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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손보는 스튜어드십 코드, 감시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경제일보] 한국 자본시장에서 오래된 질문이 하나 있다. “주인은 누구인가.” 상장기업의 주인은 주주라고 말하지만, 현실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때로 오너 일가의 뜻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도 기업의 주인이라기보다 조용한 손님처럼 주주총회장 한쪽에 앉아 있었다.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에도 침묵했고, 일반 주주가 손해를 보는 합병이나 배당정책에도 뒤늦게 반대표를 던지는 정도에 머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침묵을 깨기 위해 도입된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다. 기관투자자가 고객과 수익자의 돈을 맡은 수탁자로서 투자대상 기업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의결권과 주주권을 행사하라는 행동지침이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12월 도입됐다. 이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4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운용사, 벤처캐피털 등 수백 개 기관이 참여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참여기관은 249곳이었다.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이 늘어나는 등 일정한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에 가깝다. 가입 기관은 늘었지만 실제 무엇을 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코드에 참여한다고 선언해도 이행보고서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써도 각 기관 홈페이지에 흩어져 비교와 검증이 어려웠다. 금융위에 따르면 과거 이행보고서를 공시한 기관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책임투자’라는 간판은 걸었지만 책임의 내용을 시장이 확인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정부와 한국ESG기준원이 추진하는 이번 개정안은 바로 그 약한 고리를 겨냥한다. 핵심은 수탁자 책임 활동 보고서를 매년 한국ESG기준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해 공시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는 고객과 수익자에게 수탁자 책임 정책과 이행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왜 지키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기존 국내 상장주식 중심이던 적용 대상도 채권, 인프라,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수탁자 책임 활동의 고려 요소도 지배구조를 넘어 환경·사회·지배구조, 즉 ESG 전반으로 확대된다. 방향은 옳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저평가에 갇혀 있었다. 낮은 배당, 불투명한 지배구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충돌, 이사회 독립성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말하는 밸류업도 결국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누고, 경영진이 자본비용을 의식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은 작지 않다. 기관이 침묵하면 기업은 변하지 않는다. 기관이 원칙 있게 묻고 따지면 이사회는 긴장한다. 특히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자금, 직장인의 퇴직연금, 개인투자자의 펀드 자금을 맡은 관리자다. 이들이 기업의 사업모델, 재무상황, 자본배분, 지배구조를 살피는 것은 정치적 개입이 아니라 수탁자의 기본 책무다.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지, 대주주에게 유리한 거래가 일반주주에게 불리하지 않은지 따지는 것은 시장경제의 정상 작동에 속한다. 주주권 행사를 ‘기업 때리기’로만 보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밝은 면만 볼 수는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칼날은 기업을 향하지만, 그 칼을 쥔 기관투자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문제는 누가 감시하느냐다. 이번 개정안에서 이행점검의 실무는 한국ESG기준원이 맡고,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가 최종 검토·의결하는 구조다. 그런데 시장 일각에서는 이 점검 체계의 독립성을 우려한다. 발전위원회에 자산운용업계 인사가 참여하고, ESG기준원이 의결권 자문이나 의안분석 서비스 등 금융투자업계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점검 대상과 점검 주체 사이에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면 제도의 신뢰는 출발선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ESG기준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지원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의결권 자문 등 다른 업무와 공간·인력·정보교류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도 내부정보 교류 차단장치를 통해 이해상충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는 선언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보아도 이해상충이 없다고 믿을 수 있는 구조다. 감시자는 실제로 독립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독립적으로 보여야 한다. 영국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류는 2010년 영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자의 무관심과 단기주의가 위기를 키웠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영국은 재무보고위원회(FRC)를 중심으로 코드의 이행력을 높여왔다. 한국도 같은 모델을 그대로 베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업계가 업계를 점검한다’는 의심을 줄일 장치는 필요하다. 자율규범이라는 이름 아래 점검이 느슨하면 시장은 냉소하고, 정부 입김이 과도하면 기업과 기관투자자는 정치적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반민반관형 독립기구, 외부 전문가 중심의 평가위원회, 이해상충 공개 의무 같은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ESG와 공동관여 활동도 신중해야 한다. ESG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지만,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과 무관한 정치적 구호로 흐르면 책임투자는 방향을 잃는다. 여러 기관투자자가 함께 기업과 대화하는 공동관여도 영향력을 키울 수 있지만, 특정 기업을 압박하는 집단행동처럼 비치면 시장의 자율성과 경영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 주주권 행사는 강해야 하지만 무리해서는 안 된다. 자본시장 개혁은 칼보다 저울에 가까워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에 필요한 수술이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권을 정상화하며,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실질화하는 방향은 맞다. 특히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기업이 여전히 절반 안팎에 이르는 현실에서 기관투자자의 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시장은 이제 ‘착한 기관’이 아니라 ‘책임 있는 기관’을 요구한다. 다만 제도의 성패는 문구가 아니라 집행에 달려 있다. 보고서를 의무화해도 내용이 부실하면 또 하나의 서류 행정이 된다. ESG를 넣어도 평가 기준이 모호하면 ESG 워싱만 키운다. 점검 체계를 만들어도 감시자가 독립적이지 않으면 시장은 믿지 않는다. 기관투자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면 그 책임을 점검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10년의 과제는 분명하다. 침묵하는 기관을 깨우는 것, 그리고 그 기관을 감시하는 눈까지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둘이 함께 갈 때 한국 증시는 숫자의 상승을 넘어 신뢰의 상승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26-06-22 14: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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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 통합 비용 최대 1조원…2028년 말~2029년 초 회수 기대"
