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93건
-
반도체 초과수익, '나눠 쓰기'보다 '나라의 성장판'에 먼저 써야
[경제일보] AI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새 숙제를 던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뛰고, 수출과 기업 이익이 늘면서 법인세 등 초과세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가 27일 경제일보 주최 국회정책간담회에서 던진 질문도 이 지점이다.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자료는 국가채무 증가, 소득분배 악화, 잠재성장률 하락, 중국 등 경쟁국 추격,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를 함께 제시하며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를 묻고 있다. 논쟁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으로 더 커졌다. 김 실장은 안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이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며, 반도체 호황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질 경우 국민배당금 방식의 환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김 실장은 특히 과거 반도체 호황기의 초과세수가 사전에 설계된 원칙 없이 소진됐다며, 이번에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 제기는 의미가 있다. AI 반도체 호황은 개별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국가가 깔아온 전력망, 교육, 연구개발 인프라, 세제 지원, 산업단지, 외교·통상 전략이 모두 얽혀 있다. 산업의 과실이 사회 전체의 기반 위에서 생겼다면, 그 일부가 사회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배척할 수 없다. 더구나 반도체 호황이 자산시장과 고소득층에 먼저 전달되고,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게는 늦게 닿는다면 국민경제의 체감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론이 곧바로 ‘현금 배당’이어서는 안 된다. 초과세수는 영구 재원이 아니다. 반도체는 구조적 성장 산업이지만 동시에 가격 사이클이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 들어온 세수를 반복 지출의 재원으로 삼으면, 불황기에는 국채 발행과 증세 논의가 뒤따른다. 재정은 인기의 장부가 아니라 국가의 안전판이다. ‘생긴 김에 나눠주자’는 방식은 정치적으로 쉽지만 경제적으로는 위험하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노조 투표에서 찬성률 73.7%로 가결된 것도 중요한 신호다. 전체 의결권자 6만5593명 가운데 6만2616명이 투표해 투표율은 95.5%에 달했다. 반도체 초과수익의 1차 분배는 기업 내부에서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임금, 성과급, 협력사 단가, 연구개발 투자, 주주환원은 모두 초과수익을 배분하는 통로다. 정부가 할 일은 이를 정치 구호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으면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우선순위는 분명해야 한다. 첫째, 초과세수의 일정 부분은 국가채무와 미래 의무지출 관리에 써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 기초연금 지출은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 지금의 호황은 미래 세대에게 넘길 빚을 줄일 드문 기회다. 둘째, 더 큰 몫은 반도체 생태계의 재투자에 배정해야 한다. 전력망, 용수, 송전선, 첨단 패키징, 소재·부품·장비, AI 데이터센터, 전문 인력 양성에 돈을 넣어야 한다. 한국 반도체가 벌어들인 세수를 단기 소비로 흩뿌리면 한 번의 온기에서 끝난다. 그러나 생산 기반과 인재에 투자하면 다음 세대의 세수로 돌아온다. 셋째, 국민 환원은 보편 현금 지급보다 ‘목적 있는 배당’이어야 한다. 취약계층 에너지 비용, 직업 전환 교육, 청년 과학기술 장학금, 지역 산업 전환기금처럼 생산성과 안전망을 동시에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이 필요하다면, 소비 진작용 현금보다 미래 역량을 키우는 사회적 배당이 맞다. 넷째, 기업에 대한 추가 부담 논의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초과이윤을 겨냥한 별도 과세는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고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신호를 줄 수 있다. 미국, 대만, 일본,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기업 이익을 정치적 배분 대상으로 먼저 규정하면 자본과 인재는 더 예측 가능한 곳으로 움직인다. 초과세수 활용과 기업 초과이윤 과세는 다른 문제다.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동양 고전 <논어> 헌문편에는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견리사의(見利思義)다. 지금 한국 경제 앞에 놓인 반도체 호황이 바로 그런 시험대다. 이익을 보되, 의로움을 생각해야 한다. 다만 그 의로움은 당장의 박수갈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번영이어야 한다. 반도체 초과수익은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지켜야 한다. 더 크게 키워야 한다. 그리고 오래 가게 만들어야 한다. 초과세수의 원칙은 세 가지면 충분하다. 빚을 줄이고, 성장에 투자하고, 약자를 두텁게 돕는 것이다. 그것이 AI 반도체 시대의 과실을 국민 모두의 미래로 바꾸는 길이다.
