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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대출·공급 한꺼번에 논의…부동산 정책 분기점 온다
[경제일보]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을 앞두고 공개 토론 절차에 들어간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보유세와 거래세, 대출 규제, 공급 확대 등 부동산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정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집값 상승 지역이 다시 늘고 전세 부담도 커지는 상황에서 ‘똘똘한 한 채’ 쏠림과 다주택자 과세, 실수요자 금융지원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13일 업계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일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한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는 14일 공급, 금융위원회는 15일 금융, 재정경제부는 16일 세제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연다. 정부는 부처별 토론에서 나온 의견을 모아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한 뒤 정책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세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부동산 보유세의 적정 수준과 실거주 1주택자와 비거주·다주택자 간 차이 여부, 보유세와 거래세의 관계, 보유세수 활용 방안 등을 핵심 쟁점으로 제시했다. 세율을 일부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주택 보유와 거래에 대한 과세 원칙을 다시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종합부동산세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 거론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을 과세표준에 반영하는 비율로 이를 높이면 세율을 그대로 두더라도 종부세 부담이 커진다. 문재인 정부 당시 95%까지 올랐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60%로 낮아진 바 있다. 이를 다시 높이면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양도소득세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 혜택 축소가 쟁점으로 꼽힌다. 현재는 일정 거주 요건을 채우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장기 실거주가 아닌 절세 목적의 보유까지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있다. 등록임대사업자 혜택에 대해서는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이후에도 주택을 계속 보유하는 경우 종부세 합산 배제와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장기보유자 공제 역시 핵심 논의 대상이다. 현행 종부세는 5년 이상을 보유하면 기간에 따라 20%까지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15년 이상 보유의 경우 50%까지다. 하지만 고가 주택을 장기간 보유했더라도 실제 거주 여부나 보유 목적에 따라 혜택을 달리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어 폐지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 중과 대상을 2주택자로 넓히거나 고가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급 절벽 상황에서 세 부담 강화만으로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높이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기보다 보유를 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거래세를 낮춰 주택이 시장에 나올 통로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미 세제 개편 가능성을 의식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다주택자와 고액 자산가는 부동산 비중을 낮추고 금융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분야에서는 실수요자 지원과 가계부채 관리 사이의 균형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주택 매매 수요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보다 전월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월세 금융지원이 확대되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매매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남는다. 청년층 대출 한도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적용받지만 실제 대출 한도에 막혀 주택 구입이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일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인 상황이라 실수요자 지원과 부채 관리 사이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논의는 단기 대책보다 세제 원칙을 다시 정리하는 성격이 강하다. 실거주 1주택자와 투자 목적 보유자를 어떻게 구분할지, 세 부담을 높이면서도 거래를 막지 않을 장치를 어떻게 둘지가 향후 제도 설계의 핵심 쟁점이다. 특히 대토론회는 세금과 대출, 공급을 어떤 조합으로 설계할지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투기 수요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고가 1주택자와 은퇴자의 반발이 커질 수 있고 금융지원을 늘리면 실수요자 부담은 줄어들지만 가계부채 관리와 충돌한다. 정부가 공급과 시장 안정, 실수요 보호, 세 부담 형평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제시할지가 향후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가를 변수로 평가된다.
2026-07-13 08: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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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을 넘어 국정 협력으로, 지금은 대한민국을 재설계할 때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오찬은 전·현직 대통령의 예우를 넘어 우리 정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적 자리다. 여권 내부에서는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과 노선이 제기되고 있다. 집권 여당에서는 정책 방향과 국정 운영 방식을 둘러싼 토론이 이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을 생각하면 정치의 중심은 내부 경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야 한다. 세계는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섰다. 생성형 AI는 산업과 일자리, 교육과 행정, 국방과 금융까지 국가 시스템 전반을 바꾸고 있다. 여기에 미·중 전략 경쟁, 중동 정세의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공급망 재편, 저출생과 고령화, 지방 소멸 등 복합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정치 문법만으로는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제 대한민국은 부분적인 보수나 미세한 조정보다는 국가 운영 시스템을 시대 변화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수준의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용어가 아니라 내용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장 전략을 마련하고,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며, 산업과 교육, 행정과 규제를 미래 환경에 맞게 혁신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다. 집권 세력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선거를 치르는 정당과 국정을 운영하는 집권 세력은 역할이 다르다. 집권 이후에는 지지층의 기대를 존중하는 동시에 국민 전체의 삶을 책임지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국정 운영은 통합과 협력, 그리고 실용적 해법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민주개혁 진영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국정 경험을 가진 전직 대통령의 조언과 협력은 국가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전임 정부의 성과와 경험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연속성과 시대적 혁신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목표다. 민주당 역시 내부 경쟁을 미래 비전 경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다양한 의견은 민주주의의 힘이지만, 그것이 소모적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집권당의 책무는 정권의 성공이 아니라 국민의 성공이며, 국정의 안정이 곧 국민의 안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 시대 국가 경쟁은 더 이상 특정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와 피지컬 AI, 교육 혁신과 규제 개혁, 지역 균형발전과 인재 양성은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은 물론 사회 각계의 협력이 절실하다. 오늘의 오찬이 단순한 정치 일정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국정 운영을 위한 신뢰를 쌓고, 미래를 위한 협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과거를 둘러싼 논쟁보다 미래를 향한 공동의 비전이다. 정치는 갈등을 확대하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지혜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도약의 문 앞에 서 있다. 정치가 시대의 변화를 읽고 국민을 하나로 모을 때,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도 비로소 힘을 얻게 될 것이다.
