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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 안정, 정치보다 시급한 민생 과제
[경제일보]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숫자를 본다. 어느 당이 어디를 지켰고 어디를 잃었는지 따진다. 책임론도 나오고 쇄신론도 뒤따른다. 그러나 국민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한다. 마트 계산대 앞에 찍힌 금액이다. 식당 메뉴판에 오른 점심값이다. 쌀과 고기와 채소를 담은 장바구니의 무게다. 정치가 민심을 말하려면 먼저 밥상 앞에 서야 한다. 선거 결과를 아무리 정교하게 해석해도 국민 생활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격을 낮추지 못하면 민생 정치는 공허해진다. 지금 국민이 묻는 것은 어느 정당이 이겼는지가 아니다. 다음 달에도 같은 돈으로 같은 식탁을 차릴 수 있는가다. 최근 물가 흐름은 가볍게 넘길 상황이 아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대를 기록했고 생활물가도 그보다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통계상 일부 신선식품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밥상물가는 여전히 무겁다. 쌀값은 평년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축산물 가격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 전체 지표가 내려갔다고 해서 국민이 밥상물가 안정을 체감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평균은 안정돼도 필수 품목 몇 개가 오르면 가계부는 곧바로 흔들린다. 물가 안정은 경제정책이면서 동시에 국가가 국민 생활의 기본 조건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먹고사는 문제는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식료품 지출 비중이 크다. 같은 물가 상승률이라도 고소득층에는 불편이고 저소득층에는 압박이다. 밥상물가가 흔들리면 인간다운 생활의 기반도 함께 흔들린다. 그렇다고 정부가 가격을 억지로 누르는 방식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시장 가격은 명령으로 오래 버티지 않는다. 농산물은 날씨에 흔들리고 축산물은 가축전염병에 흔들린다. 수입 물가는 환율과 국제 수급에 영향을 받는다. 유통 비용과 인건비도 가격에 반영된다. 밥상물가는 한 부처의 보도자료 몇 장으로 잡히는 문제가 아니다. 생산과 유통, 비축과 수입, 방역과 기후 대응, 취약계층 지원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정부의 할인 지원과 할당관세는 필요하다. 당장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할인은 응급 처방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행사 기간에만 싸지는 가격이 아니라 평소에도 감당 가능한 가격이다. 명절 대책처럼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은 체감 효과가 빠르지만 지속성이 약하다. 민생 대책이라면 한 달짜리 할인보다 1년 뒤에도 작동하는 수급 관리가 더 중요하다. 정치권의 갈등은 늘 소리가 크다. 여야의 말싸움은 기사 제목을 만들기 쉽고 책임 공방은 지면을 채우기 쉽다. 그러나 국민 삶을 오래 붙드는 장면은 따로 있다. 시장 상인의 한숨, 맞벌이 부부의 장바구니, 노년층의 식비 부담, 자영업자의 원가 압박이다. 정치의 말만 따라가면 민생의 소리를 놓친다. 정치보다 민생이 먼저라는 말은 그만큼 절박하다. 밥상물가는 숫자와 현장을 함께 봐야 하는 분야다. 소비자물가지수만 보고 안정됐다고 말하기 어렵고 일부 품목 가격만 보고 위기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통계는 방향을 보여주고 현장은 체감을 보여준다. 정책은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가 국민의 장바구니와 어긋난다면 문제는 국민의 체감이 아니라 정책의 설명력과 집행력에 있다. 정치권은 선거 이후 늘 개혁을 말한다. 그러나 개혁은 거창한 구호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국민이 매일 사는 쌀과 계란과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키는 일도 개혁이다. 유통 단계의 불합리한 비용을 줄이는 일도 개혁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해 농산물 수급 예측을 정교하게 만드는 일도 개혁이다. 취약계층이 식료품 가격 상승을 가장 먼저 떠안지 않도록 지원 체계를 다듬는 일도 개혁이다. 밥상물가를 정쟁의 소재로 쓰는 것은 쉽다. 정부 탓이라고 몰아붙이기도 쉽고 전 정부 책임이라고 돌리기도 쉽다. 그러나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의 승자가 아니다. 가격을 낮추고 공급을 안정시키고 불안을 줄이는 결과다.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길은 말의 강도가 아니라 생활의 변화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정부는 쌀과 축산물 등 필수 품목의 가격 흐름을 더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 둘째, 유통 단계별 비용과 마진을 투명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셋째, 저소득층과 고령층 등 가격 상승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식료품 지원을 더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물가 대책은 전 국민을 향한 큰 구호이면서 동시에 가장 약한 가계를 향한 세밀한 정책이어야 한다. 