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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큐셀, 메타 태양광 사업 수주…AI 전력시장 공략 속도
[경제일보] 한화큐셀이 메타(Meta)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미국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화큐셀이 모듈 제조부터 설계·조달·시공(EPC)까지 아우르는 북미 태양광 통합 솔루션 역량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미국 재생에너지 개발사 젤레스트라 에너지(Zelestra Energy)와 인디애나주 깁슨 카운티에 들어설 200MW 규모 태양광 발전소의 모듈 공급 및 EPC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에서 한화큐셀은 약 32만장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고 발전소 설계·조달·시공을 맡는다. 발전소는 2027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완공 후 생산되는 전력은 젤레스트라와 메타가 체결한 전력구매계약(PPA)에 따라 메타가 사용한다. 200MW 규모 태양광 발전소는 미국 약 3만6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과거 석탄 채굴장이었던 부지를 재생에너지 생산 거점으로 바꾸는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프로젝트 명칭은 ‘리클레메이션(Reclamation)’이다. 개발과 활용이 끝난 산업 부지를 복원해 친환경 에너지 생산 기지로 전환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발전소 완공 이후에는 토양 안정화와 녹지 복원 등을 통해 지역 생태계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계약의 또 다른 의미는 미국 현지 생산 기반과 세제 혜택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의 EPC 범위는 설계·조달·시공까지 포함된다”며 “공급 모듈은 조지아산이 맞고, IRA 세제혜택이 적용되는 건도 맞다”고 했다. 다만 개발사와 전력 구매자가 공개하지 않은 제품명과 출력 등 세부 정보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태양광 모듈과 셀, 웨이퍼 등 청정에너지 제조 부품에 대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공하는 구조다. 미국 연방 관보에 따르면 세액공제 대상에는 태양광 모듈, 태양광 셀, 웨이퍼,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핵심 부품이 포함된다. 한화큐셀이 조지아 현지 생산 모듈을 공급하는 이번 프로젝트가 IRA 수혜 구조에 들어간다는 점은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단순한 태양광 발전소 공사 계약이 아니라 AI 시대 전력 인프라 시장 진입 사례로 보고 있다. 메타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확대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장기 전력계약을 늘리고 있다. 로이터는 메타가 최근 미국 원전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우주 기반 태양광 기업과도 최대 1GW 규모 전력 확보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기업 재생에너지 구매 시장에서도 빅테크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지난해 전 세계 기업 청정에너지 구매량이 감소했음에도 미주 지역은 예외적으로 증가했고,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4개사가 전체 기업 구매 활동의 49%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가 재생에너지 PPA 시장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북미 최대 규모 태양광 통합 제조기지인 ‘솔라 허브’를 구축하고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현지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모듈 공급뿐 아니라 금융, EPC까지 포함한 통합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미국산 모듈 공급 능력과 대형 EPC 수행 경험이 결합된 사례로 평가된다. 한화큐셀 크리스 호드릭(Chris Hodrick) EPC사업부문장은 “한화큐셀은 미국 내 제조 역량과 검증된 EPC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전력을 공급받고자 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청정에너지 목표 달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07-06 13: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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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 국제금융센터 중심 대전환…'5+1' 서비스 생태계 구축 박차
