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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국회가 된 7월 임시국회, 국민은 또다시 뒷전인가
[경제일보] 7월 임시국회가 또다시 '반쪽 국회'라는 오명을 안은 채 막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거대 여당은 민생 개혁 입법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했고, 제1야당은 원 구성 강행에 반발하며 국회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입법부의 양 축인 여야가 출발부터 등을 돌린 채 대치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민은 민생을 해결하는 국회를 원했지만, 정치권은 또다시 힘겨루기와 감정싸움으로 응답하고 있다. 의회민주주의는 다수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수의 결정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수 의견을 경청하고 설득하는 절차가 전제될 때 비로소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최근 국회의 모습은 다수의 힘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려는 오만과, 이에 맞서 국회 자체를 거부하는 무책임이 맞부딪치는 최악의 정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거대 여당은 국민이 부여한 의석을 국정 운영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책임보다 힘을 앞세운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은 결코 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니다. 원 구성부터 주요 법안 처리까지 협의와 조정 대신 숫자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방식은 국회의 존재 이유인 토론과 합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절차적 정당성을 경시한 입법은 법률의 생명력마저 약화시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 야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의회민주주의에서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조직이 아니라 권력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다. 그러나 국회 보이콧을 상시적인 정치투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회의원이 국회를 떠나는 순간 손해를 보는 것은 여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민생 현안은 방치되고, 경제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여야 모두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승자독식의 제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는 정치 시스템이다. 다수는 힘을 절제해야 하고, 소수는 책임 있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어느 한쪽만 민주주의를 말해서는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경제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파는 여전히 서민의 삶을 짓누르고 있고, 자영업자의 폐업은 이어지고 있으며, 청년들의 취업난과 기업들의 투자 위축도 심화되고 있다. 미국발 관세 정책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저성장 고착화라는 대외 변수까지 겹쳐 민생은 한순간도 지체할 여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뤄야 할 법안들은 대부분 국민의 삶과 직결된 사안들이다. 추가경정예산 후속 입법과 경제 활성화 대책, 소상공인 지원,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노동시장과 연금 개혁 등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다. 그러나 여당은 독주하고 야당은 퇴장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법안은 졸속 처리되거나 아예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피해는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에게 돌아간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것이 군자의 정치라는 뜻이다. 노자 역시 『도덕경』에서 "강한 것은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이 오래간다"고 가르쳤다. 상대를 굴복시키는 정치보다 상대를 포용하는 정치가 오래간다는 인류의 지혜를 오늘의 정치권은 되새겨야 한다. 국회는 승패를 겨루는 경기장이 아니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헌법기관이다. 여당은 숫자의 우위를 겸손으로 다스려야 하며, 야당은 보이콧보다 정책 경쟁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 구성과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활성화하고, 일정 기간의 숙의와 공개 토론을 제도화하는 등 협치를 복원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도, 무조건 거부하는 정치도 이제는 끝내야 한다. 국민은 정치권의 싸움을 구경하기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국회를 구성하라고 표를 준 것도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갈등을 조정하라고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7월 임시국회가 또 하나의 '반쪽 국회'로 끝난다면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의석이 아니라 더 큰 책임감이며, 더 높은 목소리가 아니라 더 깊은 경청이다. 국회가 협치를 잃는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정쟁의 장막을 걷어내고 국민 앞에 마주 앉아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부여한 의회의 책무이며, 국민이 마지막으로 정치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상식이다.