2026-07-01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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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전력 승부수…영덕·기장에 신규 원전 들어선다
[경제일보] 정부가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을 각각 신규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부지로 확정했다. 2011년 이후 15년 만의 신규 원전 입지 선정으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원전 확충 정책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총 2.8GW 규모 대형 원전 2기 건설 부지로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노물리·매정리와 축산면 경정리 일원을 선정했다. 국내 첫 SMR 건설 부지로는 부산 기장군 기장읍 일원이 낙점됐다. 대형원전 유치에는 영덕군과 울산 울주군이 경쟁했고, SMR은 부산 기장군과 경북 경주시가 경쟁했다. 평가위원회는 부지 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 평가해 최종 후보지를 선정했다. 영덕군은 91.01점을 기록해 울주군(82.63점)을 크게 앞섰다. 특히 주민 수용성과 부지 적정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장군 역시 87.11점으로 경주시를 제치고 최종 선정됐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부지 선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영덕 부지는 과거 천지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이 중단된 곳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중단됐던 천지원전 프로젝트가 재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확대, 산업 전기화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전 건설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실제로 국내 전력 수요는 AI 산업 성장과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은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만큼 원전이 기저전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건설 부지가 확정된 SMR은 국내 원전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인 차세대 원전으로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을 중심으로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기장 SMR을 통해 한국형 SMR 실증 경험을 확보하고 향후 해외 수출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산업계 역시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원전 주기기 제작을 담당하는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해 현대건설, 삼성물산, 한전기술, 한전KPS 등 원전 밸류체인 전반에 신규 사업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한수원은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며,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건설 허가 등을 거쳐야 한다. 정부는 SMR은 2035년, 대형 원전 2기는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번 부지 선정은 원전 확대 정책의 상징적 결정인 동시에 AI 시대 전력 인프라 확보를 위한 국가적 투자"라며 "향후 인허가 과정과 주민 수용성 확보가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26-06-18 15: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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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중기부 장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20년 만에 여성 총리 탄생 주목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이재명 정부 두 번째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명했다. 네이버 대표를 지낸 기업인 출신 총리 후보로 한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통과하면 한명숙 전 총리 이후 20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 후임으로 한 장관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경기 의정부 출신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중기부 장관을 맡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책을 이끌어 왔다. 이번 인선은 정치권 안팎에서 '깜짝 발탁'으로 여겨진다. 차기 총리 후보군에는 한 후보자를 비롯해 강 실장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이 거론됐으나 이 대통령은 민간 기업 경영 경험과 부처 운영 경험을 함께 갖춘 한 후보자를 최종 낙점했다. 이 대통령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대전환을 통한 대도약'에 속도를 낼 총리 후보를 물색해 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수출 증가로 나타난 경기 개선 효과를 중소기업·소상공인·골목상권으로 넓히는 과제도 이번 인선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 실장은 한 후보자가 평범한 직장인으로 출발해 국내 대표 디지털 기업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의 실용성과 혁신성을 두루 갖췄고 AI 대전환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 높다고 평가했다. 중기부 장관으로서의 성과도 발탁 배경으로 제시됐다. 강 실장은 한 후보자가 속도와 성과, 현장을 강조하며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힘썼고 중소기업 수출 역대 최대치 달성, 창업 생태계 활성화 등 실질적 성과를 냈다고 짚었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대표에 오른 뒤 네이버 창립 이후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주목받았다. 대표 재임 기간 검색·광고 중심이던 네이버 사업 영역을 커머스와 콘텐츠, 글로벌 서비스 등으로 넓히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이재명 정부 내 네이버 출신 인사들의 약진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NHN 네이버본부 기획실장과 NHN 네이버부문장, NHN 국내담당 총괄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하정우 전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도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 출신이다. 과거에는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이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소통수석을 맡았다. 네이버는 검색포털을 기반으로 광고, 커머스, 콘텐츠, 클라우드, 핀테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온 대표 플랫폼 기업이다. 최근에는 하이퍼클로바X와 공간지능, 로보틱스 등 AI·딥테크 분야에도 주력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이 정부의 AI 전환 추진 기조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한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8일 네이버 1784 사옥을 방문해 AI 인프라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점도 주목됐다.
2026-06-07 17: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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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쫓아낸 돈 3200억, 서울 아닌 오사카로 향했다
[경제일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 취득 목적으로 송금한 금액은 2억1030만달러, 원화로 약 3191억원이다. 최근 5년 기준 연간 최고치였던 지난해 전체 송금액(5억9050만달러)의 35%에 해당하는 수치로, 현재 속도가 유지된다면 연말 기준 지난해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고강도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다주택 취득 시 적용되는 대출 규제나 중과세를 피해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이 움직인 방향 5년치 추이를 보면 해외 부동산 취득 목적 송금액은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 5억8900만달러로 고점을 형성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 임기 중인 2022년 5억4090만달러, 2023년 3억6680만달러로 줄었다. 그러다 2024년 4억1950만달러로 반등한 뒤 2025년 들어 5억9050만달러로 다시 2021년 수준까지 올라섰다. 다만 2025년 연간 수치를 이재명 정부 규제의 결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은 2025년 6월 초로, 연간 수치의 절반가량은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집계됐다. 2025년 상승은 공급 절벽 우려에 따른 시장 기대 심리가 정권 교체 이전부터 이미 형성돼 있던 영향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의 규제 강화 효과는 2026년 올해 수치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가 열어준 탈출구 해외 부동산이 국내 규제망의 사각지대가 되는 구조는 단순하다. 해외 부동산은 국내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다주택자의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전면 금지됐고, 대출 한도는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됐다. 