2026-05-27 14:50:46
-
반도체 착시와 '그들만의 잔치'… 도덕경에서 찾는 경제 정의
[경제일보] 대한민국 경제가 거대한 착시(錯視)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반도체 ‘수퍼 사이클’ 덕에 올해 1분기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초과 세수가 7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외견상으로는 유례없는 풍요다. 그러나 이 화려한 지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의 허리는 무섭게 휘어지고 있다. 전체 수출 증가액의 80% 이상을 상위 5대 기업이 독식하는 ‘K자형 수출 양극화’가 심화하는 와중에,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중국의 공세에 밀려 활력을 잃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일시적 호황이 야기한 사회적 박탈감과 갈등이다. 최근 타결된 삼성전자 노사의 특별성과급 합의는 불평등에 신음하던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영업이익의 10% 안팎을 고정해 개인 성과와 무관하게 ‘일괄 지급’하는 방식은 글로벌 기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성인 남녀의 78%가 불공정한 사회구조에 분노하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이 고액 성과급 잔치는, 담장 밖 대다수 노동자와 청년들에게 깊은 허탈감과 소외감을 안겨주고 있다. 바야흐로 반도체가 가린 착시 속에서, 대한민국은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균열하고 있다. 『도덕경(道德經)』 제77장에는 천지도(天之道)와 인지도(人之도)를 대비하는 명언이 나온다. "하늘의 길은 남는 데서 덜어내어 부족한 데를 보태주지만, 사람의 길은 그렇지 아니하여 부족한 데서 취하여 남는 데를 더해준다(天之道 損有餘而補不足 人之道則不然 損不足以奉有餘)." 지금 대한민국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성과급 논란은 정확히 '인지도', 즉 있는 자에게 더 얹어주고 없는 자의 기회를 빼앗는 탐욕의 질서와 닮아있다. 삼성전자의 천문학적인 반도체 이익은 소속 근로자들의 땀방울만으로 일궈낸 것이 아니다.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의 단가 희생, 국가적 차원의 인프라 지원, 그리고 온 국민이 감내한 세제 혜택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초과 이익을 특정 대기업 노사가 독점적 배타적으로 배분하는 것은 사회적 상식과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당장 기업 내부에서부터 모순이 폭발하고 있다. 비반도체 부문의 흑자 사업부는 성과급에서 배제된 반면, 정작 적자를 낸 반도체 사업부는 거액을 챙기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노노(勞勞)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비화하며 기업의 결속력을 해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경영계의 대응이다. 노란봉투법 등 노사 리스크가 커지고 임금 압박 이 거세지자, 기업들은 단순 생산직부터 석·박사 연구직까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경영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대기업의 성과급 잔치가 청년 세대의 일자리 씨를 말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전통 제조업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홀로 독주하는 구조는 고용 시장의 이중구조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고착화할 것이다. 성경 구절에도 "지혜 있는 자는 들으라, 공의를 굽게 하는 자는 파멸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있다.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고, 협력업체의 헌신을 외면한 채, 오직 힘을 가진 거대 노조의 요구에 밀려 퍼주기식 합의를 감행한 경영진 역시 '주주 충실 의무' 위반이라는 법적·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주는 기업이 어려울 때 자본 손실의 위험을 고스란히 짊어진다. 위험은 주주와 사회가 나누고, 이익은 대기업 노동자만 선취하는 비대칭적 이익 배분 구조는 자본주의의 기본 규칙을 왜곡하는 행위다. 반도체 특수라는 환각에 취해 우리 사회가 미래를 위한 투자와 규제 개혁, 기존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 타이밀을 놓친다면 그 대가는 가혹할 것이다. 반도체 호황이 가져온 착시 현상과 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 막 시작된 대한민국 전체의 숙제다. 이번 수요일 국회에서 열리는 본지(경제일보)의 긴급간담회 ‘삼성반도체 문제, 이제 시작이다’ 역시 이러한 시대적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특정 집단의 이익 독점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집중 해부해야 한다. 정부 역시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당장 내년 예산안 수립 과정에서 올해 발생할 초과 세수를 철저히 추계하고, 이를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넘어 양극화 완화와 신성장동력 확충, 그리고 무너지는 민생을 돌보는 데 어떻게 쓸지 구체적인 계획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유대인의 지혜서인 『탈무드』는 "승자가 되기 위해 타인을 패자로 만들지 말라"고 가르친다. 대기업 노사는 자신들의 풍요가 타인의 허탈감과 청년들의 기회 박탈 위에 서 있지 않은지 성찰해야 한다. 글로벌 기준과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 보상 원칙을 재정립하고, 독소적인 노동관계법을 손질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착시에서 깨어나 공존의 길을 모색할 때다.
2026-05-25 13:44:48
-
한컴라이프케어, 프랑스 로봇 기업과 무인소방로봇 사업 진출
[경제일보] 한컴그룹 계열 소방·방산·안전 장비 기업 한컴라이프케어가 무인소방로봇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기존 소방 안전 장비 역량에 첨단 로봇 플랫폼을 결합해 전기차·배터리 화재와 산업시설 화재 등 고위험 재난 대응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컴라이프케어는 프랑스 무인지상로봇 기업 샤크로보틱스와 한국 시장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중대형 무인소방로봇 ‘콜로서스’와 중형 로봇 ‘라이노 프로텍트’ 등 샤크로보틱스의 로봇 제품군을 국내에 도입한다. 샤크로보틱스는 재난 대응용 무인지상로봇을 개발하는 프랑스 기업이다. 주력 제품인 콜로서스는 2019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당시 현장에 투입된 로봇으로 알려져 있다. 샤크로보틱스는 콜로서스가 당시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물 내부에서 화점 진압과 잔해 제거, 주요 구역 보호 임무를 수행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콜로서스는 500㎏급 중대형 로봇 플랫폼이다. 샤크로보틱스 공식 사양에 따르면 콜로서스는 최대 분당 3000L 방수 능력, 12시간 운용 시간, 최대 500㎏ 적재 능력, 1100㎏ 견인 능력, 약 1㎞ 원격제어 범위를 갖췄다. 