베트남 경제 수도 호찌민(Hồ Chí Minh)시가 베트남과 동남아시아의 핵심 서비스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나섰다. 호치민시 인민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고부가가치 현대 서비스 중심지 구축 계획’에 따르면 시는 국제금융센터를 핵심 축으로 삼고 5대 전략 서비스 산업을 연계하는 이른바 ‘5+1’ 서비스 생태계 모델을 본격 가동한다. ◆ 국제금융센터가 이끄는 ‘5+1’ 생태계…2030년 서비스 비중 65% 목표 호찌민시는 연 10~11%의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서비스 산업을 지목했다. 구체적으로 2025~2030년 동안 시 전체 성장률을 웃도는 연 12~14%의 서비스업 성장을 이끌고 2030년까지 서비스업이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60~65%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는 글로벌 주요 서비스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신개념 전략인 ‘5+1’ 연결 모델은 국제금융센터를 주축으로 금융·은행·보험 산업을 육성하고 이에 시너지를 낼 5대 전략 센터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5대 센터는 해양·물류, 정보통신·과학기술(혁신 및 전문활동), 관광, 의료, 교육·훈련 분야로 구성된다. 호찌민시는 이 모델을 통해 각 산업이 개별적으로 성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급망 안에서 상호 보완하는 역동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나아가 글로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 정부 기관을 아우르는 개방형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 파격적 인센티브와 부지 확보…‘디지털 슈퍼포트’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호찌민시는 제도 개선과 인프라 확보를 동시에 추진한다. 시 정부는 투자 인센티브 제공, 기업 비용 절감, 세제 혜택 확대, 금융 접근성 제고를 골자로 한 특화 정책을 검토·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회가 부여한 특례 제도를 적극 활용해 전략적 투자 유치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행정 및 기술 혁신을 포함한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시의 자율성과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폭적인 권한 이양을 담은 ‘특별도시법’ 제정도 제안할 방침이다. 전략 산업을 수용할 부지도 우선 확보된다. 국제금융센터와 소프트웨어 기술 허브, 국제 표준 혁신 네트워크 구축 공간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센터와 대형 전시장 부지가 차례로 지정된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물류 역량을 갖추기 위해 까이멥-티바이-껀저 지역에는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 통합 물류 시스템을 갖춘 ‘디지털 슈퍼포트(초대형 항만)’를 구축해 동남아시아 핵심 물류 관문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 신도시·스마트시티 연결망 확대…광역 경제권 구축 이 같은 서비스 경제를 뒷받침할 공간 인프라 확장도 가속화된다. 호치민시는 2030년 이전 투티엠(Thu Thiem) 신도시를 완공하고 푸미흥(Phu My Hung) 2단계 사업과 껀저(Can Gio) 해양도시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인근 붕따우, 호찌람, 푸미 지역의 도시 정비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도시 간 연결성도 대폭 강화된다. 호치민 중심부와 디안, 투안안, 투저우못, 벤깟, 푸미 등 주요 거점을 잇는 스마트시티 체인을 구축하고 롱탄-호짬 고속도로 주변에 신도시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순환도로 2·3·4호선 건설과 주요 고속도로인 호찌민-목바이, 호찌민-투저우못-쩐타인 노선 개설, 투티엠4교와 깐저교 건설 사업 등을 조속히 추진해 서비스 산업의 광역 거점을 완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6-06-23 17: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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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는 누구의 전기를 먹고 자라는가
[경제일보] 인공지능은 더 이상 화면 속 기술이 아니다. 질문에 답하고 문서를 요약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공장을 움직이고 병원을 보조하고 조선소와 물류창고, 자율주행차와 국방 시스템으로 들어가고 있다. AI가 현실 세계를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산업정책의 언어도 달라졌다. 이제 AI 경쟁은 모델 성능의 문제가 아니다. 전력과 부지, 데이터센터와 지역 수용성의 문제가 됐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과 피지컬 AI 확산에 속도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늦으면 따라잡기 어렵다. 인허가를 빠르게 하고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하고 제조 현장에 AI를 심겠다는 방향도 틀리지 않다. 반도체와 통신망, 로봇과 제조업을 가진 우리가 AI를 산업 현장과 결합하지 못한다면 미래 경쟁에서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속도만으로 산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미래 산업이라는 말은 많은 것을 가린다. AI 데이터센터는 미래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심장은 피를 먹고 뛴다. AI 데이터센터가 먹는 것은 전기와 물, 토지와 송전망이다. 그 위에 지역 주민의 수용성, 환경 부담, 전력요금, 세제 혜택, 고용 효과가 얹힌다.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그 계산서는 누가 받는가. 데이터센터 하나가 들어서면 건설 기간에는 지역이 분주해진다. 장비가 들어오고 공사가 진행되고 숙박과 식당도 잠시 움직인다. 그러나 완공 뒤의 모습은 다르다. 