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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23일 부동산 공개 대토론회 주재…공급·금융·세제 전면 논의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과 금융, 세제를 포함한 부동산 정책 전반을 공개 토론 테이블에 올린다. 집값과 전월세 불안, 대출 부담, 세제 개편 논란이 동시에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책을 확정하기보다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거쳐 정책 방향을 조율하겠다는 취지다. 10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부동산 정책 공개 대토론회를 주재한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는 각각 공급, 금융, 세제를 주제로 부처별 공개 토론회를 연다.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는 각각 공급, 금융, 세제를 주제로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가 의견을 수렴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토론회에서는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함께 논의하고 정책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라며 “온라인 의견수렴 창구 등을 통해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의견도 폭넓게 듣겠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이 다시 커지는 가운데 마련됐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전셋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 방향을 둘러싼 시장의 관심도 커진 상태다. 김 실장은 “주거는 국민의 삶과 가장 직결된 문제”라며 “집값과 전월세, 대출과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과 불안은 많은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시장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국민 주거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정책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급 확대와 시장 안정이라는 기존 원칙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최근 동탄·기흥·구리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사례를 언급하며 일부 지역의 과열 우려에는 필요한 시장 안정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제 개편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정부는 보유세와 거래세 등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해 연구용역과 해외 사례 등을 검토 중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거래세 부담 완화 등 다양한 방안이 시장에서 거론되는 만큼 16일 재경부 토론회와 23일 대토론회에서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다만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존에 발표한 정책 흐름과 대통령이 말씀하신 원칙 등이 기본이지만 구체적으로 정책에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모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유세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실장은 “정부가 가진 주거 안정과 과세 공정성 등 공익적 원칙이 있다”며 “양쪽에서 다양한 의견이 많은 만큼 논의를 열어놓고 같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부담 강화와 완화 사이에서 시장 반응과 국민 체감 부담을 함께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청년층과 실수요자의 대출 규제 문제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김 실장은 “당장은 돈이 없지만 능력과 미래가 있는 실수요자를 지금 외면하는 게 맞느냐는 고민이 있다”며 “정부 내 반대 의견도 많지만 최종 결정은 열어놓고 토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은 세제 개편안에 반영될 계획이다. 김 실장은 “세제 개편안을 늦어도 8월 초까지는 발표해야 한다”며 “재경부 논의와 대토론회를 거쳐 나오는 의견을 최종 개편안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과 전문가가 함께 해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더 좋은 대안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2026-07-10 15: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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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사법정의는 어디에 있었나
[경제일보] 친족상도례라는 말은 어렵다. 한자로 쓰면 더 멀어진다. 그러나 내용은 어렵지 않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족 사이에서 절도, 사기, 횡령, 배임 같은 재산범죄가 벌어졌을 때 국가가 처벌을 삼가거나,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 절차로 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법은 오래전부터 가족 안의 돈 문제에 형벌권을 들이대는 일을 조심스러워했다. 가정의 평온을 지키고, 가족 사이의 일을 가족 내부에서 해결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 취지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사이의 사소한 금전 다툼까지 모두 경찰서와 법정으로 끌고 가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가족이라는 말이 언제나 따뜻한 울타리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신뢰의 이름이지만, 범죄자가 그 신뢰를 이용하면 피해자는 가장 늦게 구조된다. 남이 훔치면 절도이고, 남이 속이면 사기인데, 가족이 훔치고 속이면 “집안일”로 밀려나는 순간이 있었다. 법의 이름으로 그런 일이 가능했다. 친족상도례 논란의 본질은 가족 해체가 아니다. 피해자를 법 밖에 세워 둔 제도의 문제다. 피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재판절차에서 말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피한다면 사법정의는 출발선에서 멈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조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의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했다. 