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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의 시대에서 정리의 시대로"…시험대 오른 '롯데 DNA'
[경제일보] 롯데는 한국 재계에서 가장 독특한 출발점을 가진 그룹이다. 창업자 신격호 명예회장은 1948년 일본 도쿄에서 껌 사업으로 롯데를 시작했다. 이후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세우며 국내 사업을 본격화했다. 롯데의 첫 DNA는 소비자의 입맛과 생활 반경을 파고드는 데 있었다. 껌과 과자, 음료, 햄과 우유, 패스트푸드, 백화점과 호텔, 놀이공원까지 롯데는 제조업의 공장보다 소비자의 일상에 가까운 곳에서 몸집을 키웠다. 롯데식 성장은 ‘생활의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삼성과 현대차가 반도체와 자동차, 중후장대 제조업을 앞세웠다면 롯데는 먹고, 마시고, 사고, 쉬고, 노는 공간을 장악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리아,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롯데월드가 쌓아 올린 것은 단순한 계열사 목록이 아니었다. 한국인의 소비 동선 속에 롯데라는 이름을 심는 과정이었다. 1970년대 이후 롯데는 식품을 넘어 유통과 관광, 석유화학으로 사업을 넓혔다. 롯데 공식 연혁에 따르면 롯데는 1976년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했고, 1979년 롯데쇼핑을 세웠다. 식품과 유통에서 번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호텔, 백화점, 마트, 화학, 건설까지 넓히는 방식이었다. 롯데 DNA의 핵심은 ‘크게 한 번 베팅하는 승부수’보다 ‘될 만한 영역을 넓게 깔고, 오래 버티며, 전국망으로 키우는 확장력’이었다. 확장의 DNA, 소비 동선을 장악하다 롯데의 확장 방식은 시대와 잘 맞았다. 한국 경제가 고성장하던 시기, 소비자는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샀다. 도심에는 백화점이 들어섰고, 외곽에는 마트가 생겼다. 해외여행과 관광 수요가 커지면서 호텔과 면세점도 성장했다. 롯데는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식품에서 시작해 유통과 관광으로, 다시 석유화학과 건설로 이어지는 확장은 내수 성장기의 성공 공식이었다. 롯데의 강점은 안정성이었다.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호텔, 식품은 경기 변동을 타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수요를 품고 있다. 롯데는 이와 같은 안정성을 바탕으로 재계 상위권에 올라섰다. 신 명예회장 시대의 롯데는 과감한 기술 승부보다 치밀한 입지, 브랜드, 유통망, 현금흐름으로 성장한 그룹이었다. 하지만 성장의 기반이던 내수 확장 공식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쿠팡과 네이버, 전문몰과 해외 직구가 소비 동선을 바꿨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여전히 강하지만, 성장률은 과거 같지 않다. 롯데온은 그룹의 유통 자산을 온라인으로 묶겠다는 시도였지만, 시장의 판을 뒤집을 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석유화학도 더 이상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아니다. 중국과 중동의 증설, 글로벌 수요 둔화, 범용 제품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롯데케미칼은 한때 롯데의 제조업 확장을 상징했지만, 지금은 그룹 체질 전환의 가장 무거운 숙제가 됐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 롯데 DNA는 변화하고 있다. 과거 롯데는 좋은 입지에 점포를 깔고, 좋은 시장에 설비를 늘리며 성장했다. 지금은 반대로 줄이고, 합치고, 멈추는 능력이 필요해졌다. 성장기의 롯데가 ‘확장형 그룹’이었다면, 저성장기의 롯데는 ‘정리형 그룹’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시대, ‘많이 깔던 롯데’의 반전 과제 신동빈 회장 체제의 과제는 분명하다. 매출 규모보다 수익성, 점포 수보다 효율, 계열사 수보다 포트폴리오 질을 따져야 한다. 올해 초 롯데그룹의 경영 회의에서 신 회장이 수익성 중심 경영과 고강도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롯데는 더 이상 많이 벌려놓는 방식만으로 버티기 어렵다. 투자자와 시장은 “얼마나 크냐”보다 “얼마나 남기느냐”를 묻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도 변화는 드러났다. 공정위는 올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02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가 처음으로 재계 5위권에 진입했고, 롯데는 포스코와 함께 순위가 밀린 것으로 보도됐다. 순위 자체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징성은 작지 않다. 한화가 방산·조선·우주로 체급을 키우는 동안 롯데는 화학 부진과 유통 전환의 숙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롯데의 강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식품과 음료, 백화점, 호텔, 면세, 관광, 물류, 화학을 모두 가진 그룹은 드물다. 소비자의 하루를 따라가면 롯데가 여러 번 등장한다. 커피와 과자, 편의점, 마트, 백화점, 호텔, 놀이공원, 면세점, 택배, 카드와 멤버십이 하나의 생활권 안에 있다. 이 자산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흩어진 자산을 하나의 경쟁력으로 묶는 능력이다. 롯데는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였지만, 온라인에서는 쿠팡과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마트와 슈퍼, 백화점과 이커머스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신선식품과 프리미엄 식품, 지역 맞춤형 점포, 오프라인 픽업과 반품, 멤버십 데이터 활용은 롯데가 다시 강점을 찾을 수 있는 영역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계열사별 이해관계를 넘어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조직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화학 부문에서는 범용 제품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스페셜티 소재로 이동해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를 미래 성장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밝히며, 사업구조 전환과 재무 건전성 강화, 경쟁력이 낮거나 차별화가 어려운 사업의 합리화를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생존 조건에 가깝다. 석유화학은 더 이상 설비를 많이 가진 기업이 이기는 산업이 아니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남기며, 어디에 다시 투자할지를 정하는 산업이 됐다. 롯데 DNA의 본질은 ‘생활산업의 확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DNA는 ‘선택과 집중’이다. 신격호 시대의 롯데가 소비자의 생활 반경을 넓게 장악한 그룹이었다면, 신동빈 시대의 롯데는 그 넓은 반경을 다시 효율적으로 재배치해야 하는 그룹이다. 과거에는 점포와 설비를 늘리는 것이 성장의 언어였다. 지금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줄이는 것도 성장의 언어가 됐다. 롯데의 시험대는 그래서 냉정하다. 유통에서는 온라인 전환의 속도를 높여야 하고, 화학에서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 호텔과 관광은 회복 국면을 살려야 하며, 식품은 글로벌 K푸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롯데의 과제는 복잡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롯데에 필요한 것은 더 큰 확장이 아니라 더 정교한 재편”이라며 “롯데 DNA의 다음 장은 ‘확장’이 아니라 ‘정리’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14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14 10: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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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실적' vs SK하닉 '실탄'…AI 메모리 패권경쟁 2라운드
