿌려 놓은 반목의 대가를 왜 무고한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 노자가 《도덕경》에서 강조한 “지족불욕(知足不辱)”의 지혜를 더하고 싶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다는 이 말은 오늘의 정치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절제와 겸손의 미덕이다. 당장 한 표를 얻기 위해 상대를 악마화하고 거짓과 과장을 일삼는 정치는 일시적인 승리를 가져다줄지언정, 결국은 정치 전체의 파멸과 국민적 냉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선동이 아니다.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정책’과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책임 있는 태도’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움직이는 예산은 연간 수백조 원에 달한다. 이들의 결정 하나에 지역의 개발 방향이 바뀌고, 복지 혜택의 향방이 갈리며, 도시의 안전망이 촘촘해지거나 느슨해진다. 주민 삶의 모든 질적 수준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유권자가 후보 개인이 가진 역량과 공약의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정당의 간판이나 중앙정치의 바람에 휩쓸려 투표권을 행사하곤 한다. “이번에는 몇 번 당 바람이 분다”는 식의 묻지마 투표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지방자치는 결코 성숙한 궤도에 오를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 본인과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제는 유권자가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정당의 색깔이나 진영의 논리라는 두꺼운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누가 진정으로 우리 지역을 위해 땀 흘릴 ‘진짜 일꾼’인지 냉정하게 아키타입(Archetype)을 감별해 내야 한다. 선거공보물에 적힌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재원 마련 대책은 구체적인지 꼼꼼히 읽어보아야 한다. TV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의 위기 대처 능력과 정책적 깊이,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도덕성을 매섭게 비교·평가해야 한다. 맹자는 일찍이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이라 하여 백성이 가장 귀하고 권력자는 가장 가볍다고 했다. 정치의 본령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힌 이 준엄한 선언을 유권자가 투표장 현석(席)에서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수준은 결코 정치인들의 품격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오직 유권자의 깨어 있는 안목과 냉철한 판단의 크기만큼만 발전한다. 남은 13일 동안 후보자들은 상대를 향한 흑색선전과 비방에 쏟아부을 에너지를 우리 지역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라. 그리고 유권자들은 감정적인 선동이나 혐오의 언사에 흔들리지 말고, 정책의 내실을 따지는 엄격한 심판관이 되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무의미한 정쟁의 광장을 닫고,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진정한 생활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로 중앙정치의 눈치만 보는 ‘정당의 대리인’을 퇴출하고, 오직 지역과 주민을 위해 헌신할 ‘진짜 일꾼’을 찾아 세우자.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품격을 높이고 우리 삶의 터전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혁신이다.
2026-05-21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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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트랩에 투영된 중화(中華)의 서열: 의전(儀典)으로 읽는 중국 외교의 본색
[경제일보] 국가 간 외교에서 의전은 단순한 형식이나 예법을 넘어선다. 그것은 말 없는 언어이자, 자국의 전략적 속내와 상대국에 대한 냉정한 손익계산서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특히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이라 믿으며 예의(禮義)와 서열, 그리고 체면(面子)을 극도로 중시해 온 중국 외교에서 공항 영접의 격(格)은 상대국의 전략적 가치를 가늠하는 가장 정확한 리트머스 시험지다. 최근 방중한 글로벌 정상들을 맞이한 베이징 서오두(首都) 공항의 풍경은 오늘날 중국이 바라보는 세계 질서의 재편도와 그들의 속내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영접을 둘러싸고 외교가 안팎에서 ‘홀대론’과 ‘격하론’ 등 설왕설래가 분분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항 마중에 전직 상무위원을 역임한 국가부주석(정치국원)을 내보냈다. 언뜻 거물급 인사를 배치한 듯 보이지만, 실권을 쥔 현직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세련되게 포장된 ‘외교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해석은 다른 정상들과의 비교를 통해 확신으로 굳어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공항 트랩 아래에서 그를 맞이한 이는 중국 외교의 총괄 수장이자 시진핑의 심복인 왕이(王毅)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이었다. 실질적인 대미(對美) 전선에서 동맹 이상의 밀착을 과시하는 러시아에 대해 확실한 예우를 갖춘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 전승절 행사를 전후해 중국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접에는 무려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서기 겸 상무위원이 직접 공항으로 나갔다. 혈맹이자 지정학적 최전방 보루인 북한에 대해 중국이 부여하는 전략적 무게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서열의 숫자로 명백히 보여준 장면이다. 중국 외교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영접의 변천사’는 그들의 국력 신장 및 대외 전략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과거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냉전의 장막을 걷고 베이징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마오쩌둥 체제의 2인자이자 외교 총사령관이었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직접 공항에 나가 영접했다. 당시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미국의 손이 절실했던 중국으로서는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극진한 예우이자, 생존을 위한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도광양회(韜光養晦) 시대에도 중국은 서방 강대국 정상들이 방문할 때마다 철저히 격식을 맞추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시진핑 체제 이후 대국외교(大國外交)와 분발유위(奮發有爲)를 표방하며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이제 미국을 향해 더 이상 저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번 영접 격은 중국이 미국을 두려워하거나 눈치 보지 않으며, 이제는 겉치레식 환대에 연연하기보다 ‘대등한 G2 관계’로서 냉정하게 국익 대 국익으로 맞서겠다는 오만함과 자신감의 발로다. 