2026-07-06 09: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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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정치, 파탄의 의회주의… '도(道)'를 잃은 국회에 고함
[경제일보] 대한민국 국회가 길을 잃었다. 갈등은 민주주의의 숙명이지만,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건강한 경쟁이 아니라 정치의 자기 파괴에 가깝다. 대화는 실종되고 타협은 조롱받으며, 상대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된다. 의회는 민의를 수렴하는 광장이 아니라 다수의 힘과 소수의 저항이 충돌하는 전쟁터로 변질되고 있다. 이는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 전체가 맞닥뜨린 심각한 위기다. 최근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나타난 다수당의 일방적 강행 처리와 입법 독주, 이에 맞선 소수당의 무기력한 저항은 우리 정치가 의회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대화와 절제, 타협을 잃어버렸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수는 숫자의 우위를 절대 권력으로 착각하고, 소수는 국정 운영의 동반자가 아니라 발언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협치는 사라지고 힘만 남았다. 숫자가 정의를 대신하고, 권력이 상식을 밀어내는 순간 민주주의는 이미 병들기 시작한다. 특히 필리버스터마저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필리버스터는 단순한 시간 끌기가 아니다. 다수결이 놓칠 수 있는 소수의 목소리를 국민에게 끝까지 전달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마지막 안전장치다. 토론이 귀찮다고 토론을 없애고, 반대 의견이 불편하다고 침묵을 강요하는 국회라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수의 지배일 뿐이다. 효율은 행정의 가치일 수 있지만, 민주주의의 가치는 숙의와 합의에 있다. 역사는 오만한 권력이 오래가지 못했음을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성경 잠언은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라고 경고한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민심은 숫자로 계산되지 않는다. 오늘 절대다수의 의석을 가진 정당도 내일은 국민의 심판 앞에 설 수 있다. 민심은 배를 띄우는 물이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는 거센 파도가 되기도 한다. 노자는 『도덕경』 제9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득 채우고 또 채우는 것은 적당한 때에 멈추는 것만 못하며, 지나치게 날카롭게 갈면 오래 보존할 수 없다." 오늘의 국회는 바로 이 경고를 되새겨야 한다. 다수당은 의석을 끝까지 채우려 하고, 야당은 상대를 겨누는 창끝만 더욱 날카롭게 벼른다. 그러나 지나친 것은 반드시 모자람만 못하다. 힘은 절제될 때 권위가 되고, 권력은 양보할 때 존경을 얻는다. 끝없이 채우려는 욕망은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민주주의는 100 대 0의 승부가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와 가치를 조정하여 국민 전체의 이익을 찾는 과정이다. 51 대 49로 결정되더라도 나머지 49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다수는 소수를 품을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원칙이지만, 다수의 횡포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국회의 존재 이유도 법안을 빨리 처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론하고 설득하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토론 없는 국회는 거수기에 불과하고, 협치 없는 의회는 민주주의의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은 국회가 싸우라고 권력을 준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한을 위임했다. 오늘날 정치권이 가장 크게 잃어버린 것은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이다. 정당은 경쟁하지만 국가는 공동체다. 여야는 선거에서는 경쟁자일지라도 국정에서는 동반자여야 한다.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순간 정치의 본질은 사라지고 적대만 남는다. 소수당 역시 국민이 선택한 헌법기관이다. 그들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것은 그들을 지지한 국민의 목소리를 지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 국회는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첫째, 여야가 참여하는 상설 협치협의체를 제도화해 원 구성과 주요 법안은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처리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둘째, 필리버스터와 상임위원회 토론권 등 소수 의견을 보장하는 제도를 정치적 편의에 따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셋째, 다수당은 숫자의 힘보다 책임의 무게를 먼저 생각하고, 소수당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넷째, 국회의원 개개인은 당리당략보다 헌법과 국민을 우선하는 의회주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다.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이 말은 더욱 절실하다. 국민 위에 정당이 있을 수 없고, 국민 위에 국회도 있을 수 없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것일 뿐이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대결보다 대화를, 독주보다 협치를, 승리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의회주의는 힘이 아니라 절제에서 완성되고,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꽃핀다. 지금 국회가 되찾아야 할 것은 더 많은 권력이 아니라 더 깊은 겸손이며,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넓은 포용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오만과 독선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인가, 아니면 상식과 협치의 길로 돌아갈 것인가. 역사는 언제나 힘보다 품격을 기억했고, 국민은 언제나 권력보다 책임을 선택했다. 국회는 이제라도 '도(道)'를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무너져가는 의회주의를 살리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2026-07-03 16: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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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특별법, 출발선일 뿐"…AI 전력전쟁 속 한국형 SMR 과제는 '시장 확보'