정치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선거가 끝나면 다음 선거가 시작되고 당내 권력의 셈법도 다시 움직인다. 그러나 국민의 시간은 다르다. 오늘 저녁 장을 봐야 하고 내일 점심값을 계산해야 한다. 이 차이를 모르는 정치는 민심을 읽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밥상은 국민 생활의 가장 낮은 곳에 있지만 정치가 가장 먼저 살펴야 할 자리다. 그곳에서 민심이 생기고 불만도 쌓인다. 물가를 잡지 못한 정치가 민생을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승패의 해석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국민 식탁 위의 부담을 덜어내는 일이다. 밥상물가 안정은 정치보다 앞서는 민생 과제다.
2026-06-05 07: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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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대구의 경고음…'보수 결집력' 숙제
[경제일보]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을 지키고 경남에서도 근소한 우세 흐름을 보였지만 선거 전체 판세에서는 무거운 숙제를 받아들었다. 서울은 개표 막판까지 초접전으로 흘렀고 부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8년 만의 시장직 탈환을 눈앞에 뒀다. 대구에서도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지만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1%포인트 안팎의 경합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의 핵심 기반에서도 압도적 결집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6·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국민의힘에 ‘영남 방어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전국 확장에는 한계를 드러낸 선거’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북에서는 이철우 후보가 우위를 지키며 TK 방어선의 한 축을 세웠고 대구에서는 추경호 후보가 김부겸 후보를 눌렀다. 경남에서도 개표 중반 이후 박완수 후보가 김경수 민주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의 흐름을 함께 놓고 보면 보수 정당의 전국 경쟁력에는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대구는 이겼지만 안심하기 어려웠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대구다. 대구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가장 안정적으로 기대 온 정치 기반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김부겸 민주당 후보는 막판까지 추경호 후보와 접전 구도를 만들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추 후보 49.9%, 김 후보 49.1%로 두 후보 간 격차가 0.8%포인트에 불과했다. 실제 개표에서는 추 후보가 승리했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대구에서 이 정도 접전을 허용했다는 사실 자체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구 접전은 후보 개인 간 승부로만 보기 어렵다. 지역경제 침체, 청년 유출, 산업 전환 지연, 수도권 집중에 대한 피로감이 기존 정당 지지와 별개로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보수 지지층의 막판 결집은 여전히 작동했지만 과거처럼 압도적인 지배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민의힘이 대구에서 이겼더라도 선거 이후 당 안팎에서는 “왜 보수 텃밭에서 이토록 접전이 됐느냐”는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부겸 후보의 선전도 국민의힘에는 부담이다. 김 후보는 대구에서 오랜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민주당 후보가 대구에서 승리하지 못했더라도 보수 핵심 지역에서 막판까지 승부를 끌고 간 것은 민주당의 장기 확장 전략에 의미 있는 장면으로 남는다. 반대로 국민의힘에는 인물 경쟁력과 지역 현안 대응력이 보수 성향의 고정표만큼 중요해졌다는 신호다. ◆ 경북은 방어, 경남은 마지막까지 접전 경북은 국민의힘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방어한 지역이다. 이철우 후보의 우세는 TK 전체가 완전히 흔들린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경북의 방어가 국민의힘 전체 성적표를 덮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북 승리는 전통 지지층 유지의 의미를 갖지만 수도권과 부울경에서 드러난 확장력 약화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경남은 국민의힘이 마지막까지 방어를 시도한 핵심 지역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와 달리 개표 중반 이후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김경수 민주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는 흐름이 나타났다. 