갭투자 차단을 위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봉쇄됐다. 이후 서울 전역과 과천·광명 등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도 4년 만에 재시행됐다. 이 조치들은 국내 소재 부동산에 적용된다. 해외 부동산은 이 규제 체계의 적용 범위 밖에 있다. 국내에서 추가 주택을 취득할 때 수반되는 대출 제한과 세금 중과를 해외 부동산에서는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 투자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역외 과세의 허점 해외 부동산 취득이 세금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해외 부동산 양도차익도 국내 과세 대상이며, 이중과세 방지 협정에 따라 현지 납부 세액을 공제한 뒤 나머지를 국내에서 납부하는 방식이다. 국세청도 역외 탈세 대응을 위해 해외 신탁 신고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조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국가별 과세 체계와 환율 변동에 따른 추가 세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대출 규제와 양도세 중과가 즉각적이고 강제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는 데 비해, 해외 부동산에 대한 국내 과세 집행은 자진 신고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다. 세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행 역량의 한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국내외 규제 부담의 비대칭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본으로의 쏠림: 두 가지 동기 올해 1~4월 국가별 송금액을 보면 미국이 1억1200만달러로 가장 많고, 일본이 3600만달러로 두 번째다. 이 중 일본 투자 증가 속도가 두드러진다. 올해 1~4월 일본 송금액은 지난해 연간 합산액(7770만달러)의 46.3%에 육박했다. 현재 속도라면 일본 단일 국가 송금액만으로도 지난해를 상회할 전망이다. 일본 투자 급증의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는 자산 분산과 환 헤지 수요다.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원화 기준 매입 비용이 낮아진 데다 오사카 등 주요 도시의 경기 회복 기대감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올해 초 오사카에 1억5000만엔짜리 타워맨션을 매입한 A씨는 "원화 자산에만 집중하기보다 자산을 분산하고 싶었다"며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외국인 투자 규제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 비해 안정적인 정치 구도"를 매입 이유로 꼽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국내 규제 회피 수요다. A씨의 발언에서도 드러나듯, 해외 부동산이 국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 투자 결정의 명시적 배경으로 거론된다. 엔저는 환경 변화에 따라 끝날 수 있지만, 국내 규제 강도가 유지되는 한 이 두 번째 동기는 환율과 무관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빠져나간 자금과 국내 임대 시장 이 자금 흐름이 국내 임대차 시장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올해 들어 해외로 향한 3200억원 가운데 일부라도 국내 임대차 시장에 남아 있었다면 물량 부족이 심화되는 임대 공급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서울 임대차 시장은 전세 물량 감소와 함께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국면에 있다. 매매 수요를 억누를수록 임대차 수요가 늘어나는 한편,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강화와 양도세 중과 재시행이 임대 매물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다주택 보유자 일부가 국내 규제를 피해 해외로 투자처를 옮기면서 국내 임대 공급 기반이 추가로 이탈한다면, 수요 억제 정책의 의도와 실제 임대 시장 여건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부차적인 시장 반응을 함께 살펴야 정책 효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 유치 경쟁에 나선 해외 업계 이 같은 수요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고 있는 곳은 해외 현지 부동산 업계다. 서울글로벌부동산협회 소속 중개사들은 이달 17일부터 22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태국·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해외부동산 투어를 진행한다.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 현지 업체가 쿠알라룸푸르로 국내 공인중개사들을 초청한 지 반년 만이다. 이번에는 태국 파타야와 말레이시아 경제특구 조호바루가 일정에 추가됐다. 협회 관계자는 "자산 여력이 있는 한국인들을 유치하려는 현지 업계의 움직임이 크다"며 "서울은 물론 미국·싱가포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내 다주택자를 겨냥한 규제가 이어지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 수요가 당분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하반기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와 공급 관련 입법 처리 여부가 국내 투자 여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그 이전까지는 해외 부동산으로 향하는 자금 흐름이 현재의 속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26-06-05 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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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막고 세금 올리고 규제 묶고… 카드 다 꺼냈는데 서울 집값은 참여정부 이후 최대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 오름폭은 2000년대 이후 역대 정권 집권 첫 1년 기준으로 노무현 참여정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출을 막았다.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세금 중과를 재시행했다. 통상적인 부동산 정책 수단을 집권 첫해 안에 사실상 모두 꺼냈다. 그런데도 시장은 굴하지 않았다. 수치 자체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집값이 정책 변수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부동산 시장을 오래 지켜본 사람이라면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두 가지 사실을 함께 놓는다고 해서 정책 선택의 책임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수치에는 불편한 선례가 있다. 참여정부가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참여정부의 기시감 참여정부(2003~2008)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지금의 상황에서 묘한 데자뷔를 느낄 것이다. 당시에도 부동산 불로소득 근절이라는 강한 이념적 지향을 가진 정권이 들어섰고, 10·29 대책(2003년)과 8·31 대책(2005년) 등 굵직한 수요 억제 패키지가 잇달았다.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된 것도 그 시기였다. 그 모든 조치에도 서울 강남 아파트값은 참여정부 5년 내내 상승 곡선을 그었다. 임기 종료 시점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집권 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른 지역이 적지 않았다. 그 정치적 상처는 2007년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정치적 유산과 맥이 닿아 있는 인물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겠다는 소신은 취임 이전부터 공개적으로 밝혀온 것이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의 문법을 여러 지점에서 닮아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소신이 정책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1년치 데이터와 함께 들여다보면, 어떤 카드가 어떤 순서로 소진됐는지, 그리고 시장은 그때마다 어떻게 응답했는지가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난다. 물려받은 조건 카드를 꺼내기 전에 판세부터 따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 임기 중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부진했고, 그 여파로 2025~2026년 서울·수도권의 입주 물량 감소가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공급 절벽 우려는 정권 교체 훨씬 전부터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결정적 선행 변수가 더해졌다. 새 정부 출범 직전 강남3구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됐다. 이 결정은 수요 억제의 빗장이 일부 풀린다는 신호로 시장에 읽혔고, 집값은 정권 교체와 함께 상승 기대가 더욱 커지는 방향으로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 새 정부 입장에서는 준비 기간도, 인수위도 없는 상태에서 이 상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판은 기울어진 채로 게임이 시작됐다. 첫 번째 카드: 대출을 막다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카드를 꺼냈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이었다. 정책 기반을 다지는 데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는 새 정부 초기 일정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행보였다.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으며, 갭투자 차단을 위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봉쇄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및 관련 감독 규정을 동원한 6·27 대책은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 빈틈 없이 짜인 대출 억제 패키지였다. 