고도로 자동화된 시설은 생각만큼 많은 상시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보안과 시설 관리, 전력·냉각 설비, 운영 인력이 필요하지만 제조공장처럼 대규모 고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전력망 부담과 부지 갈등, 냉각수 문제와 환경 우려는 지역에 남는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장면을 여러 차례 봤다. 산업단지는 성장의 상징이었지만 어느 순간 환경과 노동 격차의 현장이 됐다. 발전소와 송전탑은 국가 전력망의 필수 시설이었지만 지역 주민에게는 희생의 상징이 됐다. 데이터센터도 다르지 않다. 이름만 미래 산업일 뿐 결국 땅 위에 짓는 시설이고 전력망에 기대는 산업이며 지역과 함께 살아야 하는 인프라다. 사회적 계산서를 쓰지 않은 산업정책은 언제나 뒤늦은 갈등 비용을 치른다. 그렇다고 AI 데이터센터를 늦추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유럽은 AI 인프라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AI 모델을 돌릴 컴퓨팅 자원, 이를 감당할 전력망, 산업 현장에 적용할 데이터와 로봇 체계가 없으면 AI 주권은 구호에 그친다. 남의 클라우드에 기대고, 남의 칩을 빌려 쓰고 남의 모델을 가져다 쓰는 나라는 편리할 수는 있어도 주도권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핵심은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설계하는 일이다. 어디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것인가. 어떤 전력을 쓸 것인가. 지역에는 무엇이 돌아갈 것인가. 주변 산업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중소기업과 대학, 직업교육기관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가. 전력·냉각·보안·운영 인력은 지역에서 길러낼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인허가만 앞당기면 산업은 커져도 신뢰는 작아진다. 피지컬 AI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국산 AI 반도체, AI 모델, 소프트웨어, 로봇·센서, 컴퓨팅 인프라를 묶는 한국형 풀스택을 말한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풀스택은 발표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도체 기업과 로봇 기업, 통신사와 클라우드 기업, 제조 대기업과 협력사, 대학과 연구기관이 실제 프로젝트 안에서 함께 움직여야 한다. 공장 데이터를 쓸 수 있어야 하고 보안 책임을 정해야 하며 실패를 허용하는 실증 공간도 있어야 한다. AI 전환이 몇몇 대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대기업 생산라인은 AI로 고도화되는데 협력사는 여전히 인력난과 비용 부담에 갇혀 있다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은 올라가지 않는다. 피지컬 AI가 진짜 산업정책이 되려면 중소기업과 지역 제조 현장까지 내려가야 한다. AI가 대기업의 효율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제조 생태계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장치가 돼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선언이 아니라 조율이다. 특례를 만들고 협의체를 띄우고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력망 투자와 산업 입지, 데이터 활용과 보안, 인재 양성과 지역 보상 체계를 함께 묶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과기정통부만의 일이 아니고 피지컬 AI는 산업부만의 일이 아니다. 지역 수용성은 지자체만의 몫도 아니다. 이것은 국가 운영체계를 다시 짜는 일이다. 우리는 이제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바꾼다면 어떤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가. 데이터센터가 지역에 들어온다면 주민에게 무엇이 돌아오는가. 기업이 전력과 세제 혜택을 받는다면 사회에는 어떤 책임을 지는가. 정부가 미래라는 이름으로 속도를 요구한다면 안전과 환경, 지역의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이런 질문을 통과하지 못한 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AI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AI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AI를 너무 좁게 보는 것이다. 챗봇 성능만 보고 데이터센터를 건물로만 보고 피지컬 AI를 로봇 시연으로만 보는 일이다. AI는 이미 전력망과 공장, 지역사회와 노동시장으로 들어왔다. 그만큼 산업정책도 넓어져야 한다. 기술의 속도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까지 함께 봐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필요하다. 피지컬 AI도 필요하다. 우리 제조업이 다시 도약하려면 이 길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미래 산업이라는 말이 모든 절차와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속도는 중요하다. 설계 없는 속도는 사고를 부른다. 정부와 기업은 답해야 한다. AI 인프라가 우리 경제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지역과 중소기업, 노동시장과 청년에게 어떤 기회를 줄 것인가. 전기와 물, 땅과 세금의 계산서를 누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AI 시대의 경쟁은 빨리 짓는 나라와 늦게 짓는 나라의 싸움만이 아니다. 제대로 짓는 나라와 대충 짓는 나라의 싸움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AI 데이터센터를 짓되 지역과 함께 짓고 피지컬 AI를 키우되 제조 생태계 전체와 함께 키워야 한다. 미래는 속도로만 오지 않는다. 미래는 설계된 만큼만 온다.