다만 표차가 크지 않은 만큼 경남을 일방적인 보수 우세 지역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창원과 김해·양산권, 서부경남의 표심은 지역별로 다른 성격을 보였고 산업과 일자리, 청년 문제에 대한 민심도 선거 과정에서 강하게 드러났다. 결국 국민의힘의 문제는 방어선 자체가 아니라 방어선 밖의 선거다. 대구·경북을 지키고 경남에서도 접전을 벌였더라도 서울에서 초접전을 허용하고 부산을 내준 상황이라면 전국 선거에서 우위를 말하기 어렵다. 선거는 어느 지역을 지켰는지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어디에서 얼마나 잃었고 어느 유권자층을 설득하지 못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 부산 탈환·서울 초접전…보수 확장력의 한계 부산의 결과는 국민의힘에 가장 큰 충격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재수 민주당 후보는 3선에 도전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당선이 확실시되며 민주당의 부산시장직 탈환을 눈앞에 뒀다. 부산은 보수 정당이 오랫동안 강세를 보여 온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변화 요구가 더 크게 작용했다. 부산 선거에서는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산업 재편, 청년 유출, 지역경제 회복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유권자들이 정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보다 생활 현안과 도시의 미래 전략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부산 패배를 후보 경쟁력 문제로만 돌리기 어렵다. 부울경 전체에서 보수 정당의 지역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 초접전도 부담이다. 서울은 전국 민심의 방향을 가늠하는 정치적 지표다.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확실한 우위를 만들지 못하고 개표 막판까지 초접전을 허용했다면 중도층 회복에 한계를 보였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강남권 등 기존 지지 기반만으로는 서울 전체를 장악하기 어렵고 청년층, 무당층, 중도층을 설득할 정책 메시지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울산 흐름도 국민의힘에는 가볍지 않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기준 민주당 후보 우세가 예측되면서 국민의힘의 부울경 방어 전략에는 부담이 커졌다. 부산과 울산의 변화는 영남권 안에서도 산업도시와 항만도시, 청년층이 많은 지역의 표심이 기존 정치 지형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지도부 책임론과 쇄신 논의 불가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선거 이후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선거 기간 보수 결집과 정권 견제론을 앞세웠지만 수도권과 부울경의 중도 표심을 충분히 끌어오지 못했다. 대구·경북 방어선은 지켰지만 서울과 부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고 대구마저 접전 양상을 보였다면 지도부의 선거 전략, 공천, 메시지 관리, 중도층 대응이 모두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의 기존 공식이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보수층 결집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전국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대구에서는 가까스로 결집이 작동했지만 서울과 부산에서는 중도층 설득력이 더 중요했다. 국민의힘이 영남 방어 논리만 앞세운다면 선거 후폭풍을 줄이기 어렵다. 인물 경쟁력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민주당은 서울과 부산 등 상징성이 큰 지역에서 지역 현안과 행정 경험, 세대 교체론을 결합한 선거 전략을 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통 지지층 결집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새로운 유권자층을 끌어오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대구에서 김부겸 후보가 접전을 만든 것도 인물 경쟁력이 지역의 고정 지지 구도를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 보수 결집만으로는 부족해졌다 국민의힘이 받아든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는 보수 결집력의 회복이다. 대구에서 막판 결집이 작동했지만 과거와 같은 압도적 지지는 아니었다. 둘째는 중도층 확장이다. 서울과 부산에서 밀리거나 접전을 허용한 것은 중도층 설득력이 약해졌다는 방증이다. 셋째는 지역 의존 탈피다. TK와 경남을 지키는 것만으로 전국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에서 다시 확인됐다. 민주당에는 정권 안정론을 뒷받침할 정치적 동력이 생겼다. 수도권과 부산에서 성과를 냈고 대구에서도 접전 구도를 만든 만큼 이재명 정부는 지방 권력 재편을 바탕으로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낼 명분을 얻게 된다. 