시장의 응답은 달랐다. 6·27 대책 이후에도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호가는 내려오지 않았다. 이미 수억원대 현금을 보유한 고자산층의 매수를 대출 규제가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시장에서 나왔다.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는 오히려 희소성이 부각되며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첫 번째 카드는 시장에 긁힌 자국을 남겼지만, 방향을 바꾸지는 못했다. 두 번째 카드: 공급을 내걸다 대출 규제가 시장에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자 두 달여 뒤 정부는 두 번째 카드를 꺼냈다. 9·7 주택 공급 확대방안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수요 억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급을 병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읽혔고, 방향성 자체는 비판받기 어려운 전환이었다. 그러나 대책의 속살을 들여다본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공공 주도의 고밀 개발과 도심 복합사업 중심의 공급 방식이 문재인 정부 시절 이미 내놓았다가 시장의 외면을 받은 방안들과 본질적으로 달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강남·마포·용산 같은 선호 입지의 아파트다. 공공분양이나 도심 복합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주거 상품이 그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9·7 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주요 지역 호가는 내려오지 않았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대책 전후 수 주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카드 역시 시장을 움직이지 못했다. 세 번째 카드: 규제로 묶다 공급 계획이 시장에 먹히지 않자 정부는 세 번째 카드를 꺼냈다. 서울 전역과 과천·광명 등 12개 인접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일괄 묶는 전방위 규제 지정이었다. 이미 6억원으로 제한된 주담대 한도 위에 추가 상한까지 얹었다. 주택 가격이 25억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 상한을 2억원으로, 15억~25억원 구간은 4억원으로 더 낮췄다. 고가 주택을 대출에 기대어 매수하는 경로를 사실상 봉쇄하는 설계였다. 출범 후 네 달여 만에 초강도 대출 규제, 공급 계획 발표, 규제지역 전방위 지정이라는 세 가지 카드를 모두 소진한 셈이었다. 참여정부가 집권 2~3년차에 걸쳐 순차적으로 꺼냈던 카드들을 이재명 정부는 집권 첫해 안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네 번째 카드: 세금을 올리다 수요 억제 대책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는 역대 정권이 번번이 미뤄온 숙제 하나를 정면으로 끌어안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의 재시행이다. 「소득세법」 제104조에 근거한 이 조치는 윤석열 정부에서 4년 연속 1년 단위 시행령 유예라는 방식으로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법률에 명시된 세율 조항이 행정부 시행령을 통해 해마다 유예되는 이 방식은 조세 법률주의의 원칙과 긴장 관계에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부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추가 유예는 없다"고 못 박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 법 규정의 본래적 효력 회복이라는 의미도 함께 지닌다. 역대 정권이 기득권의 저항 앞에 번번이 물러섰던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 시행의 시장 효과는 단방향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도를 미루고 보유를 이어가거나 매매 대신 임대로 전환할 경우, 매매 시장의 매물 감소와 전월세 시장의 물량 축소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네 번째 카드가 불러온 부작용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완: 1·29 공급 신속화 방안 9·7 대책에 대해 "공급 청사진이 추상적이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올해 1월 후속 공급 계획을 내놨다. 1·29 도심 주택 공급 신속화 방안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과천 경마장 부지, 군부대 이전지, 태릉CC 등 구체적 사업지와 공급 시기를 명시해 전작의 추상성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 공급 계획으로서의 구체성은 높아졌다. 그러나 실행 경로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사업지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와 주민 동의를 전제로 한다. 태릉CC는 과거 여러 정부에서 개발 구상이 제기됐다가 주민 반발과 환경 논란으로 번번이 제동이 걸렸던 전례가 있다.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사전 교감 없이 청사진부터 공개하는 방식이 9·7 대책에 이어 1·29 대책에서도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의 속도와 설득의 절차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하느냐는 결국 실행 결과로 판가름 날 것이다. 임대차 시장에 켜진 경고등 네 장의 카드가 순서대로 소진되는 동안, 압력은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매매 수요를 억누를수록 임대차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이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강화로 임대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압력까지 겹쳤다. 양도세 중과 재시행으로 매물을 거둬들인 다주택자들이 임대를 통해 수익을 유지하려 할 경우에도 시장에는 반대 효과가 작용한다. 최근 서울 강남권과 마포·용산 일대에서 전세 물량이 줄고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 대부분에게 전·월세 부담은 매매 가격보다 훨씬 즉각적이고 절박한 생계 문제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가 체감되려면 상당한 자산이 있어야 하지만, 전세금이 수천만원 오르거나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중산층 세입자에게 당장의 위기로 작용한다. 정책이 막아선 매매 시장의 압력이 임대차 시장으로 고스란히 흘러드는 형국이다. 그리고 이 흐름의 이면에는 정책 결정 방식 자체의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비판 부동산 정책의 내용 못지않게 결정 방식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전문가 집단 사이에 적지 않다. 정책의 방향이 대통령 수준에서 사실상 확정된 뒤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양도세 중과 재시행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보완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보면 전문가 집단의 검토나 이해당사자 협의가 사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의사결정 방식이 누적되면 결국 시장은 정책보다 빨리 움직인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부동산 정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충분한 협의를 거치다 보면 결국 기득권의 저항에 밀려 무력화되는 일이 역대 정부에서 반복됐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종합부동산세가 초기 설계와 달리 헌법재판소 결정과 정치적 타협 과정을 거치며 점차 약화된 사례는 이 논거를 뒷받침한다.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결국 후퇴한다는 학습 효과가 현 정부 내에 축적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이 더 맞는 진단인지는 앞으로 나올 정책의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남은 변수들 네 장의 카드를 소진한 이재명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시장을 움직일 수단은 사실상 세제 개편과 공급 입법으로 좁아졌다. 올 하반기 나올 세제 개편안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어떤 방향으로 손보느냐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달라질 것이다. 세율 인상이나 과세 기준 강화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경우 투기 억제 신호로 읽히겠지만, 동시에 매물 잠김과 임대차 시장 압박이 심화되는 부작용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속도를 높일 경우 가계 부채 부담 증가와 함께 매수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은 전세 대출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을 지닌다. 1·29 대책에 포함된 공급 사업들이 현실화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비롯한 관련 입법 과제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의 정치 지형이 협력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공급 계획의 실현 속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참여정부는 가용한 카드를 모두 꺼냈지만 끝내 서울 집값을 잡지 못했고, 그 대가를 임기 말 민심으로 치렀다. 이재명 정부는 그 카드들을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강하게 썼다. 참여정부와 같은 결말을 맞을 것인지, 아니면 세제와 입법이라는 마지막 수단으로 다른 결말을 써낼 것인지 그 답을 쓸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2026-06-05 15: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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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심판한 민심의 엄중한 명령, 여당은 자만 버리고 민생·통합에 올인하라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결과는 준엄했고 거침이 없었다. 