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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나토 방산포럼서 '현지생산' 강조…유럽으로 공급망 넓힌다
[경제일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산 협력 무대에서 유럽 현지 생산과 공동개발 확대를 강조했다. K방산의 유럽 전략이 완제품 수출을 넘어 공동생산, 기술협력, 공급망 구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회사 대표단은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NATO 방위산업포럼에 참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자리에서 NATO 회원국과 글로벌 방산기업, 주요 안보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유럽 방산 생산기반 강화와 공급망 회복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NATO 방위산업포럼은 NATO 정상회의와 연계해 열리는 방산 분야 행사다. 올해 포럼에서는 유럽 방산 생산능력 확대와 공동조달, 역내 생산 기반 강화가 주요 의제였다. 이번 포럼 패널 세션에 참석한 야첵 치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장은 NATO 회원국과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간 방산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 방위력 강화를 위해 단순한 장비 확보를 넘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현지 생산 역량 강화, 공동개발·공동생산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내세운 핵심은 ‘현지화’였다. 회사는 폴란드에서 K9 자주포와 천무 사업을 통해 기술협력과 공동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사일 공동생산을 위한 현지 합작법인 설립과 모듈장약 생산기지 구축도 추진 중에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K9 자주포 등 지상방산체계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으며, 북유럽에서도 K9과 천무를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방산 외교도 같은 흐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NATO 방위산업포럼 연설에서 기존 무기 거래 중심 협력을 공동 연구개발, 공동생산, 공동운용으로 확대하는 ‘한-NATO 방산협력 파트너십 2.0’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유럽 방산시장의 평가 기준이 가격과 납기에서 산업협력 능력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보고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은 무기 재고 보충뿐 아니라 자국 내 생산과 정비, 탄약 공급망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 유럽 방산시장은 NATO 표준, 현지 고용, 기술이전, 정치적 신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국 방산기업이 단기 납기 경쟁력을 넘어 장기 파트너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동개발과 후속지원 역량을 지속적인 입증이 필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유럽 방위력 강화를 위해 안정적인 공급망과 현지 생산 역량, 공동개발·공동생산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각국의 자주국방 역량 강화와 회복력 있는 NATO 방산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2026-07-08 1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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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K-방산, 외교와 동맹까지 수출해야 산다
[경제일보] 노자는 『도덕경』에서 "큰 나라는 낮은 곳에 처해 모든 물을 받아들인다(大國者下流)"고 했다. 진정한 강국은 힘만으로 서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연대를 통해 영향력을 넓혀 간다는 뜻이다. 이번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결과는 이 오래된 진리를 대한민국 방위산업에 다시 일깨워 주었다. 세계 방산시장에서 거침없이 영토를 넓혀 오던 K-방산이 중요한 고비를 맞았다. 캐나다 정부가 추진한 약 60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사업(CPSP)에서 한화오션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에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주었다. 독자 설계와 건조 능력, 세계 최고 수준의 가성비, 철저한 납기 준수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도 넘지 못한 벽이 있었다. 그것은 가격도, 성능도 아닌 '나토(NATO) 동맹'이라는 국제정치의 현실이었다. 이번 결과를 단순한 수주 실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K-방산이 글로벌 초일류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값진 예방주사라 할 만하다. 방산은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품질과 가격만으로 승부하는 산업이 아니다. 무기 거래는 군사적 상호운용성, 국가 간 신뢰, 외교 관계,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장 정치적인 국가 전략사업이다. 결국 무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안보 동반자를 선택하는 일이며, 방산 계약은 기업이 아닌 국가가 치르는 총력전이다. 캐나다의 선택도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대선 이후 국제질서는 급속히 재편되고 있고,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 속에서 나토 결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방위비 증액 압박을 받고 있는 캐나다로서는 같은 나토 회원국인 독일과 협력하는 것이 안보적·외교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결코 뒤지지 않았음에도 지정학적 연대가 최종 승부를 갈랐다. 냉혹한 국제정치 앞에서는 기업의 노력과 경제적 제안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이번 수주전이 여실히 증명한 것이다. 이제 K-방산은 기술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외교·금융 총력전' 체제로 진화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 국가정보기관, 그리고 기업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상외교와 국방외교를 연계하고, 정보 자산 공유와 연합훈련 확대, 군수지원 협력, 기술협력, 포괄적 안보 파트너십을 결합한 '안보 패키지'를 무기 제안서와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무기를 파는 나라가 아니라 함께 안보를 책임지는 동반자라는 신뢰를 심어줄 때 비로소 승률은 높아질 것이다. 