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4건
-
-
'정명(正名)' 잃은 노란봉투법, 갈등의 불씨인가 상생의 토대인가
[경제일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입법 취지는 분명하다. 하청·비정규 노동자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는 취지 못지않게 ‘작동 방식’이 중요하다. 최근 사기업 현장에서 하청노조와의 첫 분리교섭이 결정되면서, 법이 의도하지 않았던 혼란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도대체 누구와 교섭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 앞에 서게 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사용자 개념의 확장과 교섭 구조의 불명확성에 있다. 원청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교섭 당사자로 지목될 경우, 법적 책임과 협상 의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는 곧 복수의 교섭 창구, 중첩된 책임, 끝나지 않는 협상의 가능성을 낳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예측 가능성이 크게 훼손되고, 노동조합 역시 협상의 상대가 분산되면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논어』에서 공자는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말이 순조롭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名不正 則言不順 言不順 則事不成)”고 했다. 지금의 혼란은 바로 이 ‘정명(正名)’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누가 사용자이며, 누가 교섭 당사자인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먼저 달려나가니, 현장은 방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법 적용의 경계가 지나치게 넓고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개념은 해석의 여지가 크다. 이는 결국 개별 사업장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그 자체로 법적 불확실성을 키운다. 『도덕경』은 “법이 많을수록 도적이 많아진다(法令滋彰 盜賊多有)”고 경고한다. 규제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혼란과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의 양이 아니라 법의 명확성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사용자 범위와 교섭 책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되, 그 범위를 계약 구조와 지배력의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구분하는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 둘째, 교섭 창구를 일원화하거나 최소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복수 교섭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조정하는 중립적 기구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셋째, 분쟁 해결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는 교섭이 곧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위원회 등 공적 조정기구의 전문성과 권한을 확대해, 초기 단계에서 갈등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기업과 노동계 모두 책임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법의 빈틈을 이용해 극단으로 치닫는 전략은 결국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맹자는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過猶不及)”고 했다. 노동권 보호라는 명분이 지나치면 시장 질서를 해치고, 반대로 기업의 효율성만 강조하면 노동의 존엄이 훼손된다. 지금의 노란봉투법 논란은 이 균형의 문제를 다시 묻고 있다. 앞으로의 방향은 분명하다. 노동권 보호와 산업 경쟁력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설계해야 할 ‘이중의 목표’다. 법은 이상을 선언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법 이후의 ‘정교한 보완’이 필수적이다.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석의 폭을 줄이고, 이해당사자 간의 사회적 합의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가야 한다. 결국 제도의 성패는 균형과 신뢰에 달려 있다.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노란봉투법이 갈등의 불씨가 아니라 상생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법은 분쟁을 키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를 세우기 위해 존재한다는 그 단순한 상식 말이다.
2026-04-11 09:00:00
-
-
중동발 '에너지 전시상황', 노사정 대타협으로 국난 극복의 길 열어야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가스 시설과 유전을 겨냥한 ‘에너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LNG 공급의 20%를 담당하는 카타르 라스라판 시설이 피격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혼돈에 빠졌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고,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넘어섰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에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경제 전시 상황’이다. 산업 현장의 비명은 이미 현실이 됐다.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린 석유화학업계를 시작으로 자동차, 전자 부품사들까지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며 계약 이행 불능을 통보하고 있다. 원자재 공급 차질이 실물 경제의 모세혈관까지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우방국을 통해 원유 물량을 확보하고 비상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공급망의 근본적 체질 개선 없이는 이 거대한 파고를 넘기 역부족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대외적 혈투 속에서 벌어지는 대내적 갈등이다. 국가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노동계는 총파업을 예고하며 전운을 고조시키고 있다. 