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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전국민 생계비통장' 출시 外
[경제일보] 카카오뱅크, '전국민 생계비통장' 출시 카카오뱅크가 압류 상황에서도 고객의 최소 생계비를 보호하는 '전국민 생계비통장'을 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전국민 생계비통장은 압류 방지 기능으로 금융 취약계층의 기초 생활을 보장하는 정책형 상품이다. 만 14세 이상 고객이면 누구나 월 250만원 입금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입금할 수 있다. 다만 전체 금융기관 중 1곳에서만 개설 가능하다. 카카오뱅크는 상품 출시를 기념해 올해 말까지 연 2% 기본금리를 제공한다. 또한 매달 1일 새로운 입금한도 부여·250만원 기본 한도 도달 시 고객에게 알림을 전송한다. 이 외에도 애플리케이션(앱) 내 거래내역서,잔액증명서 확인, 공과금 납부 등 편의 기능을 지원한다. 가입 이벤트도 진행된다. 다음달 30일까지 위 상품에 가입 후 응모한 고객은 추첨을 통해 경품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이 압류 상황에서도 소중한 일상을 지키고 재기할 수 있도록 이번 상품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소상공인과 중·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 실천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h수협은행 'Sh쿠폰적금 With Amore Mall' 출시 Sh수협은행이 금융과 뷰티를 연결한 적금상품 'Sh쿠폰적금 With Amore Mall'을 다음달 출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상품은 적금 가입 고객에게 아모레퍼시픽 공식 온라인몰 '아모레몰'에서 사용 가능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만기는 1년으로 가입부터 만기까지 각 기간별 미션 달성 시 기프트카드, 쿠폰, 멤버십 무료 이용권 등을 지급한다. 금리는 최고 연 4.3%(기본금리 3.5% 포함)까지 적용된다. 우대금리는 △마케팅 동의 시 연 0.1%p △수협은행 적금 첫 거래일 경우 연 0.4%p △수협은행 입출금통장에서 6회 이상 자동이체된 경우 연 0.3% 등이다. Sh수협은행 관계자는 "K뷰티에 관심이 큰 고객들에게 국내 화장품 부문 인터넷 쇼핑몰 최강자인 아모레몰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혜택과 높은 금리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젊은 층은 물론 다양한 신규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하고 앞으로도 금융과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한 다양한 임베디드 금융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대표 봉사단 'MG따숨' 출범 새마을금고가 지역사회와 상생, 사회적 책임 실천 강화를 위해 새마을금고 대표 봉사단 'MG따숨'을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전국 새마을금고의 봉사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연계·운영해 지역 내 사회공헌활동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새마을금고는 단순 일회성 활동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활동 기반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MG따숨은 전국 13개 지역을 단위로 지역별 최소 3개 이상 새마을금고, 50명 이상 봉사단원이 참여한다. 봉사단은 지역사회 내 재난·재해 등 대규모 인력지원이 필요할 시 봉사활동에 나서며 평소에도 지역 밀착형 봉사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MG따숨 봉사단은 오는 7월까지 지역별 자체 모집, 발족식을 마친 후 올해 하반기를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추진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MG따숨은 지역사회와 가장 가까운 금융협동조합인 새마을금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상생 플랫폼으로 운영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따뜻한 숨결을 전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5-19 14: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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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번 사람과 존경받는 사람 사이