[경제일보] 소형모듈원자로(SMR)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한국형 SMR 개발의 출발선은 마련됐다. 하지만 전력구매계약(PPA), 실증 부지, 핵연료 공급망 등 산업화를 좌우할 핵심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SMR을 단순 연구개발이 아닌 국가 전력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SMR 특별법으로 여는 AI 시대: 대한민국 SMR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권순엽 법무법인 광장 국제업무대표는 “한국 SMR 사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SMR 특별법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연구개발, 실증, 민간기업 육성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권 대표는 “법안에 짓기만 하라는 내용은 있지만 누가 써주겠다는 얘기는 없다”며 수요 기반 부재를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발전소를 지어도 전력을 구매할 장기 계약 구조가 없으면 투자와 금융 조달이 어렵다는 것이다. 권 대표가 가장 강조한 과제는 PPA다. 현재 국내 직접 PPA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24시간 안정적 전력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데이터센터에 한해 SMR 기반 PPA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빅테크 기업들이 원전 전력을 확보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장기 계약을 맺고 원전 전력을 데이터센터에 공급받기로 했고, 아마존과 구글, 메타도 SMR 투자나 원전 전력 구매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AI 시대 전력 확보 경쟁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SMR 개발도 인허가 단계에 들어섰다. i-SMR 기술개발사업단은 표준설계인가를 신청했으며, 2035년 초도호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다수의 SMR 설계가 경쟁 중인 만큼, 초기 실증과 시장 확보 속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권 대표는 SMR 초기 시장으로 AI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등 산업용 전원을 제시했다. 기존 대형 원전 중심 전력 구조에서 SMR이 곧바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는 어려운 만큼 분산형 전원으로서 수요 기반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핵연료 공급망도 과제로 꼽힌다. 일부 SMR은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을 필요로 하지만 글로벌 공급은 제한적이다. 권 대표는 SMR 수출을 위해서는 원자로뿐 아니라 연료 공급까지 포함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SMR 특별법은 출발선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SMR 경쟁의 핵심이 ‘첫 실증’과 ‘첫 시장’에 달려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실증과 전력 구매 구조를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 선점이 어렵기 때문이다. AI 시대 전력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형 SMR이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PPA, 실증, 연료 공급 등 후속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06-30 16: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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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원구성 답보…법사위 싸움에 민생경제 볼모 잡혔다
[경제일보] 22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이 또다시 멈춰 섰다. 국회 의장단은 선출됐지만 정작 국회를 굴러가게 할 상임위원장 배분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에서 막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과제와 민생입법을 뒷받침하려면 법사위원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입법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를 야당이 맡아야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고 맞선다. 여기에 정무위원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주요 경제 상임위원장 배분까지 얽히면서 협상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또 자리 싸움에 갇혔다. 여당은 책임정치를 말하고, 야당은 견제정치를 말한다. 말만 놓고 보면 둘 다 그럴듯하다. 그러나 국민 눈에는 다르게 보인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는 정치권의 권력 계산일 뿐이다. 국민에게 더 절박한 것은 대출금리, 장바구니 물가, 전기요금, 일자리, 집값, 세금이다. 국회가 상임위원장 명패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줄지 않고 기업의 투자 결정은 미뤄지며 정부 정책은 국회 문턱에서 멈춰 선다. 법사위는 국회 입법의 수문장이다.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로 간다. 그래서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놓고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여당은 법사위를 야당에 넘기면 국정과제 입법이 막힐 수 있다고 본다. 야당은 여당이 법사위까지 장악하면 입법 독주를 막을 장치가 사라진다고 우려한다. 양쪽 모두 나름의 논리는 있다. 그러나 법사위가 입법 품질을 높이는 관문이 아니라 정쟁의 병목으로 변질된다면 그 논리는 국민 앞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 상임위 공백이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금융시장과 공정거래 질서를 다루는 핵심 상임위다. 재경위는 세제와 재정, 거시경제 정책을 좌우한다. 산자위는 반도체, 에너지, 통상, 산업경쟁력의 최전선이다. 예결위는 정부 예산의 마지막 문턱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구조개혁과 경기 대응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자본시장 밸류업, 가계부채 관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정리, 금융소비자 보호, 소상공인 지원, 반도체·AI·에너지 투자, 세수 관리, 민생 예산 조정이 모두 국회 논의와 맞물려 있다. 국회가 멈추면 경제정책도 멈춘다. 그 피해는 가장 먼저 가계로 간다. 금융 취약계층 지원, 서민금융 보강, 전세사기 피해 지원, 소상공인 채무조정, 통신비·에너지비 부담 완화 같은 민생 법안은 상임위가 열려야 논의된다. 여야가 법사위 명패를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동안 서민은 이자 고지서를 먼저 받는다. 국회의 하루 공전은 정치권에는 협상 전략일지 몰라도 가계에는 생활비 압박이다. 민생을 입에 달고 사는 정치가 정작 민생의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기업도 피해자다. 기업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세법이 어떻게 바뀔지, 산업지원 예산이 유지될지, 금융규제가 풀릴지 조여질지, 노동·환경·공정거래 규정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알 수 없으면 투자를 미룬다. 투자가 늦어지면 고용도 늦어진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조선, 방산, AI 데이터센터, 에너지 인프라처럼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은 국회와 정부의 정책 신호에 민감하다. 