형법은 절도, 사기, 공갈, 횡령·배임 등 여러 재산범죄에도 제328조를 준용해 왔다. 다시 말해 친족상도례는 권리행사방해죄 한 조항에 머무르지 않고 친족 간 재산범죄 전반에 영향을 미쳐 온 셈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친족상도례가 왜 더 이상 옛 논리로 버틸 수 없게 됐는지 알 수 있다. 청구인 측은 친족상도례가 노인이나 장애인 등 약자를 상대로 한 악질적 재산범죄의 면죄부로 기능한다고 주장했다. 법이 가족 내부의 자율 해결을 기대하는 사이, 현실의 피해자는 고립됐다. 가족 안에서 돈을 빼앗긴 사람은 가족 안에서 침묵을 요구받는다. 가해자는 경찰서 앞에서 가족을 말하고, 법정 앞에서 화해를 말한다. 피해자는 생활비, 주거, 간병, 정서적 의존 때문에 끝까지 싸우기 어렵다. 형사사건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친족 간 재산범죄는 폭행처럼 상처가 바로 보이지 않는다. 통장, 인감, 위임장, 법인카드, 가족회사, 명의신탁, 생활비 계좌 같은 이름 뒤로 숨어 있다. 처음에는 부탁처럼 시작된다. “가족인데 믿어라”, “내가 관리해 주겠다”, “나중에 정산하자”는 말이 이어진다. 피해자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계좌가 비어 있거나, 회사 돈이 빠져나갔거나, 명의가 옮겨져 있다. 그때 가해자는 다시 가족을 앞세운다. “고소까지 할 일이냐”는 말이 나온다. 가족의 이름은 한 번은 범행의 도구가 되고, 또 한 번은 책임 회피의 방패가 된다. 방송인 박수홍 씨 사건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씨 친형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고, 2026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법인 자금 횡령이 중심이어서 친족상도례가 그대로 적용된 전형적 사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이 이 사건을 통해 본 것은 가족회사, 가족 간 신뢰, 돈 관리, 내부 감시 부재가 맞물릴 때 재산범죄가 얼마나 오래 숨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항소심은 피해 회사가 가족회사로서 내부 감시체계가 취약했고 형제 관계의 신뢰가 악용됐다는 점을 특별가중 요소로 봤다. 국회도 헌재 결정 이후 움직였다. 2025년 12월 31일 공포된 형법 개정으로 과거의 형 면제 조항은 삭제됐다. 개정 형법 제328조는 피해자의 친족이 재산범죄를 저지른 경우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고소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상 직계존속 고소 제한을 배제했다. 친족 아닌 공범에게는 친족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남겼다. 가까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을 면제받던 시대는 끝났다. 아버지 돈을 자식이 훔쳐도, 형제의 돈을 다른 형제가 빼돌려도, 배우자가 상대방 재산을 횡령해도 이제 “가족이니까 처벌하지 않는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소하면 수사와 재판으로 갈 수 있다. 가족 내부의 자율 해결이라는 이름 아래 피해자의 입을 막던 낡은 문은 닫혔다. 그러나 여기서 칼럼을 끝내면 절반만 본 것이다. 형 면제가 사라졌다고 친족 특례의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개정법은 친족 간 재산범죄를 원칙적으로 친고죄로 정리했다. 친고죄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재판에 넘길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장점이 있다. 가족 사이의 일률적 처벌을 피하고, 진정한 화해가 이뤄진 사건까지 국가가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친고죄는 피해자가 자유롭게 고소하고 자유롭게 고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가족 내부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노부모가 자식에게 생활을 의존하고 있다면 어떠한가. 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재산 관리를 친족에게 맡겨 왔다면 어떠한가. 배우자나 형제가 집안 여론을 동원해 “네가 가족을 감옥 보낼 셈이냐”고 몰아붙이면, 피해자의 고소 취소가 정말 자유로운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형 면제의 시대에는 법이 피해자를 밀어냈고, 친고죄의 시대에는 가족 내부 압박이 피해자를 다시 밀어낼 수 있다. 대법원의 2026년 4월 판단은 이 대목을 생각하게 한다. 부모의 집에서 금고를 들고 나와 현금, 상품권,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해자인 부모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자, 대법원은 개정 형법상 친족 간 절도는 친고죄에 해당하고 1심 판결 선고 전 고소가 취소된 이상 공소기각 판단을 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단은 현행법 체계상 자연스럽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친고죄 사건에서 법원이 공소를 유지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사건은 개정 이후의 숙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법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그 의사가 가족 내부의 압박, 두려움, 생계 의존, 정서적 굴레 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 피해자는 이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장애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장애인학대 신고는 6031건이었다.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1449건이었다. 학대 피해자 중 발달장애인의 비율은 71.1%였고, 학대 유형 중 경제적 착취는 18.6%를 차지했다. 숫자가 말하는 장면은 냉정하다. 가족 안에서 돌봄을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돈과 노동력을 빼앗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노인학대도 가정 안에서 많이 발생한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는 2025년 학대피해노인이 7973명으로 전년보다 11.2% 증가했다고 정리하고 있다. 노인학대는 신체적 학대만을 뜻하지 않는다.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 방임, 유기도 포함된다. 재산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통장을 가져가고, 기초연금이나 예금을 생활비라는 이름으로 빼 쓰고, 부동산 처분 권한을 넘겨받은 뒤 돌려주지 않는 일도 가족 안에서 벌어진다. 가족은 법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 위험할 때 더 무섭다. 