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77건
-
CAEDA 회장 조사로 번진 中 산업협회 사정…한중 경제교류 창구도 '투명성 시험대'
한·중 경제교류를 지원해 온 조선족 출신 권순기(權順基·중국명 취안순지) 중국아주경제발전협회(CAEDA) 회장이 기율·법률 위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 올해 산업 협회를 반부패 중점 분야로 지정한 이후 전국 단위 업계 협회 수장이 조사 대상에 오른 대표적 사례로, 산업 협회에 대한 고강도 사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8일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권 회장은 엄중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로 당국의 기율 심사 및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기율·법률 위반'은 부패와 관련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CAEDA는 중국 외교부의 지도 아래 민정부에 등록된 국가급 비영리 사회단체다. 한중 수교 초기인 1993년 '중한(한중) 경제발전협회'로 출범해 이후 2009년 '중일한(한중일) 경제발전협회'로 명칭을 바꿨고 2016년부터 현재의 이름을 쓰고 있다. 그동안 한중 경제인 포럼과 투자유치 행사 등을 개최하며 양국 기업 간 교류 창구 역할을 해왔다. 권 회장은 20년 넘게 CAEDA에서 활동하며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과 투자 협력, 민간 경제 교류를 지원해왔으며, 2019년 협회장에 선출됐다. 2021년엔 조선족 기업인 최초로 대한민국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권 회장 개인의 활동 자체보다 협회의 조직 운영, 임원 구성, 산하기관 관리, 회비 관리 등을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중국신문주간은 권 회장이 협회장으로 선출된 2019년 이사회 회의에서 한꺼번에 부회장 100명을 선출했다며 "감투를 대량으로 나눠줬다"고 꼬집었다. 협회의 방만한 조직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산하에만 인공지능업무위원회, 공급망협력업무위원회, 조선족연합발전업무위원회 등 45개 분과를 운영하며 민간 기업인을 책임자로 앉힌 후 이들로부터 법인회원 명목으로 회비를 거둬왔다. 협회 회비 기준에 따르면 법인회원은 연간 10만 위안, 부회장은 4만 위안, 이사는 2만 위안, 일반 개인회원은 1만 위안을 납부한다. 또 협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민간 기업인들은 협회 직함을 앞세워 지방정부와 대학 교류 행사에 활발히 참석해 왔다. 권 회장도 한중을 오가며 각종 경제 협력 행사와 세미나, 지방정부 교류, 투자 유치 설명회 등에 참석해 협회의 대외 영향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중국신문주간은 이러한 과정에서 협회 직함이 개인이나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CAEDA처럼 사회단체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정책 기조가 강해졌다. 중국 당국은 올해 전국 산업협회와 학회를 반부패 중점 분야로 지정한 데 이어 직함 남발, 분과의 무분별한 설치, 과도한 회비 징수 등을 대표적인 부패 유형으로 규정하고 집중 단속해왔다. 오는 8월 1일부터는 '사회단체 지부(分支)기구 및 대표기구 관리방법'도 시행하는 등 사회단체 관련 규정도 강화할 방침이다. 새 규정은 분과 아래 또 다른 분과 설치를 금지하고, 분과 책임자도 회장·부회장 대신 주임위원 등의 명칭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한·중 경제 협력 자체를 겨냥한 조치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사회단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도 협회 등 민간단체와 협력할 때 운영 투명성과 준법 여부를 더욱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9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9 07:59:53
-
-
-
이성훈 LH 사장, 공급 속도·품질 혁신 전면에…"국민이 기다리는 집 빠르게 공급"
[경제일보]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임 사장이 취임사에서 주택 공급 속도와 공공주택 품질 혁신을 내세웠다. 약 8개월간 이어진 수장 공백이 해소된 만큼 LH가 정부 주택 공급 정책의 실행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H는 경남 진주 본사에서 이성준 제7대 사장 취임식을 개최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신임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9년 7월까지다. 이 사장은 대통령비서실 국토교통비서관으로 근무하며 현 정부의 부동산·국토교통 정책을 조율해 왔다. 앞서 국토교통부 정책기획관과 경기도 건설국장 등을 지냈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LH 조직 개편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점에 주택 정책을 다뤄 온 관료 출신 인사가 LH 수장에 오른 셈이다. 이날 이 사장은 집은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공공재여야 하고, 국민이 부담 가능해야 한다”며 “국민이 기다리는 좋은 집을 빠르게 공급하고, 청년·신혼부부의 주거사다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전략산업 기반과 균형발전의 토대를 세우는 것이 LH가 완수해야 할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 신임 사장은 이를 위해 △주택 공급 속도 제고 △공공주택 입지·품질 혁신 △지역균형성장 지원 △AI 대전환과 ESG 경영 △안전 최우선 경영을 5대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먼저 인허가와 보상, 조성공사 등 사업 전 과정을 바꿔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도심복합사업과 공공정비사업, 유휴부지 개발, 신축·기축 매입임대 확대 등을 통해 도심 주택 공급 성과를 조기에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공공임대주택의 질을 높이겠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 사장은 공공임대주택을 ‘국민이 먼저 찾는 집’이자 ‘서민·중산층의 당당한 주거 선택지’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역세권 등 우수 입지에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배치하고 중형 평형을 늘리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 등 계층별 주거서비스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역균형성장도 LH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가 지역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기업과 협력해 산업단지를 빠르게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산업단지만 짓는 것이 아니라 주거와 교육, 문화 여건을 갖춘 배후도시까지 함께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안전 경영 역시 취임사에 포함됐다. 이 사장은 “성과보다 안전, 속도보다 생명”이라는 원칙을 언급하며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건설현장과 임대주택 안전을 관리하겠다고 했다. 최근 건설현장 사고가 반복되면서 공공 발주기관과 시행기관의 안전관리 책임도 커지고 있는 만큼 LH 차원의 현장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LH가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정부는 LH를 중심으로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매입임대 확대, 공공택지 직접 시행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LH의 개발 기능과 임대·자산 관리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공급 속도를 높이면서도 재무 부담과 조직 개편, 공공성 회복을 함께 다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이 사장은 “주택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동시에 LH의 공공성과 경영 효율성을 함께 높여 국민이 신뢰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임직원들에게 “우리가 공급하는 주택과 도시, 일하는 방식까지 과거와는 다른 수준의 변화를 만들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자”고 말했다.