정치권이 상임위 배분을 놓고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해외 경쟁자는 투자 속도를 높인다. 국회의 정쟁은 기업에는 비용이고 국가경제에는 기회 손실이다. 정부도 발목이 잡힌다. 정부는 예산과 법률이라는 두 바퀴로 움직인다. 아무리 좋은 경제정책도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않으면 종이 위 계획에 머문다. 경기 대응책을 내놓아도 입법과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과는 반감된다. 정부가 국회를 우회하려 하면 행정 독주 논란이 생기고 국회가 정부를 무조건 막으면 국정 마비가 된다. 여당은 다수의 힘을 절제해야 하고 야당은 견제의 이름으로 국회 정상화를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지금의 대치는 어느 한쪽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양쪽 모두 국민경제 앞에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논어>에는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국회가 지금 밝아야 할 것은 자리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고통이다. 상임위원장 자리가 권력 배분의 전리품처럼 취급되는 순간 국회는 민의를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당 간 점령지가 된다. 법사위가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법사위가 국민을 위해 작동하느냐다. 정무위가 어느 당 몫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 공정거래 질서가 제대로 논의되느냐다. 정치권은 원구성 협상이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이 보기에는 어렵다기보다 염치가 없어 보인다. 국회는 다수결만으로 움직여서도 안 되지만 소수의 발목잡기로 멈춰서도 안 된다. 다수당은 책임 있게 의제를 추진하되 야당의 견제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 야당은 견제하되 국회 공백을 협상 카드로 써서는 안 된다. 상임위원장 배분은 정치적 협상의 대상일 수 있지만 국회 마비는 협상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계산해야 할 것은 의석수가 아니라 손실이다. 국회가 하루 늦어질 때 민생 법안은 얼마나 밀리는가.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얼마나 커지는가. 기업 투자 결정은 얼마나 지연되는가. 정부 예산 심사는 얼마나 압박받는가. 이런 비용표를 국민 앞에 내놓는다면 여야가 지금처럼 쉽게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수 있겠는가. 국민은 법사위원장 이름보다 자신의 대출금리를 더 걱정한다. 정무위원장 배분보다 금융사고와 불완전판매 방지를 더 원한다. 예결위원장 몫보다 내년 예산이 어디에 쓰일지를 더 궁금해한다. 기업은 어느 당이 상임위를 차지했는지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 정부는 정쟁의 승리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국정 동력을 필요로 한다. 국회는 싸우라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싸움에도 순서가 있다. 먼저 문을 열고 회의를 열고 법안을 올리고 예산을 따져야 한다. 그다음에 치열하게 다투면 된다. 문도 열지 않은 채 열쇠를 누가 쥘지만 다투는 정치는 국민에게 설명할 수 없다. 국회를 열지 않는 정치는 견제가 아니라 직무유기다. 22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은 단순한 자리 싸움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정치 리스크를 얼마나 더 견딜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여야가 법사위와 경제 상임위를 놓고 끝까지 힘겨루기를 벌인다면 그 비용은 국회가 아니라 국민이 낸다. 가계는 이자로 내고 기업은 투자 지연으로 내며 정부는 정책 실기라는 이름으로 낸다. 경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국회가 멈춰도 시장은 움직이고 국회가 싸워도 국민의 청구서는 날아온다. 여야가 정말 민생을 말하려면 원구성부터 끝내야 한다. 권한을 나누는 협상보다 책임을 나누는 합의가 먼저다. 국회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그 상식을 잊는 순간, 원구성 싸움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위험이 된다.
2026-06-29 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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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하위법령 착수…전력 특례 범위가 관건
[경제일보] 정부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특별법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 마련에 착수했다. 법률 제정으로 AIDC 구축을 지원할 큰 틀은 마련됐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인허가 간소화와 전력 특례가 어느 범위까지 적용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일 공포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의 하위법령 마련을 위한 연구반을 구성하고 18일 서울에서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연구반은 AI 데이터센터와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으며 시행령과 시행규칙 초안 마련을 맡는다. AIDC 특별법은 AI 3강 도약을 위한 핵심 인프라인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데이터 저장과 서비스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면 AIDC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가속기 기반 연산을 통해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는 연산 인프라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고밀도 전력 공급, 냉각, 전력망 접속, 부지 확보 요건이 훨씬 까다롭다. 특별법은 올해 1월 이해민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관련 법안을 병합·조정하는 방식으로 논의됐다. 이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지난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6월 9일 공포됐으며 9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3월 10일부터 시행된다. 법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과기정통부를 통합 창구로 삼아 AI 데이터센터 구축 관련 인허가를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관계기관이 정해진 기간 안에 인허가 여부를 통보하지 않으면 처리된 것으로 보는 ‘타임아웃제’도 도입된다. 복잡한 행정 절차가 투자 지연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전력 관련 특례도 포함됐다. 비수도권에 일정 규모 이하 AI 데이터센터를 신축·증축하거나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경우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근거가 마련됐다.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 입지를 분산하고 전력망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AI 인프라 투자를 유도하려는 장치다. 