타인의 범죄는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가족의 범죄는 신고하기 전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 왜 가족을 고소하느냐는 질문을 먼저 받는다. 피해자는 돈을 잃은 사람인데도 가족을 깨뜨린 사람처럼 몰린다. 가해자는 범행을 설명하기보다 관계를 내세운다. “부모 자식 사이”, “형제 사이”, “부부 사이”라는 말이 피해 사실 위에 덮인다. 사법정의가 어려워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형사법의 목적은 국가가 벌을 주고 끝내는 데만 있지 않다. 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말을 공적 절차 안으로 들여오며,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를 세우는 일도 형사사법의 역할이다. 응보라는 말도 거칠게만 볼 필요가 없다. 응보는 복수가 아니다. 범죄로 무너진 질서에 대해 공동체가 “그 일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절차다. 피해자는 그 선언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당한 일이 집안일이나 운명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였다는 확인을 받는다. 가족 안의 재산범죄에서도 그 확인은 필요하다. 친족 특례를 모두 없애자는 말이 아니다. 가족관계에는 회복 가능성이 있고, 형사처벌이 오히려 분쟁을 키우는 사건도 있다. 부모 지갑에서 소액을 가져간 미성년 자녀 사건과, 장애가 있는 친족의 보조금과 예금을 장기간 빼돌린 사건을 같은 눈으로 볼 수는 없다. 술김에 벌어진 일회성 절도와, 가족회사를 이용해 수년간 돈을 빼낸 횡령도 다르다. 법은 차이를 봐야 한다. 과거 친족상도례의 잘못은 그 차이를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가까운 친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피해 규모, 범행 기간, 피해자의 처벌 의사, 피해자의 취약성, 가해자의 지배관계, 피해 회복 정도를 뒤로 밀었다. 앞으로의 과제도 그 지점에 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친족 간 재산범죄에서 고소 취소가 접수됐다고 곧바로 “화해”라고 읽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독립된 상태에서 의사를 밝혔는지, 가해자와 주거·생계·돌봄 관계로 묶여 있지는 않은지, 피해 회복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다른 가족의 압박이 있었는지 따져야 한다. 노인, 장애인, 질병이 있는 피해자라면 진술 조력, 국선변호인, 피해자 보호명령, 후견제도, 임시 재산관리 장치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고소권을 법전에 적어 두는 일과 피해자가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일은 다르다. 입법도 한 번 더 손봐야 한다. 친고죄 일원화는 헌재 결정 이후 급한 불을 끈 절충안에 가깝다. 친족 간 재산범죄를 모두 일률적으로 친고죄로 묶는 방식이 적절한지도 계속 따져야 한다. 피해액이 크거나 범행 기간이 길거나, 피해자가 노인·장애인 등 취약한 지위에 있거나, 가해자가 재산관리 권한을 이용한 사건이라면 고소 취소만으로 절차가 끝나지 않도록 별도의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 가족 내부 해결을 존중하더라도, 가족 내부에서 해결될 수 없는 범죄까지 가족에게 되돌려 보내서는 안 된다. 언론도 이 문제를 연예인 가족 분쟁이나 자극적인 집안싸움으로 소비해선 안 된다. 친족상도례 논란은 유명인의 불행담이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이 가족 안의 피해자를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 묻는 사건이다. 고령화가 빨라지고 1인 가구와 재혼가정, 사실상 돌봄 가족, 가족회사, 가족 간 재산관리 관계가 복잡해지는 시대다. 예전처럼 “가족끼리 알아서 하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사건은 줄어들고 있다. 가족의 형태가 달라졌는데 법의 감각만 오래된 사진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친족상도례의 형 면제 조항은 역사 속으로 물러났다. 늦었지만 필요한 변화였다. 그러나 사법정의는 조항 하나를 고쳤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소할 수 있어야 하고, 고소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고소를 취소할 때도 그 결정이 자유로운 의사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말이 피해자의 권리를 지우는 순간, 법은 가장 가까운 곳의 약자를 놓친다. 가족의 평온은 범죄의 침묵 위에 세울 수 없다. 진짜 평온은 가해자의 책임을 덮는 데서 오지 않는다.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할 수 있고, 국가는 그 말을 절차 안에서 듣고, 법원은 관계가 아니라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가족도 사회도 무너지지 않는다. 친족 특례의 시대가 남긴 교훈은 하나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사법정의보다 앞설 수는 없다.
2026-07-09 07: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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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는 밖으로 나가고 돈은 우주로 몰린다
[경제일보] 중국 경제의 세 장면이 엇갈리고 있다. 자동차 내수시장은 가격 경쟁과 소비 둔화로 흔들리고 있지만 수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달러 강세와 자산가격 변동 영향으로 소폭 줄었다. 상업우주 분야에서는 저궤도 위성망 구축이 이어지고,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권이 발사와 위성 운영 리스크를 떠안는 방식으로 산업에 들어서고 있다. 자동차와 외환, 우주는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 지표는 중국 경제가 어디에서 압박을 받고,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는지를 보여준다. 내수 자동차 시장은 이미 신규 수요를 크게 늘리기 어려운 단계로 들어섰고, 제조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물량을 찾고 있다. 거시경제에서는 외환보유액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해졌고, 신산업에서는 우주 인프라와 금융 서비스가 결합하기 시작했다. ◆ 자동차 내수는 줄고, 수출은 늘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내수와 수출의 온도차다. 중국 내 승용차 판매는 감소세를 보였다. 가격 인하 경쟁이 길어졌고, 재고 조정 부담도 이어졌다. 부동산 경기 부진과 가계 소비심리 약화도 자동차 구매를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수출은 크게 늘었다. 중국 승용차 수출은 상반기 428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70.6% 증가했다. 6월 한 달 수출도 88만2000대로 82.1% 늘었다. 