반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붙잡아야 할 러시아와 북한이라는 전통적 우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서열과 격식을 갖추며 ‘우리 편’을 챙기는 실리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 역사와 사상의 뿌리인 『도덕경(道德經)』 제61장에는 대국과 소국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나온다. “대국자는 하류야(大國者 下流也), 천하교(天下之交), 천하지빈(天下之牝)” 큰 나라는 강의 하류와 같아서 천하의 물이 모여드는 곳이자 천하의 어머니와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노자(老子)는 대국일수록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어 아랫자리에 처해야(大國以下小國, 則取小國) 진정으로 천하의 인심을 얻고 대국으로서의 위엄을 세울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현재 시진핑의 중국이 보여주는 의전 외교는 노자의 이런 현명한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공항 영접 하나에도 치밀하게 서열을 매기고, 상대국의 힘과 이용 가치에 따라 환대와 홀대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은 대국(大國)의 풍모라기보다는 지극히 계산적이고 옹졸한 패권주의의 단면을 드러낼 뿐이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혈맹이라며 서열 5위를 내보내고, 견제해야 할 상대에게는 은근한 엇박자의 격을 적용하는 세태는 단기적으로는 외교적 기싸움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주변국들로 하여금 중국이라는 거대한 이웃에 대해 신뢰보다는 끊임없는 경계심과 피로감을 느끼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의전의 격을 바꾸어 상대의 기를 꺾는 방식은 일시적인 전술은 될 수 있어도 천하를 아우르는 도(道)가 될 수는 없다. 진정한 대국 외교란 공항 트랩에 누구를 내보내느냐는 형식적 서열 정치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노자의 말대로 스스로를 낮추어 천하의 물을 품어 안는 포용력과 예측 가능한 규범을 보여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영접 인물의 서열로 아군과 적군을 가르고 대국의 자존심을 세우려는 중국의 영접 외교 변천사는,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중국이 직면한 외교적 고립감과 조급증을 방증하는 씁쓸한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2026-05-20 10: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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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보수 교체'냐, 추경호 '보수 결집'이냐
[경제일보] 6·3 대구시장 선거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의 정면승부로 본격화됐다. 김 후보는 ‘대구 교체론’과 중앙정부 협력론을 앞세우고, 추 후보는 경제부총리 출신의 ‘경제 전문성’과 보수 결집론으로 맞서고 있다. 두 후보 모두 TK신공항, 일자리, 산업 재편을 전면에 내걸었지만 접근법은 다르다. 김 후보는 “대구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추 후보는 “대구 경제를 살릴 검증된 경제전문가”를 자임한다. 여론조사, 5월 들어 김부겸·추경호 오차범위 내 ‘초접전’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초접전이다. 대구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4월 28~29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김부겸 44%, 추경호 35%로 김 후보가 앞섰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 응답률 15.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였다. 반면 대구MBC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5월 2~3일 대구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조사에서는 김 후보 45.9%, 추 후보 42.4%로 격차가 3.5%포인트까지 줄었다. 응답률은 6.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초접전 흐름이 확인됐다. JTBC가 메타보이스·리서치랩에 의뢰해 5월 5~6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구시장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41%,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40%로 나타났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포인트로, 표본오차인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안에 있는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흐름만 놓고 보면 김 후보가 인물 경쟁력과 변화 기대감으로 초반 주도권을 잡았지만, 국민의힘 경선 이후 추 후보가 보수층 결집 효과를 타고 빠르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대구의 정당 지형은 여전히 국민의힘에 우호적이다. 다만 김 후보가 보수 강세 지역인 대구에서 오랜 기간 정치적 기반을 쌓아온 인물이라는 점, 국무총리와 장관을 지낸 중량감이 있다는 점은 과거 민주당 후보들과 다른 변수다. 김부겸, “대구를 바꿔야 한다” 변화론 전면에 김 후보의 선거전은 ‘대구를 향한 귀환’의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는 대구 달서구 두류역 인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번에는 김부겸을 회초리 삼아 국민의힘이 정신 차리게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또 “대구를 살려달라는 시민의 절박한 목소리에 응답하겠다”며 △지역 소멸 △청년 유출 △산업 침체 문제를 전면에 올렸다. 김 후보는 비수도권 첫 도심공항터미널 설치, 대구 4호선 모노레일 추진, TK신공항 국가 주도 사업 전환, K2 후적지 기업도시 조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선거 중반부 들어 생활 현안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전한 물 확보, 낙동강 수질 개선, 서대구 악취 문제 해결, 하·폐수처리장 지하화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대형 개발만이 아니라 시민이 매일 겪는 문제를 풀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중도층과 생활 민심을 겨냥한 행보다. 대구에서 민주당 간판은 여전히 부담이지만, 김 후보는 정당보다 인물, 이념보다 실행력을 앞세워 그 벽을 넘겠다는 전략이다. 추경호, “대구 경제 살리겠다” 경제전문가론 꺼내 추 후보는 후보 확정 직후 대구 충혼탑 참배로 첫 행보를 시작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정체성과 결집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후보 등록 직후 “대한민국이 검증한 경제부총리 출신 최고의 경제전문가가 대구 경제 살리기 대장정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또 “압도적인 승리로 보수의 유능함을 증명하고 돈과 사람이 모이는 대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추 후보의 핵심 자산은 경제 관료와 경제부총리 이력이다. 대구 시민이 가장 절실하게 여기는 문제가 일자리와 지역경제라는 점에서 ‘경제전문가 시장’ 이미지는 강한 무기다. 