민심은 불법 비상계엄의 상흔과 퇴행적 정쟁에 매몰되어 있던 제1야당 국민의 힘을 향해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고, 출범 1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에는 국정 동력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선택을 했다.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인천, 대전, 충청, 강원 등 지난 선거에서 잃었던 격전지를 대거 탈환했을 뿐 아니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와 부·울·경 등 영남권에서도 경이로운 선전을 펼치며 사실상 전국을 아우르는 압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집권여당은 입법과 행정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무한 책임의 정치 무대에 서게 되었다. 이번 선거는 본질적으로 제1야당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유권자들의 철저한 심판이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내란 사태라는 헌정사적 비극을 겪고도 성찰하기는커녕, ‘윤 어게인’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다수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정권 심판론만을 무한 반복했다. 심지어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합리적 목소리를 내치고 극우 성향의 강성 세력에 휘둘리는 자멸적 분열을 자초했다. 유권자들이 이번 투표를 통해 보수 진영의 파괴적 혁신과 인적 쇄신을 명령한 이유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최근 코스피 최고치 경신과 수출 호조 등 경제 회복의 청신호와 실용주의 노선을 바탕으로 60%대의 견조한 국정 지지율을 증명해 내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당의 압승이 곧 현재 삶에 대한 국민의 완전한 만족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승리의 기쁨에 도취하기보다 그 결과가 지닌 무게감을 무섭게 인식해야 한다. 우리 정치사에서 지방선거와 총선의 압승 뒤 오만에 빠져 독주하다가 순식간에 정권을 내주거나 참패했던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전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권력이 한곳으로 과도하게 집중될 때 견제 장치가 사라진 집권 세력이 스스로 제어력을 잃고 독선에 빠지는 순간, 민심의 역풍은 언제든 다시 불어닥칠 수 있다. 내란 청산이나 과거 지우기 같은 이념적 과제에만 과도하게 매몰된다면 피로감을 느낀 중도층과 지지층마저 제일 먼저 등을 돌릴 것이다. 이제 이재명 정부와 여당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어내는 ‘국민 통합’과 고달픈 삶을 현장에서 보듬는 ‘경제 살리기’다. 지표상으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 냉골은 여전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산가와 저소득층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른바 ‘K자형 양극화’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시한폭탄과 같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삼중고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는 자영업자와 취약 계층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다면 어떤 화려한 거시경제 지표도 허명에 불과하다. 다행히 2028년 총선까지 앞으로 2년간은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다. 나라 전체를 소모적인 정치적 블랙홀로 밀어 넣을 표 계산과 정쟁의 유인이 사라진, 그야말로 국정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금쪽같은 기회다. 이재명 정부의 첫해 가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준비 기간이었다면, 집권 2년 차부터는 손에 잡히는 정책적 성과로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본격적인 실행의 시간이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일방적인 법안 처리라는 독선적 행태를 지양하고, 법치와 협치의 정신을 바탕으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포용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국민이 실어준 압도적인 힘을 오직 민생을 따뜻하게 보듬고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만 쏟아붓기를 기대한다. 성과 없는 독주는 준엄한 심판을 부른다는 것이 이번 선거가 남긴 가장 엄중한 교훈이다.
2026-06-04 0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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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전현직 대통령들의 광폭 행보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향하면서 선거판의 주어가 바뀌고 있다. 시장·도지사, 구청장·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인데 정작 뉴스의 앞자리는 지역 후보가 아니라 전현직 대통령들이 차지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충청권 등에서 국민의힘 후보 지원 행보를 이어갔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민의힘 후보 지원 대열에 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며 간접 지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부산 방문과 지역 현안 발언을 두고 야권으로부터 선거 개입성 행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도 시민이다.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 현직 대통령도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 지역 행사에 참석하고 민생 현장을 찾는 일 자체를 선거 개입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과 정치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말은 다르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역의 삶을 결정하는 선거다. 버스 노선, 재건축, 산업단지, 돌봄, 하수관, 학교 급식, 지역 병원, 청년 일자리 같은 문제가 중심에 서야 한다. 그런데 선거 막판의 장면은 다시 ‘누가 어느 전직 대통령의 손을 잡았는가’, ‘현직 대통령에게 힘을 실을 것인가, 견제할 것인가’로 흘러가고 있다. 지방선거가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처럼 변질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후보 검증이다. 어느 후보가 지역 재정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공약에 필요한 전력·용수·부지·예산 계획이 있는지, 지난 임기 동안 무엇을 했고 무엇을 못했는지 따지는 질문은 뒤로 밀린다. 대신 전직 대통령의 등장, 지지층 결집, 진영 간 감정전이 선거판을 덮는다. 유권자는 지역의 미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치의 대리전을 치르는 관객으로 밀려난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는 특히 신중했어야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가 최고권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각각 사법적 판단과 정치적 심판의 무게를 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5월 31일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고, 당 안팎에서 중도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보수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방선거의 품격을 높이는 일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유세차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조국 후보 관련 게시물에 반복적으로 반응한 행위는 정치적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통령이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관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도마위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의 손짓 하나, 클릭 하나는 일반 시민의 그것과 무게가 다르다. 지지자들에게는 메시지가 되고 반대편에는 도발로 받아들여진다. 전직 대통령이 침묵할 자유도 있지만, 말하지 않음으로써 남기는 정치적 공간도 있다. 그 무게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현직 대통령의 행보는 더 엄격한 기준 위에 놓인다. 대통령은 특정 정파의 지도자가 되기 전에 국가 전체의 대표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에서 바다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부산을 대한민국 해양 수도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행보를 두고 야권과 일부 언론은 선거를 앞둔 지역 방문의 정치성을 문제 삼았다. 물론 대통령은 지역 정책을 말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는 대통령의 책무다. 그러나 선거 직전, 격전지에서, 후보들의 공약과 맞물리는 메시지가 나올 때는 국정과 선거운동의 경계가 흐려진다. 대통령의 발언은 곧 행정력과 예산의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원래 생활정치의 무대다. 중앙 권력의 찬반투표가 아니라 주민 삶의 관리자를 뽑는 선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일정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은 5월 21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된다. 