한컴라이프케어가 밝힌 분당 최대 3800L 방수 능력은 국내 도입 구성이나 모듈 사양에 따른 수치로 보인다. 함께 도입되는 라이노 프로텍트는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기동성을 높인 중형 로봇으로, 산업시설과 도심 화재 대응에 활용될 전망이다. 두 제품 모두 모듈형 구조를 기반으로 무인 방수포, 배연팬, 부상자 후송용 들것, CBRN 정찰 센서 등을 현장 상황에 맞춰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컴라이프케어는 로봇 도입 컨설팅부터 맞춤형 솔루션 제공, 사후관리까지 포함한 토털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 소방서, 산업단지, 배터리 공장, 물류센터, 지하공간 등 현장별 위험 특성에 맞춘 지능형 안전 솔루션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포석이다. 무인소방로봇 수요는 앞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공장 화재는 고열과 재발화, 유독가스 위험이 크고 일반 소방 인력이 근접하기 어렵다. 지하주차장, 터널, 대형 물류창고, 화학시설처럼 진입 동선이 제한된 공간에서도 원격 조종 로봇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국제소방안전박람회의 흐름도 이 같은 시장 변화를 보여준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6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20일부터 22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며, 전시 면적 2만9729㎡에 국내외 448개 소방업체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마련됐다. 올해 주제는 ‘생명을 살리는 AI 기술적 진보’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이번 박람회에서 무인소방로봇 제품군을 시연하고 신형 모듈형 공기호흡기와 전기차 화재 대응 솔루션도 함께 선보였다. 소방장비 시장이 보호장비 중심에서 로봇, AI, 원격제어, 전기차 화재 대응 솔루션으로 확장되는 흐름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것이다. 이번 사업 진출은 한컴라이프케어의 성장 전략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공기호흡기, 방독면, 보호복 등 안전 장비를 주력으로 해온 기업이다. 무인소방로봇 사업은 기존 장비 제조 역량에 로봇 플랫폼과 현장 운영 서비스를 결합하는 신사업이다. 국내 소방·산업안전 시장에서 검증된 해외 로봇을 빠르게 도입하면서도, 현장 맞춤형 패키지와 유지보수 역량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 향후 관건은 국내 현장 적용성과 가격 경쟁력이다. 무인소방로봇은 장비 단가가 높고 운용 교육, 정비, 통신 안정성, 현장 표준작전절차가 함께 갖춰져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소방기관과 산업시설이 실제 도입하려면 화재 유형별 성능 검증, 조달 체계, 유지보수망, 운용 인력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김선영 한컴라이프케어 대표는 “사람을 지키는 안전 기술과 첨단 로봇 기술의 결합은 한컴라이프케어가 기술 중심의 안전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무인소방로봇 사업 진출을 기점으로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2026-05-21 09:01:54
-
1분기 희비 엇갈린 렌터카 업계…여름 성수기 반등 시험대
[경제일보] 렌터카 업계가 올해 1분기 업체별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단기렌탈 수요 회복과 장기렌탈 확대 여부에 따라 수익성 차이가 벌어진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국내 여행 수요 회복이 여름 성수기 실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공항·제주 중심 단기렌탈 수요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중고차 시세와 차량 조달 비용 부담은 여전히 수익성 변수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309억원, 영업이익 8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 24.8% 증가한 수치다. 장기렌탈 보유 차량 확대와 단기렌탈 수익성 개선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단기렌탈 부문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롯데렌탈의 일 단기렌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5% 증가했고, 월 단기렌탈 매출은 45.0% 늘었다. 단기렌탈 영업이익도 95.7% 올랐다. 회사 측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방한 관광 수요가 올해 들어 더욱 확대되면서 공항·제주 중심 단기렌탈 수요가 함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레드캡투어 역시 렌터카 부문 수익성이 개선됐다. 레드캡투어의 1분기 렌터카사업 매출은 813억원, 영업이익은 151억원을 기록했다. 제주 단기렌터카사업 매각에 따른 일회성 영향을 제외하면 매출액은 1.1%, 영업이익은 90.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상승한 18.6%를 기록했다. 반면 SK렌터카는 올해 1분기 영업수익 3999억원, 영업이익 409억원, 당기순이익 1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4%, 75.5%, 76.6% 감소한 수치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매출 구조는 렌탈매출 2552억원, 중고차 판매 등 상품매출 1365억원으로 구성됐다. 중고차 매각 비중이 높은 만큼 최근 중고차 시세 둔화 영향이 수익성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법인·기업 고객 중심 장기렌탈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상 공항·제주 중심 단기렌탈 수요 확대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렌터카 업계는 최근 몇 년간 수익 구조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2022~2023년에는 중고차 가격 상승 영향으로 계약 종료 차량 매각 이익이 확대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반면 지난해부터 중고차 시세가 안정되면서 차량 매각 수익이 둔화했고, 올해 들어서는 렌탈 본업 경쟁력이 실적을 좌우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렌터카 업계는 여름 성수기 수요 확대 자체보다 해당 수요를 얼마나 높은 단가와 가동률로 흡수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단기렌탈은 성수기 예약률 상승 시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지만 차량 조달 비용과 중고차 잔존가치 하락 부담이 동시에 커질 경우 실적 개선 폭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량 가격과 금융 비용 부담은 여전히 변수다. 렌터카 업체들은 차량을 대량 구매한 뒤 일정 기간 운영하고 중고차로 매각하는 구조다.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차량 가격이 상승하면 신규 차량 확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렌터카 확대도 부담 요인 중 하나다. 