내수시장에서 줄어든 판매를 해외 시장에서 메우려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신에너지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 재편의 중심에 있다. 올해 중국 신에너지차 침투율은 60%대에 올라섰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더 이상 일부 소비층의 선택지가 아니라 주력 차종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비야디(BYD), 지리자동차(Geely), 체리자동차(Chery) 등 중국 브랜드는 전동화 모델과 해외 판매망을 앞세워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합작 브랜드의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은 중국 시장에서 한동안 강한 영향력을 보였지만, 스마트 전기차 전환 속도에서는 중국 브랜드에 밀리는 흐름이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내연기관 중심의 브랜드 이미지보다 배터리 성능, 가격, 주행 보조 기능,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더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자동차 산업이 무난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야디도 해외 판매 증가로 버티고 있지만 국내 판매 둔화와 가격 경쟁의 압박을 받고 있다. 수출이 늘수록 유럽과 동남아, 중남미, 중동 각국의 통상 규제와 현지 생산 요구도 커질 수 있다. 앞으로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단순 판매량보다 현지 공장, 부품 공급, 사후 서비스, 브랜드 신뢰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 외환보유액 감소, 달러 강세 영향 중국 외환보유액은 6월 말 기준 3조4163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260억달러 줄었다. 감소율은 0.75%였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달러지수 상승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환율 및 자산가격 변동이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은 단순히 달러 현금만 쌓아 둔 금고가 아니다. 주요국 국채와 다양한 통화 표시 자산으로 구성돼 있어 환율과 채권가격 변화에 따라 달러 환산액이 달라진다. 6월 외환보유액 감소를 중국 금융시장의 위기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여전히 3조4000억달러대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위안화 환율과 달러 강세, 미국과 주요국의 금리 흐름이 중국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미치는 구도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강조하는 것은 안정이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 능력과 금융시장 신뢰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출이 늘고 무역흑자가 이어져도 자본 이동과 환율 변동이 커지면 시장은 외환보유액을 민감하게 본다. 중국 정부가 달러 강세와 자산가격 변동을 감소 원인으로 설명한 것도 불필요한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성격이 있다. ◆ 위성망 구축에 금융이 붙기 시작했다 상업우주 분야에서는 저궤도 위성망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7월 4일 타이위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 6호A 운반로켓을 사용해 첸판 위성군 18기를 궤도에 올렸다. 이번 발사로 첸판 위성군의 운용 위성 수는 218기로 늘었다. 첸판 위성군은 중국이 추진하는 저궤도 광대역 통신위성망이다.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처럼 저궤도에 다수의 위성을 띄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상이다. 위성 수가 늘수록 발사 빈도와 발사 실패, 궤도 진입, 위성 운영과 관련한 위험도 함께 커진다. 이번 발사에서 SS GEN1-257 위성은 ‘핑안24’로 이름 붙여졌다. 핑안손해보험이 첸판 위성군 사업과 연결돼 상업우주 분야의 보험 서비스를 알린 사례다. 위성 발사와 운용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발사 실패, 궤도 이탈, 위성 고장, 제3자 손해 등 다양한 위험이 존재한다. 보험과 금융 서비스가 없으면 민간 기업이 대규모 발사 계획을 지속하기 어렵다. 중국 상업우주 산업이 커질수록 금융권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로켓과 위성을 만드는 기업은 발사체와 부품, 지상국, 데이터 서비스까지 장기간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보험사는 발사 위험을 분산하고, 은행과 투자기관은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자금을 공급한다. 우주산업이 연구개발 프로젝트에서 산업 생태계로 옮겨가려면 이런 금융 장치가 필요하다. 다만 중국 상업우주가 곧바로 스타링크 수준의 글로벌 서비스를 갖췄다고 보기는 이르다. 저궤도 위성망은 수천 기 단위의 위성, 안정적인 발사체, 지상 단말기, 주파수 확보, 해외 규제 대응이 함께 필요하다. 위성을 많이 쏘는 일과 이를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로 바꾸는 일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있다. ◆ 내수 압박 속 새 시장을 찾는 중국 자동차와 외환, 상업우주는 중국 경제의 서로 다른 얼굴이다. 자동차 시장은 내수 둔화와 가격 경쟁 속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금융 안정성을 관리해야 하는 중국 경제의 현실을 보여준다. 상업우주는 제조와 기술, 금융이 함께 움직이는 새 산업으로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선택은 기존 시장에서 버티는 것과 새 시장을 여는 것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수출과 현지 생산으로 돌파구를 찾고, 당국은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하며, 금융권은 우주산업의 위험을 떠안는 방식으로 신산업에 참여한다. 이 흐름이 중국 경제 전체의 회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수출이 늘어도 내수 부진과 가격 경쟁이 기업 수익을 압박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도 달러 강세와 자본 이동은 계속 부담이다. 상업우주는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투자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세 분야는 중국 경제가 기존 성장 방식에 머물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자동차는 내수 중심에서 해외 시장으로, 금융은 외환 안정에서 신산업 위험 관리로, 우주산업은 국가 프로젝트에서 민간과 금융이 결합한 산업 생태계로 옮겨가고 있다.