[경제일보] AI 반도체 전쟁의 열기가 다시 한국 증시를 흔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역대급 실적으로 돌아왔고,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쪽은 실적으로, 다른 한쪽은 자금조달로 AI 메모리 패권전 2라운드의 문을 열었다. 역대급 실적으로 돌아온 삼성의 '반격'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약 171조원, 영업이익 약 89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 4조6800억원과 비교하면 약 19배 수준이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D램과 낸드 가격이 뛰고,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발한 결과다. 몇 년 전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전자가 다시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중심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한 지난 7일 코스피는 4.9%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6.9%, 6.1% 하락했다. 강한 이익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AI 메모리 호황이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커진 영향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과열됐는지,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계속 늘어날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새로운 질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은 단순한 HBM 점유율 싸움을 넘어섰다. 이제 승부처는 '누가 더 빨리 고성능 메모리 생산능력을 늘리느냐', '누가 엔비디아와 빅테크 고객의 장기계약을 더 단단히 묶느냐'. '메모리 사이클이 꺾일 때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로 옮겨갔다. 삼성전자의 무기는 종합 반도체 체력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패키징을 모두 가진 세계에서 드문 기업이다. AI 반도체가 복잡해질수록 칩 하나의 성능보다 메모리, 로직, 패키징을 함께 묶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삼성전자는 HBM에서 SK하이닉스에 먼저 밀렸지만, 메모리 전반의 가격 상승과 낸드 회복, 범용 D램 수요 반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초반 주도권을 놓쳤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 공급망의 신뢰를 먼저 얻은 쪽은 SK하이닉스였다. 삼성전자의 2분기 호실적에도 시장에서 '삼성이 AI 메모리의 가장 중요한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제품을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다. HBM 선점한 SK, 자본시장서 실탄 확보 SK하이닉스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 매각을 시작했고 280억7000만 달러(한화 약 43조원)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자금은 국내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과 첨단 장비 확보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AI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에 글로벌 투자자 자금을 끌어와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다. HBM 선점으로 얻은 시장 신뢰를 자본시장으로 확장하려는 승부수다. SK하이닉스의 강점은 집중력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바일과 가전까지 거대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이라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한 분야에서 더 집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HBM에서는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하며 'AI 시대 메모리 강자' 이미지를 굳혔다. HBM은 단순히 많이 만드는 제품이 아니다. 고객의 AI 가속기 설계 일정에 맞춰 성능, 발열, 전력 효율, 패키징을 함께 맞춰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이 고객 맞춤형 대응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금 조달은 기회이자 동시에 부담이다. AI 메모리 호황이 길게 이어지면 선제 투자는 격차 확대의 무기가 되지만, 반대로 빅테크의 AI 투자가 둔화하거나 메모리 공급이 한꺼번에 늘어나면 대규모 설비투자는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호황 이후 겨누는 장기전 두 기업 모두 사이클 방어가 숙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들은 다운사이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장기계약과 '테이크 오어 페이(Take or Pay)' 방식의 계약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계약이 전체 매출을 모두 방어하는 것은 아닌 만큼 공급과잉이 현실화될 경우 충격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쟁은 '누가 더 많이 버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실적으로 자신이 여전히 '메모리 강자'임을 증명해야 하고, SK하이닉스는 HBM 선점이 일시적 우위가 아니라 장기 경쟁력임을 입증해야 한다. 투자 포인트도 다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전체 체력과 포트폴리오 회복력이 강점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D램과 낸드 전반으로 번지면 삼성의 이익 레버리지는 더 커진다.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부진이 부담이지만, 반대로 이 부문이 회복하면 실적 개선의 추가 여지도 생긴다. SK하이닉스는 HBM과 고성능 D램에 더 집중된 기업이다. AI 서버 수요가 계속 강하면 이 집중력이 더 큰 프리미엄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시장이 더 이상 '좋은 숫자'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은 압도적이지만, 주가는 흔들렸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미 AI 호황을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했고, 이제는 다음 국면을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2027년 이후에도 지속될지, 가격 상승이 얼마나 이어질지, 고객의 장기계약이 실제 방어막이 될지가 중요해졌다.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로 보면 두 기업의 경쟁은 축복이자 부담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동시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면 국내 장비·소재·부품 생태계는 커진다. 용인, 평택, 청주 등 반도체 거점의 산업적 무게도 커진다.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너무 많은 투자가 몰리면 사이클 하강기에 충격도 커진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이지만, 동시에 가장 냉정한 사이클 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지금은 강하지만, 진짜 승부는 가격이 오를 때가 아니라 가격이 흔들릴 때 드러난다"며 "AI 메모리 2라운드는 생산능력, 고객계약, 자금조달, 사이클 방어력까지 모두 겨루는 장기전"이라고 했다. 이어 "AI는 더 많은 메모리를 요구하고, 시장은 더 많은 증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익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승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9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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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는 밖으로 나가고 돈은 우주로 몰린다
