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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혁파의 '용두사미', 이번에는 끊어내야 한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규제합리화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며 첨단산업 분야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시스템을 전면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메가특구’ 구상은 로봇, 재생에너지, 바이오, AI 자율주행차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재정·금융·세제·인재를 아우르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분산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합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균형성장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규제의 틀을 바꾸겠다는 방향성은 타당하며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기대보다 더 큰 것은 불신이다. 우리 헌정사에서 규제 개혁을 외치지 않은 정권은 없었다. 정권 초마다 ‘전봇대 뽑기’, ‘손톱 밑 가시 제거’ 같은 구호가 등장했지만 결과는 번번이 용두사미였다. 초기의 의지는 부처 간 칸막이 행정과 기득권 저항, 관료 조직의 보신주의에 가로막혀 흐지부지됐다. 그 결과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규제는 오히려 더 촘촘해졌고 기업의 활동 공간은 좁아졌다. 이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면 한국 경제에 남은 기회는 많지 않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아태 지역본부 선호도에서 한국은 11.8%에 그쳐 싱가포르 58.8%와 큰 격차를 보였다. 응답 기업의 상당수가 한국 규제를 ‘제약적’으로 평가한 점은 우리 규제 환경이 글로벌 기준과 괴리돼 있음을 보여준다. 자본과 기업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이동한다. 규제 부담이 높은 시장에서 성장과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정책과 입법 간의 괴리다. 정부는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기업 경영 환경을 제약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 자사주 의무 소각, 근로자추정제 등은 산업계의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사안들이다. 반면 주52시간제 탄력 운용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보완과 같은 현장의 요구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방식의 규제를 더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규제 개혁의 성패는 구호와 선언이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에 달려 있다. 기업이 실제로 “환경이 달라졌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어떤 정책도 의미를 갖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부처 간 칸막이를 해소하고 이해관계의 저항을 돌파할 실행력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컨트롤타워를 맡아 추진력을 확보하고 정치권 역시 정략적 입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에도 개혁이 흐지부지된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경제에 돌아올 것이다. 규제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규제의 족쇄를 끊어내고 기업의 혁신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
2026-04-16 08: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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