2026-06-21 12: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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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8000시대…이제 다음을 준비하자
[경제일보] 코스피 8000시대가 열렸다. 숫자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시장의 공기는 달라졌다. 5000선 돌파 때는 기대가 앞섰고, 6000선에서는 의심과 환호가 엇갈렸다. 7000선을 지나 8000선을 넘자 이제 다른 질문을 던진다.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가 아니라 ‘이 상승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2026년 5월 26일 종가 기준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5% 오른 8047.51에 마감했고, 삼성전자는 2.22%, SK하이닉스는 5.72% 상승했다. 다음 날에도 반도체 대형주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5월 27일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고, 한국 코스피가 올해 들어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 이번 랠리의 주역은 단연 반도체다. 인공지능 서버, 고대역폭메모리,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다시 한국 증시의 심장부로 밀어 올렸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수출 엔진이고, 기술 주권의 방파제이며, 자본시장의 가장 강력한 실적 근거다. 주가가 오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과거 유동성 장세와 달리 이번 상승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익 전망 상향과 산업 슈퍼사이클이라는 실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축포 소리 속에서 다음 위험을 키운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고, 기술주가 향후 이익 전망의 대부분을 떠받치는 구조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 상장사의 17%만 주가가 올랐고, 반도체 ‘투톱’ 쏠림이 뚜렷하다. 지수는 8000인데, 체감 수익률은 투자자마다 크게 다르다. 이것이 8000시대의 첫 번째 역설이다. 코스피 8000은 끝이 아니라 시험대다.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하려면 주가 상승을 제도 상승으로 연결해야 한다. 주주친화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자본시장 신뢰의 기본 조건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에만 쓰이고 일반주주는 의사결정의 주변부에 머문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이름만 바꿔 다시 돌아온다. 주가가 올랐다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가 상승은 개혁을 미룰 이유가 아니라 개혁을 완성할 기회다. 그런 점에서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 개혁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이미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집중투표제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은 시장의 기대를 키운 핵심 재료였다. 한국의 개정 상법이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해 자사주가 지배력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온 관행을 겨냥했다. 다만 제도는 법전에 적힌 문구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실질적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는지, 물적분할과 중복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이익이 보호되는지,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가 수탁자 책임을 제대로 행사하는지,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이 시장의 공포가 될 만큼 강한지까지 봐야 한다. 자본시장 개혁은 지수를 올리는 이벤트가 아니라 시장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수익의 다각화다. 