[경제일보] 중국 경제의 세 장면이 엇갈리고 있다. 자동차 내수시장은 가격 경쟁과 소비 둔화로 흔들리고 있지만 수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달러 강세와 자산가격 변동 영향으로 소폭 줄었다. 상업우주 분야에서는 저궤도 위성망 구축이 이어지고,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권이 발사와 위성 운영 리스크를 떠안는 방식으로 산업에 들어서고 있다. 자동차와 외환, 우주는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 지표는 중국 경제가 어디에서 압박을 받고,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는지를 보여준다. 내수 자동차 시장은 이미 신규 수요를 크게 늘리기 어려운 단계로 들어섰고, 제조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물량을 찾고 있다. 거시경제에서는 외환보유액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해졌고, 신산업에서는 우주 인프라와 금융 서비스가 결합하기 시작했다. ◆ 자동차 내수는 줄고, 수출은 늘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내수와 수출의 온도차다. 중국 내 승용차 판매는 감소세를 보였다. 가격 인하 경쟁이 길어졌고, 재고 조정 부담도 이어졌다. 부동산 경기 부진과 가계 소비심리 약화도 자동차 구매를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수출은 크게 늘었다. 중국 승용차 수출은 상반기 428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70.6% 증가했다. 6월 한 달 수출도 88만2000대로 82.1% 늘었다. 내수시장에서 줄어든 판매를 해외 시장에서 메우려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신에너지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 재편의 중심에 있다. 올해 중국 신에너지차 침투율은 60%대에 올라섰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더 이상 일부 소비층의 선택지가 아니라 주력 차종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비야디(BYD), 지리자동차(Geely), 체리자동차(Chery) 등 중국 브랜드는 전동화 모델과 해외 판매망을 앞세워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합작 브랜드의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은 중국 시장에서 한동안 강한 영향력을 보였지만, 스마트 전기차 전환 속도에서는 중국 브랜드에 밀리는 흐름이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내연기관 중심의 브랜드 이미지보다 배터리 성능, 가격, 주행 보조 기능,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더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자동차 산업이 무난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야디도 해외 판매 증가로 버티고 있지만 국내 판매 둔화와 가격 경쟁의 압박을 받고 있다. 수출이 늘수록 유럽과 동남아, 중남미, 중동 각국의 통상 규제와 현지 생산 요구도 커질 수 있다. 앞으로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단순 판매량보다 현지 공장, 부품 공급, 사후 서비스, 브랜드 신뢰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 외환보유액 감소, 달러 강세 영향 중국 외환보유액은 6월 말 기준 3조4163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260억달러 줄었다. 감소율은 0.75%였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달러지수 상승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환율 및 자산가격 변동이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은 단순히 달러 현금만 쌓아 둔 금고가 아니다. 주요국 국채와 다양한 통화 표시 자산으로 구성돼 있어 환율과 채권가격 변화에 따라 달러 환산액이 달라진다. 6월 외환보유액 감소를 중국 금융시장의 위기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여전히 3조4000억달러대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위안화 환율과 달러 강세, 미국과 주요국의 금리 흐름이 중국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미치는 구도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강조하는 것은 안정이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 능력과 금융시장 신뢰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출이 늘고 무역흑자가 이어져도 자본 이동과 환율 변동이 커지면 시장은 외환보유액을 민감하게 본다. 중국 정부가 달러 강세와 자산가격 변동을 감소 원인으로 설명한 것도 불필요한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성격이 있다. ◆ 위성망 구축에 금융이 붙기 시작했다 상업우주 분야에서는 저궤도 위성망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7월 4일 타이위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 6호A 운반로켓을 사용해 첸판 위성군 18기를 궤도에 올렸다. 이번 발사로 첸판 위성군의 운용 위성 수는 218기로 늘었다. 첸판 위성군은 중국이 추진하는 저궤도 광대역 통신위성망이다.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처럼 저궤도에 다수의 위성을 띄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상이다. 위성 수가 늘수록 발사 빈도와 발사 실패, 궤도 진입, 위성 운영과 관련한 위험도 함께 커진다. 이번 발사에서 SS GEN1-257 위성은 ‘핑안24’로 이름 붙여졌다. 핑안손해보험이 첸판 위성군 사업과 연결돼 상업우주 분야의 보험 서비스를 알린 사례다. 위성 발사와 운용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발사 실패, 궤도 이탈, 위성 고장, 제3자 손해 등 다양한 위험이 존재한다. 보험과 금융 서비스가 없으면 민간 기업이 대규모 발사 계획을 지속하기 어렵다. 중국 상업우주 산업이 커질수록 금융권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로켓과 위성을 만드는 기업은 발사체와 부품, 지상국, 데이터 서비스까지 장기간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보험사는 발사 위험을 분산하고, 은행과 투자기관은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자금을 공급한다. 우주산업이 연구개발 프로젝트에서 산업 생태계로 옮겨가려면 이런 금융 장치가 필요하다. 다만 중국 상업우주가 곧바로 스타링크 수준의 글로벌 서비스를 갖췄다고 보기는 이르다. 저궤도 위성망은 수천 기 단위의 위성, 안정적인 발사체, 지상 단말기, 주파수 확보, 해외 규제 대응이 함께 필요하다. 