2026-07-06 13:31:05
-
LH, 8개월 수장 공백 끝…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 사장 낙점
[경제일보] 이성훈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임 사장으로 낙점되면서 공공주택 공급과 조직 개편 작업에 다시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약 8개월간 이어진 수장 공백이 해소되면서 정부 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 축인 LH의 역할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3일 관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이성훈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의 LH 신임 사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 신임 사장은 이날 취임할 예정이다. LH는 지난해 10월 이한준 전 사장이 면직된 이후 약 8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 앞서 내부 출신 인사들이 후보로 추천됐지만 정부가 반려하면서 사장 인선이 한 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LH 개혁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장기간 이어진 수장 공백이 조직 운영의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이 신임 사장은 1996년 기술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국토교통부 도로운영과장, 도시광역교통과장, 부동산개발정책과장, 물류정책과장, 지역정책과장, 기술정책과장 등을 지냈으며 도로와 교통, 도시·지역, 부동산 개발 정책을 두루 거친 국토교통 행정 관료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부동산과 교통, 국토 개발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사이의 정책 조율을 맡았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21년에는 경기도 건설국장으로 파견 근무한 이력도 있다. 신임 사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주목받는 과제는 공공주택 공급이다. 정부는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LH의 역할을 다시 키우는 방향을 제시했다.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대신 직접 시행을 맡아 공공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당시 정부는 LH가 수도권 공공주택용지 가운데 민간 매각 없이 직접 시행할 경우 2030년까지 착공 가능한 물량이 6만가구 규모라고 추산했다. LH의 사업 관리 역량과 재무 부담, 인허가 속도가 실제 공급 성과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된 셈이다. 매입임대주택 확대도 LH가 맡아야 할 주요 과제다. 정부는 올해 5월 비아파트를 활용해 단기간에 주택을 공급하는 수도권 매입임대주택 9만가구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공급 시차가 긴 택지 개발과 달리 기존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인 만큼 LH의 집행 속도와 매입 기준이 중요하다. 조직 개편 논의도 신임 사장 체제에서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8월 출범한 LH 개혁위원회는 조직 재편 방향을 논의해 왔다. 현재는 개발사업을 담당하는 기능과 공공임대주택 운영, 부채·자산 관리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LH는 토지 개발과 공공주택 공급, 공공임대 운영, 주거복지 기능을 함께 맡고 있다. 그동안 통합 구조가 공급 속도와 정책 집행력 측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역할이 커질수록 재무 부담과 조직 비대화 논란도 함께 커졌다. 신임 사장이 조직 안정과 기능 재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이유다. 이 신임 사장 취임은 LH의 정책 집행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조직 개편, 재무 부담 관리를 동시에 추진해야 해 과제의 난도는 낮지 않다. LH가 정부 주택 공급 정책의 중심에 다시 서는 만큼 신임 사장 체제의 첫 성과는 공급 목표를 실제 착공과 입주로 얼마나 연결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2026-07-03 07:55:41
-
-
이성훈 비서관, LH 사장 유력…135만호 공급·173조 부채 풀어야
[경제일보]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정책을 실행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임 사장에 이성훈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이한준 전 사장이 물러난 뒤 이어진 8개월여의 리더십 공백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1일 국토교통부와 관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LH 사장 후보를 3명으로 압축했다. 이 비서관은 정책 이해도와 사업 추진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임명은 국토교통부 장관 제청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뤄진다. 관가에서는 이르면 이달 중순 전후로 인선 절차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비서관은 국토교통부 부동산개발정책과장 등을 지낸 뒤 2021년 경기도 건설국장으로 파견돼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일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기조와 현장 사정을 함께 아는 국토부 출신 실무형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임명되면 2016년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후 약 10년 만에 국토부 출신이 LH 사장을 맡게 된다. 이번 인선은 공기업 수장 한 명을 채우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LH는 정부가 내건 수도권 주택 공급 목표를 실제 사업으로 옮겨야 하는 핵심 기관이다. 정부는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처럼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LH가 택지를 직접 개발하고 주택 공급까지 맡아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공급 목표가 커진 만큼 LH의 역할도 무거워졌다.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 사업, 신축 매입임대, 민간참여 공공주택 건설 등은 토지 확보와 보상, 인허가, 자금 조달, 시공사 선정이 맞물린 대형 사업이다. 계획을 발표하는 일과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 일은 다르다. 새 사장은 사업별 병목을 풀고,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건설사 사이에서 일정과 비용을 조율해야 한다. 그동안 LH는 사장 공백 속에서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했다. 일상적인 사업은 돌아갔지만, 공급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조직 개편, 중장기 재무 전략처럼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한 사안은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았다. 올해 LH의 투자 계획은 25조원 규모다. 정부가 공공 주도 공급을 앞세운 상황에서 LH의 의사결정이 늦어질수록 착공 일정과 민간 건설업계의 사업 계획도 흔들릴 수 있다. 새 사장이 풀어야 할 더 큰 과제는 재무 부담이다. LH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는 173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원 넘게 늘었다. 부채비율도 230%를 넘어섰다.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날수록 임대보증금과 관리비, 유지보수 비용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공공임대 확대는 주거복지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이지만, 손실을 LH에만 쌓아두는 방식으로는 지속하기 어렵다. 정부가 추진하는 LH 개혁안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택지 개발과 공공주택 공급 기능은 강화하고, 임대주택 관리와 주거복지 기능은 별도로 떼어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개발사업 부문이 공급 속도를 내도록 하면서도 임대주택 운영에서 발생하는 재무 부담을 보다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자산과 부채, 인력, 조직을 어디까지 나눌지에 따라 개혁의 실효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능 분리는 조직도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LH는 그동안 택지 매각 수입으로 공공임대사업의 손실을 메우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공공택지 직접 시행을 늘리고 민간 매각을 줄이면 공급 주도권은 커질 수 있지만, 토지 조성부터 주택 분양까지 자금이 묶이는 기간도 길어진다. 공급 확대와 재무 건전성을 함께 잡으려면 분양가 산정, 국고 지원, 주택도시기금 활용, 민간참여 사업의 수익 구조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 이 비서관이 LH 사장에 임명되면 정부 정책과 공사의 실행 체계가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대통령실에서 주택 정책을 다뤄 온 인사인 만큼 공급 계획의 우선순위와 정책 방향을 놓고 부처 간 조율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정부의 공급 목표가 계획에만 머물거나 LH 재무 부담이 더 커질 경우 그 책임도 새 사장에게 직접 돌아갈 수밖에 없다. LH는 지금 공급 확대와 조직 개편, 재무 관리라는 세 가지 숙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주택을 더 빨리 짓는 일도 중요하지만, 공기업의 재무 여력을 훼손하지 않고 사업을 이어갈 방법을 마련하는 일도 피할 수 없다. 8개월 넘게 비어 있던 LH 사장 자리는 이제 정부 공급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실행 책임자의 자리로 바뀌고 있다.
