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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곡물 생산 늘리고 재사용 로켓 회수…AI 데이터 시장도 키운다
[경제일보] 중국이 식량 생산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재사용 로켓과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산업을 키우고 있다. 먹거리 공급부터 우주항공, 디지털 기술까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모습이다.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여름 곡물 생산량이 1억5074만6000t으로 지난해보다 100만t 늘었다고 10일 밝혔다. 증가율은 0.7%다. 중국 통계로는 3014억9000만근이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1근은 500g으로, 한국의 1근 600g과 차이가 있다. 여름 곡물은 한 해 동안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곡물을 뜻하지 않는다. 주로 전년도 가을이나 겨울에 심어 이듬해 여름에 거두는 밀과 보리 등을 가리킨다. 중국인의 주요 식재료인 밀가루와 면류의 공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중요하게 관리하는 농업 지표 가운데 하나다. 올해 여름 곡물을 재배한 면적은 지난해보다 0.2% 줄었다. 그러나 같은 면적에서 거둔 수확량이 0.8% 증가하면서 전체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다. 여름 곡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밀 생산량은 1억3895만2000t으로 지난해보다 0.6% 증가했다. 밀의 단위면적당 생산량도 0.9% 늘었다. 농사를 지은 땅은 줄었지만 품종과 재배기술 개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준의 곡물 소비국이다. 기후변화와 국제분쟁, 수출 통제 등으로 해외 식량 공급이 흔들릴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일정 수준의 생산량을 자국 안에서 유지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농업을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로 다루는 이유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재사용 로켓 기술이 한 단계 진전됐다. 창정 10호B 로켓은 10일 낮 12시15분 하이난 상업우주 발사장에서 발사돼 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올려놓았다. 발사 약 6분 뒤 분리된 1단 로켓은 다시 지상 방향으로 내려와 해상 회수 플랫폼에 설치된 그물에 포획됐다. 1단 로켓은 발사 초기에 가장 큰 추진력을 내는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위성을 우주로 보낸 뒤 바다로 떨어뜨리거나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1단 로켓을 온전하게 회수해 정비한 뒤 다시 사용하면 새 로켓을 제작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중국이 발사체 1단을 통제된 상태로 회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켓을 해상 플랫폼의 그물로 받아낸 것도 세계 첫 사례라고 중국항천과기집단은 밝혔다. 착륙 장치를 이용해 로켓을 지면에 세우는 방식과 달리, 플랫폼의 그물이 내려오는 로켓을 붙잡는 방식이다. 창정 10호B는 재사용하는 조건에서도 지구 저궤도에 최대 16t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지구 저궤도는 지상과 비교적 가까운 우주 공간으로, 통신위성과 지구관측위성 등이 주로 운용되는 곳이다. 중국은 창정 10호B를 위성 인터넷망 구축과 대형 상업위성 발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수많은 소형 통신위성을 잇달아 발사해 전 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발사 횟수를 늘리고 비용을 낮춰야 한다. 재사용 로켓은 이런 위성 사업의 경제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9일 발표된 ‘데이터베이스 발전 연구보고서 2026’은 중국 데이터베이스 시장 규모가 2028년 979억7400만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13.06%씩 성장한다는 예상이다. 데이터베이스는 은행 거래 내역이나 인터넷 쇼핑몰의 주문 정보처럼 방대한 자료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빠르게 찾아주는 전산 시스템이다. 스마트폰 앱에서 회원 정보를 확인하거나 카드 결제를 처리하는 과정에도 데이터베이스가 사용된다. AI가 확산되면서 데이터베이스의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AI가 답변을 만들고 업무를 수행하려면 수많은 자료를 신속하게 불러와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료를 보관하는 창고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AI 서비스를 움직이는 기반 시설로 바뀌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데이터베이스 시장 규모는 1316억달러였다. 중국 시장은 94억9000만달러로 세계 시장의 7.2%를 차지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상용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자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넘어섰다. 식량과 로켓, 데이터베이스는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중국의 산업정책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식량은 해외 공급망의 충격에 대비하고, 재사용 로켓은 우주 진출 비용을 낮추며, 데이터베이스는 AI 시대의 핵심 기술을 자국 안에서 확보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전통적인 농업 생산과 첨단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배경에는 외부 환경이 달라져도 흔들리지 않는 산업 기반을 만들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2026-07-10 17: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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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벤처스, 스펙트라인텔에 시드 투자…'물질 식별 AI 센서' 키운다
[경제일보] 카카오벤처스가 초소형 이미징 초분광기 기술을 개발하는 딥테크 스타트업 스펙트라인텔에 시드 투자를 단행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넘어 로봇과 드론,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물체를 보다 정밀하게 식별할 수 있는 차세대 센서 기술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투자로 풀이된다. 9일 스펙트라인텔은 최근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스펙트라인텔은 초소형 이미징 초분광기 하드웨어와 산업별 분광 데이터베이스(DB), 분석 소프트웨어를 통합 제공하는 딥테크 스타트업이다. 기존 카메라가 형태와 색상, 열화상 정보를 중심으로 대상을 인식했다면, 초분광 기술은 수십~수백 개의 파장 정보를 함께 분석해 물질의 종류와 상태까지 판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분광 이미징은 하나의 이미지에 다양한 파장 정보를 담아 각 픽셀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유해물질 유출이나 연소 화염, 폐기물, 구조물 열화, 위장체 등 육안이나 일반 영상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대상도 원거리에서 비접촉 방식으로 탐지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IT 업계에서는 AI가 실제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피지컬 AI 시대로 진화하면서 카메라와 라이다(LiDAR)를 넘어 물질 자체를 식별할 수 있는 초분광 센서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방산과 우주, 산업 안전, 환경 감시, 스마트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스펙트라인텔은 첫 제품으로 일반 천문 장비에 장착할 수 있는 초분광 어댑터 'ASTRO-HSI'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망원경에 연결해 천체의 파장별 이미지와 픽셀 단위 스펙트럼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스펙트라인텔은 