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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의 '도가도 비상도'와 드러난 패권 야망…대한민국은 복합 위기의 파고를 넘을 준비가 되었는가
[경제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행보는 더 이상 단순한 외교 활동의 범주로 설명하기 어렵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관세 압박과 기술 봉쇄 속에서 숨을 고르던 중국은 이제 노골적으로 세계 질서 재편의 중심을 자임하고 있다. 과거 덩샤오핑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가 빛을 감춘 채 힘을 축적하는 전략이었다면, 지금의 중국은 ‘유소작위(有所作爲)’를 넘어 미국과 패권을 양분하려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시진핑 주석이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푸딘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줫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 직후 곧바로 중러 밀착을 과시한 것은 미국 중심 국제 질서에 대한 공개적 도전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압박 정책을 비판하며 사실상 대북 제재 체제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제사회가 유지해온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공동성명에서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동북아 질서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전략은 단순히 북한을 감싸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오랜 약점인 에너지 안보와 지정학적 한계를 돌파하려는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제조국이지만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미국 해군이 장악한 해상 교통로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믈라카 해협은 중국 경제의 생명선과도 같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심화되거나 남중국해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믈라카 딜레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새로운 북방 루트를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 핵심이 바로 북한 두만강 하구와 동해 진출이다. 두만강 출구와 동해 항만이 연결되면 중국 동북 3성은 남쪽을 우회하지 않고도 동해를 통해 북극항로와 러시아 극동 지역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한 물류 혁신이 아니라 중국의 지정학적 운명을 바꾸는 전략적 전환이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시장을 잃은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거대 소비 시장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북중러는 각자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북방 경제·군사 축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대한민국의 안보 환경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중국이 북한을 발판으로 동해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면, 한반도 주변 해양 질서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동해가 중러 해군의 전략 공간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중러의 사실상 비호 움직임까지 더해진다면 한국은 상시적인 안보 압박 속에 놓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은 ‘평화’와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중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여기서 떠오르는 것이 노자의 《도덕경》 제1장의 구절이다.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 말로 규정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노자는 권력과 질서를 절대화하는 순간 그것은 본래의 생명력을 잃고 위선으로 변질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은 평화와 공존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새로운 패권 질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도덕경》 제18장의 “대도가 폐하면 인의가 나타나고, 지혜가 출현하면 큰 위선이 있다”는 구절은 지금의 국제 정세를 떠올리게 한다. 중국이 말하는 ‘동북아 평화’는 북한 비핵화라는 국제 규범을 지워버린 자리 위에 세워진 것이다. 이는 진정한 평화라기보다 전략적 이해관계를 포장한 정치적 언어에 가깝다. 동시에 현재의 국제 질서 변화에는 미국의 책임 또한 존재한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는 동맹국들에게 깊은 불안을 안겼다. 전통적 가치 동맹보다 경제적 거래를 우선시하는 접근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를 약화시켰고, 중국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 유럽과 중동,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베이징과 거리를 좁히는 현상 역시 미국 중심 질서의 균열을 반영한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현실은 냉혹하다. 이제 한국은 단순히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수준을 넘어 복합적인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동시에 북중러 밀착이 초래할 경제·안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층적 외교도 절실하다. 감정적 진영 논리나 단순한 친미·친중 프레임으로는 거대한 국제 질서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이럴 때 필요한 자세가 바로 ‘신독(愼獨)’이다. 《대학》과 《중용》에서 말하는 신독은 홀로 있을 때에도 스스로를 경계하며 본질을 잃지 않는 태도를 뜻한다. 국제 질서가 요동치는 시대일수록 대한민국은 외부 강대국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국익 중심의 냉철한 전략적 사고를 유지해야 한다. 경제 안보와 에너지 공급망, 첨단 산업 경쟁력, 군사 대비 태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복합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금 세계는 새로운 냉전의 문턱에 서 있다. 북중러의 전략적 연대와 미국 중심 질서의 흔들림은 단기간에 끝날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향후 2~3년 안에 글로벌 경제와 안보 질서를 뒤흔드는 거대한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미 그 전조를 목격하고 있다. 구한말 조선은 국제 정세의 거대한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강대국들의 각축장 속에서 국권을 잃었다. 지금 대한민국 앞에 놓인 상황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착시적 안정과 단기적 경제 논리에 취해 국제 질서 재편의 본질을 외면한다면 역사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위기는 멀리 있지 않다. 이미 우리 문앞에 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정쟁이 아니라 국가적 전략 각성이다.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변화하는 국제 질서를 냉정하게 직시하고 장기적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시진핑의 거대한 패권 구상과 미중 충돌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는 길이며,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유일한 해답일 것이다.