승강기, 주차장, 미술품 설치 등 일반 건물 기준을 그대로 적용받던 시설물 설치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위법령 단계에서는 세부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AIDC를 어느 수준의 설비와 규모를 갖춘 시설로 정의할지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대상이 되는 ‘일정 규모 이하’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가 핵심이다. GPU 집적도, 전력 수전 용량, 냉각 방식, 연산 목적, AI 학습·추론 비중 등을 어디까지 법적 기준에 넣을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전력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GPU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데이터센터 한 곳이 필요로 하는 전력 규모는 수십~수백 메가와트 단위로 커지고 있다. 부지를 확보하더라도 변전소와 송전망 접속, 장기 전력 구매, 냉각 설비, 전력 품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제 구축 일정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확장의 병목은 반도체 공급만이 아니라 전력과 냉각, 지역 수용성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규제 완화가 곧바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인허가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전력망 안정성, 지역 주민 수용성, 환경 부담,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특히 비수도권 특례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전력망 여유 지역과 산업 수요, 통신망, 인력, 세제·입지 지원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연구반 운영을 통해 하위법령 초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AI 데이터센터 정의와 규제 특례 등 핵심 사항에 대해 민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속도와 전력·환경·지역사회 쟁점을 함께 고려해 제도 설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AIDC 특별법은 한국형 AI 인프라 정책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실제 성패는 법률 이름이 아니라 시행령 숫자에 달려 있다. 어떤 시설을 AIDC로 인정할지, 어느 규모까지 전력 특례를 줄지, 인허가 지연을 얼마나 줄일지가 기업 투자 판단을 좌우한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건물이 아니라 국가 연산 주권의 기반이다. 하위법령 설계가 정교하지 않으면 특별법은 투자 속도를 높이기보다 또 다른 해석 싸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026-06-18 16: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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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선거는 배우고, 국내 투표용지는 못 챙긴 선관위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신뢰를 정면으로 흔든 사건이다. 선거 당일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제때 내주지 못했다. 선거 절차에서 투표용지는 가장 기초적인 준비물이다. 참관인 배치, 개표 관리, 선거운동 단속, 투표함 이송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에게 건넬 투표용지가 없으면 선거는 그 자리에서 멈춘다. 이번 일을 현장 착오나 일시적 혼선으로 넘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의 사퇴는 뒤늦은 수습의 시작일 뿐이다. 이번 사태는 한 위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덮을 수 있는 행정 사고가 아니라 중앙선관위 운영 전반의 책임을 묻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그러나 독립성은 정치권으로부터 선거관리를 지키기 위한 장치이지 국민 앞의 설명 책임을 덜어주는 방패가 아니다. 선관위가 정치권의 영향에서 벗어나 선거를 관리하려면 먼저 국민 앞에 설명 가능한 조직이어야 한다. 선거관리의 기본이 무너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7194장이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된 곳도 26곳에 달했다. 중앙선관위가 애초 밝힌 부족 규모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선관위가 선거 직후 사태의 전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거나 적어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선거관리의 실패가 투표소 현장에서 그쳤는지, 보고와 대응 과정까지 이어졌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허철훈 전 사무총장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사퇴만으로 매듭지을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노 전 위원장과 허 전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일부 구 선관위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돼야 하고, 조직 책임은 조직 책임대로 규명돼야 한다. 형사책임 성립 여부와 별개로 선관위가 선거관리의 기본 의무를 다했는지는 반드시 확인돼야 한다. 과로론으로 덮을 수 없는 중앙선관위 책임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는 현장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 직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가 잘못한 건 인정하더라도 선거 시스템이 과부하된 현 상황은 알려야 한다”며 “근본적 원인은 살인적 업무량과 적은 인원”이라고 썼다. 또 다른 직원은 “1명이 100곳 이상의 투표소를 관리하는데, 용지가 부족하다는 연락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면 혼자 처리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송파구 선관위의 경우 직원 13명 중 3~4명 정도가 관할 투표소 146곳의 투표 상황 관리와 개표 준비까지 맡아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설명도 나왔다. 현장 직원의 고충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선거 때마다 구·시·군 선관위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1명이 100곳 넘는 투표소를 관리해야 했다면 정상적인 인력 운용으로 보기 어렵다. 다만 바로 그 사정 때문에 중앙선관위의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인력이 부족했다면 선거 전에 보강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업무량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면 위험 지점을 미리 점검했어야 한다. 투표용지 배부량 산정, 예비분 확보, 긴급 수송 체계, 보고 라인, 현장 대응 매뉴얼은 선거가 끝난 뒤 내부 게시판에 호소할 문제가 아니라 선거 전에 갖춰야 할 선거관리의 기본 장치다. 유권자 입장에서 따질 대목은 하나다. 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부족했느냐는 것이다. 업무가 많았다는 말은 설명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선거관리기관이 선거 당일 투표용지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면 먼저 국민 앞에 책임을 설명해야 한다. 