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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조 정비시장 열렸지만 경쟁은 식었다…건설사 '선택과 집중' 확대
[경제일보] 올해 정비사업 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수주 경쟁은 오히려 힘이 빠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금융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무리한 경쟁 대신 사전 관계와 사업성을 따져 선별적으로 참여하는 노선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4차 재건축의 시공사 선정 입찰은 두 차례 모두 단독 참여로 마감됐다. 삼성물산만 입찰에 참여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았고 이후 절차 역시 수의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강남권 주요 재건축 사업지에서는 개포우성4차와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서초 진흥아파트에서는 1·2차 입찰 모두 GS건설이 단독 참여했고 대치쌍용1차도 삼성물산만 입찰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시장 외형만 보면 수주 환경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업계에서는 올해 정비사업 물량을 약 80조원 규모로 예상한다. 서울에서만 70곳이 넘는 조합이 시공사 선정 절차를 준비 중이고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이른바 ‘압여목성’으로 불리는 핵심 지역에서도 시공사 선정 일정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이에 연초부터 대형 건설사 간 ‘별들의 전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은 올해 최대 격전지로 꼽혔지만 실제로는 3구역과 4구역이 각각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중심의 단독 구도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마친 2구역 역시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때 경쟁 참여가 거론됐던 대형 건설사들이 현장설명회 단계에서부터 거리를 두면서 대결 구도가 약해진 것이다. 현재는 5구역에서만 현대건설과 DL이앤씨 수주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성수 일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성수1지구는 1차와 2차 입찰 모두에서 GS건설이 단독 참여해 유찰됐고 수의계약으로 전환돼 후속 절차를 밟는 중이다. 성수4지구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경쟁 구도가 한때 형성됐지만 건설사의 입찰 지침 위반과 조합의 절차상 하자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산됐고 다시 재입찰 단계로 넘어갔다. 기대를 모았던 한강변 핵심 정비사업장에서 마저 경쟁 입찰이 순탄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의 수주 행보를 바꾼 핵심 요인은 비용이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사업 원가가 크게 높아졌고 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사업 전반의 리스크가 커지게 됐다. 수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변수까지 감안하면 단순한 확대 전략은 부담이 되는 환경이다. 입찰 과정 자체도 부담이다. 설계와 홍보, 제안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비용은 수주전에서 패배하면 대부분 회수되지 않는다. 결과가 불확실한 경쟁에 출혈 비용까지 감안하면 적극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특정 건설사가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사업지에는 경쟁 진입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경쟁사가 장기간 기간 협력 관계를 이어온 사업지에는 진입 자체를 피하고 시공사 선정 전부터 사전 관계와 사업 이해도를 중시하는 방식으로 전략이 이동하고 있다. 수주 분위기 변화는 조합에도 영향을 준다. 경쟁이 줄어들면 조건 협상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고 설계나 공사비, 금융 지원 등에서 비교 선택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징성이 큰 지역일수록 경쟁 자체가 사업 가치와 직결되는 만큼 체감도는 더 크다. 이와 달리 경쟁으로 인한 피로감과 일정 지연을 우려하는 조합에서는 단독 진행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정비사업은 속도전이 생명이라고 불리는 만큼 논란 없이 빠르게 시공사를 정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방전과 조합 흔들기 같은 행위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판단도 나온다. 이처럼 정비사업 시장은 지금 양적 확대와 방식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간에 들어섰다. 수주 규모는 커졌지만 경쟁 방식은 달라졌다. 정비사업 수주전의 기준이 ‘확장’에서 ‘관리’로 옮겨가는 흐름이 매년 뚜렷해지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상징성이 큰 사업장이면 일단 경쟁부터 붙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공사비와 금융비용, 이후 사업 리스크까지 더 촘촘하게 모두 따져봐야 한다”며 “조합도 조건 경쟁의 이점과 사업 속도의 이점 사이에서 판단이 갈리는 만큼 당분간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3-26 08: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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