2026-07-01 16:49:06
-
노태악 선관위, 홍명보호보다 더 위험한 실패
[경제일보]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32강 진출이 좌절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표팀은 결과로 평가받는 조직이고, 감독은 그 결과의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 축구는 또 한 번의 실패를 기록으로 남겼다. 아프지만 대표팀에는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전술과 선수 구성을 다시 손 볼 시간이 남아 있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선관위 역시 결과로 평가받아야 하는 조직이다. 다만 선관위가 책임져야 할 결과는 경기의 승패가 아니라, 국민이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물러났다. 그러나 사퇴가 남기는 무게까지 같을 수는 없다. 축구대표팀의 실패는 국민에게 실망을 남기지만, 다음 대회에서 만회할 기회가 있다. 반면 투표용지가 없어 발길을 돌렸거나 언제 투표할 수 있을지 모른 채 투표소 앞에서 기다려야 했던 유권자에게는 다음 경기가 없다. 그 한 표는 선거 당일, 그 투표소에서 보장됐어야 했다. 이번 사태는 몇몇 투표소의 우발적 혼선으로 정리할 수 없다. 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가운데 140곳이 부족 가능성 때문에 추가 투표용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실제 추가 용지를 사용한 곳은 91곳이었고, 26곳에서는 투표가 잠시라도 중단됐다. 선관위가 처음 파악한 범위를 넘어 피해 실태가 계속 드러난 것도 국민 불안을 키웠다. 사태의 시간표는 더욱 답답하다. 송파구선관위는 선거 당일 오전 11시 40~50분께 이미 무번호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예상해 서울시선관위에 일련번호 부여 방안을 문의했다. 그러나 서울시선관위와 중앙선관위가 함께 대응에 나선 것은 약 5시간 뒤였다. 오후 4시 46분이 되어서야 송파구선관위가 일련번호를 기재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투표소에 내보내겠다고 알렸고, 중앙선관위는 오후 5시가 넘어 민원을 계기로 서울시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했다. 선거를 총괄하는 기관이 현장의 경고를 제때 받아내지 못하고, 민원과 혼란이 번진 뒤에야 대응에 나섰다면 이는 단순한 전달 실수의 문제가 아니다. 투표소별 투표율과 남은 용지를 누가 점검했는지, 어느 단계에서 위험 신호가 끊겼는지, 중앙 상황실은 왜 먼저 움직이지 못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다는 말은 중앙의 책임을 덜어주는 근거가 아니라, 보고와 지휘 체계가 왜 그토록 허술했는지를 묻게 하는 출발점이다. 진상규명위원회도 결론을 흐리지 않았다.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상급위원회의 지휘권도 발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선관위는 중앙선관위와 논의하지 않은 채 투표시간 연장을 결정했고, 송파구선관위에서는 투표가 끝나기 전 개표가 시작되는 일도 있었다. 전국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선거일 하루 동안 같은 지휘선 아래 움직이지 못한 셈이다. 투표용지 인쇄 하한을 유권자 수의 60%에서 50%로 낮춘 결정도 비켜갈 수 없다. 해당 지침은 사무총장 전결로 처리됐다. 노태악 전 위원장은 국정조사에서 이를 알고 있었다고 답했고, 사전 보고에 대해서는 짧은 보고가 있었을 수 있으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인쇄 비율은 서류철 안의 작은 행정 항목이 아니다. 본투표일에 유권자가 몰릴 경우를 대비하는 최소 안전장치다. 보관 공간과 관리 비용을 고려할 수는 있어도, 그 판단이 투표소의 용지 부족으로 이어졌다면 선관위는 그 우선순위를 설명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선거관리의 기준과 지휘 체계를 책임지는 자리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이 낮아졌다면 그 위험을 점검했어야 하고, 선거일 현장에서 부족 징후가 나타났다면 보고와 대응이 지체되지 않도록 조직을 움직였어야 한다. 최고 책임자의 역할은 현장의 숫자를 대신 세는 데 있지 않다. 현장이 흔들릴 때 조직 전체가 즉시 움직이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노태악 개인의 사퇴로만 마무리될 일이 아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노태악 전 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 12명에 대한 수사의뢰를 권고했고, 관련 실무자 6명에 대한 징계도 권고했다. 이는 유죄 판단이 아니다. 다만 이번 사태를 일선 직원 몇 명의 과실로 돌려 봉합할 수 없다는 뜻은 분명하다. 홍명보 감독의 사퇴는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의 표현이었다. 노태악 전 위원장의 사퇴는 참정권 보장에 실패한 국가기관 수장의 책임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그 뒤에 따라야 할 절차도 달라야 한다. 누가 인쇄 기준을 낮췄는지, 현장의 경고가 어디에서 멈췄는지, 중앙은 왜 위험을 먼저 감지하지 못했는지, 그 판단과 지연에 책임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외부 권력이 선거 관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독립기관이라는 지위가 내부 실패에 대한 설명 의무까지 덜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일수록 더 높은 수준의 준비와 책임이 요구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개혁 구호가 아니다. 투표소에 가면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사고가 나면 국가기관이 즉시 수습할 것이라는 당연한 믿음이다. 홍명보호의 탈락은 한국 축구에 숙제를 남겼다. 노태악 선관위의 실패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시 묻게 한다. 축구는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는 다르다. 그날 투표소에서 행사되지 못한 한 표는 다음 선거가 아니라, 바로 그날 국가가 지켜냈어야 할 권리였다.
