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2건
-
BNK금융, 은행 NIM 반등에 순익 회복…생산적 금융·비은행 확대가 기회
[경제일보] BNK금융그룹이 올해 1분기 이자이익과 비은행 계열사 성장에 힘입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판매관리비 확대와 은행 건전성 저하는 부담 요인이다. BNK금융의 생산적 금융과 지역 주력 산업 지원을 통한 여신 기반 확대, 주주환원 강화와 증시 회복에 따른 비은행 실적 개선은 성장 기회로 평가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BNK금융의 올해 1분기 지배기업지분 당기순이익은 2114억원으로 전년 동기(1666억원) 대비 26.9% 증가했다. 이는 안정적인 이자이익 확보, 충당금전입액 감소 등의 영향이다. 1분기 BNK금융의 이자이익은 7628억원으로 전년 동기(7355억원) 대비 3.7% 증가했다. 예대금리차 개선, 자산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그룹 순이자마진(NIM)이 2.11%로 전년 동기(2.06%) 대비 0.05%포인트(p) 상승하며 이자 수익성 성장을 견인했다. 은행별로는 부산은행의 성장이 뚜렷한 가운데 경남은행은 당기순이익이 소폭 감소했다. 1분기 부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081억원으로 전년 동기(856억원) 대비 26.3% 증가했다. 이자·수수료 이익이 모두 늘어난 가운데 충당금전입액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경남은행의 당기순이익은 675억원으로 전년 동기(694억원) 대비 2.7% 감소했다. 이자이익은 늘었으나 수수료이익 감소, 기타부문손실 등이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비은행 계열사도 성장세다. 1분기 BNK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382억원으로 전년 동기(275억원) 대비 38.9% 증가했다. BNK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93억원으로 전년 동기(57억원)보다 63.2%, BNK자산운용은 80억원으로 전년 동기(5억원)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 다만 판매관리비(판관비) 확대와 자산건전성 저하는 부담 요인으로 평가된다. 그룹 판매관리비는 4233억원으로 전년 동기(3765억원) 대비 12.4% 증가했다. 1분기 그룹 연체율은 1.42%로 전년 동기(1.12%) 0.3%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57%로 전년 동기(1.69%) 대비 0.12%p 하락했으나 전분기(1.42%)보다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중 부산은행 연체율은 1.21%로 전년 동기(0.73%) 대비 0.48%p 상승했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26%로 전년 동기(1.10%) 대비 0.15%p 올랐다. 같은 기간 경남은행의 연체율은 1.05%로 전년 동기(0.68%)보다 0.37%p,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94%로 전년 동기(0.82%)보다 0.12%p 상승했다. 이는 경기 둔화에 따른 부실 증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BNK금융은 적극적인 부실자산 사후관리, 우량자산 확대를 통해 건전성 비율 회복에 나설 방침이다. 비은행 부문 성장과 지역 기반 생산적 금융 확대는 향후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BNK투자증권과 BNK자산운용의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투자심리 회복이 지속된다면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도 확대될 수 있다. BNK금융은 올해 생산적 금융 중심의 여신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부산은행은 해양산업 중심 금융 지원 확대에 나선다. 선박금융과 항만 물류 인프라 투자 확대, 친환경 해양산업 맞춤형 금융 지원 등을 통해 해양·조선·물류 산업 중심 금융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중소·중견기업과 지역 혁신기업 대상 금융 지원도 확대하며 지역 제조업 기반 여신 성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경남은행은 전략적 우량자산 확대와 생산적 금융 중심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경제 재도약을 위한 상생·포용금융 강화와 함께 인공지능(AI)·디지털금융 혁신, 자산관리(WM)·연금 부문 경쟁력 확대 등을 올해 주요 경영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체계 강화를 병행해 건전성과 수익성 균형에 초점을 맞춘다. 그룹 차원에서는 'BNK밸류업전략위원회'를 출범하고 그룹체질 개선, 성장 기반 마련을 추진한다. 위원회는 △이사회 운영 선진화 △경영 의사결정 투명성 강화 △컴플라이언스 체계 고도화 등을 통해 그룹 신뢰도 제고에 나선다. 또한 수익성 및 자본효율성 강화, 생산적 금융 확대, 산업금융 지원 강화 방안도 함께 점검한다. BNK금융은 주주환원 정책도 병행한다. 올해 반기 배당 주당 150원과 자사주 매입·소각 600억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박성욱 BNK금융그룹 CFO 부사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라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작년 상반기에 실시한 규모보다 50% 증대하여 600억원 규모로 실시할 예정"이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고배당기업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현금배당을 안정적으로 확대하는 범위 내에서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을 높여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5-28 17:35:17