정책금융 경쟁력 강화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최근 방산 프로젝트는 수십조 원 규모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구매국은 가격보다 장기 저리 금융과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한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지원 한도를 현실에 맞게 확대하고, 방산 특화 금융 프로그램을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를 보유하고도 금융 지원에서 밀려 기회를 놓친다면 그것은 기업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한계다. 동시에 전략적 외교의 지평도 넓혀야 한다. 한국은 나토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AP4)이지만, 나토 회원국들이 누리는 상호 방위체제와 정치적 신뢰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유럽과 북미 시장의 높은 방산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나토 표준과의 완벽한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공동 연구개발과 연합훈련, 군수지원 협력 등을 통해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와 기여도를 꾸준히 높여야 한다. 안보 동맹의 깊이가 곧 방산 수출의 깊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不戰而屈人之兵)"라고 했다. 현대 방산시장에서도 승패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전에 형성된 외교와 신뢰, 동맹의 축적에서 이미 결정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독자 잠수함 설계 능력과 첨단 무기체계를 보유한 방산 강국이다. 이번 좌절을 패배주의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패 이후의 변화다. 기술력이라는 한 축 위에 외교력과 금융, 전략적 동맹이라는 또 다른 축을 세울 때 비로소 K-방산은 지속 가능한 세계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민·관·군이 혼연일체가 되어 방산 수출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진화시킬 때 대한민국은 무기만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라 신뢰와 안보를 함께 수출하는 진정한 글로벌 방산 리더로 우뚝 설 것이다.
2026-07-07 08: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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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60조 캐나다 잠수함서 고배
[경제일보] 한화오션이 최대 60조원 규모로 거론된 캐나다 차세대잠수함도입사업(CPSP)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에 밀렸다. 기술과 납기 경쟁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나토 동맹과 북극 안보, 캐나다 내 산업 효과가 최종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 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TKMS를 캐나다 해군 차세대 잠수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총리실은 이번 사업이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최대 12척의 현대식 잠수함을 도입하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방위 조달 사업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완전히 탈락한 것은 아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한화오션을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해 협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카니 총리도 TKMS와 한화오션 모두 캐나다 해군의 요구 조건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수주전이 막판까지 경쟁 구도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캐나다가 TKMS를 택한 핵심 배경은 나토 상호운용성이다. TKMS의 212CD 잠수함은 독일과 노르웨이가 함께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캐나다 총리실은 이 잠수함이 북극 작전과 해저 감시, 특수부대 투입이 가능하고 나토와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갖췄다고 밝혔다. 러시아 위협과 북극 해역 방어가 커지는 상황에서 캐나다는 동맹 체계 안에서 검증된 플랫폼을 택한 셈이다. 납기도 중요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 계약을 2027년 말까지 마무리하고 첫 4척을 2034년에 앞당겨 인도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KSS-III 기반 잠수함과 빠른 건조 역량을 앞세워 공세를 펼쳤지만, 독일·노르웨이 기존 발주 물량과 연계한 조기 인도 제안이 캐나다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평가 기준이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자국 공급망 투자와 고임금 일자리, 방위산업 역량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안보와 경제안보가 함께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한화오션도 캐나다 내 산업협력과 경제적 기회를 제시했지만 캐나다는 나토 플랫폼과 자국 산업전략의 결합을 더 높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과다. 한화오션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을 기반으로 빠른 납기와 기술력을 강조했고, 정부와 군도 현지 홍보와 외교 지원에 나섰다. 캐나다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과 이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점도 한국 정부가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쳤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결과가 한국 방산의 경쟁력 약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캐나다 정부가 한화오션을 예비 공급자로 남긴 것은 기술적 적합성 자체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초대형 방산 조달에서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동맹 구조, 현지 산업기여, 장기 유지·보수, 정치적 신뢰가 모두 묶여야 최종 수주로 이어진다. 한편 한화오션의 고배는 K-방산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를 보여준다.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은 강점이지만 나토권 대형 조달에서는 동맹 네트워크와 현지 산업 생태계 편입 전략이 더 중요해진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끝났지만 교훈은 남았다. 한국 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주계약자로 서려면 좋은 무기만이 아니라 상대국 안보전략 안에 들어가는 파트너십을 팔아야 한다.