그다음에 인력과 제도 문제를 말해야 한다. 순서가 바뀌면 내부 사정은 국민 눈에 책임 회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몰디브 출장이 부른 국민의 냉소 이번 사태가 더 큰 분노를 부른 데에는 선관위의 기존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 성과급, 휴직, 해외 출장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몰디브 대통령 선거 참관 출장은 상징성이 크다. 2023년 9월 선관위 직원 5명은 7박 9일 일정으로 몰디브 대통령 선거를 참관했다. 보고서에는 후보자 선거사무소 방문, 선거운동 참관, 투·개표 참관, 공식 만찬 참석 등이 담겼다. 출장 목적은 ‘변화된 외국 선거환경 파악 및 선거법제 비교 연구’였다. 문구만 놓고 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 이후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몰디브에서 선거 제도를 배우고 왔다는 기관이 정작 국내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용지를 못 챙겼다. 보고서에 해변 깃발 사진과 섬 지역 선거운동 설명이 실렸다는 대목까지 알려지면서 국민의 냉소는 더 커졌다. 선거 제도를 배우러 몰디브까지 갔다는 설명은 지금 상황에서 희대의 코미디처럼 들린다. 외국 선거제도 연구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해외 선거 참관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출장은 성과로 설명돼야 한다. 몰디브 출장 보고서가 국내 선거관리 개선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이번 사태 앞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해변의 깃발과 섬 지역 선거운동을 보고 온 기관이 정작 국내 투표소의 용지 부족을 막지 못했다면, 제도 연구라는 설명보다 방만한 조직문화라는 비판이 먼저 나올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도 몰디브를 포함해 1년간 33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스위스, 스페인 등 유럽을 중심으로 선거 신뢰성 제고 등을 이유로 한 출장도 이어졌다고 한다. 해외의 선거 신뢰성을 살피러 다니는 동안 국내 선거관리의 신뢰는 어디서 새고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선거 신뢰성은 보고서 제목이 아니라 투표소 현장에서 쌓인다. 유권자가 줄을 서고, 신분을 확인받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로 들어가는 과정이 막힘없이 작동해야 신뢰가 생긴다. 독립성은 책임 회피의 방패가 아니다 선관위가 그동안 누려온 독립성과 권한은 작지 않다. 선거를 관리하고 정당·정치자금 업무를 다루며 위법 선거운동을 조사한다. 정치권도 선관위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 기관일수록 내부 통제와 외부 검증은 더 엄격해야 한다. 그런데 선관위는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사와 인사, 예산, 조직 운영 전반에서 느슨한 감시를 받아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독립기관이라는 지위가 성역처럼 굳어졌다면 이번 사태는 그 벽을 다시 세울지, 허물지 가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회가 선관위 개혁 법안을 내놓는 흐름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외부감사를 가능하게 하는 감사원법 개정과 전국 선거 기간 선관위 직원들의 휴가·휴직 사용을 제한하는 입법을 예고했다. 선거가 없는 시기와 전국 단위 선거가 있는 시기의 휴직자 수 차이를 들어 선관위 조직 운영 문제도 지적했다. 여야 원내지도부 역시 이번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큰 틀에서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위원회 설치, 선관위원 연임 제한 등도 논의되고 있다. 선관위 개혁은 정치적 보복이나 특정 진영의 이해관계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기관을 정권의 하부기관처럼 만드는 일은 더 큰 위험을 낳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현 체제를 그대로 두자는 결론으로 갈 수도 없다. 독립성과 책임성은 함께 가야 한다. 책임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독립성은 국민에게 특권으로 보인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독립기관은 제도적 권위도 유지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선관위 직원 몇 명의 실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투표용지 수요 예측, 인쇄·배부 계획, 예비 물량 확보, 현장 보고 체계, 비상 대응, 사후 설명까지 선거관리 전 과정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살펴야 한다. 노태악 체제의 중앙선관위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사의를 표명했다고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수사 대상이 됐다고 정치적 논란으로만 몰고 갈 일도 아니다. 선거관리 실패의 원인과 책임자를 구체적으로 가려야 한다. 선관위 내부 직원들이 과로를 호소했다면 그 부분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 누가 그런 인력 배치를 결정했는지, 선거 전 위험 보고는 있었는지, 중앙선관위는 현장 부담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도 방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장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동시에 현장 고충을 앞세워 조직 책임을 흐려서도 안 된다. 선거관리기관의 책임은 가장 윗선에서 시작된다. 노태악 전 위원장과 중앙선관위 수뇌부가 책임 규명의 중심에 서야 한다. 민주주의의 신뢰는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확인된다. 투표용지가 충분히 놓여 있어야 하고, 유권자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돼야 한다. 사후에는 정확한 설명과 책임 추궁이 따라야 한다. 선관위가 이 기본을 놓쳤다면 그동안 내세워온 선거관리 전문성도 다시 검증받을 수밖에 없다. 몰디브 선거는 배우고, 국내 투표용지는 못 챙겼다는 비판은 거칠지만 지금 민심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선관위가 국민의 분노를 억울하게만 여긴다면 사태의 무게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국민이 선관위에 요구한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부족하지 않게 하라는 요구였다. 그 요구조차 충족하지 못한다면 선관위의 권위도 유지되기 어렵다. 선관위 개혁은 더 미루기 어렵다. 외부감사, 인사 검증, 예산 통제, 해외출장 심사, 휴직 관리, 선거 비상 대응 체계까지 다시 봐야 한다. 독립성이라는 이름 아래 방만함이 방치됐다면 걷어내야 한다. 정치권도 이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만 삼아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기관을 바로 세우는 일은 어느 정당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 문제다. 유권자의 한 표를 관리하라고 만든 기관이 유권자에게 줄 종이 한 장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노태악 전 위원장의 사퇴는 출발점에 가깝다. 책임 규명과 제도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선관위 역사에 가장 부끄러운 장면으로 남게 될 것이다.
