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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이재원 대표 연임 강행… 대규모 자금 조달로 위기 정면 돌파
[경제일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금융당국의 역대급 중징계와 62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라는 초유의 악재 속에서도 이재원 대표이사의 연임을 전격 강행한다. 경영 연속성을 핑계로 내세웠으나 시장에서는 실질적 오너인 이정훈 전 의장의 지배력을 방어하고 추가적인 사법 리스크를 온몸으로 막아낼 방탄용 인사라는 냉혹한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주주총회에서 자금 조달 한도를 두 배로 늘리는 파격적인 정관 변경까지 시도하며 규제 당국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대표와 황승욱 부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으로 빗썸에 6개월 일부 영업정지와 368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 대표에게 문책경고를 내렸음에도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전통 금융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징계 후 연임 강행을 두고 이정훈 전 의장의 최측근인 이 대표가 조직의 충격파를 흡수하는 방파제 역할을 자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빗썸이 처한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심사다. 빗썸의 사업자 면허는 2024년 12월로 이미 만료되었으나 심사 기간 중에는 기존 효력이 유지되는 법의 맹점을 이용해 아슬아슬한 임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당국의 인가 심사가 한창인 민감한 시기에 중징계를 받은 수장을 다시 내세우는 것은 금융당국을 향한 묵언의 시위이자 거대한 치킨게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주주총회 소집 공고에 숨겨진 3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이다. 빗썸은 이번 주총에서 정관을 고쳐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 한도를 기존 1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대폭 상향한다. 사측은 기업공개(IPO)나 신사업을 위한 실탄 확보라고 설명하지만 내부통제 붕괴로 상장 예비심사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현 상황에서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3000억원의 한도 증액이 다가올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에 대비한 정교한 방어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당국이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로 강제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함에 따라 빗썸홀딩스 지분의 7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이 전 의장의 경영권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적인 외부 자본(백기사)을 끌어들여 대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함으로써 지분율을 서류상으로만 분산시키는 일종의 포이즌 필(경영권 방어 수단)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빗썸의 이러한 뚝심 행보를 벼르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반격도 매섭다. 빗썸의 62조원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에 격노한 금감원은 최근 국회에 가상자산 2단계법 도입 시 금융사고 예방 및 감독·조사체계 건의서를 제출했다. 핵심은 빗썸과 같이 유령 코인 사태를 일으키거나 내부통제에 실패한 거래소에 대해 금감원이 직접 임원 해임을 요구하고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는 은행법 수준의 초강력 제재권을 신설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금감원은 오지급 사태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치고 추가적인 중징계 칼날을 갈고 있다. 이번 이재원 대표의 연임은 빗썸이 규제 당국의 융단폭격에 맞서 장기전을 치르기 위한 전시 체제 전환을 의미한다. 호주 스텔라 익스체인지와의 오더북 무단 공유 의혹과 오지급 사태에 대한 추가 제재가 확정될 경우 경영진의 법적 책임론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전망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버티기에 돌입한 빗썸과 은행급 규제의 단두대를 준비하는 금융당국의 벼랑 끝 대치가 향후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권력 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 전 세계 크립토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26-03-20 14:36:22
AI·가상화폐 시대…K금융도 기술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경제일보] 영국의 대형 시중은행 로이즈가 스스로를 “영국 최대의 핀테크 기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는 소식은 전통 금융 산업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은행이 더 이상 자신을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기술 기업’으로 규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이즈는 2800만 고객의 익명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자동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 비용 구조를 대폭 개편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 앱 862개를 폐기하고 데이터센터 15곳을 폐쇄하는 대신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와 내부 통제 역시 상당 부분을 기계 학습 기반 자동 시스템으로 바꾸고 있다. 목표는 분명하다. 은행을 넘어 데이터와 기술을 판매하는 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거대한 경쟁 환경의 변화가 있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부상이다. 런던의 핀테크 기업 레볼루트는 이미 전 세계 70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고 기업 가치도 750억 달러에 이른다. 전통 금융기관이 기술 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금융의 본질이 자본에서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은행의 경쟁력은 지점망과 자금 규모였다. 그러나 이제 경쟁력의 핵심은 데이터와 알고리즘, 그리고 플랫폼이다. AI와 블록체인, 가상화폐 기술이 금융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흐름에서 한국 금융 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국내 은행과 카드사들도 결제 데이터와 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비금융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데이터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고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솔루션과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 경제의 흐름을 인식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한국 금융 산업의 변화 속도는 글로벌 흐름에 비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 금융은 여전히 규제 중심 구조에 묶여 있고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는 데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금융 산업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과도한 안정 지향은 변화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 그리고 장기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을 향한 집요한 도전이 있었다. 그렇다면 금융 산업에서는 왜 이러한 도전이 어려운 것인가. 공자는 『중용』에서 “군자지도(君子之道)는 조조연연(造造然然)하여 일상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멀리 이른다”고 말했다. 큰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지만, 방향을 정하고 꾸준히 나아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뜻이다. 지금 금융 산업이 맞이한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작은 혁신이 축적되어 산업의 구조를 바꾸게 된다. AI와 가상화폐, 데이터 경제의 시대는 금융 산업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은행은 더 이상 단순한 금융 중개기관이 아니다. 데이터 기업이며 기술 기업이고 플랫폼 기업이다. 금융의 미래는 기술과 결합된 새로운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 금융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데이터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을 포함한 새로운 금융 영역에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세계 금융의 경쟁은 단순한 은행 간 경쟁이 아니다. 기술 경쟁이며 데이터 경쟁이다. 금융과 IT의 경계는 이미 사라지고 있다. 전통 은행이 기술 기업으로 변신하는 시대에 한국 금융이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문다면 미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디지털 소비 환경을 갖고 있다. 모바일 금융과 전자결제 분야에서도 이미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반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한국 금융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용기다. 기술 변화의 시대에 가장 위험한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금융 산업 역시 혁신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AI와 가상화폐 시대의 금융은 더 이상 과거의 은행이 아니다. 이제 한국 금융도 안정만을 지키는 산업이 아니라 기술과 데이터 경쟁에 뛰어드는 산업으로 변해야 한다. **K반도체가 세계 산업 지형을 바꾸었다면 K금융 역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야 할 때다.
2026-03-12 15: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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