그는 기업 유치, 미래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지역 금융 기능 강화 등을 앞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 후보를 통해 이번 선거를 ‘정권 견제’와 ‘대구 경제 회복’의 이중 구도로 끌고 가려 한다. 다만 공천 과정에서 생긴 보수층 내부의 상처를 얼마나 빨리 봉합하느냐가 관건이다. TK신공항, 같은 찬성 다른 해법 두 후보가 가장 강하게 맞붙는 의제는 TK신공항이다. 모두 추진에는 찬성하지만 해법은 다르다. 김 후보는 신공항을 국가 주도 사업으로 전환하고 민주당 차원의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대구시 재정 부담과 기존 기부 대 양여 방식의 한계를 넘어 중앙정부 책임을 확대하겠다는 논리다. 추 후보는 경제부총리 출신으로서 예산과 재정 구조를 이해하는 후보라는 점을 내세운다. 신공항은 공항 이전을 넘어 K2 후적지 개발, 광역교통망, 물류·항공 산업, 기업 유치가 맞물린 대구 미래 전략의 핵심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신공항 이슈에 대해 결국 유권자가 따질 것은 누가 더 빨리, 더 안정적으로, 더 많은 재원을 끌어올 수 있느냐다”고 말했다. 서문시장·동성로 민심 접촉전도 가열 민심 접촉전도 뜨겁다. 두 후보는 서문시장과 동성로 등 대구 대표 상권을 찾아 시민들과 접촉하고 있다. 서문시장은 전통 보수층과 서민경제의 상징이고, 동성로는 청년·상권·문화 소비가 만나는 도심 민심의 바로미터다. 김 후보는 전통시장과 도심 상권을 관광·문화 명소로 키우겠다고 강조하고, 추 후보는 시장과 생활권을 훑으며 “대구 경제를 살릴 후보”라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두 후보의 유세 동선은 전통시장, 청년 상권, 산업 현장, 생활 민원 지역으로 더 촘촘해질 전망이다. 막판 변수는 중도층과 투표율 정치 전문가들은 대구시장 선거의 막판 변수로 투표율과 중도층 투표성향을 꼽는다. 투표율이 높고 변화 기대감이 커질수록 김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보수층이 결집하고 선거가 정권 견제 구도로 굳어지면 추 후보가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는 보수층 일부와 무당층을 설득해야 하고, 추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을 실제 투표장까지 끌어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더 이상 ‘보수 텃밭의 예정된 선거’가 아니다”며 “김부겸 후보는 대구 정치의 낡은 문법을 깨려 하고, 추경호 후보는 보수의 중심을 다시 세우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 시민의 최종 질문은 분명하다. 누가 대구를 다시 먹고살게 할 것이냐다”라며 “그 질문에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을 내놓는 후보가 마지막 표심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2026-05-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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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후보, 삼권분립과 협치를 보여줘라
[경제일보]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제22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6선의 조정식 의원을 선출했다. 조 후보는 5선의 박지원·김태년 의원을 꺾고 결선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었다. 원내 제1당 후보가 국회의장으로 선출돼 온 관례를 감안하면, 본회의 표결을 거쳐 후반기 입법부 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로는 남인순 의원,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 후보로는 박덕흠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국회의장 후보 선출은 한 정당의 내부 행사가 아니다. 국회 운영의 방향을 가늠하는 정치적 신호다. 더욱이 지금 국회는 대화와 타협의 언어를 잃어가고 있다. 여야는 민생과 경제, 외교·안보, 재정과 세제, 연금과 노동개혁처럼 협상이 필요한 의제 앞에서도 먼저 상대를 공격하고, 나중에 명분을 찾는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국회의장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책무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장은 다수당의 승리 전리품이 아니라 입법부 전체의 균형추여야 한다.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는 수락 발언에서 “일 잘하는 이재명 정부와 함께 대한민국 대전환과 도약을 국회도 함께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말까지 정부 국정과제 입법을 처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집권세력과 국회 다수당이 국정과제 추진에 책임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국회의장이 그 책임감을 어떻게 구현하느냐다. 의장이 행정부의 입법 지원 창구처럼 보이는 순간 국회의 권위는 스스로 낮아진다. 국회가 정부와 협력할 수는 있지만 정부의 하위 기관이 돼서는 안 된다. 삼권분립은 교과서 속 장식물이 아니다. 권력이 스스로 절제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가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막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다. 입법부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집행하며 사법부는 법과 권력의 충돌을 심판한다. 이 세 축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잡을 때 국가 운영은 안정된다. 국회의장은 그중 입법부의 얼굴이다. 여당 출신일 수는 있지만 의장석에 앉는 순간 당의 사람을 넘어 국회의 사람이 돼야 한다. 지금 국민이 국회에 느끼는 피로감은 단순히 말싸움이 많아서가 아니다. 싸움의 방식이 낡았고 결과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정쟁은 거칠지만 민생 성과는 더디다. 회의장은 열리지만 합의는 닫힌다. 법안은 쏟아지지만 숙의는 줄어든다. 다수당은 의석의 힘을 앞세우고 소수당은 반대의 명분만 쌓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어느 쪽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국회의장의 역할은 바로 이 악순환을 끊는 데 있다. 첫째, 의장은 본회의와 상임위 운영에서 절차의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리지만 다수결만으로 민주주의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충분한 토론, 소수 의견의 반영, 법안 심사의 투명성,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가 함께 있어야 한다. 의장이 의사봉을 빠르게 두드리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왜 지금 표결해야 하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둘째, 의장은 여야 지도부의 정쟁을 중재할 정치적 권위를 세워야 한다. 지금의 국회에는 싸움을 말릴 어른이 부족하다. 당 대표는 당의 이해를 대변하고, 원내대표는 표결 전략을 짠다. 그래서 국회의장은 더더욱 정파의 계산에서 한 발 물러서야 한다. 여당이 밀어붙일 때는 속도를 조절하고 야당이 발목잡기에 머물 때는 대안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의장의 균형이다. 셋째, 의장은 민생 입법의 우선순위를 세워야 한다. 물가, 주거, 고용, 자영업, 금융소비자 보호, 지역경제, 저출생과 연금 문제는 여야가 끝없이 대치할 사안이 아니다. 입장이 다르더라도 합의 가능한 지대는 있다. 모든 법안을 이념 전선으로 끌고 가면 국회는 문제 해결 기관이 아니라 갈등 증폭 장치가 된다. 의장은 여야가 최소한의 공통분모부터 처리하도록 회의 구조와 협상 테이블을 설계해야 한다. 