천문 장비 시장에서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한 뒤 산업 및 방산용 초분광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영무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은 "스펙트라인텔은 초분광 기반의 초장거리 관측·분석 기술로 방산과 우주 시장을 혁신하고자 하는 팀으로, 자체 설계한 디바이스를 통해 초소형화와 초경량화를 동시에 구현했다"며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은 천체 관측 디바이스를 시작으로 산업용 경보기, 전술 관측 드론, 능동형 기만체 식별장치 등 방산 시장과 심우주 연구 시장까지 확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금을 기반으로 회사는 초소형 이미징 초분광기 시제품을 고도화하고 연구개발(R&D) 인력 확보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향후 미사일과 발사체 식별을 비롯해 산업 비파괴 검사, 환경 유해물질 감시, 식품·농업 이물질 검사 등으로 적용 분야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스펙트라인텔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에 재학 중인 유동호 대표가 창업했다. 유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원격 분광 기술을 활용한 발사체와 우주물체 식별 연구를 수행했으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 주관 '스페이스 앱스 챌린지' 글로벌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된 바 있다. 창업 전에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행성대기그룹에서 금성 대기 연구를 수행하며 분광 데이터 분석 기술을 고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호 스펙트라인텔 대표는 "현재의 카메라와 감시 시스템은 빠르고 선명해졌지만, 여전히 대상이 무엇인지 식별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부족하다"며 "스펙트라인텔은 시간, 공간, 파장을 함께 보는 4차원 감시 기술을 통해 환경, 산업, 국방, 우주 분야에서 물질을 정확히 식별하는 새로운 센서 플랫폼을 구축하고 미래 피지컬 AI의 핵심 센서 개발사로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2026-07-09 08: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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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는 밖으로 나가고 돈은 우주로 몰린다
[경제일보] 중국 경제의 세 장면이 엇갈리고 있다. 자동차 내수시장은 가격 경쟁과 소비 둔화로 흔들리고 있지만 수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달러 강세와 자산가격 변동 영향으로 소폭 줄었다. 상업우주 분야에서는 저궤도 위성망 구축이 이어지고,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권이 발사와 위성 운영 리스크를 떠안는 방식으로 산업에 들어서고 있다. 자동차와 외환, 우주는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 지표는 중국 경제가 어디에서 압박을 받고,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는지를 보여준다. 내수 자동차 시장은 이미 신규 수요를 크게 늘리기 어려운 단계로 들어섰고, 제조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물량을 찾고 있다. 거시경제에서는 외환보유액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해졌고, 신산업에서는 우주 인프라와 금융 서비스가 결합하기 시작했다. ◆ 자동차 내수는 줄고, 수출은 늘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내수와 수출의 온도차다. 중국 내 승용차 판매는 감소세를 보였다. 가격 인하 경쟁이 길어졌고, 재고 조정 부담도 이어졌다. 부동산 경기 부진과 가계 소비심리 약화도 자동차 구매를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수출은 크게 늘었다. 중국 승용차 수출은 상반기 428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70.6% 증가했다. 6월 한 달 수출도 88만2000대로 82.1% 늘었다. 내수시장에서 줄어든 판매를 해외 시장에서 메우려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신에너지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 재편의 중심에 있다. 올해 중국 신에너지차 침투율은 60%대에 올라섰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더 이상 일부 소비층의 선택지가 아니라 주력 차종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비야디(BYD), 지리자동차(Geely), 체리자동차(Chery) 등 중국 브랜드는 전동화 모델과 해외 판매망을 앞세워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합작 브랜드의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은 중국 시장에서 한동안 강한 영향력을 보였지만, 스마트 전기차 전환 속도에서는 중국 브랜드에 밀리는 흐름이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내연기관 중심의 브랜드 이미지보다 배터리 성능, 가격, 주행 보조 기능,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더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자동차 산업이 무난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야디도 해외 판매 증가로 버티고 있지만 국내 판매 둔화와 가격 경쟁의 압박을 받고 있다. 수출이 늘수록 유럽과 동남아, 중남미, 중동 각국의 통상 규제와 현지 생산 요구도 커질 수 있다. 앞으로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단순 판매량보다 현지 공장, 부품 공급, 사후 서비스, 브랜드 신뢰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 외환보유액 감소, 달러 강세 영향 중국 외환보유액은 6월 말 기준 3조4163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260억달러 줄었다. 감소율은 0.75%였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달러지수 상승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환율 및 자산가격 변동이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은 단순히 달러 현금만 쌓아 둔 금고가 아니다. 주요국 국채와 다양한 통화 표시 자산으로 구성돼 있어 환율과 채권가격 변화에 따라 달러 환산액이 달라진다. 6월 외환보유액 감소를 중국 금융시장의 위기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여전히 3조4000억달러대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위안화 환율과 달러 강세, 미국과 주요국의 금리 흐름이 중국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미치는 구도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강조하는 것은 안정이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 능력과 금융시장 신뢰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출이 늘고 무역흑자가 이어져도 자본 이동과 환율 변동이 커지면 시장은 외환보유액을 민감하게 본다. 중국 정부가 달러 강세와 자산가격 변동을 감소 원인으로 설명한 것도 불필요한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성격이 있다. ◆ 위성망 구축에 금융이 붙기 시작했다 상업우주 분야에서는 저궤도 위성망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7월 4일 타이위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 6호A 운반로켓을 사용해 첸판 위성군 18기를 궤도에 올렸다. 이번 발사로 첸판 위성군의 운용 위성 수는 218기로 늘었다. 첸판 위성군은 중국이 추진하는 저궤도 광대역 통신위성망이다.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처럼 저궤도에 다수의 위성을 띄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상이다. 위성 수가 늘수록 발사 빈도와 발사 실패, 궤도 진입, 위성 운영과 관련한 위험도 함께 커진다. 이번 발사에서 SS GEN1-257 위성은 ‘핑안24’로 이름 붙여졌다. 