2026-07-08 18: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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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우려한 '가짜뉴스법' 오늘 시행…플랫폼, 허위정보 판단대 오른다
[경제일보] 온라인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부터 시행됐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으로 가짜 이미지와 조작 영상 유통 우려가 커진 가운데, 대형 플랫폼은 이제 허위조작정보 신고와 처리, 이의신청, 투명성 보고서 공개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번 법은 지난해 12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재석 177명 중 찬성 170명, 반대 3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여권은 허위조작정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지만 야권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입틀막법’이라고 비판해왔다. 개정법은 허위정보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사실이 아닌 정보로, 조작정보를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로 규정했다. 다만 내용이 틀렸다고 모두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고,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 한해 유통 금지 대상이 된다. 풍자와 패러디, 단순 의견 표명이나 비판은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처벌의 초점은 수익형 게재자다. 법원에서 불법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2회 이상 반복 유통하고 광고·후원 수익을 얻으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고의성이 인정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는 가중 손해배상도 적용된다.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5000만원 범위에서 손해액을 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시행령은 가중 손해배상 대상을 직전 3개월간 3회 이상 정보를 게시해 수익을 얻고, 구독자 10만명 이상이거나 월평균 조회수 10만회 이상인 경우로 구체화했다. 정부는 일반 이용자의 일상적 게시글이나 카카오톡 같은 사적 대화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인 플랫폼도 새 의무를 진다. 허위조작정보 대응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신고 접수·처리 절차, 이용자 통지, 이의신청 절차를 운영해야 한다. 운영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엑스(X), 페이스북, 디시인사이드 등이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플랫폼은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참여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카카오는 개정법 시행에 맞춰 신고 기능과 운영정책 변경을 공지했다. 글로벌 플랫폼은 즉각 삭제보다 노출 제한과 경고 라벨 방식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허위정보와 의혹 제기, 정치적 비판의 경계가 항상 분명한 것은 아니다. 플랫폼이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게시물을 선제적으로 삭제하면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이 느슨하면 AI 딥페이크와 허위정보 수익화를 막기 어렵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미국 기반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법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이용자 보호 장치라는 입장이다. 한편 새 제도의 성패는 투명성에 달려 있다. 어떤 게시물이 왜 조치됐는지, 이의신청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신고 남용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이용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거짓을 팔아 돈을 버는 구조는 막아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비판까지 얼어붙게 한다면 법은 신뢰를 잃는다. 허위정보 대응과 표현 자유 사이의 균형이 오늘부터 플랫폼 위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2026-07-07 07: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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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1조 실탄으로 '돈 버는 구조' 다시 짠다
[경제일보] 넷마블이 재무구조와 수익모델을 동시에 손보며 턴어라운드의 다음 단계로 들어섰다. 하이브 지분과 구로 지타워 등 비핵심 자산을 현금화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핵심 개발 자회사 넷마블네오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자체 결제 비중을 높이며 본업의 이익 체질을 바꾸고 있다. 출발점은 실적이다. 넷마블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517억원, 영업이익 5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5%, 영업이익은 6.8%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2109억원으로 163% 증가했다. 보유 자산 매각 손익이 반영된 영향이 크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늘었다는 점은 기초 체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비용 구조다. 넷마블은 오랫동안 앱마켓 수수료와 외부 지식재산권(IP) 비용 부담이 큰 게임사로 꼽혀 왔다. 매출이 커도 이익률이 따라오지 못했던 이유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지급수수료는 2009억원으로 전년 동기 2191억원보다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늘었지만 수수료는 감소했다. 자체 IP 매출 확대와 PC·자체 결제 비중 증가가 맞물리면 매출 증가분이 이익으로 남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 자산 매각도 같은 흐름에서 봐야 한다. 넷마블은 지난 2월 하이브 주식 88만주를 약 3208억원에 처분했다. 이어 서울 구로구 본사 사옥 지타워 토지와 건물 일체를 6976억7082만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단순 현금 확보가 아니라 스핀엑스 인수 이후 커진 재무 부담을 줄이고 신작 개발과 글로벌 마케팅 재원을 마련하는 자본 재배치다. 넷마블네오 완전자회사 편입도 주목할 대목이다. 넷마블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넷마블네오 지분율을 78.5%에서 100%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넷마블네오는 ‘리니지2 레볼루션’, ‘제2의 나라’,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등을 만든 핵심 개발 자회사다. 이 회사를 별도 상장시키는 대신 본사 안으로 묶으면 중복상장 우려를 줄이고 개발 성과를 모회사 주주가치에 직접 반영할 수 있다. 