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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대비되는 중국의 이란전쟁 스탠스 : 한국이 배워야 할 질문은
[경제일보] 이란 전쟁 국면에서 미국과 중국이 보인 태도는 단순한 외교 기법의 차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패권국가의 행동 방식과 문명국가를 자처하는 실용국가의 행동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드러낸 장면이었다. 미국은 힘으로 질서를 재편하려 했고, 중국은 말로 판을 관리하려 했다. 미국은 군사력과 제재, 압박과 데드라인의 언어를 앞세웠고, 중국은 휴전과 대화, 항행 안전과 지역 안정의 언어를 반복했다. 최근 중국 외교부는 “관련 당사국들이 평화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밝혔고, 왕이 외교부장이 이란·이스라엘·러시아·걸프 국가들과 26차례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스스로를 전쟁 당사자가 아니라 중재자, 더 정확히 말하면 불길을 더 키우지 않는 관리자처럼 연출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도덕적 순수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냉정한 국익 계산의 산물이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중요한 수요자이고,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은 곧바로 중국 경제의 에너지 비용과 물류 안정성, 수출 제조업의 채산성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처럼 상대를 끝까지 몰아붙여 체제 변화를 노리기보다, 전쟁을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멈추고 질서를 복원하는 데 더 큰 이해관계를 가진다. 최근 보도들을 보면 중국은 휴전 국면에서 뒤에서 외교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동시에 호르무즈 항행 재개와 에너지 공급 안정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 함께 호르무즈 재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미국 주도의 군사적 해법에 제동을 걸고 자신이 선호하는 협상 틀을 지키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반면 미국의 방식은 훨씬 직선적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질서를 힘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는 그 힘의 과시가 언제나 질서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번에도 강한 압박과 폭격, 초강경 발언은 단기 충격은 주었을지 몰라도, 중동 전체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유가와 해상 운송비,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 중국은 바로 그 틈을 파고들었다. 스스로 총을 쏘지 않으면서도 평화를 말하고, 실제 보증 부담은 지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점수를 챙기는 방식이다. 서방 일각에서 “중국이 이번 국면의 조용한 승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친중적 자세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왜 중국은 전쟁을 곧바로 국익의 언어로 번역하는데, 우리는 자주 진영의 언어부터 앞세우는가. 왜 중국은 도덕과 명분을 말하면서도 에너지, 해운, 결제, 항만, 보험을 한 묶음으로 계산하는데, 우리는 외교는 외교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안보는 안보대로 따로 보는가.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동시에 에너지 수입국이며 무역국가다. 이런 나라가 중동 전쟁을 볼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더 선한가”가 아니라 “우리의 원유선과 가스선, 물가와 환율, 무역금융과 선박 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여야 한다. 중국의 스탠스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교훈은 여기에 있다. 첫째, 강대국일수록 원칙보다 국익의 번역 능력이 빠르다는 점이다. 둘째, 전쟁의 승패보다 전후 질서의 설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셋째, 말의 수위보다 공급망의 안전이 국가를 지킨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기둥으로 삼되, 중국처럼 냉정하게 에너지 안보와 항행 자유, 해상보험과 결제 안전망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중동의 불길 앞에서 감정으로 흔들리는 나라는 비용을 치르고, 구조로 준비한 나라는 충격을 줄인다. 결국 이번 이란 전쟁에서 미국은 힘의 한계를, 중국은 실용의 집요함을 보여 주었다. 한국이 배워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미국처럼 강할 수 없다면, 중국처럼 계산할 수는 있는가. 바로 그 질문이 지금 우리의 외교와 경제안보가 함께 답해야 할 과제다.
