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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직 원장 "총수요 부양책은 진통제일 뿐, '아이디어 주도 성장'으로 체질 바꿔야"
[경제일보] “대한민국은 지금 ‘5년마다 성장률이 1%p씩 떨어지는 구조적 추락의 궤도’ 위에 서 있다. 이 흐름을 끊지 못하면 2030년에는 역성장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6 e경제일보 창간 8주년 KOREA ECONOMIC DESIGN FORUM(KEDF)’에서 첫 발표자로 나선 김세직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한국 경제의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자신이 명명한 ‘5년 1% 하락의 법칙’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자 진짜 성장 능력을 뜻하는 장기 잠재성장률이 지난 30년 동안 정권의 이념이나 성격과 관계없이 매 5년마다 정확히 1%포인트씩 직선 경로로 추락해 온 현상을 말한다. 김 원장은 “이 추세선대로라면 2025~2026년 현재 한국 경제는 사실상 장기성장률 0%대에 진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 하락 궤도를 당장 막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2030년경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역) 성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특히 김 원장은 현재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국가 소멸 수준의 저출산·저결혼 현상과 극심한 사회적 양극화의 근본 원인 역시 이 같은 ‘성장 추락’에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 엔진이 꺼지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고용 불안과 경제적 기반 약화가 만연해졌으며 이것이 청년 세대의 결혼과 출산 포기로 이어지는 거대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역대 정부가 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내놓았던 단기 처방들을 ‘가짜 성장 정책’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경기 침체 신호가 올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건설 경기 부양, 인위적인 저금리 기조 유지,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총수요 부양책’은 일시적인 착시 효과만 낼 뿐 체질 개선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진통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실제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 6%대였던 추세 장기성장률은 김대중 정부 5%대, 노무현 정부 4%대, 이명박 정부 3%대, 박근혜 정부 2%대를 거쳐 문재인 정부 시절 결국 1%대까지 떨어졌다. 김 원장은 “장기성장률은 수요가 아닌 공급 측면, 즉 인적자본의 질과 기술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과도한 부동산 부양책은 성장률은 회복시키지 못한 채 서울 아파트 가격을 2.5배 폭등시키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세계 1위(135%)로 끌어올리는 극심한 구조적 부작용만 남겼다”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추락하는 한국 경제의 엔진을 다시 켜기 위한 공급 측면의 ‘진짜 성장’ 원동력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교수의 내생적 성장이론을 인용하며 ‘창조형 인적자본의 축적’을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원장은 인적자본을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모방형’과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를 스스로 고안해내는 ‘창조형’으로 분류했다. 한국은 1960~80년대에 모방형 인적자본을 통해 유례없는 압축 성장을 이뤄냈지만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완전히 좁혀진 1990년대 이후부터 인공지능(AI)이 고도로 발달한 현재까지도 여전히 과거의 모방형 경제 체제와 주입식 교육에만 매달려 성장이 정체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급변하는 AI 시대에는 이러한 체질 개선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김 원장은 “새로운 기술의 탄생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전문지식의 결합”이라며 “앞으로 (이과적) 전문지식과 복잡한 계산 능력은 AI가 완벽하게 담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AI 시대 최고의 생산요소는 인간 고유의 영역인 ‘창의적 아이디어’가 된다”고 역설했다. 김 원장은 장기성장률의 하락 추세를 반전시켜 ‘5년 1%포인트 상승’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장 실행해야 할 3대 생태계 구축 전략을 제안했다. 첫째는 ‘전국민 아이디어 등록제’의 도입이다. 국민이 기존에 없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정부 시스템에 등록하면 창작자에게 명예와 함께 10년간의 독점적 소유권을 부여하고 정부 R&D 예산을 활용해 공적으로 구매(예: 건당 1000만원)하는 방식이다. 김 원장은 “정부 R&D 예산의 30분의 1 수준인 1조원만 투자해도 매년 10만개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확보할 수 있다”며 “통계학적으로 이 중 단 2~3개만 비트코인이나 엔비디아급으로 성공해도 수천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결코 실패할 수 없는 국가적 투자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는 아이디어에 대한 강력한 재정 인센티브와 철저한 재산권 보장이다. 창조형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법인세 감면과 파격적인 보조금 제도를 신설해야 하며 무엇보다 타인의 지적 자산을 손쉽게 도용하고 탈취하는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원천적 아이디어의 가치를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해 줘야만 비로소 국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에 뛰어들 동인이 생긴다는 논리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교육 개혁을 통한 창의력 재교육’이다. 기성 정답만을 빠르게 암기하도록 강요하는 현행 주입식·모방형 교육 제도를 전면 타파하고 ‘정답이 없는 열린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풀어내는 ‘열린문제 창조형 수업’을 공교육에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이미 과거의 모방형 교육 시스템에 길들여진 채 산업 현장에 있는 2900만명의 기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창의력 재교육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이 직접 개발한 창의력 향상 프로그램을 통해 수강생들의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이 70% 이상 향상됐던 실제 임상 사례를 제시하며 교육 변화의 확신을 더했다. 김 원장은 “전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전방위적으로 기술화·상품화 해 한국판 애플과 엔비디아 같은 퍼스트 무버 기업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개인이 원팀이 돼 국가적 ‘아이디어 혁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2026-06-09 15:55:30