주주가치 방어 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넷마블은 주식교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주 발행에 따른 희석 우려를 낮추기 위해 828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연내 소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자회사 편입이 단순 지배구조 개편에 그치지 않고, 본사 주주의 이해와 연결되도록 설계한 셈이다. 글로벌 매출 구조도 넷마블의 강점이다. 넷마블의 1분기 해외 매출은 512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9%를 차지했다. 북미, 유럽, 동남아, 일본 등으로 매출이 분산돼 있어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은 일부 게임사와 다르다. 신작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자체 결제와 PC 플랫폼 전략이 결합되면 이익 개선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회복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자산 매각에 따른 순이익 증가는 일회성 성격이 있고, 신작 매출 지속성도 검증해야 한다. 자체 결제 확대가 모든 장르와 지역에서 같은 효과를 낼지도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 시장이 봐야 할 지표는 단기 순이익보다 영업이익률, 지급수수료율, 신작 매출의 잔존율이다. 한편 넷마블의 최근 행보는 축소가 아니라 재배치에 가깝다. 비핵심 자산을 팔아 몸을 가볍게 하고, 핵심 개발 자회사를 본사 안으로 묶으며, 수수료 부담을 낮춰 흥행이 이익으로 남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게임사의 성패는 결국 흥행에서 갈리지만, 흥행을 현금흐름으로 바꾸는 능력도 그만큼 중요하다. 다음 실적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신작의 첫 순위가 아니라 넷마블이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느냐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7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7 07: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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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로 돈 벌면 10억 과징금…'삭제 전쟁' 시작되나
[경제일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허위 이미지와 조작 영상이 몇 분 만에 퍼지는 시대다. 7일부터 온라인 허위조작정보를 겨냥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면서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 모두 새 규제 환경에 들어간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허위조작정보를 반복 유통해 돈을 버는 행위를 막는 데 있다. 법원에서 불법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2회 이상 다시 유통하고 직전 3개월 동안 3건 이상 정보를 게시해 광고·후원 수익을 얻은 정보 게재자는 최대 10억원의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는 가중 손해배상제도 도입된다. 대상은 일정 규모 이상의 수익형 게재자로 제한된다. 구독자 10만명 이상이거나 월평균 조회수 10만회 이상인 유튜버·인플루언서 등이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형 플랫폼에도 의무가 생긴다.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허위조작정보 대응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신고 접수·처리 절차를 운영해야 한다. 처리 결과와 이유를 이용자에게 알리고 이의신청 절차도 제공해야 한다. 운영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 공개도 요구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참여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지난달 19일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가이드라인은 허위성·조작성 판단 기준과 신고·조치·이의신청 절차를 담았다. 카카오톡, 메일, 쪽지 같은 사적 대화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온라인 표현을 직접 검열하는 장치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정부가 곧바로 판단하는 구조가 아니라 플랫폼의 운영정책과 민간 사실확인 절차, 법원 판단을 통해 작동한다는 것이다. 정당한 의견 표명, 풍자·패러디, 학술적 논쟁, 공익 목적 보도는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도 나온다. 그러나 논란은 남아 있다. 허위정보와 의견, 의혹 제기, 정치적 비판의 경계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플랫폼이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노출을 줄이면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제도가 느슨하게 운영되면 AI 딥페이크와 허위정보 수익화를 막기 어렵다. 플랫폼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도 변수다. 같은 게시물이라도 서비스별 운영정책에 따라 삭제, 차단, 수익화 제한, 유지 등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신고가 급증할 경우 처리 지연과 악성 신고 남용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 새 제도의 성패는 강한 처벌 문구보다 투명한 운영에서 갈릴 전망이다. 허위조작정보 피해를 줄이려면 신고 기준, 조치 사유, 이의 절차, 투명성 보고서가 이용자에게 납득 가능해야 한다. AI 시대의 허위정보 대응은 필요하다. 다만 그 칼끝이 거짓 수익화를 겨냥해야지 정당한 비판과 의혹 제기를 베어서는 안 된다. 7일부터 시작되는 것은 단순 규제가 아니라 온라인 신뢰와 표현 자유 사이의 균형 시험대다.
2026-07-06 13: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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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멕시코 16강 성사…축구장 밖 항공·숙박·치안 전쟁
[경제일보]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16강전이 성사되면서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경기장 밖에서도 또 하나의 승부를 맞게 됐다. 승부의 무대는 멕시코시티 아스테카다. 2일 잉글랜드는 콩고민주공화국에 2대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글로벌 축구 스타이자 영국 대표팀 주전 공격수인 해리 케인은 후반 막판 2골을 넣어 잉글랜드를 구했다. 이에 따라 영국과 개최국 멕시코의 16강 '빅매치'가 성사됐다. 앞서 멕시코는 전날 에콰도르를 2대0으로 꺾고 1986년 이후 40년 만에 월드컵 토너먼트 승리를 거두며, 잉글랜드보다 먼저 16강 고지에 올랐다. 훌리안 키뇨네스와 라울 히메네스가 득점했고, 8만명이 넘는 관중이 아스테카를 채웠다. 오는 6일 예정된 멕시코와 잉글랜드의 16강전은 경기 자체를 넘어 도시 전체의 이벤트가 됐다. 경제적 파장은 여러 방향으로 번질 수 있다. 우선 이동 수요다. 잉글랜드 팬들은 콩고민주공화국전이 열렸던 미국 애틀랜타에서 멕시코시티로 이동해야 한다. 이미 북미 3개국을 오가는 월드컵 일정은 항공권, 숙박, 현지 교통, 보험, 비자·입국 절차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영국 외무부는 월드컵 기간 멕시코의 팬존과 퍼블릭뷰잉 장소를 방문할 때 현지 제한 사항을 확인하고, 이동 지연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숙박과 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멕시코시티는 고지대 도시다. 