2026-04-10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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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미토스'로 사이버 보안 동맹 구축… '기술 유출' 아닌 '방어 우선' 선택
[경제일보]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최신 AI 모델 ‘미토스(Mythos)’를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에 선제적으로 제공한다. 7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은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이라는 이름의 공동 계획을 발표하며 AI가 해커의 손에 들어가 악용되기 전에 방어하는 쪽이 기술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AI 기술의 고도화가 가져올 잠재적 위험성을 인정하고 기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방어 동맹’을 구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미토스’가 지닌 압도적인 성능이 있다. 사이버 보안 취약점 재현 성능지표(벤치마크)인 ‘사이버짐’ 평가에서 미토스의 점수는 83.1%로 기존 최상위 모델인 ‘오퍼스 4.6’(66.6%)을 큰 격차로 뛰어넘었다. 앤트로픽은 “미토스가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발견하는 데 있어 최고 숙련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을 능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능력은 곧 ‘양날의 검’이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던 취약점을 찾아내는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기존의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만능키’가 될 수 있다. 특히 분야별 박사급 전문가 수준의 문제를 모은 ‘인류의 마지막 시험(HLE)’ 점수에서 AI 모델 최초로 50%의 벽을 넘어선 것은 미토스가 인간의 지능에 근접했음을 시사한다. 이 기술이 통제 없이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국가 단위의 사이버 전쟁이나 금융 시스템 마비 등 예측 불가능한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앤트로픽은 미토스를 일반에 공개하는 대신 ‘프로젝트 글래스윙’이라는 방어 동맹을 선택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AWS, 애플, 구글, MS, 엔비디아 등 AI 인프라를 지배하는 빅테크 기업들과 시스코, 팔로알토 등 보안 전문 기업 그리고 JP모건체이스와 같은 금융 기업까지 초기 파트너로 참여했다. 앤트로픽은 이들 기업에 최대 1억 달러 규모의 모델 사용권을 제공하고 오픈소스 보안 단체들에는 400만 달러를 기부할 계획이다. 이는 기술을 독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힘을 합쳐 AI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공동 책임’의 선언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AI를 잘못 다루면 위험하지만, 잘만 다루면 근본적으로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 기회가 생긴다”며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강조했다. 앤트로픽은 이번 프로젝트를 미 정부 당국자들과도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AI 기술이 더 이상 민간 기업의 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앤트로픽은 “이러한 사이버 역량의 등장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AI 기술 분야에서 확고한 우위를 유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며 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향후 AI 기술 개발은 ‘성능 경쟁’과 ‘안전 경쟁’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전개될 것이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선두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더 똑똑한 AI를 만드는 것을 넘어 ‘우리의 AI가 얼마나 안전한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진입했다. 미토스와 같은 공격적인 AI를 활용해 자사의 시스템 취약점을 점검하는 ‘AI 레드팀’이 기업 보안의 표준이 될 것이다. 정부는 AI 기술의 군사적 전용을 막기 위해 핵심 모델에 대한 수출 통제나 라이선스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앤트로픽의 이번 ‘선제적 협력’은 이러한 규제 흐름 속에서 기업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도 볼 수 있다. AI가 창과 방패 역할을 모두 하게 되면서 AI 기반의 사이버 보안 솔루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앤트로픽의 이번 결정은 AI 기술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동안 기술 기업들은 ‘성능’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며 ‘안전’ 문제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앤트로픽은 자사가 개발한 강력한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쟁사들과 손을 잡는 전례 없는 선택을 했다. 물론 이러한 ‘자발적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스스로 그 위험을 통제하려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프로젝트 글래스윙’은 AI 시대의 윤리적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미토스의 등장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이 강력한 지능을 통제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앤트로픽과 빅테크들의 동맹은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응답이다.
