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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 다시 커졌다…정부 "원유 수급 이상 없지만 장기화 대비"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확산하면서 중동발 원유 공급망 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와 정유업계는 단기적인 원유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신학 차관 주재로 정유·해운업계와 한국석유공사가 참석한 가운데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현재 국내 원유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정유업계가 확보한 7~8월 원유 도입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이상 늘어난 상태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 등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우회 공급망도 확보돼 있어 단기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추진해온 비축유 스와프(SWAP·교환) 제도를 기반으로 미국산 등 비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도 확대되면서 공급망 다변화 역시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국내 원유 수급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회 공급망이 마련돼 있지만 송유관과 항만 처리 능력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을 모두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원유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물량 부족보다 원유 가격 급등이 국내 산업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뿐 아니라 전기요금, 물류비, 제조원가까지 연쇄적으로 끌어올려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정유업계와 실시간 대응 체계를 유지하며 중동 정세와 국내 원유 수급 상황을 지속 점검하기로 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중동 정세 불안이 상시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 도입선을 지속적으로 다변화하고, 우리 석유산업의 공급망 체질을 개선해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긴장과 완화가 반복되는 '핑퐁'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상시적인 가격 변동성과 원유 도입단가 상승을 전제로 비축 전략과 도입선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6-07-13 15:06:47
AI가 인력난 해결사?…"인력 부족 업종은 못 메우고 청년 채용부터 흔든다"
[경제일보] "앞으로 발생할 문제는 모든 부문에서 인력이 부족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업종·직종에서 사람이 부족해지는 것입니다." 이철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하며 AI가 인구절벽의 만능 해법이 될 것이라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AI는 고숙련 직종에서는 활용도가 높지만 앞으로 인력 부족이 심화될 저숙련 업종에서는 대체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을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날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AI와 일자리의 공존: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대응전략' 세미나를 열고 AI 확산에 따른 산업·직종별 노동시장 변화와 정책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세미나를 연 한경협은 AI 시대에 맞는 노동시장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은 산업화 시대의 고용 체계로는 AI 시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고용 패러다임 마련을 주문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영상 축사를 통해 AI 확산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고용 불안을 함께 고려한 중장기 고용안정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력난 업종과 AI 활용 업종 '엇박자' 이날 세미나에서는 AI가 인구절벽 시대의 노동력 부족을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직종과 향후 인력 부족이 심화될 직종이 서로 어긋나는 '노동시장 미스매치'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철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노동시장의 핵심 과제를 '인력 부족'이 아닌 '인력 불균형'으로 진단했다. 그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에도 고령층 경제활동 확대와 생산성 개선으로 전체 노동 투입이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산업과 직종, 지역별로 인력 감소 속도가 달라 특정 분야에서는 노동력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35세 미만 청년 취업자는 향후 25년 내 절반가량 감소해 청년 인력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충격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AI가 이 같은 노동력 부족을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이 같은 불균형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도 소개됐다. 이 교수는 한국 직종별 업무 특성을 반영해 AI 활용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법률·경영서비스 등 고임금·고숙련 직종일수록 AI 노출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농업과 운송업 등은 AI 활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향후 인구 변화로 노동 공급이 많이 줄어들 업종일수록 AI 노출도가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노동 인력이 인구 변화로 더 많이 줄어드는 업종에서 AI 노출도가 낮다"며 "인구 변화로 인한 장래 노동 불균형을 AI가 완화할 가능성은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저숙련 인력 공급이 많이 줄어들고 저숙련 인력이 부족해지는 분야가 많은데 이런 분야는 AI가 잘 해결해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청년 초급 일자리 줄고 전문인력 양성도 '빨간불' 청년 고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AI가 청년층이 전문성을 쌓는 초급 일자리를 줄일 경우 장기적으로 고급 인력 양성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청년들이 초급 전문직에서 훈련을 쌓아 나중에는 AI를 이용하고 활용해야 하는 고급 직무로 올라가야 하는데 숙련의 사다리가 단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도 해결하지 못하는 분야에 노동 공급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술이 문제를 증폭시키는 분야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AI가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를 선별해 교육·훈련과 기술 개발 정책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노동정책과 기술정책을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감원보다 생산성 혁신이 답" 이 같은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AI를 단순한 인력 대체 수단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길은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AI가 아직 전 산업에서 대규모 해고를 유발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길 연구위원은 "AI에 의한 노동 대체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며, 기존 인력을 해고하기보다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개발업과 전문 디자인업에서는 20대 후반 고용 하락이 관측된다"고 말했다. 