넷째, 의장은 행정부 견제라는 국회의 본령을 회복해야 한다. 여당 정부라고 해서 감시가 약해져서는 안 된다. 예산은 국민의 돈이고 법률은 국민의 삶을 바꾼다. 정부가 잘하면 뒷받침하되, 무리하면 멈춰 세워야 한다. 그것이 협치다. 협치는 야당을 달래는 기술이 아니라 권력이 독주하지 않도록 제도를 작동시키는 일이다. 동양 고전 <논어> 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는 말이 있다.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무작정 같아지지 않고, 소인은 겉으로 같아 보여도 진정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국회가 배워야 할 말이다. 협치는 여야가 생각을 같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다름을 인정하되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함께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일이다. 국회의장은 이 ‘화이부동’의 정치가 가능한지 보여주는 자리다. 여당과 뜻이 같다는 이유로 야당을 밀어내면 ‘동이불화’가 된다. 야당의 반대가 두렵다는 이유로 아무 결정도 못 하면 그것 역시 책임 회피다. 의장은 다름을 조정하고, 충돌을 절차 안으로 끌어들이며, 최종 결정에 국민적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 조 후보에게 따라붙는 정치적 평가는 분명하다. 그는 6선 중진이자 민주당 내 핵심 인사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지냈고, 당내에서는 친명계 인사로 분류된다. 이런 정치적 이력은 강점일 수도 부담일 수도 있다. 강점은 여권 내부를 설득할 힘이 있다는 점이다. 부담은 국회의장이 여권의 입법 드라이브를 관리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평가는 의장 취임 이후의 행동으로 갈릴 것이다. 후반기 국회는 쉽지 않다. 6·3 지방선거 이후 정국은 더 거칠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야는 선거 결과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다.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성장, 물가, 가계부채, 부동산, 기업 투자, 연금개혁 등 어느 하나 간단한 문제가 없다. 이럴 때 국회가 정쟁의 무대에 머물면 그 비용은 국민이 치른다. 국회의장은 국회법의 관리자이자 헌정 질서의 수호자다. 박수를 많이 받는 자리보다 욕을 덜 두려워해야 하는 자리다. 여당에는 절제를 요구하고 야당에는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행정부에는 협력하되 견제해야 하고 국민에게는 국회가 아직 문제를 풀 수 있는 기관이라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조 후보가 진정으로 민생 국회를 말하려면 첫 출발은 명확해야 한다. 국회의장석은 정당의 연장선이 아니라 헌법의 자리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여당의 속도전과 야당의 반대정치 사이에서 절차와 숙의를 지켜내야 한다. 그것이 삼권분립이다. 그것이 협치다. 국회가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은 거창하지 않다. 덜 싸우라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싸우라는 것이다. 국민 앞에서 근거를 놓고 다투고 절차 안에서 양보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정치가 필요하다. 후반기 국회의장은 그 첫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가 보여줘야 할 것은 당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헌법에 대한 충성이다. 지금 국회에 필요한 의장은 강한 의장이 아니라 공정한 의장이다.
2026-05-14 10: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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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번 사람과 존경받는 사람 사이
[경제일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수면 위아래를 오가고, 미국의 군사자산이 걸프만에 묶여 있는 동안,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좁은 해협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심장부로 떨리고 있다.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유가는 오르고 선박 운임도 함께 치솟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공포로 기억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시장의 기회로 바꾼다. 냉정하게 말하면 해운업은 원래 그런 세계다. 세계의 불안 위에서 수익을 만든다. 그러나 같은 돈을 벌어도 세상은 어떤 기업인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어떤 기업인에게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부를 숫자로만 생각하지만 실제 사회는 숫자보다 태도를 기억한다. 그 돈이 어디를 향했는지,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남겼는지, 위기 속에서 어떤 얼굴을 보여줬는지를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요즘 해운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장금상선의 정태순 회장이다. 호르무즈 리스크와 VLCC 운임 급등 속에서 장금상선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VLCC, 즉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길이 300미터를 넘는 거대한 선박으로 단 한 번의 항해로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실어 나른다.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원유 수송의 대동맥이자, 시황이 불안할 때는 바다 위의 원유 저장고가 된다. 장금상선은 세계 최대 수준의 VLCC 선대를 확보했고 최근에는 100척 규모의 초대형 발주까지 추진하며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냉혹한 시장 판단만 놓고 보면 대단한 승부사다. 그런데 정태순 회장에 대한 업계 안팎의 시선은 의외로 우호적이다. 해운업은 원래 국민적 호감을 얻기 어려운 산업이다. 배는 바다 위에 있고 돈은 숫자로 움직인다. 일반 국민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태순 회장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가 번 돈을 어디에 썼느냐와 관련이 있다. 정 회장은 해양 인재 양성 지원과 공익재단 활동, 기부와 사회공헌을 꾸준히 이어왔다. 거창한 이름을 앞세운 자선이 아니었다. 산업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조용하게 쌓아왔다. 시장은 결국 그것을 읽는다. "함께 가는 기업인"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기업인은 사회 안에서 존재한다. 공동체가 등을 돌리면 아무리 많은 배를 가져도 고립된다. 반대로 공동체와 호흡하면 부는 비로소 존경으로 이어진다. 완벽한 기업인이라는 말이 아니다. 어느 기업주에게나 그늘은 있다. 다만 정태순 회장의 이름 앞에 지금 붙는 수식어는 '탈세'가 아니라 '해양'이다. 그 차이는 작지 않다. 바로 그 지점에서 한 인물이 떠오른다. 한때 '선박왕'으로 불렸던 시도그룹 권혁 회장이다. 권혁 회장의 사업은 VLCC와는 결이 다르다. 벌크선과 컨테이너 피더선을 중심으로 인트라아시아 항로를 누볐다. 정태순 회장과는 다른 바다에서 다른 배로 싸운 사람이다. 그러나 해운업 안에서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이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로는 오늘의 주제와 함께 놓일 수밖에 없다. 