핑안손해보험이 첸판 위성군 사업과 연결돼 상업우주 분야의 보험 서비스를 알린 사례다. 위성 발사와 운용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발사 실패, 궤도 이탈, 위성 고장, 제3자 손해 등 다양한 위험이 존재한다. 보험과 금융 서비스가 없으면 민간 기업이 대규모 발사 계획을 지속하기 어렵다. 중국 상업우주 산업이 커질수록 금융권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로켓과 위성을 만드는 기업은 발사체와 부품, 지상국, 데이터 서비스까지 장기간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보험사는 발사 위험을 분산하고, 은행과 투자기관은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자금을 공급한다. 우주산업이 연구개발 프로젝트에서 산업 생태계로 옮겨가려면 이런 금융 장치가 필요하다. 다만 중국 상업우주가 곧바로 스타링크 수준의 글로벌 서비스를 갖췄다고 보기는 이르다. 저궤도 위성망은 수천 기 단위의 위성, 안정적인 발사체, 지상 단말기, 주파수 확보, 해외 규제 대응이 함께 필요하다. 위성을 많이 쏘는 일과 이를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로 바꾸는 일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있다. ◆ 내수 압박 속 새 시장을 찾는 중국 자동차와 외환, 상업우주는 중국 경제의 서로 다른 얼굴이다. 자동차 시장은 내수 둔화와 가격 경쟁 속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금융 안정성을 관리해야 하는 중국 경제의 현실을 보여준다. 상업우주는 제조와 기술, 금융이 함께 움직이는 새 산업으로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선택은 기존 시장에서 버티는 것과 새 시장을 여는 것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수출과 현지 생산으로 돌파구를 찾고, 당국은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하며, 금융권은 우주산업의 위험을 떠안는 방식으로 신산업에 참여한다. 이 흐름이 중국 경제 전체의 회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수출이 늘어도 내수 부진과 가격 경쟁이 기업 수익을 압박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도 달러 강세와 자본 이동은 계속 부담이다. 상업우주는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투자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세 분야는 중국 경제가 기존 성장 방식에 머물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자동차는 내수 중심에서 해외 시장으로, 금융은 외환 안정에서 신산업 위험 관리로, 우주산업은 국가 프로젝트에서 민간과 금융이 결합한 산업 생태계로 옮겨가고 있다.
2026-07-08 18: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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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연결한 AWS 클라우드…AWS, NASA와 우주 데이터 처리 혁신
[경제일보] 달 탐사가 클라우드 경쟁 무대로 확대되고 있다. 발사체와 위성 개발을 넘어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전 세계에 전송하는 클라우드 인프라가 우주 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임무 '아르테미스 II'에서 우주 데이터 전송과 글로벌 스트리밍을 지원하며 우주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AWS는 NASA의 유인 달 탐사 임무 '아르테미스 II'에서 광통신 시스템을 통해 전송된 4K 영상을 AWS 글로벌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기반 미디어 서비스를 활용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AWS는 이번 사례가 클라우드가 단순 데이터 저장과 서비스 운영을 넘어 우주 통신과 데이터 처리, 미디어 전송을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로 활용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아르테미스 II는 지난 4월 발사된 NASA의 유인 달 탐사 임무로, 지난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처음으로 인간을 태운 달 탐사 프로젝트다. NASA의 공식 스트리밍 플랫폼인 NASA+와 유튜브, 프라임 비디오 등을 통해 약 2500만명이 발사 장면을 실시간으로 시청했으며, 우주비행사들이 달을 선회하며 촬영한 4K 영상도 사상 처음으로 레이저 기반 광통신을 통해 지구로 전송됐다. 이번 임무는 우주 산업의 경쟁력이 발사체와 탐사선 개발뿐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전달할 수 있는지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우주 개발이 달 기지 구축과 심우주 탐사 단계로 진입하면서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데이터 처리 기술이 새로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AWS는 이번 임무에서 비행 경로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처리도 지원했다. NASA 존슨우주센터의 오리온 비행과학팀은 정상·비정상 상황을 포함한 수만 건의 비행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며 발사 일정마다 2~5TB 규모의 데이터를 생성했다. 해당 작업은 정부 전용 클라우드인 'AWS 거브클라우드'에서 수행됐으며, 발사 이후 초기 48시간 동안에는 변화하는 비행 상황에 맞춰 경로를 거의 실시간으로 재계산하고 최적화했다. 특히 기존 온프레미스 환경의 한계를 넘어 필요할 때마다 수백 개의 인텔 기반 클라우드 인스턴스를 즉시 추가 확보해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부즈 앨런 해밀턴이 구축한 클라우드 버스팅 기술도 활용됐다. AWS는 우주 임무 수행 과정에서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탄력적으로 확장함으로써 운영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우주와 지구를 연결하는 데이터 전송에도 AWS 글로벌 네트워크가 활용됐다. 아르테미스 II에는 NASA가 20여 년간 개발한 레이저 기반 광통신 시스템 '오리온 아르테미스 II 광통신 시스템(O2O)'이 탑재됐다. 최대 260M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해당 시스템은 달 인근에서 촬영한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구에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호주 캔버라 인근 마운트 스트롬로 천문대는 남반구에서 오리온 우주선의 레이저 신호를 수신하는 핵심 지상국 역할을 수행했다. AWS는 이곳과 미국 뉴멕시코주 화이트 샌즈 복합단지를 글로벌 백본 네트워크로 연결해 약 1만5000㎞ 구간을 수 밀리초 수준의 지연으로 연결했다. 이를 통해 수신된 영상은 NASA 임무 운영 시스템으로 전달돼 처리와 분석이 이뤄졌다. 영상 송출 역시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됐다. NASA 공식 스트리밍 서비스인 'NASA+'는 'AWS 엘리멘탈' 서비스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인코딩과 글로벌 콘텐츠 전송을 담당했다. 이를 통해 영상은 유튜브와 프라임 비디오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안정적으로 배포됐고, 전 세계 시청자들은 TV와 모바일 기기에서 실시간으로 달 탐사 장면을 시청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례를 시작으로 달 기지와 심우주 탐사가 본격화될수록 탐사선과 위성, 로버 등에서 생성되는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AI 기반 분석과 글로벌 공유를 지원하는 클라우드 인프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 산업의 경쟁 축이 발사체와 탐사 장비에서 데이터와 네트워크,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NASA는 이번 아르테미스 II를 통해 향후 유인 달 착륙 임무인 아르테미스 IV의 스트리밍 체계도 검증했다. NASA는 차기 임무에서 약 2억5000만명의 시청자가 생중계를 시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글로벌 콘텐츠 전송 체계를 지속 고도화할 계획이다. AWS 관계자는 "이번 아르테미스 II 임무는 50여년 만에 인류가 다시 달을 선회한 첫 사례"라며 "약 25만 마일(약 40만km)에 이르는 구간을 연결하는 종단 간(end-to-end) 전송 체계를 통해 구현됐으며, 지구에서 가장 멀리 비행한 우주비행사들과 전 세계 시청자를 연결했다"고 말했다.
