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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 탄 K-조선… 몸집 키우고, 글로벌 영토 넓히고, 플랜트 특화
[경제일보]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대한민국 조선업계에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하지만 순풍을 맞이한 ‘조선 빅3(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향하는 목적지는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 한화오션은 ‘글로벌 거점 확장’,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 해양 설비 특화’를 미래 생존 전략으로 낙점했다.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는 세 회사가 앞으로 어떤 시장에 무게를 둘지 보여 주는 예고편과 같다. 올해 1분기 한국 조선 3사의 영업이익률은 9.4~15.3%를 기록하며 일반 제조업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통상 2~3년이 걸리는 조선업의 수익 인식 구조 덕분이다. 2022~2023년 고선가 시기에 수주한 일감이 올해 손익계산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직계열화 vs 밸류체인 확장 vs 초격차 기술…3사가 택한 미래 생존법 HD현대중공업의 핵심 무기는 ‘규모’와 ‘수직계열화’다. 1분기 매출은 5조9163억원, 영업이익률은 15.3%로 3사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중형선 전문 계열사인 HD현대미포를 흡수 합병하며 덩치를 키운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을 견인한 또 다른 축은 ‘자체 엔진 사업’이다. 선박과 엔진을 함께 만드는 수직계열화 구조 덕분에 엔진기계 부문 영업이익률은 조선 부문을 웃도는 21.1%를 기록했다. 현재 약 3년 치 수주잔량을 확보한 이 부문은 국내 조선업계의 ‘공통 엔진 공급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외 확장에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1분기 매출 3조2099억원으로 2위에 오른 한화오션은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LNG 밸류체인’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24년 12월 미국 필리조선소(약 1435억원) 인수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전문기업 다이나맥(약 8800억원)을 연이어 품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미국 LNG 수출 터미널 운영사인 ‘넥스트데케이드’ 지분 6.8%(1803억원) 확보다. 이는 단순히 배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LNG 밸류 체인 안으로 들어가려는 한화오션의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에너지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한 1분기 739억원 적자는 아쉬운 대목이다. 대규모 해외 거점 및 에너지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철저하게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했다. 1분기 매출은 2조9023억원으로 3사 중 가장 적었지만, 재무 체력은 가장 극적으로 회복됐다. 1분기 말 기준 5000억원의 순현금을 기록하며 2012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순현금 체제로 전환했다. 핵심 동력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다. 한 기당 3조~4조원에 달하는 대형 FLNG를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대형 FLNG 5기를 수주해 3기를 인도했다. 또한 올해 ‘코랄 노르트’와 ‘델핀 LNG’ 프로젝트 등 최대 4기(약 12조~16조원 규모)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LNG운반선 중심 포트폴리오를 해양플랜트로 분산하려는 전략이다. 미래 신사업으로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를 꼽는다. 최근 미국(ABS)과 영국(LR) 선급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개념 설계 인증을 받았고, 오픈AI(OpenAI) 등과의 협력도 모색 중이다. 장밋빛 전망 이면의 과제… ‘지속가능성’ 증명해야 할 시간 조선 3사가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놨지만, 넘어야 할 공통의 파도도 존재한다. 우선 올해 1분기 조선 3사 모두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겪었고, 미국 무역 정책의 변화와 고부가 선종(LNG선 등) 시장까지 노리는 중국 조선소의 맹추격은 상당한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노르웨이 선급 DNV가 “IMO의 넷제로(Net-Zero) 프레임워크 채택이 1년 지연됐다”고 밝힌 점도 변수다. 기후 규제 지연으로 암모니아·메탄올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 선박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 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으로 가는 큰 흐름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라면서, “조선업이 다시 한국 경제의 효자가 됐고, 10년 뒤에도 이 호황이 이어질 때 이른바 빅3 중 누가 가장 멀리 도달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했다. 조선 3사는 각자 다른 생존 전략을 꺼내 들었지만,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풀어야 할 뚜렷한 과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당면 과제는 ‘합병 효과 그 이후’를 증명하는 것이다. 2분기부터 도크 운영 효율 개선과 원가 절감 등 본연의 체질 개선 결과가 실제 숫자로 확인돼야만 진정한 ‘규모의 경제’를 입증할 수 있다. 가장 과감한 미래 베팅에 나선 한화오션은 투자 회수(ROI)라는 긴 호흡의 싸움을 견뎌야 한다. 미국 필리조선소와 싱가포르 다이나맥 인수, 넥스트데케이드 지분 투자는 미국 LNG 밸류체인을 선점하겠다는 명확한 청사진이다. 그 사이 견뎌야 할 에너지플랜트 부문의 적자와 특수선 사업의 실적 변동성은 경영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FLNG 명가’로 거듭난 삼성중공업은 수주 변동성 극복이 핵심 과제다. FLNG는 초고부가가치 시장임이 명확하지만, 발주 건수 자체가 적어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회사 전체의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좁은 선택지다. 삼성중공업이 LNG 운반선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해양플랜트 전반으로 분산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세대 먹거리로 추진 중인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역시 아직은 개념 설계 인증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수주와 매출 창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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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새만금, 울산 앞바다까지… 한국 해상풍력이 그리는 다음 10년