위성을 많이 쏘는 일과 이를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로 바꾸는 일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있다. ◆ 내수 압박 속 새 시장을 찾는 중국 자동차와 외환, 상업우주는 중국 경제의 서로 다른 얼굴이다. 자동차 시장은 내수 둔화와 가격 경쟁 속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금융 안정성을 관리해야 하는 중국 경제의 현실을 보여준다. 상업우주는 제조와 기술, 금융이 함께 움직이는 새 산업으로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선택은 기존 시장에서 버티는 것과 새 시장을 여는 것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수출과 현지 생산으로 돌파구를 찾고, 당국은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하며, 금융권은 우주산업의 위험을 떠안는 방식으로 신산업에 참여한다. 이 흐름이 중국 경제 전체의 회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수출이 늘어도 내수 부진과 가격 경쟁이 기업 수익을 압박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도 달러 강세와 자본 이동은 계속 부담이다. 상업우주는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투자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세 분야는 중국 경제가 기존 성장 방식에 머물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자동차는 내수 중심에서 해외 시장으로, 금융은 외환 안정에서 신산업 위험 관리로, 우주산업은 국가 프로젝트에서 민간과 금융이 결합한 산업 생태계로 옮겨가고 있다.
2026-07-08 18: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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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773% 질주, 테슬라는 수성…하반기 신차 경쟁 본격화
[경제일보] 국내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BYD가 수입 전기차 시장을 파고들고, 테슬라는 상품성으로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주력 차종 판매가 주춤한 사이 기아는 전기차 신차 효과를 앞세워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반기 시장 주도권은 신차 경쟁력과 가격 전략이 가를 전망이다. 7일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85만396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다. 국산차 등록은 66만7159대로 4.8% 감소한 반면 수입차는 18만6810대로 31.7% 늘었다. 전기차 등록은 19만8969대로 112.6% 증가하며 전체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상반기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의 급부상이다. BYD는 상반기 1만1675대를 등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73.2% 성장했다. 수입 승용차 브랜드 가운데 테슬라와 BMW,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4위에 올랐고, 불과 1년 만에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의 주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BYD의 급성장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국내 판매 모델은 돌핀(2450만원), 아토3(3350만원), 씰(3990만~4190만원), 씨라이언7(4490만~4690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상반기에는 국고·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돌핀은 2000만원대 초중반, 아토3는 2000만원대 후반, 씰은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브랜드 인지도보다 가격과 상품성을 우선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점도 판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성적이 엇갈렸다. 현대차 승용차 등록 대수는 21만7962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0% 감소한 반면 기아는 26만8868대로 2.6% 증가하며 국산 승용차 브랜드 1위를 유지했다. 제네시스도 24.0% 감소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차는 주력 차종 판매 감소가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싼타페는 전년 동기 대비 38.8%, 팰리세이드는 33.5%, 아반떼는 27.0%, 투싼은 25.0% 각각 줄었다.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아이오닉9 등 전기차 판매는 증가했지만 판매 비중이 아직 크지 않아 내연기관 감소분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 반면 기아는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전기차를 앞세워 성장세를 이어갔다. 쏘렌토는 5만6367대로 상반기 국산 승용차 판매 1위를 차지했고, EV3는 1만8009대가 등록되며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올해 출시한 EV5도 1만5411대를 기록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고, EV4 역시 판매를 늘리며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힘을 보탰다. 하반기에는 현대차그룹의 반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전기 세단 EV4를 비롯한 신차 판매를 확대하고 아이오닉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기아도 EV4와 EV5 판매를 본격화하는 한편 쏘렌토와 카니발 등 기존 주력 차종의 판매 기반을 유지하며 내수와 전기차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은 경쟁 구도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BYD는 일부 차종이 정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상반기와 같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테슬라도 이달부터 모델3와 모델Y 등 주요 차종 가격을 최대 700만원 인상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약해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신차 효과가 실제 판매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신차가 나오면 소비자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며 “하반기에는 배터리 성능과 충전 편의성, 사후서비스까지 소비자가 체감하는 상품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브랜드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2026-07-07 16: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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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복귀론 급부상…혼돈의 한국 축구, '16강 감독' 다시 부르나