잉글랜드는 멕시코시티의 고도 약 2200m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실제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도 멕시코가 어려운 상대이고, 아스테카 원정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인정한 바 있다. 고도는 선수의 체력 문제이지만, 동시에 팀 운영 비용의 문제다. 훈련장, 회복 프로그램, 의료진, 산소 적응, 이동 일정까지 모두 더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치안 비용도 커진다. 멕시코의 에콰도르전 승리 뒤 멕시코시티에는 약 100만명의 팬이 몰렸고, 축하 인파 속에서 4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거리와 광장에 인파가 급격히 몰리면서 군중 밀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국은 주류 판매 제한과 스크린 간격 확대 등 안전 대책을 시행했지만, 인파 규모가 시스템을 압도하며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 잉글랜드전은 원정 팬까지 더해져 경찰, 소방, 응급의료, 교통 통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도시경제에는 기회이자 부담이다. 홈팀이 16강까지 살아남으면 호텔, 음식점, 주류·음료, 굿즈, 택시·공유차, 관광지, 팬존 상권이 살아난다. 방송사와 광고주에게도 잉글랜드-멕시코전은 매력적인 카드다. 잉글랜드는 글로벌 팬덤과 높은 중계 수요를 가진 팀이고, 멕시코는 개최국 프리미엄과 홈 관중을 안고 있다. 한 경기의 승패가 지역 상권과 미디어 시장을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다. 하지만 교통 혼잡, 쓰레기 처리, 치안 인력, 응급의료, 가격 급등, 주민 불편은 모두 개최도시의 부담이다. 팬들이 몰릴수록 소비는 늘지만 사고 위험도 커진다. 특히 잉글랜드-멕시코전처럼 경기 자체의 관심도가 높은 조합은 도심 팬존과 경기장 주변에 인파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도시가 축제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 즉 운영 역량이 흥행의 한계를 결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잉글랜드-멕시코 16강전은 월드컵이 왜 거대한 경제 이벤트인지를 보여준다"며 "경기 일정이 발표되는 순간 항공권과 호텔, 팬존, 경찰력, 방송 편성, 광고 상품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축구는 90분 동안 치러지지만, 돈과 사람은 그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움직인다"며 "아스테카의 다음 밤은 승부의 밤이면서, 개최도시가 월드컵 흥행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경제의 밤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2026-07-02 1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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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1000억 달러의 착시(錯視)와 민생 재정 투입의 엄중한 원칙
[경제일보] 우리 경제가 다시 한번 대기록을 세웠다. 반도체 경기 호황과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 6월 한 달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 고지를 돌파한 것이다. 단일 월간 수출이 세 자릿수 빌리언(Billion) 달러를 기록한 것은 대한민국 무역사상 전례가 없는 쾌거다. 거시 경제 지표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역시 일제히 상향 조정되며 숫자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지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리 썩 좋아할 수만 없다. 수출 전선의 승전고가 들려오는데도, 서민들이 체감하는 골목상권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한겨울 한복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수출 대기업이 벌어들인 온기가 내수 시장 전체로 흘러가지 못하는 소위 ‘성장의 동조화 단절’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낙수효과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고물가와 고금리의 장기화로 신음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그리고 실질소득 감소에 지친 평범한 가정의 한숨뿐이다. 이런 괴리를 메우겠다며 최근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민생회복’을 내걸고 대규모 재정 지원 사업을 쏟아내고 있다. 선심성 현금성 지원부터 지역 화폐 확대, 무분별한 복지성 예산 편성 등 종류도 다양하다. 서민의 어려움을 살피겠다는 취지 자체를 탓할 수는 없으나, 지금 정치권이 보여주는 재정 투입의 속도와 방식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그 동안 국가 재정과 경제 정책을 지켜보면서 얻은 불변의 상식은 하나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며, 위기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 지표가 좋다는 이유로, 혹은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겠다는 계산으로 국가 곳간을 쉽게 열어서는 안 된다. 현재 대한민국 국가 채무는 이미 경계선을 넘어섰고,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자립도 역시 바닥을 기고 있다. 중앙정부의 세수 결손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지자체마저 빚을 내어 민생회복이라는 단기 처방에 올인한다면, 이는 미래 세대의 자산을 가로채 현재의 고통을 잠시 잊으려는 마약성 처방과 다름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차별적인 재정 살포가 아니라, 현재의 국가 및 지방 재정 상태에 대한 냉정하고 면밀한 현황 점검이다. 가용한 재원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어디에 얼마만큼의 예산을 투입해야 가장 효율적인 정책 효과가 나타날지 송곳처럼 날카로운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돈을 쓰는 일은 언제 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한 번 잘못 흘러간 재정은 다시 회수할 수 없으며, 불필요하게 풀린 유동성은 어렵게 잡아두고 있는 물가를 자극해 서민 경제를 더 깊은 도탄에 빠뜨리는 부메랑이 될 뿐이다. 수출 호조라는 착시 효과에 가려진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구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단순히 1회성 현금을 쥐여주는 미봉책으로는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근본적으로 되살릴 수 없다. 자영업자의 한계 상황을 유예해 주는 금융 지원의 정밀화, 취약계층을 겨냥한 핀셋형 선별 복지, 그리고 기업들이 국내 소비 유통망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돕는 규제 완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구조 개혁 없이 재정 만능주의에 기대는 것은 정책적 태만이자 직무유기다. 정치권과 행정부는 숫자가 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수출 1000억 달러는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그것이 민생의 구원투수가 될 수는 없다.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는 것은 나라의 명운이 걸린 마지노선이다. 선심성 정책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상식과 원칙에 기반한 정밀한 경제 정책을 펼칠 때 비로소 진정한 민생회복의 길이 열릴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엄중한 각성과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2026-07-02 07: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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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콘텐츠·AI·미래차에 돈 몰린다