최근 렌터카 업체들은 친환경차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전기차는 중고차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상태에 따라 잔존가치 평가가 달라지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 일부 업체들은 전기차 확대 전략을 이어가면서도 차량 운영 효율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 보유 대수 확대보다 감가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올해 여름 성수기 수요 자체는 양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업체별 실적은 차량 운영 전략과 수익성 관리 역량에 따라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방한 관광객 증가와 국내 여행 수요 회복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단기렌탈 예약 흐름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분위기”라면서도 “최근 차량 가격과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중고차 시세 변동성도 이어지고 있어 성수기 수요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6-05-20 16:50:06
-
은행권, 소상공인 성장·회복 지원…창업·폐업 컨설팅 성과 공유
[경제일보]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한 소상공인 창업·폐업 컨설팅 사업을 통해 소상공인 들에게 성장, 회복 기반 조성을 지원했다. 특히 창업 준비와 경영 안정뿐 아니라 폐업·재기 과정까지 지원하면서 자금 공급을 넘어선 소상공인 지원 체계를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권 공동 소상공인 컨설팅 사업 성과공유회'가 개최됐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은행권 맞춤형 소상공인 지원방안'에 따른 소상공인 컨설팅 확대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행사에는 은행권 소상공인 컨설팅 관계자와 수행기관 컨설턴트, 소상공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사업 성과 보고와 우수 소상공인 이수증 수여, 우수 컨설턴트 표창, 우수사례 발표 등을 진행했다. 은행권은 이번 사업을 통해 소상공인의 창업 준비와 경영 안정, 폐업·재기 과정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 창업컨설팅은 예비창업자와 사업 초기 소상공인이 창업 전 사업성을 점검하고 초기 경영을 안정화할 수 있도록 운영됐다. 폐업컨설팅은 경영상 어려움으로 폐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이 손실을 줄이고 안정적인 퇴로와 재기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업 참여 소상공인 대상 만족도 조사에서는 평균 만족도가 94.3점으로 집계됐다. 창업 컨설팅 만족도는 95.2점, 폐업 컨설팅 만족도는 93.7점이었다. 실제 컨설팅 효과도 확인됐다. 강원도 원주 소재 즉석식품 가공업체 '단디잇'은 로컬푸드를 활용한 고추다짐이 제품과 유튜브 채널 기반 인지도를 갖췄지만 단일 품목과 단일 채널 의존도가 높은 점이 한계로 꼽혔다. 컨설팅 이후 인스타그램, 유튜브 숏폼, 블로그 등 채널별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들기름·참기름 신제품과 명절·기업 판촉용 세트 상품을 기획했다. 이를 통해 단디잇은 네이버 클립,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채널 등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프리미엄 기름 선물세트와 저염·저당 장아찌 등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은행연합회는 이 같은 컨설팅이 객단가 상승과 반복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수익 구조 강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폐업컨설팅 참여자들도 세금 신고, 임대차 계약, 원상회복 비용 등 혼자 정리하기 어려운 절차를 차례로 확인하며 손실을 줄이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턴트들은 소상공인의 고민을 실행 가능한 의사결정으로 바꾸는 데 이번 사업의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은행연합회는 사업 참여 소상공인이 컨설팅 종료 이후에도 주거래 은행을 통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사업에서 발굴된 우수사례와 현장 경험을 담은 우수사례집을 배포하고 은행권 소상공인 컨설팅 고도화를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의 소중한 고객인 소상공인은 민생경제의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경기 변화와 비용 부담을 직접 마주하고 있다"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은행권도 자금 공급에 머무르지 않고 창업 준비 경영 안정 폐업·재기 과정까지 함께 살피는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5-18 15:32:20
-
-
안랩, 공급망 불안 악용…업무 메일 위장 피싱 주의보
[경제일보] 안랩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 이슈를 악용한 피싱 메일을 발견하고 사용자 주의를 당부했다. 공격자는 ‘단가 인상 공문’으로 위장한 업무 메일을 보내 첨부파일 열람을 유도한 뒤 가짜 로그인 페이지에서 계정 정보를 탈취하려 했다. 안랩은 최근 단가 인상 공문으로 위장해 계정 정보 탈취를 시도하는 피싱 메일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사례에서 공격자는 협력업체가 보낸 업무 메일처럼 꾸민 뒤 메일 제목에 ‘단가 인상 공문’을 사용했다. 본문에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단가 인상을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아 수신자가 첨부파일을 열어보도록 유도했다. 메일에 첨부된 PDF 파일을 실행하면 공문 내용이 바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PDF 뷰어를 다운로드해야 한다는 화면이 나타난다. 화면의 ‘다운로드’ 버튼을 클릭하면 로그인 페이지로 위장한 피싱 사이트로 연결된다. 사용자가 PDF 뷰어 다운로드 절차로 착각해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정보는 공격자 서버로 전송된다. 탈취된 계정은 기업 내부 시스템 침투, 추가 피싱 메일 발송, 거래처 사칭, 내부 자료 유출 등 2차 공격에 악용될 수 있다. 이번 사례는 피싱 공격이 단순한 악성 링크 유포에서 실제 업무 맥락을 정교하게 흉내 내는 방식으로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자재 가격 상승, 납기 지연, 단가 조정처럼 기업 실무자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활용해 정상 업무 메일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피싱 기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메일뿐 아니라 문자, 업무용 메신저, 전화 등 여러 채널을 활용하고 QR코드, 클라우드 공유 링크, 가짜 캡차 화면 등을 동원해 보안 장비 탐지를 우회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AI 확산 이후에는 어색한 문법이나 오탈자만으로 피싱 메일을 구별하기도 어려워졌다. 