2026-07-07 07: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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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만큼 AI가 중요해진 전장…IT·게임 기업, 국방 기술 경쟁 뛰어든다
[경제일보] 국내 IT·게임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앞세워 방산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과거 무기체계와 장비 중심이었던 방위산업이 AI·데이터·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자체 AI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국방 AI 전담 조직 신설을 추진하며 국방 분야 AI 사업 확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직은 국방 특화 AI 모델 개발과 사업화를 담당할 예정으로, 네이버가 보유한 초거대 AI 모델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역량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증권의 '인터넷, 게임 기업의 국방 AI 진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IT 기업의 방산 시장 진출은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피지컬 AI와 국방 분야 공동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양사는 향후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국방 AI와 무인체계, 시뮬레이션 분야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NC AI는 최근 현대로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방과학연구소가 추진하는 피지컬 AI 기반 통합 시뮬레이터 및 모듈형 로봇 시스템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했다. NC AI는 해당 사업에서 피지컬 AI의 핵심 요소인 월드모델 개발을 담당해 디지털 트윈을 구축한다. IT 기업들의 해당 움직임은 단순한 신사업 확대 차원을 넘어 방산 산업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방산 산업이 전차와 전투기, 미사일 등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AI 기반 정보 분석과 의사결정 지원, 자율 무기체계, 전장 시뮬레이션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 등을 계기로 AI 활용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방대한 전장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거나 무인체계 운영을 지원하고, 군사 정보 분석과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AI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올해 초 미국이 군사 작전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방 분야에서 AI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군사 정보 분석과 상황 판단, 계획 수립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활용 가능성이 검증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국방 AI 시장은 일반 기업용 AI 시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군사 정보와 작전 데이터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해외 AI 모델 활용에 제약이 많다. 폐쇄망 환경에서 운영할 수 있는 자체 AI 모델과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소버린 국방 AI'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군 전용 생성형 AI와 국방 특화 AI 플랫폼 구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방부와 방산업계는 군 내부 데이터를 활용한 독자 AI 체계 구축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내 기업들의 기술 참여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국방 AI 시장이 글로벌 경쟁국 대비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기업 간 경쟁보다는 협력 중심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AI 모델과 클라우드, 시뮬레이션, 무인체계 등 각 기업이 보유한 강점을 결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크래프톤-한화에어로스페이스, NC AI-현대로템에 이어 NAVER가 국방 AX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소버린 국방 AI 모델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국내에서도 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자체 LLM 모델 개발 역량을 보유한 NAVER, 게임 엔진을 비롯한 AI 역량을 내재화하던 크래프톤, NC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2026-06-02 17: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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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메가시티 부활'인가 '도정 연속성'인가
[경제일보]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이래 경상남도는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국민의힘 박완수 현 경남도지사가 정면으로 격돌한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여야의 대결을 넘어선다. 민선 7기의 거대한 설계도와 민선 8기의 실용적 실적표가 충돌하는 헌정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전·현직 도지사 간의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다.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끌어온 경남의 유권자들은 이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남의 민심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4월 중순까지만 해도 김 후보의 ‘우위’가 조심스레 점쳐졌지만, 5월에 접어들며 발표된 지표들은 판세가 ‘초접전’ 양상으로 급변했음을 시사한다. KBS창원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KBS창원방송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6년 4월 14~16일, 경남 지역 만 18세 이상 성인 800명 대상,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면접조사 방식, 응답률 20.