2026-04-08 07: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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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족부(知足富)는 이란 전쟁...과잉의 전략과 절제의 병법
전쟁은 힘의 총합으로 결정된다고 믿기 쉽다. 더 많은 무기, 더 큰 경제력, 더 강한 동맹이 승패를 가른다는 통념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 통념이 얼마나 자주 깨져왔는지를 반복해 증명한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이란 전쟁 역시 그러하다. 겉으로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국가와 중동의 지역 강국이 맞서는 구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잉의 전략’과 ‘절제의 병법’이 충돌하는 장면에 가깝다. 손자는 “병자는 국지대사(兵者, 國之大事)”라 했다. 전쟁은 국가의 중대한 일이며, 생사와 존망이 달린 문제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전쟁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의 국제정치에서는 이 계산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강한 언어와 즉각적인 반응이 전략을 대신하는 순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식의 ‘거래형 전술’은 압박과 후퇴를 반복하며 단기적 성과를 노리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방식이 장기전, 특히 ‘버티기’를 핵심으로 하는 상대에게는 쉽게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란의 전략은 정반대에 서 있다. 과잉이 아니라 절제, 속도가 아니라 시간, 충돌이 아니라 소모를 택한다. 노자의 도덕경은 말한다. “지족자부(知足者富).” 만족할 줄 아는 자가 부유하다는 뜻이다. 이란의 전략은 바로 이 ‘지족’의 원리에 가깝다. 상대가 더 크게 움직일수록, 더 강하게 압박할수록, 자신은 그만큼 물러서며 시간을 확보한다. 겉으로는 후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장의 조건을 바꾸는 행위다. 손자는 또 말한다. “이일대로(以逸待勞).” 편안한 상태로 피로한 적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이란은 바로 이 병법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다. 직접적인 전면전을 피하면서 긴장을 유지하고, 상대가 스스로 지치도록 만든다. 반면 미국은 빠른 결단과 압박을 통해 상황을 단기에 정리하려 한다. 이 두 전략이 충돌할 때, 전쟁은 길어지고 불확실성은 커진다. 최근 전개된 일련의 국면을 보면, 강한 발언과 일정의 변화, 그리고 그 사이의 시간차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혼선이 아니라 전략의 충돌이 만들어낸 결과다. 거래의 기술은 상대가 빠르게 반응할 때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이란은 반응을 늦추고, 때로는 응답 자체를 회피하며, 외부의 압박을 내부 결속으로 전환한다. 결국 협상의 속도가 맞지 않는 순간, 거래는 힘을 잃는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허세’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허세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그것은 기대를 형성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스스로를 구속하는 약속이 된다. 강한 발언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그것이 반복되고 수정될 때 신뢰는 빠르게 소모된다. 국제정치에서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한번 흔들린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노자는 또 말한다. “대국자하류(大國者下流).” 큰 나라는 낮은 곳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겸손의 미덕이 아니라, 힘을 유지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이다. 낮은 곳에 있을 때 모든 물이 모이듯, 절제된 태도는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만든다. 반대로 과잉의 표현과 과도한 압박은 단기적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발을 키우고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번 이란 전쟁은 바로 이 두 가지 원리가 충돌하는 현장이다. 한쪽은 힘을 앞세워 속도를 높이고, 다른 한쪽은 시간을 무기로 삼아 버틴다. 한쪽은 거래를 통해 결론을 내리려 하고, 다른 한쪽은 결론 자체를 지연시킨다. 이 구조에서 승패는 단순한 군사력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 전쟁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느 전략에 더 가까운가. 빠른 결단과 압박을 중시하는가, 아니면 절제와 균형을 통해 시간을 관리하는가. 에너지 수입 구조, 안보 체계, 공급망 전략 모두가 이 선택과 연결되어 있다. 특히 중동의 불안은 곧 에너지 가격의 변동으로 이어지고, 이는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이 구조 속에 놓인 참여자다. 손자는 “승병선승이후구전(勝兵先勝而後求戰)”이라 했다. 이기는 군대는 먼저 이길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싸운다는 뜻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조건 만들기’다. 특정 국가나 진영에 기대어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전쟁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분명하다. 과잉은 힘을 약화시키고, 절제는 힘을 지속시킨다. 빠름은 순간을 장악하지만, 느림은 구조를 바꾼다. 그리고 전쟁은 언제나 구조를 바꾸는 쪽이 이긴다. '지족부, 만족을 아는 자가 부유하다'는 이 한 문장은 단순한 도덕적 교훈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 전략의 원리이며,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의 기준이다. 지금의 이란 전쟁은 그 원리가 어떻게 현실에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다. 그리고 그 사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 전략 또한 달라질 것이다.