계정 탈취형 피싱은 기업 보안에서 특히 위험하다. 공격자가 가짜 로그인 페이지로 사용자를 유도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만들고 경우에 따라 다중인증 코드까지 노린다. 계정이 한 번 탈취되면 공격자는 정상 계정으로 내부 메일을 보내거나 거래처를 속일 수 있어 피해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기본 보안 수칙을 지켜야 한다. 발신자 이메일 주소의 도메인이 실제 거래처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발신자가 불분명한 메일의 첨부파일이나 URL은 실행하지 않아야 한다. PC와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인터넷 브라우저에는 최신 보안 패치를 적용하고 백신 실시간 감시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업무 메일이라도 로그인 페이지로 연결될 경우 반드시 URL을 확인해야 한다. 기존 사내 시스템이나 거래처 포털이 아닌 낯선 주소에서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요구한다면 입력을 중단해야 한다. 메일 본문 링크를 통해 접속하기보다 공식 사이트 주소를 직접 입력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기업 차원에서는 임직원 보안 교육과 함께 메일 보안 솔루션, 웹 필터링, 다중인증, 계정 이상 행위 탐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로그인 위치와 기기, 접속 시간, 대량 메일 발송 등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체계도 중요하다. 이익규 안랩 분석팀 매니저는 “최근 중동발 원자재 수급 불안, 메모리 가격 급등 등 업계 관심이 높은 이슈를 악용해 정상적인 업무 메일로 오인하게 만드는 피싱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며 “업무 관련 메일이라 하더라도 발신자 이메일 주소와 첨부파일, URL의 진위를 반드시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웹사이트에는 개인 및 계정 정보를 절대 입력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랩 V3 제품군과 샌드박스 기반 지능형 위협 대응 솔루션 ‘안랩 MDS’는 이번 메일로 유포 중인 URL 탐지 기능을 지원한다. 안랩은 차세대 위협 인텔리전스 플랫폼 ‘안랩 TIP’에서도 피싱 공격 동향과 보안 권고문, 침해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2026-05-15 10:50:49
-
-
-
글로벌 기업은 파업 후 무엇을 잃었나
[경제일보] 노동은 신성하고, 연대는 자유로운 인간의 권리다. 자신의 땀방울에 합당한 몫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보편적 ‘정의(Justice)’에 부합한다. 노조가 정당한 보상과 투명한 기준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자,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치러야 할 민주적 과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거대한 그물망 속에서 단행되는 굵직한 파업은 결코 회사 내부의 좁은 울타리 안에 갇힌 고립된 섬으로 남지 않는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얄팍한 이분법에 갇혀 있다. 한쪽에서는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전적인 ‘탐욕’이나 ‘귀족 노조의 몽니’로 매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파업이 초래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그저 ‘사측의 뻔한 엄살’로 치부해 버린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극단적 시각은 모두 ‘진리(Truth)’에서 빗겨나 있다. 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무겁고 복잡하다. 반도체라는 현대 문명의 쌀을 생산하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멈춰 설 때, 그 파장은 일개 기업의 노사 갈등을 넘어 생태계 전체에 잔혹한 청구서를 내민다. 자동차, 항공, 엔터테인먼트 등 최근 해외에서 벌어진 대형 파업의 궤적은 강한 노조일수록 자신들의 ‘자유(Freedom)’가 수반하는 막대한 비용에 대해 사회와 정직하게 대화해야 한다는 서늘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 UAW·할리우드 파업이 남긴 공급망 붕괴의 경고 기계음이 멎은 공장은 적막하지만, 그 적막이 파생시키는 파음은 국경을 넘어 요동친다. 지난 2023년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자동차 ‘빅3’를 상대로 벌인 ‘스탠드업 파업(Stand-up Strike)’은 현대 산업 생태계가 얼마나 촘촘하고도 연약하게 얽혀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한 바 있다. 미국 AP통신과 로이터(Reuters) 통신이 인용한 경제컨설팅업체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파업 6주 차를 기준으로 발생한 직접적인 경제 손실만 무려 104억 달러(한화 약 14조원)를 넘어섰다. 더욱 뼈아픈 진실은 타격의 영점이 완성차 업체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파업 4주 차에 이미 리어, 마그나 등 주요 부품업체와 영세한 2·3차 협력사가 입은 임금·수익 손실만 약 26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노조가 사측의 항복을 받아내는 동안 방파제 없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같은 해 발생한 미국 할리우드 작가 및 배우 노동조합(WGA·SAG-AFTRA)의 동반 파업 역시 궤를 같이한다. 인공지능(AI)의 무분별한 활용에 반대하고 정당한 보상 구조를 요구한 그들의 명분은 시대적 정의에 부합했다. 하지만 미국 CNN 방송과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이 전한 파업의 후폭풍은 참혹했다. 영화와 TV 제작이 전면 중단되면서 캘리포니아와 조지아 등 제작 중심 지역의 일일 촬영 스태프, 소규모 외주 제작사, 심지어 촬영장 인근의 식당과 세탁소 등 지역 상권이 떠안은 경제적 손실은 6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됐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밖의 평범한 이웃들이 파업의 가장 무거운 비용을 대신 치른 셈이다. 이들 사례들은 삼성전자에 매우 뚜렷한 시사점을 남긴다. 평택과 화성의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단순히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장비·소재·부품 협력사는 물론이고, 삼성의 메모리에 의존하는 전 세계 AI 서버·데이터센터 공급망 전체가 짙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 보잉·루프트한자가 경험한 ‘신뢰 상실’의 청구서 파업의 가장 무서운 비용은 공장의 가동이 멈춘 물리적 시간이나 미지급 임금만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2024년 약 3만3000명이 참여한 미국 보잉(Boeing) 노조의 파업은 737 MAX, 777 등 핵심 상업용 제트기 생산을 완전히 중단시켰다. 7주간의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38% 임금 인상이라는 노조 측의 승리로 타결됐지만, 회사가 치른 대가는 혹독했다. 