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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도 탄핵해야 한다
[이코노믹데일리]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법원이 더 이상 정의의 최후 보루로 인식되지 않고 ‘법 기술이 상식을 이기는 공간’으로 비쳐지는 순간 그 사회의 법치는 이미 균열을 시작한 것이다. 최근 이어진 무죄 판결과 공소 취하, 특검 제소 과정에서 드러난 사법 판단의 흐름은 국민 다수의 상식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깊은 불신과 분노를 낳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특정 사건이나 특정 인물에 있지 않다. 사법부가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판사 역시 헌법 질서 안에서 통제 가능한 권력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이는 개별 판결의 옳고 그름을 넘어 사법권의 성격과 한계를 묻는 문제다. 판사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 판단한다. 이 원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훼손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법 독립은 무책임의 특권이 아니다. 사법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적 권력이기에 그 행사 과정과 결과에 대해 누구보다 엄격한 윤리성과 책임성을 요구받는다. 법 조문을 기계적으로 해석해 사회적 정의와 현저히 괴리된 결론에 이르렀다면 이는 단순한 해석의 차이를 넘어 헌법 정신을 저버린 판단이다.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느냐”는 감정적 외침이 아니라 “이 판단이 과연 정의와 상식에 부합하는가”라는 이성적 질문이다. 판결문은 정교할 수 있고 법리는 복잡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론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명되지 못하고 정의의 감각을 상실한 채 법조문 뒤에 숨는다면 그것은 법치가 아니라 법의 왜곡이다. 법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지, 정의를 회피하기 위한 방패가 아니다. 해외 민주국가들은 사법 독립과 사법 책임을 동시에 제도화해 왔다. 미국의 연방 판사는 종신직이지만 중대한 위법이나 직무상 일탈이 있을 경우 의회의 탄핵 대상이 된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판사 탄핵이 이뤄졌으며 이는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기보다 오히려 신뢰를 지키는 안전장치로 작동해 왔다. “판사도 헌법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유럽 역시 사법 독립을 철저히 보장하는 동시에 그 독립이 공공성을 이탈할 경우 강력한 책임을 묻는다. 사법 윤리위원회, 시민이 참여하는 징계 절차, 판결의 투명성 강화는 이미 보편적 제도다. 일본 또한 판사 탄핵 제도를 헌법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실제 탄핵 사례가 많지 않더라도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사법권을 절제하게 만드는 제도적 긴장으로 기능한다. 반면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판사는 사실상 성역에 가깝다. 판결에 대한 비판은 곧바로 ‘사법권 침해’라는 말로 봉쇄되고 상식과 동떨어진 판단조차 ‘해석의 영역’이라는 말로 덮인다. 사법부 내부의 자정 장치는 국민의 눈높이에 비해 지나치게 폐쇄적이며 징계 역시 극히 제한적으로 운용돼 왔다. 이 구조 속에서 일부 판사들의 일탈은 반복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사법부 전체의 신뢰 붕괴로 되돌아온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판사 전체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다수 판사들은 묵묵히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며 정치적 유혹과 외부 압력으로부터 사법부를 지켜내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분명한 경계선이 필요하다. 소수의 일탈이 전체를 흔들지 않도록, 정의를 지키는 다수가 보호받도록, 일탈한 소수에게는 엄정한 책임을 묻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한 사법부 보호다. 판사 탄핵을 말하면 곧바로 ‘사법부 흔들기’라는 프레임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논점을 흐리는 주장이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에게는 탄핵 제도가 존재하면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사법부만 예외로 둬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판사 탄핵은 사법 독립을 훼손하는 장치가 아니라 사법권을 헌법 질서 안에 단단히 묶어두는 제도다. 법치주의는 법 조항의 집합이 아니다. 정의와 형평, 그리고 책임이라는 가치가 제도 속에서 작동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법률가의 언어로만 통용되고 국민이 이해하지도 납득하지도 못하는 법치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는 “우리는 독립돼 있다”는 선언이 아니라 “우리는 책임진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감정적 분노가 아니라 제도적 성찰이다. 판결 하나하나를 정치적 잣대로 재단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헌법 정신과 국민의 상식을 명백히 배반한 판단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판사도 공직자다. 공직자의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예외는 없다. 판사도 탄핵해야 한다. 이는 사법부를 무너뜨리자는 구호가 아니다. 사법부를 다시 정의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최소한의 헌법적 요구다. 법 앞의 평등은 판사에게서도 시작돼야 한다. 그때 비로소 법은 다시 국민의 것이 된다.
2026-02-11 12:30:00
'특징주' 기사가 상업적 흉기로 변질된 시대, 언론의 파산을 선언한다
한국경제신문 본사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혐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일부 기자들이 특정 종목을 미리 매수한 뒤 호재성 기사를 내보내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믿고 따라 들어온 소액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떠넘겨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른바 ‘선행매매’로 불리는 이 행위가 한두 차례가 아니라 수백 건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은 우리 언론의 도덕적 붕괴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이며 기자는 사실을 전달하는 전령이자 공정한 감시자여야 한다. 특히 자본시장을 다루는 경제 기사는 그 파급력만큼이나 정보의 신뢰성이 생명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행태는 언론인의 양심이 아니라 시세 차익을 노리는 작전 세력의 모습에 가깝다. 기사를 공적 기록이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 행위는 언론 자유를 전제로 작동해온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중대한 배반이다. 문제의 핵심인 ‘특징주 기사’는 정보 비대칭성을 노린 전형적인 범죄 방식이었다. 정보에 취약한 개인 투자자들은 경제지가 제공하는 ‘특징주’라는 이름의 기사를 신뢰하고 자산을 맡겼다. 그러나 그 신뢰는 철저히 배신당했다. 기자 윤리 강령이 강조하는 기본 원칙을 외면한 채 독자는 이들에게 그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번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조직의 책임이다. 연루된 기자가 다섯 명에 이르고 수백 건의 기사가 범행에 활용되는 동안 데스크와 부서 책임자들은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한국경제가 밝힌 “최종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과한다”는 입장은 책임 회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이는 개인의 일탈로 축소할 사안이 아니라 조회수와 영향력을 성과로만 평가해온 조직 문화와 내부 통제 실패가 낳은 구조적 문제다. 해외에서는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언론인의 행위에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기자나 분석가가 사적 이익을 위해 시장을 왜곡할 경우 형사 처벌은 물론 부당이득 반환과 업계 퇴출에 준하는 제재를 가한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포스터 위난스 사건에서 드러난 미국 사회의 단호한 대응은 언론 신뢰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제도 개선과 처벌 강화를 외쳤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문제는 제도의 부재가 아니라 기자 개인의 직업윤리와 이를 지탱해야 할 조직 내부의 비판 문화가 무너졌다는 데 있다. 이번 사태로 대다수의 성실한 기자들까지 불신의 시선에 노출된 현실은 언론 전체의 비극이다. 이제 형식적인 사과와 자체 조사로 넘어갈 단계는 지났다. 수사 당국과 금융 당국은 연루된 기자 개인은 물론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조직의 책임까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법을 벗어난 행위에는 단호한 처벌이 뒤따라야 하며 해당 언론사는 신뢰 회복을 위한 근본적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기자는 펜으로 세상을 비추는 존재다. 그 펜을 사적 이익을 위한 무기로 휘두르는 순간, 언론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이번 사건은 한국 언론사에 지울 수 없는 오명으로 남을 것이다. 신뢰를 잃은 언론 위에 세워진 사회는 결코 단단할 수 없다.
2026-02-07 12: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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