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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만에 돌아온 현대건설··· 부촌 상징 '압구정 현대' 정통성 잇는다
[경제일보] 압구정은 서울 주거지 가운데서도 상징성이 큰 곳이다. 197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들어선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반세기 동안 국내 부촌의 기준으로 통했다. 그 압구정이 재건축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변화의 문턱에 섰다. 압구정 재건축에서 현재 가장 많은 구역을 확보한 곳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2·3·5구역 시공사로 선정됐다. 총 수주 규모는 9조8059억원에 이른다. 과거 압구정 현대아파트 건설에 참여했던 기업이 반세기 뒤 압구정 재건축의 주요 사업자로 다시 등장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재건축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2023년 압구정 전담 TFT를 구성한 데 이어 이를 ‘압구정재건축영업팀’으로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압구정 현대’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관련 상표권도 출원했다. 압구정 재건축을 주요 사업지로 보고 조직과 브랜드 측면에서 사전 준비를 해온 셈이다. 수주 과정에서도 현대건설은 기존 압구정 현대아파트와의 연관성을 앞세웠다. 압구정2·3·5구역을 하나의 브랜드 권역으로 묶겠다는 구상과 그룹 계열사의 기술을 활용한 주거 서비스 계획도 제시했다. 이는 재건축 수주전이 시공 조건 경쟁을 넘어 단지의 정체성과 향후 운영 방향까지 겨루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건설이 압구정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가진 역사성 때문이다. 오늘날 압구정을 설명하는 대표 상징은 현대아파트지만 그 이름의 뿌리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압구정이라는 지명은 조선 전기 권신 한명회가 한강변에 세운 정자에서 유래했다. 현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안에 남아 있는 표지석도 그 흔적을 보여준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이 일대는 논밭과 모래사장이 펼쳐진 한강변 외곽 지역이었다. 강남 역시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지 못했다. 1970년대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압구정은 대규모 주거단지로 바뀌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강북에 집중된 도시 기능을 분산하기 위해 강남 개발에 나섰고 압구정도 주요 개발 축에 포함됐다. 한강변 매립과 기반시설 조성이 진행되면서 대규모 주거단지 개발이 가능해졌고 이후 압구정 현대를 비롯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오늘날 한강변 핵심 주거지의 토대가 마련됐다. 현재의 압구정을 만든 결정적 계기 가운데 하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였다. 1970년대 중반 입주가 시작된 압구정 현대는 당시 기준으로도 보기 드문 대규모 주거단지였다. 초기 1~3차는 현대건설이 시공했고 이후 4차부터 14차까지는 현대건설 주택사업부에서 분리된 한국도시개발이 맡았다. 한국도시개발은 현재 IPARK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진다. 압구정 현대의 역사가 범현대가 건설사들의 성장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압구정 재건축은 시공권 경쟁을 넘어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쌓아온 상징성을 누가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의 문제로도 받아들여진다. 현대건설이 압구정2·3·5구역을 확보한 데 관심이 쏠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압구정 현대는 오랫동안 기준점 역할을 했다. 강남 집값을 논할 때 압구정 현대 시세가 빠지지 않았고 압구정의 움직임이 곧 강남 시장의 방향을 보여준다는 말도 나왔다. 아파트가 주거상품을 넘어 핵심 자산으로 인식되는 과정 역시 압구정 현대의 성장과 맞물려 있었다. 그러나 압구정 현대를 상징하던 건물들도 어느덧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지나게 됐다. 대한민국 부촌의 상징이었던 단지는 노후화라는 과제를 마주했고 압구정 역시 재건축이라는 변화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현재 압구정에서는 서울시가 지정한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을 중심으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압구정 현대와 한양, 미성아파트 등이 포함된 지역은 2·3·4·5·6구역으로 나뉘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주요 구역의 시공사도 속속 결정되고 있다. 지난해 2구역에 이어 올해 3구역과 5구역은 현대건설이 확보했고 4구역은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압구정 재건축이 구상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사업 추진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압구정 재건축을 일반적인 정비사업 이상으로 본다. 서울 주거문화의 세대교체와 대한민국 대표 부촌의 정체성 계승이 맞물린 사업이라는 점에서다. 압구정은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 단지를 세우는 문제를 넘어 한강변 고급 주거지의 다음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가늠하는 사업지가 됐다. 압구정 재건축은 조선시대 한명회의 정자에서 비롯된 이름이 산업화 시대 압구정 현대를 거쳐 새로운 한강변 주거지로 이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현대건설은 과거 압구정 현대 일부 단지를 시공했던 건설사에서 주요 재건축 구역을 맡은 사업자로 다시 등장했다. 반세기 전 압구정 현대가 강남 시대를 상징하는 단지였다면 앞으로의 압구정은 한강변 주거지의 다음 기준을 놓고 평가받게 된다. 압구정2·3·5구역을 확보한 현대건설에도 수주 성과 이후의 과제가 남았다. 압구정이라는 장소가 가진 역사성과 시장의 기대가 실제 단지 완성도에서 평가받게 되기 때문이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04일자 14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04 08:13:25
IMF 생존기업에서 AI 반도체 주역으로…하이닉스 '불사조 DNA' 서사