-
-
KB·신한·우리, 美 공시에만 드러낸 '속내'…생산·포용금융 관치 논란
[경제일보] 주요 금융지주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확대 기조를 경영상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공시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았던 우려가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보고서에는 반영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을 향한 공공성 요구와 정책금융 동원 압박이 강해지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신한·우리, SEC에 ‘이재명 정부 포용금융, 위험요인으로 추가’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제출한 2025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서 생산적·포용금융 정책을 새 위험 요인으로 언급했다. 이들 금융지주는 현지 거래소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회사들이다. 금융지주들이 해외 사업보고서의 ‘투자 위험 요소’ 항목에 경영상 위험을 폭넓게 나열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생산적·포용금융 관련 문구가 지난해 보고서에는 없다가 올해 새로 추가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KB금융은 정부가 저소득층 또는 금융 취약계층 차주에 대한 은행의 우선 대출을 장려하는 포용금융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정책이 고객 채무불이행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사업 관행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연체율 상승과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도 유사한 취지로 포용금융 정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연체율과 건전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생산적 금융을 보다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우리금융은 한국 정부가 은행들에 전략적·생산적 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확대하고, 기존 가계대출 중심 사업모델에서 벗어나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정책 추진으로 인해 “원래대로라면 지원하지 않았을 부문”에 금융 지원을 제공해야 할 수도 있고, 향후 5년간 최대 7조원 투자 계획 등으로 의도치 않은 비용이나 손실을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순이자마진 압박, 대출 부실 위험 증가, 연체율 상승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금융권이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이 같은 내용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한 국내용 사업보고서에는 빠져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미국 투자자에게는 잠재 위험을 알릴 의무가 있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눈치를 보느라 국내에서는 말하지 못한 우려가 해외 공시의 의례적 문구 속에 우회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부 ‘생산·포용금융’...문제는 속도와 방식 정부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이재명 정부는 금융이 국가 면허와 예금자 보호라는 공적 안전망 위에서 영업하는 만큼 단순한 이익 극대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을 향해 “돈 버는 게 능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은행에 대해서도 국가 면허와 예금자 보호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조직인 만큼 상당한 공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올해 정책 방향으로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을 전면에 내세웠다. 금융위는 신년사에서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첨단산업에 투자하고, 금융산업의 생산적 금융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 △정책서민금융 상품 개편 △금융회사 기여 제도화 △민간금융과 정책서민금융 연계 등을 통해 포용금융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정책 목표 자체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저신용자와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고 첨단산업과 혁신기업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일도 한국 경제의 구조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 은행이 예대마진에 안주해 왔다는 비판 역시 금융권이 외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지만 정책 목표가 은행의 리스크 평가와 가격 결정 기능을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단기간에 확대하면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하다. 