2026-06-15 09: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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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 거래소 넘어 '데이터 금융'으로…국회·금감원 변수는 남았다
[경제일보] 두나무가 업비트를 단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데이터 기반 디지털자산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시황 분석과 온체인 지수, AI 뉴스 브리핑, 실시간 알림을 결합한 투자정보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하나금융과 한화투자증권 등 제도권 금융사의 지분 참여까지 맞물리며 시장의 시선이 다시 두나무로 향하고 있다. 두나무는 최근 업비트 데이터랩의 데이터 기반 콘텐츠 매거진 ‘인텔리전스’를 출시했다. 인텔리전스는 마켓레터, 데이터 디깅, AI 뉴스 브리핑, 밸류업, 실시간 데이터 알림 등으로 구성됐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 골든크로스·데드크로스, 변동성, 공포·탐욕지수 등 주요 지표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두나무는 업비트 데이터랩을 통해 온체인 데이터 기반 신규 지수 4종도 내놨다. 이더리움 월렛 액티브 저평가·고평가 지수, 이더리움 트랜잭션 액티브 저평가·고평가 지수다. 가격 흐름뿐 아니라 활성 지갑과 트랜잭션 등 블록체인 네트워크 활동성을 투자 판단 지표로 제시하려는 시도다. 두나무가 데이터랩을 강화하는 배경은 분명하다. 디지털자산 시장 경쟁이 거래 수수료와 상장 종목 수만으로 결정되는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가격 차트뿐 아니라 온체인 활동성, 시장 심리, 변동성, 프로젝트 펀더멘털을 함께 보려 한다. 거래소가 보유한 시장 데이터를 투자자 교육과 분석 서비스로 확장하는 흐름이다. 자본시장 움직임도 주목된다. 하나은행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일부를 약 1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한화투자증권도 두나무 주식을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9.84%로 높일 예정이다. 은행과 증권사가 두나무 지분을 확대하는 것은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수탁, 토큰증권, 실물연계자산(RWA) 등 미래 금융 인프라와 연결될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결합도 핵심 변수다. 양사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네이버파이낸셜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구조를 추진해왔다. 현실화될 경우 국내 최대 간편결제 플랫폼과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하나의 금융 생태계로 묶이게 된다. 규제 검증은 남아 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두나무의 네이버파이낸셜 주식교환 관련 주요사항보고서에 정정명령을 내렸다. 향후 회사 구조개편 계획과 투자 판단 관련 중요 사항이 충분히 기재됐는지가 쟁점이다. 국회 변수도 크다.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발행 주체, 준비자산 관리, 공시·상장 규제, 투자자 보호 장치가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결합과 향후 스테이블코인 전략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과의 소송 리스크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두나무는 FIU가 내린 업비트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사건은 2심으로 넘어간 상태다. 향후 판단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미신고 해외사업자 차단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두나무는 이미 국내 최대 거래소 운영사를 넘어 디지털자산 금융 인프라 기업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선언이 아니라 신뢰의 축적이다. 데이터 서비스로 이용자의 판단을 돕고 금융권과의 결합으로 사업의 실체를 보여주며 국회와 당국의 규제 문턱을 넘는 순간 두나무의 다음 지위도 분명해질 것이다. [아주경제 2026년 06년 11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1 08: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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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올인' 선언한 이재명 정부, 실물 경제 총리 카드로 돌파구 열어야
[경제일보] 선거의 막이 내리고 이제 냉혹한 현실의 시간이 다가왔다.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의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결국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다. 이런 엄중한 시국에 이재명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명한 것은 시의적절하면서도 강력한 쇄신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할 만하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 출신이 아닌, 네이버 대표를 거쳐 실물 경제 현장을 두루 누빈 관료 출신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 자체가 파격이자 명확한 메시지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골병이 들고 있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의 형국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가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며 수출 전선을 떠받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대다수 제조 분야와 중소기업, 자영업의 체력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특정 첨단 산업에만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로는 다가오는 거대한 전환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 특히 전 세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생태계의 주도권 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격화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IT와 중소벤처 분야를 모두 경험한 한 총리 후보자의 지명은, 현 시대의 생존 기로가 AI 관련 산업의 고도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에 있다는 대통령의 정확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의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구상하는 ‘권한 분점과 역할 분담’의 형태다. 외교·안보와 정치는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며 중심을 잡고, 내치(內治)의 핵심인 경제 컨트롤타워는 한 총리에게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른바 ‘경제 성장 올인 체제’의 구축이다. 