2026-06-30 07:54:09
-
-
첫 데드크로스 맞은 이재명 대통령, SNS 정치 접고 국정 기조 쇄신해야
[경제일보] 정권 출범 초기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동력의 바로미터다. 국민은 선거 결과를 통해 새로운 정부에 기대와 희망을 보내고, 대통령은 그 기대를 국정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 그러나 취임 후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오던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처음으로 '데드크로스'를 맞았다.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수치 자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안에 담긴 민심의 경고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단순한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최고 책임자를 기대한다. 특히 경제 불안과 민생 침체,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은 안정감 있는 리더십과 통합의 정치를 원한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의 행보는 이런 기대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등 외교 무대에서 일정한 존재감을 보였다. 국제 사회와의 협력 강화,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외교 성과가 국내 민심의 냉랭한 평가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를 대통령 스스로 깊이 성찰해야 한다. 정치의 중심은 해외가 아니라 국민의 삶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외교 성과보다 물가와 일자리, 주거와 교육, 그리고 정치적 안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여당 내 갈등은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이 이를 조율하고 정리하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모습보다 SNS를 통해 직접 메시지를 내고 정치 현안에 개입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오히려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일반 정치인의 발언과 무게가 다르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곧 정부의 방향으로 해석되고 시장과 국민은 이를 정책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런 점에서 SNS를 통한 즉흥적 소통이나 특정 정치 현안에 대한 직접 개입은 자칫 국정 운영의 중심을 흐릴 수 있다. 더욱이 여당 내부 문제나 정치적 갈등에 대통령이 지나치게 관여할 경우 당정 관계마저 왜곡될 수 있다. 역대 정부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이 여당 운영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당의 자율성은 약화되고, 반대로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충돌할 경우 이를 조정할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 결국 갈등은 증폭되고 국정 동력은 약화된다. 만약 향후 여당 대표와 대통령 간에 정책 노선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대치 국면이 형성된다면 누가 이를 중재하고 조율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심판과 선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순간 정치의 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정책 추진력을 잃고, 여당은 분열하며, 국회는 정쟁에 빠진다. 경제와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고 국민은 또다시 정치의 혼란을 감내해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은 당내 권력 다툼을 관리하라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라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정 기조의 전면적인 쇄신이다. 대통령은 정파의 수장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정치적 지지층만 바라보는 메시지에서 벗어나 중도층과 무당층, 그리고 비판적 국민의 목소리까지 경청해야 한다. 민심은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의 방향을 바로잡기 위한 나침반이다. 공자는 "군자는 화합하되 같아지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도자는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면서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국민이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갈등의 중심이 아니라 조정의 중심에 서라는 것이다. SNS 정치로 박수를 받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번 데드크로스는 단순한 여론조사 수치의 변화가 아니다. 국민이 보내는 경고장이자 국정 쇄신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대통령이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한다면 지지율 하락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그러나 겸허하게 민심을 수용하고 국정 운영 방식을 재정비한다면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더 많은 정치가 아니라 더 나은 국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은 SNS 정치에서 벗어나 민생과 통합, 그리고 책임 있는 국정 운영으로 답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며,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는 유일한 길이다.
2026-06-18 08:54:00
-
수장 바꾸고도 또 사망사고… 포스코이앤씨, 구호만 남은 안전쇄신
[경제일보] 포스코이앤씨가 다시 안전관리 책임론에 휩싸였다. 지난해 잇따른 사망사고 이후 대표이사가 물러났고, 후임 대표로 최고안전책임자 출신인 송치영 대표가 선임됐지만 올해 신안산선 현장에서 또 근로자가 숨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중대재해 반복 이후 경영진 교체와 전사 안전점검, 안전조직 정비를 내세웠다. 고용노동부 특별감독도 받았다. 그럼에도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송치영 대표 체제의 안전관리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 근로자가 약 1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포스코이앤씨도 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사고 다음 날 회사는 임직원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포스코이앤씨는 “그동안 신안산선 현장 전체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안전 점검을 진행했으나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안전이 완전히 확보될 때까지 작업 중지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스코이앤씨는 이미 지난해 여러 차례 중대재해를 겪었다. 사고 때마다 안전점검과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결국 정희민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후임 대표로 송 대표가 선임됐다. 송 대표는 포스코그룹 내에서 안전 분야를 맡아온 인물이다. 당시 인사는 포스코이앤씨가 안전 문제를 경영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사고가 더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송 대표는 일반적인 관리형 대표보다 안전 쇄신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취임했다. 포스코이앤씨 입장에서는 대표 교체 자체가 시장에 내놓은 강한 쇄신 카드였다. 그런데 송 대표 체제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대표 교체 이후 현장 안전관리가 실제로 개선됐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신안산선 사업 구간은 이미 사망사고가 반복된 곳이다. 지난해 4월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5-2공구에서는 터널 붕괴사고로 근로자 1명이 숨졌다. 같은 해 여의도 구간에서도 철근 구조물 붕괴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관악구 현장 사고까지 더하면 신안산선 사업 구간에서만 세 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력이 있는 사업 구간이라면 일반 현장보다 더 촘촘한 관리가 요구된다. 위험 공정 점검, 작업허가 절차, 추락 방지 조치, 하청 근로자 보호 체계가 실제 작업 단계에서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회사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신안산선 현장 전체에 대한 안전점검을 진행했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고는 점검의 실효성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 안전 논란은 신안산선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김해 공동주택 신축현장, 대구 주상복합 건설현장, 함양~울산고속도로 건설현장 등에서도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감전 사고로 중상을 입은 사례도 있었다. 