특히 부산 탈환과 서울 초접전, 대구 접전은 민주당이 영남과 수도권에서 동시에 확장 가능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반대로 국민의힘에는 선거 이후가 더 어려운 시간이 될 수 있다. 대구·경북을 지키고 경남에서도 근소한 우세 흐름을 보였지만 전국 판세에서 밀렸다면 지도부 쇄신론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 당내에서는 선거 책임을 둘러싼 공방과 함께 당 노선, 인물 교체, 지역 전략 재정비 요구가 동시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보수 정당이 더 이상 영남 결집만으로 전국 선거를 버틸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느냐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대구와 경북을 지켰지만 서울과 부산에서 밀렸고 대구에서도 예상 밖 접전을 치렀다. 영남 방어선은 남았지만 전국 정당으로서의 확장력에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선거 이후 당내에서는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인물 교체, 지역 전략 재정비, 중도층 회복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가 남긴 메시지는 한 가지다. 보수 결집만으로는 다음 선거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26-06-04 08: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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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승 아니면 책임론…6·3 선거 뒤 여야 모두 '권력 재편' 소용돌이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단순히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14명을 뽑는 선거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 지도부의 명운, 이재명 정부 2기 내각 구상, 차기 총리 인선, 보수 야권의 권력 질서까지 한꺼번에 흔들 수 있는 정치적 분수령이다. 특히 이번 재보선은 ‘미니 총선’ 성격을 띤다. 14개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 가운데 대구 달성을 제외한 13곳이 여당 의원 지역구였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방어전 성격이 강하다. 민주당은 선거 전 자체 판세에서 9곳 우세, 5곳 경합으로 분류했고, 국민의힘은 1곳 우세, 2곳 초경합, 2곳 경합, 9곳 열세로 전망했다.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 등 격전지 결과가 여야 대표의 정치적 운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압승’ 못 하면 정청래 책임론 불가피 민주당 입장에서 이번 선거의 기준선은 낮지 않다. 집권 초반 지방선거라는 점, 야권이 아직 재정비 국면이라는 점, 사전투표율이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인 23.51%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당 내부 기대치는 ‘선전’이 아니라 ‘압승’에 가깝다. 문제는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다. 전북에서 민주당 후보가 무소속 또는 야권 후보에게 밀리거나, 재보선에서 기존 의석을 상당수 지키지 못할 경우 정청래 대표 책임론은 피하기 어렵다. 전북은 민주당의 상징적 기반이고, 재보선 13곳은 사실상 여당 방어선이다. 이 두 전선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이길 선거를 못 이겼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정 대표에게 더 부담스러운 대목은 선거 패배의 원인이 단순한 지역 변수로만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 기간 민주당은 지역 공약과 생활정치보다 중앙정치 이슈, 여야 대표 간 공방,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 더 많이 묶였다. 압승이 좌절될 경우 당내 비주류와 친문·비명계는 “지도부의 강경 노선이 중도층 확장을 막았다”고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민주당은 조기 전당대회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론, 지도부 일부 사퇴론 등으로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정 대표가 버티더라도 당권 경쟁은 조기에 달아오를 공산이 크다. 이미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방선거 직후 사의를 표명하고 8월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여권 안팎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부 권력 재편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가시권에 들어와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전북·재보선은 ‘정청래 리더십’의 바로미터 민주당 책임론의 핵심 지점은 전북과 국회의원 재보선이다. 전북은 민주당이 가장 안정적으로 이겨야 하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접전 또는 패배가 현실화하면 단순한 지역 민심 이반을 넘어 ‘민주당 본진 균열’로 해석될 수 있다. 