2026-07-08 16: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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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마다 한반도 논밭 스캔…韓 최초 농림위성 7일 발사
[경제일보] 우리나라 첫 농림 특화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4호’가 오는 7일 우주로 향한다. 핵심은 농업과 산림 현장의 주요 정보를 외국 위성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농정이 경험과 표본조사 중심에서 위성 데이터 기반으로 넘어가는 첫 관문이다. 5일 우주항공청 발표에 따르면 차세대중형위성 4호(CAS500-4)는 7일 오후 4시10분 한국시간 기준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엑스(SpaceX)의 팰컨9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발사 장면은 우주항공청 유튜브와 네이버 치지직 등을 통해 실시간 중계된다. 위성은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약 30일간 기능 점검과 연료 주입 등 발사 전 준비 작업을 마쳤다. 발사 약 2시간22분 뒤 발사체에서 분리되고 이후 약 31분 뒤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상국과 첫 교신을 시도한다. 교신에 성공하면 목표 궤도 안착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차세대중형위성 4호는 고도 약 888㎞ 태양동기궤도에서 운용된다.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약 4개월간 초기 운영과 성능 검증을 거쳐 2027년 상반기부터 본격 임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농림위성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광역전자광학카메라가 탑재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자료 기준으로 해상도는 5m급, 관측 폭은 120㎞급이다. 한반도 전역을 약 3일 주기로 촬영할 수 있어 농작물 생육, 작황 분석, 산림 변화 관측, 재난·재해 대응, 기후변화 분석 등에 활용된다. 이번 위성의 본질은 단순한 우주 발사가 아니다. 농업 행정의 정보 수집 체계를 바꾸는 인프라 투자다. 농지 이용 실태조사, 공익직불제 이행 점검, 농산물 수급 조절, 농업용수와 기반시설 관리까지 위성 영상이 결합되면 현장 확인에 의존하던 정책 판단의 속도와 정밀도가 달라질 수 있다. 농식품부는 농림위성 영상에 작물, 기상, 토양, 환경 데이터를 결합해 한국형 농업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농업e지, 농업관측, 재해보험, 산림정보 시스템 등 기존 정책 시스템과의 연계도 추진된다. 농식품부는 2024년부터 농촌진흥청, 산림청,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농림위성 활용 정책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김정욱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이번 농림위성 발사는 외국 위성 영상에 의존하지 않고 농업 현장에 필요한 주요 농정정보 수집 체계를 구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학농정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위성의 성패는 발사 성공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관건은 영상 품질 검증 이후 실제 농정 시스템에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느냐다. 위성이 찍은 논밭과 산림 데이터가 수급 예측, 재해 대응, 직불제 점검, 기후위기 대응으로 이어질 때 과학농정은 구호가 아니라 행정의 방식이 된다. 우주로 올라가는 것은 위성 한 기지만이 아니다. 농업을 보는 국가의 눈도 함께 바뀌고 있다.
2026-07-05 16: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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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장재훈 "영남권에 10년간 42조 투자…자율주행·미래항공 거점 육성"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그룹이 영남권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올해부터 10년간 42조원을 투입해 자율주행차와 AI 제조, 미래 항공·우주, 미래차 핵심 부품, 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첨단산업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날 경남 진주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현대차그룹의 모태인 영남권에 AI 기반 첨단 자율주행 모빌리티와 핵심 부품 제조뿐 아니라 신사업 분야까지 투자를 확대해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의 중심에는 울산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4분기 가동 예정인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을 포함해 AI 기반 생산체계를 갖춘 제조 허브를 구축하고, 이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그룹이 개발 중인 AI 기반 자율주행차는 차량이 주행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차세대 모빌리티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택시 수준인 자율주행 레벨4 이상의 AI 기반 자율주행차 기술 확보를 목표로 개발을 고도화하고 있다. 수소 분야 투자도 확대한다. 울산 수소연료전지공장을 전략 생산기지로 조성해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와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기를 양산하고, 수소 모빌리티와 청정에너지 산업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래차 핵심 부품 생산 기반도 영남권에 집적한다. 2030년까지 울산에는 현대모비스 배터리 시스템 조립라인, 대구에는 현대모비스 모터·제어기 생산라인, 경남 창원에는 현대위아 전기차 열관리시스템 생산라인을 구축해 전동화 밸류체인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제조 현장에는 AI를 접목한 생산 혁신도 본격화한다. 현대차그룹은 생산설비와 물류, 품질관리 전반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화하는 제조 특화 AI 체계를 구축한다. 영남권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산업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AI 성능 향상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사업 영역은 미래 항공·우주 분야까지 확대한다. 미국 미래항공모빌리티 전문법인 슈퍼널과 함께 전동화 기반 차세대 항공기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우주 발사체 엔진과 달 탐사 로버 등 우주 핵심 기술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 수전해 플랜트 등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기반을 구축하고 차세대 에너지 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나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수십 년간 축적한 제조 역량을 미래 첨단산업으로 확장해 그룹의 성장동력을 강화하고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했다.