권혁 회장은 한국 해운업 역사에서 빼놓기 어려운 이름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십수 년간 국내 조선소에 총 121척의 선박을 발주했다. 계약 규모는 약 9조 원, 직·간접 경제효과는 13조원을 넘는다는 추산도 있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빅3와 중소 조선소까지, 일감 가뭄에 시달리던 현장에 권혁 회장의 발주서는 단비였다. 수천 명의 용접공과 설계사, 협력업체 직원들이 그 계약서 한 장에 생계를 얹었다. 공격적 투자와 승부사 기질만 놓고 보면 한국 조선·해운업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선박왕'이라는 이름도,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수식어도 그 시절에 붙었다. 그러나 세상이 권혁 회장을 기억하는 방식은 안타깝게도 그 이름 쪽으로 굳어지지 않았다. 2010년 국세청이 권혁 회장에게 4101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역외탈세 혐의였다.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고 '선박왕'은 하루아침에 '탈세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왕 시리즈' 보도의 대표 사례가 됐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이 선고됐다. 물론 법적으로 볼 부분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최종 확정심에서 실제 유죄로 인정된 세액은 약 7억원 수준이었다. 핵심 쟁점이었던 법인세 포탈 혐의는 무죄로 확정됐다. 수천억 원짜리 세금 폭탄이 7억원짜리 판결로 귀결된 것이다. 국제 해운업의 특수성도 있다. 선박은 편의치적국에 등록하고 운영은 다국적 법인 네트워크를 통한다. 이 구조가 조세 회피를 위한 것인지 글로벌 해운업의 통상 관행인지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당시 국세청 역외탈세 수사가 실적 압박 속에서 과도하게 진행됐다는 비판도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조세 정의와 산업 현실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사건은 남겼다. 그러나 기업인의 평판은 판결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은 판결문보다 기억을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언론이 처음 보도한 4101억원짜리 헤드라인은 기억되고, 대법원에서 사실상 뒤집어진 결론은 기억되지 않는다. 더구나 권혁 회장은 재판 기간 내내 언론을 통해 억울함을 간간이 피력했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과 사회적 신뢰를 쌓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는 자신의 서사를 방어하는 행위이고 후자는 공동체에 무언가를 내어주는 행위다. 사회는 자신을 향한 해명보다 타인을 향한 행동을 더 오래 기억한다. 결국 권혁 회장에게 남은 것은 "수천억 원대 조세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라는 그림자였다. 바로 그 지점에서 기업인의 운명이 갈린다.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이 많다. 그러나 존경받는 부자는 드물다. 한국 사회는 부 자체보다 "어떻게 벌었는가"와 "어디에 쓰는가"를 더 집요하게 본다. 국민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많이 번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만 가지려는 사람에게 등을 돌릴 뿐이다. 성경 누가복음에는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재산은 권리인 동시에 책임이라는 뜻이다. 법구경은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나 덕의 향기는 사방으로 퍼진다"고 말한다. 돈은 항구에 묶이지만 덕은 사람 사이를 건넌다. 선박은 바다를 건너지만 사람의 이름은 결국 마음 위에 남는다. 노자의 도덕경은 더 직설적이다. "천도는 남는 곳의 것을 덜어 부족한 곳을 채운다(損有餘而補不足)" 동양 고전은 오래전부터 부의 순환을 말해왔다. 오늘날 ESG니 사회적 책임이니 하는 개념도 결국 이 오래된 상식의 현대적 표현에 불과하다. 세계의 거상들은 결국 그 지점에서 이름이 달라졌다.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는 단지 배를 많이 가졌기 때문에 전설이 된 것이 아니다. 부와 영향력을 문화와 공공 영역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그 이름이 남았다. 록펠러는 독점기업의 탐욕이라는 비판 속에 살았지만 거대한 기부와 재단 활동으로 결국 이름의 방향을 바꿨다.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표현처럼 들리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재산은 결국 사회 안에서 의미를 얻는다는 것이다. 해운업은 특히 그렇다. 바다는 세계를 연결한다. 한 척의 배에는 원유와 철광석만 실리는 것이 아니다. 국가 경제와 산업의 운명이 함께 움직인다. 부산과 울산, 거제의 조선소가 돌아가는 것도, 정유공장이 멈추지 않는 것도 결국 이 배들이 항로를 지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운 재벌은 일반 기업인보다 더 큰 사회적 상징성을 가진다. 국민은 그들에게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국가 산업의 얼굴 역할까지 기대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부자에게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요구한다. 냉혹한 시장의 승부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책임자이기를 바란다. 이것이 위선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런 긴장 위에서 유지된다. 시장은 탐욕으로 움직이지만 사회는 도덕으로 균형을 잡는다. 그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결국 기업인의 이름을 가른다. 정태순 회장이 지금 박수를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정태순 회장이 돈을 벌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한국 해운기업이 이기는 모습을 반긴다. 다만 그 성공이 사회와 연결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반면 권혁 회장은 아직 그 연결고리를 복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생은 판결문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인의 마지막 평가는 법원이 아니라 시간이 내린다. 권혁 회장은 이미 산업사에 이름을 남겼다. 9조 원의 발주 실적은 조선소 현장에, 협력업체에, 수천 명의 생계에 새겨져 있다.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기록이 사회적 존경으로 전환되려면 다른 종류의 기록이 필요하다. 법정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의 귀환이 그것이다. 더 늦기 전에 사회 앞으로 나와야 한다. 해양 인재를 위한 장학사업도 좋고 조선업 기술 인력 지원도 좋다. 지방 항만도시 청년들을 위한 교육재단도 가능하다. 바다에서 번 돈을 다시 사회의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마지막 장이 완성된다.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바다로 나가기 위해 존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과거 논란의 그늘 속에 있는다고 이름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세상 앞으로 나와야 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와 나눌 때 비로소 사람들은 그를 다시 보기 시작한다. 진짜 선박왕은 배의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동체와 함께 항해할 때 비로소 그 이름이 남는다.