보잉은 전체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1만7000명 감원이라는 뼈아픈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어야 했고, 3분기에만 5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글로벌 항공사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납기 지연’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는 점이다. 보잉의 위기는 반도체 납기 신뢰가 핵심 경쟁력인 삼성전자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글로벌 B2B 시장에서 공급자가 한 번 신뢰를 잃으면, 고객은 다음 계약에서 단가보다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따지게 된다. 이는 독일의 국적 항공사 루프트한자(Lufthansa) 사례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독일 제1공영방송 ARD와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연이은 노조 파업으로 루프트한자가 입은 누적 비용 2억5000만 유로 중 운항 취소 등으로 인한 직접 비용은 1억 유로에 불과했다. 나머지 1억5000만 유로는 파업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고객들이 선제적으로 경쟁 항공사로 예약을 돌리면서 발생한 ‘장부 밖의 손실’이었다. 반도체 시장의 큰손 고객들 역시 공급망 리스크가 감지되는 순간, 언제든 대만 TSMC나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 한 번 떠난 고객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 ‘18일의 멈춤’보다 치명적인 ‘내일의 상실’ 삼성전자가 직면한 위험은 기우가 아니라 가시화된 현실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기본급 7% 인상과 연간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배정 등을 요구하며 평택 반도체 단지 생산량의 절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18일간의 총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사내 메시지를 통해 “고객 이탈과 경쟁력 하락, 나아가 자본 유출과 세수 감소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것은 사측의 방어적 엄살로만 폄하할 수 없는 냉혹한 진리다. 노조가 경쟁사와의 보상 격차를 지적하고, 경영진의 불투명한 성과급 산정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타당한 문제 제기다. 그들은 수만 명을 운집시킨 압도적 동원력을 통해 노동조합의 존재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다. 다만, 수만명의 결속력이 곧바로 산업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 명분까지 무조건적으로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국가의 명운을 짊어진 핵심 전략 산업의 노조일수록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몫’과 함께 ‘우리가 라인을 멈췄을 때 이름 없는 협력사와 고객이 치러야 할 비용’을 조합원과 국민에게 정직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전장(戰場)에서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고, 경쟁사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삼성전자 노조가 진정 조합원들의 장기적 이익과 일자리의 안녕을 원한다면, 단기적인 보상 획득과 장기적 경쟁력 훼손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잠시 멈추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은 언젠가 타결의 순간을 맞이하고 라인은 다시 돌아가겠지만, 한 번 훼손된 고객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과 구성원들이 함께 치러야 할 가장 비싸고 고통스러운 청구서는 매출 손실이 아니라 영영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고객의 신뢰”라고 했다. 이어 “사측과 노조 모두가 공멸의 청구서를 찢어버릴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2026-05-08 16:24:16
-
파업이 던지는 '신뢰'의 청구서… 멈추는 순간, 초일류도 멈춘다
[경제일보]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미세 공정이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반도체 팹(Fab)에서 ‘정지’는 단순한 일시정지가 아니다. 그것은 곧 ‘사멸’을 뜻한다. 1초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진공의 클린룸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예고한 ‘18일간의 장기 파업’이라는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인 평택과 기흥 사업장에 전례 없는 정적이 예고된 것이다. 이 정적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반도체 생산 라인의 차질은 단순히 웨이퍼 몇 장을 덜 찍어내고 마는 산술적인 손실이 아니다. 이는 수만 개의 부품과 수백 개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거미줄처럼 얽힌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에 가하는 거대한 충격파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피땀 흘려 쌓아 올린 ‘삼성’이라는 이름의 ‘신뢰 자본’에 치명적인 균열을 내는 행위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차가운 의심의 눈초리로 묻고 있다. “세계 최고의 수율과 기술력을 자랑해 온 삼성이, 과연 약속한 납기일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조직인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칼럼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내부적 노사 갈등은 경쟁국들에게 뜻밖의 호재(unexpected boon)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갈등의 도화선은 삼성전자가 스스로 증명해 낸 ‘역대급 실적’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시장에 내놨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발에 올라탄 DS(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전사의 94%에 육박한다. 노조의 요구는 바로 이 화려한 숫자에 근거하고 있다. 기본급 7% 인상, 성과급(OPI) 산정 기준의 투명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하라는 주장은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받겠다’는 선명한 명분을 띠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끊임없이 비교되는 보상 체계는 이제 단순한 돈의 문제를 넘어 직원들의 자존심 문제로 번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익의 본질과 성격’을 차갑고 냉철하게 해부해 볼 필요가 있다. 5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은 결코 현재 팹을 지키는 인력들만의 오롯한 성과물이 아니다. 