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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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 닫힌 자리, 해상풍력 거점으로…태안 500MW 사업 시동
[경제일보] 석탄화력발전소가 멈춘 자리에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들어선다. 폐쇄된 발전소의 송전선로와 부두를 재활용해 개발비용을 낮추고, 기존 석탄화력 인력을 해상풍력 운영 인력으로 전환하는 모델이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방식이 모든 석탄화력 폐지 지역에 일괄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뷔나에너지,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쳐파트너스(CIP)와 태안해상풍력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했다. 태안해상풍력은 충남 태안군 서측 해상에 2030년 준공을 목표로 500MW 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가동 이후에는 연간 약 3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기존 석탄화력 인프라 재활용이다. 서부발전은 지난해 말 폐쇄한 태안화력 1호기의 여유 송전계통을 태안해상풍력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한전 변전소까지 가는 345kV 송전선로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부두도 접안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 이를 활용하는 구조”라고 했다. 해상풍력은 발전단지를 짓는 것만큼 생산한 전력을 육상 계통에 연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신규 송전선로 건설에는 비용과 시간이 들고, 주민 수용성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폐지 석탄화력의 기존 송전망을 활용하면 계통연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사업이 송전선로 건설비용 절감과 주민수용성 제고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는 태안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려면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태안이 가진 특성과 다른 해상풍력 단지가 가진 특성이 맞아야 한다”며 “주변에 풍력 자원이 있어야 하고, 폐지되는 석탄화력 인프라와 남는 송전선로가 있어야 하며, 지리적으로 해상풍력 단지와 전력 수요처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했다. 석탄발전소가 폐지되면 모두 해상풍력으로 전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부두 활용도 사업성을 높이는 요소다. 서부발전은 태안화력발전소 내 소형 부두를 해상풍력 운영·정비(O&M) 거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상풍력은 준공 이후에도 터빈 점검, 부품 교체, 해상 작업선 운영 등 유지관리 수요가 장기간 발생한다. 사업은 현재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는 거의 완료 단계”라고 했다. 2030년 준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변수로는 기자재 공급을 꼽았다. 이어 “인허가나 계통연계도 중요하지만 기자재 공급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변압기 같은 기자재가 병목이라 밀린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지역 일자리 전환도 관건이다. 서부발전과 서부발전 노동조합, CIP는 석탄화력 인력의 해상풍력 분야 전환교육을 지원하는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해상풍력은 조성 이후 20년 넘게 운영·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어나는 구조”라며 “어느 정도는 석탄발전소 폐쇄로 발생하는 인력을 커버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CIP는 덴마크와 대만 등에서 해상풍력 인력양성 과정을 운영한 경험이 있으며, 향후 2년간 서부발전 석탄화력 인력을 대상으로 전환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어업권과 주민수용성은 남은 과제다. 기후부 관계자는 “어업인 지원이나 주민복지, 보상 관련 부분은 지자체가 주로 담당한다”며 “어업인 보상과 관련해서는 기준을 세우기 위해 내부적으로 지침을 통일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해상풍력은 입지 특성상 어민 협의와 주민 수용성 확보가 사업 속도를 좌우한다. 정부가 제도를 정비하더라도 현장 협의가 지연되면 착공 일정은 늦어질 수 있다. 서부발전은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태안권역에서 총 1.4GW 규모 해상풍력 개발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서부발전이 지난해 말 폐쇄한 태안 1호기를 포함해 11개 석탄화력발전소 가운데 8개를 2037년까지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석탄화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발전공기업이 기존 설비와 인력을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옮기는 것이 새 과제가 된 셈이다. 태안해상풍력은 석탄화력 폐지 지역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시험대다. 풍황, 송전 여유, 항만 인프라, 수요처와의 거리, 주민수용성이 맞아떨어질 때 폐지 발전소는 비용 부담이 큰 유휴부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거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이 조건이 맞지 않으면 같은 모델을 반복하기 어렵다. 태안의 성패가 향후 석탄화력 폐지 지역의 전환 방식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6-07-09 10: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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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뒤에 숨은 진짜 수혜주…AI 인프라 밸류체인 다시 짠다
[경제일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보다 AI 인프라를 떠받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전력기기, 냉각, 로봇 부품, 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반도체 생산을 넘어 데이터센터 구축과 제조업 AI 전환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의 관심도 대기업 투자 규모보다 실제 발주가 이뤄질 후방 밸류체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반도체에서 AI 인프라로…산업정책 무게중심 이동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단순히 반도체 공장을 늘리는 기존 산업정책과 결이 다르다. AI 반도체를 생산하고 이를 학습시킬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제조 현장에 피지컬 AI를 확산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도 반도체 생산시설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망, 스마트팩토리, 로봇 등 후방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반도체 투자 확대를 넘어 'AI 시대 국가 인프라 구축'으로 산업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반도체 투자가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AI를 실제 서비스하고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냉각 설비 등 기반 인프라 구축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AI 반도체를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이를 운영할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제시한 세 가지 축도 각각 독립된 산업이 아니다. 