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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성과금 갈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가까스로 파국을 피했다. 총파업 예고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멈춰 섰다. 다만 오는 22∼27일 이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라는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이를 완전한 종결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번 잠정 합의는 정부의 적극적 중재 속에 이뤄졌고, 투표가 가결되면 협상이 공식 타결된다. 문제는 합의 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균열이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이었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과 배분 방식의 제도화를 요구했고 회사는 경영환경과 사업부별 실적, 글로벌 경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돌아왔고, 인공지능(AI) 열풍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밀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DS)부문은 AI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고 HBM4와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모듈 양산도 시작했다. 그러나 좋은 실적이 곧 무제한의 성과급 요구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하지만 성과 배분은 기업의 미래 투자, 주주 책임, 협력사 생태계, 국가경제에서의 역할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한 기업이지만 동시에 한국 제조업과 수출, 고용, 자본시장 신뢰를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한 회사의 손익계산서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 물류, 전력, 협력업체, 지역경제, 금융시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일반적인 임단협 갈등과 차원이 다르다. 삼성전자 구성원들이 더 나은 보상과 투명한 성과급 기준을 요구할 권리는 당연하다. 고성과를 낸 조직이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문제는 요구의 수준과 방식이다. 성과급이 경영 성과와 연동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기업의 중장기 투자 여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훼손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산업은 오늘 벌어 내일 나누는 장사가 아니다. 수십조 원의 선행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 세대가 바뀔 때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더 우려되는 것은 노노 갈등이다. 성과급 갈등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별 이해관계를 가른다. 반도체 부문이 초과 성과를 냈다고 해서 전사 구성원이 같은 방식으로 나눠야 하는지, 사업부별 기여도와 위험 부담을 어떻게 반영할지, 장기 투자에 필요한 내부 유보를 어느 정도 인정할지에 대한 논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논쟁이 공동체의 원칙을 세우는 방향이 아니라 ‘누가 더 가져갈 것인가’의 다툼으로 흐르면 조직 내부 신뢰가 무너진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설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 간 신뢰, 경영진에 대한 신뢰, 성과 배분의 예측 가능성이 함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갈등은 다른 대기업 노사관계에도 파장을 주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에서 파업 찬반 투표가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는 경영 쇄신, 책임 경영, 고용 안정, 공정한 성과 보상과 이익 분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 배분 구조가 갈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카카오 본사가 실제 파업에 나서면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작지 않다. 노사 갈등의 확산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불안과 맞물려 더 무겁다. 지금 한국경제는 겉으로는 반도체 훈풍을 타고 있지만 속으로는 성장 체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IMF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100대 지표에서도 2026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1.7%로 제시돼 있다. 단기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는 노동공급과 내수 기반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2025년 합계출산율을 0.80명, 출생아 수를 25만4500명으로 집계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20.3%에서 2072년 47.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리스크도 크다. IMF는 2026년 세계경제가 중동전쟁의 충격 속에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제한적 충돌을 가정해도 세계 성장률은 2026년 3.1%, 2027년 3.2%로 둔화될 것으로 봤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 금융 여건 긴축이 세계경제의 회복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정책과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이 겹치면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제조기업은 비용과 시장 양쪽에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 전망에서 글로벌 관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다양한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내부의 성과 배분 갈등이 장기화하면 국가경제의 부담은 커진다. 한국경제는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을 충분히 발굴하지 못한 채 반도체 의존도를 다시 키우고 있다. AI 반도체 호황은 분명한 기회지만 이것이 영구적 안전판은 아니다. 메모리 가격은 사이클을 탄다. HBM 경쟁은 기술과 수율, 고객 인증에서 매 분기 승부가 갈린다. 중국의 추격, 미국의 규제, 대만의 파운드리 우위, 일본의 소재·장비 부활까지 감안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일수록 더 냉정해야 한다. 노조도 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노동의 몫을 키우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요구는 결국 노동의 기반도 약하게 만든다. 성과급은 권리의 언어만으로 풀 수 없다. 책임의 언어가 함께 있어야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고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어렵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업부별 성과와 전사 기여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보상 체계는 언제든 불신을 낳고, 불신은 파업보다 더 오래가는 비용을 만든다. 노조와 회사가 같은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노동은 노동의 권리를 말하고, 경영은 경영의 책임을 말해야 한다. 다만 그 다름이 기업의 존속과 국가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충돌로 가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성과급 제도의 투명성, 사업부별 기여도 반영, 장기 투자 재원 확보, 위기 시 고통 분담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성과가 클수록 배분의 원칙은 더 정교해야 한다. 호황일수록 미래 투자와 위험 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는 지금 운 좋게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길목에 서 있다. 그러나 저출산, 잠재성장률 하락, 내수 부진,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의 성과를 오늘 모두 나눌 것인가, 아니면 내일의 경쟁력을 위해 원칙 있게 나눌 것인가. 성과 배분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경제의 기둥을 흔드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더 많이 가져가는 협상’이 아니라 ‘더 오래 살아남는 협상’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삼성전자에도, 노동자에게도, 한국경제에도 이롭다.