[경제일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기 탈락 이후 홍명보 전 감독이 사퇴하면서 대표팀 사령탑이 공석이 된 가운데, 벤투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7일 축구계와 대한축구협회 등에 따르면 벤투 전 감독은 최근 대표팀에서 함께 일했던 협회 관계자를 통해 감독직 복귀에 대한 관심을 전달했다. 다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 공식 지원 서류를 낸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벤투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식 감독직은 물론 상황에 따라 임시 감독 체제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취지의 의사가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전력강화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차기 대표팀 사령탑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대표팀은 9월부터 11월까지 A매치를 치러야 하고 내년 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다. 정식 감독 선임이 늦어질 경우 임시 감독 체제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증된 카드 벤투…적응 기간 짧은 것이 강점 벤투 전 감독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표팀에 대한 높은 이해도다. 그는 2018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4년 4개월 동안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단일 임기 기준으로 한국 축구대표팀 최장수 감독이다. 벤투 전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12년 만의 원정 월드컵 16강으로 이끌었다. 당시 대표팀은 우루과이와 비기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꺾으며 16강에 올랐다.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는 1-4로 패했지만 대회 전반을 놓고는 한국 축구가 수비 일변도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술적으로도 벤투 전 감독은 후방 빌드업과 점유 기반 축구를 대표팀에 정착시키려 했다. 초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장기 운영을 통해 선수단 안에 전술적 일관성을 심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핵심 선수들과 이미 호흡을 맞췄다는 점도 강점이다. 축구계 관계자는 “벤투 감독의 장점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끝까지 밀고 가면서도 선수들에게 역할을 명확히 부여했다는 점”이라며 “짧은 시간에 팀을 다시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국 축구와 선수단을 잘 아는 지도자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 리더십 공백 속 ‘안정형 선택지’ 부상 벤투 복귀론이 힘을 얻는 배경에는 한국 축구의 불안정한 상황도 있다. 대표팀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조별리그를 마쳤고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밀리며 조기 탈락했다. 홍명보 전 감독은 탈락 직후 멕시코 현지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적 부진의 후폭풍은 감독 책임론에 그치지 않았다. 대표팀 운영, 감독 선임 과정,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확산됐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의 사퇴 이후 차기 회장 선거 구도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리더십 공백 속에서 벤투 전 감독은 ‘안정형 카드’로 분류된다. 한국 대표팀을 이미 경험했고, 월드컵 본선 성과도 냈으며, 선수단 장악력도 검증됐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협회로서는 전면적인 실험보다 검증된 지도자를 우선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축구 행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협회가 새 회장 체제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장기 프로젝트형 감독을 선임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그렇다고 대표팀을 공백 상태로 둘 수도 없어 임시 감독 또는 단기 안정형 감독 카드가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절차와 명분…‘추억의 복귀’로 끝나선 안 돼 다만 벤투 전 감독의 복귀가 곧바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공식 지원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어떤 기준으로 후보군을 추릴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외국인 감독과 국내 감독을 함께 검토할지, 임시 감독과 정식 감독을 분리할지에 따라 벤투 전 감독의 위치도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이력도 평가 대상이다. 벤투 전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떠난 뒤 2023년 7월 아랍에미리트(UAE) 대표팀 감독에 부임했지만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카타르 월드컵의 성공 경험과 별개로 UAE 대표팀에서의 성과와 한계도 함께 검토될 수밖에 없다. 여론도 변수다. 한국 축구 팬들은 최근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불투명성에 강한 불신을 보여왔다.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 논란이 불거졌고 월드컵 조기 탈락 이후 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가 충분한 설명 없이 벤투 전 감독을 선택할 경우, 복귀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결국 벤투 복귀론의 핵심은 이름값이 아니라 방향성이다. 아시안컵까지 대표팀 운영을 빠르게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면 벤투 전 감독은 현실적인 후보가 될 수 있다. 반면 월드컵 실패 이후 대표팀 시스템과 협회 구조까지 바꾸는 전면 쇄신이 목표라면 벤투 복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6-07-07 16: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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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미국행에 청문회·혁신위까지…월드컵 참사가 흔든 한국 축구
[경제일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후폭풍이 한국 축구 전체를 흔들고 있다. 대표팀의 성적 부진은 감독 책임론에 머물지 않고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구조, 감독 선임 과정, 선수단 관리, 유소년 육성 시스템, 축구 행정의 투명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미국 출국 논란, 국회의 청문회 추진 움직임, 문화체육관광부 주도의 ‘K-축구 혁신위원회’ 출범까지 맞물리면서 한국 축구는 사실상 전면적인 재검증 국면에 들어섰다. 귀국 이틀 만에 미국행…커진 ‘책임 회피’ 논란 가장 먼저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홍 전 감독의 출국이다. 홍 전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뒤 지난달 30일 귀국했지만, 불과 이틀 뒤인 2일 미국으로 떠났다. 홍 전 감독은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할 얘기는 있는데 언젠가 이야기가 잘 나올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단 내분설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내분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고, 귀화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의 규율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출국 시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청문회 추진을 검토하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 전 감독의 증인 출석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출국이기 때문이다. 