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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파편이 장바구니로…광장시장에 번진 '생활물가 충격'
[경제일보] 가벼운 검은 비닐봉투 하나를 들고 나온 주부의 표정이 무겁다. “조금만 사도 가격이 확 뛰어요. 이제는 꼭 필요한 것만 사게 돼요” 채소 매대를 바라보는 눈길도 오래 머물지 못한다. 귤과 시금치 가격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요즘은 과일이든 채소든 전반적으로 다 비싸졌어요. 생활비 부담이 너무 커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골목은 외국인 관광객과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가 뒤섞여 들리고 상인들의 손놀림도 분주했다. 겉으로는 활기가 돌아온 듯 보였지만 매대 앞 공기는 이전과 달랐다. 가격표를 확인한 손님들이 잠시 멈칫하고 상인들은 그런 반응을 살피며 말을 아끼는 장면이 이어졌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체감 물가 상승을 넘어선다. 중동발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이 물류 비용을 밀어 올리면서 그 여파가 시장 골목까지 번지고 있다.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포장재였다. 시장 안쪽에서 떡을 빚던 상인 이복덕 씨는 손을 멈추고 비닐 상자를 뒤적였다. 남은 포장재는 많지 않았다. “예전에는 검은 비닐봉투 3묶음에 2000원이었는데 지금은 한 묶음에 1000원이에요. 구하기도 쉽지 않아요” 평소 이용하던 생활용품점에서는 아예 품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비닐을 아껴 쓰고 다시 모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원료 수급이 흔들리면서 비닐과 플라스틱 가격이 급등했고 일부 생산업체는 가동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도 상인들 사이에서 나온다. 반찬가게에서는 주문한 플라스틱 통이 제때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업체에서 물건을 못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포장재에서 시작된 부담은 곧바로 식재료 가격으로 번지고 있다. 과일가게 상인은 “시세로 들여오는데 최근 계속 오르는 게 느껴진다”며 “기름값이 올라 운송비가 같이 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급격한 상승 국면은 아니지만 불안감은 이미 퍼져 있다. “4월 중순 지나면 더 오를 것 같아요” 문제는 비용이 올라도 가격에 쉽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같은 업종 점포가 밀집된 시장 특성상 가격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물건 떼 오는 값은 오르는데 판매 가격은 못 올리니 결국 남는 게 줄어든다”는 말이 나온다. 수입 상품을 취급하는 잡화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환율과 운송비 상승이 겹치면서 가격 인상 체감이 빠르다. 한 상인은 “전쟁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비싸졌다”고 말했다. 분식집 역시 원가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겨울에는 장사가 잘됐지만 요즘은 원가 부담이 너무 크다”는 반응이다. 반찬가게에서는 가격표를 한참 바라보다 돌아서는 손님이 늘었다.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안 산다”는 말이 반복된다. 앞으로의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일부 상인들은 플라스틱 용기 가격이 30~40% 인상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치를 담는 통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육점 관계자는 “현재는 큰 변동이 없지만 환율 영향으로 5~6월에는 수입육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임대료 인상 압박까지 더해지고 있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비용만 늘어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상인들의 체감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해상 운임과 항공 물류비가 동반 상승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곧바로 생활물가로 이어진다. 운송비 상승은 식품과 공산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환율 변동까지 겹치면서 체감 물가를 더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 안에서는 소비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장바구니는 가벼워졌고 구매 품목은 줄었다. ‘풍성한 장보기’ 대신 필요한 것만 고르는 소비가 자리 잡고 있다. 상인들은 줄어든 매출과 늘어난 비용 사이에서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다. 광장시장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그러나 골목 안쪽 공기는 예전과 다르다. 물건은 진열돼 있지만 손길은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처음 만난 주부의 장바구니처럼 시장의 풍경도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전쟁은 먼 곳에서 시작됐지만 그 여파는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상인들은 오늘도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맞지만 그 뒤에 쌓여가는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2026-04-08 09:51:21
고물가 시대…편의점 간편식 가성비·품질 앞세워 '전략 경쟁'
[경제일보] 고물가 장기화 속에 편의점 간편식이 ‘대체 식사’를 넘어 주요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급한 한 끼를 해결하는 임시방편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품질 개선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외식과 경쟁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할인과 프리미엄 전략을 병행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편의점 간편식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CU는 간편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했으며 GS25 역시 도시락 매출이 1월 18.8%에서 3월 21.8%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세븐일레븐은 즉석식품 매출이 33%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외식 물가 상승과 소비자들의 ‘가성비’ 선호를 꼽는다. 실제로 최근 편의점 도시락은 반찬 구성과 품질이 크게 개선되면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편의점들은 봄철 나들이 시즌을 맞아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GS25는 4월 ‘피크닉 도시락’을 콘셉트로 한 상품을 출시하고 카드 할인 적용 시 2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 부담을 낮춰 고객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CU는 시간대와 요일별 맞춤 할인 전략을 강화했다. 아침 시간대와 주말 간편식에 대해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간편한 아침 식사를 겨냥한 소형 김밥 상품도 새롭게 선보였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활용한 추가 할인도 적용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였다. 세븐일레븐은 즉석식품 카테고리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치킨과 피자, 스무디 등 다양한 메뉴를 할인 판매하는 한편, ‘데우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삼각김밥을 출시하며 제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동시에 쿠팡이츠 입점 논의를 통해 배달 서비스 확대도 추진 중이다. 이마트24는 프리미엄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유명 셰프와 협업한 간편식을 확대하고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품질과 가격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편의점 간편식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이 이제는 외식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가격 할인뿐 아니라 상품 차별화와 마케팅 전략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한 편의점 간편식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업계 전반에서 제품 고도화와 유통 채널 확장이 동시에 이뤄질 전망이다.
2026-04-06 14: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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