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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1나노 벽' 넘었다…반도체 경쟁 옹스트롬 시대로
[경제일보] IBM이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로 여겨져 온 1나노미터 벽을 넘어서는 기술을 공개했다. 0.7나노, 즉 7옹스트롬급 칩 기술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공정 경쟁이 나노미터를 넘어 옹스트롬 단위로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BM은 25일 세계 최초의 서브 1나노 칩 기술인 0.7나노 공정 ‘나노스택’ 아키텍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나노스택은 기존처럼 트랜지스터를 평면 위에 더 촘촘히 배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자를 수직 방향으로 엇갈려 쌓는 3차원 적층 구조다. IBM은 이를 통해 손톱 크기 칩에 약 100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옹스트롬은 나노미터보다 더 작은 길이 단위다. 1옹스트롬은 0.1나노미터이고, 1나노미터는 10옹스트롬이다. IBM이 공개한 0.7나노 공정은 이를 옹스트롬 단위로 바꾸면 7옹스트롬에 해당한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가 7나노, 5나노, 3나노, 2나노 공정을 놓고 경쟁했다면, 이제는 1나노 아래의 초미세 공정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반도체에서 말하는 공정명은 실제 트랜지스터의 모든 물리적 길이가 정확히 그 숫자라는 뜻은 아니다. 최근의 2나노, 1나노, 7옹스트롬이라는 표현은 실제 선폭보다 집적도, 성능, 전력 효율, 세대 구분을 나타내는 상징적 명칭에 가깝다. 따라서 ‘옹스트롬 시대’는 단순히 숫자를 더 작게 부르는 변화가 아니라 트랜지스터 구조와 적층 방식까지 바꾸는 차세대 공정 경쟁의 시작을 뜻한다. ◆ 나노스택, 평면 미세화 한계 넘는 3차원 해법 IBM은 나노스택 기술이 2021년 공개한 2나노 칩과 비교해 트랜지스터 밀도를 약 두 배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전력에서 연산 성능을 최대 50% 끌어올리거나 같은 성능에서 전력 효율을 최대 70%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칩 내부 SRAM 공간 효율도 40% 향상돼 고성능 AI 반도체 설계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미세화 방식의 전환이다. 반도체 업계는 핀펫을 넘어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나노시트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평면 위에 회로를 더 작게 그리는 방식만으로는 전력 누설과 발열, 배선 복잡도를 해결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나노스택은 이 흐름을 한 단계 더 밀고 나가 소자를 위로 쌓아 집적도를 높이는 접근이다. IBM은 나노스택이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바일 칩 등 다양한 반도체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은 산업적 파급력이 크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병목은 연산 성능뿐 아니라 전력, 냉각, 칩 면적, 메모리 효율로 확산되고 있다. 후이밍 부 IBM 리서치 반도체 글로벌 연구개발 총괄 부사장은 “나노스택은 단발성 혁신이 아니다”라며 “향후 10년간 여러 세대에 걸쳐 7옹스트롬, 5옹스트롬, 3옹스트롬을 거쳐 1옹스트롬에 이르는 제품이 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라피더스 협력 주목…양산까지는 시간 필요 파운드리 경쟁 구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최첨단 파운드리 시장은 TSMC, 삼성전자, 인텔이 2나노급 공정과 후속 로드맵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다. IBM은 대량 생산 파운드리 사업자는 아니지만 반도체 원천 기술과 연구개발에서 영향력이 크다. 2021년 2나노 기술을 먼저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1나노 아래 공정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일본 라피더스와의 협력 관계가 주목된다. IBM과 라피더스는 2022년 2나노 노드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맺었고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첨단 로직 파운드리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IBM이 나노스택 기술을 어느 기업과 상용화할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존 협력 관계를 고려하면 라피더스가 차세대 공정 경쟁에서 복병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기대와 현실은 구분해야 한다. IBM은 나노스택 기술의 실제 생산 적용 시점을 이르면 5년 뒤로 보고 있다. 연구 단계의 기술을 대량 생산 가능한 공정으로 전환하려면 수율, 장비, 소재, 설계도구, 고객 생태계가 모두 맞물려야 한다. 0.7나노라는 숫자가 곧바로 스마트폰이나 AI 가속기 양산 칩에 적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IBM이 최근 양자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앤더론’ 설립 계획을 밝힌 점도 눈에 띈다. 앤더론은 양자컴퓨팅용 웨이퍼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별도 프로젝트다. 전통 로직 반도체와 양자 반도체는 기술 성격이 다르지만 IBM이 차세대 컴퓨팅 하드웨어의 제조 기반을 다시 강화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이번 발표는 반도체 미세화 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다. 파운드리 패권은 여전히 양산 능력과 수율, 고객 확보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차세대 공정의 방향을 누가 먼저 제시하느냐도 중요하다. IBM이 1나노 아래의 길을 열면서 TSMC, 삼성전자, 인텔, 라피더스의 경쟁은 나노미터를 넘어 옹스트롬 단위로 들어서고 있다. 다음 승부는 더 작은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안정적인 양산과 전력 효율로 증명하는 데서 갈릴 것이다.
