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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권 위에 선 국가경제…반도체가 멈추면 정부가 움직인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직전까지 치닫자 정부는 긴급조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파업은 잠정합의로 유보됐지만, 이번 사태는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에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남겼다. 긴급조정은 가벼운 제도가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규모와 성질이 특별해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긴급조정 결정이 공표되면 관계 당사자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공표일부터 30일이 지나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 위기에서 긴급조정 카드를 거론한 배경은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대기업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메모리, HBM, 파운드리, 모바일, 디스플레이 생태계와 맞물려 있고, 협력업체와 수출, 금융시장, 세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파업 위기와 관련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처음 시사했다. 정부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과 노사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이는 삼성전자 파업이 개별 사업장 차원을 넘어 국가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긴급조정은 노동권 제한이라는 반대편의 문제를 동반한다.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행정권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노사 자율 원칙과 노동3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권 제한을 쉽게 정당화돼서는 안되지만, 국가 기간산업의 파업이 공급망과 국민경제에 미칠 충격도 외면할 수 없다”며 “정부는 압박자가 아니라 중재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는 결과적으로 긴급조정 발동 없이 이뤄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의 막판 교섭에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이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 셈이다. 하지만 ‘막판 타결’이 반복되는 구조는 위험하다. 파업 직전까지 가야 정부가 움직이고, 정부가 움직여야 노사가 접점을 찾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은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사태가 보여준 것은 한국 경제의 이중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호황이 기업 실적과 국가 세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초과이익을 둘러싼 배분 갈등이 산업 현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추경 과정에서 초과세수 25조2000억원, 법인세 증가분 14조8000억원을 전망한 것도 반도체 경기 개선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긴급조정 논란의 본질은 ‘파업을 막을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과 부담을 어떻게 나누고, 어떤 원칙으로 노사갈등을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 제도가 늦으면 갈등은 거리로 나오고, 정치가 늦으면 행정권의 강제 카드가 먼저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긴급조정 카드는 꺼내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노사 모두가 예측 가능한 교섭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도 사후 압박이 아니라 사전 조정의 역량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본지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노사갈등을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또한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성과급 제도, 주주환원, 미래 투자 문제를 포함해 반도체 호황이 만든 초과 세수를 재정준칙 복원과 국가채무 관리, 미래 성장 투자에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한다.
2026-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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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노사 갈등 격화…본사 첫 파업 현실화하나
[경제일보] 카카오 노사 갈등이 본사와 주요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에서 파업 찬반투표가 모두 가결되면서 창사 이후 첫 본사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2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는 지난 20일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에서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가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카카오 본사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기일이 연장된 상태이고, 카카오페이 등 4개 계열사는 조정이 결렬돼 이미 쟁의권을 확보했다. 카카오 본사 노사는 오는 27일 경기지노위 2차 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지난 18일 1차 조정에서는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양측 동의로 조정 기일을 연장했다. 27일 조정이 결렬되면 카카오 본사도 쟁의권을 확보하게 되고 계열사와 함께 동시 또는 순차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갈등의 표면적 쟁점은 성과급과 보상 체계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9421억원, 영업이익 21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66% 증가했으며 모두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호실적에도 구성원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노조의 불만이 커진 배경이다. 다만 노조는 단순히 성과급 재원 규모만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과 배분 구조의 불투명성, 일방적인 성과급 집행, 연장근로 문제, 그룹 재편과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의 고용 안정 문제를 함께 제기하고 있다. 판교역 결의대회에서도 노조는 카카오 위기의 책임이 구성원이 아니라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있다고 주장했다. 계열사별 상황도 변수다. 카카오페이는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했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도 파업이 가능한 절차를 밟았다.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아직 임금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노사 갈등의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순이익 1873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고 카카오페이도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서비스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에 가까운 핵심 인프라다. 실제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곧바로 서비스가 멈출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거나 개발·운영·고객 대응 인력의 참여 폭이 커질 경우 장애 대응 속도와 신규 서비스 일정, AI 전환 프로젝트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올해 에이전틱 AI 플랫폼 전환과 본원적 경쟁력 강화가 핵심 과제다. 회사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기존 사업 성장 흐름을 바탕으로 AI 플랫폼 전환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AI 사업 재편과 조직 안정성 모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삼성전자에서 불거진 성과급 논쟁이 플랫폼·금융·게임 계열사로 확산되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실적이 개선됐는데 구성원 보상은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과, 경영진 책임론이 결합하면서 노사 갈등의 성격이 임금 협상을 넘어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27일 조정회의에서 회사가 성과급 산정 기준과 고용 안정 방안에 대해 어느 정도 구체적인 안을 내놓느냐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파업 위기는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가지만 결렬될 경우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가 함께 움직이는 첫 그룹 차원의 쟁의 국면이 열릴 수 있다.
2026-05-22 15: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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