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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약·바이오, 원료·물류·환율 '삼중 악재'…중동 수출 흔들리나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 위기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으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간 대외 변수에 비교적 강한 것으로 평가받던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에너지나 석유화학 산업만큼 직접적인 타격은 아니더라도 의약품 원료의 수급 불안과 항공 물류비 급등, 고환율에 따른 임상 비용 부담 가중 등 ‘복합 위기’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지역을 신흥 수출 전략 거점으로 삼았던 기업들은 공들여 쌓아온 현지 네트워크가 무너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이란 전쟁이 가시화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입을 타격은 크게 원료의약품(API) 공급망 교란, 해외 임상 비용 상승, 중동 현지 수출 차질 등 세 가지 경로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대목은 의약품 생산의 기초가 되는 원료 수급이다. 우리나라는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70%를 상회하며 특히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들여오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로 세계 해상 물류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거쳐 들어오는 원료 공급망이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각종 시약과 배양 배지 등 소모품의 경우 상당수가 글로벌 물류망을 통해 항공이나 해상으로 운송된다. 중동발 전쟁 여파로 유가가 폭등하고 항공 운임이 치솟으면 생산 원가 상승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전쟁 위기로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가 몰리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점도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름을 깊게 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대규모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국내 기업들에 고환율은 그 자체로 거대한 ‘비용 폭탄’이다. 해외 임상은 현지 병원 및 수탁기관(CRO)에 달러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환율이 뛰어오를 경우 앉은 자리에서 수백억원의 추가 임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자금력이 부족한 바이오 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연구개발(R&D) 예산이 환율 변동만으로 증발하고 있다”는 비명이 나온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낙점하고 공을 들여온 중동 시장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는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대웅제약, 보령, 휴젤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보툴리눔 톡신, 고혈압 치료제, 항암제 등의 수출을 확대해 왔다. 이른바 ‘메디컬 한류’를 앞세워 중동의 ‘할랄’ 의약품 시장을 선점하려던 전략이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면 현지 보건당국의 행정력이 약화되고 소비 심리가 급랭하면서 의약품 수요 자체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경우 결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미수금’ 리스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3일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 주재로 '중동 전쟁 관련 제약·바이오 피해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한 긴급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협회 등 주요 유관 단체와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현지 진출 기업들의 피해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의약품 수급 차질 및 물류 마비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원료 의약품 수입 경로 다변화와 수출 대금 결제 지연에 따른 금융 지원 방안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2026-03-12 15:26:48
홍보사진에 '지갑 복구코드' 노출…국세청 압류 코인 69억원 탈취
[경제일보] 국세청이 체납자로부터 압류한 69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보도자료 사진에 지갑 복구코드(니모닉 코드)가 그대로 노출되는 실수로 외부에 탈취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공공기관이 압류한 디지털 자산의 기본적인 보안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가기관의 가상자산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6일 국세청이 배포한 ‘고액체납자 추적 특별기동반’ 성과 보도자료였다. 국세청은 체납자로부터 압류한 400만개의 PRTG 코인(당시 시세 기준 약 69억원)의 현장 수색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 사진 속에 콜드월렛을 복구할 수 있는 니모닉 코드가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니모닉 코드는 12개 또는 24개의 영단어로 구성된 일종의 ‘지갑 복구 비밀번호’로, 해당 코드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전자지갑을 복원해 자산을 통제할 수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니모닉 코드 유출이 곧 자산 탈취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보안 사고로 간주된다. 실제로 보도자료 공개 이후 외부 인물이 니모닉 코드를 이용해 지갑에 접근하면서 압류된 가상자산이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탈취범이 자수하며 자산을 다시 돌려놓는 일이 있었지만 국세청이 즉시 지갑을 변경하거나 자산을 다른 지갑으로 옮기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약 2시간 뒤 또 다른 해커에게 2차 탈취를 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국세청의 가상자산 관리 체계가 사실상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성진 국세청 차장은 “가상자산에 대한 경험과 이해, 관리 노하우가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국회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세청이 가상자산 압류를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강제징수 업무 매뉴얼에 니모닉 관리 관련 규정조차 없었다”며 “기본적인 보안 인식조차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공공기관의 가상자산 관리 체계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세무당국과 수사기관이 가상자산 압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21년 이후지만 디지털 자산 특성에 맞는 별도의 보안 체계나 관리 매뉴얼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가상자산은 계좌 기반 금융자산과 달리 지갑의 개인키나 복구코드 관리가 사실상 자산 보안의 핵심을 이루는 구조다. 