[경제일보]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 속에서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한때 '불황형 메모리 기업'에서 AI 반도체 시장 주도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때 외환위기와 채권단 관리 속에서 상장 폐지 우려까지 나왔던 기업이 AI 시대 핵심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불사조 서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의 뿌리는 범현대가(家)가 1983년 설립한 현대전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반도체를 미래 국가 전략산업으로 보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삼성과 LG 역시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며 1980~1990년대 국내 반도체 산업은 삼성·현대·LG의 '빅3' 경쟁 체제로 재편됐다. 당시 현대전자는 공격적인 생산 확대와 기술 투자로 메모리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어졌다. 다만 메모리 산업 특유의 대규모 투자 구조와 가격 변동성은 이후 현대전자에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IMF가 바꾼 운명…'현대전자'에서 '하이닉스'로 전환점은 1997년 외환위기(IMF)였다. 정부는 중복 투자를 줄이기 위한 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기업 간 사업 맞교환인 '빅딜'을 추진했고 현대전자는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했다. 그러나 막대한 차입 부담과 반도체 업황 침체가 겹치며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현대전자는 2001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돼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사명 역시 현대(Hyundai)의 앞 글자와 전자(Electronics)의 뒷부분을 결합한 '하이닉스(Hynix)'로 변경됐다. 당시 하이닉스는 무급휴직과 구조조정, 자산 매각 등을 반복하며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시장에서는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정부 산하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신규 자금 지원과 출자전환 등을 통해 하이닉스 정상화에 나섰지만 반도체 산업 특유의 경기 변동성과 막대한 투자 부담 탓에 새 주인을 찾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해외 기업들의 인수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정부는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기업을 해외에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하이닉스는 10년 가까이 채권단 위탁경영 체제를 이어가야 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됐던 SK 인수…반도체 승부수 되다 반전 계기는 2012년 SK그룹 인수였다. 당시 SK텔레콤은 채권단 보유 지분과 신주를 포함해 약 3조40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우려가 더 컸다. 메모리 산업은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대표적인 경기 민감 산업이었고 SK그룹 역시 정유·통신 중심 사업 구조였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K의 선택은 그룹 체질 자체를 바꾸는 승부수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이후 공격적인 기술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고 AI 시대 전환과 맞물리며 기업 위상이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생성형 AI 시장 확대는 메모리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대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HBM 중요성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범용 D램이 가격 경쟁 중심 산업이었다면 HBM은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선제적인 기술 투자에 나섰다.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HBM3와 HBM3E 공급을 확대하며 글로벌 AI 공급망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선점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역시 급반등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 97조 1467억원, 영업이익 47조 2063억원, 순이익 42조 947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한때 적자와 구조조정을 반복했던 기업이 이제는 AI 시대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모습이다. 적자 기업에서 AI 반도체 주역으로…HBM 시대 열다 과거 범용 부품 산업으로 여겨졌던 메모리 시장의 위상도 빠르게 달라지는 모습이다. 과거 메모리 업체들이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렸다면 현재 AI 메모리 시장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인 HBM 물량 확보에 직접 나서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메모리 산업이 단순 범용 부품 사업에서 AI 인프라 핵심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하이닉스 인수 당시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해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며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의 HBM 추격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고 AI 투자 사이클 둔화 가능성 역시 변수다. HBM4와 차세대 패키징 경쟁에서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 지배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사례가 단순 기업 회생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존 역사 자체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환위기와 구조조정, 채권단 관리, 대규모 기술 투자를 거쳐 살아남은 기업이 AI 시대 글로벌 핵심 기업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2026-05-13 16: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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