반도체는 AI 연산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고 AI 데이터센터는 이를 학습·추론하는 공간이며 피지컬 AI는 산업 현장에서 AI를 실제 활용하는 단계다. 세 분야가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되는 구조인 만큼 투자 효과 역시 특정 기업이 아니라 관련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소부장 넘어 전력·냉각까지…AI 밸류체인 전반 수혜 가장 먼저 주목받는 분야는 반도체 소부장이다. 정부는 기존 용인·평택 생산거점과 함께 서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며 생산능력 확대를 예고했다. 신규 팹이 들어서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곳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시장이다. 노광과 식각, 증착, 검사, 패키징 등 공정 전반에서 장비 발주가 늘어나고 웨이퍼와 특수가스, 화학소재 등 핵심 소재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HBM 생산에는 기존 D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적층·패키징 공정이 요구되는 만큼 후공정 장비와 검사 장비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더 큰 특징은 반도체 장비기업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까지 동시에 추진되면서 기존 반도체 생태계 밖에 있던 산업들도 새로운 수혜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력 인프라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GPU 수천~수만 장이 동시에 가동되면서 변압기와 배전반, 차단기, 초고압 케이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설비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데이터센터 구축이 늘어날수록 전력기기와 전선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GPU 등 고성능 장비가 24시간 가동되는 만큼 과거보다 훨씬 높은 전력 사용량과 전력 밀도를 요구한다"며 "전력 인프라는 더 이상 단순한 부대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운영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류(DC) 배전과 고효율 전력변환장치,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차세대 전력 솔루션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전국 단위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면서 지역별 전력 인프라 확충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단순 건축 사업이 아니라 전력 설비와 송배전망 구축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력과 함께 AI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냉각 기술이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으로 고성능 GPU가 대량 집적되면서 데이터센터 내부 발열은 기존 서버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 냉각 효율이 떨어질 경우 성능 저하와 전력 손실은 물론 장비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냉각 시스템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공랭식 중심이던 기존 시장도 액침냉각과 수랭식 등 고효율 냉각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서버 냉각장치와 공조 시스템, 열관리 솔루션 등 관련 시장도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함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피지컬AI가 키울 로봇 생태계…"공급망 경쟁력이 성패" 정부가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축으로 제시한 피지컬 AI 역시 새로운 소부장 시장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 AI는 AI가 로봇과 제조설비, 물류장비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을 의미한다. 단순한 로봇 보급을 넘어 제조 현장의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AI 반도체뿐 아니라 센서와 카메라, 액추에이터, 감속기, 모터, 제어기 등 다양한 핵심 부품이 필요하다. 정부도 대경권 자동차·가전 부품기업의 로봇 부품기업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 제조업 기반을 AI·로봇 산업으로 연결하는 정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부품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차와 산업기계 중심으로 성장해온 기업들이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스마트팩토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AI를 제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에서 학습된 인공지능 모델이 산업 현장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는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트윈, 설비 예지보전, 공장 자동화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가 대기업의 투자 규모보다 얼마나 많은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밸류체인에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기술 자립은 물론 지역 산업 육성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투자 구조가 반복될 경우 중소·중견기업의 실질적인 참여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실제 발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 확대와 기술 검증 기회가 함께 마련돼야 메가프로젝트의 정책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시대에는 전력 인프라가 더 이상 부대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운영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데이터센터의 대형화와 피지컬 AI 확산이 맞물리면서 고효율 전력기기와 냉각, 센서, 자동화 솔루션 등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역할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6-07-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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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100% DC팩토리 연 LS일렉트릭…AI 시대 전력혁신 시동