여러 지역과 공종에서 사고가 이어졌다는 점은 특정 현장 관리 부실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정부 감독 결과도 부담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전국 현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감독을 벌였다. 당시 전국 62개 현장 가운데 55개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258건이 적발됐다. 안전난간과 작업발판 미설치, 통로 미확보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 미이행 사례도 포함됐다. 한두 현장의 문제라기보다 회사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대표 교체 이후에도 사고가 반복되면서 책임론은 현장 관리자 선에서 끝나기 어려워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 확보 의무는 최고경영진의 주요 책무로 다뤄지고 있다. 안전 예산과 조직, 매뉴얼을 갖췄는지뿐 아니라 그 체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했는지가 중요해졌다. 사고가 반복될수록 최고경영자의 관리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송 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도 이 지점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이앤씨가 그를 대표로 세운 배경에는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끊어내겠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렇다면 송 대표 체제의 성과는 실적이나 수주 성과만으로 평가되기 어렵다. 중대재해 감소 여부, 위험 현장 통제, 본사 지침의 현장 이행 여부가 함께 따져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 이후 포스코이앤씨는 다시 사과했고, 작업중지와 안전 확보를 약속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사고 이후 조치보다 지난해 이후 내놓은 안전혁신 대책이 실제로 어느 정도 실행됐는지를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신안산선 현장에서 어떤 위험 요인이 확인됐고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사고 이력이 있는 구간에서 관리 체계가 어떻게 보강됐는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해졌다. 건설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기존 방식의 사과와 점검만으로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대표 교체와 특별감독, 전사 안전점검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 뒤에도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새로운 구호보다 기존 대책이 왜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는 포스코이앤씨의 수주 경쟁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는 시공사의 브랜드뿐 아니라 공사 수행 능력, 재무 안정성, 안전관리 역량까지 함께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작업중지와 조사, 공정 지연, 평판 악화가 뒤따를 수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안전 리스크가 사업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대형 정비사업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경쟁력은 신뢰와 분리되기 어렵다. 안전사고가 반복되는 회사라는 인식이 굳어지면 조합원 설득에도 부담이 생긴다. 고급 설계와 금융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현장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수주전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전도 이런 흐름 속에서 거론된다. 당시 포스코이앤씨는 오티에르 브랜드를 앞세워 수주전에 참여했지만 최종 시공권은 IPARK현대산업개발이 가져갔다. 수주 결과를 특정 사고와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 다만 신안산선 사고 이후 안전 논란이 확산된 시기와 맞물리면서 건설사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포스코이앤씨 입장에서는 이번 사고의 파장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점검·감독에 나서면서 단일 현장 사고를 넘어 회사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가 다시 검증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포스코이앤씨가 주관하는 신안산선 건설현장 7개소를 노동부와 합동 점검하고 안전관리조직과 의사결정체계의 적정성까지 심층 진단하기로 했다. 노동부도 이번 사고 이후 회사에 대한 강제수사와 전국 시공현장 기획감독 방침을 밝혔다. 단일 현장 조사를 넘어 회사 전체의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향후 쟁점은 사고 원인 규명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 작업 지시, 추락 방지 조치, 작업발판 설치 여부, 관리감독자 역할, 하청업체 안전관리 체계 등은 조사 과정에서 확인될 사안이다. 동시에 포스코이앤씨 본사의 안전관리 체계가 현장까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표 교체 이후에도 사고가 반복됐다면 최고경영진 책임론도 커질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이미 한 차례 대표 교체로 책임을 정리했다. 후임 대표는 안전 전문가 출신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면 같은 방식의 사과와 점검만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송치영 대표 체제가 현장을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지, 포스코이앤씨가 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는 경영 시스템을 갖췄는지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전은 건설사의 평판과 브랜드 가치, 수주 경쟁력, 경영진 책임을 좌우하는 주요 평가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대형 정비사업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우려면 현장 안전에 대한 신뢰 회복이 먼저다. 반복되는 중대재해 앞에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약속보다 실제 현장의 변화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16일자 14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6 07:00:00
-
노태악은 그 자리에 무엇을 하러 갔나
[경제일보] 대법관까지 지낸 전직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출국금지됐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합수본은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선관위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투표용지 인쇄 계획서, 회의록, 예산서, 투표록 등 선거 준비와 당일 대응을 보여줄 자료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출국금지는 유죄 판단이 아니다. 압수수색 역시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그러나 이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선관위의 공적 권위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선거관리의 최종 책임자였던 인물이 대법관 출신 노태악이라는 점은 이 사안을 더 무겁게 만든다. 국민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노태악은 그 자리에 무엇을 하러 갔나. 투표용지가 모자랐다는 말은 사소한 행정 실수가 아니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갔는데 국가가 표를 줄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선거관리에서 가장 기초적인 물적 준비가 무너진 것이다. 선거는 추상적인 민주주의 의식이 아니다. 유권자 명부, 투표소, 기표대, 투표함, 투표용지가 있어야 작동하는 국가 절차다. 그중 투표용지는 선거의 시작점이다. 그것이 부족했다면 선거관리 기관은 가장 낮은 문턱도 넘지 못한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규모다. 처음에는 일부 투표소의 돌발 상황처럼 알려졌다. 그러나 선관위 자체 조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전국 50곳으로 늘어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가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유권자는 줄을 서서 기다렸고, 선거관리 직원들은 현장에서 혼란을 수습했다. 투표소 현장의 실무자만 탓할 일이 아니다. 이런 사태가 선거 당일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면 중앙선관위의 준비, 점검, 보고, 대응 체계 전반이 허술했다는 뜻이다. 