중앙당 공천과 지도부 선거 전략, 지역 민심 관리 실패가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기존 의석을 지켜내지 못하면 국회 운영 주도권은 물론 이재명 정부의 입법 동력에도 부담이 생긴다. 재보선에서 한두 곳의 상징적 패배가 발생하면 야당은 곧바로 민심의 경고를 앞세울 것이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 초반 경고등을 지도부가 오판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특히 부산 북갑과 경기 평택을은 여야 모두가 주목하는 지역이다. 부산 북갑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에는 부산 확장 전략 실패라는 부담이 생기고 국힘에는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복귀라는 또 다른 변수가 열린다. 평택을 역시 수도권 민심의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 선거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선거 뒤 개각으로 국정 쇄신 나설 듯 선거 결과가 여당에 불리하거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이재명 정부는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국정 쇄신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취임 1주년과 지방선거 직후라는 시점은 개각 명분을 만들기 쉽다. 국정 동력을 새로 확보하고, 민생·경제 중심으로 국정 메시지를 재정비하려면 내각 개편이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정치권에서는 김민석 총리 후임으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정책라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김 총리가 지방선거 뒤 사의를 표명하고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총리 교체와 내각 개편,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함께 맞물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여권 일각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 홍준표 전 대구시장,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도 ‘통합형’ 또는 ‘정무형’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총리 인선의 성격도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이 압승하면 친정체제 강화형 총리가 유력해진다. 반대로 압승에 실패하거나 전북·재보선에서 충격을 받을 경우에는 중도 확장형, 협치형, 지역 통합형 총리 카드가 부상할 수 있다. 국정 쇄신의 핵심은 사람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경제·민생·부동산·금융정책의 방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조정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의힘, 참패 땐 장동혁 체제 붕괴 가능성 국민의힘도 선거 뒤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보수 텃밭인 대구를 내주거나, 부산·울산·경남에서 기대 이하 성적표를 받을 경우 장동혁 대표 체제는 즉각적인 책임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원래 지방선거에서 정권 견제론을 앞세워 반등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지도부가 보수 재건의 구심점이 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국힘의 고민은 단순히 승패가 아니다. 패배 이후 누가 당을 수습하느냐가 더 큰 문제다. 장 대표가 물러날 경우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거나 조기 전당대회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때 친윤계, 비윤계, 개혁보수, 영남 중진, 수도권 소장파가 다시 당권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더 복잡한 변수는 한동훈 전 대표다. 부산 북갑에서 한 전 대표가 당선될 경우, 국힘 내부 권력 지형은 단숨에 흔들릴 수 있다. 선거 전체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면 한 전 대표는 ‘복귀 명분’을 얻는다. 반대로 당이 비교적 선전하더라도 한 전 대표가 원내에 입성하면 장동혁 체제와 차기 당권 구도를 둘러싼 긴장이 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선전해도 내분, 참패해도 내분이라는 역설적 상황인 것이다. 국힘으로서는 대구·부산·울산·경남의 성적이 치명적이다. 대구를 내준다면 보수 정당의 뿌리가 흔들렸다는 상징성이 크다. 부산에서 한동훈 변수가 부상하고, 울산·경남에서 민주당이 선전한다면 영남 전체가 더 이상 보수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단순한 지도부 교체를 넘어 노선 재정립 논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선거 뒤 정국, ‘민생’보다 ‘권력 재편’ 빨려들 수도 이번 선거의 역설은 지방선거임에도 결과 해석은 중앙정치로 빨려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유권자는 지역 일꾼을 뽑지만, 정치권은 선거 결과를 당권·대권·내각·노선 경쟁의 신호로 읽을 것이다. 