[경제일보] LS일렉트릭이 세계 최초의 100% 직류(DC) 배전 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차세대 전력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효율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직류(DC) 배전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LS일렉트릭은 2일 충남 천안사업장에서 'LS일렉트릭 DC팩토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채대석 LS일렉트릭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 정부와 산업계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에 준공된 DC팩토리는 반도체 변압기(SST), 반도체 차단기(SSCB),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직류 전용 핵심 설비를 적용한 세계 최초의 직류 배전 제조시설이다. 직류 배전은 기존 교류(AC) 전력을 직류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줄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LS일렉트릭은 공장 운영 결과 기존 제조시설 대비 에너지 효율을 10% 이상 높였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번 DC팩토리를 단순 생산시설이 아닌 차세대 직류 전력망의 실증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공장 운영 과정에서 확보한 실증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직류 배전 시장의 표준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주력 생산 제품은 ESS용 전력변환장치(PCS)인 'G2'다.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 개발한 G2는 기존 공랭식 대신 수냉식(Water Cooling) 냉각 방식을 적용해 발열 제어와 내구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직류 기반 공장에서 직류 핵심 설비를 생산하는 제조 체계를 구축하면서 생산 효율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 세계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직류 배전 기술이 차세대 전력 인프라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초고성능 AI 서버 도입이 확대되면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DC 전력망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LS일렉트릭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ESS 시장 확대에 맞춰 직류 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DC팩토리를 기반으로 글로벌 전력 기업과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직류 솔루션 공급을 확대하고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날 천안사업장에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주관하는 'K-DC 산업 확산 2026' 행사도 함께 열렸다. 행사에서는 LS일렉트릭과 한국전력공사,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LS전선,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G전자 등이 '글로벌 직류기술 특화 연구단지 조성 및 공동 기술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참여 기관들은 직류 기술 공동 연구와 산업 생태계 조성,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협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채대석 LS일렉트릭 대표이사는 "천안 DC팩토리는 100년 넘게 이어져 온 교류 중심 전력 시스템이 직류 중심으로 전환되는 출발점이자 제조 혁신의 상징"이라며 "직류 핵심 기술과 제조 실증 역량을 바탕으로 AI 시대 글로벌 전력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직류(DC) 배전 공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에너지 효율 향상"이라며 "직류 배전의 효율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변압기(SST)와 반도체 차단기(SSCB) 등 핵심 전력기기가 함께 적용돼야 하며, 최근 전력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직류 배전을 실제 산업 현장에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송전 기술 등의 한계로 직류 활용이 쉽지 않았지만 관련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직류 기반 전력 시스템 적용이 가능해졌다"며 "글로벌 기업들도 AI 데이터센터 등 고효율 전력 인프라에 직류 배전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실제 운영 효율과 기술력을 확인하기 위해 공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26-07-02 16: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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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심장 변압기서 배전반까지"…AI 혁명, 숨은 주인공은 K-전력 3사
[경제일보] AI 산업의 주인공은 GPU와 HBM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주인공을 무대 위에 세우는 것은 전기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경쟁이 빨라지면서,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3사가 ‘뜻밖의 주전’으로 떠올랐다. 승부는 더 이상 초고압 변압기 하나에 머물지 않고, 변압기에서 차단기, 배전반, 마이크로그리드, ESS 연계 솔루션까지 전장이 넓어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는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가 가장 중요한 증가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전력기기는 이제 낡은 인프라 교체산업이 아니라 AI 시대의 핵심 공급망이 됐다. 초고압의 HD현대, 배전으로 2막을 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에서 먼저 판을 키웠다. 지난 3월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있는 북미 생산법인 부지에서 제2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투자 규모는 약 2억 달러다.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하며, 공장이 가동되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50퍼센트 늘어난다. 765kV급 변압기 제조와 시험 역량까지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공장 완공 이후 연간 약 2000억원의 추가 매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승부처는 배전기기로 옮겨가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날 청주 배전캠퍼스를 공개하며 AI 데이터센터발 수요가 초고압 변압기를 넘어 중저압 차단기와 배전설비로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 배전캠퍼스는 약 1161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배전기기 생산 거점이다. 이를 통해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500만대에서 850만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저압기기 생산라인 자동화율도 95퍼센트까지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초고압 변압기가 먼 거리의 전기를 받아들이는 송전망의 심장이라면, 배전설비는 데이터센터 안에서 전기를 실제로 쓰이게 만드는 혈관에 가깝다. 