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김 후보와 박 후보는 각각 37%, 2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당시만 해도 김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여유 있게 앞서 나가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된 이달 초, 기류는 미묘하게 요동쳤다. 경남신문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경남신문 의뢰, 모노리서치 조사, 2026년 5월 1~2일, 경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무선전화 ARS 방식, 이동통신 3사 제공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응답률 7.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박 후보가 44.1%, 김 후보가 41.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불과 2.2%포인트로 오차범위 내 초박빙 양상이다. 이와 같은 상반된 흐름은 조사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한 면도 있지만, 선거가 임박할수록 현직 프리미엄과 함께 경남 특유의 보수층 결집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김경수 "부울경 30분 생활권으로 인구 유출 방어" 1호 공약 김 후보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부울경 메가시티(동남권 특별지방자치단체)’의 복원이다. 그는 경남을 부산, 울산과 단절된 행정구역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생활·경제권으로 묶어내야만 수도권 일극 체제의 폭력적 팽창에 맞설 수 있다고 역설한다. 김 후보는 1호 공약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30분 생활권’을 천명했다. 남부내륙철도의 조기 완공과 노선 연장, 동부경남 KTX 고속화, 남해안권 광역급행철도, 그리고 달빛철도 조기 착공 등이 핵심 얼개다. 도지사 취임 즉시 1호 행정명령으로 메가시티 추진단을 부활시키겠다는 선언은 그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청년 인구 유출로 신음하는 경남에 있어 공간의 압축을 통한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은 필수 불가결한 생존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는 김해와 양산을 단순한 부산·창원의 배후도시가 아닌, 메가시티의 핵심 거점으로 재편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KTX 김해역 신설과 AI 전력반도체 특구 지정 구상은 동부권 표심을 강력하게 흔들고 있다. 하지만 ‘미완의 도정’이라는 꼬리표는 그가 극복해야 할 아킬레스건이다. 과거 추진 과정에서 겪었던 정치적 피로감과 행정적 난맥상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은 묻고 있다. 또한 메가시티라는 거대 담론이 도민의 팍팍한 삶에 닿기 위해서는 재원 조달과 구체적인 실행 시간표라는 냉혹한 현실의 검증을 통과해야만 한다. ◆박완수 "행정은 실전, 도민연금 등 5대 복지로 일상 바꿀 것" 이에 맞서는 국민의힘 박 후보의 전략은 뚜렷하다. ‘도정의 안정적 연속성’과 ‘검증된 행정력’이다. 창원시장 3선과 경남도지사 4년이라는 묵직한 이력은 그 자체로 유권자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실제로 경남신문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이 차기 도지사 선택 기준으로 ‘행정 경험과 능력(34.1%)’을 가장 높게 꼽았다는 점은 박 후보의 현직 프리미엄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시사한다. 박 후보의 핵심 공략 지점은 거대 담론이 놓치기 쉬운 ‘도민의 일상’이다. ‘행복UP 5대 복지공약’이 대표적이다. 만 18세 이상 모든 도민에게 의료, 문화, 교통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경남도민 멤버십 카드’를 비롯해 4050 세대를 위한 복지포인트, 여성 건강케어 확대, 가입 대상을 획기적으로 넓힌 ‘경남도민연금 시즌2’ 등이 주요 내용이다. 상대 후보의 거시적 정책에 맞서 당장 내 지갑과 내 삶이 바뀌는 미시적이고 실용적인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현직의 숙명’인 책임론은 가장 예리한 창이 돼 그를 겨냥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주력 산업을 육성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서부경남의 의료 공백과 멈추지 않는 청년 유출에 대해 김 후보측은 매서운 공세를 펴고 있다. ◆해양방산·조선업 체질 개선 등 경남 경제 생존 전략, 승패 가를 듯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내밀한 쟁점은 경남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의 체질 개선이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기후변화로 인한 물가 상승) 위기 속에서 친환경 선박과 차세대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경남의 산업 지형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거제와 창원을 중심으로 한 조선업과 해양 방위산업의 고도화는 차기 도정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대한민국 해양방산의 양대 산맥인 HD현대와 한화 간의 치열한 수주 경쟁과 산업 주도권 싸움이 전개되는 가운데 도 차원에서 이들 핵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지역 경제의 낙수효과로 연결할 것인가가 숨겨진 핵심 의제다. 지리적·정치적 승부처는 크게 세 곳으로 압축된다. 우선 경남 정치·경제의 심장부인 창원은 박 후보의 견고한 안방이자 김 후보가 반드시 균열을 내야만 하는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창원국가산단의 미래 재편 방향이 표심을 가를 것이다. 동부권(김해·양산)의 경우 민주당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부울경 메가시티의 직접적 수혜지인 이곳에서 김 후보가 얼마나 압도적인 득표율을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서부·남해안권에서는 우주항공청 개청의 후광 효과와 함께 심각한 의료·교통 소외를 겪고 있는 이 지역에서는 현실적인 인프라 확충 방안을 제시하는 후보가 승기를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경남도지사 선거의 본질은 과거에 대한 심판도, 현재에 대한 막연한 방어도 아니다”라며 “청년들은 사랑하는 고향 경남에 계속 머물 수 있을 것인가, 아프면 불안에 떨지 않고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가, 창원과 거제의 육중한 크레인들은 미래 산업의 동력으로 무사히 전환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후보자들에게 던지고 있다”고 했다.