2026-05-13 18: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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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본진 굳히기냐 국민의힘 호남 포기론 후폭풍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전북 군산·김제·부안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전북 정치 지형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지원 최고위원을 전략공천하며 전북 본진 수성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후보난 끝에 사실상 무공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당 후보가 정면 충돌하는 전형적 접전지는 아니지만, 오히려 이번 선거는 호남에서 민주당 조직력이 어디까지 유지되는지, 국민의힘의 호남 확장 전략이 실제 선거 단계에서는 얼마나 취약한지를 동시에 드러내는 시험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산김제부안을 보선은 이원택 전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에는 전북 핵심 지역구를 안정적으로 승계해야 하는 방어전이고, 국민의힘에는 호남 서해안 벨트에서 최소한의 정치적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승부처였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공천 심사 과정에서 적절한 후보를 찾지 못하면서 판세는 일찌감치 민주당 우세 흐름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산·김제·부안은 하나의 정치권역으로 묶여 있지만 민심의 결은 꽤 다르다. 군산은 새만금과 산업단지, 조선·자동차 산업 재편 문제가 핵심이고, 김제는 농생명 산업과 농촌 고령화, 부안은 관광·신재생에너지·어업 기반 경제가 민심을 움직인다. 산업도시와 농촌, 관광·에너지 지역이 혼재돼 있다는 점에서 전국 정치 이슈보다 생활경제와 산업 체감 경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론 흐름 민주당 우세…“전략공천 반발 변수 남아” 현재까지 군산김제부안을 보선만을 대상으로 한 공식 양자대결 여론조사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최근 전북 전체 정치 지형 조사에서는 민주당 우세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새전북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2026년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전북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북 지역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57.8%, 국민의힘 17.4%로 집계됐다. 조사는 무선 가상번호 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7.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같은 조사에서는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기존 전북 정치 흐름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 결집도가 상당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군산김제부안을 역시 민주당 우세 구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숫자와 실제 민심은 조금 다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략공천 과정에 대한 지역 반발과 민주당 독점 피로감, 낮은 투표율 가능성 등이 실제 선거에서는 예상 밖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북 정치권 관계자는 “군산김제부안을은 기본적으로 민주당 우세 지역인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전략공천 과정에 대한 불만과 새만금 체감 경기 문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조직력·세대교체 상징성 강점…전략공천 후유증은 부담 박지원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민주당 중앙정치와 전북 지역성을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후보는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해왔고, 출마 선언 과정에서 자신을 “지역이 키운 맏사위”라고 소개하며 지역 밀착 이미지를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 후보를 “전북 정치 세대교체의 상징 카드”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 박 후보는 민주당 역사상 첫 평당원 최고위원으로 선출됐고, 당원주권정당특별위원장을 맡아 전국 당원 간담회를 주도해왔다. 당내에서는 “기존 중진 중심 전북 정치와는 다른 이미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책적으로는 새만금이 핵심 축이다. 박 후보는 새만금 트라이포트 조기 완성과 미래차·재생에너지·농생명 산업 연계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군산 산업단지와 새만금 투자 흐름을 하나의 성장 축으로 묶어 “전북 성장 엔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제에서는 스마트농업과 농생명 산업, 부안에서는 재생에너지와 관광 산업이 주요 공약 방향으로 거론된다. 군산·김제·부안의 서로 다른 생활권을 하나의 산업 전략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조직력 역시 강점이다. 군산·김제·부안은 오랫동안 민주당 계열 정당이 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지방의원과 지역위원회, 당원 조직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경우 선거 막판 결집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부담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전략공천 후유증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경선 없는 공천 방식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역시 출마 선언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공천 과정에서 서운함을 느낀 분들의 마음을 무겁게 듣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전북 정치에서 민주당 공천이 사실상 본선처럼 인식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천 경쟁 자체가 치열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탈락한 지역 인사들의 불만 역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후보 개인에 대한 검증 부담도 일부 존재한다. 중앙정치 경험과 당내 위상은 강점이지만, 반대로 생활밀착형 지역 정치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농촌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거대 담론보다 실제 생활 변화가 중요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의 기회요인으로 △민주당 조직 결집 △세대교체 이미지 △새만금 기대감 △중앙정부와의 정책 연계 가능성을 꼽는다. 