민주당은 정청래 체제 유지 여부와 이재명 정부 2기 개각이 맞물리고, 국민의힘은 장동혁 체제 존속 여부와 한동훈 전 대표의 복귀가 충돌한다. 선거 뒤 정국은 세 갈래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먼저 민주당이 광역단체장과 재보선에서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면 정청래 대표는 리더십을 방어하고, 이재명 정부는 개각을 통해 국정 드라이브를 강화할 수 있다. 또 민주당이 이겼지만 전북·재보선에서 상처를 입으면 여당 내부 책임론과 내각 쇄신론이 동시에 분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이 대구 등 텃밭을 잃고 참패하면 보수 재편 논의가 본격화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의 정청래, 장동혁 대표는 선거에 이기더라도 전북, 대구, 한동훈 전 대표 승리 등 변수에 따라 대표직을 내려놔야 할 상황에 몰릴 수 있다”며 “상처뿐인 승리라는 역설이 통하는 게 이번 6·3선거다”라고 말했다.
2026-06-03 15: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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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새만금 실행론' 굳히기냐, 오지성 '여당 책임론' 반격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국회의원 재선거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지성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대결로 압축됐다. 이번 선거의 질문은 분명하다. 군산·김제·부안갑 유권자가 김 후보의 ‘새만금 전문가론’과 민주당 조직력에 힘을 실을 것이냐, 아니면 오 후보의 ‘재선거 책임론’과 일당 독점 견제론에 표를 줄 것이냐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21대 국회의원, 새만금개발청장을 지낸 인물이다. 민주당은 지난 6일 김 후보를 군산·김제·부안갑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 군산·김제·부안갑 당협위원장으로,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 오 후보를 단수 공천했다. 여론조사 흐름은 ‘김의겸 우세, 오지성 열세’ 현재 김의겸·오지성 후보간 공식 양자대결 여론조사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지난 3월 다자대결 여론조사가 몇 차례 실시됐는데 김의겸 후보의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JTV·전북일보·전라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월 13~14일 군산·김제·부안갑 선거구 만 18세 이상 남녀 5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후보 적합도 조사(다자대결)에서 김의겸 후보는 54%를 기록해 4명의 조사대상 중 1위를 차지했다. 오지성 후보는 3%로 최하위였다. 이 조사는 통신 3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1%포인트, 응답률은 25.5%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후 전주MBC·전북도민일보·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3월 27~29일 같은 선거구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김 후보는 선두 흐름을 이어갔다. 후보 선호도 조사(다자대결)에서 김의겸 전 청장은 43%로 조사대상 5명중 1위였다. 오 후보는 2%로 최하위였다. 이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률은 22.5%였다. 이런 수치만 놓고 보면 김 후보의 우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재선거는 통상 투표율이 낮고 조직 결집의 영향이 크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민주당 소속 전임 신영대 의원의 낙마로 치러진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선 민주당이 자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민주당 강세와 김 후보 개인 경쟁력은 강하지만 낮은 투표율과 재선거 책임론은 오 후보가 파고들 수 있는 틈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관측이다. 김의겸, 새만금 이해도 ‘강점’…개발청장 조기 사퇴 ‘부담’ 김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새만금 현안에 대한 이해도다. 군산·김제·부안갑에서 새만금은 단순한 개발 공약이 아니다. 산업단지, 항만, 에너지, 기업 유치, 일자리, 지역소멸 대응이 모두 얽힌 핵심 의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새만금개발청장인 지낸 김 후보를 전진 배치했다. 김 후보는 최근 “새만금을 시민의 억만금으로 만들겠다”는 경제 비전을 내세우며 민주당 원팀 선거를 강조했다. △새만금 RE100 산단 △군산조선소 완전 재가동 △현대차 등 대기업 투자 유치 △항만·물류망 확충 등의 정책 공약도 제시했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새만금개발청장 조기 사퇴 논란이다. 