실제 AI 영향은 일부 산업에서 청년층 채용 감소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생성형 AI가 코딩과 디자인 시안 작성 등에서 업무 속도를 높이면서 일부 청년층 채용 수요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무 서비스, 음식점업, 운송 관련 서비스업 등에서는 AI·자동화 기술 도입에도 산업 차원의 고용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길 연구위원은 AI를 단순 인력 대체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I 활용의 관건은 기술 자체보다 기업의 경영 전략과 직무 재설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 시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AI를 활용해야 최종적으로 고용이 보호될 것"이라며 "AI를 활용해 과거에 불가능했던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하고 반복적이고 고강도의 업무가 대체되는 것은 노동자에게 좋은 업무 환경이 될 수 있다"며 "이 일을 하지 않고 더 편하고 창의적이고 안전한 업무를 하도록 만드는 해답은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가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맞는 노동정책과 기업 전략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AI 시대 고용정책도 기존 직업훈련 중심에서 산업별 인력 수급 불균형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AI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과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을 구분하고, 저숙련·고령층 의존 업종과 청년 초급 일자리 감소 문제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AI 활용 전략에 따라 고용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단순 비용 절감과 인력 대체에 초점을 맞출 경우 고용 충격이 커질 수 있지만, 생산성 향상과 신시장 창출로 연결하면 노동자는 더 안전하면서도 고부가가치 업무로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길 연구위원은 "AI 자체가 사람을 대체하는지 아닌지만 질문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 경쟁력이 올라가고 산업이 성장하면 충분히 다른 이득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AI를 단순한 일자리 대체 기술이 아닌 생산성 혁신과 산업 경쟁력 제고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구조를 반영한 정책과 기업 차원의 활용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2026-07-07 16:38:17
삼성전자, 중국 가전 사업 재편 가닥…판매 줄이고 생산 남기나
[경제일보] 삼성전자가 중국 가전·TV 판매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가운데 현지 생산기지는 유지하는 '판매·제조 분리' 전략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판매 기능은 축소하고 생산 거점은 유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내 가전·TV 판매 사업 중단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지 생산기지는 유지하는 방향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단순 철수가 아닌 사업 구조 재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움직임은 중국 시장에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대응으로 해석된다. TCL과 하이센스 등 현지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외산 브랜드 입지는 크게 위축됐다. 실제로 중국 조사기관 런투(RUNTO)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TV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 판매는 100만대에도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도 변화가 감지된다. 영국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중국 업체가 31.9%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합친 한국 기업(30.4%)을 앞질렀다. 지난 2016년 한국이 35%, 중국이 16%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주도권이 빠르게 이동한 셈이다. 반면 생산 측면에서 중국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패널, 모터, 압축기 등 가전 핵심 부품 공급망이 집적돼 있고 협력업체 생태계가 촘촘하게 구축돼 있어 생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항만·물류 인프라도 고도화돼 있어 완제품을 동남아시아와 중동, 유럽 등 주요 수출 시장으로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현지 공장을 단순 내수 대응 기지가 아니라 인근 아시아 및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수출 허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생산 설비를 유지할 경우 기존 투자 자산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시장별 수요에 맞춰 공급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비용 효율성과 운영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을 판매 시장이 아닌 생산 거점으로 재정의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수익성이 낮은 내수 시장은 정리하고 제조 기능은 유지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선택과 집중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이 확정될 경우 글로벌 가전업체 전반으로 판매·제조 분리 전략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생산 인프라는 유지하려는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이번 움직임을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낮은 점유율과 수익성 한계를 반영한 전략적 조정으로 해석한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가전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중국 내 가전 시장 점유율은 1% 미만 수준으로 이미 입지가 제한적인 상황이었다"며 "현지 업체들이 내수 시장을 장악한 구조에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판매 축소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기지를 유지하는 것은 설비 이전이 쉽지 않은 데다 중국의 부품 공급망과 비용 경쟁력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가전업체 전반적으로도 중국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향후 시장보다는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향의 전략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2026-04-29 16:25:06
의대 대신 반도체…수급 불균형 우려는 제한적, '선택 동기'가 변수