전략산업 투자가 정책 목표에 따라 배분될 경우 민간 금융회사의 수익성·건전성 기준과 충돌할 수 있다. 손실이 발생하면 그 부담은 결국 주주, 예금자, 금융소비자, 나아가 금융시스템 전체로 전이될 수 있는 것이다. 관치금융 논란은 여기서 비롯된다. 정부가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과 금융회사에 특정 대출·투자 방향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다르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의 금융 공공성 강조는 금융의 사회적 환기하는 일이다. 그러나 특정 대출이나 투자 방향 설정은 신용 배분의 정치화로 흐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은행권이 가장 경계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겉으로는 상생과 포용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익성 악화, 자산건전성 부담, 주주가치 훼손, 책임 소재 불명확이라는 문제가 쌓일 수 있어서다. 실제 금융권의 긴장감은 인터넷은행으로도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와 신용평가체계 개편,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 점검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터넷은행들은 이미 평균 대출잔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있는데 향후 목표 비율 상향이나 신용평가모형 외부 검증 강화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는 금융권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더 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는 정책금융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건전성까지 흔들린다면 결국 대출 여력 축소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계부채, 자영업자 연체, 중소기업 신용위험이 동시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책 압박이 과도해지면 은행의 방어적 영업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간 금융에 공공역할만 요구...손실 책임 시장에 맡겨선 안돼"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생산적·포용금융의 성패는 ‘정부가 얼마나 세게 밀어붙이느냐’가 아니라 ‘누가 위험을 부담하고 손실이 나면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데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학회장인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 목적의 대출과 투자가 필요하다면 정부 보증, 정책금융기관의 위험 분담, 세제 지원, 자본규제 조정 등 정교한 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민간 금융회사에 공공 역할만 요구하고 손실 책임은 시장에 맡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은 공공성과 수익성이 충돌하는 산업이다. 은행은 사기업이지만 동시에 금융시스템의 일부다. 그래서 정부의 감독은 필수다. 그러나 감독이 지시가 되고, 지시가 대출과 투자 배분의 기준이 되면 금융의 가격 기능은 약해진다. 금융회사가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하면 자본은 필요한 곳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요구되는 곳으로 흐를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권에선 이번 해외 공시 논란은 금융지주들이 정부 정책에 공개 반기를 들었다기 보단 정책금융 확대에 따른 잠재 비용을 투자자에게 알린 사건에 가깝다는 평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분명한 신호가 담겨 있다. 금융권은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기조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그 부담이 건전성 악화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을 동원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책임 구조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은행도 공공성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정부 역시 시장의 위험 평가 기능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며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이 성공하려면 관치의 속도전이 아니라 시장과 정부의 위험 분담 원칙부터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6-05-14 10:25:45
-
돈을 번 사람과 존경받는 사람 사이