2026-05-1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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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도 전방위 협력이 긴요하다
[경제일보]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인도 방문 중 밝힌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해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 그리고 인도와의 긴밀한 협력” 구상은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생존의 문제이자, 동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다. 세계 질서는 이미 단일 축에서 다극 구조로 이동했다. 에너지와 공급망, 기술과 안보가 서로 분리되지 않는 ‘복합 위기’의 시대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우리 경제의 취약한 지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원유와 천연가스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해상 교통로의 안정이 곧 국가 안보다. 이 대통령이 인도와의 협력을 통해 해상 안전과 공급망 다변화를 동시에 강조한 것은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도는 이제 단순한 신흥시장이 아니다. 인구와 성장 잠재력, 기술 인프라, 그리고 지정학적 위치를 종합할 때 인도는 ‘또 하나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한 인도는 중동 리스크를 완충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다. 한국과 인도가 함께 해상 질서와 물류망을 안정시키는 것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공동 생존의 문제다. 경제 측면에서도 협력의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은 그 출발점일 뿐이다. 조선과 해운, 방위산업, 금융, 그리고 핵심광물 공급망까지 협력의 범위는 이미 전방위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K9 자주포 사업은 양국 방산 협력의 상징적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무기 수출이 아니라 기술 이전과 생산 협력, 그리고 전략적 신뢰 구축까지 포함된 복합 협력 모델이다. 더 나아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의 협력은 미래 산업의 핵심이다. 인도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이를 첨단 산업으로 전환할 기술을 갖고 있다. 양국이 결합할 경우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안보를 강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한·인도 협력의 진정한 잠재력은 경제를 넘어 문화와 정신의 영역에 있다.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음악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인도의 영화 산업, 이른바 ‘볼리우드’ 역시 막대한 내수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양국의 문화 산업이 결합할 경우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교류를 넘어 공동 창작과 공동 시장 개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양국은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고대 가야와 인도의 아유타국을 잇는 설화는 단순한 전설을 넘어 문화적 상징으로 작용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 서사는 오늘날 양국 협력의 정서적 기반이 된다. 경제와 안보의 협력 위에 문화와 역사라는 토대가 더해질 때 협력은 단기적 이해관계를 넘어 장기적 동반자로 발전할 수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원자력과 우주항공, 인공지능과 디지털 인프라는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영역이다. 한국은 원전 기술과 반도체, 우주 발사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고 인도는 IT 인력과 우주개발 역량에서 강점을 지닌다. 양국이 협력할 경우 단순한 보완을 넘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결국 한·인도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계는 더 이상 한 국가의 힘으로 안정될 수 없는 구조로 변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다자주의와 규범 기반 질서는 바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어느 나라도 홀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어느 경제도 단일 공급망에 의존해서는 지속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CEPA 개선 협상은 속도를 내야 하고 해운·조선 협력은 구체적 프로젝트로 이어져야 하며 방산과 핵심광물 협력은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 동시에 문화와 인적 교류를 확대해 협력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 한·인도 관계는 이제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 ‘실행의 단계’로 들어섰다. 중동의 불안이 오히려 새로운 협력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면 그것을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 국가 전략의 핵심이다. 바다는 연결되어 있고 시장은 이어져 있으며 미래는 협력하는 자의 것이다.
2026-04-20 17:3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