[경제일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수면 위아래를 오가고, 미국의 군사자산이 걸프만에 묶여 있는 동안,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좁은 해협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심장부로 떨리고 있다.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유가는 오르고 선박 운임도 함께 치솟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공포로 기억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시장의 기회로 바꾼다. 냉정하게 말하면 해운업은 원래 그런 세계다. 세계의 불안 위에서 수익을 만든다. 그러나 같은 돈을 벌어도 세상은 어떤 기업인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어떤 기업인에게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부를 숫자로만 생각하지만 실제 사회는 숫자보다 태도를 기억한다. 그 돈이 어디를 향했는지,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남겼는지, 위기 속에서 어떤 얼굴을 보여줬는지를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요즘 해운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장금상선의 정태순 회장이다. 호르무즈 리스크와 VLCC 운임 급등 속에서 장금상선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VLCC, 즉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길이 300미터를 넘는 거대한 선박으로 단 한 번의 항해로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실어 나른다.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원유 수송의 대동맥이자, 시황이 불안할 때는 바다 위의 원유 저장고가 된다. 장금상선은 세계 최대 수준의 VLCC 선대를 확보했고 최근에는 100척 규모의 초대형 발주까지 추진하며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냉혹한 시장 판단만 놓고 보면 대단한 승부사다. 그런데 정태순 회장에 대한 업계 안팎의 시선은 의외로 우호적이다. 해운업은 원래 국민적 호감을 얻기 어려운 산업이다. 배는 바다 위에 있고 돈은 숫자로 움직인다. 일반 국민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태순 회장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가 번 돈을 어디에 썼느냐와 관련이 있다. 정 회장은 해양 인재 양성 지원과 공익재단 활동, 기부와 사회공헌을 꾸준히 이어왔다. 거창한 이름을 앞세운 자선이 아니었다. 산업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조용하게 쌓아왔다. 시장은 결국 그것을 읽는다. "함께 가는 기업인"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기업인은 사회 안에서 존재한다. 공동체가 등을 돌리면 아무리 많은 배를 가져도 고립된다. 반대로 공동체와 호흡하면 부는 비로소 존경으로 이어진다. 완벽한 기업인이라는 말이 아니다. 어느 기업주에게나 그늘은 있다. 다만 정태순 회장의 이름 앞에 지금 붙는 수식어는 '탈세'가 아니라 '해양'이다. 그 차이는 작지 않다. 바로 그 지점에서 한 인물이 떠오른다. 한때 '선박왕'으로 불렸던 시도그룹 권혁 회장이다. 권혁 회장의 사업은 VLCC와는 결이 다르다. 벌크선과 컨테이너 피더선을 중심으로 인트라아시아 항로를 누볐다. 정태순 회장과는 다른 바다에서 다른 배로 싸운 사람이다. 그러나 해운업 안에서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이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로는 오늘의 주제와 함께 놓일 수밖에 없다. 권혁 회장은 한국 해운업 역사에서 빼놓기 어려운 이름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십수 년간 국내 조선소에 총 121척의 선박을 발주했다. 계약 규모는 약 9조 원, 직·간접 경제효과는 13조원을 넘는다는 추산도 있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빅3와 중소 조선소까지, 일감 가뭄에 시달리던 현장에 권혁 회장의 발주서는 단비였다. 수천 명의 용접공과 설계사, 협력업체 직원들이 그 계약서 한 장에 생계를 얹었다. 공격적 투자와 승부사 기질만 놓고 보면 한국 조선·해운업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선박왕'이라는 이름도,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수식어도 그 시절에 붙었다. 그러나 세상이 권혁 회장을 기억하는 방식은 안타깝게도 그 이름 쪽으로 굳어지지 않았다. 2010년 국세청이 권혁 회장에게 4101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역외탈세 혐의였다.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고 '선박왕'은 하루아침에 '탈세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왕 시리즈' 보도의 대표 사례가 됐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이 선고됐다. 물론 법적으로 볼 부분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최종 확정심에서 실제 유죄로 인정된 세액은 약 7억원 수준이었다. 핵심 쟁점이었던 법인세 포탈 혐의는 무죄로 확정됐다. 수천억 원짜리 세금 폭탄이 7억원짜리 판결로 귀결된 것이다. 국제 해운업의 특수성도 있다. 선박은 편의치적국에 등록하고 운영은 다국적 법인 네트워크를 통한다. 이 구조가 조세 회피를 위한 것인지 글로벌 해운업의 통상 관행인지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당시 국세청 역외탈세 수사가 실적 압박 속에서 과도하게 진행됐다는 비판도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조세 정의와 산업 현실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사건은 남겼다. 그러나 기업인의 평판은 판결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은 판결문보다 기억을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언론이 처음 보도한 4101억원짜리 헤드라인은 기억되고, 대법원에서 사실상 뒤집어진 결론은 기억되지 않는다. 