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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안경 혁신, 누군가에겐 보이지 않는 몰카가 됐다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안경이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하며 음성으로 AI와 대화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술은 점점 사람의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일 사회적 안전장치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최근 AI 안경으로 데이트 상대 여성을 몰래 촬영해 소셜미디어(SNS)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남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촬영 당시 안경의 촬영 표시등을 가린 정황과 함께 피해자의 신체 일부가 촬영됐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성범죄 혐의 적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특정 개인의 일탈에서 끝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AI 안경이 대중화될수록 비슷한 범죄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촬영은 더욱 자연스러워졌고 반대로 피해자는 자신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워졌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때는 최소한 기기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 필요하다. 상대방도 카메라를 의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AI 안경은 다르다. 일반 안경과 외형상 큰 차이가 없고 사용자가 정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촬영이 가능하다. 주변 사람 입장에서는 대화를 하는 건지 사진을 찍는 건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물론 AI 안경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웨어러블 기기는 앞으로 AI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양 팔 자유롭게 정보를 얻고 실시간 번역과 길 안내, 영상 기록까지 가능한 기술은 분명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편의를 제공한다. 그러나 혁신적인 기술일수록 악용 가능성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AI 안경 제조사들은 촬영 시 LED 표시등이 켜진다는 점 등을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로 제시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표시등을 가리는 방식으로 촬영이 가능하다면 이러한 장치만으로는 충분한 예방책이 될 수 없다. 기업들은 제품 성능 경쟁을 넘어 안전 설계에도 더 많은 책임을 가져야 한다. 촬영 사실을 주변 사람이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하고 사용자가 이를 임의로 무력화하기 어렵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술의 편의성만큼 사회적 신뢰도 제품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AI 웨어러블 시대에 맞는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스마트폰 중심으로 마련된 불법촬영 대응 체계만으로는 얼굴에 착용하는 카메라 기기의 확산을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 제품 안전기준과 프라이버시 보호 기준, 소비자 고지 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AI 안경은 가까운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들어온 현실이다. 기술은 사람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혁신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장 눈치채기 어려운 감시 도구가 된다면 그 혁신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안전장치와 사회적 신뢰도 함께 발전해야 AI는 비로소 진정한 일상 속 기술이 될 수 있다.
2026-07-09 15:30:25
몰카범 때린 피해자에게 벌금형, 법은 공포의 순간을 보았나
[경제일보] 새벽 여자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소변을 보고 있었다. 그 장면을 20대 남성이 몰래 촬영했다. 여성은 그 남성의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렸다. 법원은 여성을 폭행죄로 유죄 판단했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 개요는 몇 줄이면 끝난다. 그러나 그 몇 줄 안에 새벽 여자 화장실의 공포까지 담기지는 않는다. 장소는 여자 화장실이었다. 시간은 오전 5시40분께였다. 피해자는 용변 중이었다. 상대 남성은 처음 선을 넘은 사람도 아니었다. 이미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혐의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였다. 그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한 것이다. 창원지법은 이 여성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성이 불법촬영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폭행 피해를 일관되게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또 여성이 남성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출입구를 다리로 막은 데 그치지 않고 얼굴 부위를 15∼17회가량 폭행했다며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폭행의 횟수와 부위를 따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렸다는 사실관계가 인정됐다면 그 대목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형법은 방위행위가 정도를 넘은 경우까지 하나의 결론으로만 처리하지 않는다. 과잉방위라는 완충지대를 두고 있고, 그중에서도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경악·흥분·당황 때문에 방위행위가 정도를 넘은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정당방위 성립 여부를 넘어서는 판단을 요구했다. 정당방위를 부정한 뒤에도 법원에는 남은 판단이 있었다. 새벽 여자 화장실에서 용변 중 불법촬영을 당한 사람의 공포와 경악, 흥분과 당황을 살피지 않는다면 형법 제21조 제3항은 문언으로만 남는다. 시민들이 이 판결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법촬영은 단지 휴대전화를 들이댄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피해자의 신체와 사생활, 성적 자기결정권을 동시에 침해하는 범죄다. 더구나 디지털 성범죄는 범행 현장에서 끝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촬영물이 휴대전화에 남아 있으면 피해는 계속될 수 있다. 저장될 수 있고 전송될 수 있으며 복제될 수 있다.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느꼈을 공포는 “이미 촬영은 끝났다”는 사후적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이 사건의 핵심은 성범죄 피해자의 현장 반응을 법이 어떻게 볼 것인지에 있다. 사적 응징권을 인정하자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형법은 사적 보복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형사법의 기본이다. 그러나 성범죄 피해자가 범행 직후 현장에서 보인 즉각적 저항을 일반 폭행 사건의 사후적 평정심으로만 재단해서는 곤란하다. 형법 제21조 제3항은 바로 그 지점을 위해 존재한다. 방위행위가 정도를 넘었더라도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해 그 행위에 이르렀다면 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이다. 