[경제일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통합 비용을 9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합병 이후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이르면 2028년 말에서 2029년 초 통합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합 이후 노선 효율화와 구매력 확대, 정비 내재화 등을 통해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대한항공은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주주간담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합병 진행 상황과 향후 통합 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과 하은용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박희돈 경영전략담당 부사장, 오문권 재무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우기홍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완수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티어 항공사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해외 경쟁당국 승인 절차를 거치며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이제 최종 통합을 위한 막바지 단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12월 17일 출범하는 통합 대한항공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적항공사로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항공사라는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며 “중복 노선 효율화와 스케줄 최적화, 구매력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국토교통부 인가 절차와 금융당국 신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양사 이사회는 합병 계약 체결을 승인했으며 국토교통부에 합병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회사는 이달 말까지 인가를 취득한 뒤 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 수리 절차를 거쳐 8월 중 합병 승인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합병 비율은 대한항공 1주당 아시아나항공 0.2736432주다.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1주를 보유한 주주는 대한항공 신주 약 0.27주를 받게 된다. 다만 대한항공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에 대해서는 신주가 발행되지 않아 이번 합병으로 새롭게 발행되는 대한항공 주식은 전체 발행주식 수의 5.52% 수준에 그친다. 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수익성 개선 시점을 제시했다. 박희돈 경영전략담당 부사장은 “"외부 회계법인 자문 결과 통합 비용은 약 9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연간 시너지는 3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기대보다 더 높은 시너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현재 추정치 기준으로는 2028년 말이나 2029년 초 정도면 통합 비용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시너지 창출 방안으로 노선 재배치와 환승 네트워크 확대, 구매 통합, 해외 지점 및 시설 효율화, 엔진 정비 내재화 등을 제시했다. 여객 부문에서는 대한항공의 장거리 간선 노선과 아시아나항공의 단거리 지선 노선을 연계해 환승 경쟁력을 높이고,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JV) 네트워크에 아시아나항공 노선을 결합해 미주 노선 수요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화물 부문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벨리카고 물량을 대한항공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하고 화물기 운영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이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공동 입찰과 계약 통합을 통한 구매 단가 인하, 해외 거점 통합 운영, IT 인프라 효율화, 정비 역량 내재화 등을 추진한다. 배당 정책 유지 방침도 재확인했다. 하은용 CFO는 “대한항공은 이미 당기순이익의 30% 수준 배당 정책을 공시한 상태”라며 “아시아나항공 실적 부진이 있지만 신규 발행 주식 규모가 약 5% 수준에 불과한 만큼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 리스크 관리 방안도 설명했다. 하 CFO는 “대한항공은 수입과 비용의 외화 구조가 대부분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최근 항공기 도입 과정에서도 달러 차입을 최소화하고 원화와 엔화 등으로 조달해 외환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성 목표 공개에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연매출 23조원 규모의 항공사를 예상하고 있지만 ROE(자기자본이익률)와 ROIC(투하자본수익률)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박 부사장은 “유가와 환율, 지정학적 변수 영향이 큰 산업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다만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면 관련 지표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인력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 부회장은 최근 제기된 조종사 직급 체계 논란과 관련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조종사와 객실승무원 조직 모두 우려 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노사 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사 구성원들이 승진 체계나 처우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내부적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06-19 16: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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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9000 돌파 이후…'1만피'는 통과점인가, 과열의 경고인가
[경제일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의 다음 고지가 어디인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 8000’은 상징적 목표였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과 외국인 매수세가 겹치면서 시장의 시선은 이미 1만선을 넘어 1만2000선까지 향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8일 9063.84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섰다. 장중에는 9100선도 돌파했다. 이날 장 초반에는 9300선까지 넘어서며 랠리의 속도를 더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이익 모멘텀, 기업 실적 전망 상향, 외국인 자금 유입을 근거로 코스피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경계론도 동시에 나온다. 금리 인상 가능성, 유가와 환율 변동,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우려,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은 언제든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코스피 9000 돌파가 한국 증시의 구조적 재평가인지, 유동성과 반도체 랠리가 만든 단기 과열인지에 대한 논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코스피…이익 전망이 지수 상단을 다시 열었다 이번 코스피 랠리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인공지능 확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메모리 가격 상승, 서버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8800에서 1만1500으로 올려 잡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이익 모멘텀 강화와 실적 전망 상향 조정 흐름이 코스피 상승 여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꺾이기 전까지는 코스피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특히 반도체 업종의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각각 56%, 3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까지 감안하면 향후 실적 추정치가 추가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9000에서 1만2000으로 상향했다. 