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 아시아 경제시장의 맥을 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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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만으론 못 이긴다"… 그록 품은 엔비디아
[이코노믹데일리] 엔비디아의 29조원 ‘크리스마스 쇼크’는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글로벌 AI 반도체 질서의 변곡점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지난해 12월 24일 전 세계 반도체 업계는 산타클로스의 선물 대신 ‘AI 황제’ 젠슨 황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들었다. 엔비디아가 미국 AI 추론 칩 스타트업 그록을 약 200억달러, 우리 돈 29조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사실상 흡수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는 2019년 멜라녹스 인수에 투입된 7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엔비디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베팅이다. 동시에 그동안 “타도 엔비디아”를 외치며 AI 추론 시장의 틈새를 노려온 전 세계 후발 주자들에게는 사실상의 사형 선고에 가까운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본지는 엔비디아의 그록 인수가 던지는 전략적 함의와 그 여파로 생존의 기로에 선 한국 AI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번 딜의 본질은 ‘규모’보다 ‘방식’에 있다. 엔비디아는 그록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전통적 인수합병 대신 핵심 지식재산권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창업자 조나단 로스를 포함한 엔지니어링 조직을 통째로 흡수하는 이른바 ‘인재·기술 흡수형 인수’ 방식을 택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 각국 규제 당국의 반독점 감시망을 피해 가면서도 실질적인 기술 내재화는 완성하는 고도의 계산이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자신의 마지막 약점으로 지적돼 온 ‘추론 비용’과 ‘지연 시간 문제’를 자본력으로 단숨에 제거해 버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AI 반도체 시장은 학습과 추론으로 양분돼 있었다. 엔비디아 GPU는 학습 영역에서 독보적이었지만 실제 서비스를 담당하는 추론 단계에서는 전력 소모와 비용 부담이 크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특히 실시간 응답이 중요한 대규모 언어모델 서비스에서는 GPU 구조상 병목 현상이 발생해 속도 저하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그록이었다. 구글의 텐서 처리 장치를 설계했던 조나단 로스가 창업한 그록은 GPU와는 전혀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그록의 언어 처리 장치는 고대역폭 메모리를 과감히 배제하고 초고속 정적 메모리를 대량으로 집적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용량은 작지만 처리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른 이 메모리를 기반으로 칩 간 연결을 소프트웨어로 최적화해 속도 한계를 돌파했다. 그 결과 그록은 엔비디아 GPU 대비 최대 10배 빠른 추론 속도와 10분의 1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구현하며 ‘실시간 AI’ 시대의 가능성을 열었다. 엔비디아는 바로 이 기술을 손에 넣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그록의 저지연 프로세서 기술을 자사의 AI 팩토리 아키텍처에 통합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는 향후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이 학습은 물론 초저지연 추론 시장까지 사실상 독식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인 쿠다 위에 그록의 속도 기술이 결합될 경우 고객사들이 호환성 위험을 감수하며 다른 신경망 처리 장치를 선택할 유인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른바 ‘엔비디아 생태계 밖은 지옥’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이 충격파는 곧바로 한국 AI 반도체 산업으로 전이됐다. 그동안 국내 신경망 처리 장치 기업들은 엔비디아 대비 가격 경쟁력과 전력 효율을 앞세워 틈새를 공략해 왔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추론 성능과 가격 경쟁력까지 동시에 확보할 경우 ‘가성비’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국면이 열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것이 한국 AI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냉혹한 현실이다.