2026-07-03 17: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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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서 방산·조선·우주 '산업복합체'로…한화, M&A로 재계 5위 '점프'
[경제일보] 한화는 한국 재계에서 변신의 폭이 가장 큰 그룹 중 하나다. 출발은 화약이었다. 1952년 한국화약으로 시작한 한화는 전후 복구에 필요한 산업용 화약을 국산화하며 성장했다. 도로, 터널, 공장과 항만을 짓던 시대의 뒤편에 한화의 화약이 있었다.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기술, 대형 산업 현장을 뒷받침하는 공급 능력, 국가 기간산업과 맞닿은 제조 감각이 한화의 초기 DNA였다. 약 70년의 시간이 지나 한화의 무대는 크게 달라졌다. 화약은 로켓 추진체와 정밀무기로 이어졌고, 방산은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항공엔진과 레이더로 넓어졌다. 조선은 액화천연가스 운반선·특수선, 미 해군 정비사업으로 확장됐다. 태양광은 미국 현지 생산망을 통해 에너지 안보 산업으로 바뀌었다. 한화는 이제 방산·조선·우주·에너지를 묶어 산업 플랫폼을 만드는 그룹으로 거듭났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한화는 재계 순위 7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삼성 방산 계열 인수, 대우조선해양 인수, KAI 지분 확대 움직임이 누적된 결과다. 한화는 회사를 사서 덩치만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사들인 회사를 기존 사업과 연결해 새로운 산업 지도를 그리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M&A로 체급 바꾼 한화식 성장법 한화 DNA의 핵심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체급 변화다. 결정적 전환점은 2015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였다. 당시 삼성그룹이 방산·화학 계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화가 이를 받아들였다. 시장에서는 부담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거래는 한화 방산의 판을 바꾼 승부수가 됐다. 삼성테크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삼성탈레스는 한화시스템의 축으로 이어졌다. 항공엔진, 방산전자, 레이더, 지휘통제, 정밀무기라는 가치사슬이 한화 안에서 연결되기 시작했다.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두 번째 체급 변화였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새출발시켰다. 한화 계열 5개사는 약 2조원을 투입해 한화오션 지분 49.3%를 확보했다. 조선은 한화에 낯선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방산·에너지와 맞닿아 있다. LNG 운반선은 에너지 운송이고, 특수선은 해양 방산이며, 해양플랜트는 대형 엔지니어링이다. 한화는 조선을 별도 산업이 아니라 방산과 에너지를 잇는 플랫폼으로 본 셈이다. 최근 한화가 KAI 지분 확대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는 올해 말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을 그룹 합산 12%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 항공기 개발·제조 기업이자 위성·항공 전투체계 역량을 가진 기업이다. 이에 한화의 KAI 지분 확대는 항공기, 위성, 엔진, 레이더, 발사체를 묶는 '한국형 항공우주 체계'를 구상하는 포석으로 읽힌다. 한화 방산의 성장세도 이와 같은 전략을 뒷받침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을 앞세워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노르웨이에 장거리 포병체계와 로켓을 공급하는 대형 계약을 따냈다. 유럽 안보 불안과 각국의 재무장 흐름은 한국 방산에 기회가 됐고, 한화는 빠른 납기와 검증된 양산체계로 그 기회를 잡고 있다. 방산·조선·우주로 이어지는 산업 플랫폼 한화의 강점은 단품 무기를 넘어 체계를 팔 수 있다는 데 있다. 자주포, 다연장로켓, 항공엔진, 레이더, 함정, 위성, 정비, 금융 조달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면 한화는 한국형 방산 플랫폼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 한화오션은 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화력과 엔진, 한화시스템은 눈과 두뇌, KAI 지분 확대는 하늘과 우주를 향한 연결고리를 맡는 구조다. 이 조합이 실제 시너지로 이어지면 한화는 한국 재계에서도 드문 산업 복합체가 된다. 태양광 사업도 한화 DNA를 설명하는 또 다른 축이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에서 태양광 셀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은 잉곳·웨이퍼·셀·모듈을 한곳에서 만드는 미국 내 수직계열화 공장이다. 방산과 태양광은 달라 보이지만, 한화가 읽는 문법은 비슷하다. 공급망을 장악하고, 현지 생산을 깔고, 국가 전략산업의 흐름에 올라타는 방식이다. 방산에서는 안보가, 태양광에서는 에너지 안보가 시장을 움직인다. 한화의 방향은 뚜렷하다. 한화는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라기보다 국가 인프라와 안보, 에너지, 해양, 우주를 잇는 산업재 그룹으로 자신을 다시 규정하고 있다. 삼성은 '초격차', 현대차는 '제조와 공급망', SK는 '포트폴리오 전환'을 말한다면, 한화는 산업의 뼈대를 사들여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 DNA의 본질은 화약 그 자체가 아니라 위험을 통제하고, 큰 산업을 버티며, 필요한 기업을 사들여 새 체계를 만드는 능력"이라며 "지금의 한화는 가장 한화다운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화약회사에서 출발한 기업이 방산·조선·우주라는 폭발력 있는 산업으로 돌아왔다"며 "체계와 신뢰, 안전과 기술로 증명돼야 하고, 이는 재계 5위로 올라선 한화가 마주한 다음 시험대"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2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2 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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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안보다"…우주항공청, '우주데이터 시대' 신안보 산업 육성 속도
[경제일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이 미래 안보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우주산업의 역할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위성을 개발하고 발사하는 수준을 넘어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신산업과 AI 기반 미래 항공기 개발까지 안보와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에 우주항공청도 우주데이터와 미래 항공 기술을 중심으로 신안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우주항공청은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에서 우주항공 신산업을 통한 신안보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우주기술 혁신이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고, 산업 성장이 다시 국가 안보 역량 강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다. 최근 글로벌 안보 환경에서는 우주가 새로운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성통신 서비스와 위성영상이 실시간 전장 정보와 통신망 유지에 활용되면서 우주 인프라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민간 우주기업이 국가 안보를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위성 데이터와 우주 기반 서비스가 미래 안보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로 평가된다. 이에 우주청은 해당 변화에 대응해 위성과 발사체 중심이었던 기존 정책에서 나아가 우주 데이터를 활용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위성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인프라와 이를 활용한 서비스 시장을 함께 육성해 우주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대표 사업은 '우주데이터센터' 구축이다. 우주청은 K-문샷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차세대 우주데이터센터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우주 환경에서의 실증도 추진할 계획이다. 위성에서 생산되는 대용량 데이터를 국내에서 처리·저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 국내 기업 중심의 새로운 우주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위성정보 활용 기반도 확대된다. 국가 위성정보 공개 플랫폼을 구축해 위성 영상과 관측 데이터를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에 개방하고, 이를 기반으로 위성정보 분석과 공간정보, AI 서비스 등 다양한 신산업을 육성한다.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국내 우주 데이터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미래 항공 분야에서는 AI 기반 무인기와 전기·하이브리드 추진 수직이착륙 항공기 개발도 추진한다. 