반면 위협요인으로는 △전략공천 반발 △민주당 독점 피로감 △낮은 투표율 △생활경제 체감 부진 등을 거론한다. 국민의힘, 민주당 독점 견제론 기회…후보 부재는 치명상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크게 놓친 부분은 “견제 프레임”을 실제 경쟁력으로 연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군산김제부안을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동시에 지역경제 피로감도 상당한 곳이다. 새만금 사업 지연 논란, 군산 산업 침체, 농촌 소멸 위기, 청년 유출 문제가 장기간 누적돼 왔다. 만약 국민의힘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웠다면 민주당 독점 정치에 대한 견제론을 일정 부분 형성할 가능성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후보난은 결국 국민의힘의 가장 큰 약점이 됐다. 당 내부에서는 “무리하게 후보를 내는 것보다 전략적 후퇴가 낫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치권에서는 “호남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선거는 단순한 한 석의 문제가 아니다. 군산·김제·부안은 새만금과 농생명 산업, 서해안 에너지벨트가 맞물린 전북 성장축 핵심 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후보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다면 향후 국민의힘의 호남 전략 역시 설득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민주당 전략공천 피로감 △새만금 체감 경기 부진 △농촌 고령화 문제 △민주당 장기 독점 피로감이 기회요인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직 기반 부족 △후보 경쟁력 부재 △호남 내 낮은 정당 지지율 △민주당 지역 네트워크 우세가 더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새만금이냐 정치 피로감이냐…막판 변수는 투표율 정치권에서는 이번 군산김제부안을 선거 최대 변수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새만금 체감 민심이다. 새만금은 오랫동안 전북 정치의 미래 비전으로 제시돼 왔지만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실제 생활 변화로 이어졌느냐”는 질문도 여전히 존재한다. 박 후보가 산업 청사진을 생활경제 회복과 얼마나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둘째는 농촌 소멸 문제다. 김제와 부안은 고령화와 청년 유출이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이다. 중앙정치 중심 메시지보다 생활밀착형 정책 설득력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셋째는 투표율이다. 국민의힘이 사실상 무공천 흐름으로 가면서 선거 긴장감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표율이 낮아질 경우 민주당 입장에서도 압도적 승리의 정치적 상징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군산김제부안을은 겉으로 보면 민주당 독주 지역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부로 들어가면 새만금 기대감과 생활경제 피로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라며 “민주당이 조직력과 세대교체론으로 본진을 안정적으로 굳힐지, 정치 독점 피로감이 얼마나 누적돼 있는지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2026-05-12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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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미래' vs '보수 재건' vs '지역 탈환'…3인 3색 '운명의 북구갑'
[경제일보]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 가운데 가장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전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이고, 민주당은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전략공천했다. 국민의힘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을 확정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무소속으로 뛰어들었다. 이 선거가 특별한 이유는 북구갑의 정치적 이중성 때문이다. 부산 전체로 보면 보수 우위가 강하지만, 북구갑은 전 전 의원이 버텨낸 민주당의 부산 교두보다. 2024년 22대 총선에서 전 전 의원은 52.31%를 얻어 국민의힘 서병수 후보 46.67%를 꺾었다. 다시 말해 북구갑은 ‘부산은 보수’라는 공식과 ‘북구갑은 민주당도 이길 수 있다’는 경험이 동시에 작동하는 지역이다. 안개 속 판세, 조사 방식 따라 요동치는 ‘민심의 풍향계’ 최근 여론조사는 하 후보가 선두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보수 표심이 한 후보와 박 후보 사이에서 갈라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KBS부산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KBS부산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6년 5월 8~10일, 부산 북구갑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3개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무작위 추출,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 방식, 응답률 22.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하정우 37%, 한동훈 30%, 박민식 17% 등의 지지율이 나타났다. 하 후보와 한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고, 두 후보는 박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같은 조사에서 하정우·한동훈 양자 가상대결은 40% 대 37%로 초접전, 하정우·박민식 가상대결은 43% 대 31%로 나타났다. 앞선 SBS가 입소스에 의뢰한 여론조사(SBS 의뢰, 입소스 조사, 2026년 5월 1~3일, 부산 북구갑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503명 대상, 성·연령·지역 할당 후 무선 가상번호 추출 무선 전화면접조사 방식, 응답률 14.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하 후보는 38%를 기록하며 두 후보를 앞섰다. 박 호부와 한 후보는 각각 26%, 21%의 지지율을 보였다. 하 후보가 두 보수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고, 보수 단일화 찬반은 찬성 39%, 반대 34%로 팽팽했다. 단일화 찬성 응답자 중 적합도는 박민식 42%, 한동훈 41%로 사실상 백중세였다. 반면, 부산MBC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부산MBC 의뢰, 한길리서치 조사, 2026년 5월 1~3일, 부산 북구갑 주민 584명 대상, 무선 ARS 84.3%·유선 RDD 15.7% 혼합 방식, 응답률 5.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또 다른 흐름이 잡혔다. 