2026-05-21 09: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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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뒤흔드는 '6대 글로벌 규제'...탄소·재생에너지·독성물질 어쩌나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6대 글로벌 규제'가 제조업을 뒤흔들고 있다. CBAM(탄소국경조정제도)·IRA(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니셔티브)·FEOC(외국우려기관 규정)·EU REACH(유럽 화학물질 등록·평가·허가 제도)·TSCA(미국 독성물질관리법) 등의 규제가 2025~2026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되면서 기업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향후 기업들이 규제 관련 '인증·보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배터리 : IRA·FEOC, '중국산 배제'라는 절대 조건 29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산업은 IRA와 FEOC 규제가 만드는 구조적 지각변동의 한복판에 있다. IRA는 북미 판매 전기차에 적용되는 세액공제를 중국 등 우려국 배제를 전제로 설계한 법으로,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부품 공급망을 미국·우방국 중심으로 재편하도록 유도하는 성격을 갖는다. FEOC(외국우려기관) 규정은 중국·러시아 등 일부 국가 정부의 지배·통제 아래 있는 기업이 관여한 배터리 부품(2024년 이후)과 핵심광물(2025년 이후)이 들어간 차량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으로, 세액공제를 받으려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장치다. 지난 2024년부터 배터리 부품, 2025년부터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광물이 FEOC와 연관될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양극재·음극재·전해질·바인더 등 세부 소재까지 공급망을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합작공장 증설과 동시에 호주·캐나다·미국 등으로 원료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광물 채굴부터 정제·가공까지 이어지는 전 단계에서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업계의 공통된 고민으로 꼽힌다. 원료 추적 시스템 구축, 북미 인증 대응 인력 운영 등 새로 생긴 규제형 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철강 : CBAM 내년 정식 시행…'탄소 할당서'가 새로운 통화 철강업계는 CBAM의 정식 시행을 앞두고 탄소 배출량 산정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등 고탄소 품목에 대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량을 산정해 EU 배출권거래제(ETS) 가격에 연동한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사실상 '탄소 관세' 역할을 한다. 2026년부터는 수입업자가 제품 1톤당 실제 내재배출량을 국제 기준에 맞춰 신고하고 그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제출해야 한다. 포스코는 포항·광양 제철소의 탄소 계량 체계를 개편하고 수소환원제철(HyREX) 등 친환경 공정 전환 로드맵을 EU 기준에 맞춰 재정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기반 공정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지만 슬래그·부생가스 처리 과정에서의 배출량 산정이 새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EU ETS 가격이 톤당 80유로(약 11만6000원) 수준일 때 탄소배출량 2톤을 가정한 철강 제품 1톤을 수출하면 약 160유로(약 23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다. 석유·화학 : REACH·TSCA, '전 성분 공개' 시대 석유화학업계는 REACH·TSCA 등 탄소·안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먼저 REACH는 EU가 모든 화학물질의 등록·평가·허가를 의무화한 제도로 제품에 사용되는 성분의 독성·노출 정보를 상세한 기술문서로 제출해야 하는 강력한 화학 규제다. TSCA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신규 화학물질의 위해성을 사전 심사하는 제도로 핵심 절차인 PMN(사전제조신고)을 거칠 경우 승인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어 글로벌 제품 출시 일정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이 같은 규제 강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화학 기업들도 REACH·TSCA 관련 전담 조직을 보강하거나 물질 데이터베이스(MSDS·독성 DB) 정비 작업을 확대하는 등 내부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VHC(고위험성 물질) 리스트 확대와 미국 PMN 심사 강화로 인해 등록·평가에 필요한 문서 준비량이 크게 늘어난 만큼 유럽·미국 규제 대응 인력과 외부 전문기관 활용이 과거보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자 : RE100, '탄소 아닌 전력 게임' 전자업종에서는 탄소 절감보다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국내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가입해 목표를 선언했다. 다만 이들 기업 국내 사업장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여전히 낮아 해외 사업장 대비 'RE100 실질 이행'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1만 GWh를 넘겼지만 전체 전력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은 30%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재생에너지 확충 속도가 전력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제약으로 꼽힌다. 대규모 PPA(전력구매계약) 체결을 추진해도 발전 프로젝트 부족, 인허가 지연, 전력망 병목 등으로 실제 조달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고객사의 기준 강화도 부담이다. 애플·구글 등 주요 IT 기업들은 협력사 ESG 평가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율 비중을 높이고 있어 RE100 로드맵 이행 속도가 경쟁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 제약에 더해 산업 자체의 전력 집약적 특성도 국내기업의 RE100 전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가 초고전력 산업이라는 특성 역시 장애물로 작용한다. 미세공정 전환으로 전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규제 대응 속도'가 새 경쟁력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전선은 더 이상 공장에 있지 않다. 규제 문서 한 장이 공장 증설 하나보다 무거워진 시대, '규제의 산업지도'를 읽는 역량이 향후 10년 한국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다음 전선은 공장이 아니라 관청이다. 보고서 한 장이 설비 하나의 가치보다 무거워진 시대.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엔 이제 '규제의 산업지도'가 펼쳐지고 있다.
2025-11-29 09: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