더구나 권혁 회장은 재판 기간 내내 언론을 통해 억울함을 간간이 피력했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과 사회적 신뢰를 쌓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는 자신의 서사를 방어하는 행위이고 후자는 공동체에 무언가를 내어주는 행위다. 사회는 자신을 향한 해명보다 타인을 향한 행동을 더 오래 기억한다. 결국 권혁 회장에게 남은 것은 "수천억 원대 조세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라는 그림자였다. 바로 그 지점에서 기업인의 운명이 갈린다.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이 많다. 그러나 존경받는 부자는 드물다. 한국 사회는 부 자체보다 "어떻게 벌었는가"와 "어디에 쓰는가"를 더 집요하게 본다. 국민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많이 번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만 가지려는 사람에게 등을 돌릴 뿐이다. 성경 누가복음에는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재산은 권리인 동시에 책임이라는 뜻이다. 법구경은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나 덕의 향기는 사방으로 퍼진다"고 말한다. 돈은 항구에 묶이지만 덕은 사람 사이를 건넌다. 선박은 바다를 건너지만 사람의 이름은 결국 마음 위에 남는다. 노자의 도덕경은 더 직설적이다. "천도는 남는 곳의 것을 덜어 부족한 곳을 채운다(損有餘而補不足)" 동양 고전은 오래전부터 부의 순환을 말해왔다. 오늘날 ESG니 사회적 책임이니 하는 개념도 결국 이 오래된 상식의 현대적 표현에 불과하다. 세계의 거상들은 결국 그 지점에서 이름이 달라졌다.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는 단지 배를 많이 가졌기 때문에 전설이 된 것이 아니다. 부와 영향력을 문화와 공공 영역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그 이름이 남았다. 록펠러는 독점기업의 탐욕이라는 비판 속에 살았지만 거대한 기부와 재단 활동으로 결국 이름의 방향을 바꿨다.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표현처럼 들리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재산은 결국 사회 안에서 의미를 얻는다는 것이다. 해운업은 특히 그렇다. 바다는 세계를 연결한다. 한 척의 배에는 원유와 철광석만 실리는 것이 아니다. 국가 경제와 산업의 운명이 함께 움직인다. 부산과 울산, 거제의 조선소가 돌아가는 것도, 정유공장이 멈추지 않는 것도 결국 이 배들이 항로를 지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운 재벌은 일반 기업인보다 더 큰 사회적 상징성을 가진다. 국민은 그들에게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국가 산업의 얼굴 역할까지 기대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부자에게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요구한다. 냉혹한 시장의 승부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책임자이기를 바란다. 이것이 위선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런 긴장 위에서 유지된다. 시장은 탐욕으로 움직이지만 사회는 도덕으로 균형을 잡는다. 그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결국 기업인의 이름을 가른다. 정태순 회장이 지금 박수를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정태순 회장이 돈을 벌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한국 해운기업이 이기는 모습을 반긴다. 다만 그 성공이 사회와 연결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반면 권혁 회장은 아직 그 연결고리를 복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생은 판결문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인의 마지막 평가는 법원이 아니라 시간이 내린다. 권혁 회장은 이미 산업사에 이름을 남겼다. 9조 원의 발주 실적은 조선소 현장에, 협력업체에, 수천 명의 생계에 새겨져 있다.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기록이 사회적 존경으로 전환되려면 다른 종류의 기록이 필요하다. 법정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의 귀환이 그것이다. 더 늦기 전에 사회 앞으로 나와야 한다. 해양 인재를 위한 장학사업도 좋고 조선업 기술 인력 지원도 좋다. 지방 항만도시 청년들을 위한 교육재단도 가능하다. 바다에서 번 돈을 다시 사회의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마지막 장이 완성된다.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바다로 나가기 위해 존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과거 논란의 그늘 속에 있는다고 이름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세상 앞으로 나와야 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와 나눌 때 비로소 사람들은 그를 다시 보기 시작한다. 진짜 선박왕은 배의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동체와 함께 항해할 때 비로소 그 이름이 남는다.