이 기간 유권자는 후보자 토론, 공약, 지역 현안 대응 능력을 살펴야 한다. 그런데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지역 공약보다 전직 대통령의 이동 경로가 더 큰 뉴스가 되고 있다. 이것은 지방자치의 후퇴다. 동양 고전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정치가 공동체의 의로움보다 진영의 이익에 밝아질 때 선거는 시민의 판단을 돕는 절차가 아니라 감정을 동원하는 기술로 전락한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광폭 행보는 각 진영에는 유리한 계산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관점에서는 위험한 유혹이다. 대통령의 이름은 지역 후보의 부족한 정책을 가리는 장막이 되어선 안 된다. 지금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전직 대통령의 향수가 아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찬반 감정만도 아니다. 우리 동네의 낡은 도로를 누가 고칠 것인지, 산업 전환기에 지역 일자리를 누가 지킬 것인지, 청년이 떠나는 도시를 어떻게 붙잡을 것인지, 복지 지출을 감당할 재정 구조를 누가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지방선거의 주인공은 대통령이 아니라 주민이어야 한다. 선거판의 중심은 청와대나 전직 대통령 사저가 아니라 골목, 시장, 학교, 공장, 병원, 버스정류장이어야 한다. 정당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는 정치는 손쉽다. 그러나 손쉬운 정치는 대개 시민에게 비싼 대가를 남긴다. 후보 경쟁력이 부족하면 전직 대통령을 부르고, 공약 검증이 부담스러우면 정권 심판론이나 정권 지원론을 앞세우는 방식은 지방정치를 황폐하게 만든다. 지역 후보가 대통령의 대리인이 되는 순간,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하청으로 전락한다. 이번 선거에서 전현직 대통령들이 남긴 장면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병을 다시 보여준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보다 제도를, 지역보다 중앙을, 정책보다 진영을 앞세운다. 대통령의 그림자가 너무 길면 지방정치는 그늘에 갇힌다. 유권자가 보아야 할 것은 전직 대통령의 손짓이 아니라 후보의 손에 들린 예산표와 실행계획이다. 선거는 과거의 지도자를 소환하는 의식이 아니다. 앞으로 4년의 생활을 맡길 사람을 고르는 절차다. 전현직 대통령들은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 정당은 후보를 앞세워야 한다. 후보는 대통령의 이름 뒤에 숨지 말고 자기 지역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유권자는 진영의 북소리보다 생활의 질문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지방선거를 지방선거답게 만드는 길이다.
2026-06-01 16: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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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까지 나선 6·3 지선…"통합 상징이 정파 선거에 소비" 비판 확산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막판 전직 대통령들이 잇따라 선거전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후보 지원 행보에 나섰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잇따라 ‘좋아요’를 누르며 간접 지원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권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의 선거 개입성 행보를 두고 “핵심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국민 통합의 상징이어야 할 전직 대통령이 다시 정파 정치의 전면에 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선거가 지역 일꾼과 정책을 검증하는 장이 아니라 과거 권력의 영향력 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근혜·이명박, 보수 결집 지원 행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대구 칠성시장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유세 현장을 찾았다. 이어 25일에는 충북 옥천의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한 뒤 대전으로 이동해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았고, 충남 공주 산성시장에서는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와 시민들을 만났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경남 진주, 울산, 부산, 강원 원주·횡성 등에서도 국민의힘 후보 지원 일정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이후 제한적 활동만 해오던 박 전 대통령이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 단위 선거 지원에 나선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등판이 보수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행보가 중도층 확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전직 대통령이 선거 막판 전면에 나서는 장면은 보수 지지층 일부에는 결집 효과를 줄 수 있지만, 탄핵의 기억을 가진 중도층과 무당층에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선거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 중구 청계천을 함께 걸으며 공개 지원에 나섰다. 현장에서는 “청계천을 내가 만들었지만, 청계천을 아름답게 만든 사람이 여기 있다”며 오 후보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후보 측은 이를 서울시정 경험과 도시행정 성과를 부각하는 행보로 해석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가 주거, 교통, 복지, 도시경쟁력 등 현재의 정책 경쟁으로 치러져야 하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의 성과와 후광이 선거 쟁점을 대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조국 후보 SNS ‘좋아요’…민주당 내서도 미묘한 파장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의 SNS 게시물에 최근 30여 건의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게시물에는 선거사무소 개소식 공지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평택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의 게시물에는 같은 방식의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조국혁신당 후보를 사실상 지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특정한 지지를 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지만, 정치적 해석은 이어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SNS 반응은 일반 정치인의 온라인 활동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공개 유세는 아니더라도 지지층에는 분명한 정치적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평택을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경쟁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문 전 대통령의 행보는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 후보가 있는 지역에서 전직 민주당 대통령이 다른 야권 후보에게 우호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면 야권 내부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는 ‘개인’ 아닌 ‘직위 상징성’에 대한 예우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퇴임 이후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고, 특정 후보나 정당에 호감을 표시할 자유도 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기준은 일반 정치인과 다르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대통령은 재임 중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 퇴임 뒤에도 경호와 예우를 받는 것은 개인적 특권이라기보다 대통령직의 상징성과 국가적 연속성을 존중하기 위한 장치다. 따라서 전직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선거운동에 적극 가담한다면 그 상징성이 정파적 자산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은 어느 정당 출신이든 퇴임 후에는 국민 전체를 향한 메시지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거 막판 특정 후보 옆에 서는 순간 전직 대통령의 발언은 통합의 언어가 아니라 동원의 언어로 바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논란은 여야 모두가 후보의 자질과 정책보다 전직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선거 막판에는 지지층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중요하지만, 과거 대통령의 이름값과 팬덤에 기대는 방식은 지방선거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지방선거 본질은 후보 검증과 정책 경쟁 지방선거는 지역의 4년을 책임질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유권자가 따져야 할 핵심은 전직 대통령의 선택이 아니라 후보자의 자질, 정책의 실현 가능성,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다. 