김 후보가 취임 8개월 만에 재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자 전북 지역 시민사회 일부가 ‘도민 기만’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측에선 김 후보가 “새만금을 더 크게 추진하기 위한 국회 진출”이라는 논리로 이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 후보의 기회 요인은 민주당의 압도적 지역 기반이다. 이지역의 민주당 조직력은 강하다. 반면 위협 요인은 책임론이다. 이번 재선거 자체가 민주당 전임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오 후보가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는 쟁점이다. 오지성, 책임론·견제론 ‘무기’…낮은 지지도는 ‘한계’ 오 후보의 강점은 구도의 선명성이다. 국민의힘 후보로서 민주당 일당 독점에 대한 견제론, 재선거 책임론, 지역정치 쇄신론을 한 문장으로 묶을 수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오 후보를 단수 추천하면서 “3개 시·군의 화합을 이끌고 전북 서해안 권역의 새로운 도약을 견인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오 후보가 파고들 지점은 분명하다. “왜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선거비용, 국회의원 공백, 지역 현안 지연을 민주당 책임론과 연결하면 일정한 반향을 만들 수 있다. 이 지역 국힘 관계자는 “특히 군산조선소 재가동, 새만금 산단 기업 유치, 김제·부안 농어촌 지원, 원도심 재생이 지체됐다는 불만을 생활 의제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점은 크다. 공개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는 다자대결이지만 한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 이는 단순한 인지도 부족을 넘어 전북 정치지형의 구조적 열세를 보여준다. 오 후보가 보수층 결집만으로 판을 흔들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 후보의 기회는 부동층과 민주당 공천 피로감이다. 민주당 후보가 앞서지만, 재선거를 만든 정당이 다시 후보를 냈다는 점에 대한 비판 여론은 남아 있다. 반면 위협 요인은 선거가 ‘새만금 전문가론’으로 굳어지는 경우다. 김 후보가 새만금개발청장 경력을 앞세워 정책 경쟁을 주도하면, 오 후보의 심판론은 대안 없는 비판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김의겸 ‘새만금 공약 구체화’...오지성 ‘생활 실익론’ 대결 김 후보의 필승 카드는 새만금이다. 그러나 새만금은 오랫동안 약속만 반복된 의제이기도 하다. 유권자는 더 이상 “새만금을 키우겠다”는 말만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지역 정가에선 보고 있다. 한 정치 컨설팅 관계자는 “김 후보는 새만금 RE100 산단에 어떤 기업을, 어떤 전력·물류·세제 조건으로, 어느 시점까지 유치할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며 “군산조선소 완전 재가동도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협력업체 생태계 복원, 숙련공 복귀, 항만·물류 연계까지 포함한 산업 회복 계획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가 남은 선거기간 보여줘야 할 것은 ‘새만금 100일 로드맵’”이라며 “국회 입성 직후 발의할 법안, 확보할 예산, 협의할 부처, 점검할 현장을 한 장의 표로 압축하면 새만금 전문가론은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의 히든카드는 민주당 책임론을 생활 의제로 번역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잘못했다는 구호에 그치지 말고 국회의원 공백으로 어떤 예산이 늦어졌고, 어떤 사업이 지체됐으며, 주민 삶에 어떤 손실이 생겼는지를 사례로 제시해야 한다는 게 지역 정가의 주문이다. 오 후보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반민주당 정서가 아니라 “경쟁해야 지역이 바뀐다”는 실익론이다. 한 여론조사 곤계자는 “오 후보는 새만금과 군산조선소, 농어촌 고령화, 청년 정착, 김제·부안과의 생활권 연계, 원도심 상권 회복을 구체적 공약으로 내놓아야 한다”며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보수 결집보다 무당층과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 설득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선거의 막판 변수를 세 가지로 본다. 첫째는 투표율이다.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도 재선거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력과 결집도가 결과를 흔들 수 있다. 둘째는 책임론의 확산 여부다. 신 전 의원 낙마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은 오 후보에게 마지막 공간이다. 셋째는 새만금 공약의 구체성이다. 지역 유권자는 중앙정치의 말보다 일자리, 공장, 항만, 도로, 기업, 청년 정착의 숫자를 묻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군산·김제·부안갑 선거는 겉으로는 민주당 우세 지역의 수성전이지만 그 속으로는 새만금 실행론과 민주당 책임론의 대결”이라며 “유권자들은 누가 군산·김제·부안의 묵은 약속을 실제 삶의 변화로 바꿀 수 있느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6-05-13 15: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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