2026-01-20 16:07:37
삼성·LG, 다음 달 라스베이거스서 '냉각 전쟁' 격돌... AI 열기 식혀라
[이코노믹데일리] 글로벌 가전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금맥'으로 떠오른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북미에서 정면 승부를 펼친다. 중국발 저가 공세와 가전 수요 둔화라는 이중고를 뚫고 데이터센터 열 관리 솔루션이라는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음 달 2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AHR 엑스포 2026'에 참가한다. AHR 엑스포는 전 세계 1800여 개 기업이 참가하는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로, 올해는 AI 데이터센터 폭증에 따른 전력 효율화와 냉각 기술이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양사가 공조 시장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AI 슈퍼사이클'이 있다. 생성형 AI 구동을 위한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며 엄청난 열을 뿜어낸다.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약 40%가 냉각에 사용될 정도로 '열 관리'는 빅테크 기업들의 생존 과제다. 이에 따라 단순한 가정용 에어컨을 넘어 초대형 빌딩과 데이터센터의 온도를 제어하는 HVAC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북미 HVAC 시장 규모는 지난해 516억1000만달러에서 2032년 757억5000만달러(약 111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과 LG는 이 거대 시장을 놓고 트레인, 캐리어 등 글로벌 전통 강자들과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삼성 '광폭 행보' vs LG '기술 초격차'... 엇갈린 전략, 같은 목표 삼성전자는 과감한 인수합병(M&A)과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단숨에 덩치를 키우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북미 유통망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해 말 유럽 최대 공조 기업 '플랙트' 인수를 마무리하며 글로벌 거점을 완성했다. 이번 AHR 엑스포에서는 고효율 하이브리드 제품과 더불어 자사 AI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연계한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전자는 모터와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의 '기술 초격차'를 앞세워 내실을 다지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알래스카와 노르웨이 등에 히트펌프 연구소를 세우고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고효율 기술을 확보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열 관리의 핵심인 '칠러(Chiller)'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와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 공급을 논의하며 북미를 넘어 중동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6년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단순 '가전 기업'에서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가전 시장의 성장 정체를 타개할 돌파구로서 HVAC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향후 경쟁의 핵심은 '액침 냉각' 등 차세대 기술이 될 전망이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의 한계를 넘어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용액에 서버를 담가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 상용화 여부가 데이터센터 수주전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조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지만 한 번 뚫으면 장기적인 캐시카우가 되는 시장"이라며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과 맞물려 양사의 수주 경쟁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01-19 15:48:06
제약·바이오 판을 읽다④ K-보툴리눔 톡신, 2026년 도약…신흥시장 공략이 관건
[이코노믹데일리] 2026년을 앞두고 제약·바이오 산업은 기술, 정책,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맞물리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신년기획 ‘제약·바이오 판을 읽다’는 글로벌 규제 환경과 기업 전략 변화를 중심으로 산업의 큰 흐름을 짚고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핵심 이슈와 기회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2026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단순 미용 시술을 넘어 치료적 적용 확대와 신흥시장 수요 증가를 배경으로 국내 제약사들의 성과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톡신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12조원수준으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약 3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톡신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되며 국내 기업 역시 매출 확대와 글로벌 진출 강화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대표적으로 선도하는 기업으로는 대웅제약이 있다. 대웅제약의 대표 제품 ‘나보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EMA), 캐나다 등 주요 규제기관 승인을 확보하며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시장에서도 제품을 공식 출시하며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해외 전문의료진들을 초청하거나 현지에 가서 직접 나보타 시술 사례를 공유하고 실습하며 구축하고 있다. 휴젤의 ‘보툴렉스’는 국내 톡신 제품 가운데 미국·유럽·중국 3대 시장을 모두 공략한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지난해는 중국 시장 진출 5주년을 맞아 중국 내 약 15%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 370여 지역 및 6800여 의료기관에서 공급되며 안정적인 현지 매출 기반을 구축하고 있으며 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메디톡스의 ‘뉴로녹스’는 국내에서는 메디톡신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제품으로 국내 최초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이며 2006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KFDA) 승인을 받아 출시된 이후 장기적으로 국내·해외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뉴로녹스는 메디톡스의 기존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핵심 제품으로 오랜 기간 시장에 존재해 왔으며 최근에는 ‘뉴럭스’가 차세대 톡신으로 글로벌 확장에 핵심이 됐다. 이외에도 GC녹십자웰빙이 톡신 전문 기업을 인수하는 등 국내 제약사들의 미용·에스테틱 시장 진출 및 기업간 인수·합병(M&A)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중동, 동남아시아 등 톡신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시장을 겨냥한 현지 파트너십·허가 전략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전망했다.
2026-01-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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