2026-05-13 18: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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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은 파업 후 무엇을 잃었나
[경제일보] 노동은 신성하고, 연대는 자유로운 인간의 권리다. 자신의 땀방울에 합당한 몫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보편적 ‘정의(Justice)’에 부합한다. 노조가 정당한 보상과 투명한 기준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자,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치러야 할 민주적 과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거대한 그물망 속에서 단행되는 굵직한 파업은 결코 회사 내부의 좁은 울타리 안에 갇힌 고립된 섬으로 남지 않는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얄팍한 이분법에 갇혀 있다. 한쪽에서는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전적인 ‘탐욕’이나 ‘귀족 노조의 몽니’로 매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파업이 초래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그저 ‘사측의 뻔한 엄살’로 치부해 버린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극단적 시각은 모두 ‘진리(Truth)’에서 빗겨나 있다. 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무겁고 복잡하다. 반도체라는 현대 문명의 쌀을 생산하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멈춰 설 때, 그 파장은 일개 기업의 노사 갈등을 넘어 생태계 전체에 잔혹한 청구서를 내민다. 자동차, 항공, 엔터테인먼트 등 최근 해외에서 벌어진 대형 파업의 궤적은 강한 노조일수록 자신들의 ‘자유(Freedom)’가 수반하는 막대한 비용에 대해 사회와 정직하게 대화해야 한다는 서늘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 UAW·할리우드 파업이 남긴 공급망 붕괴의 경고 기계음이 멎은 공장은 적막하지만, 그 적막이 파생시키는 파음은 국경을 넘어 요동친다. 지난 2023년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자동차 ‘빅3’를 상대로 벌인 ‘스탠드업 파업(Stand-up Strike)’은 현대 산업 생태계가 얼마나 촘촘하고도 연약하게 얽혀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한 바 있다. 미국 AP통신과 로이터(Reuters) 통신이 인용한 경제컨설팅업체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파업 6주 차를 기준으로 발생한 직접적인 경제 손실만 무려 104억 달러(한화 약 14조원)를 넘어섰다. 더욱 뼈아픈 진실은 타격의 영점이 완성차 업체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파업 4주 차에 이미 리어, 마그나 등 주요 부품업체와 영세한 2·3차 협력사가 입은 임금·수익 손실만 약 26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노조가 사측의 항복을 받아내는 동안 방파제 없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같은 해 발생한 미국 할리우드 작가 및 배우 노동조합(WGA·SAG-AFTRA)의 동반 파업 역시 궤를 같이한다. 인공지능(AI)의 무분별한 활용에 반대하고 정당한 보상 구조를 요구한 그들의 명분은 시대적 정의에 부합했다. 하지만 미국 CNN 방송과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이 전한 파업의 후폭풍은 참혹했다. 영화와 TV 제작이 전면 중단되면서 캘리포니아와 조지아 등 제작 중심 지역의 일일 촬영 스태프, 소규모 외주 제작사, 심지어 촬영장 인근의 식당과 세탁소 등 지역 상권이 떠안은 경제적 손실은 6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됐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밖의 평범한 이웃들이 파업의 가장 무거운 비용을 대신 치른 셈이다. 이들 사례들은 삼성전자에 매우 뚜렷한 시사점을 남긴다. 평택과 화성의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단순히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장비·소재·부품 협력사는 물론이고, 삼성의 메모리에 의존하는 전 세계 AI 서버·데이터센터 공급망 전체가 짙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 보잉·루프트한자가 경험한 ‘신뢰 상실’의 청구서 파업의 가장 무서운 비용은 공장의 가동이 멈춘 물리적 시간이나 미지급 임금만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2024년 약 3만3000명이 참여한 미국 보잉(Boeing) 노조의 파업은 737 MAX, 777 등 핵심 상업용 제트기 생산을 완전히 중단시켰다. 7주간의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38% 임금 인상이라는 노조 측의 승리로 타결됐지만, 회사가 치른 대가는 혹독했다. 보잉은 전체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1만7000명 감원이라는 뼈아픈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어야 했고, 3분기에만 5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글로벌 항공사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납기 지연’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는 점이다. 보잉의 위기는 반도체 납기 신뢰가 핵심 경쟁력인 삼성전자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글로벌 B2B 시장에서 공급자가 한 번 신뢰를 잃으면, 고객은 다음 계약에서 단가보다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따지게 된다. 이는 독일의 국적 항공사 루프트한자(Lufthansa) 사례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독일 제1공영방송 ARD와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연이은 노조 파업으로 루프트한자가 입은 누적 비용 2억5000만 유로 중 운항 취소 등으로 인한 직접 비용은 1억 유로에 불과했다. 나머지 1억5000만 유로는 파업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고객들이 선제적으로 경쟁 항공사로 예약을 돌리면서 발생한 ‘장부 밖의 손실’이었다. 