교통망 확충, 주택 공급, 지역산업 전환, 지방재정 건전성, 교육과 돌봄, 인구 감소 대응 같은 문제는 전직 대통령의 이름값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후보가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갈등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선거의 중심에 서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선거 지원을 두고 “불법은 아니지만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법상 명백한 위반이 아니더라도, 전직 대통령의 공적 지위와 상징성을 고려할 때 정치적 절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 소멸 △수도권 과밀 △산업 구조 전환 △주거 불안 △복지 재정 부담 등 복합 과제를 안고 치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의 선거전 등판은 일시적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지역의 미래를 설명하는 답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을 선거판으로 불러내는 것은 후보 경쟁력과 정책 경쟁이 충분하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다”며 “전직 대통령들도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남을 것인지, 특정 정파의 선거 자산으로 소비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권자 역시 전직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니라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기준으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6-05-29 12: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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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탈환' vs 박완수 '수성'…전현직 도지사 초박빙
[경제일보] 6·3 경남도지사 선거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의 정면승부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전직 도지사와 현직 도지사의 재대결 성격을 띤다. 김 후보는 ‘경남 재도약’과 부울경 메가시티, 청년 일자리, 동부경남 확장을 앞세워 보수 강세 지역 경남의 지형 변화를 노리고 있다. 박 후보는 현직 도정의 안정성과 조선·원전·방산 등 주력 산업 회복론을 내세워 수성전에 나섰다. 최근 여론조사는 두 후보가 1%포인트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경남은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떠올랐다. 최근 여론 흐름, 김경수·박완수 오차범위내 '초접전' 가장 최근 공개된 조사에서는 사실상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초박빙 양상이 확인됐다. 경남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5월 18~19일 경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김경수 후보는 43.5%, 박완수 후보는 43.2%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0.3%포인트에 불과하다. 조사는 무선 가상번호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7.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였다. 정당 지지도도 국민의힘 39.7%, 더불어민주당 38.9%로 0.8%포인트 차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슷한 시기 다른 조사에서도 접전 흐름은 이어졌다.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5월 18~19일 경남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 ARS 조사에서는 김 후보 44.8%, 박 후보 43.5%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6.7%였다. 이 조사에서도 두 후보 격차는 1.3%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었다. 연령별로는 40·50대에서 김 후보가 강세였고, 20대와 70세 이상에서는 박 후보가 앞서는 흐름이 나타났다. 지역별로 가리는 민심도 이번 선거전의 주목거리다. 경남언론협회가 경남통계리서치에 의뢰해 5월 8~10일 경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도지사 후보 지지도는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 42.0%,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 40.3%로 집계됐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7%포인트로, 전체 표본오차인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안에 있다. 조사는 통신 3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 80%와 유선 RDD 20%를 활용한 자동응답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6%였다. 이 조사에서 권역별로는 김해·양산 권역에서 김 후보 47.8%, 박 후보 36.8%로 김 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창원에서는 박 후보 42.7%, 김 후보 38.4%였고, 밀양·창녕·함안·의령 권역에서는 박 후보 46.3%, 김 후보 33.5%, 진주·산청·거창·함양·합천 권역에서는 박 후보 48.6%, 김 후보 31.0%로 조사됐다. 거제·통영·하동·사천·남해·고성 권역에서는 김 후보 42.9%, 박 후보 41.3%로 두 후보가 근접한 수치를 보였다. 따라서 김 후보 입장에서는 김해·양산 등 동부경남의 우호적 흐름을 창원권과 남부해안권으로 넓히는 것이 과제다. 박 후보는 창원과 서부·중부내륙권에서 확인된 상대적 우위를 실제 투표율로 연결해야 한다. 결국 경남 민심은 특정 후보의 일방 우세라기보다 정당 구도와 인물 경쟁력, 지역별 산업 이해가 동시에 작동하는 접전 국면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여론조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경수, 동부경남·청년·메가시티로 ‘탈환론’ 강화 김 후보의 유세 전략은 ‘경남 탈환론’을 경제와 생활의 언어로 바꾸는 데 맞춰져 있다. 민주당 후보에게 경남은 늘 쉽지 않은 지역이다. 그러나 김 후보는 전직 도지사 경험과 문재인 정부 시절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을 앞세워 ‘경남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릴 후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 정책적으로는 청년과 도시 재편이 전면에 놓였다. 김 후보는 2030년까지 청년 일자리 6만 개 확보, 최대 3000만원 목돈 마련 지원 등 7대 청년 공약을 발표했다. 또 마산 롯데백화점 부지에 공공기관과 창업 거점을 조성하고, 마산해양신도시에 기업 100개를 유치하겠다는 ‘마산 대전환’ 공약도 내놨다. 김 후보는 경남의 인구 유출과 청년 이탈을 단순 복지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도시 경쟁력의 문제로 묶어내려 한다. 공세축은 현직 도정 평가다. 첫 TV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경남 경제성장률과 건설 경기 부진, 광역 통합 기회 상실 문제를 제기했다. 김 후보는 박 후보 도정 아래 경남 경제가 체감 회복을 이루지 못했다고 공격했고, 부울경 메가시티와 행정통합 문제에서도 현 도정이 중앙정부 지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압박했다. 결국 김 후보의 전략은 ‘전직 도정 경험’과 ‘새 성장판’을 결합하는 것이다. 민주당 바람만으로는 부족한 경남에서, 그는 지역 경제의 정체를 현직 책임론으로 연결하려 한다. 박완수, 현직 안정론·산업 경쟁력으로 보수 결집 박 후보의 유세 전략은 ‘현직 안정론’과 ‘산업 수성론’이다. 경남은 조선, 원전, 방산, 항공, 기계 산업이 지역 경제의 중심축이다. 박 후보는 이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현직 도정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후보의 추격이 거세질수록 그는 ‘검증된 행정’과 ‘경남 산업을 아는 도지사’ 이미지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박 후보가 창원과 거제의 원전·조선업체를 잇따라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 후보는 주요 산업 현장을 찾아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민생 공약도 병행한다. 박 후보는 소상공인 안심보험 도입, 임차보증금 지원, 영세 자영업자 배달비와 출산휴가비 지원 등 맞춤형 지원 대책을 제시했다. 조선·원전·방산 같은 대형 산업만으로는 내수 침체와 자영업 불안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다. 박 후보는 산업 현장과 골목상권을 동시에 훑으며 보수층 결집과 중도층 방어를 노리고 있다. 박 후보의 반격 지점은 김 후보의 과거 도정 평가와 부울경 메가시티의 실효성이다. TV토론에서 박 후보는 김 후보 재임 시절 경제성장률과 개인소득 지표를 거론했고, 김 후보의 메가시티 구상에 대해 실체가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 이는 김 후보의 전직 도지사 경험을 강점이 아니라 검증 대상으로 되돌리려는 전략이다. 박 후보에게 막판 승부수는 명확하다. 서부내륙과 고령층 기반을 단단히 지키고, 창원·거제·진주 산업벨트에서 현직 프리미엄을 투표율로 전환하는 일이다. 막판 승부처는 창원·동부경남·서부내륙·부동층 경남도지사 선거의 첫 번째 승부처는 창원이다. 창원은 경남 최대 도시이자 기계·방산·제조업 중심지다. 김 후보가 동부경남의 우위를 창원으로 넓히면 경남 전체 판세를 뒤흔들 수 있다. 반대로 박 후보가 창원 산업벨트와 기존 보수층을 결집시키면 수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동부경남과 서부내륙도 승부처다. 김해·양산은 김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반면 진주·산청·거창·함양·합천 등 중서부 내륙권에서는 박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흐름이다. 결국 김 후보는 동부경남에서 격차를 벌리고, 박 후보는 서부내륙에서 표차를 키워야 한다. 어느 쪽이 자신의 강세 지역 투표율을 더 끌어올리느냐가 막판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산업과 청년문제도 쟁점으로 꼽힌다. 김 후보는 청년 일자리와 창업 거점, 메가시티를 묶어 미래 성장론을 말한다. 