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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을수록 균일해진다"…KAIST, 나노소재 상식 뒤집었다
[경제일보] KAIST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함께 여러 금속을 섞을수록 오히려 더 균일한 나노입자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규명했다. 다성분 나노소재 합성의 난제로 꼽혀온 불균일 문제를 새롭게 해석한 성과로 고성능 촉매와 친환경 에너지 소재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정희태 석좌교수 연구팀이 스탠퍼드대 마테오 카르넬로 교수팀과 공동으로 다성분 금속 나노입자에서 나타나는 ‘성분 집중’ 현상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7일 미국 현지 시각으로 게재됐다. 논문은 다성분 나노결정에서 금속 원소 간 경쟁적 반응성이 입자 크기와 성분 균일화를 유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노입자는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 촉매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소재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여러 금속을 섞은 다성분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금속 원소가 많아질수록 각 원소의 반응 속도와 결합 특성이 달라 입자의 크기와 조성이 불균일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통념과 다른 결과를 확인했다. 금속 종류가 늘어날수록 입자 성분이 특정 조성으로 모이며 더 균일해지는 ‘성분 집중’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서로 다른 금속 원자들이 경쟁적으로 결합하는 과정에서 먼저 자리 잡은 원자가 뒤이어 들어오는 원자의 결합을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원자들은 무작위로 섞이는 것이 아니라 층을 이루며 안정적인 구조를 형성했다. 그동안 복잡성과 불균일성의 원인으로 여겨졌던 다성분 반응 환경이 오히려 질서 있는 나노구조 형성을 돕는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연구팀은 원리를 검증하기 위해 5가지 금속을 포함한 다성분 나노입자 촉매를 제작했다. 이 촉매는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반응에서 기존 산업 기준 촉매로 널리 쓰이는 루테늄 기반 촉매보다 4배 이상 높은 촉매 반응 속도를 보인 것으로 보고됐다. 암모니아 분해는 수소 운반과 생산 과정에서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기 쉬운 물질이지만 다시 수소를 꺼내려면 효율적인 촉매가 필요하다. 고성능 촉매를 확보하면 수소 생산 공정의 에너지 부담을 낮추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소재 설계 방식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기존에는 금속을 많이 섞을수록 합성 제어가 어려워진다고 봤지만 이번 결과는 적절한 조합과 반응 조건을 설계하면 다성분 구조가 오히려 균일성과 성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수소 생산 이산화탄소 전환 연료전지 촉매 등 다양한 에너지 공정 소재 개발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산업 적용까지는 대량생산과 품질 균일성 확보가 과제로 남는다. 실험실 수준에서 확인한 구조와 성능을 대규모 공정에서도 반복 구현해야 상용 촉매로 이어질 수 있다. 다성분 나노소재는 조성 변수와 반응 조건이 많아 AI 기반 소재 탐색과 공정 최적화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정희태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석좌교수는 “이 원리를 활용하면 원하는 성능에 맞춰 금속 조성을 설계할 수 있어 수소 생산 이산화탄소 전환 등 에너지 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고성능 촉매와 친환경 에너지 소재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대량생산에서도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기술과 AI를 활용해 최적의 소재를 설계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5-08 06:58:42
미켈란젤로의 500년 숙제 풀었다… KAIST, 중력 거스르는 '액체 제어' 기술 개발
[경제일보] 중력 때문에 천장에서 떨어지는 액체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정밀 코팅은 물론 우주 환경에서의 유체 제어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 연구팀은 거꾸로 매달린 액체가 중력에 의해 아래로 쏟아지는 ‘중력 불안정성’을 소량의 휘발성 액체 혼합만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일상생활에서 목욕탕이나 냉장고 천장에 맺힌 물방울이 점점 커지다가 떨어지는 현상은 중력 불안정성 때문이다. 액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지점에 집중되고 결국 중력을 이기지 못해 낙하하게 되는 물리적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액체 표면에서 발생하는 ‘마랑고니 효과’를 활용했다. 휘발성이 강한 액체를 소량 혼합하면 증발 과정에서 표면 농도 차이가 생기고, 이에 따라 표면장력 차이로 미세한 액체 흐름이 형성된다. 이 흐름이 아래로 떨어지려는 액체를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겨 낙하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외부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액체 자체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중력에 의한 낙하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정밀 코팅과 인쇄, 적층 제조 공정 등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는 액체 재료를 매우 얇고 균일하게 도포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력에 따른 흐름이나 뭉침 현상은 공정 불량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다.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기울어진 표면이나 복잡한 구조 위에서도 액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 박막 코팅이나 반도체 미세 패턴 인쇄 공정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별도의 복잡한 장비 없이 액체 조성만 조절해 구현할 수 있어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번 원리가 우주 환경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선 내부에서는 미세 중력 환경 때문에 액체 흐름을 제어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표면장력 기반 제어 기술을 활용하면 추진제 유출 방지나 유체 이송 시스템 안정화에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형수 교수는 “외부 에너지 없이 중력 불안정성을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향후 다양한 화학 조성의 액체 시스템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액체의 표면장력과 증발 특성을 이용해 스스로 안정성을 유지하는 ‘자기 제어형 유체 시스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산업 공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6-03-12 14: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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