반도체 시장의 큰손 고객들 역시 공급망 리스크가 감지되는 순간, 언제든 대만 TSMC나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 한 번 떠난 고객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 ‘18일의 멈춤’보다 치명적인 ‘내일의 상실’ 삼성전자가 직면한 위험은 기우가 아니라 가시화된 현실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기본급 7% 인상과 연간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배정 등을 요구하며 평택 반도체 단지 생산량의 절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18일간의 총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사내 메시지를 통해 “고객 이탈과 경쟁력 하락, 나아가 자본 유출과 세수 감소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것은 사측의 방어적 엄살로만 폄하할 수 없는 냉혹한 진리다. 노조가 경쟁사와의 보상 격차를 지적하고, 경영진의 불투명한 성과급 산정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타당한 문제 제기다. 그들은 수만 명을 운집시킨 압도적 동원력을 통해 노동조합의 존재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다. 다만, 수만명의 결속력이 곧바로 산업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 명분까지 무조건적으로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국가의 명운을 짊어진 핵심 전략 산업의 노조일수록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몫’과 함께 ‘우리가 라인을 멈췄을 때 이름 없는 협력사와 고객이 치러야 할 비용’을 조합원과 국민에게 정직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전장(戰場)에서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고, 경쟁사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삼성전자 노조가 진정 조합원들의 장기적 이익과 일자리의 안녕을 원한다면, 단기적인 보상 획득과 장기적 경쟁력 훼손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잠시 멈추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은 언젠가 타결의 순간을 맞이하고 라인은 다시 돌아가겠지만, 한 번 훼손된 고객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과 구성원들이 함께 치러야 할 가장 비싸고 고통스러운 청구서는 매출 손실이 아니라 영영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고객의 신뢰”라고 했다. 이어 “사측과 노조 모두가 공멸의 청구서를 찢어버릴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2026-05-08 16: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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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석유 최고가격제',세금 쏟아붓는'보편적 혜택' 이대로 좋은가
[경제일보] 정부가 제4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달 중동전쟁 발발 이후 휘몰아친 고유가 파고 속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대로 묶어둔 것은 분명 정책적 성과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대로 최고가격제가 물가를 최대 0.8%포인트 낮추는 ‘방파제’ 역할을 했고, 덕분에 서민들의 급한 불을 끈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행 한 달을 넘기며 4차 고시에 이른 지금, 우리는 이 제도가 품고 있는 위험한 독소와 불합리한 구조를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이 정책의 혜택이 과연 누구에게 가고 있느냐는 형평성의 문제다. 현재의 석유 최고가격제는 소득 수준이나 사용 목적과 관계없이 기름을 넣는 모든 이에게 똑같은 할인 혜택을 주는 '보편적 복지'의 형태를 띠고 있다. 문제는 그 비용을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로 메우고 있다는 점이다. 1차와 2차 시행 단 4주 만에 정유사 손실 보전액으로 나간 돈이 벌써 1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확보한 4조 2,000억 원의 예산은 국제 유가 상승폭에 비추어 볼 때 머지않아 바닥을 드러낼 것이 자명하다. 과연 고급 승용차를 몰며 여유로운 소비를 즐기는 계층의 기름값까지 국민 세금으로 보조해 주는 것이 정의로운가. 정작 유가 폭등에 생계를 위협받는 농민, 배달 기사,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재원이 고소득층의 연료비 절감으로 새어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에너지 지출 비중이 상위 20%보다 3배 이상 높은 현실에서, 타겟팅 되지 않은 보편적 가격 통제는 자원 배분의 왜곡을 심화시킬 뿐이다. 또한, 인위적인 가격 억제는 시장의 ‘가격 신호’를 마비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소비를 줄이는 것이 경제의 상식이다. 그러나 최고가격제라는 가림막에 가려진 소비자들은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조차 가격 왜곡에 따른 부작용과 재정 부담을 우려한 것은 이 정책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방증이다. 생산자물가는 30% 넘게 폭등했는데 소비자물가만 2%대에 머무는 이 기형적인 ‘착시 현상’은 결국 언젠가 누군가가 치러야 할 거대한 청구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 '긴급 처방'의 단계를 넘어 '정밀 타격'의 단계로 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 4차 시행 기간 중이라도 제도의 틀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 가격 누르기에서 벗어나, 생계형 종사자와 취약계층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에너지 바우처나 유류비 환급 방안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세금으로 유가를 통제하는 것은 고통의 시간을 잠시 늦추는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안보든 경제든 '정치적 편의주의'가 상식을 앞설 때 시스템은 망가진다. 물가 수치 하나를 방어하기 위해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고 형평성을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4차 고시 이후의 출구 전략을 서둘러 마련하라. 