공직선거법은 투표용지와 투표함 작성·송부의 실무 주체를 구·시·군선관위로 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앙선관위원장이 지역 실무 뒤에 숨을 수는 없다. 중앙선관위는 전국 선거관리 기준을 세우고,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선거 당일 돌발 상황에 대응할 체계를 갖춰야 하는 기관이다. 선거관리의 독립성은 책임을 피하라는 방패가 아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한 선거를 관리하라는 헌법적 신뢰다. 그 신뢰가 투표소 앞에서 무너졌다. 노 전 위원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법원 주요 보직을 거쳤고, 법원장을 지냈고, 대법관까지 올랐다. 이후 중앙선관위원장에 취임했다. 사법부 엘리트가 밟을 수 있는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마지막 공직의 장면으로 남긴 것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출국금지라면, 국민은 그의 공직 생활 전체를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는 법정에서, 법원에서, 선관위에서 어떤 긴장감으로 일했는가. 물론 이번 사태만으로 과거 판결까지 싸잡아 의심할 수는 없다. 판결은 기록과 법리에 따라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최고 법관 출신에게 기대했던 공적 자세와 관리 능력이 이번 사태에서 너무 초라하게 드러난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법관이라는 이력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다. 국가 의사결정의 최상층에서 법과 절차의 무게를 다뤄본 경력이다. 그런 사람이 선거관리 기관의 수장이 됐다면 적어도 선거의 기본 절차만큼은 누구보다 엄격하게 챙겼어야 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선관위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온 뒤에야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선거 전에 예상 투표율을 어떻게 계산했는지, 인쇄 매수를 어떻게 정했는지, 지역 선관위의 준비 상황을 중앙선관위가 어떻게 점검했는지, 부족 가능성을 보고받고도 묵살한 정황은 없었는지 수사가 밝혀야 한다. 그러나 법적 책임과 별개로 행정적 책임은 이미 분명하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모자랐다. 중앙선관위원장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 전 위원장에게 이번 일이 처음 맞은 위기는 아니었다. 그는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 이후 중앙선관위원장에 취임했다. 사전투표 부실 관리로 선관위 신뢰가 흔들린 뒤 조직을 바로 세우라는 요구 속에서 자리에 올랐다. 그 뒤 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터졌고, 선관위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다. 사과는 반복됐고 쇄신 약속도 있었다. 그러나 국민이 본 것은 바뀐 선관위가 아니라 또 무너진 선관위였다. 이쯤 되면 문제는 한 번의 실수가 아니다. 책임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임지지 않는 조직 문화, 독립성을 말하면서 내부 통제를 미루는 관행, 선거가 끝나면 논란도 지나간다는 안이함이 누적된 결과로 봐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는 지위에 기대어 외부 감시에는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그러나 독립성은 무능을 덮어주는 명분이 될 수 없다. 헌법기관일수록 책임의 기준은 더 높아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의 사퇴도 충분하지 않다. 물러나는 것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의 시작일 뿐이다. 사퇴했다고 해서 선거 당일 투표권 행사에 차질을 빚은 유권자의 문제 제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선관위 내부에서 어떤 판단이 있었는지, 누가 보고했고 누가 승인했는지, 어떤 지침이 내려갔는지, 예산과 인쇄 물량 산정에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책임선이 실무자 몇 명에서 끊겨서도 안 된다. 실무자는 지시와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 기준을 세운 사람, 점검하지 않은 사람, 위험 신호를 놓친 사람이 함께 드러나야 한다. 대법관 출신이라는 경력은 이번 사태에서 오히려 더 무거운 질문을 부른다. 법관은 절차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직업이다. 작은 송달 하자 하나, 증거조사 절차 하나, 기일 통지 하나가 재판 전체의 적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매일 다루는 사람이 법관이다. 그런 법관 출신이 선거관리 기관의 정점에 있었다면 투표 절차의 작은 허점이 얼마나 큰 불신으로 번지는지 몰랐다고 할 수 없다.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면 더 큰 책임이다. 국민은 선관위원장에게 선거 당일 투표소마다 서 있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국 선거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점검하고, 실패 가능성을 줄이라고 요구한다. 그 자리는 명예직이 아니다. 선거가 끝난 뒤 사과문을 읽는 자리도 아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 절차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책임지는 자리다. 노 전 위원장은 그 책임을 다했는가. 이번 사태가 던지는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사는 차분하게 진행돼야 한다. 정치권도 이 사안을 정파적 공방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 실패를 이유로 근거 없는 음모론을 키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정쟁화를 걱정한다는 이유로 책임 규명을 흐려서도 안 된다. 투표용지 부족은 실제로 발생했다. 선관위가 자체 조사로도 전국 50곳의 문제를 확인했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조직 내부 감사나 위원장 사퇴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노태악 개인의 불명예로만 볼 사안도 아니다. 이번 사태는 우리 공직사회 엘리트 시스템의 취약한 단면을 보여준다. 높은 자리에 오른 경력과 실제 관리 능력은 같지 않다. 법복의 권위가 행정 능력을 보증하지 않는다.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사실이 현장의 위험을 읽는 감각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높이 올라간 사람일수록 조직의 보고서와 의전 뒤에 숨어 현장의 균열을 놓치기 쉽다. 그 균열이 선거 당일 투표소 앞에서 터졌다. 국민이 느끼는 허탈감은 여기에 있다. 선관위는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도로 포장도, 재난 구조도, 산업 정책도 아니다. 선거가 본업이다. 그런데 본업의 가장 기본인 투표용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국가기관이 자신의 존재 이유에 해당하는 일을 실패한 것이다. 그 실패의 정점에 있던 사람이 대법관 출신 중앙선관위원장이었다. 이것이 이번 사태를 더 부끄럽게 만든다. 노 전 위원장은 사과했고 물러났다. 그러나 사과와 사퇴만으로 끝낼 수 없는 공적 실패가 있다. 이번 일이 그렇다. 합수본 수사는 누가 어떤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가려야 한다. 동시에 중앙선관위는 선거관리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열어야 한다. 투표율 예측, 투표용지 인쇄 기준, 예비 물량 관리, 지역 선관위 보고 체계, 선거 당일 비상 대응, 중앙의 지휘 권한과 책임 구조를 모두 공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로만 지켜지지 않는다. 투표소 문이 열리고, 유권자가 신분을 확인받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하고, 투표함에 넣는 절차가 차질 없이 이어질 때 지켜진다. 그 기본 절차가 멈추면 국민은 선거 결과 이전에 선거관리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 선관위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일은 특정 정당의 비판이 아니라 유권자의 신뢰 상실이다. 노태악은 그 자리에 무엇을 하러 갔나. 이 질문은 한 사람을 겨냥한 분노에 그치지 않는다. 헌법기관의 독립성이 책임 공백으로 변질되지 않았는지, 사법 엘리트의 권위가 실제 행정 실패를 가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선관위가 국민 앞에 충분히 낮은 자세로 일해왔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투표용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선관위라면 국민에게 신뢰를 요구할 자격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이번 사태의 결론은 수사기관의 판단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법적 처벌 여부와 별개로 노태악이라는 이름은 선거관리 실패의 책임자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관에서 중앙선관위원장으로 이어진 화려한 경력의 끝이 왜 이런 모습이어야 했는지, 그 답은 노 전 위원장과 선관위가 스스로 내놓아야 한다. 국민은 이미 묻고 있다. 그 자리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였느냐고.