[경제일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수면 위아래를 오가고, 미국의 군사자산이 걸프만에 묶여 있는 동안,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좁은 해협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심장부로 떨리고 있다.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유가는 오르고 선박 운임도 함께 치솟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공포로 기억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시장의 기회로 바꾼다. 냉정하게 말하면 해운업은 원래 그런 세계다. 세계의 불안 위에서 수익을 만든다. 그러나 같은 돈을 벌어도 세상은 어떤 기업인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어떤 기업인에게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부를 숫자로만 생각하지만 실제 사회는 숫자보다 태도를 기억한다. 그 돈이 어디를 향했는지,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남겼는지, 위기 속에서 어떤 얼굴을 보여줬는지를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요즘 해운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장금상선의 정태순 회장이다. 호르무즈 리스크와 VLCC 운임 급등 속에서 장금상선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VLCC, 즉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길이 300미터를 넘는 거대한 선박으로 단 한 번의 항해로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실어 나른다.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원유 수송의 대동맥이자, 시황이 불안할 때는 바다 위의 원유 저장고가 된다. 장금상선은 세계 최대 수준의 VLCC 선대를 확보했고 최근에는 100척 규모의 초대형 발주까지 추진하며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냉혹한 시장 판단만 놓고 보면 대단한 승부사다. 그런데 정태순 회장에 대한 업계 안팎의 시선은 의외로 우호적이다. 해운업은 원래 국민적 호감을 얻기 어려운 산업이다. 배는 바다 위에 있고 돈은 숫자로 움직인다. 일반 국민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태순 회장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가 번 돈을 어디에 썼느냐와 관련이 있다. 정 회장은 해양 인재 양성 지원과 공익재단 활동, 기부와 사회공헌을 꾸준히 이어왔다. 거창한 이름을 앞세운 자선이 아니었다. 산업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조용하게 쌓아왔다. 시장은 결국 그것을 읽는다. "함께 가는 기업인"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기업인은 사회 안에서 존재한다. 공동체가 등을 돌리면 아무리 많은 배를 가져도 고립된다. 반대로 공동체와 호흡하면 부는 비로소 존경으로 이어진다. 완벽한 기업인이라는 말이 아니다. 어느 기업주에게나 그늘은 있다. 다만 정태순 회장의 이름 앞에 지금 붙는 수식어는 '탈세'가 아니라 '해양'이다. 그 차이는 작지 않다. 바로 그 지점에서 한 인물이 떠오른다. 한때 '선박왕'으로 불렸던 시도그룹 권혁 회장이다. 권혁 회장의 사업은 VLCC와는 결이 다르다. 벌크선과 컨테이너 피더선을 중심으로 인트라아시아 항로를 누볐다. 정태순 회장과는 다른 바다에서 다른 배로 싸운 사람이다. 그러나 해운업 안에서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이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로는 오늘의 주제와 함께 놓일 수밖에 없다. 권혁 회장은 한국 해운업 역사에서 빼놓기 어려운 이름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십수 년간 국내 조선소에 총 121척의 선박을 발주했다. 계약 규모는 약 9조 원, 직·간접 경제효과는 13조원을 넘는다는 추산도 있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빅3와 중소 조선소까지, 일감 가뭄에 시달리던 현장에 권혁 회장의 발주서는 단비였다. 수천 명의 용접공과 설계사, 협력업체 직원들이 그 계약서 한 장에 생계를 얹었다. 공격적 투자와 승부사 기질만 놓고 보면 한국 조선·해운업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선박왕'이라는 이름도,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수식어도 그 시절에 붙었다. 그러나 세상이 권혁 회장을 기억하는 방식은 안타깝게도 그 이름 쪽으로 굳어지지 않았다. 2010년 국세청이 권혁 회장에게 4101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역외탈세 혐의였다.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고 '선박왕'은 하루아침에 '탈세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왕 시리즈' 보도의 대표 사례가 됐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이 선고됐다. 물론 법적으로 볼 부분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최종 확정심에서 실제 유죄로 인정된 세액은 약 7억원 수준이었다. 핵심 쟁점이었던 법인세 포탈 혐의는 무죄로 확정됐다. 수천억 원짜리 세금 폭탄이 7억원짜리 판결로 귀결된 것이다. 국제 해운업의 특수성도 있다. 선박은 편의치적국에 등록하고 운영은 다국적 법인 네트워크를 통한다. 이 구조가 조세 회피를 위한 것인지 글로벌 해운업의 통상 관행인지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당시 국세청 역외탈세 수사가 실적 압박 속에서 과도하게 진행됐다는 비판도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조세 정의와 산업 현실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사건은 남겼다. 