발전과 송전의 병목이 풀려도 마지막 구간의 배전설비가 부족하면 데이터센터는 제때 가동되기 어렵다. HD현대일렉트릭이 청주 배전캠퍼스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전력기기 호황의 2막이 ‘초고압’에서 ‘배전’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HD현대일렉트릭의 강점은 납기와 현지 대응력이다. 미국 앨라배마 초고압 변압기 공장, 울산 생산기지, 청주 배전캠퍼스를 연결하면 초고압과 중저압 제품을 함께 제안할 수 있다. 조선업에서 쌓아온 대형 프로젝트 관리 경험도 자산이다. 전력시장 관계자는 “여러 측면에서 볼 때 경쟁력은 충분하다”면서도, “배전기기 시장에는 LS일렉트릭이라는 기존 강자가 버티고 있는 만큼 배전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려면 초고압 변압기에서 입증한 수익성과 품질 신뢰를 중저압 제품에서도 다시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효성, 765kV와 북미 수주잔액의 힘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의 전통 강자다. 154kV, 345kV, 765kV 초고압 변압기 개발과 공급 경험을 쌓아왔고,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초고압 변압기 생산거점도 보유하고 있다. 또한 HVDC, ESS, 전력설비 자산관리 솔루션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올해 1분기 수주 흐름도 효성 쪽에 힘을 싣는다.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 1분기 신규 수주는 4조1745억원, 수주잔고는 15조1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북미 물량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미국 대형 송전망 운영사와 체결한 7871억원 규모 초고압 변압기 장기 공급계약은 국내 전력기기업계 단일 계약 기준 최대 규모다. 효성중공업의 강점은 ‘큰 전기’를 다루는 기술이다. 미국의 최상위 전력망인 765kV급 시장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대형 전력망 장비는 한 번 사고가 나면 고객사의 피해가 막대하다. 가격보다 품질, 납기보다 신뢰, 단품보다 장기 실적이 중요하다. 효성중공업은 이 분야에서 오랜 레퍼런스를 갖고 있다. 북미 수주잔고가 두터운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효성중공업의 과제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확장성이다. 효성중공업이 HVDC, ESS, 디지털 전력관리 솔루션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초고압 변압기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것은 분명하지만, AI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솔루션까지 한꺼번에 공급하는 역량은 확인이 필요한 단계인 만큼 향후 ‘단품 강자’에서 ‘시스템 공급자’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LS, 데이터센터 안쪽을 파고드는 배전 강자 LS일렉트릭은 앞선 두 기업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HD현대와 효성이 초고압 변압기에서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LS일렉트릭은 배전·차단기·스위치기어·자동화 솔루션에서 강하다. AI 데이터센터 전쟁이 송전망에서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망으로 들어갈수록 LS의 존재감이 커지는 이유다. LS일렉트릭은 지난 4월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기기 공급 프로젝트로 1억1497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또 5월에는 미국 빅테크 데이터센터에 약 7000만 달러 규모 배전기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고, 전날에는 미국 유타주 시더시티의 ‘LS일렉트릭 유타’ 생산기지 확장에 2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기존 1만3223㎡ 규모 시설을 7만9338㎡로 키우고, 2027년 초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의 1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연결 매출은 1조3770억원, 영업이익은 127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4%, 45% 증가했다. 주요 데이터센터, 반도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실적을 견인한 결과다. 초고압 변압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고, 전체 수주잔고도 5조643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LS의 승부처는 데이터센터 내부다. 순간적인 전력 이상은 서버 장애와 데이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진공차단기, 배전반, 저압·중압 변압기, ESS 연계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진다. LS는 이 영역에서 제품군과 자동화 솔루션을 함께 갖고 있다. 전력망의 ‘마지막 구간’을 장악할 가능성이 가장 큰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AI 전력망 승부처는 ‘종합 대응력’ 이들 세 기업은 전력기기 호황을 타고 공격적인 전략을 확대하고 있지만, 경쟁의 핵심은 수주액 자체보다 납기, 품질, 원가 관리, 현지 대응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울러 AI 전력망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변압기 한 대가 아닌 데이터센터 안쪽까지 안정적으로 책임지는 종합 역량이라는 점에서 복잡해진 전력망을 감당하는 기업이 AI 인프라 시대의 또 다른 주전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 시대의 승자는 수주액이 가장 큰 기업이 아니라 약속한 날짜에 납품하고 데이터센터 안쪽까지 안정적으로 책임지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HD현대·효성·LS의 격돌은 단순한 장비 경쟁이 아니라 AI 인프라 시대 한국 제조업의 새 시험대”라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3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30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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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전기사업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전력 DNA, 조연에서 주연되다