개발 이후에는 공공과 국방 분야에서 실증을 진행해 민군 겸용 모빌리티 산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와 자율비행 기술이 결합된 미래 항공기는 재난 대응과 물류,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 공급망 자립에도 속도를 낸다. 반도체와 소재, 부품 등 국내 제조업의 강점을 우주산업과 연계해 우주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자체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핵심 우주 부품의 국산화를 확대하고 해외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발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의 한 축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신안보 분야에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 5개와 매출 1000억원 이상 혁신기업 5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I와 드론, 우주항공, 사이버보안, 양자통신 등을 전략 분야로 지정하고 연구개발과 신속 조달, 투자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주청은 향후 우주기술이 산업 성장과 국가 안보를 동시에 견인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성 데이터와 미래 항공, 우주 인프라를 중심으로 민간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고, 우주산업을 차세대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전략회의에 참석한 중기부, 국방부, 우주청 등 관계부처 장차관들은 "오늘 논의된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관련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안보 산업의 판도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AI 중심으로 바뀌면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스타트업이 시장의 주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감하게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안보 혁신의 핵심 주체로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6-26 15: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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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력망 넓히고 로켓 되찾는다
[경제일보] 중국이 전력과 우주항공, 디지털 협력을 한꺼번에 키우고 있다. 발전설비는 처음으로 40억㎾를 넘어섰고, 재사용 로켓을 위한 해상 회수 체계도 갖추기 시작했다. 선전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소기업 포럼이 열려 인공지능(AI)과 신에너지, 기업 해외 진출을 놓고 각국 기업의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서로 다른 분야의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중국이 겨냥하는 지점은 같다. 산업을 돌릴 전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첨단기술의 사업화를 넓히며, 우주 발사 비용까지 낮춰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 발전설비 40억㎾ 넘었지만, 과제는 전력망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중국의 발전설비 용량은 40억1000만㎾에 이르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러시아의 발전설비를 합친 규모를 넘어선다. 비화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은 62%까지 높아졌다.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도 61%를 차지했다. 석탄발전 설비 비중은 2010년 61%에서 올해 5월 32%로 낮아졌다.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설비 확충이 전체 전력 체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설비 용량과 실제 발전량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려면 송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화력·수력 등 조정 전원이 함께 필요하다. 중국이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를 깔아 놓고도 석탄발전을 완전히 줄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첨단 제조업이 늘수록 전력 수요는 더 커진다. 중국의 에너지 전환은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얼마나 많이 세우느냐의 문제를 넘어,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고 전력 변동을 관리하는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 선전 포럼서 AI·신에너지 협력 논의 선전에서 열린 2026 APEC 중소기업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디지털 경제와 AI, 신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13개 APEC 회원 경제권의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기술 사업화, 산업단지 운영, 기업 해외 진출 지원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중국으로서는 AI와 신에너지를 자국 기업의 성장 분야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연결할 수 있는 산업 의제로 키우려는 자리였다. 기술을 개발한 뒤 해외 시장을 찾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지 생산 거점, 유통망, 자금 조달, 인허가와 법률 지원까지 함께 갖춰야 중소기업도 해외로 나갈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 산업단지 운영과 기술 사업화, 기업 국제화 지원을 위한 협약이 이어진 것도 이런 현실과 맞닿아 있다. AI와 신에너지 산업은 기술 하나만으로 커지기 어렵다. 반도체와 배터리, 전력망, 데이터센터, 물류, 인력과 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 로켓도 ‘한 번 쓰고 버리는 시대’ 벗어나나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재사용 로켓을 뒷받침할 해상 회수 인프라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첫 로켓 회수 전용 해상 플랫폼인 ‘링항저’는 길이 144m, 만재배수량 2만5000t 규모로 건조됐다. 중국은 이 장비를 로켓 1단을 해상에서 회수하는 체계의 한 축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재사용 로켓은 발사체 일부를 회수해 다시 쓰는 방식이다. 로켓을 한 번 발사할 때마다 전부 새로 만들 필요가 없어진다면 발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위성 발사 횟수가 많아지고, 민간 우주기업이 늘어나는 환경에서는 회수 기술과 정비 체계가 사업성을 좌우하게 된다. 중국이 해상 회수 장비에 투자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위성통신과 지구관측, 우주 인터넷, 국방·안보 분야의 수요가 커지면서 발사 횟수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발사장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로켓을 회수하고, 점검하고, 다시 발사할 수 있는 체계까지 갖춰야 상업우주 산업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 전력·기술·우주를 묶는 중국식 산업 전략 중국은 전력과 제조업, 디지털 산업, 우주항공을 따로 보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공장과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고, AI와 디지털 기술은 생산과 유통의 비용을 줄인다. 재사용 로켓은 통신과 관측, 위성 서비스 시장을 넓히는 기반이 된다. 40억㎾를 넘긴 발전설비는 중국 산업이 쓸 수 있는 전력의 외형을 보여준다. APEC 중소기업 포럼은 그 산업 기반을 주변국 기업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링항저의 건조와 해상 회수 체계 구축은 중국이 지상 제조업을 넘어 우주산업까지 시야를 넓히고 있음을 말해준다. 다만 중국이 풀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수록 전력망 안정성과 저장장치 확보가 중요해진다. 해외 협력은 기술 규제와 공급망 갈등, 각국의 투자 심사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재사용 로켓도 회수 성공과 반복 사용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돼야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은 이제 공장을 많이 짓는 데서만 갈리지 않는다.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보내고, 기술을 사업으로 바꾸며, 발사체를 되살려 다시 쏘는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최근의 전력·AI 협력·우주항공 투자는 그 방향을 향한 중국의 움직임으로 읽힌다.