2026-05-22 15:32:59
흔들리는 안보 우산과 '미국 우선주의'의 파고, 우리는 준비되었는가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이란 전쟁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주독 미군 5000명 감축과 유럽산 자동차 보복 관세 부과 방침을 내놓은 것은 단순한 동맹 내 갈등 차원을 넘어선다. 미국이 더 이상 ‘자유세계의 수호자’라는 명분보다 철저한 실리와 보복의 논리로 동맹 관계를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주한미군 문제와 통상 압박 가능성을 안고 있는 우리에게도 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오히려 머지않아 우리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30년 넘게 국제 정세의 부침을 지켜보며 절감한 것은 외교와 안보에 ‘영원한 우방’도 ‘무상의 호의’도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론이 아니라 인류경전(人類經典)의 지혜를 바탕으로 한 냉철한 自强의 전략이다. 『주역(周易)』은 “천행건 군자이자강부식(天行健 君子以自強不息)”이라 했다. 하늘의 운행이 굳건하듯 군자는 스스로를 단련하며 쉬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이나 대외 정책 협조를 이유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 든다면 우리는 이를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안보 홀로서기’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동맹은 상호 보완적일 때 의미가 있다. 스스로를 지킬 억제력을 갖추지 못한 채 동맹에만 의존한다면 국가의 존망은 상대의 정치적 계산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그것은 ‘안보 외주화’에 다름 아니다. 국방 주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현대화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감축을 논할 때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이겨놓고 싸운다고 했다. 트럼프식 거래 외교가 거세질수록 우리는 외교와 통상의 지평을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변화해야 한다.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압박에 나선다면 이는 특정 국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통상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더욱 넓혀야 한다. 안보 역시 한미동맹을 축으로 삼되 주변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관세 폭탄과 병력 감축 압박이 동시에 닥쳤을 때 우리가 기댈 선택지가 하나뿐이라면 국가의 대응 여지는 급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自强이 곧 고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덕경(道德經)』의 “상선약수(上善若水)”처럼 유연한 전략과 설득의 외교 역시 중요하다. 주한미군은 단지 한국 방어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중국 견제 구상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우리는 미국에 “한국의 안정이 곧 미국의 국익”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환기시켜야 한다.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숫자와 전략, 경제적 가치와 지정학적 논리로 미국 조야를 설득하는 냉정한 외교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외부 압박보다 내부 분열이다. 주한미군 문제나 통상 갈등이 현실화될 때 이를 국내 정치의 정쟁 도구로 삼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국가적 재앙이다. 『대학(大學)』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처럼 내부가 흔들리면 외풍을 견뎌낼 수 없다. 정부는 국민에게 안보와 경제 현실을 솔직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국민 역시 단기적 불안에 흔들리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한다. 미국의 정책 변화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수(常數)다. 그러나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인류의 지혜가 말해주듯 위기는 준비된 자에게는 도약의 기회가 되지만 방관하는 자에게는 쇠락의 시작이 된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진정한 독립 주권 국가로서의 담대함과 전략적 자강 능력을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2026-05-02 11:11:04
트럼프의 '에너지 지배력' 선언…기회인가, 압박인가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밝힌 ‘에너지 지배력(Energy Dominance) 강화’ 선언은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들 변곡점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을 넘어 에너지 패권 국가가 될 것”이라며 알래스카·연방 공유지 시추 확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승인 절차 간소화, 환경 규제 완화를 밝혔다.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의 부활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는 “동맹국들이 더 저렴하고 안정적인 미국산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불공정한 무역 구조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공급 확대를 외교·통상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발언이다. 이 같은 변화는 중동발 군사 충돌로 에너지 안보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증산과 수출 확대는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에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조업 채산성 개선과 물가 안정, 금리 인하 기대로 이어지는 흐름도 가능하다. 문제는 그 이면의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일자리와 산업을 되찾겠다”며 리쇼어링을 재차 강조했다. 동맹국을 향한 사실상의 ‘에너지 구매 압박’도 시사했다. 이는 향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중심으로 한국의 비관세 장벽과 무역 흑자 구조에 대한 공세가 강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국 우리는 ‘싼 에너지’라는 당근과 ‘통상 압박’이라는 채찍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미국산 LNG 수입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그 대가로 무엇을 내어줄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가격 경쟁력만을 이유로 정책을 재편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과 외교적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응은 단기 처방이 아닌 구조적 해법이어야 한다. 원전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AI 데이터센터 시대에는 안정적 전력이 핵심”이라며 소형모듈원전(SMR) 투자를 강조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동시에 화석연료 중심 회귀라는 단기 흐름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탄소 중립은 되돌릴 수 없는 방향이다. 오히려 저유가 가능성이 열리는 지금이 재생에너지와 수소경제 전환을 가속할 시점이다. 국내적으로는 에너지 비용 하락의 파급 효과를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 물가 안정은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쏠릴 경우 또 다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가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정책 신호의 일관성과 시장 관리 역량이 중요하다. 결국 관건은 전략과 신뢰다. 외부 변수는 통제할 수 없지만 활용 방식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단기 이익이 아닌 장기 국익을 중심에 둔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에너지 지배력’ 선언은 위기이자 기회다. 이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한국 경제는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낙관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지금이야말로 향후 10년의 국운을 가를 분수령이다.
2026-04-02 12: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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