2026-06-25 22: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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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서는 중국 지방정부 : 한국도 반도체 초과세수를 생태계 구축에 활용해야 한다
[경제일보] 중국이 무섭게 변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값싼 노동력으로 글로벌 기업의 하청 생산기지 역할을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지금 중국 지방정부들이 벌이고 있는 가장 치열한 전쟁은 바로 ‘반도체 생태계 전쟁’이다. 최근 중국 장쑤성 소주(蘇州) 장자강(張家港)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협력 교류회 현장을 둘러보며 새삼 놀란 것은, 중국 지방도시들의 태도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공장 하나 유치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도시 전체가 반도체 산업단지와 첨단 제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AI 시대의 패권은 결국 반도체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특히 중국 지방정부들은 지금 한국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사실상 ‘국가 전략 자산’ 수준으로 대우하고 있다. 한국 안에서는 중소기업 취급을 받는 기업들이 중국에 가면 귀빈이 된다. 지방정부 간부들이 직접 공항 영접을 나오고, 세제 혜택과 공장 부지 제공은 기본이며, 연구개발 자금과 인력 지원까지 패키지로 제안한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반도체 산업은 이제 단순 제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의 첨단 문명 생태계다. AI 반도체, HBM(고대역폭 메모리), 첨단 패키징, 전력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산업용 센서, 로봇칩, 양자컴퓨팅까지 미래 산업의 핵심은 모두 반도체와 연결된다. 그리고 반도체 산업의 진짜 경쟁력은 단순히 삼성전자나 TSMC 같은 대기업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재, 화학, 특수가스, 웨이퍼, 정밀가공, 초정밀 부품, 산업용 로봇, 테스트 장비, 패키징, 설계 인력, 대학 연구소, 금융, 물류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 중국은 지금 바로 그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들의 움직임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 상하이권은 AI 반도체와 설계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고, 장쑤성과 저장성은 첨단 제조 및 패키징 분야를 키우고 있다. 광둥성은 화웨이와 BYD를 축으로 차량용 반도체와 AI 기기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쓰촨성과 충칭은 후공정 및 테스트 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중국은 중앙정부가 방향을 정하면 지방정부가 곧바로 움직인다. 산업단지 조성, 세금 감면, 금융 지원, 공장 인허가, 연구소 설립, 대학 협력까지 거의 전시 체제 수준으로 밀어붙인다. 지금 중국 지방도시들 사이에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 하나라도 더 유치하라”는 경쟁이 치열하다. 왜냐하면 한국 기업들이 들어오면 그 도시의 산업 수준 자체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기술과 인재, 공급망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함께 들어온다. 중국은 이미 단순 추격 단계를 넘어섰다. 이제는 생태계 전체를 삼키려 한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HBM 경쟁에서도 앞서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산업 구조를 들여다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부장 중소기업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력난은 심각하고, 지방 산업단지는 비어가고 있으며, 규제와 비용 부담은 계속 커진다. 특히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해 지역 제조업 생태계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가 전략의 부재다. 반도체는 이미 국가 안보 산업이 되었는데도 한국은 아직도 개별 기업의 경쟁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생태계 전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비전과 장기 전략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중국은 도시 단위로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는 기업 단위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인재 문제다. 이제 반도체 전쟁은 단순 기술 전쟁이 아니다. 인재 전쟁을 넘어 생태계 전쟁으로 넘어가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대만, 일본의 기술 인력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 기업을 연결한 대규모 지원 체계를 만들고 있다. 주택 제공, 연구비 지원, 세제 혜택은 물론이고 가족 정착까지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반도체 학과를 늘린다고 하지만 정작 현장 인력은 부족하다. 청년들은 제조업을 기피하고, 지방 대학은 무너지고 있다. 중소 소부장 기업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지방정부들이 한국 기업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 우리는 역사적 기회를 맞고 있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생태계를 필요로 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전략 파트너로 본다. 일본 역시 반도체 부활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영원하지 않다. “물이 들어왔을 때 배를 띄워야 한다”는 말은 지금 같은 시대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일본은 이미 국가 차원의 생태계 전략에 들어갔다. TSMC 구마모토 공장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했고, 라피더스(Rapidus)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국산화에 나섰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대학과 기업이 사실상 국가 총동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통해 수십조 원 규모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 공장 지원이 아니다. 연구개발, 인재 양성, 공급망 재편, 안보 전략까지 모두 포함된 국가 산업 전략이다. 결국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를 단순 기업 산업이 아니라 국가 문명 경쟁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이제 결단해야 한다.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크게 늘고 있다면, 그 초과세수를 단순 재정 메우기에 사용할 것이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전략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첫째,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를 강화해야 한다. 수도권 중심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충청권, 전북, 경북, 동해안권까지 연결한 국가 반도체 벨트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소부장 기업을 국가 전략산업 수준으로 대우해야 한다. 이 기업들이 무너지면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도 혼자 살아남을 수 없다. 셋째, 대학과 연구소를 산업 생태계와 직접 연결해야 한다. 이공계 인재들이 제조업과 지역 산업으로 유입되도록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장기 산업 금융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는 단기간 수익 산업이 아니다. 10년, 20년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적 각오다. 지금 세계는 AI 혁명 시대의 새로운 산업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반도체는 그 중심이다. 반도체를 잃는 국가는 미래 산업 패권을 잃는다. 중국 지방정부들의 움직임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다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 단순히 “잘나가는 반도체 기업 몇 개 있는 나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반도체 생태계 국가로 진화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를 살아남는 길이다.
2026-05-23 18: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