이는 소모적인 정치 공방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오직 경제 활성화와 민생 회복에만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현재 우리가 마주한 대내외적 과제는 가히 첩첩산중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이른바 ‘3고(高) 현상’은 장기화되면서 서민 경제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여기에 오랜 세월 대한민국을 멍들게 한 동서남북의 지역·이념 갈등을 넘어, 이제는 자산과 소득의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라는 미증유의 사회적 재앙이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을 치유하는 최고의 복지이자 유일한 해법은 결국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뿐이다. 파이를 키우지 않고서는 나눌 수도 없고, 성장의 온기가 아래로 흘러내리는 분수 효과나 낙수 효과 없이는 양극화의 깊은 골을 메울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상식이자 기본 원칙이다. 새로 출범할 ‘한성숙 내각’ 앞에는 막중한 과제가 놓여 있다. 우선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경제 살리기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는 정치적 돌파력을 보여야 한다. 실물 경제 전문가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정책에 반영하고,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마음 놓고 AI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기업의 낙과(落果)가 중소기업과 벤처 생태계로 골고루 퍼질 수 있는 상생의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도 그의 몫이다. 대통령의 지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하겠지만, 지금은 정쟁보다 경제 위기 극복이 우선이다. 정치권 역시 이번 총리 인선의 본질이 ‘민생과 성장’에 있음을 직시하고 대승적으로 협조해야 마땅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올인’ 선언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 개선과 재도약으로 이어지기를 국민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살고, 국민이 웃을 수 있다. 정부와 신임 총리 후보자는 이 무거운 소명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6-06-08 0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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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중국 바이오 투자 '빗장'…글로벌 제약 공급망 재편 신호탄
[경제일보] 미국 의회가 자국 바이오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대중국 투자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법안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지형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단순한 통상 갈등을 넘어 ‘기술·데이터·임상 주권’을 둘러싼 전략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최근 ‘바이오기술 투자 국가안보법(BINSA)’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중국 등 적대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와 기술 이전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심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외국인 투자 유입을 통제하던 정책에서 나아가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법안의 골자는 의약품 개발, 바이오의약품 생산, 임상 연구개발 등 전 분야를 포함한 ‘포괄적 규제’다. 특히 라이선스 계약, 합작 투자, 지분 투자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이전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사실상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는 모든 거래를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은 중국 바이오 산업의 급성장을 직접적인 위협으로 지목했다. 물레나르 의원은 “이 법안은 미국의 의약품과 연구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기업의 투자와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딩겔 의원 또한 “미국은 의약품 공급망을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혁신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며 “바이오·제약 산업 강화는 환자 보호와 일자리, 국가 안보에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 바이오 산업은 최근 5년간 급격한 팽창을 이어왔다. 국경 간 라이선스 거래 규모는 2020년 50억 달러 미만에서 2025년 약 1360억 달러로 폭증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공동 연구개발과 기술 이전에 적극 나서면서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평가다. 글로벌 제약사 BMS가 중국 헝루이제약과 152억 달러 규모의 신약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계약에는 지적재산권과 핵심 노하우 공유가 포함돼 단순 기술 협력을 넘어 핵심 플랫폼 이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아웃바운드 규제’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외국 기업의 자국 투자만 통제하는 ‘인바운드 규제’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국 기술과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 자체가 더 큰 리스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임상 데이터’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임상시험 시스템이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지만 윤리성과 데이터 신뢰성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비윤리적 임상 사례와 군 관련 시설에서의 연구 수행 가능성 등이 문제로 거론된다. 미국 내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 승인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관련 규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예산 법안과 연계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중국 역시 비슷한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해외 투자 규정을 개정해 바이오기술 분야에 대한 대외 투자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 간 공동 연구개발, 라이선싱, 합작 법인 설립 등이 동시에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제약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중 간 기술 협력이 줄어들 경우 한국과 유럽 등 제3국 기업이 ‘대체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글로벌 협력 기반이 약화되면서 신약 개발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결국 이번 법안은 단순한 투자 규제를 넘어 ‘바이오 패권 경쟁’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 자본, 데이터, 임상 인프라까지 전방위적으로 얽힌 바이오 산업 특성상, 정책 변화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026-06-06 14: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