박 후보는 조선·원전·방산·기계 산업 현장을 돌며 현재의 일자리를 지키는 안정론을 말한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경남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성과”라며 “청년이 떠나지 않는 경남, 협력업체가 버티는 경남, 창원과 거제가 다시 돈을 버는 경남을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변수는 부동층과 투표율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최근 경남일보 조사에서 ‘없음’과 ‘잘 모름’의 유보층은 합산 10%대였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며 “또 CBS-KSOI 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88.3%로 높게 나타났지만, 실제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의 연령·지역 분포가 어느 쪽에 유리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6-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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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노무현 서거 17주기 추도식 참석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취임 후 대통령 자격으로 처음 봉하마을 추도식에 참석한 것으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인 국민 주권과 균형, 포용의 가치를 계승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청와대는 이날 이 대통령 내외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고인의 업적과 생전의 뜻을 기리고 유족을 위로한다고 밝혔다. 올해 추도식은 ‘내 삶의 민주주의, 광장에서 마을로’를 주제로 열렸다. 노무현재단은 이 주제에 대해 “민주주의는 광장의 함성으로 깨어나지만 우리 삶의 터전인 마을에서 비로소 꽃을 피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추도식은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특설무대에서 진행됐다.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과 문재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이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석하고, 정당 대표와 참여정부 인사, 노무현재단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추도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사랑한 국민과 나라를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정과 균형, 포용, 인간 존중이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고인의 꿈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할 것으로 전했다. 추도식은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인사말로 시작해 이 대통령 추도사, 주제 영상 시청, 한명숙 전 국무총리 추도사, 추모 공연, 유족 인사말 순으로 진행됐다. 이후 참석자들은 묘역으로 이동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번 추도식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이자 탄생 80주년을 맞은 해에 열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노무현재단은 올해 5월 추모 행사를 ‘내 삶의 민주주의, 광장에서 마을로’라는 슬로건 아래 이어가고 있으며, 봉하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에서는 노 전 대통령 탄생 80주년 특별전도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도 이날 노 전 대통령을 한목소리로 추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강조하며 노무현 정신 계승을 다짐했고, 국민의힘은 통합과 상생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등도 각각 연대와 통합, 국민 삶의 변화를 노무현 정신의 현재적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은 현 정부가 노무현 정신을 국정 철학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상징적 행보로 해석된다.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참여민주주의, 지역주의 극복, 균형발전, 권력기관 개혁은 여전히 한국 정치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올해 추도식 주제가 ‘광장에서 마을로’인 만큼,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 시민의 일상과 지역 공동체 안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핵심 메시지로 부각됐다. 이 대통령이 추도사에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내놓은 것도 노무현 정신을 추모의 언어에 머물게 하지 않고 국정 운영의 실천 과제로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2026-05-23 14: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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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노무현 서거 17주기 추모…"노무현 정신 계승" 한목소리
[경제일보] 여야 정치권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를 맞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한목소리로 추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주권과 개혁, 균형발전을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통합과 상생, 민생 협치의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은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과 생태문화공원 특설무대에서 엄수된다. 올해 추도식 슬로건은 ‘내 삶의 민주주의, 광장에서 마을로’다. 노무현재단은 민주주의가 광장의 함성에서 깨어나지만 삶의 터전인 마을에서 비로소 꽃을 피운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과 문재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정당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다. 정부에서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광역지자체에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박일웅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참석한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노무현 정신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며 “늘 그리운 이름,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며 추모한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우리가 노 전 대통령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유는 대한민국과 국민 앞에 남긴 유산과 정신이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라며 “노무현 정신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말했던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권력을 행사하고 참여하며 함께 책임지는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방향도 노무현 정신의 계승선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사람 사는 세상, 소신 있는 개혁, 국토 균형 성장, 지역과 정파를 초월한 합리적 통합 등 모든 국정 방향이 노무현 정신의 완성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추모 메시지를 냈다. 박성훈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논평에서 “세상을 떠나신 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국민은 고인이 한국 정치에 남긴 깊은 족적을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공보단장은 “정파를 초월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었던 고인의 통합과 상생의 정신은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 무거운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진정으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길은 고인이 그토록 염원했던 민생을 위한 협치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노 대통령의 말이 요즘 제 화두”라며 “민주진보 진영의 연대와 통합을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도 논평을 통해 “국민이 노 전 대통령을 지금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유는 자신의 정견을 넘어 국민과 국익을 그 무엇보다 우선했던 결단과 소신 때문일 것”이라며 “‘사람 사는 세상’은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기본소득이라는 제도적 설계로 완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봉하마을에는 추도식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추모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22일부터 봉하마을 일대가 노란색 추모 물결로 채워졌고, 추모객들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고 전했다. 정치권이 이날 한목소리로 노무현 정신을 언급했지만, 각 당이 강조한 지점은 달랐다. 민주당은 국민 주권과 개혁,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었고 국민의힘은 통합과 상생, 민생 협치를 앞세웠다.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은 각각 민주진보 진영의 연대와 복지국가적 제도 설계를 노무현 정신의 현재적 과제로 제시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추모 메시지는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참여민주주의와 지역주의 극복, 균형발전의 과제가 여전히 현재 정치의 핵심 의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추모의 언어를 넘어 실제 정치 현장에서 협치와 통합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노무현 정신 계승의 진정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2026-05-23 14:0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