2026-06-13 12:32:19
-
젠슨 황이 던진 '네 개의 선물'…한국 AI 동맹, HBM 넘어 로봇으로 간다
[경제일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은 단순한 글로벌 기업인의 방문을 넘어 한국 AI 산업의 미래 좌표를 보여준 상징적 이벤트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SK그룹, LG그룹, 네이버, 주요 게임업계 수장들과 잇따라 만난 그는 한국을 단순한 반도체 공급국이 아닌 AI 인프라와 피지컬 AI의 핵심 파트너로 바라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황 CEO는 이번 방한에서 한국에 "네 개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시했다.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 AI용 CPU '베라', AI PC 플랫폼 'RTX 스파크', 휴머노이드 로봇용 엣지 슈퍼컴퓨터 '젯슨 토르'가 그것이다. 이는 AI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PC와 공장, 로봇, 자동차 등 현실 세계로 확장되는 흐름을 의미한다. 엔비디아가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한국은 HBM을 비롯한 첨단 메모리 생산 능력과 반도체 제조 역량, 데이터센터 수요, 제조업 기반, 로봇 산업, 클라우드 및 게임 생태계를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다.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GPU뿐 아니라 메모리, 전력,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실제 적용 현장이 모두 중요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특히 HBM은 AI 서버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인 베라 루빈이 본격화될 경우 HBM4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회복과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이미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 잡고 있다. LG그룹은 피지컬 AI와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중요한 파트너 후보로 거론된다. 엔비디아가 강조하는 로보틱스와 디지털 트윈은 제조 현장에서 실제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LG전자의 로봇 및 스마트팩토리 역량, LG CNS의 디지털 전환 경험, LG유플러스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엔비디아 플랫폼과 접점을 형성할 수 있는 자산이다. 네이버와의 협력은 AI 데이터센터와 소버린 AI가 중심이다. 네이버는 초거대 AI 모델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네이버를 통해 한국형 AI 서비스와 글로벌 소버린 AI 시장을 연결할 수 있으며,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GPU 생태계를 활용해 AI 인프라 사업자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게임업계와의 접점도 주목된다.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3D 시뮬레이션과 물리엔진, AI 기술을 바탕으로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로봇은 현실에 투입되기 전 가상 환경에서 수많은 상황을 학습해야 하는데, 게임사가 보유한 시뮬레이션 기술은 이러한 과정에 활용될 수 있다. 황 CEO가 언급한 한국 AI 연구센터 설립 역시 의미가 크다. 단순 영업 조직이 아니라 로보틱스와 디지털 트윈, 피지컬 AI 분야의 연구개발 거점으로 발전할 경우 한국은 엔비디아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의 핵심 축으로 편입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방한의 본질은 한국의 역할 변화에 있다. 과거 한국이 AI 공급망의 메모리 생산 기지였다면 앞으로는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로봇과 디지털 트윈을 실증하며 소버린 AI를 운영하는 국가로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기회가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HBM 경쟁력 유지,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확충, AI 인재 확보, 자체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엔비디아 플랫폼 위에서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인지는 결국 한국 기업들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젠슨 황의 방한은 하나의 메시지를 남겼다. AI 경쟁의 무대가 반도체를 넘어 데이터센터와 로봇, 피지컬 AI로 확장되는 지금, 한국이 공급망 참여자를 넘어 AI 산업 질서의 설계자로 도약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09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09 15:20:37
-
86개국의 두꺼비… 창립 100년 하이트진로, K소주로 세계를 공략한다
[경제일보] 한국의 소주가 처음 해외로 나간 것은 1960년대였다. 수출 대상은 재일교포가 밀집한 일본이었고, 물량도 미미했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하이트진로의 '진로' 소주는 86개국 유통망을 갖추고 호주 멜버른의 대형 마트 술 코너와 필리핀 편의점 냉장고 안에 자리를 잡았다. 국내 주류 시장은 녹록지 않다. 국세청 주세 통계 기준 전체 주류 출고량은 2019년 337만6714㎘에서 2024년 315만1371㎘로 5년 사이 6.7%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회식 문화가 위축된 데다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음주 빈도를 낮추면서 내수 소비는 뚜렷한 감소세다. 하이트진로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3.9% 줄어든 2조4986억원에 그친 것도 이런 시장 환경을 반영한다. 그러나 하이트진로가 마주한 역풍은 주류 업계 전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시장이 쪼그라드는 가운데서도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1%포인트 오른 69%를 기록했다. 중소 브랜드들이 밀려나는 사이 1위 사업자로의 쏠림이 심화된 결과다. 증류주 시장 세계 1위라는 '진로' 브랜드의 저력이 내수 방어벽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0년 브랜드, 세계로 하이트진로는 2024년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1924년 평안남도에서 진천양조상회로 시작한 소주 회사가 한 세기를 거쳐 연매출 2조5000억원대의 주류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국내 상장사 기준으로는 9번째, 식음료 업계에서는 최초의 100주년 기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 '참이슬'은 1998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390억 병을 돌파했다. 출시 2년 만에 단일 브랜드로 국내 소주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영국 주류전문지 '드링크인터내셔널'은 '진로' 소주가 2001년부터 16년 연속으로 전 세계 증류주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고 집계했으며, 2위 브랜드와의 격차는 두 배 이상이었다. 100주년을 기해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화두는 다음 100년이었다. 