2026-06-25 17: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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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K-팰컨9' 띄울 제2우주센터 찾는다…재사용 로켓 시대 준비
[경제일보] 정부가 재사용 발사체 시대에 대비해 제2우주센터 건립 후보지 공모에 나선다. 스페이스X의 팰컨9처럼 발사체를 다시 회수해 쓰는 우주수송 체계가 세계 발사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한국도 발사장과 착륙장을 함께 갖춘 새로운 우주 인프라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우주항공청은 22일부터 8월 6일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제2우주센터 건립을 위한 부지 공모를 실시한다고 21일 밝혔다. 접수된 유치계획서는 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치며 최종 건립지는 10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제2우주센터는 재사용발사체 운용과 다빈도 위성 발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우주 인프라다. 발사체 연구개발, 제작, 시험평가 역량을 한 곳에 모으고 재사용 발사체 발사장과 착륙장 등 운용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은 2028년부터 2034년까지 추진되며 전체 규모는 약 5.61㎢로 알려졌다. 정부가 제2우주센터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나로우주센터 단일 체제의 한계가 있다. 현재 한국의 우주발사 인프라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사실상 집중돼 있다. 나로호와 누리호 발사가 모두 이곳에서 이뤄졌지만 향후 민간 소형 발사체와 고체 발사체, 재사용 차세대발사체 수요가 늘어나면 단일 발사장만으로는 일정과 궤도, 운용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미국은 케네디우주센터와 밴덴버그 우주군기지 등 복수 발사장을 활용하고 유럽도 기아나우주센터와 안도야 등 다양한 발사 거점을 운용하고 있다. 발사장의 수와 입지는 단순한 시설 문제가 아니라 우주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다양한 궤도 투입 수요에 대응하고 발사 지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복수 발사 인프라가 필요하다. 제2우주센터는 향후 재사용 차세대발사체와 민간 발사체의 다빈도 발사를 지원하는 거점이 될 전망이다. 관측·통신·항법 위성 발사뿐 아니라 달·화성 탐사 등 국가우주개발 임무를 뒷받침하는 역할도 맡는다. 우주청은 2030년대 중후반 연간 10회 이상 재사용 발사체 발사를 고려해 이번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역 유치전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제2우주센터는 발사장과 착륙장, 시험시설, 지원시설을 포함하는 대규모 기반시설인 만큼 지역 산업과 일자리, 연구개발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작지 않다. 다만 발사 안전, 해상·공역 조건, 주민 수용성, 환경 영향, 접근 인프라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단순 유치 경쟁보다 장기 운용 가능성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제2우주센터는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한 핵심 인프라”라며 “지역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우주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발사 거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사용 발사체 경쟁은 로켓을 한 번 쏘는 기술을 넘어 얼마나 자주, 싸게, 안정적으로 쏠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제2우주센터는 그 경쟁에 들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다. 후보지를 정하는 일은 지역 개발사업을 고르는 절차가 아니다. 한국 우주수송의 다음 10년을 어디에서 시작할지 결정하는 선택이다.
2026-06-21 12: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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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상장, 인류의 꿈에도 가격표가 붙었다
[경제일보] 스페이스X가 마침내 증시에 올랐다. 미국 시간으로 12일, 한국 시간으로는 13일 새벽이다. 월가의 전광판에 우주기업의 이름이 뜬 순간 사람들은 주가를 봤다. 그러나 그 숫자 뒤에는 더 큰 장면이 있었다. 인류가 오랫동안 국가의 이름으로 꾸어온 우주의 꿈이 이제 민간 기업의 주식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것이다. 공모 규모는 사상 최대였다. 개인투자자들의 청약 열기도 뜨거웠다. 일부 투자자는 배정받지 못했고 일부는 첫 거래에서 프리미엄을 감수하고 뛰어들었다. 시장은 스페이스X를 로켓 회사로만 보지 않았다. 스타링크를 품은 위성통신 회사, 국방과 안보를 움직이는 우주 인프라 기업,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나아가 화성 이주라는 서사를 가진 미래 복합 플랫폼으로 평가했다. 이것이 스페이스X 상장의 본질이다. 로켓이 아니라 서사가 상장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 시대 자본주의가 낳은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다. 그는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궤도에 올렸고, 조롱을 받으면서도 시장을 설득했다. 전기차는 테슬라로, 민간 우주는 스페이스X로, 위성인터넷은 스타링크로, 인공지능은 xAI로 밀어붙였다. 과장과 돌출 발언, 정치적 논란과 경영 리스크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는 한 가지 능력만큼은 증명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미래를 투자 가능한 상품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스페이스X의 상장은 그래서 단순한 기업공개가 아니다. 국가가 독점하던 우주개발의 질서가 민간 플랫폼 중심으로 옮겨가는 신호다. 과거 우주는 국력의 상징이었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 달을 향했다. 오늘의 우주는 다르다. 발사체는 재사용되고 위성은 통신망이 되며, 데이터는 안보와 금융, 전쟁과 재난 대응의 기반이 된다. 우주는 이제 낭만이 아니라 인프라다. 스페이스X는 그 인프라의 문지기 자리를 차지했다. 투자자들이 몰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페이스X가 당장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아직 손실도 크고 미래 사업의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시장은 현재의 손익계산서보다 미래의 지배력을 샀다. 