그러나 기업인의 평판은 판결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은 판결문보다 기억을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언론이 처음 보도한 4101억원짜리 헤드라인은 기억되고, 대법원에서 사실상 뒤집어진 결론은 기억되지 않는다. 더구나 권혁 회장은 재판 기간 내내 언론을 통해 억울함을 간간이 피력했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과 사회적 신뢰를 쌓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는 자신의 서사를 방어하는 행위이고 후자는 공동체에 무언가를 내어주는 행위다. 사회는 자신을 향한 해명보다 타인을 향한 행동을 더 오래 기억한다. 결국 권혁 회장에게 남은 것은 "수천억 원대 조세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라는 그림자였다. 바로 그 지점에서 기업인의 운명이 갈린다.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이 많다. 그러나 존경받는 부자는 드물다. 한국 사회는 부 자체보다 "어떻게 벌었는가"와 "어디에 쓰는가"를 더 집요하게 본다. 국민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많이 번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만 가지려는 사람에게 등을 돌릴 뿐이다. 성경 누가복음에는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재산은 권리인 동시에 책임이라는 뜻이다. 법구경은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나 덕의 향기는 사방으로 퍼진다"고 말한다. 돈은 항구에 묶이지만 덕은 사람 사이를 건넌다. 선박은 바다를 건너지만 사람의 이름은 결국 마음 위에 남는다. 노자의 도덕경은 더 직설적이다. "천도는 남는 곳의 것을 덜어 부족한 곳을 채운다(損有餘而補不足)" 동양 고전은 오래전부터 부의 순환을 말해왔다. 오늘날 ESG니 사회적 책임이니 하는 개념도 결국 이 오래된 상식의 현대적 표현에 불과하다. 세계의 거상들은 결국 그 지점에서 이름이 달라졌다.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는 단지 배를 많이 가졌기 때문에 전설이 된 것이 아니다. 부와 영향력을 문화와 공공 영역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그 이름이 남았다. 록펠러는 독점기업의 탐욕이라는 비판 속에 살았지만 거대한 기부와 재단 활동으로 결국 이름의 방향을 바꿨다.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표현처럼 들리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재산은 결국 사회 안에서 의미를 얻는다는 것이다. 해운업은 특히 그렇다. 바다는 세계를 연결한다. 한 척의 배에는 원유와 철광석만 실리는 것이 아니다. 국가 경제와 산업의 운명이 함께 움직인다. 부산과 울산, 거제의 조선소가 돌아가는 것도, 정유공장이 멈추지 않는 것도 결국 이 배들이 항로를 지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운 재벌은 일반 기업인보다 더 큰 사회적 상징성을 가진다. 국민은 그들에게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국가 산업의 얼굴 역할까지 기대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부자에게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요구한다. 냉혹한 시장의 승부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책임자이기를 바란다. 이것이 위선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런 긴장 위에서 유지된다. 시장은 탐욕으로 움직이지만 사회는 도덕으로 균형을 잡는다. 그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결국 기업인의 이름을 가른다. 정태순 회장이 지금 박수를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정태순 회장이 돈을 벌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한국 해운기업이 이기는 모습을 반긴다. 다만 그 성공이 사회와 연결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반면 권혁 회장은 아직 그 연결고리를 복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생은 판결문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인의 마지막 평가는 법원이 아니라 시간이 내린다. 권혁 회장은 이미 산업사에 이름을 남겼다. 9조 원의 발주 실적은 조선소 현장에, 협력업체에, 수천 명의 생계에 새겨져 있다.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기록이 사회적 존경으로 전환되려면 다른 종류의 기록이 필요하다. 법정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의 귀환이 그것이다. 더 늦기 전에 사회 앞으로 나와야 한다. 해양 인재를 위한 장학사업도 좋고 조선업 기술 인력 지원도 좋다. 지방 항만도시 청년들을 위한 교육재단도 가능하다. 바다에서 번 돈을 다시 사회의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마지막 장이 완성된다.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바다로 나가기 위해 존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과거 논란의 그늘 속에 있는다고 이름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세상 앞으로 나와야 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와 나눌 때 비로소 사람들은 그를 다시 보기 시작한다. 진짜 선박왕은 배의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동체와 함께 항해할 때 비로소 그 이름이 남는다.