2026-04-0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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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보이는 전쟁과 보이지 않는 전쟁...고립이 아니라 재배치다
전쟁은 언제나 총성과 함께 시작된다고 믿기 쉽다. 그러나 진짜 전쟁은 총성이 울리기 훨씬 이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결판이 나기 시작한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이란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미사일과 드론, 그리고 긴박한 외교 발언들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훨씬 더 정교한 '전자 병법'과 '심리의 전쟁'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번 국면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의 고립, 혹은 미국의 외교적 실패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 전쟁을 그렇게 단순하게 읽는 것은, 전쟁을 평면으로만 보는 오류다. 입체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드러난다. 손자는 말했다. "병자는 궤도야(兵者, 詭道也)." 전쟁은 속임수라는 뜻이다. 그리고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한다. "대직약굴, 대교약졸(大直若屈, 大巧若拙)." 큰 곧음은 굽은 것 같고, 큰 교묘함은 서툰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이 두 문장을 겹쳐 놓고 지금의 이란 전쟁을 보면, 우리가 보고 있는 '미국의 후퇴'는 실제 후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의도된 '보이는 후퇴', 즉 전략적 재배치일 수 있다. 최근 국제 정세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이 더 이상 모든 전선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였다면 중동에서의 긴장은 곧 대규모 군사 개입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다르다. 동맹에게 역할을 요구하고, 비용을 분담시키며, 자신은 한 발 물러선 위치에서 전체 판을 조율한다. 이를 두고 '고립'이라고 말하는 것은 피상적 해석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지휘 방식의 변화'다. 전면에 서서 싸우는 장수가 아니라, 뒤에서 판을 짜는 장수로의 전환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동맹국들이 주저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전쟁은 명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각국의 이해관계, 에너지 의존도, 국내 정치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호위함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맹이 붕괴된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오히려 이는 동맹이 '명령 체계'에서 '협상 체계'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반대로 중국의 움직임을 보자. 겉으로는 조용하다.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외교적 언어를 유지하며, 경제적 관계를 관리한다. 많은 분석이 이를 두고 '중국의 미소'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 역시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중국은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의 불안은 곧 에너지 가격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는 중국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따라서 중국의 전략은 개입이 아니라 회피, 확대가 아니라 안정 유지다. 이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의 전략이다. 여기서 우리는 전자 병법의 개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전쟁은 물리적 충돌 이전에 이미 전자기파, 정보, 금융 네트워크에서 시작된다. 위성, 통신, 사이버 공격, 금융 제재가 동시에 작동한다.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이미 상대의 경제와 정보망이 흔들린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도 이러한 양상은 뚜렷하다. 금융 제재는 더욱 정교해졌고, 정보전은 더욱 은밀해졌으며,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국제 유가는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전장의 온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이 지점에서 "Trump Always Chickens Out"이라는 이른바 TACO 프레임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일정 부분 후퇴하는 패턴을 두고 '겁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협상의 본질을 오해한 해석이다. 손자는 또 말한다. "이길 수 있을 때 싸우고, 이길 수 없을 때 피한다." 후퇴는 패배가 아니라, 다음 수를 위한 준비일 수 있다. 실제로 현대의 국제정치에서 '전면전 회피'는 능력 부족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인 경우가 많다 결국 지금의 이란 전쟁은 두 개의 층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물리적 충돌의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아래에서 진행되는 구조의 전쟁이다. 전자는 눈에 보이지만, 후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언제나 후자다. 미국은 물러난 것이 아니라 구조를 재배치하고 있고, 중국은 승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이 차이를 읽지 못하면 우리는 전쟁을 오해하게 된다. 노자는 또 말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다투지 않으면서도 결국 모든 것을 이긴다. 지금의 국제정치는 바로 그 물과 같은 흐름 속에 있다. 강하게 부딪히는 것보다, 흐르면서 상대를 바꾸는 방식이 더 중요해졌다. 전쟁의 형태가 바뀐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 변화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에너지 수입 구조, 공급망, 안보 전략 모두가 이 전쟁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어느 한쪽의 입장에만 기대어 상황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고립'이라는 단순한 이야기에도, '중국의 승리'라는 단정적인 이야기에도 경계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구조를 읽는 것이다. 누가 물러났는가가 아니라, 누가 판을 바꾸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방향은 드러나고 있다. 보이는 전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전쟁, 총성이 아니라 구조의 변화,ㄹ 충돌이 아니라 재배치. 이것이 지금 이란 전쟁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본질을 읽는 자만이, 다음 시대를 준비할 수 있다.
