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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DB 김준기 회장 고발…'위장 계열사' 15곳은 총수일가의 '사금고'였다
[이코노믹데일리] 공정거래위원회가 DB그룹 창업주 김준기(82)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뒀다. 단순한 실무적 착오가 아니라, 10년 넘게 조직적으로 위장 계열사를 운영하며 사익을 챙기고 경영권을 방어한 '고의적 범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대기업 집단의 음지에서 벌어지는 편법 승계와 지배력 유지 관행에 경종을 울릴 전망이다. 공정위는 8일 김준기 창업회장이 동곡사회복지재단 등 2개 재단과 빌텍, 삼동흥상 등 15개 계열사 자료를 고의로 누락해 허위 제출한 혐의로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DB그룹은 1999년 계열 분리된 것으로 위장한 동곡사회복지재단과 그 산하 회사들을 2010년부터 다시 그룹의 지배력 유지와 자금 조달 창구로 악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위장 계열사들은 DB그룹의 '해결사'이자 총수의 '사금고'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2010년 그룹의 핵심인 DB하이텍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위장 계열사들은 DB캐피탈에서 대출을 받아 DB하이텍 소유의 부동산을 매입해 줬다. 사업적 연관성이 없는 부동산 거래를 통해 그룹의 부실을 막아낸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총수 개인을 위한 자금 유용이다. 2021년 김 회장은 위장 계열사 '빌텍'으로부터 220억원을 차입했다. 빌텍은 앞서 DB하이텍에 부동산을 매각해 371억원의 현금을 쥐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룹 계열사 자금(부동산 매각대금) → 위장 계열사(빌텍) → 총수 개인'으로 이어지는 자금 세탁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전형적인 사익 편취 구조"라고 지적했다. 위장 계열사의 존재 이유는 경영권 방어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DB그룹은 최근 몇 년간 강성부 펀드(KCGI)와 지분 경쟁을 벌이며 경영권 위협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위장 계열사인 빌텍과 삼동흥산은 2022년 DB하이텍 지분 1.1%를 매입했다. 표면적으로는 개별 회사의 투자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김 회장의 우호 지분을 늘리기 위한 '위장 백기사' 활동이었다. 총수 일가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도 지배력을 강화하는 '그림자 경영'의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고위직 인사나 수백억원대 자금 거래, 지분 매입은 동일인(총수)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김 회장의 직접 개입을 확신했다. DB그룹은 "유감스럽다"며 검찰 조사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공정위가 총수를 직접 고발한 것은 지난해 신동원 농심 회장 이후 6개월 만이며 혐의의 구체성과 고의성 입증 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와 재계는 이번 건이 단순한 공정거래법 위반을 넘어설 가능성에 주목한다. 위장 계열사를 통한 자금 이동 과정에서 횡령이나 배임, 탈세 혐의가 포착될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의 특수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빌텍 등에서 김 회장에게 흘러간 220억원의 대여 과정에서 적정한 이자 수수나 절차적 정당성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에 적발된 15개사가 DB그룹 계열사로 강제 편입됨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공시 의무가 부과된다. 이는 향후 DB그룹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나 당장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 비용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KCGI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지배구조 개선 요구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DB그룹은 김준기 창업회장의 성추문 사퇴 이후 아들 김남호 회장 체제로 전환하며 이미지 쇄신을 꾀했으나 창업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태 경영이 다시금 발목을 잡게 됐다.
2026-02-08 13:25:31
금산분리 완화 논의 본격화…반도체 투자 '속도전'
[이코노믹데일리] ※전자사전은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전자'분야의 최신 기술과 산업 이슈를 쉽게 풀어드리는 코너입니다. 뉴스에선 자주 등장하지만 정작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매주 하나의 핵심 주제로 선정해 딱딱한 전문 용어 대신 알기 쉬운 언어로 정리합니다. <편집자주> 정부가 첨단산업을 영위하는 일반지주회사에 한해 금산분리와 지주사 규제를 일부 완화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반도체 업계의 투자 병목으로 지적돼 온 자금조달 구조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지주회사 및 금산분리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전략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증손회사 지분 보유 의무를 100%에서 50%로 낮추고 반도체 기업의 금융리스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특례 조항이다. 사실상 ‘전략 산업 예외’가 제도권에서 처음 구체화된 셈이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 등 금융회사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는 제도다. 금융사가 특정 기업의 사금고처럼 운영되는 것을 막고 금융 리스크와 산업 리스크가 상호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게 핵심 취지다. 구체적으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원칙적으로 4% 이하로 제한하고 일반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2017년 이후 ICT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34%)를 허용하는 특례가 등장했고 2025년 들어 정부는 AI·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필요성을 다시 검토 중이다. 이번에 검토된 사항은 먼저 일반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손자회사가 새로운 사업 법인(증손회사)을 설립할 때 100%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앞서 이 조항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신규 팹·신규 JV 투자에 큰 병목으로 작용해왔다. 지분 요건이 50%로 낮아지면 필요 자금이 절반으로 줄고 외부 투자 유치도 가능하다. 또 일반지주회사는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지만 반도체 등 정부 지정 전략 산업의 경우 금융리스업을 담당하는 증손회사 설립을 허용한다. EUV·HBM·패키징 장비처럼 수백억에서 수천억원 대의 고가 설비 도입이 잦은 반도체 산업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지주사 체제에서 손자회사 구조로 반도체 사업을 운영하는 SK하이닉스는 정부 특례가 시행되면 금융 자회사 역할을 하는 증손회사를 설립해 용인 클러스터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투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회사는 은행 대출, 회사채 발행, 외부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하이닉스는 공장·장비를 임차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금융사 라이선스를 갖춘 자회사는 신용도가 높아져 조달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금융리스업은 부가가치세 면제가 적용될 수 있어 고가 장비 도입 시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지주사 체제를 가진 SK와 달리 삼성은 직접적인 손자회사 규제는 없지만 장비 리스·합작투자 등 선택지 확대로 간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초대형 투자를 한 개 기업이 단독으로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5-12-1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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