2026-05-13 18:56:33
-
진격의 코스피, 4대 금융지주만큼 배당하자
[경제일보] 코스피가 7800선을 넘어서며 8000선을 눈앞에 뒀다. 한국 증시는 그동안 가보지 않은 새역사를 걷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의 질주, 외국인 자금 유입, 기업 밸류업 기대가 맞물리며 시장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주가지수가 높아졌다고 한국 자본시장이 곧바로 성숙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의 진격만이 아니다. 배당의 진격, 주주환원의 진격이다. 그 모범은 4대 금융지주에서 나오고 있다. KB금융은 보유 자사주 전량인 발행주식총수의 3.8%, 당시 주가 기준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6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도 추진한다. 신한금융은 주주환원율 상한을 없애고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성장률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하나금융은 총주주환원율 50% 달성 시점을 2027년에서 올해로 앞당기려 하고, 우리금융도 총주주환원율을 지난해 36.8%에서 올해 40%대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한때 ‘이자 장사’ 비판을 받던 금융지주들이 오히려 한국 상장사의 주주환원 기준을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 흐름은 금융권만의 과제가 아니다. 한국 자본시장 전체가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원칙이다. 상장기업은 자본시장에서 국민의 돈을 모아 성장한다. 개인투자자, 연기금, 기관투자자, 외국인 투자자가 기업의 미래에 자본을 맡긴다. 그렇다면 기업이 벌어들인 성과 역시 합리적인 방식으로 주주에게 돌아가야 한다. 주주는 단순한 자금 제공자가 아니라 기업 성장의 위험을 함께 부담한 동업자다. 물론 기업이 번 돈을 모두 배당하라는 뜻은 아니다. 미래 투자는 필요하다. 설비투자, 연구개발, 인재 확보, 신사업 진출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는 배당을 미루는 만능의 명분이 될 수 없다. 성장은 환원의 반대말이 아니다. 좋은 기업은 성장과 환원을 함께 설계한다. 많이 벌면 더 많이 나누고, 미래 투자가 필요하면 그에 맞춰 자본을 배분하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한국 증시의 고질병이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결국 여기에서 비롯됐다. 낮은 배당, 불투명한 지배구조, 대주주 중심 의사결정, 자사주 미소각, 물적분할에 따른 기존 주주 가치 훼손이 한국 기업의 평가를 눌러왔다. 주가는 기대를 먹고 오르지만, 배당은 신뢰를 먹고 쌓인다. 기대만 있는 시장은 뜨겁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신뢰가 있는 시장만이 깊어진다. 특히 자사주 소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원칙이 돼야 한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의 신호일 수 있지만, 소각 없는 자사주는 언제든 시장에 다시 나올 수 있는 잠재 물량이다. 한국에서는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심도 오래됐다. 금융지주들이 자사주 매입에 그치지 않고 소각을 병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이 원하는 언어는 ‘사겠다’가 아니라 ‘없애겠다’가 돼야 한다. 배당도 마찬가지다. 배당은 단순한 현금 지급이 아니다. 기업이 주주를 동업자로 인정한다는 신호다. 개인투자자는 더 이상 단기 시세만 좇는 주변부가 아니다. 개인종합관리계좌(ISA),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노후를 준비하는 국민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들에게 배당은 한국 경제가 국민에게 돌려주는 성과 배분의 통로다. 국민이 장기 보유하려면 기업은 보유할 이유를 줘야 한다. 그 가장 확실한 이유가 배당이다. 정부와 국회도 역할을 해야 한다. 배당소득 과세체계를 합리화하고 장기보유 주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과 물적분할 관련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배당을 늘리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도록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자본시장은 구호가 아니라 규칙으로 움직인다. 좋은 기업을 칭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기업이 유리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코스피 8000선은 한국 경제의 자랑스러운 성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대주주와 일부 기관투자자만의 잔치가 돼서는 안 된다. 국민이 투자했고, 국민연금이 보유했으며, 개인투자자가 위험을 함께 감당했다면 성과도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은 반기업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는 자본주의의 기본을 회복하는 일이다. 진격의 코스피는 이제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국민의 자본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면 국민에게 나눠 더 큰 기업이 돼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국민의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많아질 때 코스피 8000. 9000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비전이 될 것이다.