물론 ‘해고는 죽음’이라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류의 고전인 『도덕경』에는 “만물은 음을 등에 업고 양을 품으며, 충기(沖氣)로써 화합한다(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和)”는 가르침이 있다. 서로 대립하는 힘이 충돌만 할 것이 아니라, 비어 있는 통로를 통해 기운을 섞어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화합의 지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덴마크식 유연 안정성’ 모델은 우리 노동시장이 가야 할 고통스러운, 그러나 필연적인 길이다. 기업은 고용 유연성을 통해 생존의 활로를 찾고, 노동자는 두터운 사회안전망 속에서 재기를 보장받는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하다.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중소기업·비정규직·청년 세대를 아우르는 상생의 구조를 짜야 한다. 국난의 시기다. 나만 살겠다는 ‘각자도생’은 결국 ‘공멸’로 귀결될 뿐이다. 경영진은 투명한 경영과 고통 분담으로 신뢰를 쌓고, 노동계는 극한 투쟁 대신 국가 경제의 기반을 지키는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정부 역시 친노동 혹은 친기업이라는 이분법적 굴레에서 벗어나, 냉철한 원칙과 상식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비바람이 거셀수록 뿌리를 깊게 내리는 나무처럼, 이번 위기를 에너지 안보와 노동 개혁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만이 벼랑 끝에 선 민생을 구하고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6-03-20 09:45:32
-
-
-
-
-
새마을금고, 지방보조금 금융서비스 전국 확산 추진 外
새마을금고, 지방보조금 금융서비스 전국 확산 추진 [이코노믹데일리]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보탬e)과 연계한 지방보조금 금융서비스의 전국적 확대를 추진하며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서 금융의 공공적 역할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올해 개정된 '지방보조금 관리기준'에 따라 시금고 외 금융기관도 지방보조금 전용계좌 취급이 가능해지면서 새마을금고는 지역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지자체와의 협약을 순차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도서‧산간지역, 인구소멸 지역 등 금융인프라가 부족하고 시중은행 방문이 어려운 지역의 사업자들은 새마을금고를 통해 지방보조금 계좌를 개설해 보조금을 수령하고, 지방보조금 전용 카드를 이용하는 등 보다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최근 '강원도 강릉시-포남새마을금고', '전라남도 보성군-보성새마을금고', '전라남도 영광군-영광새마을금고' 등 지자체와 관내 새마을금고 간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지방보조금 전용계좌 취급을 위한 협력사례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새마을금고의 전국적 영업망과 지역 밀착형 운영구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지방보조금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중앙회는 각 지역 새마을금고와 지자체 간 협약 체결을 지원해 지방보조금 금융서비스 제도의 안착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NH농협은행, '포용금융 추진 결의대회' 개최 NH농협은행은 지난 6일 경주시 소재 농협교육원에서 전국 영업본부 본부장들이 참여한 가운데 '포용금융 추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결의대회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서민·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금융지원을 하고, 금융의 온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포용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강연자들은 정부의 포용금융 추진방향을 공유하고,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완화를 위한 △보증부 대출 확대 계획 △개인사업자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서민·취약계층의 성장·재기 및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 △포용금융 신상품 출시 계획 △새희망홀씨대출 확대 추진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포용금융은 농협의 뿌리이자 존재 이유"라며 "전국의 영업본부와 함께 고객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신협, 노동공제연합 풀빵과 협력…"불안정 고용노동자 권익 증진" 신협중앙회는 지난 5일 강북노동자복지회관에서 노동공제연합 풀빵과 제도권 밖 노동자의 권익 증진을 위한 상호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노동공제연합 풀빵은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 등 불안정 고용노동자의 권익 증진을 위해 설립된 노동공제회 연합체로 현재 42개 회원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2021년 1월 창립 이후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조직 활성화를 통해 노동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협은 지난 2025년 12월 5일, 풀빵의 상호부조기금 조성을 위해 1000만원을 후원했다. 이번 후원금은 신협의 사회적예탁금에서 조성된 재원으로, 예금주가 금리를 0.5%p 양보하고 신협이 0.5%p를 매칭해 총 1%p 상당을 사회적경제 주체에 환원하는 구조의 포용금융 재원을 활용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풀빵은 자조기금을 확충하고, 신협과 함께 풀빵 조합원을 대상으로 '긴급 소액 신용대출' 운영을 추진한다. 풀빵이 자조기금을 신협에 예치하면, 신협은 이를 리스크 완충(대손 담보) 재원으로 활용해 신용공급 여력을 확보하고,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노동자에게 비교적 낮은 금리의 소액 신용대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협은 1960년대 고금리 사채로 어려움을 겪던 서민의 자립과 자활을 돕기 위해 출범한 금융협동조합으로, 전국 조합과 조합원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상생과 포용금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26-02-09 10:05:00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