그럼에도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이를 기존 동산 압류나 현금 보관과 유사한 행정 절차로 처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 인력과 기술 인프라 부족 역시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블록체인 지갑 구조와 키 관리 방식은 높은 수준의 기술적 이해가 필요한 영역이지만 공공기관 내부에는 이를 전담할 전문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가상자산을 압류한 뒤 실제 관리 단계에서 외부 보안 시스템이나 전문 커스터디 인프라를 활용하기보다 내부 행정 절차에 의존하는 방식도 취약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에서는 사법기관이나 세무당국이 압류한 가상자산을 전문 수탁기관(커스터디)에 보관하거나 별도의 보안 관리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압류 이후 자산 보관과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표준 매뉴얼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선 국세청은 지난 9일 ‘가상자산 관리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디지털 자산 전담 인력 확충과 통합 분석 시스템 구축, 외부 전문 수탁기관 활용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외부 수탁기관 활용 등 전문화된 보관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 교수는 “가상자산은 지갑 관리와 키 보안이 핵심인 만큼 전문 커스터디 기관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경찰과 검찰, 지자체 등 모든 공공기관이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가상자산 관리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가상자산을 실제 행정 자산으로 관리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준비 수준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관리 체계 정비와 함께 공공 부문의 디지털 자산 보안 역량을 전반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이날 국회 업무보고에는 임광현 국세청장이 해외 출장 일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2026-03-11 15:14:42
공정위, 유기응집제 입찰 담합 8개사 제재…과징금 43억
[이코노믹데일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약 7년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물관리 업무 수탁기관이 발주한 수질정화용 유기응집제 조달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사업자들에 대해 대규모 제재에 나섰다. 14일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유기응집제 입찰 담합에 가담한 8개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43억5800만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가운데 1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징금 부과 대상과 금액은 △기륭산업 1500만원 △미주엔비켐 8800만원 △에스엔에프(SNF)코리아 21억8600만원 △에스와이켐 1억8900만원 △코오롱생명과학 18억2200만원 △한솔케미칼 2400만원 △한국이콜랩 2800만원 △화성산업 600만원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2017년 5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각 지자체와 물관리 업무 수탁기관이 발주한 분말형·액상형 유기응집제 구매 입찰 294건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 업체와 투찰 가격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273건에서는 사전 합의된 업체가 실제 낙찰자로 선정됐다. 유기응집제는 수처리 과정에서 물속 미세 입자를 응집·침전시키는 데 사용되는 고분자 화합물로 제품 성상에 따라 분말형과 액상형으로 구분된다. 분말형 유기응집제 시장은 법 위반 당시 SNF코리아와 코오롱생명과학 두 곳만 생산하는 과점 구조였다. 이들 업체는 기존 거래처를 상호 침해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개별 입찰마다 낙찰 예정 업체와 들러리 업체, 투찰 가격을 사전에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2018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진행된 분말형 또는 분말·액상 통합형 입찰 225건 가운데 SNF코리아가 141건, 코오롱생명과학이 82건을 각각 낙찰받았다. 액상형 유기응집제 시장에서도 담합이 이어졌다. 다수 중소업체가 진입해 경쟁이 심화되자 SNF코리아와 코오롱생명과학은 분말형 시장에서 형성된 담합 구조를 액상형 입찰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2019년 6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진행된 액상형 입찰 26건 가운데 SNF코리아가 12건, 코오롱생명과학이 10건을 낙찰받았다. 이와 별도로 미주엔비켐·SNF코리아·에스와이켐·코오롱생명과학·한국이콜랩 등 5개 업체는 2018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진행된 액상형 입찰 15건에서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합의했으며 이 기간 코오롱생명과학이 12건, 에스와이켐이 3건을 각각 낙찰받았다. 중소업체들만 참여한 담합 사례도 적발됐다. 기륭산업·미주엔비켐·에스와이켐·한국이콜랩·한솔케미칼·화성산업 등 6개 업체는 원가 경쟁력이 높은 업체가 참여하지 않거나 가점으로 경쟁 우위가 예상되는 입찰을 중심으로 담합을 벌였다. 그 결과 2017년 5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진행된 액상형 입찰 28건 가운데 에스와이켐이 18건, 미주엔비켐이 7건을 각각 낙찰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공 예산으로 구매하는 수질정화용 유기응집제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해 예산 낭비를 초래한 담합 행위를 적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공 분야 입찰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025-12-14 15:57:47
"검체가 바뀌는 건 의료 금도 넘어"…GC녹십자의료재단, 국감서 강한 질타 받아
[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검체 라벨 오류로 발생한 ‘유방암 오진 사건’이 의료검사 수탁기관의 관리·감독 체계 전반을 둘러싼 국정감사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곤 GC녹십자의료재단 원장에게 “검체가 바뀐다는 것은 의료의 금도를 넘는 일”이라며 “환자 안전을 지탱하는 검체 식별 추적 시스템이 붕괴된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문제가 된 해당 사건은 2024년 9월 건강검진을 받은 30대 여성이 GC녹십자의료재단으로부터 ‘유방암 진단’을 통보받고 수술까지 진행했다가 이후 잘못된 검체 라벨링으로 인한 오진임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수술 후 재검사 결과 절제된 조직은 악성종양이 아닌 양성 섬유선종으로 확인됐다. 이는 재단이 다른 환자의 검체를 해당 여성의 것으로 잘못 식별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대한병리학회의 현장 조사에서도 사고 원인은 ‘검체 라벨 부착 오류’로 확인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올해 6월 GC녹십자의료재단에 대해 병리검사 분야 인증 1개월 취소처분을 내리고 해당 기간 동안 병리검사 업무 및 보험 청구를 제한했다. 백 의원은 ”GC녹십자의료재단은 국내 수탁 병리 검사 물량의 20% 정도를 담당하는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고위험 공정을 여전히 수작업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시스템으로 검체를 다루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검사실 자동화는 전체 자동화와 부분 자동화로 나눠진다”며 “그동안 전체 자동화에 치우치다 보니 부분 자동화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고 일부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며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깊이 반성하며 10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전체 병리 분야에 전체 자동화를 구축해 검체 식별의 우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피해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합리적인 보상을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백 의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GC녹십자의료재단의 1개월 인증 취소는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추가 제재 필요성을 물었다. 1개월 인증 취소 조치는 GC 녹십자의료재단 전체 수탁의 10%를 차지하는 병리 분야에서만 한정된다. 정 장관은 “해당 처분은 단순한 인증 취소가 아니라 한달 동안에 아예 검사를 건강보험 청구를 못 하게 하는 경제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2025-10-15 17: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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