서민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명분이 고소득층의 혜택으로 변질되고 세금 낭비로 이어지는 지금의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시장 원리를 존중하되 약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보다 정교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2026-04-23 15: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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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택정책의 딜레마: 공급 확대의 역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늘 공급 확대를 말한다. 집값을 잡으려면 결국 더 지어야 한다는 말도 되풀이한다. 그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주택정책은 출발점에서부터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 집을 짓겠다고 하면서, 집을 짓기 위한 첫 관문인 이주 단계의 자금줄부터 죄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2026년 1월 27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서울 정비사업 43곳 가운데 39곳, 곧 91%가 대출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 숫자가 이미 현실을 말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은 단순한 ‘대출 금지’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상황에서 정비사업 이주비에도 1주택자 LTV 40%, 다주택자 LTV 0%, 대출 한도 6억 원이라는 잣대가 작동하고 있다. 1주택자는 부족하고, 다주택자는 막히고, 사업지는 멈춘다. 정책은 서류상으로만 일관되고, 현장에서는 병목으로 나타난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언어와 공급의 마지막 문턱을 잠가 버린 금융 현실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정비사업에서 이주비는 부수적 비용이 아니다. 철거와 착공으로 넘어가기 위한 필수 사업비다. 주민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철거도 없고, 철거가 없으면 착공도 없으며, 착공이 없으면 입주도 없다. 그런데도 정책은 이 돈을 일반 가계대출의 틀 안에 넣어 다룬다. 논어의 “명불정즉언불순(名不正則言不順)”이라는 말이 있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주비를 가계대출이라 부르는 순간, 정책의 이름표부터 잘못 붙는다. 이름이 잘못되니 처방도 어긋난다. 서울시가 아예 “이주비는 가계대출 아닌 필수 사업비용”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별도 기준 적용을 건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행정의 움직임이다. 서울시는 2월 26일 이미 주택진흥기금 500억 원을 편성해 이주비 융자지원을 하겠다고 밝혔고, 4월 13일에는 SH가 참여하는 공공재개발 구역에 대해 이주비 대출이 막힌 세대에 최대 3억 원까지 융자하는 공공참여 방안도 내놨다. 이어 4월 16일에는 서울시가 조합의 초기 자금난(설계비·운영비)을 막고자 별도의 저리 융자(180억 원) 공고까지 내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현재 금융 규제의 역설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주비만이 아니다. 정부는 부동산 PF의 허약한 체질을 손보겠다며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 2024년에는 자기자본비율을 20~4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을 제시했고, 2025년 말에는 PF대출 시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 20%’를 기준으로 금융회사의 위험가중치와 충당금, 대출 취급 여부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취지는 옳다. 자기 돈은 적게 넣고 남의 돈으로만 밀어붙이는 무책임한 개발은 줄여야 한다. PF 부실의 대가를 국민경제가 되풀이해 치를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은 늘 연결로 평가받아야 한다. 자기자본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주비까지 가계대출처럼 묶어 버리면, 현장에서는 ‘건전성 강화’가 아니라 ‘착공 전 질식’으로 체감된다. 자본 여력이 큰 사업장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중소규모 사업장, 사업성이 약한 지역, 주민 갈등이 큰 구역은 먼저 주저앉는다. 결과적으로 살아남는 곳만 더 빨라지고, 필요한 곳일수록 더 늦어진다. 시장 원리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공급의 양극화를 키우는 셈이다. 최근 강화된 안전·품질 규제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조달청은 2025년 9월 건설안전 평가를 가점제에서 배점제로 바꾸고, 중대재해 업체에 대한 감점을 신설했으며, 정기안전점검 대상을 콘크리트 강도와 철근배근까지 확대했다. 레미콘 품질시험 횟수도 늘리고, 층별 콘크리트 강도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품질 점검을 강화했다. 국토교통부도 2026년 2월 건축자재 품질인정제도를 손질해 화재 안전을 더 강화했다. 이런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 안전과 품질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문명국가라면 결코 후퇴할 수 없는 기준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 정교해야 한다. 안전과 품질 기준을 높이면 공사기간과 비용도 함께 움직인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6년 건설경기가 본격 회복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로 안전·품질 관련 규제 강화와 공사비 상승을 함께 짚었다. 다시 말해 안전 규제를 강화할수록, 그만큼 자금과 일정 관리의 정합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안전은 더 엄격하게, 금융은 더 정밀하게 가야지, 안전은 조이고 돈줄도 함께 막아 놓고 공급을 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 본말전도다. 가계부채 관리는 중요하다. PF의 방만함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다. 안전과 품질을 강화하는 일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성격의 문제를 같은 칼로 자르면 정책은 편해 보여도 현실은 망가진다. 