국회 문체위가 축구협회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으며 홍 전 감독과 정 회장 등의 출석이 거론된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홍 전 감독의 미국행을 두고 ‘청문회 회피성 출국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됐다. 물론 홍 전 감독의 출국을 곧바로 ‘도피성’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직 공식적인 증인 채택이 이뤄진 단계가 아니고 출국을 제한할 법적 근거도 없다. 가족이 있는 미국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한 개인 일정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축구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표팀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인물이 충분한 설명 없이 해외로 떠난 것은 공적 책임의 측면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는 점과 별개로 국민적 실망이 큰 상황에서 감독이 직접 설명하고 책임지는 절차가 필요했다”며 “지금의 논란은 출국 자체보다 설명 부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축구 행정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홍명보 전 감독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대표팀 운영과 협회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폐쇄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감독 선임 논란부터 선수단 갈등설까지…쌓였던 불신 폭발 이번 월드컵 부진은 경기력 문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홍명보호는 대회 전부터 감독 선임 절차의 공정성 논란에 시달렸다.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 이후 대표팀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새 감독 선임 과정은 투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력강화위원회와 협회 수뇌부가 어떤 기준으로 후보군을 압축했고 왜 홍 전 감독을 최종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그동안 축적된 불신을 한꺼번에 폭발시킨 계기가 됐다. 선수단 내부 갈등설도 논란을 키웠다. 홍 전 감독은 “전체적인 내분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팬들의 의문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손흥민 등 핵심 선수 기용 문제,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 귀화 선수 활용과 규율 관리, 전술적 일관성 부재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팀 내부 사정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된 것은 그 자체로 대표팀 소통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성적이 좋았다면 묻혔을 문제가 성적 부진과 결합하면서 감독 리더십과 협회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셈이다. 국회 청문회 추진…정몽규 체제도 심판대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국회 청문회가 현실화될 경우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될 전망이다. 먼저 감독 선임 과정의 적정성이다. 또 월드컵 준비와 대표팀 운영의 책임 소재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 거버넌스와 정몽규 회장 체제의 구조적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대한축구협회의 독선과 무능이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축구계에서는 청문회가 단순한 망신주기식 책임 추궁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독 선임 과정의 회의록 △후보군 평가 기준 △협회 내부 의사결정 라인 △대표팀 지원 체계 △기술위원회 기능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누가 사과하고 물러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라며 “청문회가 열린다면 협회 운영 구조와 대표팀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 앞세운 혁신위 출범…‘보여주기식 쇄신’ 넘을까 문체부도 별도 대응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휘영 장관과 박지성 FIFA 분과위원회 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K-축구 혁신위원회’를 오는 6일 출범시키기로 했다. 혁신위에는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 등 축구인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유영근 변호사, 김대희 부경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는 축구 거버넌스, 유소년 선수 육성, 첨단 기술 시스템 도입 등 한국 축구의 중장기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현장에서 논의된 다양한 고민을 담아 대한민국 축구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설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휘영 장관도 혁신위가 주요 과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신뢰받는 축구인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축구의 비전이 수립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축구협회 운영 문제를 단순 감사 차원이 아니라 구조개혁 의제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혁신위가 실질적인 개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실패 때마다 쇄신을 약속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책임은 흐려지고 제도 개선은 미뤄졌다. 유소년 육성, 기술 철학 정립, 지도자 시스템 개선, 협회 투명성 강화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과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위원회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권한으로 무엇을 바꾸고 언제까지 실행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한국 축구의 상대는 이제 ‘불투명한 시스템’ 스포츠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한국 축구의 ‘거버넌스 위기’로 본다. 한 체육계 인사는 “대표팀 감독 선임부터 월드컵 평가까지 모든 과정이 사후적으로 설명되는 구조에서는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협회가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지 못하면 국회와 정부의 개입 명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는 지금 세 개의 심판대 앞에 서 있다. 팬들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묻고 있다. 국회는 협회 운영의 투명성을 따지려 한다. 정부는 혁신위를 통해 구조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홍명보 전 감독의 미국 출국 논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지만 더 넓게 보면 책임 있는 설명과 투명한 의사결정이 실종된 한국 축구 행정의 민낯을 드러낸 장면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월드컵은 끝났지만 한국 축구의 진짜 평가는 이제 시작됐는데 상대는 더 이상 조별리그 상대국이 아니다”라며 “불투명한 감독 선임, 폐쇄적 협회 운영, 책임 없는 리더십, 반복되는 임시방편이 한국 축구가 넘어야 할 진짜 상대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에도 성적 부진을 몇몇 개인의 사퇴로만 봉합한다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한국 축구는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2026-07-03 15: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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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독일도 축구협회 수사…월드컵 뒤 불거진 '운영 비리 의혹'