[경제일보]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망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HD현대일렉트릭이 전력 인프라 시장의 대표 수혜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때 조선업 경기 침체와 함께 그룹 내 비주력 사업으로 평가 받던 중전기 사업이 AI 시대 핵심 산업으로 재조명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의 경영 DNA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뿌리는 1977년 현대중공업 중전기 사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조선·건설·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국가 산업화 과정에서 발전 설비와 송배전 인프라 중요성에 주목했다. 산업화를 위해 공장, 항만, 발전소 뿐만 아니라 이를 연결하는 전력 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현대중공업은 발전기와 변압기, 차단기 등 중전기 사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출발점 역시 단순 제조업이 아닌 국가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전력 인프라 사업에 있었다. 당시 국내 산업계는 중화학 공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전력 설비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플랜트 사업 확대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전·송배전 설비 사업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조선업 침체 속 존재감 약화…그룹 내 '조연' 머물러 하지만 전력 사업이 항상 주목 받았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현대중공업의 핵심 사업은 조선과 해양 플랜트였다. 중전기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지만 그룹 성장을 이끄는 주력 사업으로 평가 받지는 못했다. 특히 2014년 이후 국제 유가 하락과 조선업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력 사업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플랜트 투자 감소와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중전기 시장 성장세도 둔화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에서 인적 분할 돼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지만 초기에는 시장 기대가 크지 않았다. 조선업 사이클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고 중전기 산업 역시 전통 제조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당시 전력 기기 업체들은 시장에서 '안정적이지만 성장성은 제한적인 산업'으로 평가 받았다. 국가 기간 망 유지에 필수적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꾸준한 수요는 확보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이끄는 주도 업종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시대가 바꾼 전력 산업 위상 반전 계기는 AI였다.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AWS),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초대형 데이터 센터 구축 경쟁에 나서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AI 서버는 일반 데이터 센터 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데다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 공급 능력이 필수적이다. 실제 미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 센터 건설이 잇따르면서 전력 부족 문제가 새로운 산업 과제로 떠올랐다. 데이터 센터를 짓더라도 전력 망 연결이 지연돼 가동 시점을 늦추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AI 산업 성장의 병목이 반도체 부족에서 전력 부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데이터 센터와 산업 현장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송배전 설비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반도체 뿐만 아니라 변압기와 차단기, 전력망 등 전력 인프라 수요 역시 동시에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AI가 바꾼 운명…HD현대일렉트릭 실적 급반등 HD현대일렉트릭은 이러한 변화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다. 회사의 핵심 사업은 초고압 변압기와 고압 차단기 등 전력 기기 부문이다. 특히 초고압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장거리 송전이 가능하도록 고전압으로 변환하는 핵심 설비로 AI 데이터 센터 확대와 전력 망 증설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장치로 꼽힌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 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초고압 변압기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 센터를 짓기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송배전 인프라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적도 가파르게 개선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365억원, 영업이익 258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4.9%로 고수익성을 이어갔다. 1분기에만 17억9700만 달러 규모 신규 수주를 확보해 연간 수주 목표의 42.6%를 채웠고 전체 수주 잔고는 78억8800만 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17.2% 늘었다. 북미 전력 망 교체와 AI 데이터 센터 확산에 힘입어 향후 실적 가시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 유럽까지…변압기 슈퍼사이클 올라타다 HD현대일렉트릭은 호황기에 안주하지 않고 생산 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울산 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법인을 중심으로 변압기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북미 생산 법인에서는 약 2억 달러를 투자해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유럽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독일 법인을 설립하고 데이터 센터와 친환경 전력 기기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탄소 중립 정책과 재생 에너지 확대에 맞춰 친환경 전력 기기 수요가 늘어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차단기에 사용되던 육불화황(SF6)은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꼽히는 만큼 유럽에서는 자체 개발한 친환경 고압 차단기(SF6-Free)를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 ESS 법인을 설립하고 배전·전력관리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초고압 변압기 중심의 성장에 더해 배전 기기와 ESS, 친환경 전력 기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글로벌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주영의 전력 DNA, AI 시대 성장동력으로 진화 업계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의 현재 호황이 단순 경기 사이클보다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AI 데이터 센터 확산과 전력망 현대화, 신재생 에너지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력 인프라 수요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미국 관세 정책 변화와 구리 등 원자재 가격 변동성, AI 투자 사이클 둔화 가능성 등은 향후 실적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특히 현재 HD현대일렉트릭 실적 상당 부분이 북미 시장에 집중돼 있는 만큼 미국 전력 투자 정책 변화와 데이터 센터 투자 속도에 대한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기존 사업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해온 전력 인프라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대 변화에 올라탄 대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전력 인프라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기술력과 생산 능력, 납기 경쟁력을 균형 있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사는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글로벌 고객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2026-06-23 17: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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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뒤편의 전력 제국…LS는 왜 '조용한 승자'가 됐나