2026-05-12 10:26:42
-
코스피 6900 돌파, 주가보다 제도를 끌어올릴 때다
[경제일보] 코스피가 4일 사상 처음으로 6900선을 넘어섰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8.12포인트, 5.12% 오른 6936.9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21.39포인트, 1.79% 오른 1213.74에 마감했다. ‘7천피’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상승장은 반도체 대형주가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했고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가 지수를 밀어 올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140만닉스’를 넘어 시가총액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기술주 랠리와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를 타고 사상 최고치에 올라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주가의 높이가 곧 자본시장의 품격을 뜻하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보다 점검이다. 한국 증시가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실적 부진만이 아니었다. 소액주주 보호 미흡, 낮은 배당 성향,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대주주 중심 의사결정이 시장 신뢰를 갉아먹어 왔다. 주가는 한순간에 오를 수 있지만 신뢰는 제도로만 쌓인다. 코스피 6900 돌파를 일회성 축제로 끝내지 않으려면 상승장을 제도 개혁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상법 개정 흐름은 중요한 변화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한 것은 한국 자본시장사에서 작지 않은 전환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감사위원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 제한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도 같은 맥락이다. 자사주 제도도 바뀌었다. 개정 상법은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하고 자기주식을 합병·분할 등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편법적으로 활용하는 길을 좁혔다. 자사주가 주주환원의 수단이 아니라 지배권 방어의 도구로 쓰였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소액주주 보호는 반기업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가치를 높이는 시장경제의 기본 규율이다. 투자자는 자신의 권리가 보호된다고 믿을 때 장기 자금을 맡긴다. 합병, 분할, 공개매수, 자회사 중복상장, 자사주 처분, 배당 결정 과정에서 일반주주가 늘 뒷전으로 밀린다면 아무리 지수가 올라도 시장은 선진화될 수 없다. 금융당국이 M&A 과정에서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매수가격의 공정성 등을 검토하고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법 문구가 아니라 집행이다. 기업지배구조 개편도 미룰 수 없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실적만 보지 않는다. 경영진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지, 이사회가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지, 기업의 현금이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에 합리적으로 배분되는지를 함께 본다. 밸류업은 구호가 아니라 숫자로 증명돼야 한다.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고,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며 경영진 보상을 주주가치 개선과 연동해야 한다. 국민기업에 대한 장기투자 기반도 넓혀야 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대표 기업은 특정 대주주만의 자산이 아니다. 국민경제의 핵심 자산이자 국민 노후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장기 공모펀드가 국내 우량 기업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 배당소득 과세 체계와 장기투자 인센티브도 시장 선진화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시장 투명성과 공정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긍정적이지만 외국인 수급에 과도하게 흔들리는 시장은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 장기자금이 두터워지고, 기업 공시가 쉬운 언어와 충분한 정보로 제공돼야 한다. 영문공시 확대, 선진 배당절차 정착, 불공정거래 엄단, 분식회계 근절, 부실기업의 질서 있는 퇴출은 모두 같은 방향의 과제다. 공자는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자본시장도 마찬가지다. 주주를 주주라 부르면서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지 않는다면 시장경제의 이름은 바로 설 수 없다. 코스피 6900은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한국 증시가 진정한 선진 자본시장으로 가려면 주가보다 신뢰가 먼저 올라야 한다. 정부와 국회, 기업은 지금의 상승장을 제도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주가를 끌어올린 힘이 실적이었다면, 다음 단계로 시장을 끌어올릴 힘은 주주보호와 지배구조 개혁이다.
