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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고른 봄, 여의도에 몰린 세계의 발걸음
[경제일보] 한강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던 6일 오후,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 현장. 벚꽃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걷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화면을 확인하고 고개를 들고, 다시 멈춰 사진을 찍는다. 그 반복된 동선 속에서 한 문장이 여러 번 들렸다. “AI가 우리를 여기로 이끌었어요” 독일에서 온 로빈과 미쉘 커플도 그 흐름 위에 있었다. AI가 제시한 경로를 따라 여의도를 찾았다. 루프트한자 승무원인 로빈은 “한국에 이틀 동안 머무르게 됐는데 어디를 가야 하는지 몰라서 제미나이에게 ‘20대 외국인 커플이 지금 한국에서 가면 좋을 곳 추천해줘’라고 물었더니 여기를 추천해줬다”며 “이틀이라는 짧은 일정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쉘은 “푸드코트가 입구에서 멀어 이동이 불편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이날 여의서로 일대는 차량이 완전히 통제된 채 사람에게 내어준 공간이 됐다. 국회 3문과 4문 사이 벚꽃길에는 푸드트럭과 카페가 이어졌고 공연 무대에서는 대중음악과 국악이 번갈아 울렸다. 오후에는 KBS국악관현악단이 무대에 올라 약 1시간 동안 연주를 이어갔다. 봄의 풍경은 예년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 안을 채운 움직임은 달라져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동선은 유사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며 이동하고 포토존 앞에서 멈춰 섰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화려한 염색과 코스튬 차림으로 사진을 남겼고 중국에서 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벚꽃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필리핀에서 온 제프와 존은 “벚꽃길이 아름답고 포토존이 많아 만족스럽다”며 “아이스크림과 츄러스, 어묵 등 한국식 간식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필리핀에서는 이런 꽃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많지 않다”며 “아쉬운 점은 없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입구 인근 포토부스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반려견과 함께 사진을 찍는 ‘인생네컷’ 부스와 캐릭터 조형물이 설치된 공간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기업과 협업한 체험 공간도 곳곳에 자리했다. 꽃을 보는 축제는 사진을 남기고 경험을 소비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푸드트럭 중에서는 ‘꽃할매네 푸드트럭’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소떡소떡과 어묵, 알감자가 팔렸다. 관계자는 “첫날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 주말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어묵 92컵과 소떡소떡 60개가 판매됐다. 평일에도 매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 관람객의 움직임은 또 달랐다. 친구와 함께 축제를 찾은 이서연 씨와 박혜진 씨는 “재작년에 부모님과 방문했는데 좋아서 다시 찾았다”며 “음식보다는 사진 촬영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많아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이 추천을 따라 움직인다면, 내국인은 기억을 따라 다시 찾는 모습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아쉬움도 전했다. 한 커플은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했지만 비가 오고 꽃이 많이 떨어져 기대보다 아쉬웠다”고 말했다. 전날 내린 비의 영향이 현장 곳곳에서 드러났다. 현장에는 안전요원과 자원봉사자, 경찰이 촘촘히 배치됐다. 운영 스태프는 “단체 대화방을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파 속에서도 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번 축제에는 총 8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다만 현장에서 눈에 띈 변화는 따로 있었다. 어디를 갈지 묻는 질문에 이제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답한다는 사실이다. 벚꽃은 매년 같은 자리에 핀다. 달라진 것은 그 꽃을 찾아오는 방식이다. 목적지는 알고리즘이 정하고 사람은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장면을 남긴다. 여의도의 봄은 그렇게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2026-04-07 10:13:18
"기내 충전 금지" 韓 11개 항공사 전면 도입…LCC 승객 불편은 어쩌나
[이코노믹데일리] 앞으로 비행기를 탈 때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전자기기를 미리 100% 충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모든 항공사가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우리 정부의 제안으로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전 세계 항공사에 '보조배터리 기내 사용 금지' 규정이 공통 적용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기내 보조배터리 반입 수량을 줄이고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신설 규정을 세계 최초로 제안했다. 현재 회원국들의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 중이며 반대 의견이 없다면 3월 중 ICAO 내부 검토 기구 논의를 거쳐 국제 표준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 잇단 화재에 선제 대응…국내 11개 항공사 '선(先) 도입' 국토부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국내외에서 빈발하는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사고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월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보조배터리에 불이 나 기체가 전소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올해 1월에도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발화 및 연기 발생 사고가 잇따랐다. 정부의 글로벌 표준 제안에 앞서 국내 항공사들은 이미 자발적인 규제 강화에 나섰다. 티웨이항공이 오는 23일부터 기내 보조배터리 충전 및 전자기기 연결을 전면 금지한다고 공지하면서 여객편을 운항하는 국내 11개 항공사 모두가 '사용 금지' 대열에 합류했다. 보조배터리의 기내 반입 자체는 여전히 가능하지만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합선을 막기 위해 단자에 절연 테이프를 붙이거나 개별 파우치에 넣어 보관해야 하며 만약의 화재 시 즉각 인지할 수 있도록 머리 위 선반(오버헤드 빈)이 아닌 좌석 앞주머니 등 눈에 띄는 곳에 두어야 한다. ◆ 'LCC 충전 대란' 오나…대체 인프라는 부족 글로벌 항공업계도 규제 강화 추세다. 아랍에미리트(UAE) 에미레이트항공과 독일 루프트한자가 이미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금지했고 일본은 4월부터 자국 출발 항공편에 동일한 조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한국의 제안이 ICAO 규정에 반영되면 이는 개별 국가나 항공사의 지침을 넘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글로벌 표준이 된다. 문제는 승객들의 불편이다.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를 쓸 수 없게 되면 좌석에 설치된 전원 포트(USB 등)를 이용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는 대부분의 여객기에 유선 충전 설비가 갖춰져 있지만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기종에 따라 충전 포트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LCC 승객들은 비행 중 스마트폰 배터리 방전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상공에서 발생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진압이 매우 어려워 자칫 대형 참사로 직결될 수 있다"며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인 만큼 승객들의 양해가 필요하며 항공사들도 중장기적으로 전 좌석 충전 포트 확충 등 기내 인프라 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국토부는 ICAO 규정 신설이 확정되는 대로 이를 국내 고시에 반영해 명문화할 계획이다. '안전'과 '편의'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는 항공업계가 승객 불편을 최소화할 해법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된다.
2026-02-21 12: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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