[경제일보] AI(인공지능) 시대의 승부는 더 이상 반도체 성능 경쟁에만 머물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산업계의 핵심 과제는 '전력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 LS그룹은 지금 이 거대한 전력 인프라 전환의 중심에서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AI 산업의 주인공은 엔비디아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초거대 데이터센터였다. 하지만 AI 연산량이 급증할수록 이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전력망과 송배전 인프라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확대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단순 발전을 넘어 전력을 장거리로 송전하고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전력 인프라 경쟁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LS그룹의 존재감도 이 같은 전력 인프라 전환 흐름 속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기를 보내는 전선과 해저케이블의 LS전선, 전력을 제어하는 변압기·배전·자동화 솔루션의 LS일렉트릭, 해외 전력 인프라와 소재 사업을 확대 중인 LS에코에너지까지 그룹 전체 사업 구조가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전력망'과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S전선은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확대 흐름의 대표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각국이 해상풍력과 초고압직류송전(HVDC) 확대에 나서면서 장거리 대용량 송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해저케이블은 기술 장벽과 대규모 생산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대표적인 고부가 인프라 산업이다. LS전선은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며 유럽·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일렉트릭 역시 북미 전력 인프라 교체 사이클과 함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확대에 따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에 따라 변압기와 배전반, 전력 자동화 시스템 등 전력기기 시장 역시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LS일렉트릭은 북미 사업 확대와 함께 생산 거점 및 공급망 대응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AI 시대가 열리며 산업계에서는 반도체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결국 전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데이터센터 한 곳이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 시대가 되면서 안정적인 송배전 인프라 확보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는 변압기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초고압 케이블과 전력 설비 발주도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LS그룹은 일찍부터 전선과 전력기기, 자동화 솔루션 등 '전기의 흐름' 전반에 걸친 사업 구조를 구축해 왔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장거리로 송전하고 산업 현장과 데이터센터, 공장 등에 안정적으로 배분·제어하는 밸류체인 곳곳에 그룹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는 구조다. 과거에는 전선과 전력기기 중심의 전통 제조기업 이미지가 강했지만 탄소중립과 전기차, 재생에너지,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오히려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시대 변화와 맞물리기 시작했다. 산업 전반이 전기화(Electrification)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LS가 구축해온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이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이 같은 변화를 직접 언급했다. 구 회장은 "2026년을 LS의 미래가치를 진일보시키는 한 해로 만들자"면서, 재무적 탄력성 확보와 신사업 안정화, AI 기반 혁신 체계 구축을 주요 경영 과제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향후 5년간 해저케이블·전력기기·소재 분야에 국내 7조원, 해외 5조원 등 총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하며 AI 시대 전력 인프라 시장 선점 의지를 드러냈다. 단순한 전선 기업을 넘어 글로벌 전력 인프라 그룹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S 내부에서는 AI를 단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제조업 혁신 도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로 올해 신년사는 AI가 직접 신년사를 작성하는 과정을 임직원들에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 회장은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는 AI를 활용해 신속히 처리하고 핵심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AI를 산업 현장 운영 효율화와 생산성 혁신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해저케이블과 전력기기 산업은 대규모 선제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인 장치 산업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 확대 과정에서 생산능력(CAPA)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LS는 공격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동시에 재무 부담 관리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배터리 소재와 전기차 부품, 희토류 등 신사업 역시 아직 안정화 단계라고 보긴 어렵다. 전기차 캐즘과 글로벌 경기 둔화 변수도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구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재무적 탄력성 확보"를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LS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전통 전선 기업 이미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AI와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분위기다. 화려한 소비재 브랜드 대신 산업 현장 뒤편에서 묵묵히 전기를 연결해온 LS의 B2B DNA가 오히려 AI 시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혁명의 무대 전면에는 반도체 기업들이 서 있지만 그 뒤편에서는 막대한 전력망과 송배전 인프라가 산업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 LS는 지금 그 보이지 않는 '전기의 혈관'을 구축하며 AI 시대의 조용한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