韓에 다가서는 중·러, 불편한 北…1995년 탈냉전 외교문서 공개
탈냉전 시대였던 1995년, 한국이 새롭게 맺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심화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폈던 과정이 당시 외교문서로 공개됐다. 외교부는 31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2621권, 37만여 쪽의 심사를 거쳐 일반에게 공개했다. 정부는 국민 알 권리 보장과 외교 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생산된 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 올해는 김영삼 정부 당시인 1995년 생산된 문서 중심으로, 1992년 한·중수교와 1990년 한·소수교로 국교를 확립한 한·중, 한·러가 고위급 교류를 통해 본격적으로 관계를 쌓아 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는 기록도 생생히 남아 있다. 특히 중국 국가원수로는 최초의 국빈 방한이었던 1995년 11월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뒷얘기를 엿볼 수 있다.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 연구소 대표단을 만난 북측 관계자들이 장 주석 방한이 이뤄지면 대만과의 수교 가능성까지 검토하겠다며 반발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러시아 정부가 소련 시절부터 북한과 맺었던 군사 동맹 조약인 '우호 협력 및 상호 원조 조약'을 1995년 폐기하기까지 논의 과정도 공개됐다. 한국 정부는 한·러 관계 발전을 위해 러시아가 조약 폐기를 선택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북·러 군사동맹은 30년 뒤 '신냉전' 국제 정세 속에서 부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실상의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포함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에 2024년 서명하면서다. 김일성 주석이 1994년 7월 사망한 뒤 아들 김정일이 최고지도자로서 공식 직책에 취임하지 않자, 국제사회가 북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모습도 이번 외교문서로 들여다볼 수 있다. 1995년은 역사적인 북미 '제네바 합의'(1994년)를 안착시키기 위한 후속 협상이 벌어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한미일은 대북 경수로 사업을 위한 국제 컨소시엄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유럽 등 각국의 기여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한국 정부는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에 제공할 경수로 노형을 한국형으로 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적 노력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강력히 반대하는 북한을 상대로 약 한 달간의 쿠알라룸푸르 북미 회담을 거쳐 타협안을 도출해 내기에 이른다. 그러나 경수로 노형 결정을 둘러싼 북·미 협상 과정은 이번 외교문서에서 다수가 비공개 처리돼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던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 총리 담화 관련 문서, 북한의 전통 우방이었던 이집트와의 수교 과정 문서 등도 공개됐다. 이 밖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수습 초기에 김영삼 대통령이 방한한 바누아투 총리와의 면담에서 "공업화로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며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 초안이 한국을 노조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국가로 분류하자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며 수정을 요구한 기록도 담겼다.
2026-03-31 17:12:46
이해찬 전 총리, 베트남서 치료 중 사망…정치권 애도 이어져
[이코노믹데일리]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베트남에서 치료를 받던 중 별세했다. 향년 73세다. 민주평통에 따르면 이 수석부의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운영위원회 참석을 위해 베트남 호찌민을 방문하던 중 지난 23일 갑작스럽게 쓰러져 현지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심근경색 진단을 받고 스텐트 시술을 받았으나, 이틀 만인 이날 오후 2시 48분(현지시간) 끝내 숨졌다. 민주평통은 현재 유가족과 관계기관이 협의해 국내 운구 일정과 장례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인은 7선 국회의원과 국무총리를 지낸 중진 정치인으로, 지난해 10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임명됐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조언자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총리는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며 학생운동과 재야 활동을 거쳐 정계에 입문했다. 민주화 이후 국회에 진출해 장기간 의정 활동을 이어갔고,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각각 맡았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내며 21대 총선에서 당의 압승을 이끄는 등 민주 진영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 정치권에서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은 민주화 운동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해 왔다. 고인의 위중한 상태가 전해진 뒤 이재명 대통령은 조정식 정무특보를 베트남으로 급파했으며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잇따라 현지를 찾았다. 그러나 고인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별세했다.
2026-01-25 18: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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