반도체가 한국 증시의 앞문을 열었다면, 다음 방은 전력기기, 원전, 조선, 방산, 자동차, 로봇, 바이오, 금융, 콘텐츠, 인프라 기업들이 채워야 한다. AI 시대의 반도체 수요는 전력망과 냉각장치, 데이터센터, 소재·부품·장비, 보안,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어진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반도체 주가만의 축제로 끝낼 것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투자 기회로 넓혀야 한다. 금융권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은행 예금과 부동산에 갇혀 있던 가계 자산을 생산적 자본으로 이동시키려면 장기투자 상품, 배당형 상품, 연금계좌, ISA, 퇴직연금의 질을 높여야 한다. 개인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 급등주를 따라붙는 통로가 아니라 산업 성장의 열매를 장기적으로 나눠 갖는 구조다. 레버리지 ETF와 신용융자가 시장의 불쏘시개가 될 수는 있어도, 국민 자산 형성의 기둥이 될 수는 없다. 특히 빚투의 확산은 경계해야 한다. 최근 한국 증시 랠리가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상품으로 더 가팔라지고 있으며, 증거금 부채가 크게 늘었다. 거래대금이 늘고 계좌가 불어나는 것은 시장의 활력이다. 그러나 빚으로 산 주식은 작은 조정에도 큰 손실을 만든다. 상승장에서는 모두가 용감해 보이지만, 하락장에서는 레버리지가 먼저 무너진다. 정부도 시장의 환호에 취해선 안 된다. 세제 혜택, 배당소득 과세 정비, 장기투자 유인, 불공정거래 근절, 공시 투명성 강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특정 지수 목표를 앞세워 시장을 관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시장은 방향을 제시받을 수는 있어도 끌려가서는 안 된다. 자본시장 선진화의 핵심은 정부의 손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규칙이 선명해지고, 기업과 투자자가 그 규칙을 신뢰하는 데 있다.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주주환원은 주가가 오를 때만 내놓는 시혜가 아니라 자본 조달의 대가다. 배당을 늘리고, 불필요한 자사주는 소각하며, 자본비용보다 낮은 수익률의 투자는 과감히 접어야 한다. 총수 일가의 지배권 방어보다 기업가치 제고가 우선이라는 원칙이 자리 잡아야 한다. 8000시대의 기업은 더 이상 ‘한국 시장이라서 이 정도면 된다’고 말할 수 없다. 글로벌 자금은 한국 기업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만으로 보지 않는다. 이사회, 공시, 배당, 승계, 소수주주 보호까지 함께 본다. 고전은 늘 흥분한 시대에 차가운 생명수 역할을 한다. <맹자>에는 “우환에서 살고 안락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번영의 순간에 위험을 생각하는 나라와 기업은 오래 간다. 반대로 좋은 시절이 계속될 것이라 믿는 순간, 시장은 가장 비싼 수업료를 요구한다. 코스피 8000시대에 필요한 태도는 도취가 아니라 절제다. 비관이 아니라 준비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저평가의 늪에 갇혀 있었다. 기업은 돈을 벌어도 주주는 소외됐고, 지배구조는 복잡했으며, 불공정거래 처벌은 약하다는 불신이 컸다. 이제 그 늪에서 빠져나올 기회가 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문을 열었고, 자본시장 개혁은 그 문을 닫히지 않게 만드는 경첩이다. 문이 열렸다고 집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코스피 8000은 한국 경제에 주어진 상장이 아니다. 숙제장이다. 첫 줄에는 반도체 경쟁력을 더 키우라고 적혀 있다. 둘째 줄에는 주주친화 정책을 되돌리지 말라고 적혀 있다. 셋째 줄에는 특정 업종 쏠림을 넘어 산업과 수익의 지평을 넓히라고 적혀 있다. 넷째 줄에는 개인투자자의 열기를 장기 자산 형성의 문화로 바꾸라고 적혀 있다. 지금 필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코스피 8000을 자축하되 8000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음 단계의 한국 자본시장은 더 높은 지수가 아니라 더 깊은 신뢰로 증명돼야 한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시장을 제도가 떠받치고, 주주가 믿는 기업이 자금을 끌어오며, 국민의 자산이 생산적 투자로 흐를 때 비로소 코스피 8000은 일시적 기록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 출발선이 될 것이다.
2026-05-28 1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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