[경제일보] 월드컵이 한창인 시기에 한국과 독일 축구협회가 나란히 수사 문제로 뉴스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고발 사건이 서울경찰청으로 넘어갔다. 독일에서는 유로2024 개최도시 공무원들에게 티켓과 숙박 혜택이 제공됐다는 의혹으로 수사당국이 독일축구협회(DFB) 본부와 지방 행정기관을 압수수색했다. 두 사건은 성격이 다르다. 한국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 내부 절차와 권한 배분이 제대로 지켜졌는지가 쟁점이다. 독일은 국제대회 운영 과정에서 개최도시 관계자들이 직무와 관련해 부당한 혜택을 받았는지를 들여다보는 수사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대표팀 운영과 국제대회 개최를 맡는 공적 조직이라는 점에서, 두 사건 모두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 문제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 한국은 감독 선임 과정이 수사 대상 서울 종로경찰서는 1일 대한축구협회 관련 고발 사건 8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송했다. 종로서는 2024년 7월부터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된 고발 사건을 맡아 왔다. 고발인들은 클린스만 감독과 홍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협회 고위 관계자들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업무방해와 업무상 배임, 강요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홍 감독은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수사보다 먼저 행정 절차에서 논란이 커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특정감사에서 감독 선임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도 지난 4월 축구협회가 문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협회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후보 선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축구협회는 항소했다. 다만 행정법원의 판단이 형사책임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찰은 전력강화위원회와 이사회가 실제로 정해진 권한에 따라 운영됐는지, 특정 인사가 내부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감독 계약과 예산 집행 과정에서 협회에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따로 살펴야 한다. 서울청은 종로서가 확보한 관계자 진술과 협회 회의 자료, 문체부 감사 기록, 행정소송 자료를 검토한 뒤 추가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독일은 유로2024 티켓·숙박 혜택 수사 독일에서는 유로2024 대회 운영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범죄수사국과 보훔 검찰청은 1일 프랑크푸르트의 DFB 본부와 겔젠키르헨 등 유로2024 개최도시 행정기관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당국은 유로2024 대회운영사인 ‘유로2024 GmbH’ 관계자가 개최도시 공무원들에게 국가대표 경기 티켓과 호텔 숙박 혜택을 제공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개최도시 공무원이 대회 운영과 관련한 업무를 맡은 상태에서 이런 혜택을 받았다면 직무 관련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베를린·뮌헨·함부르크·슈투트가르트·도르트문트·뒤셀도르프 등 유로2024 경기가 열린 도시의 행정기관도 포함됐다. 수사당국은 혜택이 누구에게 어떤 절차로 제공됐는지, 대회운영사 내부에서 이를 승인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DFB 본부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지만, DFB 자체나 소속 임직원이 직접 피의자로 지목된 것은 아니다. DFB는 대회운영사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독일 대표팀은 월드컵 32강에서 탈락한 직후여서 수사 소식이 더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대표팀 경기력과 유로2024 운영 의혹은 별개의 사안이다. 하나는 감독·선수·전술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대회 운영과 공무원 윤리의 문제다. ◆ 성적과 수사는 별개지만, 신뢰는 함께 흔들린다 한국과 독일 모두 대표팀 성적 논란이 협회 운영 문제와 겹쳤다. 한국에서는 감독 선임 과정이 오랫동안 논란이 됐고, 독일에서는 월드컵 조기 탈락 뒤 유로2024 수사가 시작됐다. 경기 결과가 수사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감독 선임 절차가 문제가 됐다고 해서 경기 성적이 자동으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고, 월드컵에서 졌다고 해서 대회 운영 비리가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팬들은 대표팀과 협회를 따로 보지 않는다. 대표팀이 부진한데 협회 운영을 둘러싼 의혹까지 나오면, 경기력에 대한 불만은 조직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기 쉽다. 한국 수사는 감독 후보를 누가 어떤 절차로 추천했는지, 전력강화위원회와 이사회가 실제로 권한을 행사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독일 수사는 개최도시 관계자들이 받은 티켓과 숙박 혜택이 공식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는지, 대회운영사와 행정기관 사이에 부당한 거래가 있었는지를 가리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독일의 수사는 출발점도, 적용 법리도 다르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공적 책임을 가진 조직이라는 점은 같다. 대표팀 감독을 뽑는 절차와 국제대회를 운영하는 기준이 불투명하면, 경기장 밖의 문제가 경기장 안의 성과만큼 오래 남는다.
2026-07-02 10: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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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케 듀오'의 엇갈린 월드컵…손흥민은 침묵했고, 케인은 잉글랜드를 구했다