2026-05-05 09:00:00
-
-
대한건설협회, 홈페이지 챗봇 시스템 오픈 外
[경제일보] 대한건설협회는 회원사들이 필요한 정보를 전화상담이나 홈페이지 검색 없이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챗봇시스템을 오픈했다고 27일 밝혔다.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 이번 챗봇시스템으로 회원사들과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이점을 몇 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협회 위탁업무인 시공능력평가와 상호협력평가 담당자들은 더 이상 200페이지에 달하는 신고 교재를 뒤적이며 내용을 찾을 필요가 없다. 발주자로부터 실적신고 증명서를 전자적으로 받는 방법을 알고 싶으면 챗봇에 입력 시 간략한 절차가 안내되고 추가 클릭으로 실적교재 해당 페이지가 열린다. 건설관련 법령정보를 찾기 위해 드는 시간도 대폭 단축된다. 건설업체들이 자주하는 질의 중 하나가 건설업 등록기준이다. 관련 법령을 따로 검색할 필요없이 챗봇에 ‘건설업 등록기준’을 치면 해당 건산법 시행령 [별표2] 규정이 표로 정리되어 나타난다. 협회 챗봇은 법제처 지능형 법령검색 시스템과 연동돼 있기도 하다. 일례로 ‘직접시공’을 챗봇에 물어보면 건산법 제28조2(건설공사의 직접시공) 조항이 발췌되고 클릭 한번으로 법제처 시스템과 연동돼 해당 조문을 볼 수 있다. 협회 홈페이지를 방문해 각종 공시정보를 찾는 애로 역시 덜어질 예정이다. 챗봇에 ‘시공능력평가액’을 치면 매년 협회가 발표하는 공시화면이 나오며 ‘노임단가’를 물어보면 협회의 반기별 임금실태조사 보고서 목록이 안내된다. 한승구 회장은 “챗봇 시스템 오픈으로 협회가 보유한 건설관련 각종 정보를 회원사와 국민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처음에는 여러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사용자 의견반영과 검색 키워드 등 축적되는 정보를 활용하여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LH, 특화형 매입임대주택 상반기 공모 신청접수 실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6년 상반기 특화형 매입임대주택 공모 신청접수를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은 민간이 입주자 특성에 맞는 공간과 서비스를 갖춘 임대주택을 제안 후 시공하면 공공이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이다. 대표적으로는 고령자 커뮤니티 형성 및 건강·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심당, 청년의 예술·창업을 지원하는 아츠스테이, 장애인 자립을 돕는 다다름하우스 등이 있다. 이번 공모는 총 1000호 규모로 추진된다. 민간사업자가 돌봄·육아, 일자리·창업지원, 귀농·귀촌 등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민간제안형’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이번 공모부터 민간사업자의 사업 참여 활성화 및 안정적 사업 추진을 위해 △가격 산정방식 일원화 △심의기간 총량제 △부실 운영기관 패널티 등 다양한 제도개선 사항이 반영된다. 신청접수는 다음 달 11일까지 가능하며 접수가 끝나면 서류심사와 종합심사를 거쳐 최종 결과를 통보한다. 최종 선정된 물건을 대상으로 오는 10월 중 감정평가 등을 거친 뒤 약정체결을 진행할 계획이다. 접수방법 등 자세한 사항은 LH청약플러스에 게시된 특화형 임대주택 모집 공고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한건설협회, 충청권 회원사 정책 간담회 개최 대한건설협회는 세종사무소에서 대전, 충북, 충남 회원사를 대상으로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간담회에는 한승구 회장을 비롯해 최길학 충남세종시회장, 최태진 서울시회장 등 각 시도회장과 대전, 충북, 충남 회원사 대표 40여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 박성용 변호사가 중소 건설사의 가업승계와 관련한 주요 유의사항과 사전 준비 방안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다. 이어 협회 주요 추진사업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지역 건설업계의 애로사항 및 주요 현안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승구 회장은 “지난해 전국 회원사 간담회에 이어 올해도 충청권을 시작으로 권역별 간담회를 통해 전국 회원사를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계획이다”라며 “대내외 환경 악화로 특히 지역 회원사의 어려움이 큰 상황인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협회 차원의 대응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4-27 16:44:24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