2026-04-0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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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도 韓 핵잠·농축재처리 지지할 것"
"미국 의회도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과 우라늄 농축 재처리를 지지할 것이다." 미국 야당인 민주당의 지한파 중진 아미 베라 연방 하원의원이 "미국이 동맹의 기여를 늘리고자 하는 이상 미 의회는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한 중인 베라 의원은 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나오는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도입과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문제에 대해 "의회도 지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베라 의원은 "공화당 동료 의원들의 의견도 들어봤는데, 그들 역시 기술 이전, 수출 통제 등이 모두 현대화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상당수 의원이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 자산을 유연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쪽으로 부담 분담(burden-sharing)을 더 확대하고자 한다면, 우리의 동맹국들에 특정 기술과 역량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언급했다. 베라 의원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런 능력을 바탕으로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강력한 대한민국"이라며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 역량을 갖추게 된다면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서 목표는 중국과 갈등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 중국과의 갈등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한국은 그런 예방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란 전쟁과 관련해 한국의 방위산업 역량에 주목했다. 베라 의원은 "미국의 방산 생산 설비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한국의 방산이 매우 빠르게 발전했기 때문에 공동 생산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라 의원은 미 의회 내 초당적 한국 연구모임(코리아스터디그룹)에 속해 방한했으며 전날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국전쟁을 포함해 한국이 발전하는 데 미국이 크게 이바지한 점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며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문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부가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비공개 면담에서는 최근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한 점을 전하며 "대미 전략 투자가 원활히 이행되려면 우리 근로자들의 미국 내 안정적 체류 보장이 중요한 만큼 제도적 개선이 추진되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접견에 참석한 미 하원의원은 아미 베라(민주·캘리포니아), 라이언 징크(공화·몬태나), 마크 포칸(민주·위스콘신), 메리 게이 스캔런(민주·펜실베이니아), 질 토쿠다(민주·하와이), 패트릭 해리건(공화·노스캐롤라이나) 총 6명이다. 베라 의원은 "이 대통령과 한국의 대미 투자, 한미일 협력, 중동 상황, 한국인의 미국 비자 문제 등 폭넓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2026-04-01 15: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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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직맹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달성 총진군"
북한 노동당의 외곽 근로자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직맹)이 전체 근로자들을 향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달성을 위한 '총진군'을 독려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직맹 중앙위원회가 최근 제8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제9차 대회를 5월에 소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에서 직맹은 제9차 노동당대회, 제15기 최고인민회의 등의 결정사항 관철을 독려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전국의 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을 대상으로 발표했다. 직맹은 호소문에서 "제9차 대회가 가리킨 승리의 진로 따라 새로운 5개년 계획의 빛나는 완수를 위한 전 인민적 총진군이 시작됐다"면서 "더 과감하고 공세적인 투쟁을 벌려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기를 힘 있게 추동하자"고 강조했다. 직맹은 금속공업, 화학공업, 전력·석탄공업, 건설, 철도운수, 경공업, 수산업, 과학·기술자, 군수노동계급 등 각 분야를 거론하면서 "모든 일터와 초소들은 위대한 내 나라를 떠받드는 주추"라며 "누구나 증산으로 애국하고 충성하며 최고의 기록을 향해 분투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 인민의 이상과 포부는 반드시 실현되며 새로운 5개년 계획의 빛나는 완수는 확정적"이라며 제9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완수를 다짐했다. 