올해 코스피가 이미 큰 폭으로 올랐지만 기업 이익 성장세를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시장이 메모리 호황의 지속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1만1000, DB증권은 1만1700을 제시했다. 현대차증권과 IBK투자증권도 강세 시나리오에서 1만2000선을 열어두고 있다. 증권가의 공통된 논리는 명확하다. 코스피 상승의 핵심은 유동성이 아니라 이익이라는 것이다. ◆‘1만피’ 전망의 근거…저평가 해소와 외국인 매수세 코스피 1만선 전망이 힘을 얻는 또 다른 이유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과거 급등장에 비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지수는 급등했지만 기업 이익 전망이 더 빠르게 올라가면서 주가수익비율(PER) 부담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반도체주의 선행 PER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코스피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글로벌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끌면서 한국 증시가 아시아 시장 내 핵심 투자처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면서 과거와 다른 재평가 국면이 열렸다는 시각도 나온다. 기업 실적 개선이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력기기, 조선, 방산, 금융,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서도 이익 전망 상향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가 지수를 끌고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전반의 이익 체력이 함께 개선된다면 코스피 1만선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현실적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코스피 9000 돌파 이후 시장의 관심은 이제 지수 레벨보다 이익 전망의 지속성에 있다”며 “반도체 이익 추정치가 계속 올라가고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된다면 1만선 돌파는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열 경고도 커진다…반도체 쏠림과 금리 변수는 부담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기술적 과열 부담은 커졌다. 8000선 돌파 이후 9000선 안착까지 걸린 시간이 짧았던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특히 지수 상승이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만큼 특정 업종 조정이 곧바로 지수 전체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변수도 부담이다. 주가 상승 속도가 실물경제 개선 속도보다 빠를 경우 중앙은행의 긴축 경계감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버티거나 유가가 재차 상승할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성장주와 고밸류 업종의 조정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환율도 변수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수출기업의 이익 전망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원화 약세가 심해질 경우 외국인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 수입 물가와 무역수지에도 부담이 된다. 무엇보다 시장이 경계하는 것은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 논란이다. 현재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투자 확대가 실적 전망을 밀어올리고 있지만, 공급 증가나 수요 둔화 신호가 나타나면 시장은 빠르게 선반영에 나설 수 있다. 코스피 랠리의 핵심 엔진이 반도체인 만큼,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지수 전망도 동시에 조정될 수 있다. ◆코스피 1만 시대의 조건…실적·제도·수급의 삼박자 필요 향후 코스피가 1만선을 넘어 1만2000선까지 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실적이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 상향이 계속되고, 비반도체 업종으로 실적 개선이 확산돼야 한다. 지수 상승이 소수 대형주에만 의존할 경우 랠리의 지속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 제도 개혁이다. 코스피가 구조적으로 재평가되기 위해서는 주주환원 확대, 자사주 소각, 배당정책 개선,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실적이 좋아도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작다면 한국 증시의 할인 요인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수급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연기금과 개인투자자의 장기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돼야 한다. 단기 테마성 매수만으로는 1만선 안착이 어렵다. 시장이 과열될수록 장기 투자자 기반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코스피 9000 돌파는 끝이 아니라 시험대”라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증시를 새로운 고지로 밀어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1만피와 1만2000피가 현실이 되려면 이익 증가가 실제 실적으로 확인돼야 하고, 상승의 온기가 반도체 밖으로 확산돼야 하며, 자본시장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2026-06-19 09: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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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본시장, 투기 억제보다 '경제 체질'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경제일보] 최근 우리 증시는 활황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고점을 회복하고 거래대금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중심으로 한 단기 투기성 거래가 급증하면서 자본시장이 장기 투자와 기업 성장의 장이 아니라 변동성에 베팅하는 ‘투기판’으로 흐르는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의 본래 기능은 분명하다. 가계와 시장에 머물러 있는 자금을 기업의 생산적 투자로 연결하고, 기업은 성장의 결실을 배당과 주가 상승을 통해 국민에게 돌려주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단기 차익을 노린 자금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에서는 이러한 선순환이 작동하기 어렵다. 투기를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자본시장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주가는 결국 기업 가치의 반영이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시장도 건강하게 성장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정비하고,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기업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책 금융과 인프라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대주주 중심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였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 공정한 배당 정책, 책임 있는 경영 체계를 확립해야 장기 투자 자금이 시장에 머물 수 있다. 아울러 부실기업이 시장에 남아 자금을 잠식하지 않도록 상장 유지 기준과 퇴출 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자본시장의 장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연기금과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장기 보유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마련해 투기성 단타 거래 중심의 시장 구조를 점진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금융 정책을 넘어 경제 전반의 투자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본시장의 진정한 경쟁력은 단기적인 지수 상승이 아니라 경제의 실력에서 나온다. 기초 체력이 약한 시장은 일시적 활황 뒤에 반드시 급락의 대가를 치른다. 정부와 시장이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지수 부양이 아니라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일이다. 단단한 산업 경쟁력과 투명한 시장 질서 위에서만 K-자본시장은 투기의 장을 넘어 국민 자산을 키우는 건강한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2026-03-19 0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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