2026-05-12 15: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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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7000시대, 지금 담을 종목 따로 있다
[경제일보] 코스피가 사상 처음 7000선을 넘어선 뒤 투자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더 오를까’에서 ‘무엇을 담아야 하나’로 옮겨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여전히 시장의 중심축이지만, 전력기기·원전·자동차·로봇·증권주 등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6일 전 거래일보다 6.45% 오른 7384.56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했다. 장중에는 7426.60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4.4%, 10.6%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고, 두 종목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44%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외국인은 이날 국내 주식을 3조1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이번 랠리는 단순한 유동성 장세라기보다 AI 산업 재편에 따른 기업 이익 전망 상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급증했고, 한국 반도체 대형주가 그 수혜의 중심에 섰다. 증권가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코스피 상단 전망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예상 범위를 6000~8600으로 제시했고, 하나증권은 8470, 삼성증권은 8400을 상단으로 봤다. 해외 투자은행 중에서는 JP모건이 8500, 골드만삭스와 노무라증권이 8000 안팎을 제시했다. 일부에서는 코스피 1만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올해 예상 이익 기준 약 9배 수준에서 거래돼 역사적 밸류에이션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AI 칩 수요가 현재 수준으로 이어진다면 코스피는 연말까지 1만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이란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우려 속에 AI 수요가 무너지면 4500선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코스피 상승세가 이같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까. 우선 거론되는 투자 축은 여전히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HBM, 서버용 D램 수요 증가의 직접 수혜주다.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두 회사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과거 메모리 슈퍼사이클 당시보다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반도체 대형주만 추격하는 전략에는 부담도 있다. 코스피가 급등한 지난 6일 전체 거래 종목 가운데 상승 종목은 200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679개에 달했다. 지수는 폭등했지만 상승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반도체 대형주는 여전히 장세의 본류지만, 지금부터는 대장주 추격보다 AI 밸류체인의 확산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축은 전력기기와 원전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반도체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막대한 전력, 변압기, 송배전 설비, 냉각 시스템이 함께 필요하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AI 투자 경쟁이 확대될수록 전력 인프라와 원전 관련 기업이 구조적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LS·삼성SDI·OCI홀딩스 등 에너지 밸류체인 관련 종목도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의 관심 대상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AI 투자는 칩 구매에서 끝나지 않고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와 송배전 설비 투자로 이어진다”며 “전력기기와 원전주는 단기 테마가 아니라 수주와 설비투자가 실적으로 확인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축은 자동차와 로봇 등 ‘피지컬 AI’ 관련주다. AI가 데이터센터 안에 머물지 않고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팩토리, 전장 부품으로 확산되면 자동차와 부품주도 재평가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로보틱스·전장 관련 종목도 코스피 7000시대의 상승 잠재력이 큰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네 번째 축은 증권주다. 증시 활황은 거래대금 증가, 신용공여 확대, 자산관리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코스피 7000 돌파 당일 증권업종은 13% 넘게 급등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7000 이후 개인 자금이 다시 증시로 들어오면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부문이 동시에 좋아질 수 있다”며 “다만 주가가 급락할 경우 신용공여와 미수금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코스피를 견인할 이런 새로운 주도주가 나타날 가능성이 나오지만 무차별적으로 관련 업종의 종목을 담아선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반도체, 전력기기·원전, 자동차·로봇, 증권주는 모두 AI 인프라 확장과 증시 재평가라는 큰 흐름에 닿아 있지만 개별 기업의 실적 가시성, 수주 잔고, 밸류에이션, 재무 안정성은 각각 다르다. 때문에 개별 기업의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과열 신호도 뚜렷하다. 지난 4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합산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5조839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9일에는 사상 처음 36조원을 넘어섰다.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순보유잔고도 20조원 선을 돌파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6일 장 마감 기준 63.36까지 뛰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빚투는 상승장에서 지수 탄력을 키우지만 지수가 급락하면 반대매매 물량으로 돌아와 하락 압력을 키우게 된다”며 “불장일수록 레버리지 자금이 함께 불어나면서 수급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6-05-07 08:5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