직맹은 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과 함께 '4대 근로단체'로 불린다. 북한은 제9차 당대회를 마무리한 이후 새로운 집행부 구성 등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각 근로단체마다 새로운 기수 출범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노동당 9차 대회를 마치고 가장 먼저 찾은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 공장을 '본보기'로 내세우며 주민들에게 증산 의지를 독려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증산기적을 창조해 나가고 있는 상원 노동계급처럼 어디서나 새 기준, 새 기록 창조의 기운을 고조시키며 걸음걸음을 부단히 재촉해 당대회 이후 5개년 계획 수행의 첫해부터 괄목할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조선직업총동맹은 북한 조선노동당의 노동자 정치조직이다. 조선노동당에 가입하지 못한 30세 이상의 노동자·기술자·사무원 등 모든 직장인이 가입돼 있다. 1945년 김일성 지시로 '북조선직업총동맹'가 결성됐으며, 1947년 5월에 '세계직업연맹'에 가입했다. 1951년 북한의 '북조선직업총동맹'과 남한의 '조선노동조합 전국평의회'가 통합해 '조선직업총동맹'으로 개칭했다. 조선직업총동맹은 노동자들의 권익 실현을 위한 순수한 노동자 단체가 아니라 북한 조선노동당의 적화혁명 노선을 노동 분야에서 수행하는 전위대다.
2026-04-01 11: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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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NTT도코모, 'AI-RAN' 백서 공동 발간… 6G 주도권 위한 '기술 동맹' 가속화
[경제일보] SK텔레콤(대표 정재헌)이 일본 최대 통신사 NTT도코모와 손잡고 차세대 통신 인프라의 핵심인 'AI-RAN(인공지능 기반 무선 접속망)' 구현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31일 양사는 가상화 기지국(vRAN)의 진화와 AI-RAN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 요건을 담은 기술 백서를 공동 발간했다고 밝혔다. 2022년 이후 3년 넘게 이어온 양사의 기술 동맹이 이제 통신망의 지능화를 넘어 AI와 통신이 결합된 6G 시대를 향한 실질적인 표준 마련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백서의 핵심인 AI-RAN은 무선 접속망(RAN)에 인공지능을 통합하는 기술이다. 과거 기지국이 단순히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다면, AI-RAN은 기지국이 스스로 트래픽 패턴을 학습해 자원을 배분하고, 통신 서비스 품질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한다. 양사가 제시한 핵심 요건은 세 가지다. 첫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전한 분리(HW/SW Separation)다. 특정 제조사의 장비에 종속되지 않는 ‘벤더 중립적’ 환경을 만들어 네트워크 혁신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둘째, 여러 기지국 자원을 하나처럼 묶어 쓰는 ‘리소스 풀링(Resource Pooling)’ 기술을 통해 전력 효율과 용량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셋째, 가상화 기지국 내에서 AI 컴퓨팅 기능을 직접 수행하는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기술이다. 이를 통해 기지국은 단순 통신 장비를 넘어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능형 AI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된다. ◆ 왜 지금 ‘한·일 통신 동맹’인가 이번 백서 발간은 단순한 연구 협력을 넘어선다.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은 현재 5G 고도화와 6G 표준 선점을 위해 국가 간, 기업 간 치열한 기술 전쟁 중이다. 특히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통신 사업자가 협력하는 것은 글로벌 표준화 과정에서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SKT와 NTT도코모는 지난 2022년 11월 협력 계약 이후 꾸준히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백서를 발간하며 기술 표준화를 주도해 왔다. 특히 SKT는 지난 MWC 2026에서 xPU(범용/가속 연산 반도체) 기반의 가상화 기지국 실증 성과를 공개하며 백서의 실현 가능성을 이미 시장에 입증했다. 이는 단순히 이론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고, 실제 네트워크 장비에 AI를 이식하는 글로벌 표준을 양사가 선도하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업계는 이번 협력이 향후 6G 시장의 표준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6G는 통신 성능뿐 아니라 ‘지능형 네트워크’가 필수 요소다. 이번에 제시된 AI-RAN 기술은 자율주행,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 초저지연과 고신뢰성을 요구하는 미래 서비스의 근간이 된다. SKT와 NTT도코모는 이번 백서를 통해 글로벌 장비 제조사들에게도 구체적인 기술 가이드를 제시했다. 이동통신사가 하드웨어 종속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중심의 네트워크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향후 5G 경쟁력 제고는 물론 6G 표준화 과정에서 양사가 축적한 노하우를 국제 사회에 공유하며 주도권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류탁기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담당은 “이번 백서는 이동통신사 관점에서 가상화 기지국 도입 효과를 극대화하고 자율 네트워크로의 진화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NTT도코모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도출된 이번 성과가 글로벌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 발전과 생태계 확대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스다 마사후미 NTT도코모 수석 부사장 역시 “혁신 기술과 개념을 글로벌 시장에 공유하고 6G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2026-03-31 10: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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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피와 '백신 동맹' 휴온스, 게임체인저 되나