하정우 34.3%, 한동훈 33.5%, 박민식 21.5%로 하 후보와 한 후보의 격차는 0.8%포인트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 조사인데도 KBS·한국리서치, SBS·입소스, 부산MBC·한길리서치 결과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 것은 조사 방식, 유선 포함 여부, 조사 시점, 보수 후보 표기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북구를 ‘AI 메카’로…‘미래 산업론’ 승부수 던진 하정우 하 후보의 선거 전략은 두 축이다. 하나는 전 전 의원이 20년 가까이 쌓아온 북구갑 지역 기반을 승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가진 AI 전문가 이미지를 북구의 미래 산업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는 북구를 ‘AI 교육 일번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 후보의 핵심 정책은 ‘AI 북구’다. 부산시장 후보로 출사표를 전 전 의원과 하 후보는 부산을 AI 핵심도시로 육성하겠다며 동부산 미디어 AI 특구, 서부산 부산 AI 산업운영센터 신설, 부울경 제조업·항만과 AI 결합을 제시했다. 이는 북구갑 보선과 부산시장 선거를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묶으려는 전략이다. 전 후보가 부산시정을 잡고, 하정우 후보가 국회에서 예산과 제도를 뒷받침한다는 ‘원팀 실행론’이다. 다만 하 후보의 약점은 선명하다. 전 전 의원의 후광은 자산이지만, 동시에 ‘전재수 없는 하정우’가 얼마나 독자적 경쟁력을 갖느냐는 질문을 낳는다. 선출직 경험이 부족하고, 지역 현장 정치의 축적도 박 후보에 비해 짧다. 하 후보가 승리하려면 단순히 ‘민주당 후보’나 ‘AI 전문가’에 머무르지 않고 구포·덕천·만덕 생활권의 교통, 주거, 상권, 교육 문제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 하 후보의 ‘강점’은 AI 전문성, 전재수 전 의원의 지역 기반, 민주당 부산 교두보 수성 명분이다. 반면 ‘약점’은 낮은 지역 정치 경험, 전략공천 후보 이미지, ‘전재수 후광’에 의존한다는 비판 가능성이다. ‘기회’ 요소는 보수 표심 분열, 전 전 의원과의 동반 상승 효과, 북구의 도시재생·교육 수요이고, ‘위협’은 보수 단일화 압박, 한동훈 후보의 전국적 흡인력, 박 후보의 지역 연고론이다. 중앙 정치 프레임 앞세운 한동훈…‘지역 밀착형 민심 잡기’ 관건 한 후보의 강점은 압도적 인지도다. 북구갑 보선은 한 후보 출마 이후 지역 선거를 넘어 전국 정치의 무대가 됐다. 그는 무소속으로 부산 북구갑 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이재명 대통령을 모두 비판하고, 보수 재건을 내세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 후보의 선거 언어는 지역 개발보다 먼저 정권 견제, 보수 재건, 정치 변화에 놓여 있다. 한 후보에게 가장 큰 기회는 ‘박민식보다 더 강한 보수 후보’로 각인되는 것이다.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 한 후보는 30%를 얻어 박 후보 17%를 크게 앞섰고, 부산MBC·한길리서치 조사에서도 하 후보와 0.8%포인트 차 초박빙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공식 후보는 박 후보지만, 일부 여론조사상 보수 대표 주자 경쟁에서는 한 후보가 앞서거나 경합하는 장면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무소속의 한계도 분명하다. 조직, 투표 독려, 선거 당일 동원력에서는 정당 후보보다 불리하다. 또 보수 재건과 중앙정치 메시지가 지나치게 강하면 북구갑 유권자에게 “지역보다 대권 행보가 먼저 아니냐”는 의구심을 줄 수 있다. 한 후보의 ‘강점’은 전국 인지도, 보수 팬덤, 높은 정치적 주목도이지만, ‘약점’은무소속 조직 한계, 지역 밀착성 부족, 중앙정치 프레임 과잉이다. ‘기회‘는 박 후보를 제치고 보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 단일화 국면 주도권, 하 후보와의 양강 구도 형성이지만, ‘위협’은 국민의힘 지지층의 반감, 단일화 실패 책임론, 지역 현안보다 대권 메시지가 앞선다는 비판이다. ‘북구 르네상스’ 꿈꾸는 박민식…‘장관 출신’ 중량감으로 정면돌파 박 후보의 핵심 자산은 지역 연고와 공당의 조직력이다. 그는 부산 북·강서갑에서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재선 의원 출신이고,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냈다.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한 경선 결과 박 후보를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정책은 개발과 생활 인프라에 집중돼 있다. 박 후보는 ‘북구 르네상스’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경부선 철도 지하화 구포·가야 구간 포함, 도시재생, 구포·덕천·만덕 지역별 개발 공약 등을 제시했다. 하 후보가 AI와 미래 산업을 전면에 세우고, 한 후보가 보수 재건을 외친다면, 박 후보는 “북구를 아는 사람이 묵은 숙원사업을 풀겠다”는 지역 실리론으로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보수 대표성의 분산이다. 박 후보는 국민의힘 공식 후보지만, KBS 조사에서는 한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이에 보수층이 한 후보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과 국민의힘 지도부 총출동이 역효과를 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박 후보의 ‘강점’은 북구 연고, 재선 의원·장관 경력, 국민의힘 공식 후보라는 조직력이지만, ‘약점’은 한 후보와의 보수 표심 경쟁, 최근 조사상 지지율 하락, 과거 지역구 이동에 따른 공격 가능성이다. ‘기회’ 요소는 막판 보수 결집, 국민의힘 조직 동원력, 개발 공약의 체감도이고, ‘위협’ 요소는 한 후보의 독자 완주, 하 후보의 선두권 고착, 보수 분열 책임론이다. 표심 가를 ‘3대 변수’…부울경 정치 지형 미래 비추는 ‘바로미터’ 세 후보의 메시지는 분명히 갈린다. 하 후보는 AI 교육, AI 산업운영센터, 제조업·항만 AI 전환, 전 전 의원과의 원팀 효과를 앞세운다. 핵심은 ‘북구를 미래 산업과 교육의 거점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한 후보는 보수 재건, 정권 견제, 무소속 돌파, 정치 변화론을 전면에 세운다. 핵심은 ‘무너진 보수의 날개를 다시 세우겠다’는 상징 정치다. 다만 지역 현안의 세부 설계에서는 하정우·박민식 후보보다 구체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박 후보는 북구 르네상스, 경부선 철도 지하화, 구포·덕천·만덕 생활권별 도시재생을 강조한다. 핵심은 ‘북구를 잘 아는 사람이 북구의 숙원사업을 해결한다’는 지역 개발론이다. 이번 선거의 승부처는 세 갈래로 요약된다. 우선 후보별 정체성이 관건이다. 유권자들이 하정우의 ‘미래 산업’, 한동훈의 ‘보수 재건’, 박민식의 ‘지역 연고’ 중 어느 가치에 손을 들어줄지가 첫 번째 변수다. 둘째는 보수 진영의 결집 여부다. 박 후보와 한 후보로 갈라진 보수 표심이 끝까지 분산될지, 혹은 막판에 전략적 결집이 일어날지가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마지막으로는 전 전 의원의 선전이 같은 당 하정우 후보에게 얼마나 강력한 컨벤션 효과를 줄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부산 북구갑 보선은 한 석의 싸움이 아니다. 민주당에는 부산에서 어렵게 지켜낸 교두보를 사수하는 선거이고, 국민의힘에는 보수 도시 부산에서 빼앗긴 지역구를 되찾는 선거이자, 한 후보에게는 정치적 재기의 첫 시험대”라며 “북구갑의 선택은 부산시장 선거의 흐름, 보수 재편의 방향, 민주당의 부산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26-05-12 16:3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