[경제일보] 중국이 디지털 콘텐츠와 인공지능(AI), 스마트 모빌리티를 묶어 신성장 산업을 키우고 있다. 라이브 방송과 숏폼 콘텐츠 시장은 2200억위안을 넘어섰고, 지방정부는 AI 에이전트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는 전동화와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을 앞세워 소비자 취향 변화에 맞춘 신차를 내놓고 있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과 전통 제조업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콘텐츠 소비와 AI 서비스, 전기차 산업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 라이브·숏폼, AI 만나 산업으로 커졌다 중국인터넷공연(라이브·숏폼)산업발전보고서(2025~2026)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온라인 공연 산업 매출은 2213억6000만위안으로 전년보다 4.1% 증가했다. 라이브 방송과 숏폼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소비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시장 규모도 커졌다. 이 시장의 변화는 단순히 방송을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데 있지 않다. 콘텐츠 제작부터 광고·판매, 팬 관리, 플랫폼 운영까지 하나의 산업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개인 진행자와 중소 제작사도 짧은 영상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다. 전통적인 방송·광고 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고, 판매와 홍보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 확대의 배경이다. 생성형 AI는 이 과정에 더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영상 기획안을 만들고, 자막과 번역을 붙이며, 짧은 영상을 편집하고, 이용자 반응을 분석하는 데 AI가 활용된다. 가상 진행자와 자동 응답, 개인별 콘텐츠 추천도 늘고 있다. 콘텐츠 제작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용자를 더 오래 붙잡을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다만 AI가 콘텐츠 산업의 성장만 돕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 침해와 허위 광고, 가짜 영상, 플랫폼 의존 문제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콘텐츠 공급이 늘어날수록 무엇이 사람이 만든 창작물이고, 무엇이 자동 생성된 영상인지 구분하는 기준도 중요해진다. ◆ 우한 광구, AI 에이전트에 3년간 10억위안 중국 지방정부도 AI 산업을 직접 키우는 데 나서고 있다. 우한 동호신기술개발구, 이른바 광구는 최근 ‘광구 AI 에이전트 유치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3년 동안 정책 지원과 컴퓨팅 자원, 펀드, 인재 육성에 10억위안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목표도 구체적이다. AI 에이전트 혁신기업 100개를 키우고, 관련 제품 1000개를 내놓으며, 개발자 1만명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안에 가용 연산능력을 1만P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P는 AI 학습과 추론에 쓰이는 연산능력 단위인 페타플롭스(PFLOPS)를 뜻한다. AI 에이전트는 질문에 답하는 챗봇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이다.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 정보를 찾고, 문서를 정리하고, 예약과 주문, 일정 관리 같은 작업을 스스로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상담과 사내 문서 관리, 공장 운영, 판매 분석에 붙일 수 있다. 광구는 광통신과 반도체, 대학·연구기관이 밀집한 지역이다. AI 산업을 이곳의 기존 제조업과 연결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올해 1~5월 광구 AI 산업 규모는 400억위안을 넘어섰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광구는 연내 AI 산업 규모가 1000억위안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자동차는 전동화 넘어 ‘생활형 고급차’ 경쟁 자동차 산업에서는 스마트 전동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 계열 브랜드 링크앤코(Lynk & Co)는 최근 스포츠 왜건 ‘07GT’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사전 판매에 들어갔다. 링크앤코 07GT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모델이다. 28.3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탑재했고, 중국 CLTC 기준 총주행거리는 1422㎞다. 장거리 이동과 주말 레저 수요를 겨냥해 적재공간을 키우고,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고급 운전자 보조 기능을 넣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이제 전기차를 얼마나 싸게 만드느냐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워졌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빠르게 늘면서 브랜드별 차별화가 필요해졌다. 링크앤코가 왜건을 앞세운 것도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 시장에서 다른 소비층을 찾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뿐 아니라 운전자 보조 시스템, 차량용 소프트웨어, 승차감, 적재공간까지 경쟁 요소로 삼고 있다. 전동화가 자동차 시장의 기본 조건이 되자, 이제는 차량을 어떻게 쓰고 즐길 것인지가 상품성을 가르는 요소가 되고 있다. ◆ 소비형 콘텐츠에서 산업형 AI로 세 분야는 겉으로 보면 서로 거리가 있어 보인다. 라이브·숏폼은 소비시장이고, AI 에이전트는 기업용 기술이며, 스마트 모빌리티는 제조업에 가깝다. 그러나 중국의 최근 투자 흐름은 이들을 따로 두지 않는다. 콘텐츠 산업은 AI를 활용해 제작과 유통 비용을 낮추고, AI 에이전트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업무 방식을 바꾸려 한다. 자동차는 배터리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통신기술을 한데 묶은 이동형 디지털 기기가 되고 있다. 중국이 노리는 것은 새로운 산업을 각각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거대한 소비시장과 제조업 기반, 지방정부의 투자 여력을 결합해 콘텐츠·AI·자동차가 서로 수요를 만들게 하는 방식이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콘텐츠 산업은 과잉 공급과 규제 문제를 풀어야 하고, AI 에이전트는 실제 기업 현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 잡아야 한다. 자동차 기업은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 경제가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는 분명히 드러난다. 소비자가 시간을 쓰는 콘텐츠 시장, 기업이 비용을 줄이려는 AI 서비스, 이동 방식이 바뀌는 자동차 산업에 자금과 정책이 몰리고 있다. 이 분야들이 실제 고용과 수익, 수출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중국의 다음 성장 단계를 가를 전망이다.
2026-06-30 17: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