[경제일보] 반도체 호황을 계기로 최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서 의대와 전통 공대 중심의 진학 구조에 반도체 계약학과가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하는 가운데, 인력 부족이 지속돼 온 산업 특성상 중장기 수급 불균형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기업 실적과 보수 수준을 반영한 단기적 기대에 기반한 선택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진로 결정의 '시간차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8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등 주요 계약학과의 수시 합격 내신은 개설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의 경우 종합전형 합격선은 지난 2021학년도 3.10등급에서 2026학년도 1.79등급까지 크게 상승했고 2024학년도 신설된 교과전형 역시 2026학년도 1.14등급을 기록하며 최상위권 수준으로 올라섰다. 고려대 역시 종합전형 합격 내신이 2021학년도 2.40등급에서 2026학년도 1.47등급까지 상승하며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반도체 산업 호황과 맞물려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투자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기업의 실적 기대가 커졌고 자연스럽게 '고연봉·취업 안정성'이 입시 선택의 핵심 요인으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상위권 학생들의 진학 선택지에서 의대와 서울대 공대 중심 구조에 연세대·고려대 반도체 계약학과가 새롭게 편입되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계약학과는 등록금 지원과 채용 연계 구조를 바탕으로 사실상 '선(先)채용 트랙'으로 기능하고 있다. 기업이 교육 과정 설계에 직접 관여하고 졸업 후 채용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대학 교육이 기업 맞춤형 인력 양성 체계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산업 특성과 맞물려 중장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통상 2~4년 주기의 경기 변동성이 큰 대표적 사이클 산업으로 호황기에는 대규모 투자와 채용이 이뤄지지만 불황기에는 감산과 투자 축소가 반복돼 왔다. 입시는 최소 10년 이상의 커리어 경로를 전제로 한 선택인 반면 산업 경기는 단기 사이클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구조적 괴리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단기 호황을 기준으로 유입된 인재가 졸업 시점에는 업황 하락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00년대 중반 조선업 호황기에는 관련 학과 지원자가 급증했지만 2010년대 중반 업황 급락과 함께 취업난이 심화됐고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정보기술(IT) 분야와 2010년대 후반~2020년대 초반 바이오 분야 역시 산업 기대와 현실 간 격차가 반복적으로 나타난 바 있다. 특정 산업의 단기 성장세가 교육 선택에 반영됐다가 경기 변동과 함께 선호도가 급변하는 흐름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계약학과 확대 역시 변수로 꼽힌다. 오는 2027학년도 기준 반도체 계약학과 선발 인원은 총 46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향후 업황 둔화 시 기업 채용 규모가 축소될 경우 취업 보장이라는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 경영 성과에 따라 채용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과 고용 간 연결 고리가 절대적 안정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최근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대기업 취업 가능성과 업황 호황에 따른 높은 보수 기대가 맞물리며 반도체 계약학과 선호도가 의대와 경쟁하거나 일부에서는 이를 앞서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단기적인 산업 환경과 보상 수준을 기준으로 한 진로 선택이 장기적인 커리어 안정성과 괴리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이 대학 입시까지 확산된 현상은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이자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 호황이 장기 인재 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현재의 선택이 10년 뒤에도 유효할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인재 쏠림이 곧바로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선택 동기의 단기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산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력 부족이 지속돼 온 만큼 최상위권 인재 유입이 과잉이나 미스매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최근 반도체 계약학과 선호가 산업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실적과 보수 수준을 반영한 측면이 강한 만큼 단기적인 시야에 기반한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2026-04-28 16:27:48
삼성전자, 18일 멈추면 수십조 손실…파업이 흔든 '24시간 공장' 반도체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조의 18일간 총파업 예고로 반도체 생산라인 스톱 리스크가 현실화하며 AI 반도체 경쟁 국면에서 생산 안정성이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23일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결의대회 당일 야간 교대 시간 동안 메모리 팹(Fab) 생산실적은 18.4%, 파운드리 팹은 5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 갈등이 단순 임금 문제를 넘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반도체 산업은 파업에 특히 취약한 구조를 갖는다. 자동차·조선과 같은 조립형 산업과 달리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온도·습도·가스·장비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초정밀 연속 공정이다. 생산라인이 한 차례라도 멈출 경우 공정 중인 웨이퍼가 전량 폐기될 수 있고 장비 재가동과 공정 안정화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업계에서 장기 파업 시 피해 규모를 최소 수십조 원대로 추산하는 배경이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이번 결의대회 당일 생산 감소 폭이 메모리보다 크게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운드리는 공정 단계가 복잡하고 인력 의존도가 높아 일부 인력 공백만으로도 라인 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실제 기흥 S1, 화성 S3 등 주요 라인의 생산실적이 급감하며 사실상 가동 중단에 가까운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생산 차질이 단순한 내부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운드리는 고객사의 설계 주문을 기반으로 생산이 이뤄지는 사업 구조상 납기 지연이 곧 고객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 속 주요 고객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생산 안정성은 기술력 못지않은 경쟁 요소로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공정 중심의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AI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생산라인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시장 대응 속도와 수주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시간 연속 가동을 전제로 설계된 공정 특성상 인력 변수에 따른 리스크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만큼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정 특성상 생산라인 중단이 곧바로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반도체는 웨이퍼를 투입한 뒤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통상 5~6개월이 걸리는 초연속 공정으로 24시간 가동이 전제돼야 한다"며 "중간에 라인이 멈출 경우 공정 중인 물량을 불량으로 폐기해야 할 뿐 아니라 재가동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반도체 공장 파업으로 공급이 중단된 전례는 사실상 없었던 만큼, 실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고객 신뢰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향후 업황이 공급 우위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생산 불확실성이 있는 기업보다 경쟁사로 수주가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6-04-27 16: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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