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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에 막힌 車 수출…정부, 물류·금융 패키지 대응 착수
[경제일보] 중동 전쟁 장기화로 해상 물류 차질이 확대되면서 자동차 수출 현장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정부는 평택당진항을 직접 점검하며 물류·금융·통관을 묶은 대응에 착수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경기 평택당진항을 찾아 자동차 수출 물류 상황을 점검하고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는 평택세관, 평택지방해양수산청 등 유관기관과 함께 기아, 자동차산업협동조합 등 완성차·부품업체, 현대글로비스·CJ대한통운 등 물류기업,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 등 수출 지원기관이 참석했다. 정부는 수출 현장에서 발생하는 병목 요인을 직접 확인하고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계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해상 운송 불확실성을 가장 큰 부담으로 지목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긴장 고조로 선박 운항 경로가 제한되면서 선복 확보가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해상 운임이 단기간에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일부 항로에서는 운송 일정 지연이 반복되면서 완성차 선적뿐 아니라 부품 공급까지 차질이 발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물류 차질은 수출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중고차를 포함한 대중동 자동차 수출은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9.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선복 부족으로 인해 선적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재고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 부품사의 경우 운임 상승과 현금 흐름 악화가 동시에 발생하며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물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긴급 지원 체계를 가동했다. 산업부는 해상 운임 급등에 취약한 중소 부품사를 대상으로 물류비 바우처 지원을 시행하고 있으며,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신청 후 3일 이내 발급하는 신속 지원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 지원도 확대된다.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수출 지원 규모는 기존 20조3000억원에서 24조3000억원으로 확대된다. 운전자금 대출에 우대금리를 적용해 기업의 자금 부담을 낮추고, 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해 3조9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통관 절차도 유연하게 운영된다. 관세청은 중동 지역 물류 차질로 수출 일정이 변경되는 경우 신고 정정이나 취하에 대한 면책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중동으로 수출된 뒤 다시 국내로 반송되는 화물에 대해서는 24시간 통관을 지원하고 재수입 시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운송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기업 부담이 확대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중동 전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수출의 핵심 동력인 자동차 산업의 물류 현장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중소 부품사 물류비 및 유동성 지원부터 통관 간소화에 이르기까지 현장의 수출 물류 애로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밀착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6-04-03 14:12:20
중동발 '인플레이션 공포' 습격…고물가·고금리 '이중고'에 한국 경제 비상
[경제일보] 중동 사태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으며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고개를 들자 국내 실물경기에도 거센 충격파가 예고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부담이 겹치는 ‘이중고’로 간신히 살아나던 내수 회복 기대가 흔들리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마저 물류 차질과 에너지 수급 불안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부는 ‘전쟁 추경’ 편성 등 비상 대응에 나섰지만 전쟁 장기화 시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사라지고 오히려 추가 인상 전망이 급부상했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국제유가를 자극하며 인플레이션 불길을 다시 지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다음 달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하반기 인상론까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500원 선을 돌파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겼다. 권효성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108달러, 환율 1500원대 진입 시 한은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기 위해 이르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 역시 올해 7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 인상을 통해 최종 금리가 연 3.00%에 도달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시장 금리는 이미 들썩이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일 연 3.410%로 전 거래일보다 8.1bp 급등하며 시장의 공포를 반영했다. 가파른 고물가·고금리 흐름은 민생 경제에 치명타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상승하면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은 투자 동력을 잃게 된다. 특히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영끌·빚투’ 족이나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부터 파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을 들여온 내수 회복세도 꺾일 판이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발표한 ‘그린북’ 3월호에서 8개월 만에 ‘경기 하방 위험’을 다시 언급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인공지능(AI) 특수로 호황을 누리던 반도체 수출도 안심할 수 없다. 중동발 항공 물류 차질로 운임 비용이 치솟고 전력 소비가 막대한 업종 특성상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제조 원가 상승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0%’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NH금융연구소는 전쟁이 1년간 지속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위기 상황이 심화하자 정부는 재정 확대와 물가 관리를 병행하는 ‘복합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최대 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논의 중이며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전쟁 추경’으로 명명하며 민생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주문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필두로 23개 주요 민생 품목의 유통 구조 점검도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고물가 시기에 편승한 돼지고기, 밀가루 등 생활 밀접 품목의 담합 행위를 집중 단속하며 물가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재정정책이 경기 회복을 떠받치는 ‘보일러’ 역할을 하고 통화정책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에어컨’ 역할을 하는 정교한 정책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고금리로 민간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규모 추경을 통해 시중에 돈을 풀 경우 자칫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하는 ‘엇박자’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더라도 고금리에 따른 민간 수요 위축이 심화되면 전체 GDP 상승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한은과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어야 하는 정부 사이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중동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한, 대한민국 경제는 고환율·고유가·고금리라는 ‘3고(高) 터널’을 상당 기간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복합 대응’이 실효를 거두어 민생 파탄을 막아낼 수 있을지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용산과 여의도로 쏠리고 있다.
2026-03-22 16: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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