지난해 6월 하노이에서 '글로벌 비전 2030'을 선포하고 2030년까지 해외 소주 매출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2017년 571억원이던 해외 소주 매출을 13년 만에 아홉 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황정호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글로벌 종합 주류 회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공장, 동남아 공략의 교두보 올 2월,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서 첫 해외 소주 생산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축구장 11배 크기인 약 8만2000㎡ 부지에 스마트팩토리 형태로 지어지는 이 공장은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후 연간 최대 500만 상자, 1억5000만 병의 소주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창사 이래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현지 생산으로 물류비를 절감하고 동남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베트남 공장 가동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실적 반등의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14년 만의 교체, 글로벌 전략에 속도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 14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2011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김인규 사장이 물러나고 장인섭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다. 장 대표는 1995년 입사해 경영전략, 법무, 커뮤니케이션 등을 두루 거친 30년 경력의 내부 전문가다. 이사회는 "폭넓은 실무 경험과 경영 전문성이 회사의 지속적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해 선임했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장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20여 명이 자사주를 장내 매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장 교체가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 전환과 함께 글로벌 전략을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올 하반기 베트남 공장 완공을 앞두고 해외 사업을 직접 챙길 적임자를 내부에서 발탁했다는 것이다. ◆필리핀 67%, 호주 20%… 이미 달라진 지도 글로벌 전략의 성과는 이미 일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 법인은 2019년 설립 이후 현지 시장점유율 67%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한인 교민 수가 같은 기간 61% 줄었음에도 소주 수출량은 3.5배 늘었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접한 현지인 소비자들이 그 빈자리를 채운 결과다. 호주에서도 성과가 쌓이고 있다. 2025년 호주 소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성장했고, 대형 주류 유통채널 BWS와 댄머피의 1400여 개 전 점포에 '참이슬 후레쉬'와 과일 리큐르 '에이슬 시리즈'가 입점돼 있다. 멜버른에서 운영 중인 브랜드 거점 '진로포차'는 현지인들이 한국식 포장마차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황정호 전무는 "현지 문화와 연계한 밀착형 마케팅이 진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소주 외에 과일 리큐르도 수출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과일 리큐르 제품군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5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통 소주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먼저 접근하는 역할이다. 소주 1924년, 맥주 1933년. 두 이름이 하나의 회사가 된 지 15년이 됐다. 재일교포를 향해 처음 국경을 넘던 소주 한 상자가 이제 86개국을 향하고 있다. 올 하반기 베트남 공장이 처음으로 소주를 생산하면, 그 목적지는 더 늘어난다.
2026-06-08 16:27:51
-
젠슨 황, 네이버 치지직 뜬다…이해진과 1784서 특별 라이브
[경제일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네이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 생방송에 출연한다. 지난 5일 서울 홍대 인근 삼겹살집에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만난 데 이어 사흘 만에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오는 8일 오후 3시30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방문해 이해진 의장과 함께 치지직 특별 라이브에 참여할 예정이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엔비디아 수장이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생방송에 직접 등장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라이브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AI 협력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1784는 로봇, 클라우드, 디지털 트윈, 5G 특화망, AI 기술이 집약된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황 CEO의 1784 방문 자체가 양사의 차세대 기술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 CEO와 이 의장은 앞서 지난 5일 홍대 ‘삼소 회동’에서도 만났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함께 삼겹살 만찬을 하며 AI 반도체와 피지컬 AI, 클라우드 협력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이번에는 네이버의 기술 거점이자 상징 공간인 1784에서 다시 만나 대중 생방송 형식으로 협력 메시지를 낼 전망이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치지직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치지직은 네이버가 게임·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을 겨냥해 키우고 있는 핵심 플랫폼이다. 글로벌 빅테크 CEO가 직접 출연하는 특별 라이브는 치지직의 브랜드 인지도와 플랫폼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치지직도 친근한 방식으로 이번 행사를 예고했다. 특별 라이브 이미지에는 황 CEO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캐릭터가 등장했다. 기술 동맹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팬덤형 이벤트처럼 풀어내며 게임·스트리밍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로 보인다. 기술 협력의 핵심은 AI 클라우드와 소버린 AI,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다. 네이버는 자체 초거대 AI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보유한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한국형 AI 서비스와 클라우드 수요를 연결할 파트너이고, 네이버 입장에서는 GPU 인프라와 글로벌 AI 생태계 확장이 필요하다. 특히 네이버 1784는 로봇이 실제 건물 안에서 움직이고 클라우드와 디지털 트윈 기술이 결합된 실험장 성격을 갖는다. 엔비디아가 최근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내세우는 만큼 1784 방문 과정에서 양사의 로봇·디지털 트윈 협력 방향이 언급될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페이와 치지직이 연이어 주목받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홍대 회동에서는 이해진 의장이 네이버페이 기반 결제로 현장 식사비를 처리한 장면이 화제가 됐다. 이번에는 치지직 생방송이 전면에 나서면서 네이버의 결제·콘텐츠·클라우드 플랫폼이 황 CEO 방한 일정 속에서 잇따라 노출되는 흐름이다. 업계의 시선은 실제 협력 성과에 쏠린다. 특별 라이브가 상징적 이벤트에 그칠지, AI 클라우드와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분야의 구체적 협력 메시지로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네이버가 엔비디아 GPU 인프라를 기반으로 소버린 AI와 AI 클라우드 사업을 얼마나 확장하느냐가 향후 양사 관계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26-06-07 22:2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