이는 과거 불확실성 속에서도 조 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은 경영진의 과감한 설비 투자, 밤을 지새운 연구원들의 피땀, 그리고 AI 사이클이라는 우호적인 거시 경제 환경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빚어낸 종합적 결과물이다. 이를 오로지 현재 인력의 몫으로만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은, 급변하는 반도체 사이클의 겨울을 버텨낼 ‘기초 체력’과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재원을 갉아먹는 위험한 근시안적 도박이 될 수 있다. 전체 직원의 70%에 달하는 9만명의 조합원. 규모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노조는 한국 노동 운동사에 유례가 없는 ‘매머드급’ 조직이다. 파업 찬성률 93%라는 압도적 수치는 사측의 일방통행식 소통과 보상 체계에 대한 직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이미 임계점을 돌파했음을 방증한다. 다만, 이 거대 조직의 외양 뒤에는 ‘내부의 소외’라는 짙은 그림자가 존재한다. 가전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 부문 노조가 최근 공동투쟁본부를 이탈한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철저하게 DS 부문의 성과에만 초점을 맞춘 투쟁 방식과 보상 요구안은 결과적으로 같은 ‘파란 피’를 나눈 동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나누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노조가 부르짖는 정의가 진정으로 보편적인 공감을 얻으려면, 그것은 특정 부문의 이익주의를 넘어 조직 전체의 상생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만 한다. 내부 구성원의 지지조차 온전히 결집하지 못하는 투쟁은 결국 ‘반쪽짜리 외침’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는 잔혹하리만치 냉정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7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삼성에게 천재일우의 기회인 동시에 치명적인 위기다. 애플, 엔비디아, 구글 등 삼성의 명운을 쥐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들에게 납품 단가보다 수백 배 중요한 것은 바로 ‘안정성(Stability)’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AI 칩 공급망에서 단 한 번의 납기 지연은 고객사의 1년 단위 제품 출시 로드맵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듯, 한 번 멈춘 라인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르면 다시 돌릴 수 있지만, 신뢰를 잃고 한 번 떠난 고객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라인이 노사 갈등으로 휘청이는 그 짧은 찰나, 대만의 TSMC나 미국의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은 ‘안정적 공급망’이라는 무기를 들고 하이에나처럼 삼성의 고객을 가로챌 준비를 마친 상태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최근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한 것도 바로 이러한 ‘복합 위기’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경영진 역시 ‘파업은 합법적 권리’라는 원론적이고 방어적인 태도 뒤에 숨을 때가 아니다. 이 사태가 한국 반도체 생태계 전반, 나아가 국가 경제 펀더멘털에 미칠 파급력을 직시하고 전향적인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서 노동자의 파업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신성한 기본권이다. 그러나 자유와 권리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 무게가 뒤따른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단순한 일개 사기업이 아니다. 수천 개의 중소 협력업체와 연관 산업의 생존, 그리고 국가 수출의 막대한 비중을 짊어진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8일 전면 파업이라는 극단적 카드는 단기적인 협상의 지렛대로는 강력할지 모르지만, 자칫 삼성전자라는 거함을 구조적 침몰로 이끄는 자폭 버튼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 패권 경쟁이라는 정글에서 노사가 다투는 사이, 경쟁국들은 그 빈틈을 파고들어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일류 기업의 생존과 쇠락을 가르는 마지막 보루는 결국 ‘신뢰’다. 이는 고객과의 약속이며, 직원과의 약속이고, 국가 경제와의 약속이다. 지금 삼성전자 노사가 벌이는 벼랑 끝 전술 속에서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가치는 진리와 상식이다. ‘일한 만큼 정당하게, 그리고 투명하게 보상받아야 한다’는 명징한 진리, 그리고 ‘기업의 둑이 무너지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의 터전도 흔적 없이 휩쓸려 간다’는 냉혹한 상식 말이다. 파업이 남기고 갈 가혹한 청구서는 결코 삼성전자라는 담장 안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경제 전체의 문 앞을 두드릴 것이다. 이제는 소모적인 파국을 멈추고 미래를 향한 ‘솔로몬의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숨죽인 클린룸이 아니라, 24시간 눈부시게 회전하는 웨이퍼의 궤적 위에서만 삼성의 초격차와 대한민국 경제의 생동하는 내일을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다. 멈추는 순간, 초일류의 자격도 함께 멈춘다.
2026-05-07 16:31:04
-
-
-
-
편의점 도시락과 5만원 훠궈, MZ의 '쪼개진 지갑'이 던지는 경고
[경제일보] 점심시간, 편의점마다 5000원 남짓한 가성비 도시락을 집어 드는 2030 청년들의 줄이 길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만들어낸 이른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의 씁쓸한 풍경이다.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동선을 꺾고 교통비를 아끼려 알뜰교통카드 앱을 수시로 들여다본다. 이들에게 소비의 제1원칙은 단연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그런데 해가 지고 주말이 오면 이 가성비의 전사들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1인당 객단가가 최소 4만원에서 6만원을 훌쩍 넘는 중국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 매장 앞은 두세 시간의 대기도 마다하지 않는 MZ세대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다며 지출을 통제하던 그들이 왜 이토록 비싼 외국계 식당 앞에서는 기꺼이 지갑의 빗장을 푸는 것일까. 최근 하이디라오 코리아가 발표한 실적은 이 기현상을 명확한 숫자로 증명했다. 2023년 매출 1177억원. 