실수요자의 생계대출과 투기성 차입, 정비사업의 이주비와 PF의 자기자본은 성격이 모두 다르다. 다르면 다르게 다뤄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고, 그것이 기본이다. 공급을 원한다면 이주비부터 일반 가계대출과 분리해 보아야 한다. 위험을 줄이려면 시행사의 자본 규율은 강화하되, 착공 직전 필수비용은 공급정책의 관점에서 따로 설계해야 한다. 공급은 발표문에서 늘어나지 않는다. 사람이 움직이고, 현장이 움직이고, 자금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때 비로소 늘어난다. 정말 공급을 원한다면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얼마나 많이 짓겠다는 말보다 먼저, 왜 아직 첫걸음조차 못 떼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정책이 시장을 이기려면 구호보다 순서가 맞아야 한다. 지금 한국 주택정책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구호가 아니라, 더 정확한 분류와 더 정직한 연결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2026-04-20 07: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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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냐 공대냐' 이분법 아닌, 두 영역을 융합하는 전략적 사고 필요.
[경제일보] 의과대학을 향한 대한민국 사회의 열망은 이제 하나의 ‘집단적 신념’에 가까워졌다. 입시를 앞둔 가정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까지도 “의대만 가면 인생은 안정된다”는 공식을 거의 의심하지 않는다. 실제로 의사가 되면 비교적 높은 소득, 안정된 직업 지위, 긴 직업 수명이라는 이점이 뒤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점에서 의대 선호 현상을 단순한 과열이나 왜곡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가정의 합리적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합리성’이 사회 전체로 확장될 때 나타나는 구조적 편향이다. 모든 자원이 한 방향으로 쏠릴 때, 다른 가능성은 말라버린다. 공학, 기초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영역이 함께 성장해야 할 생태계에서, 의대 쏠림은 결국 국가의 미래 역량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공자는 “군자는 의를 따르고 소인은 이익을 따른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고 했다. 개인의 선택이 ‘이익’에 치우칠 때, 공동체는 ‘의’라는 균형을 잃기 쉽다. 반면 중국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공대 중심의 인재 양성 정책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연구 중심 대학을 확대하고 과학기술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우주항공,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며 ‘과학기술 패권’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육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적 생존 전략에 가깝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시작되고(天下難事 必作於易), 큰 일은 반드시 작은 데서 이루어진다(天下大事 必作於細)”는 구절이 있다. 오늘의 인재 양성 방향은 작아 보일지라도, 결국 수십 년 뒤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큰 결과’로 이어진다. 이 점에서 중국의 선택은 느리지만 분명한 축적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대를 선호하는 한국과 공대를 중시하는 중국, 어느 쪽이 더 ‘희망’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단정적으로 답하기는 쉽지 않다. 의료 인력 역시 사회에 필수적이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한국에서 의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문제는 ‘비율’과 ‘균형’이다. 한 사회가 특정 직업군에 과도하게 집중할 때, 그 사회는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다. 맹자는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恒産者有恒心)”고 했다. 안정된 생계 기반이 있어야 올바른 마음도 유지된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가 의대를 선호하는 배경에도 바로 이 ‘항산’에 대한 갈망이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항산’은 개인의 안정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것은 산업 경쟁력, 기술 자립, 혁신 역량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 기반이 약해질 경우, 개인의 안정 역시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택의 방향이 아니라 선택의 구조다. 의대와 공대가 대립하는 구도가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해법이다. 의료 역시 과학기술과 결합할 때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바이오 기술,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 인공지능 등은 의학과 공학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대표적 영역이다. 한국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의대냐 공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두 영역을 융합하는 전략적 사고일 것이다. 지금과 같은 의대 일극 체제가 지속된다면, 한국은 안정된 개인은 많을지언정 도전하는 국가는 되기 어렵다. 반대로 중국식 공대 집중 전략은 단기적으로 개인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말해, 희망은 특정 선택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균형과 안목에 있다. 눈앞의 안정만을 좇는 사회는 결국 정체에 빠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는 일시적 불안을 감수하더라도 도약의 기회를 얻는다. 지금 한국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 아이를 어디에 보낼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이다.