[경제일보] '글로벌 토탈 헬스케어 그룹'으로 도약 중인 휴온스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손을 잡으며 국내 백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기존 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백신 시장에 경쟁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휴온스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의 한국 법인인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와 국내 백신 공급을 위한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4월부터 휴온스가 유통을 맡게 된 품목은 총 5개다. 박씨그리프는 4가 독감 백신으로 생후 6개월 이상의 영유아부터 소아, 청소년, 임신부, 어르신까지 전 연령층이 접종 가능하다. 특히 임신부와 6개월 미만 영유아 보호를 위한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온 가족 백신'으로 통한다. 또한 단순 독감 예방을 넘어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자의 합병증 발생 및 사망 위험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는 임상 결과를 확보하고 있으며 수입 백신 중 유일하게 국내 국가예방접종(NIP) 사업에 포함된 이력이 있을 정도로 국내 보건당국과 의료진의 신뢰도가 높다 에플루엘다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고용량' 독감 백신이다. 기존 표준 용량 백신보다 항원(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 함량이 4배 더 많다. 나이가 들면서 면역 반응이 떨어지는 '면역 노화'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임상 결과 표준 용량 백신 대비 독감 감염 예방 효과가 24.2%더 높았으며 독감 관련 폐렴 및 입원율을 최대 64%까지 줄이는 효과를 입증했다. 휴온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인플루엔자 백신뿐만 아니라 성인용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Tdap) 백신인 '아다셀'과 A형간염 백신 ‘아박심160’, 수막구균 백신 ’멘쿼드피’ 등 사노피의 주요 백신 포트폴리오를 국내 병·의원에 공급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휴온스의 강력한 로컬 병·의원 영업망이 사노피의 우수한 제품력과 결합해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백신 시장은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1위를 다투며 선도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전통 백신 명가로서 독감, 수도, 탄저 백신 등 공공 백신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한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와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를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MSD, GSK,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프리베나(폐렴구균), 가다실(자궁경부암) 등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백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다. 휴온스는 이 틈새에서 사노피라는 글로벌 파트너를 확보함으로써 단번에 '메이저 플레이어'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휴온스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매출 증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 '인류 건강을 위한 전문 기업'을 지향하는 휴온스에 있어 백신 사업은 필수의약품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해석된다. 최근 휴온스그룹은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을 중심으로 자회사 휴메딕스(에스테틱), 휴온스바이오파마(보툴리눔 톡신) 등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사노피와의 계약은 휴온스가 전문의약품(ETC) 시장에서 호흡기 및 감염병 예방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휴온스의 백신 사업 안착 여부가 향후 기업 가치 재평가의 핵심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백신은 한 번 채택되면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는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통을 통해 확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자체 백신 개발이나 백신 CMO(위탁생산)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휴온스 관계자는 “현재 사노피 백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 계약을 기반으로 백신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3-26 16: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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