[이코노믹데일리] 돌과 여자, 바람이 많아 삼다도(三多島)라 불린 제주. 그 제주 한림 앞바다에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이곳의 풍력 터빈은 단순한 발전 설비가 아닙니다. 그 터빈은 지금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지역과 이익을 나누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입니다.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바람도 오래전부터 불어왔습니다. 달라진 것은 이제 그 바람을 정책과 제도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입니다. ◆제주 한림 해상풍력, 국내 해상풍력의 ‘첫 완주’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은 지난 15일 개최된 '한림 해상풍력 발전단지 준공식'에 참석해 풍력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유공자들에 정부포상을 수여했습니다. 장관 표창 수상자는 양창영 한국전력공사 차장, 김태우 한국중부발전 부장, 이상국 현대건설 책임매니저, 전철규 한국전력기술 차장, 양창모 제주시청 팀장 등 5명이었습니다. 이 사업은 2017년 착공해 약 6년의 공사와 시운전을 거쳐 2024년 말 상업 운전에 들어갔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공기업 주도의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형 프로젝트라는 점입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중부발전, 한국전력기술이 개발·설계·건설·운영 전 과정을 맡았고, 주요 설비에도 국내 기술과 제작 역량이 대거 활용됐습니다. 그 동안 국내 해상풍력은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한림 프로젝트는 국내 기술로 하나의 사이클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이 차관은 "한림해상풍력은 공기업 주도로 국내 기술과 제작 역량을 결집해 성공적으로 완료한 모범적 사례"라며 "해상풍력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한림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현재 상업 운전 중인 국내 해상풍력 가운데 최대 규모입니다. 비 용량은 100메가와트(MW)로 연간 약 7만~9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합니다. 주민 참여 방식도 눈길을 끕니다. 발전단지 인근 3개 마을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전체 사업비의 약 4.7%, 300억원을 직접 투자했습니다. 발전 수익의 일부가 매년 배당 형태로 지역에 환원되는 구조입니다. 해상풍력이 갈등의 씨앗이 아니라 지역 소득과 연결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한국 풍력의 현재 위치 한국의 풍력발전 설비 용량은 2024년 기준 약 2.3기가와트(GW)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해상풍력은 아직 0.2GW 남짓으로 전체 재생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반면 영국, 독일, 덴마크 등 유럽 국가는 이미 해상풍력만으로 수십 기가와트 규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뒤처졌다’는 표현은 반만 맞습니다. 한국은 풍황(바람 자원) 자체가 우수하고, 조선·해양·전력기기 산업이란 강력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즉 조건은 충분하지만 제도와 속도가 따라오지 못한 상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12GW 보급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도전적인 목표지만 한림과 같은 프로젝트가 복수로 이어진다면 불가능한 수치만은 아닙니다. ◆새만금과 서남해, ‘바다 위 산업단지’의 실험 해상풍력의 다음 무대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은 전북 새만금과 서남해 연안입니다. 새만금은 대규모 간척지와 해상 공간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풍력·태양광·수소 산업을 결합한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미 새만금 인근 해역에서는 수백 메가와트급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계획 단계에 들어섰고, 장기적으로는 수 GW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발전단지 조성과 함께 해상 시공, 유지보수, 항만 인프라까지 연계되면 단순한 발전소를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큽니다. ◆울산과 강릉·삼척, 부유식 해상풍력의 전진기지 동해로 시선을 옮기면 이야기는 더 입체적이 됩니다. 동해는 수심이 깊어 기존 고정식 풍력 대신 부유식 해상풍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울산 앞바다는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의 최대 거점입니다. 이미 수 GW 규모의 부유식 단지 조성이 논의되고 있고, 조선·해양플랜트 산업과의 결합 가능성도 큽니다. 울산의 조선소에서 만든 부유체 위에 풍력 터빈을 세우고, 그 전기를 산업도시가 직접 사용하는 그림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됩니다. 강릉·삼척 앞바다 역시 동해안 부유식 해상풍력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기존 화력발전소와 송전 인프라가 있어 전력 계통 연계 측면에서 장점을 지닙니다. 해상풍력이 석탄발전의 빈자리를 서서히 대체하는 전환의 현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국회에서 통과되는 법이 바람의 속도 정해 해상풍력의 진짜 변곡점은 국회와 정부에 있습니다. 기술도 있고, 자본도 준비됐지만,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불확실하면 사업은 멈춥니다. 실제로 국내 해상풍력 사업 다수는 환경영향평가, 해양이용 협의, 주민 수용성 문제로 수년씩 지연돼 왔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해상풍력 특별법과 전력망 확충 관련 법안이 논의돼 왔습니다. 핵심은 정부가 해상풍력 개발 구역을 사전에 지정하고, 인허가 절차를 통합 관리해 사업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전력망 역시 중요한 축입니다. 해상풍력은 발전보다 송전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안들은 국가가 선제적으로 송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용 부담을 분산하는 구조를 담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만든 전기가 육지로 오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터빈을 세워도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책 리스크와 제도 개선...결국 정부의 선택 물론 과제도 분명합니다. 해상풍력은 초기 투자비가 크고, 정책 방향이 바뀔 경우 리스크가 커집니다. 허가 기준의 일관성, 주민 보상 기준, 해상 공간 이용 원칙 등은 여전히 정교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방향은 명확합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해상풍력 발전 단가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이란 시대적 요구가 풍력의 성장을 밀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제주에서 시작된 바람은 새만금을 거쳐 울산과 동해안으로 확산되며 한국의 전력 지형을 바꿀 가능성이 큽니다. 제주 한림 앞바다에 세워진 풍력 터빈은 하나의 시작점입니다. 그것은 한국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지역과 이익을 나누며, 산업과 기후를 동시에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바람은 늘 불어왔습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 바람을 어디까지, 얼마나 빠르게 현실로 만들 것인가. 그 답은 결국 정책과 제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2025-12-18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