[경제일보] 한때 같은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를 흔들었던 두 공격수의 월드컵 운명이 엇갈렸다. 한국의 손흥민과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이다. 토트넘 홋스퍼 시절 두 선수는 ‘손케 듀오’로 불리며 리그 역사에 남을 호흡을 자랑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47골을 합작해 역대 최다 골 합작 기록을 세운 조합이었다. 그러나 2026 북중미 월드컵의 무대는 두 사람에게 전혀 다른 표정을 남겼다.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의 간판이자 주장으로 대회에 나섰지만 풀타임을 한 번도 소화하지 못한 채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반면 케인은 잉글랜드가 위기에 몰린 순간에도 끝까지 그라운드에 남았고, 결국 두 골로 팀을 다음 라운드에 올려놓았다. 끝까지 남은 케인, 믿음에 멀티골로 답했다 잉글랜드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7분 브리앙 시펭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30분과 41분 케인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케인의 첫 골은 전형적인 해결사의 장면이었다. 후반 30분 앤서니 고든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케인이 머리로 받아 넣었다. 끌려가던 잉글랜드의 숨통을 튼 동점골이었다. 이어 후반 41분에는 수비 사이에서 공간을 만든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내내 콩고민주공화국 골키퍼 리오넬 음파시의 선방에 막히던 잉글랜드는 케인의 결정력 하나로 탈락 위기에서 살아났다. 더 주목되는 대목은 토마스 투헬 감독의 선택이다. 잉글랜드의 경기력은 매끄럽지 않았다. 측면 공격은 답답했고, 중원 연결도 흔들렸다. 투헬 감독은 후반 들어 변화를 줬지만 최전방의 케인만큼은 끝까지 남겼다. 주장이자 골잡이, 위기의 순간 한 번은 해줄 선수라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은 두 골로 돌아왔다. 손흥민의 월드컵은 정반대였다. 한국은 체코전 승리 이후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패했고, 결국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손흥민 활용법은 대회 내내 논란이었다.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는 조기 교체됐고, 남아공전에서는 월드컵 본선 처음으로 선발에서 제외됐다. 특히 남아공전에서 손흥민을 벤치에 둔 결정은 국내외 축구 팬들의 의문을 불렀다. 대표팀의 상징이자 가장 큰 경험치를 가진 선수를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제외한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선택이 됐다. 후반 교체 투입 이후에도 손흥민은 경기 흐름을 바꿀 만한 장면을 만들지 못했고, 한국은 탈락을 피하지 못했다. 같은 재능, 다른 자리…스타 활용법이 승부를 갈랐다 물론 손흥민 부진을 개인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월드컵은 한 명의 스타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무대가 아니다. 더구나 손흥민은 이미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에 접어들었고, 대표팀은 세대교체와 전술 전환의 과제를 안고 있었다. 문제는 ‘관리’와 ‘배제’의 경계가 불분명했다는 점이다. 몸 상태를 고려한 출전시간 조절이었다면 언제 어떻게 승부처에 투입할지에 대한 설계가 필요했다. 그러나 한국은 손흥민을 아껴 쓴 것도, 확실히 중심에 세운 것도 아닌 어정쩡한 운영 끝에 공격의 구심점을 잃었다. 케인은 달랐다. 잉글랜드도 완벽하지 않았다. 콩고민주공화국전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우승 후보답지 않은 불안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잉글랜드에는 흔들리는 경기에서도 마지막까지 믿고 맡길 9번이 있었고, 그 9번은 감독의 신뢰를 골로 증명했다. 손흥민과 케인의 차이는 결국 ‘현재의 폼’만이 아니라 ‘팀 안에서의 자리’에서 갈렸다. 토트넘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의 장점을 증폭시켰다. 케인이 내려와 패스를 뿌리면 손흥민이 뒷공간을 찢었고, 손흥민이 수비를 끌고 가면 케인이 박스 안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각자의 처지가 달랐다. 케인은 여전히 잉글랜드 공격의 최종 종착지였고, 손흥민은 한국 전술 안에서 확실한 사용법을 찾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은 두 선수의 위상을 바꿔놓았다기보다, 스타를 대하는 팀의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케인은 팀의 중심에 있었고, 손흥민은 중심과 관리 사이에서 흔들렸다. 한 사람은 감독의 신뢰 속에 경기를 뒤집었고, 다른 한 사람은 벤치와 교체 사이에서 대회를 마쳤다. 축구에서 에이스는 이름값만으로 살아남지 않는다. 그러나 에이스를 살릴 구조 없이 이름값만 기대하는 팀도 성공하기 어렵다. ‘손케 듀오’의 엇갈린 월드컵은 그래서 더 씁쓸하다. 한때 같은 팀에서 서로를 빛나게 했던 두 별은 북중미의 여름, 각자의 대표팀에서 전혀 다른 결말을 받아들였다. 케인의 월드컵은 아직 계속되고 있고, 손흥민의 월드컵은 질문만 남긴 채 끝났다.
2026-07-02 10: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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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5사, 6월 판매 소폭 증가…기아·KGM 선전, 현대차·르노 부진
[경제일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 6월 글로벌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소폭 증가했다. 기아와 KG모빌리티(KGM)가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를 늘리며 전체 실적을 이끈 반면 현대자동차와 르노코리아는 감소세를 기록하며 업체별 성적표가 엇갈렸다. 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의 지난 6월 글로벌 판매량은 총 69만8800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9% 증가했다. 국내 판매는 12만1299대로 3.0%, 해외 판매는 57만7501대로 0.5% 각각 늘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기아와 KG모빌리티가 성장세를 보였다. 기아는 5만4981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8.7% 증가했고, KG모빌리티도 3637대로 20.0% 늘었다. 반면 현대차는 5만8232대로 6.2% 감소했으며,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도 각각 18.0%, 32.2% 줄었다. 해외 판매에서는 기아와 KG모빌리티, 한국지엠이 증가세를 기록했다. 기아는 24만739대로 7.6%, KG모빌리티는 8345대로 34.6%, 한국지엠은 4만7085대로 7.3% 각각 증가했다. 현대차는 28만81대로 5.8%, 르노코리아는 1251대로 64.8% 감소했다. 상반기 누적 글로벌 판매는 396만292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 국내 판매는 66만1456대로 3.6%, 해외 판매는 330만1465대로 0.5% 각각 줄었다. 업체별로는 기아가 163만988대를 판매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국지엠은 27만5523대, KG모빌리티는 5만6759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판매가 늘었다. 반면 현대차는 196만6267대, 르노코리아는 3만3384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차종별로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 현대차 그랜저가 6월 내수 시장에서 1만62대를 판매하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어 기아 쏘렌토(8561대), 셀토스(6685대), 카니발(6267대), 스포티지(6176대)가 뒤를 이었다. 상반기 누적 내수 판매 1위는 기아 쏘렌토로 5만5426대가 판매됐다. 현대차 그랜저(3만8390대), 기아 스포티지(3만1263대), 현대차 쏘나타(3만339대), 기아 카니발(3만202대) 순으로 집계됐다.
2026-07-02 09:4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