2026-04-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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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 중동 분쟁 피해 고객 대상 금융 지원 실시 外
[경제일보] 동양생명, 중동 분쟁 피해 고객 대상 금융 지원 실시 동양생명이 중동 분쟁으로 인한 정세 불안 상황에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금융 지원을 실시한다고 3일 밝혔다. 지원 대상은 지난 1월 이후 중동 지역에 체류했거나 귀국한 고객, 이들과 생계를 함께하는 배우자·직계존비속이다. 또한 중동 분쟁에 따른 유류비 인상으로 경영 부담이 높아진 운수업 종사 개인사업자 고객도 포함됐다. 동양생명은 지원 대상자에게 최대 3개월간 보험료 납입을 유예하기로 했다. 유예 기간 중 발생한 미납 보험료는 유예 종료 이후 분할·일시납입하게 된다. 또한 보험계약대출 고객의 이자 납입 유예도 지원하며 보험금 청구 시 전담 심사자 지정을 통해 신속한 보험금 지급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신청 기간은 오는 6월 30일까지로 전용 이메일로 지원 신청서를 보내거나 동양생명 지점·고객센터에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 이번 조치가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아픔에 공감하고 고객의 곁을 지키는 책임있는 금융사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 2026년 대산보험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 개최 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2026년 대산보험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고 3일 밝혔다. 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는 교보생명을 창립한 신용호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5년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보험장학사업과 보험연구지원사업 등을 통해 보험학술 발전과 인재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산보험장학사업은 2007년 시작돼 지난해까지 총 63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약 6억72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올해 장학생으로는 김정운, 소일웅, 유재휘씨가 선발됐다. 이들에게는 1인당 연간 1200만원씩 총 3600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장학금과 함께 학술대회 참가와 연구 활동 지원도 제공된다. 남궁훈 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올해는 환경관리학 전공자가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등 보험의 영역이 학제 간 경계를 넘어 확장되고 있다"며 "장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역량을 바탕으로 보험산업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한라이프, '소비자보호 실천 선포식' 개최…고객 신뢰 강화 추진 신한라이프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신한L타워에서 '소비자보호 실천 선포식'을 개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금융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상품 개발과 판매, 유지관리, 보험금 지급 등 전 과정에서 소비자 중심 업무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외부 전문가 특강과 소비자보호 실천 세레머니, 실천 서약식 순으로 진행됐다. 천상영 신한라이프 사장 및 임원들은 소비자보호 실천 서약서에 서명하고 △소비자권익 최우선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실천 △완전판매 문화 확립 △고객불만사항에 대한 신속·정확한 조치 △개인정보의 엄격한 관리 등을 다짐했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내부통제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영업 프로세스를 점검해 불완전판매와 민원 발생을 예방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 기조에 맞춰 고령층과 장애인, 저소득층 등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보호·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천 사장은 "이번 선포식은 단순한 선언이 아닌 고객과의 약속을 다시 세우는 매우 중요하고 뜻 깊은 자리"라며 "소비자보호는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며 임직원들이 함께 실천해야 하는 기준인 만큼 오늘의 약속이 조직의 중심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4-03 17: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