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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正名)' 잃은 노란봉투법, 갈등의 불씨인가 상생의 토대인가
[경제일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입법 취지는 분명하다. 하청·비정규 노동자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는 취지 못지않게 ‘작동 방식’이 중요하다. 최근 사기업 현장에서 하청노조와의 첫 분리교섭이 결정되면서, 법이 의도하지 않았던 혼란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도대체 누구와 교섭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 앞에 서게 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사용자 개념의 확장과 교섭 구조의 불명확성에 있다. 원청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교섭 당사자로 지목될 경우, 법적 책임과 협상 의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는 곧 복수의 교섭 창구, 중첩된 책임, 끝나지 않는 협상의 가능성을 낳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예측 가능성이 크게 훼손되고, 노동조합 역시 협상의 상대가 분산되면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논어』에서 공자는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말이 순조롭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名不正 則言不順 言不順 則事不成)”고 했다. 지금의 혼란은 바로 이 ‘정명(正名)’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누가 사용자이며, 누가 교섭 당사자인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먼저 달려나가니, 현장은 방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법 적용의 경계가 지나치게 넓고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개념은 해석의 여지가 크다. 이는 결국 개별 사업장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그 자체로 법적 불확실성을 키운다. 『도덕경』은 “법이 많을수록 도적이 많아진다(法令滋彰 盜賊多有)”고 경고한다. 규제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혼란과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의 양이 아니라 법의 명확성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사용자 범위와 교섭 책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되, 그 범위를 계약 구조와 지배력의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구분하는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 둘째, 교섭 창구를 일원화하거나 최소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복수 교섭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조정하는 중립적 기구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셋째, 분쟁 해결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는 교섭이 곧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위원회 등 공적 조정기구의 전문성과 권한을 확대해, 초기 단계에서 갈등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기업과 노동계 모두 책임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법의 빈틈을 이용해 극단으로 치닫는 전략은 결국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맹자는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過猶不及)”고 했다. 노동권 보호라는 명분이 지나치면 시장 질서를 해치고, 반대로 기업의 효율성만 강조하면 노동의 존엄이 훼손된다. 지금의 노란봉투법 논란은 이 균형의 문제를 다시 묻고 있다. 앞으로의 방향은 분명하다. 노동권 보호와 산업 경쟁력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설계해야 할 ‘이중의 목표’다. 법은 이상을 선언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법 이후의 ‘정교한 보완’이 필수적이다.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석의 폭을 줄이고, 이해당사자 간의 사회적 합의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가야 한다. 결국 제도의 성패는 균형과 신뢰에 달려 있다.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노란봉투법이 갈등의 불씨가 아니라 상생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법은 분쟁을 키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를 세우기 위해 존재한다는 그 단순한 상식 말이다.
2026-04-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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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사고 책임 공백 메운다…국토부, 기준·보상 재정비
[경제일보] 자율주행차 상용화 일정이 가시화되면서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와 보상 절차를 둘러싼 제도 공백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법·보험 체계가 뒤처졌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가 범부처 차원의 기준 정립에 착수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이번 TF는 자율주행차 운행 중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피해자 보상 절차를 표준화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TF는 국토부가 총괄하고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간사를 맡는다. 법조계, 공학계, 보험업계, 산업계 등 각 분야 전문가 18명이 참여해 기술·법·보험 전 영역을 포괄하는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사고는 차량 결함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오류, 통신 문제, 운송 플랫폼 운영,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단일 기준으로 책임을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반영됐다. 정부는 연내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령 정비 과제까지 도출한다는 일정이다. 사고 유형을 세분화해 책임 판단 기준과 절차를 정립하고, 보험 처리 및 보상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작업이 병행된다. 이를 통해 실제 사고 발생 시 책임 공방으로 인한 보상 지연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현행 제도는 일정 수준의 피해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책임 판단 체계는 미완 상태로 평가된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개정을 통해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게 우선 보험금을 지급한 뒤 책임 주체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는 진전이 있었지만, 사고 원인 규명 과정에서 책임 분담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특히 자율주행 단계가 고도화될수록 책임 주체는 다층 구조로 확장된다. 차량 제조사와 부품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사, 통신 인프라 사업자, 운송 플랫폼 운영사 등이 동시에 관여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사고 원인 규명 자체가 복잡해지고 있다. 동일 사고에서도 시스템 결함과 운전자 개입 여부, 외부 환경 요인이 혼재될 가능성이 높아 분쟁 소지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보험 체계 역시 기술 발전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는 운전자 책임을 중심으로 설계된 자동차 보험 체계가 유지되고 있어 자율주행 시스템 오류나 소프트웨어 결함에 따른 사고를 정교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험상품 설계와 책임 분담 기준이 연동되지 않을 경우 보상 지연과 비용 전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가 책임 기준 정비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실증사업 확대가 있다. 국토부는 자율주행 실증도시 사업을 통해 단계적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하반기부터 광주광역시에서 약 200대 규모의 자율주행차 운행이 예정됐다. 실도로 기반 운행이 확대될수록 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는 만큼 제도 정비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번 TF는 실증도시 내 사고 대응체계 점검도 병행한다. 보험상품 운영 방식과 보상 절차의 실제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제도와 현장 간 괴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단순 기준 마련을 넘어 실제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까지 포함된 구조다. 박준형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이번 TF를 통해 법·기술·보험이 연계된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일상 속 자율주행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4-07 08: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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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묶는 족쇄인가, 사회를 지키는 안전망인가