전년 대비 무려 50% 이상 급증한 수치이며 영업이익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과거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중국 외식 브랜드들이 주로 '싸고 양 많은' 마라탕이나 탕후루 같은 초저가 시장을 공략했던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고가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한국 외식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1000억원의 벽을 뚫어낸 이면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MZ세대의 '달라진 소비 심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이들의 소비는 모순 그 자체다. "돈이 없다면서 오마카세와 하이디라오에는 왜 열광하느냐"며 혀를 끌짯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모순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선택적 생존 전략'이다. 오늘날 청년들의 가성비는 단순히 '절대 가격이 싼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가성비란 '내가 지불한 비용(돈과 시간) 대비 얻어내는 총체적 효용'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대, 평생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진 구조적 좌절 속에서 이들은 일상적인 소비를 극단적으로 통제한다(편의점 도시락). 하지만 그렇게 모은 잉여 자본을 자신의 정서적 만족감과 소셜 미디어(SNS)상에서의 자아실현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경험'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하이디라오). 이른바 '앰비슈머(Ambisumer·양면적 소비자)'의 탄생이다. 이들에게 하이디라오의 5만원은 비싼 고깃값이 아니다. 5만원이라는 돈을 내고 식사 시간 내내 완벽하게 '주인공'으로 대접받는 심리적 만족감, 눈앞에서 펼쳐지는 수타면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얻는 사회적 인정 그리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실패 없이 보장받는 '안전비용'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효용이 확정된 경험에 돈을 지불하는 것, 이것이 바로 2024년 대한민국 MZ세대가 정의하는 '새로운 가성비'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파인 다이닝과 고급 레스토랑을 제치고 하이디라오인가. 해답은 그들이 파는 본질에 있다. 하이디라오의 본업은 훠궈를 파는 요식업이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엔터테인먼트업'에 가깝다.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들의 서비스 맹폭은 시작된다. 무료 네일아트, 구두닦이 서비스, 다양한 스낵과 음료, 보드게임이 기다리는 시간을 '고통'에서 '즐길 거리'로 치환한다. 자리에 앉으면 머리끈과 안경 닦이, 스마트폰을 보호할 지퍼백이 제공되고 혼자 온 손님 맞은편에는 거대한 인형을 앉혀 외로움조차 차단해 버린다. 직원은 식사 내내 테이블을 전담하며 고기를 구워주고 새우 완자를 빚어주며 생일인 고객에게는 현수막과 함께 떠들썩한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한국의 외식업이 그동안 '맛'과 '인테리어' 그리고 어떻게든 테이블 회전율을 높여 마진을 남기는 '효율'에 집착해 올 때 하이디라오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모든 시간의 밀도를 높여 문을 나설 때 "돈이 아깝지 않다"는 항복을 받아내는 식이다. 고객은 단순히 맛있는 밥 한 끼를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각박한 현실 속에서 온전히 나만을 위해 돌아가는 '마이크로 테마파크'의 입장권을 사는 셈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극강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야말로 불황을 뚫고 1000억 매출을 견인한 강력한 무기다. 국내 수많은 외식 기업들도 하이디라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려 노력했다. 고객에게 인사를 크게 하고 이벤트를 기획하고 친절 교육을 강화했다. 하지만 대부분 흉내 내기에 그치며 쓴맛을 봤다. 왜일까? 서비스의 겉모습은 베낄 수 있어도 그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뿜어내게 만드는 '조직의 내면'은 쉽게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융 하이디라오 창업자의 경영 철학은 명확하다.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먼저 직원을 감동시켜라." 하이디라오의 직원들은 동종 업계 대비 파격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기숙사 제공, 부모님 용돈 지원, 자녀 교육비 지원 등 대기업 부럽지 않은 복지를 누린다. 철저한 도제식 시스템(사수-부사수)을 통해 후배를 잘 육성하면 선배에게 그 매장의 수익 일부가 배분되는 파격적인 성과급 구조를 갖추고 있다. 말단 직원에게도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결제 금액을 할인해 주거나 무료로 메뉴를 내어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재량권)이 부여된다. 매뉴얼에 억눌려 억지웃음을 짓는 감정노동자가 아니라 자신이 사장처럼 판단하고 행동할 때 즉각적인 보상이 뒤따르는 자율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다. 눈앞에서 춤을 추며 면을 뽑고 진심을 다해 고객의 생일을 축하하는 직원들의 에너지는 경영진의 '착취'가 아니라 '존중과 보상'에서 피어난 꽃이다. 한국의 외식업계가 겉핥기식 친절 교육과 최저시급으로 이들의 서비스 퀄리티를 따라잡으려 했던 것은 애초에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하이디라오 한국 매출 1000억원 돌파는 단순한 '중국 훠궈의 유행'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는 극도로 똑똑하고 까다로워진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낡은 관행에 젖어 있는 국내 서비스 산업 전체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장이자 뼈아픈 채찍질이다. 지금 우리 시장을 돌아보자. 원재료 값이 올랐다며 꼼수로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프리미엄 딱지를 붙여 가격만 치솟고 정작 서비스 질은 바닥인 일부 식당들, 키오스크만 덩그러니 놓아둔 채 최소한의 인간적 응대마저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소거해 버리는 무인화의 역습까지. 우리는 과연 고객에게 지불한 돈을 뛰어넘는 '감동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소비의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어설픈 중간 지대의 브랜드들은 도태를 면치 못한다. 압도적으로 싸서 생존 필수재로서 기능하거나 아니면 하이디라오처럼 지갑을 열고 싶을 만큼 확실한 대체 불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MZ세대는 얄팍한 상술에 속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끼는 곳에는 기꺼이 줄을 서고 지갑을 털어 열광적인 팬덤이 되어준다. 하이디라오는 그 어려운 것을 증명해 냈다. 이제 한국의 기업들이 대답할 차례다. 가격표의 숫자만 바꿀 것인가 아니면 고객의 경험을 통째로 바꿀 것인가. 5만원짜리 훠궈 국물 속에서 우리가 건져 올려야 할 진정한 화두는 바로 이것이다.
2026-05-05 10:2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