이는 법이 인간에게 불가능한 침착함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위협 앞에 선 사람이 항상 균형 잡힌 비례감각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경험칙을 법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 조항의 의미를 정면으로 불러온다. 오전 5시40분 여자 화장실은 평온한 일상 공간이 아니었다. 피해자는 무방비 상태였다. 상대는 불법촬영을 한 직후였다. 촬영물의 존재와 도주 가능성도 있었다. 피해자는 상대가 누구인지, 촬영물이 어디로 갈지, 자신이 당한 일을 제대로 입증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몇 분은 법률가의 책상 위 시간이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의 현장 시간이었다. 얼굴을 15회 이상 때렸다는 판단이 사실이라면 그 자체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정이다. 피해자라는 이유만으로 물리력 행사의 한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대목은 제21조 제3항을 배제할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그 조항을 검토해야 할 출발점에 가깝다. 제21조 제3항은 방위행위가 정도를 넘은 경우를 전제로 한다. “많이 때렸으니 정당방위가 아니다”에서 멈출 일이 아니라 “그 정도를 넘은 행위가 공포·경악·흥분·당황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닌가”까지 따졌어야 했다. 이 사건에서 촬영 행위가 이미 끝났다고 보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불법촬영은 셔터를 누른 순간 법익 침해가 말끔히 종료되는 유형의 범죄가 아니다. 휴대전화 안에 촬영물이 남아 있고 가해자가 도주하면 삭제·전송·유포·증거인멸 가능성이 뒤따른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범행 직후 현장에서 가해자를 제지한 행위를 사후 보복으로만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다. 벌금 30만원은 형량만 놓고 보면 무겁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형사판결에서 유죄의 의미는 금액으로만 계산되지 않는다. 이 여성은 불법촬영 피해자였고 동시에 폭행 사건의 피고인이 됐다. 성범죄를 당한 사람이 그 자리에서 저항했다가 전과의 이름을 얻은 것이다. 시민들이 이 판결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오래전에도 비슷한 질문 앞에 선 적이 있다. 1964년 최말자 씨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 당시 법원은 그에게 중상해 유죄를 선고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저항은 방위가 아니라 상해로 기록됐다. 61년 뒤 부산지법은 재심에서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그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했다. 최말자 사건이 이번 사건의 결론을 그대로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강간 시도를 벗어나기 위한 직접 저항과 불법촬영 발각 뒤 이어진 폭행은 사실관계가 다르다. 결과의 중대성도 다르고 범행의 국면도 다르다. 그러나 최말자 사건은 오래된 거울이다. 법이 성범죄 피해자의 저항을 사후의 평온한 시선으로 재단했을 때 어떤 오판이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성범죄 피해자는 사건 현장에서 법률가가 아니다. 침해의 현재성, 방위의 상당성, 행위의 비례성을 머릿속으로 계산하면서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용변 중 불법촬영을 당한 사람에게 “어디까지는 붙잡아도 되고 어디부터는 폭행이 된다”고 냉정히 구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법이 그 차이를 보지 못하면 판결은 형식적으로는 맞아 보여도 사회적으로는 납득되기 어렵다. 형사재판은 여론의 압력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 국민 법감정은 유무죄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법리는 현실을 해석하기 위한 도구이지 현실을 지워버리는 장치가 아니다. 법관의 판단은 조문과 판례 위에 서야 하지만 그 조문과 판례가 적용되는 현장의 인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성범죄 피해자의 저항을 어디까지 법적으로 허용할 것인지는 어려운 문제다. 선을 잘못 그으면 사적 보복을 부추길 수 있고 너무 좁게 그으면 피해자를 다시 처벌하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법원에는 더 정교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 사건에서 필요한 것은 피해자의 폭행을 무조건 정당화하는 결론이 아니라 구체적 설명이었다. 불법촬영 피해자가 그 순간 어떤 공포와 당황 속에 있었는지, 그 상태가 왜 형법 제21조 제3항의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와 “공포·경악·흥분·당황”에 해당하지 않는지 설득하는 일이었다. 그 설명이 없으면 판결은 법정 안에서는 맞아 보여도 현장 밖의 시민에게는 멀게 느껴진다. 법이 피해자에게 요구한 것은 결과적으로 평정심이었다. 그러나 그 평정심은 새벽 여자 화장실에서 용변 중 불법촬영을 당한 사람에게 기대하기 어렵다. 법률가에게는 가능한 계산이 피해자에게는 불가능한 순간이 있다. 형법 제21조 제3항이 있는 이유도 그 불가능한 순간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폭행의 결과를 보았다. 그러나 형법이 제21조 제3항을 둔 이유는 결과 이전의 공포와 당황까지 보라는 데 있다. 국민이 이 판결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법은 폭행의 횟수를 세었다. 이제 법은 그 횟수 앞에 있었던 새벽 여자 화장실의 공포도 보아야 한다.
2026-06-02 08:48:47
"여교사 및 직원 12명 도촬"… 어린이집 원장 남편에게 징역 3년 구형
[경제일보] 아내가 운영하는 경기 용인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통학 차량 기사로 근무하던 40대 A씨의 추악한 범행 전말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23일 수원지법 형사11단독(지선경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 따르면, A씨는 2025년 8월부터 12월까지 어린이집 1층 교직원 화장실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여교사 등 직원 12명을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했다. 특히 A씨는 선반에 있던 카메라를 직접 개조해 좌변기에 설치하는 등 고도로 치밀하고 대범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의 질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범행 발각 이후 A씨의 행태였다. 지난해 12월 교사들이 카메라를 발견하고 수사를 요청했음에도 A씨는 즉시 신고하지 않고 수일간 시간을 끌었다. 이 기간에 그는 사설 업체에 포렌식을 맡겨 증거 삭제를 시도하는 한편, 증거가 담긴 SD카드를 변기에 버리고 강원 동해시로 도주해 범행 기기를 바다에 던져버리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수사 결과 확인됐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10년간의 취업제한, 신상정보 공개 등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어린이집 대표격인 지위에서 보호해야 할 직원들을 상대로 장기간 반복 범행을 저질렀고, 적발 후 증거를 인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A씨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가족의 생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깊은 상태다.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6월 18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2026-04-23 15: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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