[경제일보] 국가 경제의 흥망은 결국 기업의 활력에서 비롯된다. 기업이 숨 쉬지 못하는 곳에서 일자리는 사라지고, 투자와 혁신은 국경을 넘는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은 어떤가. 기업인들이 하나같이 “규제가 기업을 질식시키고 있다”고 호소하는 현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신호다. 문제는 규제 그 자체가 아니라, 균형을 잃은 규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라 했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아, 지나치게 뒤집으면 부서진다는 뜻이다. 지금의 규제는 과연 그 ‘적정한 손길’을 지키고 있는가. 첫째,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부터 노조를 지키겠다는 취지는 분명하다. 이는 약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용자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구조는 노사 간 균형을 무너뜨릴 위험이 크다. 권리는 책임과 함께 가야 한다. 책임이 사라진 권리는 곧 특권이 된다. 불법 파업조차 사실상 면책되는 환경이라면, 이는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예측 불가능한 경영 환경에 놓이게 되고, 이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개선 방향은 분명하다. 합법적 쟁의행위는 보호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명확히 하는 ‘이중 트랙’이 필요하다. 균형 없는 보호는 결국 모두를 해친다. 둘째,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생명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입법 취지는 시대적 요구이자 당위다. 그러나 문제는 ‘처벌 중심’의 접근이다. 사고의 원인은 구조적이고 복합적인데, 그 책임을 경영자 개인에게 과도하게 귀속시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안전 인프라를 구축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형사 처벌의 공포는 ‘투자 위축’과 ‘사업 포기’로 이어진다. 공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 예방 중심의 정책, 즉 안전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과 기술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처벌은 최후의 수단이어야지,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과도한 상속세와 기업 승계 규제다. 기업은 단순한 사유 재산이 아니라 고용과 산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사회적 자산이다. 그런데 현재의 높은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공제 요건은 기업 승계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기업은 팔리고, 기술과 일자리는 해외로 이전된다. 이는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물론 부의 대물림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해법은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투명한 승계’다. 일정 기간 고용 유지와 투자 확대를 조건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기업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맹자는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고 했다. 기업이 지속 가능해야 사회도 안정된다. 넷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생산성 향상 없이 비용만 급격히 상승하면, 기업은 고용을 줄이거나 자동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영업과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 구조에서는 그 충격이 더욱 크다. 최저임금은 ‘선의의 정책’이지만, 시장 현실을 외면한 선의는 오히려 약자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생산성과 연계된 인상 체계 등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다섯째, 주 52시간 근무제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향은 옳다. 그러나 획일적인 시간 규제는 산업 현장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연구개발, IT, 제조업 등은 특정 시기에 집중적인 노동이 불가피하다.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생산성과 혁신이 저해된다.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구조는 개인의 선택권마저 제한한다. 유연근로제의 확대, 업종별 예외 적용 등 ‘탄력성’이 해법이다. 규제는 틀을 제공하되, 현실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 여섯째,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AI 산업이다. 개인정보 보호는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가치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데이터 활용을 막아 AI 산업 발전을 지연시킨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다.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산업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익명화·가명화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고, 기업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보호와 활용은 대립 개념이 아니라 조화의 대상이다. 이 모든 규제를 관통하는 문제는 ‘균형의 상실’이다.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시장을 질식시키는 순간, 국가는 방향을 잃는다. 지금 한국의 규제 환경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자본과 인재를 해외로 밀어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 문제다.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규제의 사전적 통제가 아니라 사후적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 산업별·기업 규모별 맞춤형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셋째, 처벌 중심에서 지원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넷째, 정책 결정 과정에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노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무위이화(無爲而化)”. 억지로 통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질서가 이루어지는 상태가 이상적인 정치라는 뜻이다. 기업이 스스로 성장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국가 경쟁력이다. 규제는 그 길을 돕는 도구여야지,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규제’가 아니라 ‘더 나은 규제’다. 기업을 옥죄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기업이 뛰어야 나라가 뛴다. 이 단순한 진리를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게 될 것이다.
2026-03-27 13: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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