스타링크가 지구 저궤도 통신망을 장악하고 로켓 재사용이 발사 비용을 더 낮추며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와 국방 네트워크가 현실이 된다면 스페이스X는 항공우주 기업을 넘어 21세기 인프라 제국이 된다. 이번 공모주 열기는 그 가능성에 대한 집단적 베팅이다. 물론 시장의 열광은 늘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큰 꿈이 곧 좋은 투자는 아니다. 거대한 비전은 때로 거대한 거품을 만든다. 우주 산업은 긴 시간과 막대한 자본, 규제와 기술 실패의 위험을 안고 있다. 발사 실패 한 번, 위성망 장애 한 번, 규제기관의 제동 한 번이 주가를 흔들 수 있다. 머스크 개인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도 리스크다. 투자자가 산 것은 회사의 실적만이 아니라 머스크라는 인물의 신화다. 신화는 시장을 끌어올리지만 한순간에 시장을 냉각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이번 상장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래 산업의 경쟁은 더 이상 반도체 하나, 자동차 하나, 통신망 하나로 나뉘지 않는다. 로켓과 위성,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전기차와 로봇, 국방과 통신이 하나의 생태계로 묶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 융합의 한복판에 있다. 우주에서 인터넷을 깔고 지상에서는 데이터를 모으며 AI는 그 데이터를 해석하고 로봇과 자동차는 물리 세계를 움직인다. 이것이 머스크가 그리는 세계다. 우리가 이 상장을 남의 나라 증시 이벤트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조선, 방산, 통신망을 가진 나라다. 그러나 우주 플랫폼은 아직 약하다. 발사체와 위성, 위성통신과 우주 데이터 서비스, 군사용 저궤도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산업 설계가 부족하다. 정부 주도 프로젝트는 있었지만, 민간이 수익을 만들고 그 수익을 다시 기술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는 아직 얕다. 국내 증시에서 스페이스X 관련주가 들썩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위성 부품, 항공우주 소재, 발사체, 방산, 통신 장비, 지상국 관련 기업에 투자자 관심이 몰릴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해야 한다. 스페이스X가 오른다고 국내 모든 우주항공주가 실적을 얻는 것은 아니다. 테마는 빠르고 산업은 느리다. 주가는 하루 만에 움직이지만 공급망 진입은 수년이 걸린다. 투자자는 이름이 비슷한 기업보다 실제 기술과 매출, 글로벌 고객을 봐야 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우주항공청 출범만으로 우주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주개발은 구호가 아니라 조달, 규제, 보험, 인력, 시험장, 발사장, 데이터 활용 시장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군과 민간, 대학과 기업,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산업 운영 능력이 필요하다. 스페이스X의 강점은 로켓 기술 하나에 있지 않다. 실패를 반복해도 다시 쏠 수 있는 제도와 자본, 정부 수요와 민간 시장을 연결하는 생태계에 있다. 한국은 늘 기술을 따라잡는 데 강했다. 그러나 플랫폼을 만드는 데는 약했다. 부품을 잘 만들고, 제조를 잘하고, 납기를 맞추는 데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시장의 규칙을 선점하고 생태계를 설계하는 능력은 부족했다. 우주산업에서도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남의 로켓에 부품을 넣는 나라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위성과 통신, 데이터와 안보 서비스를 묶어 스스로 플랫폼을 만드는 나라가 될 것인가. 스페이스X 상장은 이 질문을 한국 앞에 던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비전은 거칠다. 때로 위험하고 때로 무책임해 보인다. 그러나 그가 바꾼 것은 분명하다. 그는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끌고 왔다. 국가가 계획서에서 맴돌던 우주를 기업의 공장과 증시의 전광판으로 가져왔다. 이것이 그의 힘이다. 그리고 이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세계는 완벽한 합의와 정교한 보고서로만 전진하지 않는다. 때로는 무모한 기업가, 참을성 없는 자본, 실패를 감수하는 기술자들이 역사를 앞으로 밀어붙인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머스크를 찬양하는 일이 아니다. 머스크를 부러워만 하는 일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인물이 나와도 버틸 수 있는 제도, 그런 기업이 커질 수 있는 시장, 그런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자본이다. 기술 관료가 모든 것을 허가하고 정치가 모든 위험을 피하려 하며 여론이 실패 한 번에 기업을 매장하는 구조에서는 스페이스X 같은 회사가 나오기 어렵다. 우주산업은 안전해야 하지만 완전히 무위험일 수는 없다. 위험을 통제하는 것과 위험을 아예 허용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스페이스X 상장은 자본시장의 사건이지만 본질은 문명의 사건이다. 인류의 꿈에도 가격표가 붙었다. 그 가격이 적정한지는 시간이 판단할 것이다. 주가는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거품이 섞였을 수도 있고 아직 시장이 충분히 평가하지 못한 미래가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주가 다시 산업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스페이스X 주가를 보며 테마주를 사고파는 나라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우주와 통신, AI와 방산, 제조와 데이터를 묶어 한국형 우주 플랫폼을 설계할 것인가. 사상 최대 IPO의 불빛은 뉴욕 나스닥 전광판에 켜졌지만 그 질문은 서울과 사천, 대전과 판교, 그리고 한국의 산업 현장 전체를 향하고 있다. 꿈은 돈이 될 때 빠르게 현실이 된다. 그러나 돈만 좇는 꿈은 오래가지 못한다. 스페이스X가 보여준 것은 비전과 자본이 결합할 때 미래가 얼마나 빨리 당겨지는가다. 한국이 배워야 할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우주를 낭만으로만 말하지 말고 산업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으로만 보지 말고 국가의 미래로 다뤄야 한다. 스페이스X 상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한국의 우주 시간표를 다시 쓸 때다.
2026-06-13 13:3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